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부평동시장 내 '속리산버섯'

24년간 부평동시장 내 고집, 부산서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집
가을엔 일본인 단골 많이 찾아, 밑반찬 하나같이 깔끔하고 푸짐

울릉도 취나물.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는 물김치.


 

경북 영양산 고추장아찌.

돼지고기를 겉들인 더덕구이.


공기보다 큰 밥그릇.

자연산 송이주. 별도로 주문해야 된다.


하동 청정 김치.

매일 아침 전국 최고의 수산물 집산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고등어구이.


지난해 가을 문경 대야산에 올랐다. 문경에선 문경새재를 품고 있는 문경의 진산 주흘산이 지명도 면에서 가장 앞서지만 산꾼들에게 물어보면 백두대간 대야산을 으뜸으로 칠 정도로 풍광이 아주 빼어나다. 대야산에는 '버섯 전시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자란다. 당시 동행한 산꾼 심만섭 씨는 버섯이 발견되면 기자를 불러 일일히 설명해 주었다.

 하산 후 맛본 능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솔버섯 가지버섯 등 대야산에서 자생하는 버섯을 넣은 전골은 지금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별미였다. 산지에서 자생하는 버섯 고유의 향이 이렇게 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으로부터 이번 주 소개할 집이 버섯전문점이라는 얘길 듣고 잠시 떠올린 기억속의 한 대목이다.
 '속리산 버섯집'. 조 회장은 "아마도 부산서는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 전문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는 중구 부평동 부평동시장, 흔히 말하는 사거리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 부산의 대표적 먹을거리인 어묵가게 골목에서 불과 30~40m쯤 떨어져 있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재래시장 내에 있지만 뜻밖에도 간판이랑 식당 내부가 깔끔하다. 사장 겸 주방장인 김갑임(54) 씨는 "지난해 세밑 이 시장에 화재가 발생, 새로 공사를 할 때 우리 가게도 덩달아 리모델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이 또 눈에 띄었다. 출입문에 송이를 의미하는 '마사다께'라는 히라가나가 보인다. 김 사장은 "한곳에서 24년쯤 버섯요리 전문점을 하다 보니 제법 유명세를 타 가을이면 우리집 송이요리를 맛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일본인들이 제법 있다"고 덧붙였다.
 일행은 조 회장과 부평동에서 의료기상사를 운영하며 이 집을 자주 찾는 '부산맛집기행' 회원 최명호 씨 등 3명. 최 씨의 안내로 더덕구이 중간 크기(1만 원)와 버섯전골 작은 것(1만 원)을 주문했다. 전골은 밥과 함께 나온다. 메뉴판에는 자연산송이 전골, 구이 등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송이의 경우 고향인 산청과 그 주변인 함양 거창 등 지리산 권역에서 채취한 것을 사용한다"며 "요즘엔 냉동보관기술이 발달해 향이 잘 살아 있다"고 말했다.
 돌판에 나온 더덕구이는 약간 매웠고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 "원래 버섯과 닭고기가 궁합이 좋은데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바꿔봤더니 반응이 좋아요."
 취나물 무침, 고추장아찌, 물김치, 김치전, 김치, 마늘장아찌,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밑반찬도 하나같이 깔끔하다. 시원한 맛에 먹는 물김치는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고 울릉도산 취나물은 단골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 무 배추는 하동의 밭에서 직접 키워 아예 거기서 김치를 담가오고, 마늘은 지인이 농사를 지어 직접 장아찌를 담아 보낸다. 고추는 영양 것만 사용하며 고등어구이는 매일 아침 공동어시장에서 직접 사와 아주 싱싱하다. 쌀은 하동, 흑미는 남해산이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우리 업소는 국내산 쌀 배추 김치 돼지고기 쇠고기만 취급합니다'라는 문구가 빈말이 아니다.
 버섯전골과 밥이 함께 나왔다. 표고 양송이 새송이 백일송이 목이 느타리버섯이 주재료이다. 밥은 공기밥이 아니라 약간 더 큰 그릇이다. 육고기가 아니라 버섯이다 보니 밥을 많이 담는데도 밥을 남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버섯전골은 모순 같지만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재차 맛을 봐도 그렇다. 맛깔스런 반찬과 기름진 밥 그리고 기가 막힌 버섯전골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금세 한 그룻 뚝딱 비운다. 지난해 문경 대야산에서 맛본 자연산 버섯전골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버섯으로 만든 술도 있다. 더덕 영지 송이로 만든 버섯주(3000원), 자연산송이주(5000원)가 그것이다. 식사 후 영지버섯을 달인 영지차도 원할 경우 제공된다. 커피 또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김 사장은 "단지 몇천 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초행이라면 찾기가 어렵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옛 삼보예식장을 지나 부평동 사거리로 가는 도중 우리은행 맞은편 BYC 가게로 들어오든지, 옛 미문화원 쪽 큰 도로에선 부산은행 부평동 지점에서 부평동시장 쪽으로 내려오면 만난다.
 우리은행 인근에 주차장도 있다. 시간 제한없이 무료. (051)245-0464

