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매화가 봄길 틔우고, 벚꽃·유채가 절정 피운다
-섬진강 매화마을 뒤덮고 구례는 산우유 샛노란 물결
-부산 근교 양산 원동도 내일부터 토종매화축제
-4월이면 벚꽃 향연…하동·진해·삼랑진 등 장관
-창녕 남지읍 낙동강 둔치 유채꽃도 색다른 유혹
-4월 진달래·5월 철쭉 산꾼들 어디갈까 고민중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변 유채꽃 단지.

산꾼 시인 이성부는 '봄'을 이렇게 읊었다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중략)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중략)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애타게 기다린 봄이 쉬이 오지 않음을 안타까이 여기다 마침내 도래한 봄의 숨결에 안도하는 심정을 노래한 듯합니다.

이성부는 봄을 한량처럼 나자빠져 있는 등 느려터졌다고 노래했지만 실상 올 봄은 조물주의 시샘인지 동장군의 용심인지 하여튼 '이성주의 봄' 보다 더 더디게 온 것 같습니다. 이달 들어서도 찬 기운을 동반한 비가 간헐적으로 을씨년스럽게 내리더니 지난주에는 전국에 때아닌 폭설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죽어라고 눈을 볼 수 없던 부산에도 5㎝가량 내렸으니 그야말로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겠죠.

꽃샘추위가 이제 아련한 옛 추억이 돼버린 완연한 봄. 봄 햇살에 연못가 버들개지도 눈을 뜨고 시골 들녘에는 한가롭게 나물 캐는 아낙들이 눈에 띕니다. 도심에는 봄처녀의 옷빛깔도 화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봄의 전령은 뭐니뭐니해도 꽃이지요. 사계절 어디건 꽃이 끊이질 않지만 한겨울 모진 혹한을 이겨낸 후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봄꽃이야말로 봄나물에 냉잇국처럼 상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우리땅 봄꽃의 개화시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동백 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 배꽃 복사꽃 유채꽃 사과꽃 진달래 철쭉 순. 오래전엔 시차를 두고 순서대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인지 엘리뇨 탓인지 일부 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더군요. 6, 7년 전만 하더라도 섬진강변에는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빛을 잃으면 구례 산동면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내밀었지만 지금은 거의 같은 시기에 피고 있더군요. 상춘객의 입장에서는 한 걸음에 매화와 산수유의 꽃잔치를 볼 수 있으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전국 각지의 봄꽃 기상도를 살펴봤습니다. 우리땅 발 닿는 곳 어느 구석에도 봄꽃이 없겠냐마는 이왕이면 지명도가 있는 전국 유명 봄꽃 여행지와 산행지로 떠나면 더욱더 호사를 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봄은 지금 이 순간도 남녘에서 살금살금 북상하고 있습니다. 봄바람은 처녀 겨드랑이를 타고 온다 했던가요. 봄 햇살은 제 새끼 챙기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라 했던가요. 이성주의 '봄'에서처럼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오고 있는 봄을 이번 주말 마중 나가보지 않으시렵니까.


남도의 봄은 섬진강에 먼저 온다

봄의 여신이 맨 처음 발을 디디는 곳은 섬진강변. 이곳에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각종 봄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해서 이번 주말부터 4월 초까지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는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떠오른다.

                 청매실농원과 섬진강. 매실액과 매실장아찌가 익어가는 2500개의 항아리가 눈길
                 을 끈다. 

섬진강변에 봄을 제일 먼저 밝히는 전령은 매화.

매화 꽃잔치의 절정은 청매실농원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전남 광양시 다압면. 고로쇠 약수로 유명한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의 원래 이름은 섬진마을이지만 주민 대부분이 매실농사를 짓고 있어 매화마을로 불린다. 경상도 할매 홍쌍리(68)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곳은 섬진강변 매화의 원조. 6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난다. 혹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면 흩날리는 오편화 꽃잎에 꽃멀미가 날 정도다.

