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지만 힘 넘치는 근육질의 핸섬가이

기암절벽에 빼어난 근육질의 헌걸찬 암봉
들머리 병산마을서 장군봉까지 새로 개척
금귀봉 보해산 미녀봉 수도산 양각산 등 보여
장군 빼닮은 장군바위, 거북바위 등 눈길
하산길은 영동 천태산 암릉길 연상돼 시원

※장군봉과 가조벌판을 두고 마주보고 있는 미녀봉과의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전설을 참고, 기사를 읽으면 재미도 있고 실감도 난다. 참고로 미녀봉 기사는 이 글 앞에 올려놓았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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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전 산 아래에서 본 장군봉. 전형적인 근육질의 암봉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거창 장군봉.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만 25개나 되는 '산의 고장' 거창에서 사실 장군봉은 명함 내밀기가 약간은 쑥스럽다. 가조 벌판을 둘러싸고 있는 가조면에서도 우두산(별유산)이나 의상봉 미녀봉 등의 명성에 가려 역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 실상은 판이하게 달랐다. 암봉 자체도 기암절벽의 빼어난 근육질을 갖추고 있는 데다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이웃 암릉 또한 거칠지만 힘이 넘친다. 여기에 인적 드문 호젓함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라 아니할 수 없다.

하산길의 암릉길 또한 여느 명산 못지않게 수려한 데다 날머리로 향하는 마지막 산길 또한 예스럽고 운치 있어 깔끔하게 산행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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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에선 미녀봉이 보인다. 미녀봉은 장군봉 산행 내내 줄곧 시야에서 떠나질 않는다.   
 

산행은 가조면 사병리 병산마을~고려삼베 사무실~묘지(너른터)~장군바위~장군바위 전망대~추모비~거북바위~돌탑봉~장군봉~장군재~888봉(삼각점)~작은바리봉~고견사 주차장 갈림길~밀성 박씨 납골당~가조면 수월리 용당소 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정도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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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인 밀양 변씨 집성촌 병산마을 입구 사병리 병산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병산마을의 유래'라 적힌 안내판이 서 있다. 포장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 사거리에 닿는다. 우측 벽면에 '협동창고 병산새마을회관'이라 적힌 글귀가 보인다.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길 좌측의 암봉이 보해산, 그 왼쪽 뾰족봉이 금귀봉이다. 춘당 변중량의 문집 춘당집과 춘정 변계량의 문집 춘정집이 보관된 산천재를 지나면 갈림길. 운치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도열해 있는 우측, '고려삼베' 방향으로 향한다. 곧 '고려삼베' 사무실을 지나 포장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간다. 정면 저 멀리 장군봉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내 갈림길. 우측으로 발길을 옮기면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거친 임도 수준의 길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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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장군봉의 상징인 장군바위.
 
4, 5분 뒤 능선으로 치고 오르기 위해 우측 송림으로 오르며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30m 전방은 가시오가피밭.

잠시 송림길을 가로질러 등산로와 만나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은 능선의 끝지점인 '고려삼베'에서 올라오는 길. 부드러운 흙길에 솔가리가 두텁게 덮여 마치 융단을 밟는 기분이다. 산길은 자연스레 우측으로 휘면서 폭이 좁아지고 된비알로 변한다. 동시에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앞서 본 금귀봉과 보해산 그리고 보해산의 들날머리인 용산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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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의 상징인 장군바위가 칼을 들고 주변을 정찰하면서 가조 벌판 뒤로 마주보고 있는 흠모하는 연인 미녀봉을 쳐다보고 있다. 전설의 내용과 어쩜 이리도 일치하는지.


정면에 엄청나게 큰 급경사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오르려고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해 좌측으로 우회한다. 토끼벼루 같은 소로이다. 곧 갈림길. 우측으로 올라 집채만한 바위를 힘겹게 오르다 보니 자연스레 좌측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순간 산사태의 상흔이 뚜렷한 지점에 닿는다. 나무가 쓰러져 있고 절벽에 금이 가 있어 약간의 물리적 충격만으로 사태가 재발할 것 같은 상태이다. 다행히 6, 7m쯤 못가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이후 바위길을 치고 오르면 양지바른 묘지에 닿는다. 묘지 좌측 바위에 서면 정면 보해산을 기점으로 우측 뒤로 삼봉산 불영산 흰대미산 양각산 수도산이, 뾰족봉인 금귀봉 왼쪽으로 황석산 괘관산, 오른쪽으로 금원 기백산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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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장군바위 전망대에서 본 장군봉(맨 오른쪽 암봉). 우측은 정상 직진 돌탑봉에서 바라본 의상봉 암릉.

