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떠오르는 경주 포항 지역 억새 산행지
10여 년 전 문닫은 옛 오리온목장 자리
짧은 코스 3시간 남짓, 긴 코스 5시간 50분
1시간 걸리는 계곡은 만추 단풍으로도 유명 

최근 경주 포항 지역에서 억새 산행지로 가장 유명한 경주 무장산은 보문단지와 덕동호 인근에 위치해 있어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늘 새로운 산을 갈망하는 산행팀. 이번 주는 최근 경주 포항 지역에서 억새 산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경주 무장산을 소개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도 표기돼 있지 않은 무장산은 포항 오어사를 품은 운제산과 경주 토함산을 잇는 이른바 운토종주길상의 그냥 스쳐 지나가는 624봉으로 불리다 지난해 한 산꾼이 정상의 조그만 돌에 '무장산'이라고 적은 이후 지금까지 '무장산'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금은 돌 대신 '경주 무장산 624m'라고 적힌 세로 모양의 나무판이 걸려 있다.

그렇다고 '무장산'이 전혀 근거없는 이름은 아닌 듯하다. 바로 이 산 중턱에 무장사지 삼층석탑이라는 보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무장산은 무장사에서 비롯된 이름인 셈이다.
  
무장사는 어떤 절이었을까. '투구 무(), 감출 장(藏) 자를 쓰는 무장사(藏寺)는 태종무열왕(김춘추)이 삼국을 통일한 후 투구 등 병기를 묻은 곳이라고 삼국유사에서 일연은 적고 있다. 병기가 필요없는 평화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태종무열왕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경주시 암곡동에 위치한 무장산이 억새 산으로 변모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 지난 1970년대 초부터 산 정상부에 젖소를 키우던 오리온목장이 1996년 문을 닫으면서 그 너른 초지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차츰 억새군락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망도 빼어나 발아래 보문단지, 포항 앞바다 철강단지 그리고 단석산 토함산 동대봉산 함월산 운제산 등 경주 포항의 웬만한 산들은 죄다 확인 가능하다.

산행은 경주 암곡동 왕산마을~암곡펜션 입구~입산통제소(산불관리초소)~무장사지 삼층석탑~억새군락지(옛 오리온목장)~무장산 정상~폐비닐하우스 앞 갈림길~안부~성황재 갈림길~잇단 전망대~664봉(삼각점)~650봉~안부 갈림길~황룡사지·동대봉산 갈림길~동대봉산 갈림길~임도~출입문~상수원 보호구역 초소~왕산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산행은 크게 계곡 억새군락지 숲길 등 세 부분으로 구분돼 재미 또한 적지 않다.


      
 들머리는 암곡동 왕산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마을 이정석과 암곡소망교회를 지나 포장로를 따라간다. 갈림길에선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어 길 우측으로 보이는 상수원보호구역 초소 쪽이 원점회귀를 위한 하산길이다.

본격 들머리. 무장사지 삼층석탑 안내판과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옛 오리온목장까지는 무장골이라는 계곡길을 거쳐야 한다.

10여 분 뒤 '암곡펜션'이라 적힌 입간판이 안내하는 우측으로 내려가 잠수교를 건너면 이내 암곡펜션 입구. 이제 계곡과 나란히 직진만 하면 된다. 두 번의 계류를 건너면 산불관리초소와 함께 '무장사지 삼층석탑 2㎞'라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그 옆에는 '멧돼지 출몰지역'이라는 안내문이 눈길을 붙잡는다.

널찍한 임도 수준의 외길로, 무장골이라 불리는 계곡길을 따라 걷는 이른바 계곡산행이다. 행정구역상 경주시에 속하는 이 계곡은 수려한 경관에 11월초까지 단풍이 울긋불긋 아름다워 억새와 단풍을 동시에 만끽하려는 산꾼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계곡길엔 볼거리도 적지 않다. 물가에는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길섶에는 형형색색의 들꽃들이 수줍은 듯 예의 고개를 숙이고 있다.

  
폭우로 인한 계곡 범람으로 간혹 포장로에서 떨어져 나온 부분과 여러 개의 관로가 널브러져 있긴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 계곡을 감싸고 있는 빽빽한 수림과 1000m급 명산의 계곡에 견줘도 전혀 뒤질 게 없는 너른 소와 기암괴석은 산꾼들의 발길을 때때로 멈추게 한다. 물도 얼마나 맑은지 지리산 어느 청정산골물이 안 부럽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해발 600m대의 산, 그것도 경주시에 위치한 조그만 산이 품은 계곡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운치있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무장사지 삼층석탑을 알리는 팻말 100m쯤 전에는 길 아래로 협곡이 숨어 있기도 하다.

