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 양산 에이원CC

눈앞의 해저드, 종잡을 수 없는 바람, 2단 그린에 주눅-서코스 5번홀
주말골퍼들, 영남지역에선 최고로 인식
국제대회 개최해도 손색없는 명품 골프장
난이도 높아 타 골프장에 비해 2타 더 나와


주말골퍼들에게 영남권 골프장 중 가장 맘에 드는 골프장을 두 곳 꼽으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경남 양산의 에이원CC를 반드시 포함시킨다. 그만큼 명품 골프장으로 인식돼 있다.

세계 5대 투어로 발돋움하고 있는 아시안투어의 창설 멤버이자 규칙분과위원장 겸 경기위원장인 이학(75) 씨는 "에이원CC는 국내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해도 손색이 없는 몇 안 되는 골프장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학 씨는 프로 출신은 아니지만 지역 클럽의 챔피언을 3회나 차지한 우리나라 골프계의 원로이다.

올해로 개장 12주년을 맞는 에이원CC는 산악지형이면서도 국내에선 흔치 않게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그린이 거의 다 보인다. 그렇다고 억지로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최병호 코스관리담당 이사는 "첫눈엔 평이해 보이지만 코스를 돌수록 각 홀마다 전략성이 숨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한마디로 웃고 들어와 울고 나가는 골프장"이라고 설명했다.

북쪽인 클럽하우스 뒤로 원효의 마지막 수행지로 알려진 대운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고, 서쪽으론 천성산, 남으론 용천산 백운산 함박산 등 기장의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에 의해 둘러싸져 있는 에이원CC는 동, 서, 남 3개 코스 27홀로 구성돼 있다. 클럽을 대표하는 메인 코스는 서코스와 남코스. 전장은 6424m(7020야드).

어렵기로 소문난 이 클럽의 지난해 챔피언 정남배 씨는 "타 골프장에 비해 2타 정도 스코어가 더 나온다"며 "거리와 방향성 등 전략적 샷이 요구되는 골프장"이라고 요약했다.

워터해저드는 주말골퍼의 영원한 적

에이원CC에선 서코스가 남코스보다 어렵다. 심리적 중압감을 주는 워터해저드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홀이 6개나 되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 뒤로 대운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가운데 에이원CC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서코스 5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한 주말골퍼가 티샷을 날리고 있다.

대표적인 홀이 파4 핸디캡1인 서코스 5번홀. 챔피언티 401m, 레귤러티 364~378m, 레이디스티 341m. 서코스 1, 3번홀에서도 해저드가 보이지만 그 위력은 5번홀에서 극에 달한다.

대운산 자락이 정면으로 보이면서 사방이 확 트여 주변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지만 동시에 바람이 몹시 심하다. 방향 또한 수시로 바뀌어 종잡을 수 없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우측으로 초대형 해저드와 비치벙커가 눈에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페어웨이가 좁게 보여 슬라이스로 인한 OB를 피하려고 의식적으로 당겨치다보면 좌측으로 훅이 발생해 좌측 해저드로 빠지기 일쑤다. 세컨 샷 또한 슬라이스로 인해 그린 우측의 분화구형 깊은 그라스벙커에 빠질 확률이 높다. 그린 또한 만만찮다. 그린 왼쪽과 뒤쪽에 약간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홀컵이 우측이나 뒤에 있을 경우 상당히 까다롭다.

서코스에서 가장 어렵다는 핸디캡2의 9번홀.

파4 핸디캡2인 서코스 9번홀도 어렵기는 매한가지. 챔피언티 408m, 레귤러티 377~391m, 레이디스티 352m. 정남배 클럽챔피언은 "개인적으로 서코스 5번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고, 이학 아시안 투어 규칙분과위원장도 역시 "서코스 5번과 9번홀의 핸디캡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눈앞에 해저드가 있는 데다 파4홀치고는 우선 길다. 페어웨이 약간 우측, 레귤러티 기준으로 230m 지점에 대형 벙커가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볼을 안착시킬 수 있는 페어웨이가 좁기 때문이다. 벙커 우측은 낭떠러지이다. 다행히 벙커 앞쪽에 볼을 떨어뜨렸다 해도 홀 자체가 약간 우측 도그레그형이라 그린이 보이지 않아 세컨 샷 공략이 어렵다. 해서, 반드시 벙커 좌측 페어웨이로 공략해야 되기 때문에 티샷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컨 샷도 티샷 못지않게 정확성을 요한다. 그린 좌측에 커다란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우측으로 공략하다 OB가 자주 발생한다.

그린 자체도 작은 데다 그린 앞쪽과 좌측이 높아 2온 자체가 어렵다. 결국 9번홀은 버디 욕심을 내지 않고 파 세이브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하며 주말골퍼들은 보기를 하면 선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남코스 7번홀.

남코스 7번홀 벙커샷.

폼이 좀....



