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마술사다. 형형색색 꽃들을 단번에 쏟아내지 않고 변덕이 심한 인간들을 배려한 듯 시기별로 요술보따리에서 속세로 하나씩 내놓는다.

빠알간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꽃 백일홍 철쭉 복사꽃 배꽃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그래서 유달리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겨우내 봄을 사무치게 기다린다. 봄의 이러한 사려깊음을 인간군상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지만.
벚꽃은 이미 꽃비를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진홍 분홍 하얀색의 철쭉이 거리 곳곳에 만개해 있다. 연분홍 진달래 또한 `님을 향해 즈려 밟힌지' 오래다.

대운산 제2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50분간의 산길은 진달래 천국이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에선 도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보다 구름에 더 가깝기를 바라는 대운산(大雲山·742m)은 이제야 진달래가 한창이다.

도심에서 아주 멀거나 필부가 못오를 만큼 그리 험하거나 높지도 않다.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 창원 비음산마냥 온 산사면이 진달래로 덮여 있지도 않다. 산행 내내 그저 길 양쪽에 진달래가 나그네를 반기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운산 제2봉 부근에서 상봉으로 향하는 50여 분 내내 진달래가 꿈길을 이루고 있다.

울산 울주군 온양면과 경남 양산시 웅상읍에 걸쳐있는 대운산.
이번 주말 만사를 제쳐 놓고 봄기운이 어렵사리 피워놓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상춘곡을 읊조려 보자. 진달래뿐 아니라 수수한 산세와 울창한 숲, 그리고 깊고 깊은 계곡과 명경지수와도 같은 맑는 계곡물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하다.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벚꽃이 만개, 완연한 봄 색깔로 치장해 눈이 부시다.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제3주차장(상대주차장)~삼거리 전자안내판~나주 임씨묘~318봉~391봉~대운산 제2봉~진달래 군락지~대운산 정상~헬기장~전망대바위~경주 이씨묘~대운농장~철판다리~애기소~제3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이정표가 꼼꼼하게 정비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머리 온양면 남창리는 유명한 배 산지. 주차장을 벗어나면 개울 건너 배나무밭엔 배꽃이 한창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어 대운교 등 길가에는 연등이 일렬로 걸려있다.

삼거리 정면에는 울주군 재해대책본부에서 세운 대형 전자안내판이 서 있다. 그 옆에는 `대운산 제2봉 4.6㎞, 내원암 1.5㎞'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내원암 방향으로 5m쯤 가면, 왼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산 전체가 완연히 제 색깔을 찾고 있다. 갓 나온 새 잎은 애기의 뽀얀 피부처럼 깨끗하고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여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 기슭엔 정상부와는 달리 진달래가 이미 시들어 있고 대신 산철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꿩 한 마리가 숲에서 푸드득 하고 뛰어 오른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왼쪽은 물소리가 들리는 애기소 방향.

15분 뒤 봉분이 거의 사라진 나주 임씨묘. 오른쪽 저 멀리 기암절벽이 시선을 붙잡고, 산허리를 따라 난 임도를 따라 내원암으로 등산객이 오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전망대. 뒤돌아보면 정면으로 삼각산과 불광산,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척판암이, 그 왼쪽으로 달음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직진한다. 왼쪽 저 멀리 대운산 정상이 서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제 색깔을 못내고 있다. 고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와 돌탑을 잇따라 지나면 우측 수목 사이로 내원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과 0.2㎞ 떨어져 있다. 주변 송림은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한 소나무가 시선을 끈다.
       진달래는 피어 있지만 아직도 산 전체는 푸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행 중 만난 뱀.



영월 엄씨묘를 지나면 눈앞에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그 뒤로 대운산 제2봉과 그 왼쪽으로 대운산 주봉, 다시 그 왼쪽으로 하산할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땀을 흠뻑 낼 요량으로 1시간 정도 바짝 오르면 두 번째 전망대를 만난다. 일관된 가풀막이어서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제2봉은 15분이면 닿는다. 제2봉은 대운산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그칠 것이 없다. 오른편엔 1.3㎞ 거리의 제1봉과 꼬장산이, 정면엔 울산대 뒷산인 문수산, 그 왼쪽으로 정족산 천성산이, 조만간 오를 대운산 정상 뒷편에는 시명산과 달음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2봉에서 정상까지는 2.7㎞. 왼쪽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사방이 온통 3~4m쯤 되는 진달래 천국. 정상까지 50여 분간 줄곧 길 양편에 도열해 있다. 이번 산행의 보람이자 기쁨이다. 일부 구간에선 거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군락 보호를 위해 가지치기를 한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온 탓에 모두 만개는 안했지만 이번 주말이면 온통 연분홍으로 덮을 태세다. 마침내 정상. 날이 쾌청할 경우 동해바다와 대마도도 확인된단다.

하산은 올라온 방향과 정반대인 도통골과 박치골 사이의 남동쪽 능선길로 내려선다. 동쪽은 상대마을, 서쪽은 시명산 방향이다.

