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밖에서 보는 지리산 절경
오도재 위치한 지리산 제1문 들머리로
산행시간 4시간30분… 외길 이어져

너무 가까워 지리산 천왕봉의 사태난 부분까지 보인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며 주능선 앞 우측 봉우리가 창암산이다.

 북녘의 백두산과 금강산을 제외하면 지리산은 대부분의 산꾼들이 모산으로 여기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동경의 대상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 듯 하지만 하여튼 늘 가고 싶은 대상임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평소 뜸하던 산꾼들도 지리산이라 하면 배낭을 챙겨 슬그머니 버스에 몸을 싣는 것이 산악회의 일상사다. 이런 단적인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지리산의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주 산행팀은 지리산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 전체를 자세히 볼 수 없듯 지리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지리산 인근의 봉우리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바로 함양의 삼봉산과 금대산이다.

서쪽에는 백두대간이 길고 긴 병풍을 치고 있고, 남북으로 각각 지리와 덕유가 첩첩이 벽을 두르고 있는 산의 고장 함양땅에서 삼봉산과 금대산은 사실 명함 내놓기가 좀 쑥스럽다.

산세로 봐서 거망이나 황석에 비할까, 해발고도로 남덕유에 갖다 붙일까. 어디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 없는 삼봉산과 금대산이 전국 산꾼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까닭은 바로 조망의 산, 다시 말해 ‘지리산 전망대'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봉산과 금대산보다 지리산 주능선에 더 가까이 위치한 삼정산도 지리산 전망대라 할 수 있다. 하나, 너무 턱 밑에 있어 일부 봉우리가 인근 봉우리에 가려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삼봉산과 금대산에 서면 서쪽 끝단의 노고단을 제외한 지리산 주능선의 모든 봉우리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주요 계곡들을 일일이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코스의 들머리이자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오도령 정상에는 볼거리인 ‘지리산 제1문'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도재의 지리산 제1문.

산행은 오도령(773m)~관음정~촉동 갈림길~헬기장~삼봉산(1187m)~헬기장~창원마을 갈림길~등구재~백운산(927m)~금대산(847m)~금대암 순. 삼봉산에서 남쪽으로 백운산을 거쳐 금대산으로 내달리며 동서로 장대하게 뻗은 지리산 주능선을 클로즈업하는 형식이다.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안팎이며 거의 외길이라 길찾기는 아주 쉽다.


오도령(悟道領)은 서산 대사의 제자인 인오 조사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득도했다고 붙인 이름이자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 마지막에 정착한 등구마을 인근으로 역사와 전설이 서린 곳이다.

주차장 입구의 ‘오도령'이라 적힌 이정석과 ‘지리산 제1문' 그리고 산신각을 지나면 ‘삼봉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걸려 있다. 목장승길 대신 산신각 왼쪽 낙엽길로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쪽 저 멀리 함양읍이 보인다.

산행 초입 전망대인 관음정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80m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전망대인 관음정. 지리산 조망을 우선 맛보기 해보라는 의미인 듯하다. 한눈에 봐도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시원하게 펼쳐지고, 이후 스쳐갈 금대산과 백운산 등구재는 보이지만 우측의 삼봉산은 숨어 있다. 결국 산세로 봐서 오도령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도는 셈이다.

등로는 간혹 기복은 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우리네 삶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기다리고, 편안한 낙엽길도 이어진다.

등로 왼쪽 첫 탈출로가 열려 있다. 함양서 지리산 가는 첫 동네인 촉동마을 가는 길이다. 인공 조림을 했는지 주변이 온통 잣나무 군락지다. 다시 오름길. 옛 헬기장을 지나 25분쯤 뒤 암봉 전망대.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천왕봉을 정면으로 보고 3시 삼봉산, 1시 금대산, 10시 방향으로 법화산이 보인다. 정면 발 밑으론 다랭이논과 등구마을이, 그 뒤 경사진 일자 능선이 벽송(사)능선과 광점골, 그 뒤로 두류능선과 국골, 그 다음 하봉으로 연결되는 초암능선과 그 우측으로 칠선계곡이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이제 함양읍을 정면으로 보고 걷는다. 5분 뒤 능선이 휘어지면서 이정표를 만난다. 이정표 뒤로 서리산(상산) 옥녀봉 천령봉이 보인다. 여전히 부침이 심한 낙엽길을 반복하니 시나브로 두 번째 암봉 전망대에 선다. 뒤돌아 보면 읍내 쪽 상림도 확인된다.
삼봉산 정상.