파4 핸디캡5 남코스 7번홀은 우측 페어웨이부터 그린 뒤쪽까지 온통 해저드로 구성돼 있어 전략적 샷이 필요하다. 챔피언티 375m, 레귤러티 339~361m, 레이디스티 321m. 우측 해저드로 빠지는 슬라이스 OB 는 절대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를 의식해 당겨치면 왼쪽의 카드길과 벙커 러프 그리고 마운드 쪽으로 볼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럴 경우 세컨 샷이 어려워진다. 그린 우측과 뒤에는 해저드가, 앞쪽에는 벙커가 있어 세컨 샷은 반드시 약간의 여유 공간이 있는 왼쪽으로 보내야 한다. 그린은 우측으로 경사가 있으며 약간 2단 그린이라 퍼팅 또한 쉽지 않다.

파3홀에 웬 드라이버

전체적으로 볼 때 에이원CC는 파4, 5홀보다 파3홀이 어렵다.

챔피언티 196미터, 화이트티도 170미터인 서코스 6번홀. 그린 앞 좌측 벙커가 어른 키보다 높은 항아리 벙커다. 무조건 그린 우측으로 공략해야 한다.

대표적인 홀이 핸디캡3인 서코스 6번홀. 챔피언티 196m, 레귤러티 170~182m, 레이디스티 156m. 앞바람이 몹시 불면 프로들도 드라이버를 잡는 홀이다. 우선 거리에서 주눅을 들게 한다. 그린 바로 앞에는 3m 깊이의 항아리 벙커와 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린 좌우 뒤에도 벙커가 포진해 있다. 포대그린이라 기술적으로 우드로 칠 때도 런을 줄이기 위해 공을 띄워쳐야 한다. 비교적 장타자인 정남배 챔피언은 평소에는 5번 우드, 뒷바람이 불 땐 4번 아이언 또는 7번 우드를 잡는단다.

길게 쳐서 뒤쪽에서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정면 뒤쪽이 그나마 약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앞 핀일 경우 그린 우측 공략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하여튼 티샷이 95%의 승패를 좌우하는 홀이다. 이 홀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저 2온 2펏의 자세로 임하는 게 화를 면하는 지름길이다.


핸디캡2의 남코스 6번홀.

핸디캡2의 남코스 6번도 난이도가 높은 홀이다. 챔피언티 186m, 레귤러티 157~172m, 레이디스티 140m. 길지만 그린 앞 좌측 깊고 커다란 벙커에 유의해야 한다. 그린 우측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 그쪽으로 티샷을 보내면 무난하다.

이런 홀 저런 홀, 이런 재미 저런 재미

남코스 2번홀.
남코스 2번홀 세컨샷.

핸디캡1 남코스 2번홀은 티잉그라운드가 약간 우측을 보고 있어 슬라이스 OB가 자주 발생한다. 이를 의식해 왼쪽으로 치면 마운드가 여럿 있는 데다 홀 자체가 약간의 우측 도그레그형이라 거리를 손해보면서 세컨 샷이 어려워진다. 중앙에서 약간 우측으로 공략하면 정석이다. 싱글핸디캐퍼 정도 되면 페이드볼을 구사하면 유리하다. 세컨 샷은 왼쪽 숲을 보고 쳐야 되지만 조금만 비켜나면 OB날 확률이 높다.

서코스 7번홀.

파4 핸디캡6 서코스 7번홀은 벙커를 기준으로 IP지점이 좌우 양측 두 개가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션힐스CC에서 즐겨 사용하는 레이아웃이라 흔히 미션힐스 스타일이라 부른다. 벙커까지는 레귤러티 기준으로 200m. 아무 생각없이 치면 벙커에 빠뜨리기 일쑤다. 페어웨이가 넓은 좌측은 안전한 반면 거리에서 손해를 본다. 우측 페어웨이는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어렵지만 세컨 샷 공략하기가 쉽다.

서코스 4번홀.

파5 핸디캡8 서코스 4번홀은 핸디캡에 비해 주말골퍼들이 애를 먹는 홀이다. 챔피언티 468m, 레귤러티 434~452m, 레이디스티 415m.

곡선이 풀린 긴 S자 형태여서 티샷은 드로볼을, 세컨 샷은 페이드볼을 구사하면 안성맞춤이다. 하나, 티잉그라운드가 우측을 보고 있어 슬라이스로 인한 깊은 그라스벙커에 빠지는 일이 잦다. 동행한 강윤경 캐디는 "아마추어들에게 다가오는 체감 핸디캡은 3정도 되는 것 같다"며 말했다.

그린이 어려운 홀은 남코스 7, 4번홀과 서코스 9번홀이며, 서코스 1번홀은 착시현상이 있다.

팁-깊은 벙커 탈출은 이렇게

벙커에 볼이 빠지면 사실 난감하다. 하지만 골프는 멘탈게임이 아닌가.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정답이 없다시피 한 급경사 내리막 깊은 러프에서의 트러블 샷보다는 훨씬 마음 편하게 때릴 수 있는 것이 벙커 샷 아닌가. 물론 방법을 정확히 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하지만 일반 벙커가 아니라 항아리급 깊은 벙커라면 대응책이 달려져야 한다. 에이원 서코스 6번홀의 항아리형 벙커가 좋은 예다. 3m쯤 되는 벙커는 워낙 깊어 계단이 있을 정도다. 흔히 벙커 샷은 오픈 스탠스에 클럽페이스를 오픈시키고, 볼 뒤의 모래부터 쳐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평범한 벙커에서 핀에 붙이기보다는 탈출을 우선으로 할 때의 방법이다.