농원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광은 장관이며 매실액이 익어가는 2500개의 장독대도 볼거리다. 문학동산에는 최근 입적한 법정 스님의 문구가 잠시 발걸음을 붙잡는다. 매화축제는 오는 21일까지. 하지만 25일까지 절정이 유지되며, 아쉽지만 4월 초까지도 매화를 볼 수 있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 경부선 열차 그리고 매화가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다.


 부산 근교에도 매화단지가 있다. 토종 청매실 단지로 유명한 양산 원동면 일대에서는 20, 21일 원동매화축제가 열린다. 주행사장은 영포마을 매실농장이지만 차로 7, 8분 거리인 원동역 주변에도 매향이 진동한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경부선 열차 그리고 꽃비가 휘날리는 매화를 한 화면에 잡으면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수백 년 된 토종 매화를 즐기려면 방문 시기를 좀 늦춰야 한다. 옛 선비들이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은은히 풍기던 매향을 쫓아 탐매(探梅)하던 토종 매화는 대개 산속 절집 외딴 곳에 숨어 있어 개량종보다 보름 정도 늦게 핀다. 시기는 이달 말에서 4월 초쯤. 선암사 선암매, 화엄사 흑매, 산청 단속사지 정당매와 덕산서원 산천재 남명매 등이 유명하다. 이 중 홍매인 선암매는 거구에 기품까지 갖춰 최고로 친다.

                    샛노랗게 물든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 일명 산수유마을.

산수유 꽃물결를 만끽하려면 지리산 만복대 기슭의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을 찾아야 한다. 지리산온천단지 위쪽이다. 혹 산꾼들은 만복대 산행 후 상위마을로 하산할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만 이는 절대 불가. 이 길은 현재 영구 폐쇄된 상태다. 청매실농원에선 좌회전, 861번 지방도를 타보자.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19번 국도와 마주 보는 이 길은 매화꽃길로 소박한 시골아낙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매화꽃길 861 지방도.

상위마을을 포함한 산동면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청정 계곡과 돌담 주변 등 마을 전체가 노란 파스텔톤의 옷을 입고 있어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축제는 절정을 맞는 오는 21일까지. 산수유꽃은 한 달 정도 지속돼 4월 초까지 볼 수 있다.

벚꽃 터널, 전국에 꽃비를 내리다
  

                   벚꽃이 만개한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19번 국도.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벚꽃길. 이 길을 걸으면 없던 사랑도 생겨 혼인에 이르게 된다 하여 일명 '혼인길'로 불린다.

섬진강변 매화가 생명을 다하면 19번 국도와 쌍계사 가는 길엔 벚꽃 터널이 만들어진다. 섬진강을 끼고 내달리는 19번 국도는 눈부시고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십오리길은 황홀하다. 오죽했으면 이 길이 청춘남녀들이 혼인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하여 '혼인길'로 불리게 됐을까.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4월 2~4일 열린다. 벚꽃은 매화나 산수유와 달리 4, 5일이면 꽃잎이 흩날려 시기를 특히 잘 맞춰야 한다.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기 시작하면 19번 국도변 만지배밭에는 순백의 배꽃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4월 10일쯤이면 절정이다. 화려한 벚꽃과 달리 배꽃은 깨끗하고 차분해 시골처녀를 꼭 닮았다.

                  벚꽃이 지면 19번 국도변 만지배밭에 순백의 배꽃이 피어난다. 이 또한 볼거리다.

비슷한 시기 부산 인근에도 벚꽃 천지가 펼쳐진다. 진해에는 군항제(4월 1~11일)가 열리고, 밀양 삼랑진 양수발전소 상하부댐인 천태호와 안태호의 드라이브길에도 벚꽃 터널이 만들어진다. 삼랑진은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로, 비록 끝물이지만 딸기를 맛볼 수 있다. 경주 보문단지, 합천호반, 사천 선진리성, 그리고 티벳박물관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 대원사 입구 벚꽃 터널도 4월 첫째 주에 절정에 이른다.

