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도심 위로 솟아 회동수원지 감싸 안네

회동 아홉산과 마주보며 둥글게 자리 잡아
부산 근교산 한눈에 볼 수있는 기막힌 조망
운치있는 오솔길, 추석연휴 가족산행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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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산 정상에 서면 부산이 온통 산의 물결을 이룬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회동수원지를 감싸고 있는 정면 한가운데 아홉산과 그 우측으로 개좌산 운봉산이, 아홉산 왼쪽 뒤 암봉이 달음산, 그 왼쪽으로 뾰족봉인 천마산 치마산(함박산) 곰내재, 그 뒤로 시명산이 확인된다.


항구도시 부산도 알고보니 산의 도시(?).

부산 금정구 부곡동 서동 금사동에 걸쳐있는 나즈막한 봉우리인 윤산(輪山·318m)에 오르면 광안대교가 보이는 광안리 해안가를 제외한 전 지역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크게 보면 부산도 일종의 대형 분지(盆地)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비록 고개를 비스듬히 치켜들고 주변을 우러러봐야 하지만, 발아래를 굽어보는 환상적인 조망에 비해 전혀 주눅들지 않는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도대체 윤산이 어디 있는거야. 부곡동 쪽이라고 하는데".

이때까지도 이런 불만을 갖고 윤산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해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는 산꾼들이 많이 있으리라.

한가지 힌트를 곁들이자면 회동수원지와 이웃한다. 그렇다면 아홉개의 봉우리로 상징되는 아홉산 근처?

그렇다. 회동수원지를 중심으로 아홉산과 마주보고 있는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바로 윤산이다. 옛 구월산이라고 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떡일 사람들이 제법 될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산이 바로 구월산이다. 3년전에 구월산의 명칭이 윤산으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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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도중엔 도심의 아파트촌 뒤로 저 멀리 광안대교도 보인다.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과 1740년판 '동래부지'에는 윤산을 '동래부의 북쪽 8리에 있으며, 동래부의 진산(鎭山)'이라 적고 있다. 알다시피 진산은 도읍이나 성지의 뒤쪽에 있는 큰 산을 말하는데 결국 윤산이 동래의 뒤쪽 큰 산이니 진산이 되는 셈이다.

이제 궁금증은 왜 윤산으로 명명됐느냐 하는 것. 답은 간단하다. 동래 쪽에서 보면 산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보여 바퀴 윤(輪)자를 차용했다. 주민들로부터 '대머리산' '둥글산'으로 불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윤산이 왜 구월산으로 불렸을까. 뚜렷한 답은 없지만 바퀴에서 연상되는 '구불다'에서 '구블다' '구을다'로 변해오다 결국 구월산으로 와전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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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나즈막한 산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윤산의 오솔길은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원래 산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시는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국토지리정보원에 산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 결국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윤산으로 산 이름을 복원키로 결정했다고 지난 2002년 7월 시에 알려와 시는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윤산으로 부르고 있다.

산행은 금정구 부곡1동 도개공 부곡시영아파트 121동~육교~구구배드민턴장~만남의 광장(쉼터)~바위전망대~남평 문씨묘~윤산 정상~임도~산길(체육공원)~임도~산길(200봉)~임도(철탑)~오륜정보산업학교(부산소년원)~오륜동 새동네 큰소나무슈퍼~마을버스정류장 순. 순수 걷는 시간은 2시간 안팎으로 공휴일 늦잠잔 후 또는 추석 연휴 가족산행지로 여유있게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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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서동 영일사진관 앞 서동고개에서 버스를 내린 후 버스 진행 방향과 반대로 거슬러 걸으면 삼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청수탕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간다. 정면 155번 버스종점이 보이면 왼쪽으로 간다. 부곡 뉴그린아파트를 지나 길따라 계속 가면 'LGS'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갈림길. 오른쪽 오르막길로 50m쯤 가면 도  
  도심의 나즈막한 산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윤산의 오솔길.
 
개공 부곡시영아파트 121동 조금 못가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산길 맞은 편은 테니스 코트. 버스 하차 후 10분 정도 걸린다.