#주인장 한마디

배드민턴 동호인인 김갑임(사진) 사장은 배포가 큰 여장부였다. 이 불경기에 식재료와 심지어 커피까지 최고급으로 사용하는 데다 가격까지 현실적으로 받고 있어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려울수록 나눠 먹어야죠"라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불황이라 지금까지 써 오던 것을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낮추면 단골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김 사장의 단골들에 대한 배려는 아주 깊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절반이 단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단골들의 입맛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했다. 오늘 기자와 합석한 최 사장의 경우 평소 약간 싱겁게 드신다고 말했다. 물어보니 정말이었다.
 거의 매일 찾는 단골들을 위해선 버섯의 종류를 약간 달리하고 곁들이는 양념 또한 변화를 준다. 똑같은 맛을 내는 요리는 산해진미라도 물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에는 기억력이 점차 줄어 단골들의 취향과 입맛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한다. 단골들을 위한 맞춤식 식단도 기억력 감퇴로 이제 오락가락한다는 것. 메모라도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만큼 손님들을 배려하는 식당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버섯만큼 가격에 비해 맛이 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재료가 없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 아닙니까."
 단골들 중 알 만한 유명 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거 있잖아요, 대학교수 유도 선수(하형주였다), 개그맨 이경규 김영철, 지금은 말해도 되나요 전경환 씨요." 약간 머쓱했던지 한마디 더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산림청은 지난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전국의 100대 명산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은 "100% 공감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그렇듯 수도권의 산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각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평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국가대표 선수 선발 때 항상 나오는 말처럼 '실력 보다는 이름 위주로 뽑았다는 것'.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문경 대야산은 산꾼들 사이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는 명산 중 명산이다.

문경은 100대 명산 중 전국에서 가장 많은 4개의 산을 보유하고 있다. 문경의 진산 주흘산(1106m)과 황장산(1077m) 희양산(999m) 대야산(931m)이 바로 그것이다.

지명도 면에선 문경새재를 품고 있는 주흘산이 가장 앞서지만 산꾼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대야산을 으뜸으로 친다.

최고 수심이 3m쯤 되는 무당소는 100여 년 전 물동이를 지고 가다 빠져 죽은 새댁을 위해 굿하던 무당이 다시 빠져 죽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대야산 제1 비경이자 문경8경 중 하나인 용추폭포. 움푹 팬 하트 모양의 용소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수정맥인 공룡알 화석에서 비롯됐다.

망속대(忘俗臺). 속세와 단절된 듯 주변 숲이 우거지고 아름다워 세상만사 근심걱정 모두 잊는다는 곳이다.

계곡이면 계곡, 조망이면 조망, 산세면 산세가 넘치면 넘쳤지 어느 한 구석 모자람이 없는 대야산은 입소문을 탄 지 아직 10년도 채 안 돼 한적하다. 무엇보다 요즘 대야산은 단풍이 용추계곡과 변화무상한 기암괴석을 휘감아 한층 더 멋을 부리고 있다.

계곡 조망 산세 그리고 한적함, 여기에 단풍까지 가세했으니 어찌 나라땅 최고의 산행지라 부르지 않으리오. 이 가을 대야산을 찾지 않으면 목놓아 후회하리라 확신한다.

산행은 가은읍 완장리 대야산 간이주차장~(돌마당식당)~(무당소)~용추폭포~망속대~월영대~다래골~떡바위~삼거리 이정표~밀재~거북바위~코끼리바위~대문바위~농바위~버섯바위~중대봉 갈림길~대야산~피아골~건폭~월영대~간이주차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50분. 길은 반듯하고 이정표 정비도 잘돼 있지만 인상적인 볼거리가 너무 많아 예상외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으니 유의하길.


산행 기점은 대야산 등산안내판이 서 있는 간이주차장. 안내판 좌측 뒤 큰 바위가 마당바위이다. '돌마당식당' 좌측으로 용추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화장실'이라 적힌 이정표 방향은 내년 3월 완공예정인 '대야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이다.
   
 5분 뒤 식당촌을 벗어나면 나무계단으로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 바로 오르지 말고 계곡으로 잠시 눈길을 돌려보자. 너른 소가 보인다. 무당소다. 얼핏 봐선 어른 무릎 정도의 깊이로 보이지만 최고 수심이 3m쯤 된단다. 100여 년 전 물동이를 지고 가다 빠져 죽은 새댁을 위해 굿하던 무당이 다시 빠져 죽었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계단을 올라 너른 암반을 지나 잠시 숲으로 접어든다. 지금은 등산로가 아니지만 우측은 촛대봉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첫 번째 덱이 끝나자마자 길 우측에 구멍을 막아놓은 듯한 큰 바위 두 개가 눈에 띈다. 60여 년 전 텅스텐 채굴을 위해 뚫은 굴이지만 한국전쟁 이후 빨치산의 은신처로 사용될 소지가 있어 막아놓은 것이다.

