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에 계곡·그늘까지… 맛깔스런 섬 산행

수려한 절벽과 파도소리
햇볕 가려줄 공간도 넉넉
맑은 날 대마도가 한눈에
국수봉 군작전로 유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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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옛 해안초소에서 바라본 가덕도 기암절벽.



영도의 1.6배로 부산서 가장 큰 섬인 가덕도는 요즘 심히 혼돈스럽다.

지난 1989년에야 부산으로 편입된 막내섬 가덕도는 임진왜란 등 전시엔 해상요충지로, 4년 전 태풍 매미 땐 큰 피해로 약간의 관심을 끌었을 뿐 평소엔 언제 그랬냐는 듯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섬이 거의 산으로 이뤄져 활용가치를 못 느낀 때문이었을까.

덕분에 신라 때부터 거의 축구공처럼 지금의 김해 진해 창원 마산 등 인근 지자체로 소속이 바뀌는 유랑의 아픔을 겪었다.

시계를 앞당겨 현 시점인 2005년 가을.
가덕도는 서부산권 개발의 핵심으로 떠올라 부산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부산신항과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등 대역사(大役事)의 중심에 서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들이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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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만나는 옛 해안 초소 아래 바닷가 초병들이 근무를 서던 곳(왼쪽). 우측은 이보다 윗쪽에 위치한 해안초소. 입구엔 철조망과 순찰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해안초소였던 만큼 전망이 아주 빼어나다.


하지만 가덕도 주민들의 표정은 떨떠름하기만 하다. 허울 좋은 대역사에 삶의 터전을 깡그리 내주고 정작 주민들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항 남측컨테이너부두는 어민들의 생업을 앗아갔고, 섬 일주도로 계획도 없이 부산과 섬을 잇는 도선을 없앤다고 한다. 투기자본이 몰려 70% 이상의 토지가 외지인의 소유가 된 지 오래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에 순응하면서도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엔 ‘불편해도 맘 편히 살던 이전이 그립다'는 향수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가덕도와 가덕도 주민들 그리고 해맑게 가덕도를 찾은 기자 모두가 혼돈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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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 정상에서.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는 군부대가 위치한 국수봉. 왼쪽 아래 마을이 대항새바지, 고개 넘어 오른쪽 마을은 대항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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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 정상석과 봉수대.


그간 산행팀이 소개한 가덕도 산길은 천성~연대봉~선창, 눌차~강금봉~응봉산~매봉~웅주봉~선창, 천성~대항고개~연대봉~대항새바지~대항 코스 등.

이번엔 가덕도 산행의 대미를 장식하는 매봉~연대봉~국수봉 코스를 소개한다. 파도소리에 취하고 기암절벽에 놀라는 그런 길이다.

산행은 두문선착장~두문고개(천성공동묘지)~영주암~천성(가덕)고개(국군23용사 충혼비)~임도~매봉(359m·산불초소)~어음포곡(산불초소)~연대봉(459m)~어음포곡~계곡수~옛 집터~연대봉 갈림길~옛 해안초소~대항새바지~전봇대(배수펌프 가건물)~동백나무 군락지~군부대 통행시간 제한 경고판~무명봉(군진지 참호)~국수봉(269m)~군벙커~개사육장~외항포할매집(슈퍼)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10분 안팎. 길찾기는 대체로 평이하나 일부 구간이 까다로워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반드시 참조하자. 일반적인 섬 산행길과 달리 이번 코스에는 계곡과 그늘이 있어 햇볕이 약간 따가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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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선착장에서 하선한 후 왼쪽으로 100m쯤 가면 길 우측에 ‘두문길'이라 적힌 이정표. 국군충혼비 방향인 우측으로 오른다. 15분 뒤 천성공동묘지가 위치한 두문고개. 아름드리 소나무를 따라 가면 영주암을 지나고 여기서 14분 뒤 천성예비군 교장이 보이는 천성(가덕)고개에 닿는다. 한국전쟁 때 산화한 젊은 넋을 모신 ‘국군23용사 충혼비' 우측으로 간다. 충혼비 우측으로 강금봉과 암봉인 응봉산이, 좌측엔 갈마봉이 보인다.