주민들이 듬성듬성 심은 야채밭을 지나면 부곡동과 동상동을 연결하는 도로 위 육교. 이 육교를 지나야 비로소 산길이다. 코스모스가 산들바람에 몸을 맡기며 반긴다. 30m쯤 더 가면 오른쪽에 시야가 트인다. 우측에서부터 금정봉 백양산 엄광산 황령산 금련산 배산 광안대교 이기대 장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뒷산이라 길은 넓고 편안하다. 소나무는 크고 힘차지만 이곳 역시 재선충 피해지역이라 나무를 베고 훈증처리를 한 곳이 드문드문 보인다.

곧 길 오른쪽 '구구배드민턴장'이라 적힌 조그만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다. 따라간다. 도심의 나즈막한 산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5분 뒤 배드민턴장. 다시 5분 뒤 만남의 광장(쉼터). 칠거리다. 크게 보면 왼쪽 부곡동(보덕사), 오른쪽 동상동 금사동 방향. 시계가 걸려있는 정면의 침목계단길로 오른다.

2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덩쿨이 온통 나무를 감싸고 있다. 술패랭이 파리풀 짚신나물 닭의장풀 개요등 여뀌 등 야생화가 눈에 띈다.

20분 뒤 바위전망대. 시야가 더 넓어져 방금 지나온 육교와 도개공 시영아파트 사직운동장 어린이대공원 엄광산 백양산 금정산 산줄기가 선명하게 확인된다.   
 
상봉은 전망대에서 5분 거리. 펑퍼짐한 평지에 정상석은 없고 산불초소가 홀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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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만나는 체육공원이자 쉼터.


조망이 기가 막히다. 바다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온통 산이다. 초소 뒤 회동수원지 뒷산인 아홉산을 기준으로 오른쪽 운봉산 개좌산, 아홉산 뒤 바위산인 달음산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뾰족봉인 천마산 치마산 곰내재 시명산 문래봉 거문산 소두방재 철마산 천성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회동수원지는 마치 한반도를 빼닮았다.

정상에서 하산길은 두 갈래. 오른쪽 금사동, 왼쪽 부곡동 방향. 산행팀은 부곡동 쪽으로 가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륜대 방향으로 간다. 계속되는 내리막길. 도중 부곡동으로 내려가는 소로가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20분 뒤 임도와 만난다. 잠시 왼쪽 산길로 올라 체육공원을 지나면 다시 임도. 체육공원 화장실을 지나면 다시 왼쪽 산길. 이 길 또한 결국 임도와 만난다. 산길로 가도 되고, 그냥 임도로 가도 된다. 곧 만나니까. 산길로 갈 경우 소나무숲이 운치가 있다. 다시 임도와 만날땐 철탑이 정면에 보인다. 임도시설비를 지나 내리막길로 간다. 저멀리 금정산 의상봉 무명암 원효봉이 보인다. 곧 철탑 앞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일순간 금정산 주능선이 확 트인다. 다시 잠시 살펴보면 맨 오른쪽 계명봉에서 왼쪽으로 둥근 장군봉, 무명암, 부채암, V자 암봉인 나비암, 짤룩이 산성고개, 대륙봉, 그 뒤가 파리봉이다. 계명봉 우측 노란 아파트 옆 팔송공원묘지에서 오른쪽으로 동래CC, 그 뒤 낙동정맥 능선과 함께 뒤쪽으로 운봉산(同名異山) 천성산1봉이 보인다.

사실상 산행은 끝. 5분 정도 내려서면 붉은색 벽돌건물인 오륜정보산업학교 담벼락을 지나고 이내 오륜동 새동네에 닿는다. 50m쯤 내려오면 슈펴. 슈퍼 바로 밑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기다린다.


# 교통편-들머리 서동고개까지 시내버스 이용

들머리에서 가까운 시내버스 정류장은 금정구 서동 서동고개. 정차하는 버스는 29, 29-1, 29-2, 48, 48-1, 79, 79-1, 148, 179, 189-1. 155번은 종점에서 내려 우측 뉴그린아파트 쪽으로 가면 된다.

179번은 시청, 연산동 옛 시립의료원, 교대(지하철 1호선 교대역 3. 4번 출구, 이사벨고 옆 기아자동차 맞은 편) 앞에서 타면 된다.