6번홀의 벙커는 그린과 거의 붙어 있다.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칼 라비토 골프아카데미에서 티칭프로로 활동 중인 이준식 프로는 이렇게 설명했다. "클럽페이스는 반쯤 정도 열고, 볼 위치는 왼발 뒤꿈치와 나란히, 체중은 왼발에 고정시키고 볼 2~3㎝ 뒤를 쳐야 합니다. 물론 스윙은 크게 하되 피니시를 끝까지 해야 됩니다. 양손은 가급적 낮게하고 볼 뒤에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하체를 잡아 체중이동이 없어야 합니다."

언급 안 된 홀의 사진을 덧붙입니다. 언급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절대 서비스홀이 아닙니다. 모든 홀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핸디캡이 다 있지 않습니까.

남코스 1번홀.
남코스 3번홀.
남코스 4번홀.
남코스 5번홀.
남코스 5번홀.
남코스 8번홀.
남코스 9번홀.
서코스 1번홀.
서코스 2번홀.
서코스 3번홀.
서코스 8번홀.


금정산 계명봉~장군봉~고당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낙동정맥 284봉을 지나 만나는 벼랑끝 너른 전망대에서 서면 계명봉(왼쪽)과 장군봉(오른쪽) 그리고 그 사이로 저 멀리 금정산의 주봉인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아랜 경부고속도로.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장군봉 정상.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장군봉 정상.
장군봉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고당봉.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 저 멀리 부산 5산종주의 첫 기착지인 해운대 장산이 보인다.
고당봉 정상.
고당봉 뒤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물줄기가 보인다.
금정산 북문. 문을 통과해 내려서면 범어사, 우로 가면 동문.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서 바라본 최내 최장 금정산정. 정면으로 의상봉 무명바위가 보인다.
금정산 동문.


 이번 주는 부산 5산 종주의 마지막 구간. 이하봉~계명봉~장군봉~금정산 고당봉~백양산으로 이어진다. 해운대에서 출발해 기장군을 가로지른 후 이번엔 양산을 찍고 부산에서 끝을 내는 일정이다.

기장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번 구간도 산행팀은 산악 마라토너들과 달리 불가피하게 피할 수 없는 임도 구간을 제외하고는 능선과 능선을 이었음을 밝혀둔다.

산줄기 잇기 개념으로 접근하면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기장군 소두방재에서 용천지맥과 헤어진 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 계명봉 못 가서 낙동정맥과 만난 후 줄곧 낙동정맥길로 이어진다.

  
구체적 여정은 양산시 동면 동면우체국~감만조경~이하봉(222m)~임도~사거리(낙동정맥 갈림길)~284봉~지경고개(녹동육교)~농장 가로질러~밀양 박씨묘~계명봉(599m)~잇단 고당봉·장군봉 갈림길~장군평전(억새군락지)~장군봉~장군샘~금정산 고당봉~고당샘~금정산장~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부채바위 갈림길~나비안부~동문~산성고개~대륙봉~케이블카 정상~남문~만덕고개~철학로~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산불초소(돌탑봉)~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순. 동문까지 걷는 시간만 5시간50분, 동문에서 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린다.


양산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려 영천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좌측으로 간다. 동면우체국과 길모퉁이 '10번지 식당' 그리고 하천을 잇따라 지나 우측으로 가면 간이화장실. 좌측 너른터를 가로지른다. 알고 보니 '감만조경' 마당이다. 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갈림길. 우측 능선 끝으로 가면 입구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7, 8m쯤 올라가면 '부산 5산 종주 들머리, 이하봉 0.4㎞'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8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전망대. 정면 철마산을 기점으로 좌측 백운산, 우측으로 거문산이 손에 잡힌다. KTX 철로공사가 한창인 7번 국도 건너편이 기장 철마면, 산행팀이 오르는 이곳이 양산시 동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들머리에서 18분이면 이하봉(222m)에 올라선다. 작은 팻말이 걸려 있다. 조망은 없지만 숲 사이로 뾰족봉인 계명봉이 얼핏 보인다. 내려서면 밤나무밭을 지나 임도. 잡풀이 우거져 삭막하지는 않다. 5분 뒤 너른터. '전망대'란 팻말이 걸려 있을 만큼 시야가 트인다. 우측 저 멀리 운봉산에서 뻗어 내려오는 낙동정맥과 그 뒤 천성산이 확인된다. 여기서 친절하게 걸린 '등산로' 안내 팻말을 따라 좌측으로 올라선다. 키 큰 억새길을 거쳐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갈림길. 흔히 반듯한 좌측길로 가기 쉽지만 산행팀은 우측으로 올라선다. 이후부터 산길 좌측은 부산CC와 연결된다.
    