 
묘지 뒤로 곧장 된비알로 돌변한다. 집채만한 바위를 오르다 옆으로 빠진다. 잠시 오르면 멋진 입석을 만난다. 바윗길은 한동안 지속되다 푹신한 낙엽길로 바뀐다.

계속되는 된비알. 7분쯤 뒤 우측 소나무 사이로 바위가 하나 서 있다. 그토록 찾던 장군바위였다. 코끼리에 올라 코끼리를 볼 수 없듯 잠시 오르면 우측 전망대가 기다린다. 장군바위가 또렷하게 관찰된다. 영락없는 장군이 칼을 들고 주변을 정찰하면서 마주보고 있는 흠모의 연인 미녀봉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장군바위 좌측으로 가조 벌판 너머 미녀봉과 오두산 장군봉 단지봉 좌일곡령 수도산, 돌불꽃 가야산도 조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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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봉은 장군봉 산행 초입부터 하산할 때까지 잠시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좌측으로 우회해 돌면 대구의 여성 산악인 추모비. 바위 아래로 내려선다. 낙엽이 발목을 덮는다. 이따금 우측으로 뒤돌아보면 장군바위가 보인다.

이쯤부터 점차 길은 거칠어진다. 바윗길과 돌길, 된비알이 반복되고 때론 잡목도 헤치고 나아가야 된다. 재미는 있지만 체력 소모 또한 커 어깻죽지에 땀이 찰 정도이다. 어떤 전망대에선 장군바위와 들머리의 '고려삼베' 건물이 확인된다. 또 오르면 오를수록 조망이 더 넓어져 왼쪽으론 가야산과 덕유 주능선이, 오른쪽으로 지리 주능선이 새롭게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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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정상(왼쪽).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우측은 하산길의 (작은)바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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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와 뒤돌아본 장군봉(가운데). 왜 장군봉으로 명명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위엄이 있고 힘이 넘친다.



추모비에서 45분쯤 뒤 약간 너른 터. 잠시 숨을 돌리고 정면 농짝만한 바위 좌측으로 간다. 장군봉까지의 이 길은 전체적으로 암릉 구간으로 크고 작은 요철이 있지만 그렇다고 사실 엄청나게 힘이 드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장군봉으로 다가감에 따라 좌측으로 지남산과 의상봉 우두산도 보인다.

눈길 끄는 바위가 있다. 신경을 곧추 세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거북이 연꽃을 향해 오르는 형상의 거북바위와 연꽃바위이다. 여기서 7분이면 무명봉인 돌탑봉에 닿는다. 상봉인가 싶었지만 정상석이 없어 다시 7분쯤 더 가면 '장군봉 953m'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조형물이 서 있다. 조망은 없지만 하산길의 암릉은 한눈에 보인다. 험한 데다 갈 길이 아주 멀다.

하산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산길은 앞서와 달리 반들반들하며 안내 리본이 자주 보인다. 2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의상봉(2.7㎞), 산행팀은 우측 장군재 방향으로 간다. 5분 뒤 장군재. 사거리다. 우측은 사병리 당동, 좌측 고견사 주차장 방향, 산행팀은 (작은)바리봉으로 직진한다. 한 굽이 오르면 갈림길. 진행 방향은 좌측이지만 잠시 우측으로 향한다. 장군봉 위용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왜 장군봉으로 명명됐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위엄이 있고 힘이 넘친다. 억산에서 수리봉으로 하산할 때 뒤돌아본 문바위와 농바위의 웅장함이 연상된다.

발걸음을 되돌려 2분 뒤 삼각점이 있는 888봉. 정면으로 암봉인 (작은)바리봉과 그 뒤로 비계산, 비계산 자인봉, 그 뒤로 미녀봉과 오두산이 보인다.