날머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는 5번 버스를 타고 지하철 1호선 장전동역에서 내린다. 마을버스는 15분마다 있으며 8분 걸린다. 750원. 참고로 정류장 앞에서 '월인농원' 간판이 붙은 전봇대 뒤 낮은 봉우리가 오륜대가 있는 곳이다.


# 떠나기전에-구월산·구륜산 등서 제이름 찾은 윤산

윤산(輪山)의 다른 이름으로 구월산 구륜산(九輪山) 구불산 대머리산 둥글산.
'동국여지승람'과 '동래부지' 이외에도 윤산에 대해 언급한 여러 기록들이 눈에 띈다.

부산시사편찬위원회가 1998년 발행한 부산지명총람 제4권에는 '산모습이 둥글다 하여 주민들이 대머리산 또는 둥글산이라 불렀다'고 적고 있고, 20세기 부산을 빛낸 26인 중 한 명인 '황산 고두동 문선(文選)'(1983)에는 '동래부의 진산이자 부산대학교 앞산'이라고 표기했다.

지난 1993년 봄 발행된 '윤산문화(輪山文化)'의 '우리고장의 지명 유래'편에는 더 자세히 기록돼 있다.

'지역민들이 구불산으로 부르던 윤산은 양산의 원적산(현 천성산)을 이어 금정산 장군봉을 타고 계명봉을 거쳐, 시립공원묘지쪽으로 흘러 구불산을 이루고, 다시 남쪽으로 산맥이 일자로 뻗어 동래 마안령(복천동 뒷산으로 속칭 대포산으로 불림)으로 이어진다. 풍수지리서에 의하면 동래의 진산(鎭山)은 윤산이고, 주산(主山)은 마안령이다.'

아직도 많은 산꾼들은 윤산을 구월산으로 알고 있다. 옛 문헌을 참고하든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든 구월산은 발음상 또는 표기상의 오기로 잘못된 것임에 다름아니다. 이미 2002년 7월부터 윤산으로 공식화됐고 국립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지형도에도 윤산으로 표기돼 나온다.

옛 이름 되찾기 차원에서 이제 부산의 산꾼들은 앞으로 구월산이 아니라 윤산으로 널리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자료협조=안대영 부산시문화유산해설사

 


'동남권 삼도봉' 품은 원효의 화엄도량
봄 진달래· 여름 계곡 · 가을 단풍·겨울 눈꽃
부산 울산 경남 경계… 보기보다 벅찬 코스
하산길 울창한 숲 도통골 폭포·소 더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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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봉(일명 불광산)을 지나 대운산 가는 도중의 전망대(왼쪽)와 대운산 정상.
 
 
 세 지자체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를 의미하는 삼도봉(三道峯). 백두대간에는 실제로 삼도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셋 있다.

우선 지리산 서부능선 상의 삼도봉(1550m). 경남(하동) 전남(구례) 전북(남원)의 경계에 솟아있다. 3도 경계라는 사실 이외에는 별 특징이 없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을 가르는 삼도봉(1177m). 이웃한 지자체가 완전히 달라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가 흔히 붙는다. 정상에는 3개 도민들이 지역 간 화합을 다짐하기 위해 세운 대화합 기념탑이 서 있다. 오리지널 삼도봉의 남쪽 바로 아래에 위치한 또 다른 삼도봉(1249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경남(거창)의 경계에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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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수염(왼쪽)과 꿀풀.

부산 인근에도 찬찬히 찾아보면 이와 유사한 삼도봉이 속한 산이 하나 있다. 바로 대운산 660봉이다. 흔히 주봉은 울산과 경남 양산의 경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주봉의 남서쪽에 위치한, 지금도 기장 장안사 쪽에선 불광산이라 불리는 660봉이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그리고 양산 웅상의 경계를 이루며 삼도봉 역할을 하고 있다.

원효의 마지막 수도처로 알려진 대운산은 전형적인 육산. 양산 웅상의 명곡이나 기장 장안사 인근 척판암, 그리고 울주 상대주차장 등 어디로든 접근이 용이해 영남알프스 못잖게 지역 산꾼들이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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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왼쪽)와 속은노루오줌.