야산이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간혹 눈에 띄는 등 숲이 생각보다 울창하다. 5분 뒤 사거리.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낙동정맥과 만나는 지점이다. 직진한다. 이제부턴 낙동정맥 종주길이다. 지그재그 된비알로 8분 정도 힘겹게 올라서면 암봉인 284봉. 비로소 계명봉과 그 우측으로 고당봉 장군봉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3분 뒤 길 우측에 벼랑끝 너른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으로 경부고속도로와 방금 본 계명 고당 장군봉이,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이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낮은 능선, 그리고 저 멀리 선암산 토곡산 등 양산의 산과 염수봉 시살등 영축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도 희미하나마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12분이면 도로(지경고개)에 내려선다. 바닥에 '5산 종주'라고 적혀 있다. 좌측은 부산CC, 산행팀은 우측 녹동육교를 건너 부산~양산 지방도를 건너 우측으로 간다. 부산-양산 시경계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올라선다. 입구에 '자두농원'이라 적힌 간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7분쯤 오르면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직진형 왼쪽으로 가면 독립가옥을 가로질러 곧바로 산으로 오르는 너른 길이 열려 있다. 오른쪽으로 가도 역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왼쪽에 보인다. 두 길 모두 잡풀이 무성한 개활지 좌우 끄트머리로 올라 숲으로 진입한 후 밀양 박씨묘를 지나 만나는 갈림길 앞에서 만난다. 두 곳 모두 리본을 걸어 놓았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일 만큼 급경사다. 6분 뒤 밧줄을 잡고 오르면 전망대. 정면으로 천성산과 그 우측으로 대운산 석은덤 철마산 거문산 등이 보이고 발 아래론 방금 지나온 능선길과 부산CC가 한눈에 펼쳐진다.

  
계명봉은 전망대에서 5분이면 올라선다. 계명봉은 오래전엔 독립봉으로 보고 계명산으로 불렀지만 지맥이 금정산과 이어져 있어 계명봉으로 불린다. 돌무더기로 쌓은 제단 위에 검은색 키작은 정상석이 서 있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금정산 주능선 쪽으로는 시야가 트여 있다. 고당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 부채바위 나비암이 확인된다. 좌측은 계명암 범어사 봉화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15분쯤 뒤 안부 갈림길. 왼쪽은 범어사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임도, 산행팀은 장군봉을 향해 직진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 임도로 고당봉 아래로 달린다.

이어지는 산길. 도중 작은 계곡을 두고 길이 갈린다. 둘은 만나지만 계곡 건너편 길이 주 산길이자 능선길이다. 9분 뒤 임도 같은 갈림길. 오래전 철탑을 세우기 위해 만든 길로 왼쪽은 고당봉,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한 굽이 올라서면 우측으로 샛길이 열려 있다. 지름길이자 원래 산길이다. 그늘진 오르막 숲길이다. 15분쯤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전망대에 선다. 정면으로 5산 종주의 출발점인 바다를 낀 장산을 시작으로 기장과 양산을 거쳐 지금까지 내달려온 능선길과 봉우리가 한눈에 가늠된다. 우측으론 고당봉이, 발아랜 내원암과 범어사도 확인된다.

6분 뒤 길찾기에 유의해야 하는 갈림길. 왼쪽은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 산행팀은 낙동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장군봉을 찍고 고당봉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소위 억새군락지인 장군평전이 시작된다. 낙동강을 배경삼아 펼쳐지는 키작은 억새의 몸부림이 살갑게 다가온다.

 9분이면 장군봉에 올라선다. 멀리서 보면 장군의 늠름함이 느껴져 구덕산악회 고 장두석 회장이 이렇게 명명한 후 일반화됐다고 전해온다. 가덕도 연대봉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봉화산 보배산 굴암산 불모산 신어산 무척산 오봉산 토곡산 선암산 천마산 오룡산 영축산 천성산 대운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왔던 길로 내려간다. 갈림길서 좌측 낙동정맥 갈림길 방향 대신 우로 내려선다. 15분 뒤 장군샘.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내달리면 조그만 바위 앞에 눈길이 꽂힌다. '梵魚寺基(범어사기)'라고 음각된 화강암이다. 범어사의 토지 경계를 알리는 이른바 석표(石標)다.

이어 잣나무길을 지나 산죽길을 벗어나면 마애불 갈림길. 마애불은 80m쯤 내려가면 만난다. 1000년의 오랜 성상 동안 비바람에 씻기면서 말없이 방문객을 맞아 준다. 다시 잣나무 숲길. 정면에 고당봉의 암벽이 웅장하다. 곧 임도와 만난다. 산악마라토너들은 계명봉에서 내려와 이 임도로 올라온다.

이제 산행은 반듯한 길의 연속. 고당봉은 불과 600m. 금정산 특유의 보석 같은 바위들이 산사면에 속속 박혀 있다. 기암괴석들은 괜히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과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렀겠는가.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풀과 한 화면에 넣으면 멋진 풍광으로 다가온다.

이내 정상 직전 갈림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하지만 산악마라토너들은 좌측길로 돌아 고당샘으로 내려온다. 고당봉을 우회하는 셈이다. 바위길을 올라 나무계단과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이내 고당봉. 8분쯤 걸린다. 거칠 것 없는 조망이다. 북으로 장군봉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이 보이고 1300리를 흘러온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다.