이제 본격 산길. 하지만 이어지는 산길은 가시밭길이라 꽤나 힘겹다. 20분이면 무명봉을 살짝 넘어 임도에 닿는다. 바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데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길을 붙잡는다.

14분 뒤 매봉 정상. 초소가 없다면 정상인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조망 등 아무 특징이 없다. 직진하면 응봉산 강금봉, 산행팀은 오른쪽 연대봉 방향으로 간다.
15분 뒤 안부인 어음포곡. 초소와 연대봉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연대봉은 선택사항. 여기서 왕복 35분 걸린다. 정상석보다 봉수대가 눈길을 끈다. 원래 봉수대는 정상 옆 일명 낙타봉이라는 암봉에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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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 아래 해안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조사들이 대물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자. 발 아래 벌겋게 흙이 드러난 봉우리가 최근 거가대교 휴게소 설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천수말, 그 옆이 천성마을이고, 거제도 쪽 섬 중 4번째가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다.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낙타봉 왼쪽으로 녹산산단 진우도 몰운대 태종대가 보인다. 날이 맑을 땐 낙타봉 우측으로 대마도도 보인단다.

하산은 낙타봉 옆으로 난 길로 대항새바지 가는 길과 낙타봉 우측 천성 방향으로 열린 두 가지가 있지만 두 길 모두 이미 소개한 터라 어음포곡으로 되돌아간다.

연대봉 등산안내도 뒤로 난 길로 향한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처녀길이다. 15분 뒤 계곡을 만나면 계속 따라 내려간다. 10여 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내려서면 옛 집터. 그 옆에는 계곡수가 흐른다. 계곡 쪽에서 보면 집터 흔적인 석축이 확인된다.

곧 갈림길. 계곡길을 버리고 우측 산길로 갈아탄다. 연대봉 3, 4부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산길은 해안가를 돌아 대항새바지로 연결된다. 가시덤불에다 발밑의 돌이 잡풀에 가려져 있어 고생깨나 해야 한다. 하지만 등로 좌측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위안이 돼 그나마 다행이다. 50분 뒤 다시 갈림길. 이 길은 연대봉 옆 낙타봉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다. 50m 뒤 다시 갈림길. 해안가를 끼고 걷는 왼쪽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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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두문마을 안내석(왼쪽). 우측은 한국전쟁 때 산화한 젊은 넋을 모신 국군23용사 충혼비. 천성(가덕)고개에 위치해 있다.

6분 뒤 폐쇄된 해안초소. 입구엔 아직 철조망과 순찰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잠시 해안가로 내려가 해안절벽의 절묘함과 망망대해의 광활함을 느껴보자.
초소에서 대항새바지까진 10분. 마을을 통과, 3분 뒤 배수펌프 가건물이 아래에 있는 전봇대 옆으로 난 산길로 향한다. 국수봉 가는 길이다. 국수봉에는 군부대가 있어 산행팀이 안내하는 길 바깥으로 이탈하면 군인들에 의해 제지를 당하니 유의하자.

동백나무 숲과 군부대 통행시간 제한 경고판을 잇따라 지나면 오르막 산길. 25분 뒤 왼쪽으로 90도 꺾는 지점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산길 흔적이 없기에 유의하자. 왼쪽은 해안초소길로 출입통제지역이다.

30분 뒤 일본군이 파놓은 참호가 있는 무명봉. 전망은 없다. 여기서 왼쪽으로 10분이면 국수봉에 선다. 역시 참호가 있고 전망은 없다.

하산은 오른쪽길로 내려선다. 안부에서 다시 오르면 군벙커. 통로를 따라 통과한 후 50m쯤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이 길만 찾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지그재그길을 따라 내려서면 외항포마을 직전 개사육장. 곧 외항포할매집(슈퍼)에 닿는다. 선착장은 바로 이웃해 있다.

