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폭포 걸려 있는 포항 천령산 청하골(일명 보경사계곡)

4㎞ 걸쳐 연산폭 등 12폭포 절경
산행내내 시원한 바람 부는 그늘
향로·삿갓봉 등 주변산 조망 가능
'산·계곡·바다' 삼박자 갖춘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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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골 최고의 폭포인 연산폭포. 30m 높이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번 주 산행지는 경북 포항시 천령산 청하골. 천년고찰 보경사에서 출발해 흔히 보경사계곡으로도 불리는 청하골은 내연산(삼지봉) 향로봉 매봉 삿갓봉 천령산(우척봉) 문수봉 등 6개의 봉우리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져 있다.

흔히 이 봉우리들은 모두 내연산군으로 분류되지만 유독 천령산만 개별 봉우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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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산폭포 바로 아래 위치한 관음폭포. 연산구름다리를 지나면 연산폭포가 바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창우 대장은 "천령산은 조선 후기까지 신구산(神龜山) 또는 하늘같이 높다 하여 하늘재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에 천령산으로 바뀌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그런 것 같다"며 "하지만 주능선이 연결돼 있는 데다 산세 또한 유사해 내연산군으로 넣어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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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쌍폭이라 불리는 상생폭포(왼쪽)와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기암절벽.


경북의 '금강'이라 불리는 청하골은 4㎞여에 걸쳐 무려 12개의 폭포가 있어 일명 '12폭포골'로 불린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넓은 소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 그리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소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산행은 포항 청하면 보경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버스 종점)~보경사~청하골계곡(상생폭~보현폭~보현암~무풍폭~관음폭~연산폭포)~비하대~우척봉 삼거리(음지밭뚝)~천령산 우척봉(770m)~삼거리 이정표(시명리 방향)~계곡(청하골 상류)~잇단 너덜~흔들다리~은폭~우척봉 삼거리(음지밭뚝)~보경사~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10분 안팎. 여름산행치고는 꽤 길지만 오를 때와 하산할 때 계곡과 나란히 걷는 데다 산길 또한 시종일관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여기에 일부 능선길에선 동해바다의 넘실대는 파도가 바로 보여 '산·계곡·바다'의 3박자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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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보경사까지는 걸어서 대략 12분. 노송의 운치가 시선을 끌지만 진입로가 짧은 것이 흠이다. 입구의 감로수를 한 잔 들이키고 잠시 경내를 둘러보자. 불국사 말사인 보경사는 현재 설법전 해체 복원불사가 진행 중이라 다소 어수선하다.

등산로는 절 좌측. '연산폭 2.7㎞, 향로봉 7.9㎞'라 적힌 이정표가 이를 확인시켜 준다. 200m쯤 뒤 서운암 입구를 지나면서 청하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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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암 갓바위(왼쪽)와 산행 도중 바라본 보경사와 광활한 동해바다.

 
12폭 중 첫 폭포는 상생폭포.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 아래 두 가닥의 물줄기가 떨어져 일명 쌍폭이라 불린다. 절에서 30분 걸린다. 보현폭은 10분 뒤 안내판을 먼저 만나지만 정작 폭포는 보이지 않는다. 5m쯤 더 가야 비로소 좌측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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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을 지나면 만나는 천령산 안내판(왼쪽)과 천령산 정상인 우척봉.

10분 뒤 산내 암자 보현암. 절집이라 입구에 예의 상사화가 피어 있고 경내에는 수국이 객을 맞는다. 샘터가 있으며 암자 뒤 1분 거리엔 갓부처가 조성돼 있다.

되돌아가지 않고 진행 방향으로 간다. 8분 뒤 쇠줄이 둘러쳐져 있는 지점 한 편에 연산폭포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혼돈하기 쉽지만 쇠줄 인근 폭포는 무풍폭이다. 연산폭은 머리 위 현수교를 건너면 만나며 두 줄기의 관음폭은 눈앞의 조잡한 다리 쪽으로 가야 잘 보인다. 주변 소나무가 걸린 학소대의 경관도 무척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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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때 만나는 은폭포. 연산폭포 상류에 위치해 있다.


우선 계단을 올라 연산구름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연산폭은 청하골 최고의 폭포답게 30m 높이에서 힘찬 물줄기를 쏟아내며 연산구름다리 아래의 관음폭 주변엔 억겁의 세월 동안 차별 침식을 받은 듯 여러 개의 굴이 형성돼 신비감을 자아낸다.