진해 여좌천 벚꽃.
밀양 삼랑진읍 양수발전소 천태호와 안태호를 잇는 드라이브 벚꽃길.
사천 선진리성 벚꽃.

'춘마곡, 추갑사'란 옛말처럼 벚꽃이 아름다운 공주 마곡사와 부안 내소사, 해인사 홍류동계곡 벚꽃은 4월 중순에, 진안 마이산과 청풍호반 벚꽃은 전국에서 가장 늦은 4월 20일 전후로 만개한다.

유채꽃 복사꽃 사과꽃 하고초꽃 그리고 동백

창녕 남지읍 낙동경변 유채꽃 단지.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유채꽃이 상춘객들을 유혹한다.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변 유채꽃밭이 대표적. 66만 ㎡의 전국 최대 규모로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봄바람에 가냘픈 몸이 흔들리는 샛노란 유채꽃을 보고 있으면 꽃멀미가 일 정도로 현란하다. 장관이다. 4월 17~25일 낙동강 유채축제가 열린다. 중부내륙(옛 구마)고속도로 남지IC에서 차로 5분 거리.

양산시 양산천 둔치에서도 4월 21~25일 유채꽃밭이 샛노란 빛으로 물든다. 상북면 고려제강에서 동면 호포대교까지 16㎞ 구간이다. 면적은 30만 ㎡. 경주 첨성대와 안압지, 황룡사터에서도 4월 15~30일 유채꽃이 만발한다. 야간 조명에 비친 첨성대와 안압지의 유채꽃은 몽환적이다.

팁 하나. 올해 삼천포-창선대교 인근 초양도와 늑도의 유채꽃은 기대하지 마시길.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단기간에 전국적 지명도를 높인 초양도·늑도 유채밭은 지주들의 사용료 요구로 사천시가 지난해 말 파종을 하지 않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거제도 고현 해변의 유채밭도 개발로 인해 아쉽게도 올해부터 볼 수 없다.

                             영덕 복사꽃. 한 폭의 그림이다.

좀처럼 보기 드문 진홍빛의 복사꽃 천지는 4월 5~15일 경북 영덕에서 만날 수 있다. 영덕읍에서 안동 방향 34번 국도 따라 들판과 산기슭에 무릉도원을 만든다. 그 길이만 무려 12㎞. 예부터 영덕에선 복사꽃이 필 무렵 대게가 가장 맛있다고 전해져 내려와 이 봄 영덕을 방문하면 복사꽃과 대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복사꽃이 지면 4월 25~30일쯤 같은 장소에서 연분홍 사과꽃이 핀다. 수십만 평의 면적에 복숭아나무와 사과나무가 엇비슷하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운문사 선암사와 함께 국내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영주 부석사 입구에서도 5월 초 사과꽃이 만개한다.

함양 하고초꽃 군락지. 

늦은 봄인 5월 말~6월 초 경남 함양 백전면 오천리 양천마을에서는 보랏빛 하고초꽃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지난 2001년 함양군의 '1마을 1약초' 운동의 일환으로 하고초꿀을 위해 마을 언덕배기 천수답 다랭이논에 심은 하고초꽃 군락이 보랏빛 수채화의 장관을 이루자 사진동호인들이 하나둘 몰리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선운사 대웅전 뒤 동백군락지. 동백은 필 때보다 송이째 부러진 모습이 더 아름답다. 

동백도 볼 수 있다. 필 때보다 처절하게 지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 동백은 사실 1월부터 꽃봉오리를 틔우는 겨울꽃. 시들며 이지러져 인생무상의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여느 꽃과 달리 송이째 부러진 모습이 아름다워 예부터 선비의 꽃으로 불리는 동백은 거제도 지심도, 여수 오동도와 거문도, 강진 백련사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거문도의 등대 가는 길이나 보로봉~불탄봉 등산로에선 쪽빛 물결과 단아한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일품이다. 4월 초까지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북 고창 선운사 동백도 4월 초까지 피고 진다.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진달래와 철쭉
  
고봉준령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봄의 전령은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꽃 진달래. 겨우내 움츠렸던 잿빛 산야를 일순간 화사하게 변모시키는 진달래는 그래서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거제 대금산 진달래.
대구 달성군 비슬산 진달래. 산상화원이 따로 없다.
창녕군 화왕산 진달래.