들머리에서 '무장사지 삼층석탑 80m'라고 적힌 팻말까지는 47분. 발아래 우측 계류를 건너 산허리길로 산모롱이를 돌면 '무장사 사적비 이수 및 귀부'와 '무장사지 삼층석탑'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무장사지 삼층석탑.

무장사 사적비 이수 및 귀부.

작지만 아담하고 정겨운 삼층석탑과 이 터가 신라 때 무장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아미타불조상사적비의 이수 및 귀부를 잠시 둘러본 후 무장산 억새군락지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본격 억새군락지로 올라서다.

멧돼지가 많은가 봅니다.

   
  20분이면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능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지만 제대로 된 억새군락지는 아직 보이질 않는다. 곧 만나는 갈림길에선 반듯한 왼쪽으로 간다. 잡풀을 헤치고 나아가면 왼쪽에 다 쓰러져가는 귀곡산장을 떠오르게하는 폐건물이 을씨년스럽게 홀로 서 있다. 이 건물을 지나면서 등로는 오른쪽으로 휜다. 이때부터 본격 능선길이 시작된다.

'멧돼지 출몰지역'이라 적힌 팻말을 지나 무명봉을 살짝 넘으면 정면으로 산사면 전체가 억새인 듯 누런빛이 투명한 가을하늘에 투영된다. 이때부터 목장길을 따라 억새군락지를 따라 걷는다. 여느 억새와 달리 이곳 억새는 키가 크다. 해서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서럽도록 아름답다.

옛 목장의 폐 막사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무장산 억새가 유난히 키가 큽니다.

햇빛을 받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고 역광에 반사되면 금빛으로 이내 옷을 갈아 입는다. 억새만큼 변화무쌍한 들풀이 고금천지에 또 어디 있을까.

이어지는 억새오름길. 길 좌측 아래엔 대여섯 동의 폐막사가 보인다. 지형학적으로 크게 보면 폐막사 쪽 너른 터는 산상 분지인 듯하다. 올라올 때의 무장골물은 보문단지의 덕동호로 유입되는 반면 폐막사 뒤 계곡물은 포항 오어지로 들어갈 듯싶다.


초록의 이끼류가 낀 억새길을 따라 가다 보면 우측으로 피뢰침이 달려 있는 철주가 보인다. 그 지점이 무장산 정상이다. 도중 우측으로 철강단지가 있는 포항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무장산 정상은 뜻밖에 너른 터. '무장산'이라 적힌 세로의 나무판과 피뢰침과 작은풍향계가 붙은 철주가 서 있다. 마주보고 서 있는 봉우리가 산행팀이 발굴한 동대봉산이다.

다시 왔던 길로 내려선다. 시경계선으로 좌측은 포항, 우측은 경주땅이다. 우측으로 보문단지와 소금강산 구미산이 확인된다.

 9분 뒤 폐비닐하우스 앞 갈림길. 우측 억새길로 가면 무장골 입구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반면 산행시간이 너무 짧다.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6분 뒤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내려선다. 잡목숲을 헤치고 뚫으면 제대로 된 오름길. 이번 산행에서 만나는 첫 산길다운 길이다. 잠시 후 우측 숲사이로 무장산과 억새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갈림길. 좌로 내려서면 안부에 닿고 여기서 5분쯤 더 가면 삼거리와 만난다. 직진할 경우 능선을 따라 십자안부에 내려서면 추령 또는 성황재 방향이고, 우측은 계곡을 거쳐 황룡사지로 이어진다. 참고하길.

산행팀은 삼거리에서 우측길로 향한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모처럼 걷는 산길다운 산길이다. 쓰러진 소나무 지점에선 시야가 트인다. 정면으로 호미지맥으로 천년고찰 기림사를 품은 함월산이 보인다.

기림사를 품은 함월산, 골굴사를 품은 백두산, 그리고 토함산이 확인된다.