연산폭에선 더 이상 전진이 안돼 다시 내려와 계류를 건너면 좌측에 등로가 열려 있다. 에돌아 올라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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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경내와 홑왕원추리.

 
꽤 험해 밧줄이 걸려 있다. 오르막 끝 '빙방사'라 적힌 팻말이 위치한 곳은 비하대이며 동시에 갈림길. 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또 갈림길. '등산로'라 적힌 팻말을 따라 가면 이내 우척봉 삼거리, 일명 음지밭뚝이다. 직진하면 연산폭 상류의 은폭포와 향로봉 방향, 산행팀은 은폭포의 경우 하산길에 보기로 하고 왼쪽 우척봉으로 오른다. 고된 된비알의 연속이지만 애오라지 그늘진 외길이라 힘을 덜어준다. 40여 분 뒤 급경사 오름길이 끝나며 작은 봉우리에 선다. 그간 안 보이던 안내 리본도 제법 눈에 띈다. 동시에 갈림길. 좌측으로 가면 내연산군을 조망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둘 있다. 왼쪽 전망대에 서면 정면 내연산 삼지봉, 그 우측 뒤로 동대산, 삼지봉 좌우측으로 각각 향로봉과 문수봉 및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하골을 중심으로 말발굽 모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측 끄트머리 전망대에선 발아래 보경사와 정면으로 보경사 주차장으로 떨어지는 용치등 능선과 역시 동해바다가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 비교적 평탄한 능선이 한동안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2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방금 전 본 용치등을 타고 내려서는 보경사 주차장, 산행팀은 직진형 우측 우척봉(1.2㎞) 방향으로 간다.

10여 분 뒤 헬기장과 천령산을 소개하는 대형 입간판을 잇따라 지나면 마침내 천령산 우척봉 정상. 반듯한 자연석인 정상석엔 '牛脊峯'이라 적혀 있다. '소 우 자'에 '등뼈 척 자'로 소 잔등처럼 생겼다는 의미이다.

자연석에 서서 남쪽으로 뒤돌아보면 전망대 뒤쪽이 내연산수목원이며 전망대 왼쪽 앞이 삿갓봉, 그 뒤 높은 산이 비학산, 전망대 우측 둥그스럼한 것이 매봉, 그 뒤 괘령산, 다시 그 우측으로 낙동정맥이 확인된다.

정상에서 하산로는 두 갈래. 정상석 왼쪽으론 삿갓봉을 거쳐 내원산수목원, 산행팀은 정상석 우측 삼거리(시명리) 방향으로 간다. 10분 뒤 만나는 갈림길에선 우측 시명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여 분 뒤 너덜과 쓰러진 나무를 가로질러 급경사 내리막을 힘겹게 20분 정도 걸으면 청하골 상류에 닿는다. 바로 계곡을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지도상의 삼거리를 지나 내연산수목원 가는 길,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로 간다. 곧 작은 능선으로 힘겹게 올라서면 갈림길. 왼쪽은 오래 전 화전민이 거주하던 시명리에서 올라오는 길, 우측길을 택한다.

이내 갈림길. 왼쪽 내연산 삼지봉으로 이어지는 밤나무등 코스 대신 우측길을 택한다. 2분 뒤의 갈림길에서도 역시 우측으로 간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길로 가면 계류에 닿는다. 청하골 지류로 실폭이 있는 잘피골이다. 우측으로 시명폭포가 위치해 있다. 산행팀은 바로 계류를 건너 산허리를 타고 복호 1·2폭포 쪽으로 향한다.

잇단 너덜을 지나 10분이면 다시 계류와 만난다. 나무에 걸린 '계곡횡단'이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계류를 건넌다. 7분 뒤 심하게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 계류와 나란히 12분쯤 걸으면 마침내 은폭.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하산길의 피로를 싹 가셔준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계류를 따라 등로를 두어 번 오르내리면 계류에 내려서고, 다시 계류를 건너면 이내 사실상 산행이 시작됐던 우척봉 삼거리인 음지밭뚝. 여기서 왔던 길로 내려서면 보경사까지 대략 1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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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떠나기전에-12폭포 안내판 일부 없어 아쉬움 남아

4㎞에 달하는 청하골은 알려진 대로 계곡을 따라 12개의 폭포가 있다. 하류에서부터 상생폭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복호1폭 복호2폭 시명폭과 청하골의 지계곡 중 하나인 잘피골의 실폭이 바로 그것이다. 순수하게 청하골만 따진다면 11개인 셈이다.