#떠나기전에-가덕도 김태복씨 산 사랑 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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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베낭에는 간이 톱이 들어 있다. 산길을 막고 있는 웃자란 가시덤불과 잡풀을 베어내기 위해서다.

이번 산행에는 부산 용원산악회 김태복(53)씨가 동행했다. 그는 가덕도를 오가는 도선 운영사인 가덕 진영해운의 사장이다.

가덕도에서 태어나 15살까지 그곳에서 자란데다 지독한 산꾼이기도 해, 단언컨대 가덕도 산에 관한한 가장 정통하다. 지금까지 소개된 가덕도 산길 대부분도 모두 그가 개척했고 동시에 산행팀과 동행했다.

이 때문에 부산의 내로라하는 산꾼들도 가덕도 산행에 앞서 그에게 산길 문의전화를 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을 정도다.

이번 산행은 예기치 않게 웃자란 가시덤불과 잡풀로 인해 예상보다 길었고 힘들었다. 참다 못한 그가 비상용 간이 톱으로 가지를 베는 등 일일이 길을 뚫으면서 나아갔다.

지독히 산을 사랑하는 한 산꾼의 숨은 노력이 많은 동료 산꾼들의 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는 사실에 산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 하나. 그는 매일 오전 6시면 선착장에 출근, 오전에는 선착장에 거의 머물고 오후부터 대외업무를 본다. 초보자일 경우 가덕도 산길 문의는 배 출발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그에게 물어보면 해결된다.

"이번 코스는 가덕도에서 드물게 그늘과 계곡을 만납니다. 더울 땐 흔히 섬산행을 기피하지만 이번 코스로 섬산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가 본 이번 코스의 간략한 설명이다.

대항새바지마을 옆 해안가에는 일제가 만든 동굴이 있다. 진지와 관측소로 이용된 흔적이다. 날머리인 외항포도 마찬가지. 외항포 뒷산인 국수봉에 참호와 벙커 포대진지가 남아있는 것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 추정컨대 일제는 결국 외항포마을로 가는 지그재그 하산길로 올라 국수봉에 진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11월1일~이듬해 5월31일 산불예방기간에는 출입을 통제한다.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대항마을의 소희네집(051-971-8886). 해산물 정식으로 유명하다. 제철의 멍개 해삼 새우 소라 등 23가지 반찬과 바지락 미역국이 나온다. 7000원. 4인 기준 한 상 단위로 판매한다.
소희네집 인근의 자연산 횟집(051-971-1548). 주인이 직접 잡아 우선 싱싱하며 양도 육지보다 훨씬 많다. 매운탕엔 두툼한 살코기가 들어있다. 두 집 모두 예약 필수.


#교통편-녹산서 2시간마다 두문마을행 배

지난해 4월 새로 생긴 신항만선착장(051-971-9664)에서 배편을 이용한다. 신항만선착장은 지하철 1호선 하단역 5번 출구로 나와 58번 버스를 이용한다. 30~40분 간격으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을숙도~강서경찰서~경마공원 방면~세산삼거리에서 좌회전~진해 방면~신항만선착장 순. 주차장은 아주 넓다. 신항만선착장에서 들머리인 두문마을행 도선은 오전 7시30분, 9시30분, 11시30분에 출발한다. 1500원. 날머리인 외항포에서 신항만행 도선은 오후 2시45분, 4시45분에 있다. 2400원.
참고로 기존의 녹산선착장(051-831-9664)에선 눌차 선창까지만 운행한다. 지하철 1호선 하단역 앞에서 58-1, 58-2번 버스를 이용한다. 오후 6시4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12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상주해수욕장 바캉스 겸하면 이색 산행 제격

8부 능선 주변 기암·암봉, 수석 전시장 방불
상사바위선 한려수도, 하산길엔 보리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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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에서 바라본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 산행 들머리인 금산주차장에서 상주해수욕장까지는 정확히 2㎞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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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인 금산주차장에서 올려다본 금산의 주능선. 가운데 가장 높은 암봉이 상사바위이다.