산사태가 난 지점을 지나면 앞서 본 조망을 정리해볼 수 있는 멋진 전망대에 올라선다. 좌측 뒤론 무장산과 철강공단이 있는 포항 앞바다, 정면으론 함월산과 우측으로 골굴사를 품은 백두산과 토함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삼각점이 위치한 664봉(산길에서 우측으로 40m쯤 떨어져 있음)을 우회해 내려서면 안부에 닿고 여기서 4분쯤 오르면 약간 너른터에 올라선다. 지도상의 650봉이다. 뒤돌아보면 무장산을 기점으로 왼쪽 뒤로 시루봉과 운제산이, 우측으론 방금 지나온 664봉이 확인된다.

머리 뒤로 방금 지나온 무장산과 억새밭이, 그 왼쪽 뒤로 포항 쪽 시루봉이 확인된다.

무장산 우측 뒤론 희미하지만 포항 앞바다 철강공단이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9분쯤 뒤 소나무 아래 전망대에 닿는다. 정면으로 동대봉산과 그 우측으로 호미지맥 분기봉이 보인다. 여기서 4분이면 안부 갈림길에 닿는다. 반듯한 왼쪽길로 내려선다. 3분 뒤 갈림길. 좌측은 황룡사지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길은 동대봉산 왕산마을로 각각 연결된다. 8분 뒤 동대봉산 왕산마을 갈림길. 일종의 안부로 V자 소나무가 서 있다. 좌측 동대봉산 방향 대신 우측 왕산마을 쪽으로 내려선다. 쓰러진 나무를 지나면 역시 갈림길. 좌측은 덕동(호) 방향, 산행팀은 직진하며 능선으로 올라선다.

포근한 숲길. 남쪽인 경주에선 단풍은 아직 멀었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봉우리 정점에서 반듯한 길 대신 좌측으로 내려선다. 두 길 모두 아래 임도에서 만나므로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지만 좌측이 능선길이라 굳이 이 길을 택했다.

하산은 임도길. 사진상의 좌측은 들머리 쪽인 왕산마을, 우측은 덕동호 방향이다.

5분이면 임도로 내려선다. 15분 뒤 오래 전 덕동과 왕산을 넘어다녔던 것으로 보이는 고갯마루에 닿고, 여기서 차량통제 출입문까지는 34분 걸린다. 이어 10분 뒤 우측 표고버섯 재배장과 좌측 운수암을 지나 상수원보호구역 초소에 닿고 여기서 왕산마을까지는 5분 걸린다.

날머리인 차량통제 출입문.

◆ 떠나기 전에 - 덕동호나 황룡휴게소로도 하산 가능

지난 1970년대 초 동양그룹이 경주시 암곡동에 148만5000㎢(약 45만 평) 규모로 조성한 오리온목장은 1980년대 초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5공 정권이 단행한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강제매각 조치에 의해 충청도 음성의 모 축산회사로 넘어갔다. '오리온'이라는 이름은 초코파이를 만드는 동양그룹의 오리온제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음성의 모 축산회사는 이후 목장을 계속 운영하다 1996년초 문을 닫았다.

재미있는 점은 문을 닫게 된 계기이다. 목장을 운영하던 당시에는 산행팀이 오른 계곡에 포장이 돼 있어 차가 다녔다. 하지만 이 진입도로는 비가 조금만 많이 와도 유실되고 심할 경우에는 아예 포장로의 상당 구간이 끊겨버려 유지 및 보수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나와 결국 문을 닫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오리온목장과 이웃한 지점, 즉 왕산마을에서 직진하면 오리온목장이지만 좌측으로 가면 오리온목장보다 규모가 더 큰 목장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이름은 대단위목장. 이 또한 오리온목장과 비슷한 시기에 생겨 역시 비슷한 시점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과거 탄광으로 유명한 봉명그룹이 소유했지만 지금은 (주)태영이 소유하고 있다 한다.

들머리 왕산마을 인근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장이었다고 한다. 왕산마을 못가 암곡가족수련원 근처 폐가가 바로 그것으로,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포로시설물로 치열한 전투장면의 촬영이 이뤄졌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산행 막판 동대봉산 분기봉에서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 왕산마을로 하산했다. 하지만 좀 더 산행을 즐기려면 좌측 동대봉산으로 가서 덕동호 인근 유리방마을이나 황룡휴게소인 사시목 방향으로 내려서면 훨씬 더 깔끔한 산행이 될 수 있음을 밝혀둔다.


