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는 깊은 골짜기 휘감고 숲은 대자연 속살 감싸네

들머리 계곡은 기암괴석 병풍처럼 도열
계곡·산길 반복…하산길은 비교적 뚜렷
개척산행 코스 국제신문 리본 확인 꼭


 # 떠나기전에-'도득골'이 지금 '도둑골'로 잘못 불려져

'도득골'은 현재 '도둑골'로 회자되고 있다.
이름부터 우선 께름칙한 도둑골은 전국에 더러 있지만 양산 원동 매봉의 도둑골이 이같이 불리게 된 사연은 분명치 않았다. 적어도 떠나기 전까지는.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으슥하고 침침한 분위기…' 정도로 묘사돼 있을 뿐이다.

산행 후 '도둑골 청수가든'에 물어봐도 귀가 번쩍할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산행팀은 이곳에서 제법 떨어진 어영마을로 향했다. 혹 마을 어르신들이 '도둑골'의 어원에 대해 속시원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마을회관 앞 그늘엔 기대했던대로 어르신 서너분이 연신 부채를 부치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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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전 할머니들 여럿이 계곡에 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은 몸을 점잖게(?) 씻고 있었다.


원래는 도득(道得)골이었다고 했다. 옛날에는 매봉에 적지 않은 선비들이 터를 잡고 들어와 글공부를 했다. 매봉 산길 중간중간에 보이는 석축이 그들이 과거 집을 짓고 밭을 일군 흔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번 산행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선비들은 어영마을의 아이들에게 글과 예절을 가르쳐 마을사람들은 '도를 얻는다'는 의미로 도득골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경상도 사람들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해 세월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도둑골로 변했다. 결정적으로 도둑골로 외부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수년 전 산행 들머리에 위치한 '도둑골 청수가든'이 개업하면서부터.

상호에 '도둑골'이라고 표기된 사실을 뒤늦게 안 마을 어르신들이 원래는 '도득골'이라고 바로 잡으라고 했지만 이미 상호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었다.

이후 양산의 오지인 이곳을 산꾼들이 스쳐갔고, 산행기가 온라인 상으로 떠돌면서 도득골이 본의 아니게 도둑골로 변한 것이다. 참고사항 하나. 어영마을사람들은 청수가든쪽을 '감남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옛 이름 바로잡기 차원에서 산행팀은 향후 산꾼들이 도둑골을 도득골로 표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한 가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도중 만나는 신흥사에 잠시 들러 보물 1120호 대광전을 구경하자. 벽화와 단청이 돋보인다.

자! 어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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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 도득골에는 큰 폭포는 없지만 아기자기한 폭포는 이따금 눈에 띈다.


 
지난 10년간 마니아 산꾼들의 산행안내자를 자임하며 무식하게(?) 발품을 팔아온 국제신문 산행팀. 그간 산행대장도 담당기자도 몇 차례 바뀌었지만 변함없이 자부심을 갖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는 산 이름을 현지 촌로나 산속 암자에서 주석하는 노승의 증언을 통해 다시 세상 속으로 끄집어내 이제는 전국 산꾼들 사이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는 것.

가장 최근에 발굴한 경주 정족산을 비롯, 양산 천마산 용굴산 채바우골만당 축천산 비석봉, 밀양 구천산 정승봉 명필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쌍두봉 도롱굴산 방음산 서지산 복점산, 합천 절갓 등이 대표적 사례.

이와 관련, 지역 산꾼 이재수(50)씨는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에 "산꾼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사이트인 '한국의 산하'에 올라오는 영남지역의 산행기 및 지도는 모두 국제신문 산행기를 참고해 만들어졌으며, 만일 국제신문 산행기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갖고 있는 지도는 모양만 조금 바뀌었을 뿐 그 모태는 국제신문"이라며 "영남의 산을 타는 산꾼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국제신문 산행팀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적고 있다.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가 발굴한 이재수씨는 수 년전부터 국제신문이 소개한 산을 다녀온 후 거의 매주 촌철살인과 같은 산행기를 올리면서 이제는 개인적으로 팬이 생겨날 정도로 스타로 발돋움한 지역 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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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발견된 영지버섯과 500원 짜리 동전. 심봤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양산과 밀양의 경계에 위치한 매봉(755m)도 무명봉으로 지내오다 수 년전 국제신문 산행팀이 그 이름을 되찾아준 케이스. 이웃한 금오산 인근에 위치한 약수암의 노스님이 예부터 '매가 많이 살아' 매봉이라 불렀다는 사실을 전해줘 명명한 것.