단지 가깝다는 이유만은 결코 아니다.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가을이면 만산홍엽 단풍이, 겨울이면 동해와 인접해 연신 내리는 눈으로 사시사철 꾸준히 산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특히 여름이면 주 계곡인 상대계곡을 비롯, 도통골 박치골 내원암 계곡 등은 전국의 많은 산꾼들로 붐빈다.

하지만 부드럽고 그윽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속살로 파고 들면, 암팡진 산세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은근히 체력을 고갈시킨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빼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에선 기복이 심해 여름철에는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고 말했다.

   
산행은 울주군 온양읍 상대 제3주차장~능선 안부~장안사 갈림길~첫 이정표~잇단 척판암 갈림길~능선 삼거리~벤치에 이어 660봉~시명산·대운산 갈림길~대운산 정상~헬기장~제2봉·도통골 갈림길~도통골~무명 폭포와 너른 소~대피소(화장실)~임도~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으로 한여름 산행지로는 다소 벅찬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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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운산 등산안내판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15m쯤 떨어진 지점,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입구에는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의 연속이다. 한적한 숲 발 아래는 까치수염 노루발 등이 눈에 띈다. 13분 뒤 너른 터이자 능선 안부. 왼쪽은 상대마을, 오른쪽으로 간다. 10m쯤 뒤 다시 갈림길. 오른쪽 능선길 대신 뚜렷한 왼쪽길로 간다. 이내 지계곡.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명례마을 하산길, 오른쪽으로 간다.

무덤과 사거리 안부를 잇따라 지나면 비로소 우측에 대운산이 숲 사이로 얼핏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등로는 대운산을 향해 시계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지형지물 하나없는 평범한 산길이 계속된다. 등로 왼쪽은 장안사(부산 기장), 푹 꺼진 오른쪽은 상대계곡(울산 울주) 방향이다. 등로 한 지점에선 장안사 주차장과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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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골 하단부에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3단 폭포와 너른 소가 기다린다. 예상치 못한 이 명소에 50대로 보이는 산꾼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수영을 즐기고 있다.
 
그늘이 시원한 절개지 삼거리에 서면 비로소 확 트인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 대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17분 뒤 V자 소나무 앞 삼거리서 첫 이정표. 왼쪽 시명산 방향으로 간다.

4분 뒤 다시 척판암 갈림길. 골바람이 시원하다. 두 번째 척판암 갈림길을 지나면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깔끔한 월성 김씨 묘를 지나 100m쯤 더 가면 능선 삼거리.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의 산줄기와 등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표 기둥만 달랑 서 있다. 그 옆으로 한전 기장지점에서 걸어놓은 대운산 플래카드가 보인다. 이 길은 통상 장안사쪽에서 척판암을 거쳐 대운산 또는 시명산으로 향하는 등로이다.

직진한다. 하늘을 가린 울창하고 넓은 숲길이 이어진다. 까치수염 군락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30여 분. 보랏빛 꿀풀 군락지를 지나면 된비알이 기다린다. 도중 입구에 리본이 걸린 오른쪽 갈림길이 하나 열려 있지만 무시하고 힘든 오름길을 택한다. 밧줄도 매어져 있다.

된비알이 끝날 무렵 벤치 둘. 여기서 2, 3분 뒤 만나는 정점이 부산 울산 양산의 경계지점이자 일명 삼도봉인 660봉이다. 사위가 꽉 막혀 있다. 왼쪽이 부산 기장, 정면에서 2시 방향까지 경남 양산, 오른쪽이 울산 울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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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갈림길. 직진하면 시명산, 대운산을 향해 우측으로 내려선다. 2분쯤 지나 왼쪽 뒤로 시명산 가는 길이 하나 더 나온다. 참고하길. 이때부터 부산을 벗어나 등로 왼쪽은 양산, 오른쪽은 울산이다.

시명사와 상대계곡으로 각각 빠지는 사거리를 지나면 바람이 시원한 벤치에 닿는다. 다시 내리막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운산 정상이 아득하다.