대체로 내리막 암릉길이지만 군데군데 운치있는 소나무와 조그만 암봉을 넘나드는 재미가 일품이다. 또 등로 좌측 지남산에서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은 마치 용의 등줄기를 보듯 거칠고 힘이 넘친다. '충북의 설악'으로 불리는 영동 천태산의 하산길과 유사하다.

888봉에서 17분이면 (작은)바리봉으로 올라선다. 둥그스름한 바위가 널브러진 제법 너른 상봉에 서면 방금 지나온 장군봉을 비롯한 주변 조망이 한눈에 펼쳐진다. 발 아랜 암벽등반가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회백색의 바위와 저 멀리 고견사 주차장도 보인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내려오면 갈림길. (작은)바리봉 안부이다. 좌측 고견사 주차장, 우측으로 내려선다. 진짜 하산길이다. 보석같은 산길이다. 오룡산에서 임도를 거쳐 자장암으로 내려서던 마냥 걷고 싶던 길이 떠오른다. 28분이면 산을 완전히 벗어나 포장로로 이어지고, 여기서 7분이면 수월리 용당소 마을을 지나 주도로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가조면 동호식육식당 항정살 맛 일품
 
흔히 거창 장군봉의 들머리는 가조면 사병리 병산마을, 장기리 당동마을, 고견사 주차장 등 셋. 병산마을의 경우 소림사가 들머리였다. 하지만 산행팀은 장군봉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능선의 끝자락에서 산길을 새로 개척했다. 장군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들머리 인근에서 만나는 '고려삼베' 사무실 인근이다. 산행팀은 이곳을 기점으로 출발하려 했지만 법인 사무실이어서 약간 떨어진 송림 쪽에서 바로 능선 쪽으로 치고 올랐음을 밝혀둔다. 참고로 '고려삼베'와 소림사는 병산마을의 극과 극이다.

들머리 병산마을은 마을 뒤에 장군바위가 있어 장군이 있으면 병사가 있어야 한다며 병산(兵山)마을이라 명명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군사용어라 해서 '병사 병(兵)' 자 대신 '병풍 병(屛)'로 고쳐 병산(屛山)마을로 불리게 됐다 한다.

산행 중 보이는 이정표 상의 바리봉은 작은바리봉을 의미한다. 바리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뜻하는 바리때의 준말로 그 모양새가 닮아서 붙여졌다. 참고로 우두산(별유산) 바로 옆의 암봉인 의상봉은 큰바리봉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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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하나 소개한다. 동호식육식당(055-942-1633). 가조면 소재지 마상리 사거리에 위치한 22년 전통의 생고기 전문점이다. 생삼겹 생목살 항정살(이상 사진) 가브리살 한우 등의 고기맛이 일품이다. 갈비탕도 아주 맛있다. 생고기도 싸게 살 수 있다.
  

◆ 교통편- 현풍나들목 지난달 30일 개통, 숨통 트여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2200원. 2시간40분 소요. 거창터미널에서 가북행 군내버스(서흥여객·055-944-3720)를 타고 사병리 병산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11시10분에 있다. 2600원. 군내버스 정류장은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 다리(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안에 있다. 도보로 6, 7분.

날머리 수월리 용당소 마을에서 가조까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개인택시를 이용하든지 걸어가면 된다. 700m쯤 된다. 가조에서 거창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30분, 4시10분, 4시40분, 5시10분, 5시30분, 5시50분, 6시20분, 6시40분, 6시50분에 있다. 거창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 5시50분,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산행 막차를 놓쳤다면 서대구터미널로 가서 지하철을 이용, 동대구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중부내륙(구마)고속도로 현풍IC~현풍분기점서 광주 방향~88고속도로 가조IC~가조 방향 1099번 지방도(장군봉 소림사 우두산 방향)~김천 거창 1084번 좌회전~가북 1099번 우회전~(사병교 직전)병산리 우회전~병산마을. 들머리와 날머리는 2㎞ 조금 안됨. 택시를 부르면 편리하다. 개인택시(055-943-8868). 6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裸身의 산'과 사랑에 빠진다


반듯이 누운 여인 형상
가조IC 부근 '실루엣' 또렷
능선산행 '묘한 기분' 자아내
하산길 계곡 '오아시스' 만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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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고속도로 대구 방향 가조IC 진입 직후 갓길에서 본 미녀봉. 오른쪽 머리카락을 길게 널어뜰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똑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젓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영락없는 미녀의 누운 자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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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사진(왼쪽)과 여인의 나체를 연상케 하는 미녀봉의 전경(①얼굴 ②가슴 ③배 ④다리).  