잠시 후 덱 좌측이 열려 있다. 알고 보니 대야산 제1의 비경이자 문경8경 중 하나인 그 유명한 용추폭포 진입로인 셈이다. 너른 화강암반을 타고 흐르는 와폭 아래 하트 모양의 독특한 형상의 움푹 팬 용소가 탄성을 자아낸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용소 양쪽 화강암반 위에는 용비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용소와 바로 아래의 시퍼런 물빛의 아랫소를 연결하는 길게 팬 홈통형 통로는 여름철 어린이들이 미끄럼을 타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아랫용소 인근 타원형으로 살짝 팬 곳은 용이 승천하기 전 사랑을 나눈 다음 암룡이 알을 품었던 자리로 전해온다.


용추폭포 인근은 워낙 비경이라 수년 전 방영된 드라마 '태조 왕건'의 촬영지였으며,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는 일이 없어 기우제를 올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덱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폭포 위에서 물길을 건너 산길로 올라서면 임도와 만난다. 홍수 대비 자동경보기를 지나면 이내 이정표. 직진하면 둔덕산, 산행팀은 대야산 방향으로 가기 위해 물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앞서 덱으로 올라오던 길과 다시 만난다.

산길 주변에는 뜻밖에도 사기 파편이 널려 있다. 50, 60년 전에는 서민 밥그릇이 제법 돈벌이가 돼 이곳 주변에서 그릇을 많이 구웠다고 한다.

숲길을 벗어나 다시 계곡을 가로지른다. 너른 반석이 높이가 달라 쉼터 역할을 한다. 망속대(忘俗臺)다. 속세와 단절된 듯 주변 숲이 우거지고 아름다워 세상만사 근심걱정 모두 잊는다는 곳이다. 망속대를 건너기 전 직진하는 길도 있지만 계곡을 질러가는 것이 원등산로이다.

계곡물에 비친 달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월영대. 사람이 보이는 곳이 술상바위이다.
 
이번엔 계곡을 우측으로 끼고 걷는다. 울창한 숲 아래 산죽길이 펼쳐진다. 잠시 후 계곡합수점에 닿는다. 정면으로 이끼 낀 둥그스름한 큰 바위가 눈에 띈다. 계곡 물에 비친 달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월영대(月影臺)다. 이름도 운치있고 주변 풍광도 수려해 명불허전이라 할 만하다.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대문바위.

산행도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우측 상단의 회백색 산은 희양산.
렌즈로 당겨 본 백두대간 희양산 모습.

 물을 건너면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입구에 억새가 도열한 왼쪽 다래골은 밀재를 거쳐 대야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피아골은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다. 완만한 다래골로 올라 남릉을 타고 대야산 정상으로 올라 급경사인 피아골로 내려오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덩굴인 다래나무가 많다 해서 다래골로 불리는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산길보단 암반으로 오르면 더 운치있다. 암반 위로 어른 허리 높이에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바위가 보인다. 일명 술상바위라고 한다.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3분 뒤 숲 속 한 귀퉁이엔 앞에는 '내무부' 뒤에는 '국립공원'이라 적힌 조그만 이정석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속리산 국립공원이라는 표시이다. 이후 만나는 이정석엔 쭈욱 '건설부'라 적혀 있다.

10분 뒤 숲 사이로 집채만 한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떡바위다. 재밌게도 이곳 사람들은 떡바위를 이웃한 백두대간에서 둔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마귀할멈통시바위에서 떨어진 똥이라고 부른다. 울긋불긋한 단풍나무 아래를 통과할 땐 발걸음도 더뎌진다. 발밑에 옅은 보랏빛 가지버섯이 보인다. 대야산에는 이외에도 능이 싸리 가지 송이 망태 등 다양한 버섯이 서식한다고 한다.

떡바위에서 25분이면 삼거리에 닿는다. 우측은 정상 가는 지름길, 산행팀은 좌측 밀재로 향한다. 키 큰 산죽길로 14분쯤이면 백두대간인 밀재에 도착한다. 괴산 청천면과 문경 가은읍을 잇는 고갯길이다. 좌측은 마귀할멈통시바위 속리산 둔덕산, 직진하면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농바위, 산행팀은 우측 대야산으로 향한다.

이때부턴 백두대간길. 우측 급경사 오름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 왼쪽은 괴산, 오른쪽은 문경땅이다. 밧줄을 잡고 한 굽이 올라서면 거북바위가 서 있다. 밀재에서 10분. 여기서 6분이면 대문바위와 코끼리바위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생긴 모양이 이름과 똑같아 누구나 식별이 가능하다. 안내판도 나무에 걸려 있다.