북문을 향해 내려선다. 수백년간 비바람을 맞고 자리해오고 있는 당집인 고모당과 고당샘을 지나면 금정산정과 북문. 샘터인 세심정도 있다. 20분 걸린다. 왼쪽 북문을 통과해 내려가면 범어사, 오른쪽 임도 방향은 옛 천주교 목장을 지나 산성마을, 산행팀은 동문(4㎞) 방향으로 직진하며 오른다. 백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인 이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 트레킹 코스라 해야 더 어울린다. 잘 정비된 너른 돌계단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녀 단단해진 흙길은 실망스럽지만 국내 최장 금정산성의 매끈한 곡선미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15분이면 삼각점이 위치한 원효봉에 올라서고 이어 의상봉도 지난다. 의상봉은 멀리서 볼 경우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빼닮아 사자봉으로도 불린다. 그 옆(동쪽)으로 금정산 최대 암장인 무명암이 뻗어 있다.

중성과 연결되는 제4망루를 지나면 북문과 동문의 중간지점인 무명안부. 오래전 암벽등반을 하던 산꾼들은 여기서 텐트를 치고 무명암과 부채바위를 오갔다. 나비 안부는 여기서 13분 뒤. 20, 30년 전 할머니 파전으로 유명했던 이곳에는 '구서동 2.9㎞'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산행은 막바지. 나비안부에서 동문은 20분 걸리고, 여기서 산성로 버스정류장까지는 5분 소요된다.

산행팀은 여기서 산행을 접었다. 동문에서 백양산을 거쳐 어린이대공원까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데다 거의 외길이어서 길찾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여정은 산성고개~대륙봉~제2망루~케이블카 정상~만덕고개~자연학습장~금정봉 갈림길~만남의 숲~돌탑봉(산불초소)~불태령(주지봉 갈림길, 돌탑봉)~백양산 직전 낮은 돌탑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내 학생문화회관 순이다. 동문에서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장군샘, 지역 산악인 최남준씨팀 조성, 공로상감


장군봉에서 고당봉 가는 길에 위치한 일명 장군샘은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을 역임한 최남준 씨가 후배 산악인인 조병주 김무길 그리고 최근 타계한 김희조 씨와 함께 사비를 들여 만든 샘터이다. 최 대장은 금정산의 장군샘 이외에도 남문 인근 수박샘, 동문 인근 북바위샘도 역시 사비로 후배들과 함께 조성했다.

최 씨를 잘 아는 한 지인은 "약수터 조성을 위해선 돈은 물론이고 장마철 평상시 갈수기 가뭄 때 등 적어도 네다섯 번 정도를 가야 하는 성의가 있어야 된다"며 "산을 사랑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 악계에서 단연 공로상감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아는 산꾼들은 드물다.

장군봉의 정상석에는 해발고도가 734.5m라고 표기돼 있지만 국토정보지리원의 최신판 지형도에는 737m로 정정돼 있다. 산행팀은 최신판의 해발고도를 따랐다. 계명봉에도 601.7m로 적혀 있지만 새 지형도에는 599m로 표기돼 있어 역시 최신 버전을 따랐음을 밝혀둔다.


◆ 교통편 - 울산행 버스 타고 양산시 '동면우체국' 정류장서 하차

지하철 1호선 노포동종합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울산 가는 아무 버스나 타고 '동면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린다. 환승을 하기 위해선 부산 버스를 타야 하지 않을까. 날머리 동문에서 오가는 산성 버스의 배차 간격은 20분이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동남권 삼도봉' 품은 원효의 화엄도량
봄 진달래· 여름 계곡 · 가을 단풍·겨울 눈꽃
부산 울산 경남 경계… 보기보다 벅찬 코스
하산길 울창한 숲 도통골 폭포·소 더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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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봉(일명 불광산)을 지나 대운산 가는 도중의 전망대(왼쪽)와 대운산 정상.
 
 
 세 지자체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를 의미하는 삼도봉(三道峯). 백두대간에는 실제로 삼도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셋 있다.

우선 지리산 서부능선 상의 삼도봉(1550m). 경남(하동) 전남(구례) 전북(남원)의 경계에 솟아있다. 3도 경계라는 사실 이외에는 별 특징이 없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을 가르는 삼도봉(1177m). 이웃한 지자체가 완전히 달라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가 흔히 붙는다. 정상에는 3개 도민들이 지역 간 화합을 다짐하기 위해 세운 대화합 기념탑이 서 있다. 오리지널 삼도봉의 남쪽 바로 아래에 위치한 또 다른 삼도봉(1249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경남(거창)의 경계에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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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염(왼쪽)과 꿀풀.

부산 인근에도 찬찬히 찾아보면 이와 유사한 삼도봉이 속한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대운산 660봉이다. 흔히 주봉은 울산과 경남 양산의 경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주봉의 남서쪽에 위치한, 지금도 기장 장안사 쪽에선 불광산이라 불리는 660봉이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그리고 양산 웅상의 경계를 이루며 삼도봉 역할을 하고 있다.

원효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진 대운산은 전형적인 육산. 양산 웅상의 명곡이나 기장 장안사 인근 척판암, 그리고 울주 상대주차장 등 어디로든 접근이 용이해 영남알프스 못잖게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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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왼쪽)와 속은노루오줌.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은 결코 아니다.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가을이면 만산홍엽 단풍이, 겨울이면 동해와 인접해 연신 내리는 눈으로 사시사철 꾸준히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특히 여름이면 주 계곡인 상대계곡을 비롯, 도통골 박치골 내원암 계곡 등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하지만 부드럽고 그윽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속살로 파고 들면, 암팡진 산세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은근히 체력을 고갈시킨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빼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에선 기복이 심해 여름철에는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고 말했다.