 
우선 그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거창 미녀봉(935m).

흔히 봉우리의 이름이 독특하면 사연이 있게 마련. 하지만 미녀봉은 겉모습이 그 사연도 잊게 만들 정도로 특이하다.

한마디로 아기를 밴 듯 배가 부른 여성이 누워있는 형상이다. 서쪽인 머리에서 동쪽 하체까지 상세히 묘사하면 이렇다. 황강의 지류인 가천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단아한 이마, 새까만 눈썹, 오뚝한 콧날, 헤벌린 입, 또렷한 턱과 목을 거쳐 볼록 솟은 젖가슴 아래로 아기를 잉태한 듯 볼록한 배의 모습은 여러 개의 산봉들이 빚어낸 대자연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미녀봉의 형상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은 88고속도로 대구방향 가조IC 부근. 거창휴게소~가조IC~가조면 석장리 마을어귀까지 어느 곳에서나 적나라한 여체를 관찰할 수 있다. 그중 백미는 가조IC 진입 직후 만나는 갓길. 마을어귀는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함께 보여 그 맛을 반감시키지만 초록 들녘과 나라꽃 무궁화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고속도로 갓길에선 대자연 속의 누드화를 보는 듯하다.

흔히 이런 모습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인식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미녀봉은 신기하리만치 한 눈에 들어온다.   
 
미녀봉과 주변 봉우리가 앉은 터도 재미있다. 미녀봉의 미모가 워낙 출중하다 보니 미녀봉이 뻗은 발을 무뚝뚝하게 내려다보는 두무산(1038m), 미녀의 무릎 옆에 앉아 명상에 잠긴 오도산(1134m), 미녀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비계산(1126m), 전설 속에서 미녀봉과 사랑을 나눈 장군봉(935m), 그리고 의상봉 보해산 금귀산 숙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연심을 보내고 있다. 조물주의 짓궂은 장난인지 아니면 호사가들이 꾸며낸 스토리인지 하여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산임엔 틀림없다.

미녀봉 산행길은 크게 두 가지. 가조면 석강리 음기마을에서 출발, 유방샘 등을 거치는 거창 코스와 반대편인 합천쪽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이번 산행은 일반적인 거창 코스 대신 합천 코스를 택했다. 무더운 여름인지라 하산때 계곡산행을 맛보기 위함이다.

산행은 오도산 자연휴양림~미녀봉 주능선(이마→코→입→턱)~유방봉~헬기장~미녀봉 정상(배 부분)~오도재(오도치)~계곡(지실골)~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는 오도산보다 미녀봉이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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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포장로를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들머리다. 주변엔 연보라 벌개미취가 한창이다. 7~8분쯤 뒤 풍화된 암석길이 나올 무렵 우측 저 멀리 미녀봉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길은 약간 오르막이지만 비교적 잘 나 있다. 20여분 뒤 정면에 큰 소나무가 서있는 주능선에 닿는다. 미녀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의 숙성산과 동쪽의 오도산이 연결된다. 숲 사이로 거창 가조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정면 금귀봉을 중심으로 왼쪽 박유산과 오른쪽 보해산이 포진해 있다. 5분 뒤 산모롱이를 돌면 첫 전망대. 날씨가 좋을 땐 뾰족한 박유산 뒤로 금원 기백 황석 거망산도 보인다.

이제는 오르막길. 쉽게 등정을 허용치 않으려는 미녀와 미녀 정복을 위해선 이쯤 고생은 감내해야지 하는 산꾼들의 기싸움이 시작된다. 미녀봉 능선까지는 들머리에서 대략 1시간. 지도상으론 미녀봉의 이마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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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봉은 멀리서 보면 누운 여인의 형태지만 막상 산속에 들어서면 어디가 어딘가 잘 모른다. 한 전망대에서 선 이창우 산행대장(왼쪽). 우측은 미녀봉 정상.