코가 축 늘어진 코끼리 머리 좌측으로 반듯하게 서 있는 대문바위를 통과해 코끼리바위에 올라서면 약속이나 한 듯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대야산 일원의 헌걸찬 백두대간 산줄기와 주변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1시 방향으로 저 멀리 뾰족봉의 연속인 속리산, 정면으로 조항산, 10시 방향으로 한때 스키장이 검토됐던 둔덕산과 그 우측으로 마귀할멈통시바위가 약간 보인다.

차츰 고도를 높이며 한 굽이를 더 오르면 10시 방향의 V자 바위 뒤로, 이후에 만나게 될 우뚝 선 농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숲 속에서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도중 날등 전망대에선 우측으로 회백색 화강암 덩어리 모양의 희양산이 보이고, 또 한 굽이 살짝 올라서면 큰바위 앞 그늘진 너른터에 닿는다. 앞서 본 농바위다. 자세히 보면 농바위는 바위 위에 얹힌 부처님 머리를 닮은 경주 남산 부석처럼 조그만 바위 위에 얹혀 약간 거리를 두고 보면 붕 떠 있는 듯하다.

농바위. 가까이서 보면 경주 남산 부석처럼 붕 떠 있는 듯하다.

일명 버섯(삿갓)바위. 차라리 철모바위라고 부르고 싶다.

농바위 틈새를 가로질러 암릉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면으로 세 개의 암봉이 나란히 있고, 정상은 맨 우측 암봉이다. 도중 일명 버섯(삿갓)바위라는 이름의 조그만 바위를 지나지만 산행팀은 차라리 철모바위라고 부르고 싶다.

이어 만나는 암릉구간은 좌측으로 에돌아 숲으로 오른다. 슬랩 정도의 암반이지만 겨울철 눈산행을 대비해 밧줄이 매여져 있다.

산줄기는 우측으로 휘며 고도를 차츰 높인다. 첫 번째 암봉에 오르면 앞서 봤을 때 세 개였던 암봉이 중간에 두어 개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암봉은 동시에 중대봉 갈림길이다. 참고하길.

마침내 대야산 정상. 간단하게 정상주 한 잔씩을 마셨다.

이후 밧줄을 잡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 마침내 암봉인 대야산 정상에 올라선다. 북으로 발아래 촛대봉에서 장성봉 악희봉 구왕봉 희양산 시루봉이, 남으로 조항산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옹골찬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정상석과 마주보는 중대봉도, 희양산 우측 앞 석재공장과 인삼밭, 들머리 쪽인 벌바위마을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름에 걸맞게 대야산 하산길인 피아골은 지금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시종일관 급경사 내리막길이지만 단풍 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산행기점에 닿는다.

하산은 정상석 뒤로 가 우측으로 바로 내려선다. 피아골 하산길이다. 여기서 바로 계곡 암릉을 타면 백두대간 중 가장 어렵다는 거의 직벽에 가까운 100m 암벽이 기다린다. 참고하길.

워낙 급경사라 밧줄이 묶여 있다. 10분 뒤 갈림길. 우측은 건폭으로 가는 급경사길이지만 폐쇄돼 좌측으로 내려선다. 피아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뜻밖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해발 700m대 산속의 단풍은 산 아래보다 훨씬 더 곱고 핏빛에 가깝다. 15분 뒤 물마른 건폭의 직벽을 만나면 숫제 단풍나무숲이라 불러도 될 만큼 온 산이 불타오른다. 유명무실한 단풍 산보다 한 수 위다. 이렇게 산행은 단풍구경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정상에서 월영대까지는 70분 걸리며, 들머리까진 35분쯤 소요된다.


◆ 떠나기 전에 - 대야산 살아있는 전설 심만섭 씨 이달말 하산, 아쉬움…  
 

돌마당 식당 심만섭 씨.

돌마당식당의 별미 버섯전골. 자연석이라 향부터 다르다.


 이번 산행에선 용추계곡 입구의 '돌마당식당'(054-571-6542) 주인 심만섭(65) 씨가 동행했다. 그는 용추계곡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백두대간 종주꾼들에겐 자원봉사자로 알려져 있다. 악천후로 인해 길을 잃고 헤매는 대간꾼들이 무사히 하산하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구간 종주에 나선 산꾼들을 산행기점까지 태워주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대야산'을 클릭해보면 약방의 감초처럼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심 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산꾼들이 올린 감사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대야산 부근의 밀재나 버리미기재에서 심 씨에게 연락하면 기꺼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산꾼 시인 이성부의 시집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창비刊)에도 '돌마당식당 심만섭 씨'라는 시가 있을 정도이다.