거제도 대금산 진달래축제는 오는 27일 열리며, 이원수의 동시 '고향의 봄'의 배경인 창원 천주산과 비음산은 4월 10일 즈음 각각 만개할 예정. 비음산은 특히 진달래에 이어 철쭉도 만개한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는 4월 2~4일 온 산을 불태운다. 대구 비슬산 참꽃 축제는 4월 26일~5월 3일 비슬산 자연휴양림과 정상 아래 대견사지 일원에서 열린다. 1000m 고지대에 100만 ㎡나 되는 산사면에 펼쳐져 규모 면에서 국내 최고. 산상화원이 따로 없다.

산꾼들은 철쭉을 계절의 여왕 5월의 꽃으로 여긴다. 전국 철쭉산들의 개화 시기는 대체로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5월 초순)-합천 황매산, 덕유산, 지리산 바래봉(5월 초순~중순)-소백산, 지리산 세석평전(5월 하순)-태백산(6월 초순) 순이다.

보성 일림산 철쭉.


 합천 황매산 철쭉.

리본·기사보며 산행하는 문화 만들어

서울·대전서도 "산행지 결정에 영향"
無名山 문헌·증언 통해 이름 찾아줘
몸 담은 기자만 7명·산행대장도 3명


인기리에 연재 중인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13일(2006년 10월) 자로 500회를 맞았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어느새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정말 곡절이 많았다. 내부적으론 너무 오래됐으니 이제 막을 내리자는 고비를 두어 번이나 넘겼고, 외부적으론 질시의 대상이 돼 한동안 산행 안내 리본이 난도질 당하는 아픔도 수 차례 겪었다. 정말 앞뒤 안 보고 쉼없이 달려왔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나온 길을 반추해보고 향후 갈 길을 짚어본다.


#부울경을 넘어 이제 전국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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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 보성 일림산 철쭉.  
 
 
지난 7월 국제신문 주말레저팀은 '올빼미 산꾼들'을 주제로 야간산행을 특집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당시 취재대상이었던 야간산행 동호회 '달빛 따라 산길 따라(cafe.daum.net/msms2)'의 카페에는 보도가 나간 뒤 놀랄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회원 가입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산·울산·경남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신문에 보도된 이후 가입한 신입 회원의 3분의 1 정도가 서울 경기 충청 전라 경북 등 국제신문이 배달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동호회 권헌영 회장과 김삼문 산행대장은 이러한 사실이 너무 궁금해 신입 회원들의 가입동기를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 부산·울산·경남지역은 물론 타 지역의 모든 신입 회원들이 가입동기로 국제신문의 '달빛 따라 산길 따라'의 기사를 보고 야간산행에 관심이 생겨서라고 적어놨다고 밝혔다.

때문에 권 회장과 김 대장은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산을 좀 타는 산꾼이라면 이제 지역을 불문하고 국제신문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한가위 명절 때 국제신문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대전의 모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친동생이 최근 등산하는 재미에 빠져 주말이면 거의 거창이나 함양의 산을 찾는다고 말해 꼼꼼히 물어봤다. 그도 그럴 것이 동생은 몇 년 전만 해도 산과 담을 쌓고 지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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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夏 구만산 구만폭포
 
김 대장에 따르면 동생은 40이 넘으면서 격무로 차츰 건강에 적신호가 오자 연구소 등산모임에 가입했다. 그러던 중 산행대장을 비롯한 모든 회원들이 국제신문의 근교산 시리즈를 매주 보면서 산행지를 정하고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 그러면서 "동생은 국제신문이 소개한 거창 함양의 근교산은 이제 연구소 등산모임의 바이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 대장은 전했다.