   
산행은 울주군 온양읍 상대 제3주차장~능선 안부~장안사 갈림길~첫 이정표~잇단 척판암 갈림길~능선 삼거리~벤치에 이어 660봉~시명산·대운산 갈림길~대운산 정상~헬기장~제2봉·도통골 갈림길~도통골~무명 폭포와 너른 소~대피소(화장실)~임도~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으로 한여름 산행지로는 다소 벅찬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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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운산 등산안내판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15m쯤 떨어진 지점,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입구에는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이다. 한적한 숲 발 아래는 까치수염 노루발 등이 눈에 띈다. 13분 뒤 너른 터이자 능선 안부. 왼쪽은 상대마을, 오른쪽으로 간다. 10m쯤 뒤 다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 대신 뚜렷한 왼쪽길로 간다. 이내 지계곡.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명례마을 하산길, 오른쪽으로 간다.

무덤과 사거리 안부를 잇따라 지나면 비로소 우측에 대운산이 숲 사이로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등로는 대운산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지형지물 하나없는 평범한 산길이 계속된다. 등로 왼쪽은 장안사(부산 기장), 푹 꺼진 오른쪽은 상대계곡(울산 울주) 방향이다. 등로 한 지점에선 장안사 주차장과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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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골 하단부에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3단 폭포와 너른 소가 기다린다. 예상치 못한 이 명소에 50대로 보이는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수영을 즐기고 있다.
 
그늘이 시원한 절개지 삼거리에 서면 비로소 확 트인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 대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17분 뒤 V자 소나무 앞 삼거리서 첫 이정표. 왼쪽 시명산 방향으로 간다.

4분 뒤 다시 척판암 갈림길. 골바람이 시원하다. 두 번째 척판암 갈림길을 지나면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깔끔한 월성 김씨 묘를 지나 100m쯤 더 가면 능선 삼거리.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의 산줄기와 등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표 기둥만 달랑 서 있다. 그 옆으로 한전 기장지점에서 걸어놓은 대운산 플래카드가 보인다. 이 길은 통상 장안사쪽에서 척판암을 거쳐 대운산 또는 시명산으로 향하는 등로이다.

직진한다. 하늘을 가린 울창하고 넓은 숲길이 이어진다. 까치수염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30여 분. 보랏빛 꿀풀 군락지를 지나면 된비알이 기다린다. 도중 입구에 리본이 걸린 오른쪽 갈림길이 하나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힘든 오름길을 택한다. 밧줄도 매어져 있다.

된비알이 끝날 무렵 벤치 둘. 여기서 2, 3분 뒤 만나는 정점이 부산 울산 양산의 경계지점이자 일명 삼도봉인 660봉이다. 사위가 꽉 막혀 있다. 왼쪽이 부산 기장, 정면에서 2시 방향까지 경남 양산, 오른쪽이 울산 울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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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갈림길. 직진하면 시명산, 대운산을 향해 우측으로 내려선다. 2분쯤 지나 왼쪽 뒤로 시명산 가는 길이 하나 더 나온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부산을 벗어나 등로 왼쪽은 양산, 오른쪽은 울산이다.

시명사와 상대계곡으로 각각 빠지는 사거리를 지나면 바람이 시원한 벤치에 닿는다. 다시 내리막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운산 정상이 아득하다.

등로는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로 이어진다. 고행길이 한 번 남은 셈이다. 숲 속 한 켠의 털중나리꽃이 반갑다. 17분쯤 땀을 바짝 흘리면 돌탑이 나타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5분 더 가면 마침내 대운산(742m) 정상. 정상석을 등지고 10시 방향의 봉우리가 시명산, 정상석 뒤 저 멀리 동해 바다는 흐린 날씨 탓에 아쉽게 희미하다.

왼쪽 대운산 제2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정상에 서 있는 등산안내도 상의 ③번 길이다. 정상석 뒤 상대마을로 직진하는 길은 ④번이다. 두 길은 계곡물이 불어나는 지점에서 만난다. 흔히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큰바위 인근의 용심지(암자터)는 ④번 길에 있다.


곧 헬기장. 우측 저 멀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선명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제2봉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제2봉이니 오른쪽 상대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급경사길이어서 밧줄이 매어져 있다. 15분쯤 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사실상 급경사길은 끝. 이때부터 두 갈래로 지계곡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숲이 울창한 데다 너른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가 여느 이름난 계곡 못지 않다.

이렇게 10여 분. 용심지쪽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정상에서 1.8㎞ 지점. 산행 막바지다.

다시 10분 뒤 산길을 벗어나면 첫 번째 대피소. 이때부터 임도. 3분 뒤 도통골의 백미 폭포와 너른 소에 닿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7, 8명의 산꾼들이 팬티만 입은 채 물놀이할 정도로 깊고 넓다. 여기서 두 번째 대피소를 지나 들머리인 주차장까지는 대략 3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660봉,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 
 
기장 장안사나 척판암에 가보면 아직도 관광안내판에 불광산(佛光山)이란 이름이 나온다. 동국여지승람이나 이곳 오래된 읍지에 불광산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 삼각산도 이 불광산에 포함된 듯하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후 이 불광산이 대운산 삼각산 시명산으로 각각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기장 장안사쪽에선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를 지금도 불광산이라 부른다. 오래 전과 달리 협의의 불광산인 셈이다.