심 씨가 대야산 용추계곡 입구에 '돌마당식당'을 연 것은 지난 1995년 7월. 문경 가은읍 출신인 그는 대한석탄공사 은성광업소에서 25년간 근무하다가 광산이 문을 닫을 무렵 퇴직하고 적막강산인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수석이 취미인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대야산 용추계곡을 보고선 퇴직 후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 재산을 털어 이곳에 식당 겸 민박을 지어놓고 무려 2년 반 동안 산새, 들짐승과 함께 지냈단다. 때론 가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고갯마루에 올라 홀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무를 자르고 산죽을 베며 등산로를 만든 것도 그였고, 망속대 거북바위 대문바위 코끼리바위 등의 명칭도 모두 그가 명명했다. 우연한 기회에 그와 함께 길동무를 한 산행팀은 정말 행운이었다.

그런 그가 산행팀과 헤어질 때 이달말을 끝으로 대야산을 떠난다고 했다. 이제 정말 쉬고 싶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방에서 여태껏 고생을 한 부인도 이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문경시 모전동에 이미 새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그는 그동안 신세를 졌던 지인들을 찾아보고 색소폰도 배우며 글도 써 책도 낼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바야흐로 제3의 인생을 벌써 시작하고 있었다.

돌마당식당의 버섯전골을 추천한다. 능이 싸리 솔 가지버섯 등 대야산에서 자생하는 버섯 7가지를 넣어 요리했다. 향부터 벌써 다르다. 3만5000원.


◆ 교통편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서울 김천 방향~문경새재IC~상주 문경(점촌) 3번~가은 마성 901번~가은('연개소문' 촬영장) 석탄박물관 대야산 용추계곡~가은읍~장연 '연개소문' 촬영장 대야산 용추계곡~석탄박물관~대야산 용추계곡 봉암사 우회전~괴산 장연~선유동계곡 입구~대야산 용추계곡 좌회전~용추계곡 간이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으로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여행의 또하나의 즐거움은 온천욕.
여행지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온천이 있다면 반드시 들러 피로를 풀고 가는 것도 여행을 잘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거창 가조면에 위치한 백두산온천이나 낙안읍성민속마을로 유명한 순천 낙안읍의 낙안온천은 물이 아주 미끄러워 비누가 필요없을 정도다. 문경온천도 독특한 점에선 빼놓을 수 없는 온천이다.
 문경온천은 문재새재와 함께 문경관광의 양대 축이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위치 또한 문경새재에서 불과 3㎞ 거리에 위치한데다 온천을 중심으로 신흥 숙박촌이 형성돼 있어 문경을 찾는 거의 모든 관광객이 반드시 온천을 찾는다.

붉은 빛이 가미된 황토빛의 칼슘 중탄산천.

맑고 투명한 알칼리온천수.


 무엇보다 문경온천의 자랑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가지 온천수를 한 욕탕에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
 붉은 빛이 가미된 황토빛의 칼슘 중탄산천(사진 위)과 맑고 투명한 알칼리온천수(아래)가 바로 그것으로, 처음 접한 사람들은 아주 신기해 한다.

 칼슘 중탄산천은 중생대 화강암층과 석회암층 사이에서 분출되는 온천수로 분출 이후 공기(산소)와 접촉하면 즉시 산화돼 붉고 탁하게 보이지만 오히려 광물질에 의한 약리성분이 풍부해 보양온천으로 손꼽힌다.
 문천온천 김병회 대표이사는 "일본이 자랑하는 벳부온천과 비교해도 중탄산이온 유리탄산 불소 철 나트륨 리튬 스트론튬 등의 성분이 우수하다"며 "전국에서 온천만을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온천에는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찾으며 새해 연휴에는 3배 정도 많은 6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문경온천 전경. 온천탕 내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 문경온천 소개 브로셔를 스캔받아 사용했다. 

 지난 1일자 마산발 연합뉴스에는 '마산서 돼지고기 샤브샤브 나왔다'라는 제목의 뉴스가 보도됐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마산에서 샤브샤브용 고품질 돼지고기인 '샤브웰포크'(아래 사진- 연합뉴스)가 개발돼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라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면서 돼지고기 샤부샤부 전문점인 샤브웰 신마산 1호점은 발디딜 곳이 없을 만큼 북적거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오보다. 샤브샤브용 돼지고기는 이미 9년 전 문경에서 개발돼 이를 이용한 샤브샤브 요리가 판매되고 있다.
 문경시 농업기술센터가 게르마늄 성분이 들어있는 거정석을 사료첨가제로 먹여 키운 약돌돼지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005년 여름 문경을 취재, 8월 19일 국제신문 섹션신문 '주말&' 29면에 '산과 여름이 하나된 문경'이라는 여행 기사의 맛집 소개란에 바로 약돌돼지를 이용한 요리인 '약돌 생샤브샤브'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기사는 다음과 같다.