 ※산행 순서를 시간대별로 편집. 기사는 그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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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주능선까지의 등로는 끊임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왼쪽은 오르막의 끝. 쌍홍문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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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에 오르기 전 왼쪽의 사선대(四仙臺).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네 신선이 모여 놀았다는 뾰족 암봉이다. 자세히 보면 네 조각의 기암이 하나의 암봉을 이루고 있다. 우측은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 금산의 첫 관문인 쌍홍문을 지키는 장군이라 하여 일명 수문장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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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굴. 흡사 해골 형상이지만 그래도 이름은 고상하게 지어야 하는 법. 무지개 형상의 홍예문이 두 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외에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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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 안쪽에서 본 한려해상 국립공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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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 안쪽에서 본 다른 풍광(왼쪽). 우측은 쌍홍문 입구의 작은 구멍에 돈이나 동전을 던지고 즐겨워하는 관광객들. 돈이나 동전이 구멍에 들어가면 소원성취한다는 설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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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의상대사 등 고승대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하트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는 좌선대. 실제로 확인 가능하다. 그 뒤로 펼쳐지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의 섬들의 풍광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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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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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봉에서 바라본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과 상사바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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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본 남해안 최대 규모인 상주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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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금산 보리암(왼쪽). 앉은 터가 절묘하다. 우측은 금산 내 위치한 금산산장과 산장 우측 뒤 돼지바위(일명 저두암). 멀리서 보면 짝짓기를 하는 형상이다. 그 우측엔 코의 윤곽이 뚜렷한 코끼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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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부터 봉수대였던 정상.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조망이 넓고 아름다워 망대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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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대를 내려오면 정면에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란 글이 음각된 버선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문장암이다. 조선시대 대학자 주세붕의 솜씨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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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최고의 전망대인 상사바위에서 내려다본 상주해수욕장. 상사바위는 주인마님과 머슴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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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보문암,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성지로 알려진 금산 보리암 내 해수관음상. 뒤로 보이는 암봉은 대장봉이다.



"여름철이라 계곡에만 집착하지 말고 산행 후 아주 손쉽게 해수욕도 겸할 수 있는 산은 어디 없나요. 뒤풀이로 백사장에서 젊음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그런 산행지 말이에요. 가끔씩은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젊은 독자의 애정어린 전화였다. 물론 듣는 순간 적당한 산이 떠올랐다. 바로 남해 금산이다. 기실 금산은 평소대로라면 '근교산 시리즈'에 싣기에는 약간은 머뭇거려지는 산이다. '금산 38경'이라 불리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8부 능선부터 절경을 이루고 있고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망을 지닌 훌륭한 산이긴 하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오름길과 그 길을 다시 내려와야 하는 지형적 취약성 때문에 산행이라는 측면에서 정통 산꾼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2% 부족하다. 올 여름엔 상황이 좀 달라졌다. 튀는 독자의 전화로 이른바 '바다와 함께 하는 산'이라는 테마로 당당하게 거듭난 것이다.


사실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지대로 산 자체가 도 기념물로 지정된 귀하신 몸이다.

해발은 701m. 위압감을 느낄 수 없는 고만고만한 높이지만 해발 제로에서 시작되는 섬의 산이 그렇듯 외형은 훨씬 웅장해 보인다.

원래 이름은 보타산. 그 뒤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찾았을 때 갑자기 서광이 비쳐 보광산이라 불렀다. 금산으로 바꿔 부른 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장군이다. 고려말 창업의 뜻을 품고 전국 명산을 찾아 다니며 백일기도를 드리던 그는 금산에서 산신의 영험을 받았다. 그때 이성계는 자신이 왕이 되면 온 산을 비단으로 감싸주겠다고 맹세했다. 이후 왕이 된 그는 현실적으로 비단으로 온 산을 덮을 수 없음을 알고는 고민 끝에 산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錦山)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전설이지만 적어도 오래전부터 금산 일대가 기도 효험이 있는 기도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금산은 강화 보문암,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성지로 알려진 보리암을 품고 있다.