등로는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로 이어진다. 고행길이 한 번 남은 셈이다. 숲 속 한 켠의 털중나리꽃이 반갑다. 17분쯤 땀을 바짝 흘리면 돌탑이 나타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5분 더 가면 마침내 대운산(742m) 정상. 정상석을 등지고 10시 방향의 봉우리가 시명산, 정상석 뒤 저 멀리 동해 바다는 흐린 날씨 탓에 아쉽게 희미하다.

왼쪽 대운산 제2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정상에 서 있는 등산안내도 상의 ③번 길이다. 정상석 뒤 상대마을로 직진하는 길은 ④번이다. 두 길은 계곡물이 불어나는 지점에서 만난다. 흔히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큰바위 인근의 용심지(암자터)는 ④번 길에 있다.


곧 헬기장. 우측 저 멀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선명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제2봉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제2봉이니 오른쪽 상대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급경사길이어서 밧줄이 매어져 있다. 15분쯤 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사실상 급경사길은 끝. 이때부터 두 갈래로 지계곡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숲이 울창한 데다 너른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가 여느 이름난 계곡 못지 않다.

이렇게 10여 분. 용심지쪽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정상에서 1.8㎞ 지점. 산행 막바지다.

다시 10분 뒤 산길을 벗어나면 첫 번째 대피소. 이때부터 임도. 3분 뒤 도통골의 백미 폭포와 너른 소에 닿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7, 8명의 산꾼들이 팬티만 입은 채 물놀이할 정도로 깊고 넓다. 여기서 두 번째 대피소를 지나 들머리인 주차장까지는 대략 3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660봉,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 
 
기장 장안사나 척판암에 가보면 아직도 관광안내판에 불광산(佛光山)이란 이름이 나온다. 동국여지승람이나 이곳 오래된 읍지에 불광산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 삼각산도 이 불광산에 포함된 듯하다.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후 이 불광산이 대운산 삼각산 시명산으로 각각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기장 장안사쪽에선 척판암을 품은 봉우리를 지금도 불광산이라 부른다. 오래 전과 달리 협의의 불광산인 셈이다.

이창우 대장은 "지금처럼 대운산의 존재를 인정할 경우, 주변 산세를 고려해볼 때 660봉을 불광산 정상으로 봐야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날머리 도통골은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골짜기. 이 도통골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과 가장 가까운 파르티잔의 소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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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엔 관광도.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왼쪽)과 내원암 주차장 내 5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를 형상을 하고 있다.

상대마을의 한 팔순 노인에 따르면 1951년 말 대운산에는 50여 명의 북한 패잔병들과 50여 명의 토착 파르티잔이 있었는데 그 본부가 도통골 끝자락이었다. 이들의 대장은 홍길동으로 불리는 인물로 워낙 신출귀몰한 기습을 해와 수 차례에 걸친 경찰의 토벌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듬해 봄 산불을 질러 파르티잔을 괴멸시켰다. 그 영향으로 도통골을 비롯한 대운산은 지금도 아름드리 나무가 드물다.

# 교통편-남창서 상대마을까지 마을버스 이용

해운대역 맞은 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800원. 지하철 2호선을 탈 경우 해운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남창에서 하차한 후 길건너 맞은 편에서 대운산(상대마을) 가는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900원. 대운산 제3주차장에서 남창행 마을버스는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7시30분. 남창에서 해운대 터미널행 버스는 자정까지 있다.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전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5분 두 차례 있다. 1시간 걸리고 2800원. 남창에서 부전역행 열차는 오후 6시2분 단 한 차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부산과 울산을 잇는 14번 국도를 타면 된다. 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온양~기장군청 지나~울산 울주군 온양읍 입간판 지나~장안사 입구 지나~상대 하대 대운산(입구에 '산여울' 간판)~대운산 내원암 계곡~굴다리 통과~대운산 제3주차장 순. 주차비 무료.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0> 양산 시명산


울창한 숲 우산삼아 운무 헤치고 오르니 신선인줄 착각하네

3시간 30분 원점회귀, 우중산행 적합
정상 오르면 달음산·삼각산이 한눈에
하산길 시명골 발 담그니 피로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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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명산 등산로 숲터널.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딱 알맞다.  


 
산에 문외한인 범부들이 이맘때면 기자에게 가끔씩 던지는 질문 하나.
"장마철에 본격 들어선 요즘 산에 가지 못해서 어떡하죠."