 문경에선 약돌돼지를 빼놓을 수 없다. 약돌돼지는 문경시 농업기술센터가 게르마늄 성분이 들어있는 거정석을 사료
첨가제로 먹여 키워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육질이 쫄깃하고 부드럽다. 먹기 무슨 고기인지 말 안하면 모를 정도이다. 이 약돌돼지를 이용한 전문 요리집이 바로 '문경약돌샤브샤브'(054-556-7192)이다. 적극 추천한다. 흔히 돼지고기로는 샤브샤브를 하지 못 한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약돌돼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약돌 생샤브샤브는 약돌돼지를 얇게 썰어 거정석을 하루 담군 물을 육수로 사용해 돼지 냄새 하나 없이 맛이 깔끔하다. 4인 기준 3만원. 샤브샤브를 먹은 후 나오는 솔잎 뽕잎 밤 메밀 쑥 콩 등으로 만든 국수와 영양 야채를 듬뿍 넣은 영양죽도 일품이다. 국수 및 죽은 각 1000원.

 약돌 건강 한방찜도 일품이다. 약돌 건강 한방찜은 인삼 등 각종 한약재와 새송이 호두 마늘 은행 솔잎 등 13가지 재료를 넣고 쪄내 성인병 예방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하나같이 별미이다. 식사 후 손수 담근 오미자차로 입맛을 마무리한다. 문경 시내 문경여중 뒷편에 위치해 있다. 문경새재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지만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다. 물론 약돌돼지 구이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경약돌샤브샤브' 식당 벽에 걸린 약돌 생샤브샤브 요리 사진을 담은 액자(오른쪽).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시 필자는 약돌 생샤브샤브가 약돌 건강 한방찜에 비해 사진이 잘 안나온다는 안주인의 말을 믿고 약돌 건강 한방찜 사진을 찍으며 취재했다. 사진 우측의 돌이 게르마늄 성분의 거정석.


 그리고 8월 1일 연합뉴스 '마산서 돼지고기 샤부샤부 나왔다' 기사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네요." 쇠고기, 꿩고기로만 맛볼 수 있었던 샤부샤부 요리가 고품질 흑돼지를 이용한 요리로 첫 출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일 경남 마산시 해운동에 문을 연 우리나라 첫 돼지고기 샤부샤부 전문 음식점인 샤브웰 신마산 1호점(대표 권상대)은 발디딜 곳이 없을 만큼 북적거렸다.
 이날 식당을 보은 손님들 중에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샤부샤부 요리가 처음이어서 호기심에서 찾은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신선한 야채와 버섯이 담긴 끓는 육수에 얇게 썬 돼지고기를 넣어 살짝 익힌 뒤상추와 마늘, 소스 등으로 싸 먹는 돼지고기를 직접 먹어본 손님들의 호응도 폭발적이다.
 강영애(58.마산시 해운동)씨는 "돼지고기 맛이 아니고 고소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아주 독특한 맛"이라며 "육질도 굉장히 부드러워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이날 샤부샤부용으로 식탁에 오른 돼지고기는 진주산업대학교 양돈특화산학협력단(단장 김철욱 교수)과 산청 성축농장(대표 서상식) 등 산.학.관.연이 합작한 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제17-17-5-20호) 무항생돈육인 샤브웰포크.
 양돈협력단은 샤브웰포크를 생산하기 위해 1995년 일본서 종돈을 도입, 사육해 왔으며 지난 10여년간 성축농장과 공동으로 품종에서부터 사료, 사육기간, 사양관리등을 차별화해 고품질 무항생제 돼지고기 생산기술을 축적해 마침내 소비자들을 직접 찾게 된 것.
 가족들과 함께 식당을 찾은 강동원(30.진주시 신안동)씨는 "돼지고기 샤부샤부 요리를 처음 접해 봤는데 입맛에서 살살 녹는 것이 오히려 쇠고기 샤부샤부보다 훨씬 더 나은 것 같다"고 극찬했다.
 특히 손님들은 수입산 쇠고기 등이 잇따라 식탁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경쟁력있는 우리 먹거리의 탄생을 축하했다.
 식당 주인 권씨는 "돼지고기가 샤부샤부가 되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손님들도 직접 먹어본 뒤에는 한결같이 쇠고기 이상으로 맛있다고 말한다"며 "육질은 물론냄새가 전혀 없어 구이보다 훨씬 더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생산농가와 유통업체, 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해 설립한 ㈜샤브웰농업회사법인은 앞으로 전문 가맹점의 경우 농장에서 곧바로 샤부샤부용 고기를 공급하고 부재료로 사용하는 각종 야채류와 장류도 친환경 생산농가로부터 직접 공급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가가치를 높여주기로 했다.
 김 단장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3개월 정도 더 사육해 도축하기 때문에 불포화지방산 등 영양분이 풍부하고 아주 맛있는 유전자들이 발현되는 고품질 돼지고기"라며"구이나 찌개용으로 그쳤던 돼지고기가 웰빙식으로 즐길 수 있는 샤부샤부 요리 재료로도 변심하면서 금돼지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두 기사를 볼 때 샤브샤브용 돼지고기는 문경이 먼저 개발, 이미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서, 마산발 연합뉴스에서 강조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발돼'라는 부분은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문경시에 따르면 문경약돌을 활용하여 문경약돌돼지,약돌한우,약돌사과,약돌쌀을 생산하고 있다 한다.
 문경약돌돼지는 1999. 10. 14상표등록(제0456583호), 2001. 9. 24 특허등록(제0311257호) 등록되어 있습니다.  