이창우 대장은 "지금처럼 대운산의 존재를 인정할 경우, 주변 산세를 고려해볼 때 660봉을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날머리 도통골은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골짜기. 이 도통골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과 가장 가까운 파르티잔의 소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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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엔 관광도.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왼쪽)과 내원암 주차장 내 5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를 형상을 하고 있다.

상대마을의 한 팔순 노인에 따르면 1951년 말 대운산에는 50여 명의 북한 패잔병들과 50여 명의 토착 파르티잔이 있었는데 그 본부가 도통골 끝자락이었다. 이들의 대장은 홍길동으로 불리는 인물로 워낙 신출귀몰한 기습을 해와 수 차례에 걸친 경찰의 토벌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듬해 봄 산불을 질러 파르티잔을 괴멸시켰다. 그 영향으로 도통골을 비롯한 대운산은 지금도 아름드리 나무가 드물다.

# 교통편-남창서 상대마을까지 마을버스 이용

해운대역 맞은 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800원. 지하철 2호선을 탈 경우 해운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남창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맞은 편에서 대운산(상대마을)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900원. 대운산 제3주차장에서 남창행 마을버스는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남창에서 해운대 터미널행 버스는 자정까지 있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전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5분 두 차례 있다. 1시간 걸리고 2800원. 남창에서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6시2분 단 한 차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부산과 울산을 잇는 14번 국도를 타면 된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온양~기장군청 지나~울산 울주군 온양읍 입간판 지나~장안사 입구 지나~상대 하대 대운산(입구에 '산여울' 간판)~대운산 내원암 계곡~굴다리 통과~대운산 제3주차장 순. 주차비 무료.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0> 양산 시명산


울창한 숲 우산삼아 운무 헤치고 오르니 신선인줄 착각하네

3시간 30분 원점회귀, 우중산행 적합
정상 오르면 달음산·삼각산이 한눈에
하산길 시명골 발 담그니 피로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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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명산 등산로 숲터널.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딱 알맞다.  


 
산에 문외한인 범부들이 이맘때면 기자에게 가끔씩 던지는 질문 하나.
"장마철에 본격 들어선 요즘 산에 가지 못해서 어떡하죠."

우중산행의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맛을 경험해본 산꾼들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땡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여름보다 빗발이 적당히 흩날리는 장마철이 산행하기에 더욱 편하다.

요즘 동호인들은 점차 대담해져 강풍을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지지 않는 한 이제 웬만큼 비가 와도 꾸준히 산을 찾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실제로 가까운 금정산 등 근교산에는 과연 비오는 날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중 산꾼들의 행렬이 자주 목격되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굳이 장마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봄 가을의 비오는 날에 떠나는 산행은 평상시 느끼지 못한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우선 공기가 아주 맑다. 기본적으로 쾌적한데다 비 때문에 먼지 하나 없어 상쾌하다.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신록이 무성한 숲속에 운무가 담배연기처럼 눈앞을 스쳐갈 땐 신선이 된 듯한 묘한 신비감마저 든다. 사계절 아침 저녁으로 시시각각 산의 모습이 변한다고 하지만 이때가 가장 인상적이라는 것이 경험많은 산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또 한가지. 사소한 것 같지만 눈 주위를 아른거리는 아주 귀찮은 존재인 날파리가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그렇다고 아무 산이나 무턱대고 오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진흙탕이 되는 산길이나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 산행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국제신문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은 인간에게 하염없이 고마움을 안겨다 주지만 한편으로 신중치 못한 산꾼들의 목숨을 가차없이 앗아가는 야누스적인 존재인 만큼 우중산행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때문에 복장에도 특히 신경써야 한다. 비에 젖으면 늦게 마르고 보온도 안되는 면류의 평상복 보다는 반드시 등산용 기능성 의류를 착용해야 한다. 젖은 면바지를 오랫동안 입은 채 산행하면 최악의 경우 저체온증으로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올 장마는 예년에 비해 비오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산행팀은 이 점을 감안, 부산 기장과 양산의 경계에 위치해 잠시 짬을 내 다녀올 수 있는 시명산을 찾았다. 햇빛이 쨍쨍 비춰도 숲이 울창해 자외선을 막아줘서 좋고 비가 오면 산길 주변 풀잎에 맺힌 이슬 아닌 이슬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 또한 상큼하다.

산행은 양산 웅상읍 명곡~외딴 민가~주능선(사거리)~시명산 정상(675m)~119조난위치 표시판~시명계곡~시명사~명곡저수지~명곡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길이 비교적 평탄한데다 하산길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쉴 수 있는 계곡도 만나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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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시명골 계곡.  
 

