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 가야면 '합천토종흑돼지식당'
-합천군 지원 아래 상표 등록된 합천 고유의 맛
-애오라지 맛으로 승부, 밑반찬은 단출
-아델스코트CC 주변 식당 중 유일하게 흑돼지만 사용
-집 입구는 '하코방' 수준, 맛은 쫄깃하면서 고소    
 
"저희 집이 입구가 좀 작고 허름해서 손님들이 일명 '하코방'이라 불러요. 제가 손님 입장에서 봐도 좀 그래요. 이 때문에 골프장 손님들이 처음엔 좀 망설이죠. 꼭 한 명은 안 들어오고 깨끗한 데 가서 먹자고 버티죠. 하지만 일단 들어와서 우리 흑돼지 맛을 보면 그 다음부턴 단골이 되죠."

사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경남 합천 가야면 아델스코트CC로 당일치기 취재를 떠난 기자 일행은 샤워만 간단히 하고 서둘러 어둠 속을 나섰지만 이내 배꼽시계가 울리는 게 아닌가. 골프장 진입로를 벗어나자마자 식당 간판이 하나 보였다. '합천토종흑돼지식당'이었다.

이날 오전 골프장으로 올 때 눈여겨봤던 몇 군데의 깔끔한 식육식당을 생각했던 기자는 토종흑돼지라니 한번 믿어보자는 일행의 말 한마디에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입구와는 달리 방 두 개와 홀에는 테이블이 두세 개 있었다.

메뉴는 토종왕소금구이 단 하나. 메뉴판에는 양념구이와 불고기전골이 적혀 있지만 손님들이 대부분 왕소금구이만 찾아 얼마 전부터 없앴단다.

고기맛으로 승부하는 집이 늘 그렇듯 밑반찬은 단출하다. 묵은지와 마늘 고추 상추 막장 그리고 계절 따라 나는 나물류가 전부다. 겨자 간장 식초 등으로 만들었다는, 다른 집에선 볼 수 없는 묽은 고기용 장도 있다. 파무침과 양파간장절임은 고기맛을 느낄 수 없어 손님상에 올리지 않는단다.

두툼한 두께의 고기는 우선 눈으로 봐도 벌써 맛의 느낌이 오는 듯하다. 고기맛을 느끼기 위해 아무 것도 찍지 않고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쫄깃쫄깃하면서 고소하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고기용 장에 찍어도 별미요, 상추쌈에 마늘과 막장을 올려 먹어도 꿀맛이다.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이 있었던가. 일행은 한동안 말없이 젓가락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묵은지와 함께 곁들이니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동행한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전날 돼지삼겹살을 먹어 토종흑돼지라 해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이렇게 맛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기자도 흑돼지로 유명한 함양 산청 김천 장수 곡성 등지에서 그 유명한 흑돼지를 먹어봤지만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결코 아류는 아니다. 민생고 해결을 위해 우연히 들른 집이 이처럼 맛의 향연을 누리게 해줄 줄이야.

안주인 황수연(57, 사진 위) 씨에게 물었다. 맛의 비결을.

알고 보니 이 고기는 상표 등록된, 합천토종흑돼지였다. 합천군의 지원 아래 이웃한 묘산면에서 작목반을 구성해 키운 것이었다. 골프장 주변의 6개 고깃집 중 유일하게 합천토종흑돼지만을 취급하고 있단다.

"외래종 흰 돼지가 4, 5개월 키워 110~120㎏쯤 되면 도축하는 반면 합천토종흑돼지는 7개월여를 키워야 겨우 85~90㎏쯤 되지요. 이 고기맛에 길들어지면 다른 고기는 맛이 없어 못 먹어요. 수육으로 먹어도 맛있어요. 그러려면 예약을 해야 돼요. 1시간쯤 걸리거든요."

식사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단출하다. 안주인이 직접 담은 촌된장의 맛도 기가 막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우리네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토종왕소금구이(180g) 7000원, 식사 5000원. (055)931-9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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