 차이라면 문경은 약돌돼지를 개발해 문경의 특산물에 머물러 있는 반면 마산의 경우 '신마산 1호점'이라는 사실로 볼 때 물량공세를 통한 체인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교산-함양 기백산(446)

책바위 넘고 용추폭포수에 땀씻고

경남 함양의 용추계곡과 경북 문경새재. 머나먼 두 계곡을 화두로 끄집어낸 까닭은 앉은 형세가 여러모로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추폭포. 10m 높이에서 내리꽂히는 엄청난 물소리와 물보라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예부터 거창·함양의 유서깊은 3대 계곡 중 하나인 용추계곡은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 등 1000m급 이상의 고봉준령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져 있는 깊은 골짜기다. 북쪽의 남덕유가 넘치는 기운을 감당못해 남동쪽으로 가지 하나를 더 뻗어내려 솟구친 이들 산은 용추계곡 좌우로 개별 산행이 가능한데다 무박2일 종주산행까지 겸할 수 있어 많은 산꾼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 또한 깊기로는 한 수 위. 그 유명한 주흘산과 부봉 그리고 백두대간 산줄기인 마패봉 조령산으로 둘러쳐져 마치 자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깊은 협곡이다. 새재길 좌우의 웅장한 산들은 그 자체만으로 멋진 산행코스가 열려 있는데다 1박2일 정도면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추폭포 하류의 시원한 계류(왼쪽)와 다른 각도에서 본 용추폭포.

계곡과 나란히 내달리는 계류 또한 절경이다.
용추계곡 지우천에는 10m높이에서 내리꽂히는 엄청난 굉음의 용추폭포를 비롯 용소 꺾지소 등 볼거리가 다양하고, 영남의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넘은 새재길 계곡에도 제2관문 아래 45m의 3단폭포인 조곡폭포를 비롯 용추 꾸구리바위 등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현재 문경새재는 도립공원이고, 용추계곡은 기백산 군립공원에 포함돼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1970년대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독 문경새재만은 ‘포장하지 말라'고 지시해 흙길로 남아 있다는 점. 그는 사관학교 입학 전 잠시 문경초등에서 교편을 잡아 누구보다 문경새재를 아꼈다고 전해온다. 반면 용추계곡은 용추폭포 위 용추자연휴양림까지 포장돼 있어 편리하지만 고즈넉한 맛이 덜하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 함양이거나 용추계곡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문경새재처럼 포장이 안된 채 체계적 보존이 이뤄졌더라면 용추계곡 또한 도립공원 이상의 관광지로 각광받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용추계곡이 필요 이상으로 개발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분명한건 용추계곡을 둘러싼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이 지금도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애정 공세를 듬뿍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특정 지점이 4개나 되는 1000m급 명산의 들머리가 되는 곳은 이곳밖에 없으리라 확신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추사에서 바라본 피바위. 만개한 백일홍과 색조화가 일품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기백산(箕白山·1331m). 함양과 거창의 경계에 위치해 예부터 두 지역의 날씨변화를 제일 먼저 알려줘 `비의 징조를 안다'는 의미의 지우산(智雨山)으로 불렸다.
장쾌한 능선길에선 1000m급 고봉준령이 조망되고 특히 정상 부근의 누룩덤이라 불리는 암봉은 기백산만의 자랑이다.

산행은 함양 안의면 용추사 주차장~기백산 등산로 안내판~(도수골)~지능선~전망대 바위~기백산 정상~잇단 누룩덤(책바위)~시흥골·금원산 갈림길~시흥폭포~황석산장~거망산 들머리(지장골) 지나~용추사~용추폭포~용추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등산로와 이정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길찾기는 전혀 문제없다.