우중산행의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맛을 경험해본 산꾼들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땡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한여름보다 빗발이 적당히 흩날리는 장마철이 산행하기에 더욱 편하다.

요즘 동호인들은 점차 대담해져 강풍을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지지 않는 한 이제 웬만큼 비가 와도 꾸준히 산을 찾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실제로 가까운 금정산 등 근교산에는 과연 비오는 날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중 산꾼들의 행렬이 자주 목격되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굳이 장마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봄 가을의 비오는 날에 떠나는 산행은 평상시 느끼지 못한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우선 공기가 아주 맑다. 기본적으로 쾌적한데다 비 때문에 먼지 하나 없어 상쾌하다.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신록이 무성한 숲속에 운무가 담배연기처럼 눈앞을 스쳐갈 땐 신선이 된 듯한 묘한 신비감마저 든다. 사계절 아침 저녁으로 시시각각 산의 모습이 변한다고 하지만 이때가 가장 인상적이라는 것이 경험많은 산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또 한가지. 사소한 것 같지만 눈 주위를 아른거리는 아주 귀찮은 존재인 날파리가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이점이다.  
 
그렇다고 아무 산이나 무턱대고 오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진흙탕이 되는 산길이나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 산행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국제신문 이창우 산행대장은 "산은 인간에게 하염없이 고마움을 안겨다 주지만 한편으로 신중치 못한 산꾼들의 목숨을 가차없이 앗아가는 야누스적인 존재인 만큼 우중산행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때문에 복장에도 특히 신경써야 한다. 비에 젖으면 늦게 마르고 보온도 안되는 면류의 평상복 보다는 반드시 등산용 기능성 의류를 착용해야 한다. 젖은 면바지를 오랫동안 입은 채 산행하면 최악의 경우 저체온증으로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시작된 올 장마는 예년에 비해 비오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산행팀은 이 점을 감안, 부산 기장과 양산의 경계에 위치해 잠시 짬을 내 다녀올 수 있는 시명산을 찾았다. 햇빛이 쨍쨍 비춰도 숲이 울창해 자외선을 막아줘서 좋고 비가 오면 산길 주변 풀잎에 맺힌 이슬 아닌 이슬이 피부에 와닿는 느낌 또한 상큼하다.

산행은 양산 웅상읍 명곡~외딴 민가~주능선(사거리)~시명산 정상(675m)~119조난위치 표시판~시명계곡~시명사~명곡저수지~명곡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3시30분 안팎. 길이 비교적 평탄한데다 하산길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쉴 수 있는 계곡도 만나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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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나는시명골 계곡.  
 

웅상읍 명곡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바로 보이는 '24시 빅세일마트'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명곡리'임을 알리는 이정석과 웅상성당 시명사 웅상초등 입구 등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웅상초등학교와 명곡회관을 잇따라 지나 왼쪽 영진빌라쪽으로 가면 갈림길. 정면의 (주)코스믹 비지니스 우측으로 가면 또 갈림길. 왼쪽으로 간 후 다시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삼천리 자전거'. 우측으로 가서 산죽을 끼고 돌면 도로공사 현장. 이 길을 건너 논을 따라 간다. 소류지를 지나 마을과 동떨어진 민가를 지나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정류장에서 15분 정도. 참고로 등 뒤로 보이는 암봉은 천성산이다.

송림이 기분을 아주 맑게 해주는 산길이다. 두 사람이 편안히 얘기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을 만나지만 곧 합쳐지는 길이니 개의치 말자. 하얀 나비와 흰 큰까치수염이 이따금 눈에 띌 뿐 하염없이 산길은 편안하게 이어진다. 이른바 명상로다.

고개 안부에서 가족묘지군을 지나 25분쯤 뒤 다시 갈림길. 우측 물마른 계곡을 건너 산허리를 감고 올라간다. 20여분 뒤 소나무 아래 너른 터. 우측으로 간다. 왼쪽으로 가면 565m봉으로, 거기서 산길이 끝난다.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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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 새가 집을 비운 사이 잠시 '찰칵!'. 자귀나무. 서양에선 비단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분홍생 우산 모양의 꽃이 여름 장마비에도 끄덕 없이 잘도 핀다.  