10분 뒤 무명봉에 서면 앞선 전망대에서 정상이라 여기던 봉우리 뒤에 진짜 주봉이 보인다. 3분 뒤 만나는 암봉 앞에서 왼쪽으로 에돌면 이내 헬기장. 바로 직진해 밧줄을 붙잡고 오르면 집채만한 암벽. 이번엔 급경사 계단으로 내려가 완전히 떨어진 뒤 한바탕 땀을 빼면 삼봉상 정상에 올라선다. 과연 거칠 것 없는 최고의 전망대다. 주능선은 앞서 본 전망대의 그것과 큰 차이는 없고 이정표 뒤로 삼정산이 보인다. 발 아래 남원 산내면을 가로지르는 엄천강 우측으로 작은고리봉 만복대 큰고리봉 바래봉 덕두산도 희미하지만 식별된다.
산행 내내 지리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백운산 정상.

함양 쪽으론 읍내 왼쪽 바위산이 백암산, 그 왼쪽 뒤로 천황봉 괘관산, 다시 왼쪽 뒤로 남덕유 서봉 할미봉 등 백두대간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그 오른쪽으로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이, 다시 우측으로 수도 가야 별유 비계 미녀 오도 감악 월려 황매 감암 정수 둔철 웅석봉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리산뿐 아니라 함양 거창의 산들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가히 조망의 산이라 부를 만하다.
금대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하산은 왼쪽 금대암(5.95㎞) 방향. 직진하면 함양과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가는 길이다.

천왕봉을 보며 급경사 낙엽길로 내려선다. 헬기장을 지나 등로 왼쪽은 방금 지나온 능선, 오른쪽 2시 방향이 백운산 금대산. 5분 뒤 창원마을 갈림길을 지나 등로가 우측으로 휘면서 능선을 갈아탄다.

완만한 경사의 낙엽길이 30분 반복되다 이후 25분 정도는 아예 쏟아지는 급경사 낙엽길이 이어진다. 등구재 다 와서는 우점종이 낙엽송으로 변한다. 등구재는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산길. 왼쪽은 함양 창원마을, 오른쪽은 남원 산내면 방향이다. 옛날 함양 남원 사람들이 오가던 고갯길이다.

길 건너 숲으로 오른다. 낙엽송과 잣나무 조림지역이라 등로는 푹신푹신하다. 백운산 정상까지 35분쯤 걸리지만 시종일관 된비알이라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정상석과 무덤이 있는 백운산은 사실 독립 봉우리라 하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금대산은 백운산에서 30분.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정상에는 산불초소가 있다. 아뿔싸, 정상석이 반 토막나 누군가 윗부분을 살짝 올려놨다. 과연 최고의 전망대답게 지리산 주능선이 더욱 더 가깝게 다가온다. 자세히 보면 사태난 흔적까지 확인된다. 이정표 뒤 바위 위로 오르면 왼쪽 저 멀리 오도령과 지리산 전망대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금대산에서 유서깊은 천년고찰 금대암까지는 0.6㎞, 18분 걸린다. 금대암 입구에도 하봉 중봉 천왕봉…덕평봉 벽소령 형제봉까지의 파노라마 사진에 일일이 지명을 표시한 조망안내도가 서 있다.
금대암에서 본 지리산 주능선.
금대암 입구에는 조망이 너무 빼어난 지점이 있어 조망안내판이 서 있다.

금대선원 앞 대숲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서면 금계마을 또는 마천면 소재지인 마천중학교에 닿는다. 35분 정도 소요된다.

# 떠나기전에
- 산신각, 변강쇠와 옹녀 전설 깃든곳   
 
이번 삼봉산~금대산 코스는 흔히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의 경계인 팔령재,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흥부의 출생지 흥부마을로 널리 알려진 남원 성산마을을 들머리로 시작한다.

하지만 산행팀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도령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지리산 제일문'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곳 지리산 제일문 산신각은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여섯마당 중 하나인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가 전국을 떠돌다가 마지막에 정착해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도령은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했던 유랑의 고개이자 함양사람들과 남쪽 해안가의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려면 넘어야 했던 생존의 길이었다.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지안재. 최근 한국타이어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알려졌다.

특히 오도령에 닿기 전 통과해야 하는 속리산 말티재를 연상시키는 꼬불꼬불한 길 지안재는 최근 한국타이어의 CF로 유명세를 탔지만 실은 몇 해 전 국제신문이 주최한 사진전에 처음으로 출품됨으로써 세간에 처음으로 알려졌음을 밝혀둔다.