산행은 상주면 금산 매표소~샘터~쌍홍문~일월봉~금산산장~좌선대~상사바위~헬기장~단군성전~문장암~정상(망대·봉수대·701m)~보리암 보광전~해수관음상~쌍홍문~금산 매표소 순.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금산 38경'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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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아주 간단하다. 매표소부터 쌍홍문까지는 줄곧 외길 오르막 돌길 내지 돌계단길이다. 쌍홍문은 대략 8부 능선. 55분 남짓 걸린다. 다행히 숲이 울창해 땡볕은 피할 수 있다. 여기서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산재한 기암괴석과 한려수도의 그림 같은 조망을 감상한 후 보리암을 지나 다시 쌍홍문을 거쳐 왔던 길로 하산한다.

매표소에서 8, 9분 뒤 수정같이 맑고 시원한 지계곡을 한 번 건너고, 정상까지 딱 절반인 1.15㎞ 지점에 샘터와 화장실이 있다. 샘터를 지나면서 쌍홍문까지 산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15분 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쌍홍문이다. 흡사 해골 형상이지만 그래도 이름은 고상하게 지어야 하는 법. 무지개 형상의 홍예문이 두 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외에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이때부터 '금산 38경'의 기암괴석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기암 기행이 시작된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사무소는 접근 가능하거나 등로에서 손쉽게 조망되는 대부분의 기암이나 암봉 앞에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쌍홍문에 오르기 전 왼쪽의 사선대(四仙臺).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네 신선이 모여 놀았다는 뾰족 암봉이다. 자세히 보면 네 조각의 기암이 하나의 암봉을 이루고 있다. 이는 약간 위 난간이 세워진 계단 입구에서 보면 더 확실하다. 쌍홍문 입구 왼쪽에는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이 있다. 금산의 첫 관문인 쌍홍문을 지키는 장군이라 하여 일명 수문장이라고도 한다. 이곳에 서면 비로소 한려수도의 올망조망 모여있는 다도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사바세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일명 해탈문이라 불리는 쌍홍문을 통과한다. 굴 안에서 보는 비단결과 같은 숲과 바다와 하늘이 한 편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곧 갈림길. 왼쪽 단군성전, 오른쪽은 보리암. 어느 곳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산행팀은 단군성전 방향으로 가 보리암을 마지막으로 보고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한다.

두 개의 바위가 층암 절벽을 이뤄 가까이서 보면 '날 일(日)' 자, 멀리서 보면 '달 월(月)' 자로 보인다는 일월봉을 지나 왼쪽 제석봉에 들렀다 나온다. 제석봉에 서면 방금 지나온 기암과 주변 형상을 크게 가늠할 수 있다. 왼쪽 보리암과 일월봉, 정면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 우측 뒤로 금산산장이 보인다.

이번엔 좌선대를 찾아 금산산장을 지난다. 산장 뒤로 짝짓기를 하는 형상인 돼지바위(일명 저두암)와 코의 윤곽이 뚜렷한 코끼리바위를 놓치지 말자. 좌선대는 등로 왼쪽에 있다. 원효, 의상대사 등 고승대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하트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실제로 확인 가능하다.