잠시 길이 험해지다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보이는 너른 쉼터에 닿으면 직진한다.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사거리 주능선. 시명산 대운산으로 이어지는 왼쪽길로 간다. 참고로 직진 또는 우측으로 가면(이 두 길은 곧 만난다) 석은덤 장안사 매곡마을 정관으로 이어진다.

주능선에서 20분이면 상봉에 닿는다.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도 떨어져 나가고 기둥만 서 있다. 잠시 쉬어가라고 그루터기 4개가 쓸쓸히 모여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아시아드골프장 뒤로 석은덤과 용천산이 이어지고, 석은덤 우측 뒤로 달음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엔 삼각산, 발밑은 장안사계곡.

상봉에서 3분 뒤 작은 봉우리. 여기서 길은 두 갈래. 우측으로 가면 대운산가는 길. 참고로 이 길은 660m봉에서 우측 열린 길로 가면 장안사와 척판암을 만난다. 산행팀은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으로 간다. 잠시 숲이 트이면서 하산길인 시명계곡과 웅상읍 서창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천성산과 정족산도 보인다.

비탈길로 10분 정도 내려오면 숲 사이로 방금 올라온 능선도 확인된다. 정상에서 30분 뒤 119조난위치 표시판에 닿는다. 바로 옆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물도 있으니 점심은 여기서 하도록 하자.

비록 유량은 적지만 물이 맑고 찬데다 100m쯤 내려오면 와폭에 이은 너른 소도 만난다. 여기서 10분 뒤면 산을 벗어나 산행은 사실상 끝. 4분만 더 가면 시명사에 닿고, 여기서 대운산 산길도 열려있다.

시명사에서 계곡을 따라 너른 길로 내려온다. 너른 반석에 풍광이 좋다고 생각되면 곳곳에 천막이 쳐져 있어 산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후 명곡저수지~도로공사 현장을 지나 우측 저멀리 명곡하와이가 보일 무렵 왼쪽 웅상성당쪽으로 간다. 명동슈퍼를 지나 7분쯤 걸으면 명곡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시명골 너른 반석 장사꾼 독차지

일명 팔기산으로도 불리는 시명산은 원래 대운산~시명산~석은덤으로 이어지는 종주산행의 한 기착점이다. 혹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장안사와 원효대사가 수도 중에 중국으로 판자를 던졌다는 척판암을 거쳐 시명산 또는 대운산에 오른 후 명곡, 서창, 상대 방면으로 하산하는 경우 들르는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예부터 대운산 시명산 일대를 통틀어 불광산이라 불렀다. 이후 언제부터 대운산(大雲山)으로 불렸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울산지명사에 따르면 불광산(佛光山)은 '밝은 성읍터의 산', 대운산은 '광명의 산'으로 모두 같은 뜻을 지닌다고 한다.

장마철이다. 어디로 갈까 고민되는 동호인들에게 시명산을 권하고 싶다. 성에 차지 않으면 이미 소개한 대운산과 석은덤 코스를 적당히 응용하면 될 듯하다.

아쉬운 점 하나.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시명골은 엉망이다. 산에서 흘러내려온 수정같이 맑은 물은 지역 주민들이 일반인들이 접근을 못하게 철조망을 쳐서 굵은 파이프로 취수를 하고 있다. 계곡에 물이 적은 결정적인 이유이다.

그나마 숲이 우거지고 물이 좀 흐르는데다 너른 반석이 있는 곳은 하나같이 상인들이 천막을 쳐서 막걸리나 각종 음식물을 팔고 있다. 심지어 에어컨을 단 컨테이너 가건물까지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계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하루빨리 행정당국의 단속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통편-노포동서 247, 2100번 버스타고 명곡 하차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1호선 노포동 종점에서 내려 터미널 바깥으로 나와 울산 또는 서창 방면으로 가는 모든 버스를 타고 웅상읍 명곡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247, 2100번 등이 있다. 15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노포동종합터미널~7번 국도 경주 울산 방향~울산 7번 국도~24시 빅세일마트~웅상초등학교~명곡회관 내지 영진빌라 주변에 주차하면 된다.

※대중교통편은 변동될 수 있으니 확인해야.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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