◆ 교통편 - 100% 원점회귀 코스여서 승용차 편리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들머리 암곡동 왕산마을에 가기 위해선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정류장에서 18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6시15분, 8시5분, 9시55분, 11시45분. 1500원. 날머리 왕산마을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 5시40분, 7시40분, 8시45분(막차)에 있다.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울산 직진~보문관광단지 우회전~보문관광단지 천북 좌회전~포항 천북 좌회전(경주생활체육공원)~천북 암곡~암곡 덕동~암곡휴게소(암곡노인회관)~왕산마을 순.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흔히 토함산 하면 불국사 석굴암을 품은 산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산행팀은 관점을 달리했다. 알고 보니, 솔직히 말해 지형도만 보고 간 이번 토함산의 등로에는 온갖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지천인 자연 그대로의 보고였다.
 그렇다. 사람들이 유명산이라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산길로 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동반할 때가 왕왕있다. 일종의 횡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토함산이 그랬다..




근교산&그너머 <436> 경주 토함산

신라인 숨결 오간데 없고 발밑엔 산나물 야생화가 지천이네


황룡휴게소서 출발 상범마을 하산
발아래 그림같은 동해바다·보문호
3시간여 소요 가족산행지로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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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나이드신 어르신 세 분이 들머리 입구 조그만 가게에서 소주 한 병을 사들고 나왔다.
"젊은이도 토함산 왔나. 길은 알고 있째. 요기 다리 밑으로 내려가 개울건너 논두렁을 따라 가면 곧바로 산길이 나오지. 찾기 쉽지. 그럼 우린 먼저 간다네."

묻지도 않았는데 애써 친절하게 설명한 그들은 급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 종종걸음으로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30분쯤 뒤 어르신들과 다시 조우했다. 딴사람이었다. 흰 목장갑을 낀 손에는, 그들 표현대로 '등산용 곡괭이'가, 또 다른 손에는 방금 채취한 산나물이 한 움큼씩 쥐어져 있었다.


관심을 갖고 따라 붙는 기자에게 그들은 "요건 미역취, 이건 비비추, 요건 참나물…"하며 활짝 웃는 것이   
더덕과 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  
 
아닌가. 더덕 잎도 처음 봤다. 사실 산행팀은 웬만한 야생화는 대충 알지만 더덕이나 산삼 잎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작은 성과였다. 한 어르신이 파낸 더덕을 기자에게 건네며 잎의 향을 맡아보라고 했다. 그 어떤 값비싼 향수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상큼했다. 알고보니 더덕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덜 자란 더덕은 원상복구해두는 마음 씀씀이도 보기 좋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전진 한 걸음에, 좌우 두 세 보. 산행은 아예 뒷전이었다.
"여긴 산나물이 생각보다 많아. 특히 이 길은 더욱 그래. 참,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작년 요맘땐 여기서 멧돼지 새끼도 봤어.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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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과 더덕.

 
그랬다. 그 유명한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고 신라땐 하늘에 제를 지낸 5대 영산 중 하나였던 토함산(745m). 해맞이의 명소이자 단석산 남산과 함께 경주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바로 그 산이 산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오랜 친구와도 같은 산이었다.

야생화의 보고이기도 했다. 노루귀 칼퀴나물 쥐오줌풀 천남성 왕제비꽃 쪽도리풀 미나리아제비 은방울꽃 선씀바귀 작약 민백미꽃 솜방망이 흰민들레 쥐오줌풀 등의 해맑은 미소는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한다. 양지 바른 무덤에는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지금까지 부산·경남의 대표적 산나물 산행지로는 거창 양각산과 생식마을로 유명한 경주와 영천의 경계에 위치한 사룡산 정도. 토함산도 오늘부로 그 반열에 감히 올린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상큼한 산나물을 캐는 기분, 한 잎 한 잎 정성껏 딴 산나물을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담아오는 기분,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하다.

   
산행은 황룡휴게소(황용으로 표기돼 있음)~경주이씨묘~묘지 앞 등산안내도~우물식수 등산안내도~토함산 정상~추령재 갈림길~상범마을 갈림길~상범마을 순. 걷는 시간만 3시간 정도 걸려 가족산행지로 적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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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황룡휴게소로 가는 길은 우선 눈이 즐겁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극찬한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를 따라 굽이굽이 돌고 돌아 고갯길을 오르내린다. 이 길은 감포를 거쳐 구룡포로 이어지는 멋진 드라이브길로 유명하니 참조하자.

황룡휴게소 앞에서 하차한 후 휴게소 우측 포장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간다. 두 개의 다리 아래를 통과한 뒤 개울을 건너면 막 모내기를 끝낸 논.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한 왼쪽 논두렁을 따라 산길로 접근한다. 월성손씨묘를 지나 안동권씨묘 직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이 길만 찾으면 사실상 길찾기는 끝. 초록빛이 물씬 묻어나는 활엽교목 일색이다.