산행팀이 이번에 직접 확인한 것은 상생폭 보현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등 6개. 보경사에서 2.7㎞ 떨어진 연산폭까지는 관광객들이 쉬이 다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삼보폭과 잠룡폭의 경우 폭포의 규모가 작더라도 팻말 하나쯤은 세워뒀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호1·2폭은 등산로와 계곡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 물리적으로 볼 수 없었으며 시명폭과 실폭 또한 정확한 위치 표시가 없어 확인할 길이 없었다.

문화재 관람료도 문제다. 올 초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이후 조계종 산하 각 국립공원 사찰들의 문화재 관람료가 최고 43%까지 인상돼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불국사의 말사인 보경사까지 2000원씩이나 되는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이는 통행세가 아니기 때문에 문화재를 보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보 하나 없고 변변한 유물전시관도 없는 보경사가 이처럼 관람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날 청하골을 찾은 산꾼들의 불만이다. 실제로

산행팀은 사찰측과 산꾼들이 관람료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수 차례 목격했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에 따르면 현 문화재보호법 제39조에는 국민들이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한다.


#교통편-노포동서 포항행 버스 10분 간격 출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15분 걸리며 요금은 7000원. 포항터미널 인근에서 보경사행 500번 좌석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9시20분, 10시50분, 낮 12시30분에 출발한다. 1500원. 정류장은 터미널에서 나와 길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날머리 보경사 주차장에서 포항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 5시, 6시30분, 7시30분(막차)에 있다. 포항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0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7번 포항~울진 포항 위덕대 7번~울진 영덕 28번-포항시내 우회도로(이쯤에서 포항 7번 국도는 포항시내로 들어가는 것임)~위덕대 지나~울진 영덕~송라 보경사~보경사 주차장 순.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청류따라 굽이굽이 원시의 비경-울창한 원시림·기기묘묘한 암벽
자연미 그대로 간직한 마실·덕골-정상 오르면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날머리 하옥까지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이용을
덕골 '황금수 온천' 눈길… 하옥산장 1박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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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인 덕골의 U자 협곡을 따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산꾼들. 경사진 암반은 이끼가 껴 아주 미끄럽다.

 
어느샌가 햇볕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새삼스레 시원한 계곡이 그리워진다. 확트인 시야의 능선길 대신 하늘을 가린 숲길이었으면 좋겠다.

바야흐로 계곡산행 시즌이 도래했다.

요즘 산꾼들은 계곡도 계곡 나름이라며 무척 까탈스럽다. 이름깨나 알려진 곳은 사람들이 북적대 싫고 일부 국립공원은 '그림의 떡'마냥 아예 접근조차 불허해 더욱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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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골에서 만난 촛대바위. 한 산꾼이 장난감 크기로 보인다.

그래서 산꾼들은 원시림에 대자연의 신비감을 고스란히 간직한 절경의 골짜기를 기를 쓰고 찾아 나선다. 좁은 땅덩어리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계곡이 널려 있겠냐마는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 자신있게 숨은 계곡을 내놓는다.

경북 영덕과 인접한 포항 북부 내연산(內延山) 마실골과 덕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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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때의 마실골 또한 덕골 못지 않게 때묻지 않은 보석같은 계곡이다.

흔히 내연산 하면 보경사와 12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청하골을 먼저 떠올린다. 7번 국도 상에서 접근이 용이해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은 이미 한 번쯤 다녀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하골이 내연산을 기점으로 남동쪽의 널리 알려진 계곡이라면 마실골과 덕골은 그 반대편 오지인 북서쪽의 숨은 계곡이다. 두 골짜기는 사시사철 청류(淸流)가 흐르는 하옥리 계곡의 지류이다.

하옥리 계곡은 '옥계 37경'으로 유명한 영덕의 옥계계곡과 이어지는 상류쪽 계곡. 도로를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절경을 이룬다. 주계곡이 이럴진대 지계곡과 산줄기의 경관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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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과 내연산 삼지봉을 연이어 찍고....