당시는 삼랑진 안촌마을에서 출발해 금오산과 매봉을 거쳐 양산 배태고개로 내달리는 능선산행이었던 반면 이번에 새로 개척한 매봉 코스는 비교적 오지인 어영마을 입구에서 시원한 계곡(도득골)을 따라 상봉에 오른 후 곧바로 이웃 능선을 타고 원점 회귀했다.

전형적 육산인 매봉은 해발고도에 비해 골짜기는 비교적 깊은 편. 계곡은 생각보다 유량이 많은데다 올라가면 갈수록 이끼 낀 고색창연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계곡을 휘감고 있어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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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봉에는 이름 모를 버섯이 아주 많다. 혹 이름을 알면 댓글로 답 좀 적어 주세요.
 
무엇보다 덜 알려진 것이 되레 장점이 돼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아주 적다.

산행은 양산 원동면 영포리 '도둑골 청수가든'~(계곡·산길 반복되는 도득골 계곡산행)~주능선~매봉 정상~잇단 묘지~도득골 계곡~'도둑골 청수가든'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정도. 이정표 하나 없는 미답의 개척산행인 탓에 길 찾기가 비교적 까다로워 산행 도중 반드시 노란색 국제신문 리본을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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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산행팀도 몇 차례나 길이 끊겨 적지 않게 애를 먹었다. 하지만 계곡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만 제대로 찾으면 그 다음부터 산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원동면 내포리 어영교를 건너 어영마을 못미쳐 우측에 위치한 '도둑골 청수가든' 입구를 지나 물길을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어영교에서 대략 2㎞ 거리.

계류가 맑고 유량이 적당한데다 신록이 곳곳에 그늘을 조성해줘 꼭 산행이 아니더라도 반나절 가족과 함께 보내기에 제격이다.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다 시멘트로 만든 수중보 바로 아래에서 다시 한번 계류를 건넌다. 이때부터 잡풀숲. 힘겹게 헤치고 나아가면 지계곡과 만나는 합수점. 지계곡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잠시 산길이 열린다. 하지만 다시 계곡과 만난다. 이 길로 150m쯤 계곡을 따라가면 우측에 산길이 열려 있다. 입구 주변엔 온통 갈대. 물기가 젖은 숲터널을 잠시 걷다 빠져 나오면 주계곡과 다시 만나고, 역시 계류를 건넌다. 또 다시 산길. 돌길에다 잡풀이 바닥을 가려 발목이 삐끗하지 않도록 유의하자.

여전히 계곡과 산길의 반복. 능선을 타려고 좌우를 살펴도 아직 경사가 심한 비탈만 보일 뿐. 할 수 없이   
 
계곡쪽으로 계속 향한다. 몇 차례 계곡을 좌우로 건너다 보니 우측 이끼 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져 있다. 적어도 이 지점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양산의 자랑 내원사계곡이나 정족산계곡 못잖은 비경이다. 왼쪽 산길로 오른다. 그것도 잠시. 다시 계곡길과 산길이 또 반복된다. 여전히 반듯하게 이어지는 길을 발견할 수 없다.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30분, 동시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지점에서 드디어 왼쪽으로 돌아가는 산길이 열려있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면 정면 저멀리 낮은 폭포와 그 앞에 계곡을 가르는 쓰러진 나무가 보인다.

산길 주변에 돌무더기가 널려있고 오르막길 사이로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힘겹게 오르면 보랏빛 도라지 두 송이가 눈에 띈다. 이제 물소리를 뒤로 한 채 본격 숲길로 향한다. 계속되는 외길 오르막. 25분쯤 뒤면 왼쪽에 주능선이 나무가지 사이로 확인된다.

길은 점차 가팔라지면서 동시에 희미해진다. 때론 풀숲을 헤쳐야 한다. 제법 숨이 거칠어진다.