제법 만만찮은 오르막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대신 발밑에는 산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힘든 줄 모른다.

독자들은 온라인 상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 앞서 기술한 산나물과 야생화를 한 번 찾아보고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 뒤 묘지 앞 첫 등산안내도. 정상까지 1.2㎞ 정도 남았다. 6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왼쪽으로 동해바다가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 주변은 억새밭. 여기서 50m 채 못가면 갈림길. 오른쪽 그림같은 잣나무 숲길은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오는 길. 늦가을 이 길로 오르면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직진한다. 10분 뒤 또 갈림길. 등산안내도에는 우물식수라고 표기돼 있지만 찾을 길이 없다. 우로 가면 코오롱호텔 주차장. 역시 직진한다. 정상은 여기서 10분이면 닿는다. 주의할 점 하나. 정상 입구 '추령재'와 '코오롱호텔 뒷길'이라 적힌 두 개의 이정표가 서 있지만 방향이 잘못됐음을 일러둔다.

  
  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잠시 조망을 살펴보자. 왼쪽 제일 뒤 능선이 영축 신불 간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정면 제일 뒤 오봉산 단석산, 그 오른쪽 앞으로 벽도산 선도산 형제봉 구미산, 제일 앞 능선이 남산 고위봉 마석산 치술령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히 산의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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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에 서면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는 오랫동안 터줏대감이던 큰 돌탑 대신 높이 3m쯤 되는 정상석이 새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북쪽 정면으로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과 그 왼쪽 동대봉산,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봉우리가 몇 개가 보이는 산이 포항 운제산이다. 저 멀리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석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추령재 대신 오른쪽 석굴암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 이정표. 왼쪽 '포수우물, 추령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참고로 직진하면 석굴암 입구. 20분 걸린다.

5분 뒤 포수우물 갈림길. 180m 거리에 있어 잠시 들렀다 가자.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직진하면 추령재. 산행팀은 우측 상범마을로 내려선다. 참고로 이때부터 묵은 길이 시작되니 유의하자.

10분 뒤 가파른 절개지로 내려서면 계곡. 유량은 적지만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이후 계곡따라 내려가다 우측 길로 올라서 주황색 굵은 호스를 따라 간다. 260년 된 보호수인 느티나무를 지나 3분 뒤 범곡리 상범마을회관에 닿는다. 이어지는 포장로를 따라 30분(1.6㎞) 정도 가면 추령재에서 넘어오는 감포가는 옛길을 만난다. 길을 가로질러 오르막길로 가면 추령터널에서 오는 4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장항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야생화 자생지 무분별한 채취 삼가

토함산은 이미 두 차례 소개됐다. 코오롱호텔 뒤 탑골~토함산~추령재를 거쳐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 코스가 하나요, 또 하나는 보문단지를 지나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하는 코스다. 동해바다의 장쾌함과 그림같은 덕동호, 보문호를 감상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이 가능해 만추나 초겨울에 제격이다.

이번 산행은 산나물과 야생화가 가득한 황룡휴게소 입구에서 출발했다. 세 코스 공히 정상 입구에서 만나며 하산길은 모두 달리했다. 이번에는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바로 왼쪽 상범마을로 하산했다. 초행이라면 석굴암 입구로 하산해 석굴암과 불국사를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상범마을에는 '석굴암 가는 길'이라고 표기돼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석굴암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참고하길.

당부 한가지. 야생화 마니아들에게 덕동호 주변의 토함산 동대봉산은 중부 이북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의 자생지가 여럿 발견돼 청정지역으로 여겨진다. 이번 산길도 여기에 포함돼 사실 산행팀은 소개를 망설였다. 무분별한 채취 때문이다.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 교통편-경주서 감포행 버스 황룡휴게소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행 버스를 타고 황룡휴게소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첫 차, 이후 20분 간격 출발. 1400원. 날머리 장항리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100번. 1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에서 부산행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있다.

만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했을 경우 석굴암 주차장에서 불국사 가는 12번 버스는 매 시간마다 있으며 막차만 오후 6시20분에 출발한다. 1300원. 불국사 주차장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10, 11번)의 막차시간은 밤 10시5분. 1300원. 참고로 석굴암 입구에서 불국사까지 걸으면 약 50분 걸린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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