대전뿐만 아니다. 국제신문 취재팀은 산이라는 매개로 전국의 산꾼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종주를 하다가 길을 잃은 광주의 한 의사 산꾼은 캄캄한 밤에 우연히 국제신문의 노란 리본을 보고 연락, 이창우 산행대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하산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취재팀의 무등산 산행 때 그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기자는 우연히 서울의 한 아마추어 산꾼으로부터 책 한 권을 우편으로 받았다. 일면식이 없는 그였기에 기자는 직접 전화를 해 사연을 물어봤다.

그는 영남알프스를 홀로 산행하다 길을 잃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국제신문의 리본을 보고 겨우 산행을 마쳤다. 이후 그는 국제신문이 '근교산'이라는 보석같은 방대한 자료를 갖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산행 때마다 국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얻은 많은 자료를 활용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만일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없었다면 책 저술기간이 훨씬 길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은 또 우리 마을의 숨은 산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거절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곳이 진주의 광제산~집현산. 제보자는 진주시 명석면의 면장이었다.

고향에 부임한 그는 어릴 때 놀던 토종 소나무숲인 광제산이 현 시점에서 볼 때 최적의 산행지라 확신, 취재를 요청해 소개한 결과 많은 산꾼들이 찾아왔다고 고마움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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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설악산 단풍
 


#신문의 시리즈 기사로는 전국 최장수

지난 1996년 1월 4일 '기장 달음산~철마산 종주산행(상)'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장장 10년9개월 만인 2006년 10월 13일 500회의 위업을 달성했다.

사실 근교산 시리즈는 이보다 3년 앞선 1993년 1월 '가볼 만한 근교산'이라는 타이틀로 부산의 진산 '금정산' 편을 소개한 후 이듬해 11월 87회 '밀양 정각산' 편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 간 연재됐다. 만일 '가볼 만한 근교산' 87회를 포함한다면 지금의 근교산 시리즈는 600회를 바라보는 셈이 된다.

이런 연유로 3년 뒤 재출발한 시리즈의 제목은 '다시 찾는 근교산'으로 변했고, 2003년 10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산을 취재산행 대상지로 한다는 취지에서 '근교산&그 너머'로 새롭게 변신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서, 근교산 시리즈는 횟수만으로 볼 때 전국의 모든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시리즈 중 최장수를 달리고 있으며, 따라서 근교산 기사가 매주 한번씩 게재될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근교산 시리즈가 전국의 독자들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비결은 현지 취재에 따른 철저한 현장답사와 산행 후 미비점을 자료분석과 함께 전화로 재차 확인하는 취재의 기본을 한결같이 유지한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숨은 계곡과 능선이 지면을 통해 새로운 등산로로 등장하면 산행에 나서고 싶어도 산길을 몰라 감히 떠나지 못했던 초보 산꾼들도 누구나 쉽게 국제신문 리본을 보고 산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초보 산꾼은 물론 베테랑 산꾼들도 '이곳에 이런 코스도 있었나'라며 감탄을 잊지 않는다.

최근에는 등산 인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산행이 늘어 대중교통편 대신 승용차를 타고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원점회귀 코스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산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산정산악회 김홍수 산행대장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외풍에 흔들림없이 꾸준하게 산행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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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冬 괘관산 설경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최강의 산행대장

   
10여 년 간 근교산 시리즈에 몸을 실은 기자만 해도 배병주 박명도(퇴직) 조해훈 조봉권 박병률 김용호 기자 등 6명. 기자를 포함하면 7명인 셈이다.

하지만 근교산 취재팀을 실제로 이끈 숨은 공로자는 바로 산행대장들이다. 사실 취재기자들은 산행대장의 진두지휘 아래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할 뿐 근교산이라는 작품의 연출자는 산행대장이다.