마침내 주능선. 산길 입구에서 1시간 정도. 길은 두 갈래. 왼쪽 금오산, 오른쪽 배태고개 또는 매봉 방향. 매봉 상봉은 주능선 갈림길에서 불과 4분 거리. 정상석도 없고 조망도 없다. 대신 삼각점 옆 나무에 '매봉'이라고 적힌 종이판이 걸려있을 뿐이다. 길은 두 갈래. 원점회귀를 위해 우로 간다. 직진하면 배태고개를 거쳐 안전산~축천산 또는 염수봉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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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사의 보물 1120호 대광전(왼쪽)과 오가는 도중 만나는 배내골 미술관.  
 
하산길은 비교적 뚜렷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도중엔 정상에서 못 본 주변 산세를 하산하며 볼 수 있다. 정면 우뚝 솟은 토곡산을 중심으로 우측 뒤로 금동산 천태산이, 왼쪽 골프장 공사장 앞 안전산, 그 왼쪽으로 채바우골만당 내석고개 염수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특이 사항 하나. 하산길엔 다양한 버섯이 많이 보인다. 영지버섯 흰가시광대버섯 등.

잇단 묘지를 지나 계곡까지는 대략 1시간10분. 계곡으로 내려서면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원점회귀 지점이다. 우측 오르막은 매봉 가는 길, 좌측은 도득골 시점으로 가는 길. 모두 산행팀이 걸었던 길이다. 이곳의 리본 뒷면에 산행팀은 '도득골 방향, 원점회귀 만나는 지점'이라고 적어 놓았다. 참조하길. 이곳에서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청수가든까지는 20여분 걸린다.


# 교통편-열차타고 원동역 내려 청수가든까지 마을버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통도사·양산어곡지방공단 방향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직진~양산교 건너 우회전~대리 어곡 좌회전~배내골 용선 직진~신불산 공원묘지 통과~신흥사 표지판~원동 영포 내포 69번 지방도 좌회전~영포마을 입석 지나~('가든 언덕우에', '도둑골 청수가든' 큰 간판 보이는)삼거리서 우회전, 어영교 건너~도둑골 청수가든 지나 공터 주차장 순.

부산역에서 원동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7시30분, 9시33분에 출발한다. 부전역에서 원동행 열차는 오전 5시, 7시30분에 있다. 요금은 각각 2800원. 열차시간 문의 1544-7788

들머리인 도둑골 청수가든 입구에 가기 위해선 원동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어영(마을)행 버스를 탄다. 오전 6시, 8시15분, 10시15분. 1300원. 문의 원동교통(055-382-5459)

청수가든 입구에서 원동행 버스는 오후 2시40분, 7시45분에 있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20분 정도 걸어 내포에 가서 원동행 버스를 탄다. 오후 4시25, 5시55분.

원동역에서 부산역행 열차는 오후 6시15분에,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4시52분, 9시8분에 있다.

참고로 원동읍 버스정류장(양산기사식당 055-382-5036)에서 호포(지하철역)행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40분, 7시20분에 있다. 900원.

※대중교통은 현지 사정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낮다고 비웃지 마세요 조망은 고봉준령급

넓은 들판에 나홀로 해발 140m 살짝 솟아
산중턱 사자바위 정기는 큰 인물 배출하고
정상 관음개발성상 미소는 자비를 베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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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본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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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같은 장소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전경.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껴보자.