첨언 하나. 흔히 삼봉산 기슭의 촉동마을에 가야 구형왕이 거주하며 무기를 만든 빈 대궐터가 있다는 등 마천 일대에 가야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만 이는 전혀 근거없는 사실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김일손 선생이 쓴 '속두류록'과 향토문헌 등에는 촉동마을 일대에 등구사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현재 이 터가 등구사지로 추정되고 있는데 근래에 이곳 유물이 출토되면서 호사가들이 가야와 연관시켜 대궐터라고 해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교통편 - 오도령 넘는 버스 없어 택시이용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88고속도로 함양IC~함양~남원 인월 지리산 24번 국도 좌회전~지리산 백무 칠선 오도재 마천 1023번 지방도 좌회전~지리산 조망공원 지나~지안재~오도령 주차장 순. 금대암에서 오도령까지는 마천면 개인택시(055-962-5110)를 이용하면 된다. 1만5000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2400원. 오도령을 넘나드는 대중교통편은 현재 없다. 때문에 함양터미널 앞에 늘 대기 중인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 오도령에 가야한다. 1만5000원.

날머리 금계마을 승강장에서 함양터미널행 군내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자주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 함양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에 있다. 만일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밤 9시10분.

심야버스도 있다. 금대암에서 택시를 이용해 함양터미널로 곧장 갈 경우 택시비는 2만5000원 안팎이다.


 산행을 하면서 세계 일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계곡이 있다. 강원도 삼척과 경계를 이루는 경북 울진 응봉산이 품은 온정골, 일명 덕구계곡이 바로 그것이다.
 1000m에 단 1m가 모자라는 응봉산의 자랑 덕구계곡은 경사가 완만해 가족등반이 가능한 데다 아직도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오염이 덜하고 원시 비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계곡 입구부터 전세계의 유명 다리를 100분의 1로 축소한 다리 12개가 단연 시선을 끈다. 지난 2004년 울진군이 12억5000만 원을 들여 건립했다.
 4㎞에 이르는 덕구계곡에는 또 전세계의 유명 다리 외에 폭포와 소 그리고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걷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여기에 계곡 상류에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이 있다. 1년 내내 평균 41.3℃의 온천수가 5m 높이로 솟구쳐 오른다.
 응봉산은 여름철엔 계곡산행, 겨울철에는 세밑이나 연초에는 해돋이 산행을 주로 한다. 덕구계곡만 왕복하면 2시간30분,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른 후 덕구계곡으로 하산하면 5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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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구계곡 입구인 금문교-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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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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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네이교-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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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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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토웨이교-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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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밀로교-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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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교-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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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교 백운교-불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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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니티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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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모에가와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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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제이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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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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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소폭포와 마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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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 항상 41.8도를 유지한다.



 경북 울진의 응봉산(鷹峰山·998.5m).
비상하려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해서 매봉 또는 매봉산이라고도 불린다. 범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굩 덕구온천’하며 맞장구를 칠 것이다. 해발 500m 암반 사이로 뜨거운 자연 용출수가 솟아 나오는 원탕이 바로 응봉산 온정골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인 7번 국도는 겨울 동해바다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에선 지난 일년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덕구온천에서 출발하는 산행길은 아주 편안하다.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 가족들이 함께 동해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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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정상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 걸린 소나무가 인상적인다(왼쪽). 오른쪽은 응봉산의 적송.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는 응봉산의 자랑은 덕구온천 말고 또 하나 있다. 바로 용소골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의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와 폭포, 용소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구간은 물 속을 걸어야 하기에 겨울과 장마철에는 피해야 한다.

산행은 호텔덕구온천~화기물 보관소~제1헬기장~제2헬기장~정상~덕구계곡~덕구온천 원탕~효자샘~용소폭포(마당소)~선녀탕~벽산덕구온천콘도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잘 정비돼 있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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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안내도 옆에 ‘정상까지 5.67㎞’ 팻말이 보인다. 침목을 받쳐 놓은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그 이후부터는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폭도 그렇고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길 좌우 붉은 빛을 띠는 홍송은 곧고 푸르다. 유달리 볼 것 없는 겨울산행에 큰 볼거리다. 마치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듯하다.

흔히 앙상한 나뭇가지로 대표되는 겨울산은 잿빛이지만 응봉산은 홍송 덕에 겨울답지 않게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25분쯤 뒤 첫 갈림길. 왼쪽은 온천원탕 가는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온천원탕은 하산길에 보기 위해서다.

여흥 민씨묘를 지나면 곧 두번째 갈림길. 왼쪽은 정상 가는 길, 오른쪽은 강원도 가는 길이다. 응봉산이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너무나 인상적인 아름드리 홍송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첫 헬기장.