마실골과 덕골은 순수 자연미를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가에 비중을 두는 까다로운 산꾼들에겐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힌다. 기기묘묘한 암벽과 단애, 이름 모를 무수한 폭포와 소, 하늘을 가릴 듯한 울창한 숲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산행은 마실골~Y자 계곡 갈림길~삼지봉·동대산 주능선~(동대산·791m)~동지봉(789m·좁다란 헬기장)~마두교·삼지봉 갈림길~문수봉·삼지봉 갈림길~내연산 삼지봉(710m)~마두교·삼지봉 갈림길~덕골~마두교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50분 안팎. 자고로 능선은 오르면서, 계곡은 내려가면서 길찾기가 쉽다고 한다. 마실골은 그나마 힘겹게 올랐지만 덕골만큼은 예외라고 강조하고 싶다. 험한데다 에돌아 가야 할 산길마저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나 나홀로 산행은 결단코 말리고 싶고, 최소한 서너 명은 함께 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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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마실골 입구는 버스종점인 하옥리 포항학생야영장에서 비포장로를 따라 700m쯤 가면 만난다. 바로 앞에는 잠수교가 있다. 100m 전쯤에는 공중화장실과 신축 중인 기도원, 그리고 '포항학생야영장 2포스트' 안내판이 보인다.

 
발걸음은 잠수교 직전 우측 논을 따라 옮긴다. 150m쯤 뒤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바로 바윗길로 올라선다. 이 길만 찾으면 일단 들머리를 찾은 셈. 이후 계곡을 따라 산허리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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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골로 내려서는 산길 초입(왼쪽)과 주변의 빼어난 경관.

10분이면 계곡에 닿는다. 30m쯤 대각선 방향으로 물길을 건너면 다시 산길. 입구의 초롱꽃이 아주 곱다.

늘 그렇듯 계곡산행은 정답이 없다. 그저 물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계곡 좌우 산사면길로 걷기도 한다. 또 경사도가 제법 되는 암반을 손발을 모두 동원해 지나기도 한다.

이번 마실골도 마찬가지. 골 안으로 접어들면 평범했던 겉모습과 달리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울창한 숲에 대롱대롱 매달린 덩굴, 이끼 낀 바위가 우선 시선을 붙잡는다. 좌우 기암절벽과 자그마한 폭포, 소 등은 기본. 비록 꽃은 지고 없지만 금낭화 군락지도 자주 발견되고 너덜길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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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실골은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렇게 1시간30분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주능선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이고 물소리가 차츰 멀어진다. 어느새 두 골짜기가 만나는 합수지점 약간 위에 올라 서 있다. 일명 Y자계곡이다. 이때부터 두 골 사이로 열린 지능선을 타고 오른다. 된비알이지만 길은 반듯해 20여분이면 주능선에 닿는다. 왼쪽은 동대산, 오른쪽이 내연산 삼지봉 방향. 동대산은 25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동대산에선 정면 향로봉과 왼쪽으로 내연산 삼지봉과 천령산이 가까이 손짓하고, 정상석 뒤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이제 삼지봉으로 향한다. 푹신푹신한 낙엽길이다. 독특한 형상의 투명한 수정난풀도 보인다. 45분이면 조그만 헬기장에 닿는다. 동지봉이다. 조망 등 별 특징이 없어 지체할 이유가 없다. 곧바로 직진한다. 이내 등로는 왼쪽으로 쏟아진다. 4분 뒤 마두교 갈림길. 동대산과 마찬가지로 삼지봉을 다녀온 후 이곳에서 마두교 방향으로 하산한다. 참고 하나. 체력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동지봉에서 삼지봉으로 가지 않고 바로 지계곡을 거쳐 덕골로 내려서도 된다. 길은 뚜렷하지 않지만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자. 리본도 달아놨다. 덕골 주계곡과의 합류는 대략 40여 분 뒤.

왼쪽 산허리를 잠시 돌면 삼지봉·문수봉 갈림길. 삼지봉 안내판 뒤로 200m쯤 오르면 삼지봉(三枝峰). 동지봉에서 12분. 향로봉 동대산 문수봉으로 가는 세 갈래 능선이 각각 펼쳐져 명명됐다 한다. 손에 잡힐 듯한 향로봉 산줄기가 여인의 누운 형상으로 보이며 상봉 부위가 가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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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실골은 비교적 험한 데다 이따금씩 길이 사라져 홀로 산행은 가급적 자제했으면 한다. 마지막 지점도 시나브로 마두교가 보이면서 끝이난다.