 김해의 내로라하는 산을 꼽으라면 대개 은하사를 병풍처럼 감싼 신어산과 낙동강을 양쪽으로 굽어보는 무척산, 그리고 장유대청계곡을 품고 있는 용지봉이 별 고민없이 선택된다.
 근자에 와서 세인의 관심을 부쩍 끄는 산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뒷산인 봉화산이다. 겉모습으론 산이라 불리기엔 약간 쑥스런 야트막한 야산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등(不如一登)'이라 했던가. 겉모습으로 보면 봉화산은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일지 모르나 주변 지형과의 어울림이나 그 속내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너른 들판에 불쑥 홀로 솟아 겨우 해발 140m밖에 안되는 산이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고봉준령에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망이 기가 막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솟아오른 곳은 이곳 봉화산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한반도에 이처럼 낮은 산이면서도 조망이 확 트인 산은 아마 봉화산 뿐 일 것"이라고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봉화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사자바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봉화산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바위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우측 바위가 사자머리이고, 이 바위 좌측 커다란 바위가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로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옛날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봉하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사자바위는 고대인들이 고등종교가 들어오기 전 제사를 올린 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정성이 축적된 곳이기에 정기가 배어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바위 곳곳에는 움푹 팬 곳이 몇 곳 있어 이곳이 재물을 담은 감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다녀간 많은 지관들의 설명을 종합해 "봉화산이 앉은 터, 사자바위의 정기, 명당인 대통령 선친의 묘와 함께 마을 정중앙에 골이 패이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대나무를 심은 주민들의 비보(裨補) 노력 등이 큰 인물 탄생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산행은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에서 시작했다. 산행 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여유있게 둘러보기 위해서다.
 한림면사무소~한림초등학교 후문~단감나무 과수원~체육공원~쉼터(벤치)~영강사 갈림길~잇단 물탱크~정상(호미든 관음개발성상)~사색의 숲~봉화대~사자바위~봉화산~마애불~부엉이바위(토굴)~대통령 생가~봉하마을 주차장 순.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마실'이다. 산길은 반듯하지만 마사토라 미끄러우니 등산화는 꼭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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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면사무소에 주차했다면 면사무소를 나와 좌측으로 약간 간 후 다시 면사무소를 끼고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면에 '삼각당'이라 적힌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다시 3m 뒤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림초등교 후문을 지나면 오름길이 시작되며 이내 갈림길. 우측 아름드리 소나무 쪽 대신 좌측으로 간다. 길 옆에는 마늘밭과 머구가 자라고 있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르막인 우측으로 향한다. 곧 등산로 입구. '호미든 관음성상 2.2㎞'.라 적힌 이정표가 들머리임을 알려준다. 하얀 꽃이 만개한 탱자나무길로 산행이 시작된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면 단감나무 과수원.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 산에서 만난 한림면 한 주민은 "근자에 단감 시세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핸 절반 이상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농부의 무거운 맘에 아랑곳 않고 길 옆에는 애기똥풀 벼룩나물 별꽃 제비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침목을 댄 수많은 계단이 기다린다.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서면 잠시 쉬어가라고 6~7개의 벤치가 기다린다.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솔밭길이다. 도중 좌우로 열린 길을 만난다. 우측은 장방 본부락 진말, 좌측은 영강사나 이 절 근처 한림낚시터로 가는 길이다. 약수암 자광사 영강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예부터 도둑이 많아 도둑골이라 불린다. 오래 전 김해에서 이 도둑골을 거쳐 창녕의 영산과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갔다고 전해온다.
이후 물탱크를 만난다. 주변이 모두 단감나무밭이라 물을 대기 위한 것이리라.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에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곧 갈림길.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우연히 만난 동네 할머니와 아주머니은 이 봉화산에는 특히 고사리와 뱀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산행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이정표 기준으로 '호미든 관음개발상' 방향, 이정표가 없으면 그냥 직전하면 정상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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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탱크를 또 지나 왼쪽 너른 길을 만난다. 봉하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우회하는 길, 오른쪽은 지름길. 정상 입구에서 결국 만난다. 5분 뒤 정상. 뜻밖에도 왼손은 연꽃, 오른손은 호미를 든 관음개발성상(우측 사진)이다. 비로소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주변 사방의 조망을 살펴보자. 관음상 뒤 동쪽의 높은 산 무척산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금동산 석용산 신어산 분성산 경운산 팔판산 불모산 장유봉 신정산 대암산 정병산 천주산 용지봉 농바위 구월산 작대산 무령산 백월산 천마산 마금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영취산 화왕산 산성산 청룡산 만어산 구천산 금오산 등 김해 창원 창녕 밀양 등지의 웬만한 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하산은 봉화산 정토원(옛 봉화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사색의 숲. 왼쪽 봉화대 방향으로 간다. 산죽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봉화대이고 그 바로 밑이 전망이 빼어난 사자바위. 바위 곳곳에는 세수대야 크기의 구멍이 여럿 뚫려 있다. 봉하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노 전 대통령 사저와 생가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어지는 동선은 왔던 길 대신 사자바위 아래로 열린 곳으로 내려선다. 사명대사 상(像)과 봉화산 정토
                                                                           