다시 갈림길. 왼쪽 상사바위로 간다. 침목계단 직전 '추락주의'라 적힌 팻말 앞에 서면 서포 김만중의 유허지인 노도와 앵강만 건너 설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사바위는 금산 최대의 전망대이자 규모나 면적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주인마님과 머슴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 서면 방금 지나온 좌선대 돼지바위 코끼리바위 제석봉 일월봉 사선대 보리암 금산 정상과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군성전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지나면 사거리. 단군 할아버지를 모신 왼쪽의 단군성전을 잠시 둘러본 후 정상으로 오른다. 산죽길을 잠시 지나면 고려때부터 봉수대였던 정상.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조망이 넓고 아름다워 망대라고도 부른다. 오를 땐 못봤지만 망대를 내려오면 정면에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란 글이 음각된 버선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문장암이다. 조선시대 대학자 주세붕의 솜씨라고 한다. 주변에는 연보라 산수국이 지천이다.


보리암은 정상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7, 8분이면 닿는다. 보광전과 해수관음상, 가락국 허 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비보(裨補) 성격의 삼층석탑, 그리고 법당 뒤 층암절벽을 이룬 거대한 암봉인 대장봉을 감상한 후 쌍홍문을 거쳐 매표소로 향한다. 45분이면 주차장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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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면이나 풍광면에서 남해안 최고를 자랑하는 남해 상주해수욕장.

# 떠나기전에

들머리금산주차장서 백사장까지 불과 2㎞
도보로 20분…인근 미조항 갈치무침회 별미

금산매표소에서 상주해수욕장까지는 정확히 2㎞. 차로 달리면 불과 5분이면 닿고 걸어서도 내리막길이라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동해안에 경포대, 부산에 해운대가 있다면 남해안에는 상주해수욕장을 대표 해수욕장으로 꼽는다. 활처럼 굽어진 2㎞ 정도의 해안선과 한없이 보드라운 모래, 그리고 울창한 송림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호수같이 잔잔한 물결과 한참을 나가도 어른 허리춤도 안되는 얕은 수심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영복 대여점과 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해수욕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도 있다.

금산 8, 9부 능선쯤 되는 지점에 금산산장이 있다. 좌선대 인근이다. 신라시대 비구니 절터였던 이곳에 7년 전 작고한 고 김월신 할머니가 50여 년 전부터 등산객을 맞았다. 지금은 친손자가 운영하고 있다. 금산은 남해에선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보리암 기도객들도 자주 묵는다. 새벽 산행으로 배가 출출해진 사람들을 위해 산채 정식도 준비한다. 시래기 된장국이 일품이다. 6000원. 전통 쌀막걸리와 파전도 있다. 1박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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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항에 위치한 30년 전통의 공주식당의 별미 멸치회. 많은 식당 중 원조집이다.

상주해수욕장까지 왔다면 이웃한 남해의 어업 전진기지이자 아름다운 어항인 미조항을 찾아 갈치무침회를 맛보자. 30년 전통의 공주식당(055-867-4489)이 유명하다. 갈치회의 원조집이다. 남해수협 뒤편에 위치한 조그만 집이지만 남해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이 유독 이 집만을 고집하는 것은 독특한 맛 때문이다. 2만 원(2인 기준). 갈치구이 갈치조림도 맛있다. 각각 2만 원(〃).

초행길에 '금산 38경'을 모두 찾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요 등로에만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을 뿐 모두를 알려주는 친절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가급적 사전에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떠나면 도움이 될 듯하다.


# 교통편

터미널서 금산 주차장행 버스
승용차 이용땐 진교IC서 빠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해공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 7시10분, 8시, 8시40분, 9시15분, 9시40분에 출발한다. 2시간20분 걸리고 1만100원. 터미널에서 금산 산행 들머리인 금산주차장행 버스는 오전 8시55분부터 5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1800원. 요즘과 같은 피서철에는 배차시간이 20~30분으로 준다고 한다.

금산주차장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45분, 4시55분, 5시45분, 6시15분에 있다. 남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5시30분, 6시15분, 7시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교IC~남해 서포 좌회전~남해 금남~남해 노량 좌회전~남해 19번 국도 좌회전~남해대교~상주 남해~미조 상주~(중간에 만나는 '금산 보리암' 이정표는 복곡저수지 매표소이므로 통과)~상주면~금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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