웅상읍 명곡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바로 보이는 '24시 빅세일마트'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명곡리'임을 알리는 이정석과 웅상성당 시명사 웅상초등 입구 등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웅상초등학교와 명곡회관을 잇따라 지나 왼쪽 영진빌라쪽으로 가면 갈림길. 정면의 (주)코스믹 비지니스 우측으로 가면 또 갈림길. 왼쪽으로 간 후 다시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삼천리 자전거'. 우측으로 가서 산죽을 끼고 돌면 도로공사 현장. 이 길을 건너 논을 따라 간다. 소류지를 지나 마을과 동떨어진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정류장에서 15분 정도. 참고로 등 뒤로 보이는 암봉은 천성산이다.

송림이 기분을 아주 맑게 해주는 산길이다. 두 사람이 편안히 얘기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을 만나지만 곧 합쳐지는 길이니 개의치 말자. 하얀 나비와 흰 큰까치수염이 이따금 눈에 띌 뿐 하염없이 산길은 편안하게 이어진다. 이른바 명상로다.

고개 안부에서 가족묘지군을 지나 25분쯤 뒤 다시 갈림길. 우측 물마른 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20여분 뒤 소나무 아래 너른 터. 우측으로 간다. 왼쪽으로 가면 565m봉으로, 거기서 산길이 끝난다.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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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 새가 집을 비운 사이 잠시 '찰칵!'. 자귀나무. 서양에선 비단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분홍생 우산 모양의 꽃이 여름 장마비에도 끄덕 없이 잘도 핀다.  

잠시 길이 험해지다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보이는 너른 쉼터에 닿으면 직진한다.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사거리 주능선. 시명산 대운산으로 이어지는 왼쪽길로 간다. 참고로 직진 또는 우측으로 가면(이 두 길은 곧 만난다) 석은덤 장안사 매곡마을 정관으로 이어진다.

주능선에서 20분이면 상봉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도 떨어져 나가고 기둥만 서 있다. 잠시 쉬어가라고 그루터기 4개가 쓸쓸히 모여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아시아드골프장 뒤로 석은덤과 용천산이 이어지고, 석은덤 우측 뒤로 달음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엔 삼각산, 발밑은 장안사계곡.

상봉에서 3분 뒤 작은 봉우리.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우측으로 가면 대운산가는 길. 참고로 이 길은 660m봉에서 우측 열린 길로 가면 장안사와 척판암을 만난다. 산행팀은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으로 간다. 잠시 숲이 트이면서 하산길인 시명계곡과 웅상읍 서창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천성산과 정족산도 보인다.

비탈길로 10분 정도 내려오면 숲 사이로 방금 올라온 능선도 확인된다. 정상에서 30분 뒤 119조난위치 표시판에 닿는다. 바로 옆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물도 있으니 점심은 여기서 하도록 하자.

비록 유량은 적지만 물이 맑고 찬데다 100m쯤 내려오면 와폭에 이은 너른 소도 만난다. 여기서 10분 뒤면 산을 벗어나 산행은 사실상 끝. 4분만 더 가면 시명사에 닿고, 여기서 대운산 산길도 열려있다.

시명사에서 계곡을 따라 너른 길로 내려온다. 너른 반석에 풍광이 좋다고 생각되면 곳곳에 천막이 쳐져 있어 산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후 명곡저수지~도로공사 현장을 지나 우측 저멀리 명곡하와이가 보일 무렵 왼쪽 웅상성당쪽으로 간다. 명동슈퍼를 지나 7분쯤 걸으면 명곡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시명골 너른 반석 장사꾼 독차지

일명 팔기산으로도 불리는 시명산은 원래 대운산~시명산~석은덤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의 한 기착점이다. 혹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장안사와 원효대사가 수도 중에 중국으로 판자를 던졌다는 척판암을 거쳐 시명산 또는 대운산에 오른 후 명곡, 서창, 상대 방면으로 하산하는 경우 들르는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예부터 대운산 시명산 일대를 통틀어 불광산이라 불렀다. 이후 언제부터 대운산(大雲山)으로 불렸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울산지명사에 따르면 불광산(佛光山)은 '밝은 성읍터의 산', 대운산은 '광명의 산'으로 모두 같은 뜻을 지닌다고 한다.

장마철이다. 어디로 갈까 고민되는 동호인들에게 시명산을 권하고 싶다. 성에 차지 않으면 이미 소개한 대운산과 석은덤 코스를 적당히 응용하면 될 듯하다.

아쉬운 점 하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시명골은 엉망이다. 산에서 흘러내려온 수정같이 맑은 물은 지역 주민들이 일반인들이 접근을 못하게 철조망을 쳐서 굵은 파이프로 취수를 하고 있다. 계곡에 물이 적은 결정적인 이유이다.

그나마 숲이 우거지고 물이 좀 흐르는데다 너른 반석이 있는 곳은 하나같이 상인들이 천막을 쳐서 막걸리나 각종 음식물을 팔고 있다. 심지어 에어컨을 단 컨테이너 가건물까지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계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하루빨리 행정당국의 단속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통편-노포동서 247, 2100번 버스타고 명곡 하차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1호선 노포동 종점에서 내려 터미널 바깥으로 나와 울산 또는 서창 방면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웅상읍 명곡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247, 2100번 등이 있다. 15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7번 국도 경주 울산 방향~울산 7번 국도~24시 빅세일마트~웅상초등학교~명곡회관 내지 영진빌라 주변에 주차하면 된다.

※대중교통편은 변동될 수 있으니 확인해야.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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