원을 지나면 곧 봉화산 마애불.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안내판 왼쪽 끝 바위틈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암벽이 떨어져나가 누워있지만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높이 2.48m. 조금 더 내려가면 등로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하나 보인다. 진입하면 너른 터로, 이 터 우측 바위 사이로 굴이 하나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깊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이 토굴이 모 방송에 방영되면서 한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굴의 기(氣)를 받기 위해 몰려든 곳이기도 하다.
 토굴 옆에는 물줄기는 가늘지만 3단쯤 돼 보이는 실폭포가 있다. 이 정도 높이의 산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 또한 흔한 광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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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사저가 지어지기 전 봉하마을에서 본 사자바위(오른쪽)과 부엉이바위. 왼쪽 봉우리가 봉화산 정상이며, 자세히 보면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확인된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하산을 해도 되지만 잠시 왔던 길로 조금 올라 실폭포 상류 물길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목교를 건너자. 부엉이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2분 정도면 도달한다. 사자바위 못지 않은 멋진 전망대다. 봉하마을에서 보면 우측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듯한 큰 바위가 사자바위이고, 이 바위 좌측 바위가 바로 이곳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이다. 예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즉, 마을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으로 사자바위가 사자 머리, 부엉이바위가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부엉이바위에서 버섯재배장을 거쳐 마을 주차장까지는 대략 6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너른 들판에 불쑥 솟은 봉화산(熢火山)에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봉화대가 있다. 기록만 남아있을 뿐 봉화대는 복원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가덕도 연대봉의 천성봉수대나 부산 녹산의 봉화산 봉수대에서 받은 봉홧불을 밀양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김해읍지에 따르면 가락국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 원찰(願刹)이 있었다. 무척산 모은암(母恩庵), 삼랑진 천태산 부은암(父恩庵)과 함께 자암(子庵)이 그것으로, 봉화산에 있었다는 것.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이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그 터에 이 고장 출신인 선진규(75) 법사가 지난 1950년대 중반부터 봉화산 정토원을 세워 불심을 전하고 있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도 선 법사가 세웠고, 마애불 위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거해 마애불이 자유로운 몸이 되도록 한 것도 역시 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초창기 봉하마을에는 평일 100명, 주말 500명 정도 찾았고, 당선 후 맞은 첫 새해 일출 땐 전국에서 1000여 명이 봉화산을 찾았다.
 5년이 지나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후 101일째인 지난 6월 4일까지 총 방문객은 무려 41만3400명에 달한다. 평일 평균 4100명, 주말이면 2만 명을 상회한다. 탐방객이 깨 많다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연 탐방객이 50~6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아마 국내 관광지 중 49가구에 거주 인구가 130여 명에 불과한 김해 봉하마을이 가장 인기가 높다가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1월부터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하기 직전까지 혼자서 근무하던 문화관광해설사는 이후 3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이곳 터줏대감 격인 김민정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말이면 밀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김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500원.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선 동부교통(055-325-3530) 56, 58-1번 버스를 타면 된다. 56번은 오전 6시30, 8시10, 9시10, 11시, 낮 12시, 오후 1시50분, 58-1번은 오전 6시, 8시30, 10시40, 오후 1시에 있다. 900원.
 날머리 봉하마을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20분, 오후 2시40, 4시40, 7시(막차)에 출발한다. 김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 4시, 5시, 5시30, 6시40, 7시20, 8시40분(막차)에 있다. 1500원.
 기차도 있다. 부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김해 한림정역에서 내리면 된다. 부전역 기준 오전 5시, 6시57분, 오후 1시10분. 3000원. 사상 구포 화명역에서도 탈 수 있다. 한림정역에서 한림면사무소까지는 걸어서 5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례IC~진영 방향 우회전~신용삼거리서 김해 부산 방향 우회전~고개 넘어 빙그레 공장 지나~명동삼거리서 좌회전(명동주유소)~한림면사무소 순으로 가면 된다. 봉하마을에서 한림면까지는 택시(055-342-7878, 6929)를 이용하면 된다. 8000원 내외. 남포동에서 출발하는 좌석버스 309번도 김해터미널 앞에 정차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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