국제신문의 역대 산행대장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부산을 대표하는 산악인이다. 용장 밑에 약졸 없듯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근교산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 산행대장은 부산 산악계의 원로인 성산(75) 씨, 2대 산행대장은 건건산악회의 고문이자 베테랑 산악인 최남준(67) 씨, 3대 산행대장은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독도법으로 부산 최고를 자랑하는 이창우(47) 현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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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성산 초대 산행대장, 최남준 2대 산행대장, 이창우 현 산행대장.


성산 씨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의 토대를 닦았다면, 최남준 씨는 주춧돌을 세웠고, 지금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근교산'이라는 멋진 건물을 올린 셈이다.

초대 근교산 취재기자였던 배병주 현 논설위원은 "당시로선 생소했던 산행안내 기사인 근교산 시리즈를 준비하다 보니 산행대장이 필요해 부산 산악계를 수소문한 결과 성산 씨가 적임자로 추천돼 직접 대륙산악회 사무실을 찾아가 모셨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매일 아침 2시간씩 조기 등산을 한다는 성산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근교산 시리즈가 500회를 맞았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1000회, 2000회로 꾸준히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가볼 만한 근교산'을 성산 씨가 거의 맡았다면 최남준 씨는 '다시 찾는 근교산'의 산행대장으로 사실상 근교산 시리즈의 틀을 닦은 숨은 공로자였다. 최남준 씨는 바쁜 생업의 와중에서도 산행 전 반드시 답사를 하는 성실함을 보여 취재기자의 짐을 덜어줬다. 지금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최남준 씨와 산행을 함께 하면서 (물론 결과론이지만) 산행대장 수업을 받은 것도 그때였다.

최남준 씨는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등산로가 없어 100%가 개척산행이었다"며 "등산로가 없는데다 웃자란 잡목이나 억새에 가려 동행한 기자와 산꾼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고생깨나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최 씨는 "국제신문은 전국의 어떤 언론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산행 부문에선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며 앞으로의 건승을 빌었다.

현 국제신문 산행대장인 이창우 씨는 설명이 필요없는 부산을 대표하는 산꾼. 정확히 1998년 1월 22일 90회 대운산 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예의 성실성으로 근교산 시리즈를 이끌고 있다.

일년 중 추석이나 설날 등을 제외하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근교산 시리즈를 이끈 그는 산길 찾기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그리고 빼어난 독도법 등 산행대장으로서의 3대 덕목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머릿속에는 대운산 천성산 등 부산근교의 산과 영남알프스의 모든 계곡과 능선이 입력돼 있어 '살아있는 GPS'라 불린다.

실제로 최근 기자는 그동안 연재했던 천성산 산행기사를 정리하다가 제2봉에서 내원사로 내려오는 도중 만나는 수 차례의 갈림길을 얘기하면서 이 대장의 머릿속에 그 길이 정확히 입력돼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남알프스 또한 함께 산행하는 도중 여러 차례 독자들의 전화를 받아 막힘없이 답하는 사실을 보면서 역시 산길을 꿰고 있음을 실감했다.


#근교산 취재팀의 성과 및 향후 과제

신문 기사와 안내 리본을 보면서 산행하는 독특한 등산문화를 선도한 취재팀은 그동안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하는 지형도에도 없는 산 이름을 현지 마을의 어르신이나 산속 암자의 노승, 그리고 문헌 등을 통해 상당수 발굴했다. 경주 정족산을 비롯해 양산 채바우골만당, 밀양 구천산 정승봉 북암산, 청도 개물방산, 언양 배내봉, 간월공룡, 가지산 북릉, 천성산 중앙능선 등 얼핏 헤아려봐도 30여 개는 될 법하다. 이 명칭들은 국내 주요 산 전문 사이트에도 하나씩 등재돼 전국의 산꾼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부산광역시연맹 김정민 회장은 "국제신문 근교산 시리즈가 등산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 공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성과"라며 "앞으로도 근교산 시리즈가 국제신문과 함께 영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창우 산행대장은 "근교산 시리즈에 대한 산꾼들의 호응이 분에 넘칠 정도로 커 사실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며 "향후에도 산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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