이제 마두교 방향으로 내려선다. 2, 3분 희미한 산길을 내려서면 덕골 최상류 물길. 이 물길을 따라 다시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꽤나 높은 폭포 때문에 산사면길을 찾아도 좀체 보이지 않고, U자 협곡의 암벽 아래 살짝 튀어나온 암반 위를 걸어도 이끼 때문에 미끄럽다. 어쩌다 홀로 되면 당혹스러움을 느낄 정도다. 이쯤 되면 거리감각이 무뎌져 어디가 어딘지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여튼 필설로는 다할 수 없는 고생 아닌 고생이다.

다행히 어느 순간 계곡물이 사라지면서 건천을 이뤄 한 동안은 길찾기 걱정없이 건천을 걷는다. 이렇게 1.5㎞ 정도. 다시 골이 좁아지며 양편에 이끼가 잔뜩 낀 벼랑을 이룬다. 촛대를 닮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과 앙상블을 이루고 발 아래는 각양각색의 암반 위로 맑디 맑은 옥수가 흘러내린다. 이쯤 되면 고생은 좀 되더라도 '원시 계곡의 백미' '계곡 산행의 히든카드'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어진다.

에돌아가는 산길에는 특이하게 애기 손톱만한 잎이 촘촘하게 맺혀 있는 독특한 향의 제피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마무리는 막판 숲길로 이어지다 한순간 계곡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환호성을 지른다. 정면에 긴 교각인 마두교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랜 어둠 속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산꾼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있다. 하지만 들머리인 포항 최북단 오지 하옥으로 이어지는 연계 버스의 출발시간이 맞지 않아 대중교통편으로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승용차로 출발하면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 입구 지나~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포항 우회도로)~울진 영덕 7번 국도~위덕대 지나~월포해수욕장 입구에서 청하 방면 좌회전~청송~청송 상옥 경북수목원 우회전~청송 부남 우회전~하옥 우회전~영덕 포항학생야영장 우회전~(상옥부터)비포장로~하옥교(옛 향로교)~마두교~두 번째 잠수교 앞.

날머리 마두교에서 들머리 두 번째 잠수교 앞까지는 대략 3.2㎞. 귀갓길을 고려해 마두교 앞에 주차한 후 들머리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교통편은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떠나기전에

산행 후 우연히 만난 하옥산장 주인 권갑철 씨는 덕골에는 사시사철 10도를 유지하는 샘이 있다고 말했다. 일명 '황금수 온천'이란다. 건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략 1㎞쯤 떨어진 계곡 우측 암벽 아래 바위 옆이라고 했다. 직경이 60㎝쯤 되는 작은 웅덩이란다. 이 때문에 영하 20도 속에서도 이 황금수 온천 하류 계곡의 2㎞ 정도는 얼지 않는단다.

마두교·삼지봉 갈림길에는 태백알파인클럽이 나무에 '마두교 계곡 가는 길'이라 적은 하얀 안내 팻말을 붙여 놓았다. 여기에는 '등산로 없음. 계곡 탐사길 문의'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전화번호의 국 자리가 두 자리여서 꽤나 오래 전에 붙인 것으로 추정됐다. 중요한건 그 만큼 험로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하옥리 계곡은 영덕쪽의 옥계계곡과 도로로 이어진다. 포항과 영덕의 경계 부분으로 비포장로다. 극히 일부 구간은 사륜구동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험하다. 위도 상으론 옥계계곡이 위쪽이지만 해발로 따지면 하옥리계곡이 상류이다. 두 계곡은 모두 도로를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하옥리계곡쪽은 건너편의 솔밭 또한 수려해 휴가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 경방골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여유있게 산행을 떠나려면 날머리 마두교 인근 하옥산장(054-262-7885)에서 1박을 하자. 4만~8만 원(성수기). 예약 필수. 통오리 바비큐(3만5000원), 바비큐 모듬(1인당 1만원)도 일품이다.

또 한가지. 내연산의 주봉은 최고봉인 향로봉. 하지만 포항시쪽에서 가장 먼 서쪽 한 구석에 위치해 있어 동대산 향로봉 문수산의 한 가운데 위치한 삼지봉이 정신적 주봉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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