지금부터는 여체를 밟고 지나가는 능선산행. 말이 능선산행이지 실제론 눈썹 코 입 턱 부분이 모두 굴곡이 심한 암릉코스로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집채만한 바위가 길을 막고 있는가 하면 깎아지른 암벽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뭇남성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미녀봉의 심술인가 보다.

다행히 밧줄이 매어져 있기도 하고 바위를 넘지 않고 에돌아 가는 길도 있으니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

이렇게 바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하면 오아시스같은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미녀봉 0.7㎞, 왼쪽방향 유방샘 0.8㎞'. 유방봉이 이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오르막길. 패랭이와 도라지가 활짝 핀 무덤을 지나면 유방봉. 이어지는 숲길. 갈림길과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미녀봉 정상. 사방 모두 숲으로 가려 전망은 없다. 헬기장에서 2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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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내려다본 거창 가조벌판(왼쪽). 우측은 산행 중 뒤돌아본 모습. 우측 뒤 안테나가 서 있는 봉우리가 오도산이다.
   
 
고백 한가지. 사실 산행팀도 멀리서 본 여인의 실루엣과 달리 막상 산속에 들어서니 어디가 눈썹바위인지 턱바위인지 유방봉인지 구별이 힘들었다. 배 부분인 정상에 도착한 후 복기를 하면서 단지 유추할 뿐이었다. 해당 지자체가 이 좋은 관광상품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계속되는 능선길. 30분쯤 뒤 미녀봉의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봉우리에 닿는다. 거창과 합천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한 눈에 펼쳐진다. 우측 통신탑이 보이는 오도산, 정면에 두무산, 그 앞 비계산, 비계산 왼쪽으로 바위산인 장군봉과 보해산 금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인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미녀봉에서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20분 뒤 오도재. 직진하면 오도산. 산행팀은 오른쪽 (휴양림)수련장 방향으로 간다. 앞서 왔던 길과 달리 숲길이 그늘지고 평온하다. 8분 뒤 '오도재 오도산'을 알리는 첫 팻말이 보일 무렵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후 계곡류를 만난다. 이 지점이 오도산 자연휴양림 계곡의 시점이다. 계곡류가 맑고 얼음처럼 차다. 계곡에는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이 옛 선비마냥 수박을 물에 담근 채 탁족을 즐기고 있다. 계곡에서 시멘트길로 올라선 후 15분 후면 들머리인 등산로 입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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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산 자연휴양림의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는 한 중년 여성(왼쪽)과 아이들.


# 교통편-거창행 버스타고 합천 묘산터미널 하차

부산서 미녀봉 산행들머리인 오도산 자연휴양림에 가기 위해선 부산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완행버스를 타고 합천군 묘산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만900원. 묘산에서는 거창행 군내버스를 타고 오도산 자연휴양림 입구인 권빈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20분, 9시40분, 10시20분, 11시20분. 750원.

권빈정류장에서 오도산 자연휴양림까지 3.7㎞. 걸어서 40~50분 걸리는 제법 먼 거리다. 권빈정류장 옆 천일상회에서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에서 부산가는 방법은 두 가지. 휴양림 입구 권빈정류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오후 1시, 2시50분, 6시15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현풍IC~5번 국도 이용(이정표는 광주 방향 또는 성산IC 방향)~88고속도로 성산IC서 진입~해인사IC~좌회전 합천 방향~고령 18㎞, 묘산 8㎞~분기삼거리서 거창 26번 국도~오도산 자연휴양림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떠나기 전에-이름만큼 아름다운 전설 가득

미녀봉과 관련된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녀봉 다음으로 소개할 산은 거창 장군봉입니다. 기대하시라. 산세는 장군봉이 한 수 위 입니다.


오도산 자연휴양림(055-930-3733)을 추천한다. 거창군과 인접하고 합천댐과 해인사의 중간 지점에 있다. 가족과 함께 등산, 야외 물놀이, 삼림욕을 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참고 하나. 오도산 자연휴양림쪽에서는 미녀봉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미녀봉의 전체 윤곽을 보기 위해선 휴양림에서 나와 우회전, 거창 가조 방향~가조온천 방향 우회전~석강리~가조IC 순으로 가면 된다. 석강리에서 미녀봉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며, 가조IC 진입 직후 고속도로 갓길에서 가장 또렷하게 볼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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