점차 오르막이 심해진다. 햇빛을 받은 홍송이 더욱 붉은 빛을 발한다. 25분쯤 뒤, 1.8㎞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일 때쯤 뒤돌아보면 들머리인 덕구온천타운과 동해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내리막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두번째 헬기장. 장쾌한 조망에 가슴이 확 트인다. 오른쪽엔 보다 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에 비로소 응봉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다.
이제 정상까지는 0.8㎞.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바람이 세지고 제법 매섭다. 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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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지만 10m 정도 떨어진 정상석 옆에 서면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오른쪽 아래로 우리가 하산할 온정골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석 뒤 산길로 가면 용소골. 용소골 너머 저멀리 면산과 백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원탕가는 길’ 팻말이 가리키는 온정골로 내려선다. 온정골 길은 온천원탕을 거쳐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 2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절반은 급경사 능선길이며 계곡에 도달한 뒤에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1시간쯤 지나면 계곡에 닿는다. 겨울계곡이 이렇게 맑고 깨끗할 줄이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온천원탕.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위장병 당뇨 피부병에도 좋다기에 마셔보고 손도 씻어본다. 41.8도라고 적혀 있지만 그리 뜨겁지는 않다. 원탕 뒤 날머리까지 4㎞가 남았다는 팻말이 보인다. 건너편엔 산신각이 있다. 매월 음력 16일이면 산신제를 지낸다고 적혀 있다.

지금부터는 온천수를 대중탕까지 운반하는 대형 파이프 라인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경치 좋은 계곡에 대형 파이프 라인이 좀 어색하지만 희소성 측면에선 신기하기도 하다.

이어지는 계곡길. 산길 우측에 효자샘이 보인다. 효자 청년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께 이 물을 봉양했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어 온정골의 비경이랄 수 있는 용소폭포와 마당소, 그리고 선녀탕에 이르면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신선이 노닐 수 있는 선경에 다름아니다.

선녀탕에서 날머리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는 10여분 걸리며 콘도에서 호텔덕구온천까지도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울진거쳐 덕구行, 승용차로 4시간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054-782-2971)행 시외버스(포항 강구 등 경유)는 오전 5시56분, 6시22분, 7시52분, 7시59분 등 하루 18차례 있다.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직행은 오전 10시40분 단 한차례 있으며 3시간30분 걸린다. 요금은 각각 1만6400원.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덕구온천행 버스는 5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은 2350원.덕구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5분, 6시35분, 8시(막차)에 있다.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1분, 5시45분(강구 포항 등 경유), 직행은 오후 4시37분, 6시17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홍해~영덕~평해~덕구 순으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 약 4시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슷니다.

◇ 그밖에 둘러볼 곳 - 국내유일 자연용출 덕구온천, 물 좋기로 이름난 백암온천

 경북 울진 응봉산에 올랐다면 하산 후 덕구온천에서 피로를 풀어야 제대로 된 산행을 한 것이다.
 울진은 산과 바다, 그리고 온천욕 3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관광휴양지다. 부산서는 차로 4시간 정도 걸려 제법 멀지만 한 번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응봉산 온정골에 있다. 지난 1993년 10월에야 호텔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아직도 처녀지 같은 온천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은 협곡이어서 시설물 설치 등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덕구온천지역까지 4㎞ 구간을 송수관으로 연결시켜 41.8도의 온천수를 24시간 공급하고 있다.

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지난 5월 초현대식 기포욕탕, 유아풀장, 가족탕과 폭포탕 등 각종 야외욕탕을 갖춘 스파월드를 개장해 겨울철 휴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054)782-0677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구온천에 도착하기 전 마주치는 유명 온천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백암온천이다. 백암산(1004m) 동쪽 기슭에 위치해 응봉산-덕구온천처럼 산행과 온천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백암온천은 신라때부터 알려진 유서깊은 온천. 온천수원지는 3개소이고 수온은 32~53도로 라듐이 함유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알칼리성 온천이다. 유난히 매끄럽고 투명한 백암온천의 수질은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 등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와 요양을 하고 있어 숙박시설마다 장기 투숙객이 특히 많다.

 백암온천은 하루 용출량이 많아 대단위 온천단지의 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모두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79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호텔 콘도 여관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췄으나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백암산은 백암온천을 기점으로 온정면과 수비면에 걸쳐 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선시골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백암온천에서 출발, 선시골 계곡~백암산 정상~백암폭포를 다녀오는 코스는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5-6393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 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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