주차장에서 길은 두 갈래. 용추사 및 용추자연휴양림 가는 길이 그것이다. 휴양림 방향으로 간다. 5분 뒤 우측에 기백산 등산로 안내판. 정상까지 4.2㎞. 용추계곡의 지계곡인 도수골 등산로의 시점이다.
돌이 유난히 많은 이 길은 처음엔 숲터널이고 이후엔 계곡산행으로 이어진다. 20분 뒤 800고지 쉼터를 지나면 계류와 접하고 일순간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와닿는다. 힘찬 물소리와 매미울음, 그리고 명산에서 느껴지는 그윽한 분위기가 산행의 맛을 더해준다.
계곡을 건너 950고지의 119안내판에서 급경사 산죽길을 헤치고 오르면 지능선. 들머리에서 1시간10분. 정상까지 1.3㎞ 남았다.
이제 된비알이 기다린다.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하자. 발밑에는 며느리밥풀꽃 흰여로 긴산꼬리풀 청여로가 눈에 띈다. `정상 0.2㎞'라 적힌 팻말 앞에 서면 시야가 확 트인다. 왼쪽엔 황석 거망산이, 오른쪽엔 남덕유에서 출발, 월봉 금원 기백(평전) 황매 자굴산을 거쳐 진양호에 잠기는 도상거리 160㎞의 진양기맥의 장쾌한 능선이 펼쳐진다. 장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백산 주능선에는 누룩덤 등 암봉이 산재해 능선의 밋밋함을 보완해준다. 왼쪽 암봉인 1279봉 뒤로 금 원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15분쯤 뒤 마침내 정상. 조망안내판에는 황석 거망산만 표기돼 아쉽다. 좀 더 넓게 살펴보면 거망산 우측으로 은신치, 그 아래 무학대사가 수도했다는 은신암, 그 뒤로 월봉산 남덕유 삿갓봉이 보이고, 안내판 왼쪽으로 기백평전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왼쪽, 누룩을 포갠듯 켜를 이룬 누룩덤이 가까이 보이는 금원산 방향으로 간다.
누룩덤이 없으면 기백산은 아주 심심한 산이 될 뻔했다.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누룩덤은 금원산까지 이어지는 장쾌하지만 밋밋한 능선에 일종의 매듭과 같은 역할을 해 한마디로 산의 품격을 높여준다. 누룩덤에 올라서면 정면의 금원산과 금원암, 우측으로 흰 암봉이 뚜렷한 현성산도 확인된다. 누룩덤에 오를 자신이 없으면 왼쪽으로 에돌아가도 상관없다.
작은 누룩덤을 지나 20여 분 숲터널을 내달리면 갈림길. 직진하면 금원산, 왼쪽길로 내려선다. 시흥골로 접어드는 본격 하산길이다. 다소 거칠고 험하다. 도수골로 올라 시흥골로 하산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숲은 원시림을 방불케 하고 모싯대 자주꿩의다리 등 야생화도 다양하다. 바위를 덮고 있는 이끼도 인상적이다. 1㎞쯤 남았다는 팻말 인근의 와폭인 시흥폭포도 볼 만하다. 폭포에서 숲을 벗어나는, 사실상 산행종점인 사평마을 황석산장까지는 15분 걸리고, 여기서 철제 구름다리를 건너 용추사 용추폭포를 둘러본 뒤 주차장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2005. 8)

#떠나기전에

 용추사 주차장 앞 일주문 현판에는 뜻밖에도 '덕유산 장수사 일주문'이라고 적혀있다. 487년 신라 소지왕때 창건됐지만 한국전쟁때 지금의 일주문만 남고 불에 탔다. 지금의 용추사는 원래 장수사에 딸린 암자였지만 장수사가 일주문만 남고 소질되자
지난 59년 중건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용추사엔 백일홍이 한창이다. 용추사 입구 우측의 백일홍은 단연 돋보인다. 백일홍과 그 뒤로 보이는 경사진 피바위의 조화도 일품이다. 사진을 찍으면 한 화면에 들어온다. 구렁이와 처녀의 애절한 사연이 전해오는 피바위는 바로 아래 용추폭포와도 한 화면에 잡힌다. 유량이 풍부한 폭포 아래에선 잠시만 머물러도 옷이 젖을 만큼 물방울이 분무된다. 흠이라면 숲에 싸여 있어 무지개는 볼 수 있다.
 함양은 물레방아의 원조 고을. 연암 박지원이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 용추계곡 입구 안심마을에 우리나라 최초로 물레방아를 설치해 실용화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용추계곡 입구에 '물레방아 공원'(사진)을 조성, 실제로 대형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다.


 #교통편

 용추계곡은 함양에 속하지만 버스는 거창에서 오간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에 출발한다. 2시간40분 걸리고 1만1900원. 들머리인 용추사행 군내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매시 50분에 출발한다. 50분 걸리고 2000원. 주의할 점은 군내버스 정류장 찾기. 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두번째 사거리에서 중앙교를 건너 시장 입구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터미널에서 10분 거리.
 날머리 용추사에서 거창행 버스는 역시 1시간 간격으로 매시 50분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50분. 거창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4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 만일 거창서 막차를 놓치면 서대구로 가서 지하철을 이용, 동대구역으로 이동한 후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 지곡긿안의IC~거창 안의 24번 좌회전(용추계곡 기백산 방향)~김천 거창 24번 직진~용추계곡 7.3㎞~용추주유소서 좌회전(용추자연휴양림, 기백산)~용추사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