오름길과 달리 인적이 드문 좁은 소로이다. 20분 정도 내려서면 진달래가 뜸해지고 활엽수가 비로소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등로는 ‘갈 지(之)’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날파리가 눈 앞에 귀찮게 아른거리고 70㎝쯤 되는 이름모를 뱀이 유유자적하게 지나간다.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내려서면 경주 이씨, 인동 장씨묘를 잇따라 지나 대운농장이 나온다. 이후 철판다리를 건너 10분 정도 애기소가 펼쳐지는 유량이 풍부한 계곡과 나란히 달리는 임도를 따라 걸으면 제3주차장에 닿는다. 비로소 원점회귀 산행이 완성된다.

# 떠나기전에

대운산은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오래된 읍지(邑誌)에는 부처님의 은광을 의미한다는 불광산(佛光山)이라 표기돼 있다. 이 불광산에는 지금의 대운산뿐 아니라 장안사를 둘러싸고 있는 시명산과 삼각산도 포함된 듯하다.
 대운산(옛 불광산)은 원효대사가 생애 마지막으로 수도를 했다고 전해온다. 해서, 지금의 대운산에는 원효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온다. 원효가 도를 닦았다는 도통골, 원효가 수도를 하던 중 널판자를 날려보내 위기에 처한 당나라 승려를 구했다는 장안사 산내 암자 척판암이 좋은 사례이다.
대운산을 찾으면 놓쳐선 안될 명소가 있다. 영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내원암이 있다. 또 내원암 주차장에는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은 500년 된 팽나무도 있다. 꼭 챙겨보자.

           내원암 주차장 내 500년 된 팽나무. 줄기 모양이 코끼리 형상을 닮았다. 

누가 뭐래도 대운산의 숨은 보석은 상대계곡. 명경지수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애기소가 압권이다. 애기소농장 팻말이 있는 옆길로 진입하면 된다.

# 교통편
부산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6시20분, 7시 두 편 운행된다. 남창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대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40분, 9시5분, 10시10분에 있다.
돌아올 땐 애기소슈퍼 앞 정류장에서 남창행 버스는 오후 2시30분, 3시30분, 4시40분, 6시30분에 출발한다. 남창역에서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37분, 6시2분, 8시36분에 있다.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해운대역 맞은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남창에 내려도 된다. 오전 5시10분부터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기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남창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운대행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수시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해운대~송정해수욕장 입구 지나~울산 기장체육관 기장군청 방향~울산 온양 방향~(장안사)~상대 하대 대운산~대운산 내원암 계곡 방향 크게 좌회전 후 굴다리 통과~대우난 공영 1, 2주차장을 지나 상대주차장인 제3주차장 순. 




 

설악산 공룡 제외하곤 공룡능선 중 꽤 힘들어
내원사 원점회귀,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

험난한 공룡능선을 지난 후 뒤돌아보며 잠시 쉼호흡을 하는 이창우 산행대장. 우측 상단이 이웃한 정족산, 왼쪽이 천성산 중앙능선이다.

지율스님이 목숨을 걸고 KTX 통과 반대 저지를 시도한 천성산(千聖山).

경남 양산시 하북면 상북면 웅상읍에 걸쳐 있는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천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으로 이끌었다는 설화가 서린 산이다. 정상 인근의 그 유명한 화엄벌은 여기서 유래한 지명.

이렇듯 천성산은 원효대사에서 지율스님에 이르기까지 불국토를 꿈꾸는 스님들의 의지로 불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설화에 따르면 원효스님은 천명의 당나라 승려를 위해 천성산에 89개의 암자를 세웠지만 지금은 내원사를 비롯 홍룡사 노전암 조계암 원적암 등 20개 가까운 암자들만이 산문이 열려 있다. 통상 절집이 풍수지리를 바탕으로 그 터를 정하는 관례에 따라 하나의 산에 89개의 암자가 섰다는 것은 그 만큼 풍광과 더불어 산세와 지세가 빼어남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천성산은 통상 하북면 내원사계곡, 상북면 홍룡사(홍룡폭포), 화엄벌로 바로 오르는 용주암, 웅상읍 덕계의 무지개폭포 내지 법수원계곡으로 들머리나 날머리를 잡지만 이번 주 산행팀은 천성산 산길 중 가장 험난하다는 공룡능선을 택했다.

천성산의 경우 과거에는 화엄벌 인근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922봉을 원효산, 812봉을 천성산이라 불렀지만 수년 전 양산시가 향토학자 등 전문가들에 고증을 의뢰, 922봉을 천성산, 812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교통정리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교체한 이정표에만 `천성산', `천성산 제2봉'으로 고쳐져 있을 뿐 정상석은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멋모르고 오른 아마추어 산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산꾼의 한 사람으로서 양산시의 발빠른 결단을 바라는 바이다.

산행은 내원사 매표소~공룡능선~짚북재~738봉~천성산 제2봉~807봉~은수고개~산죽길~내원사~매점 주차장~내원사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정도.


공룡능선은 이름 그대로 거대한 공룡의 등줄기를 오르내리듯 험난한 대여섯 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도중 너댓 번의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야 하는 등 만만찮은 고행길의 연속이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옛 매표소인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천성교 사이로 열린 좁다란 포장로를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간이 화장실을 지나면 `성불암 가는 길'이라고 적힌 노란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노전암 쪽에서 내려오는 물길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성불암계곡 방향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공룡능선이다.

30m쯤 뒤 성불암 계곡길로 가다가 왼쪽으로 열린 오름길로 올라선다. 산죽길이다. 직진하면 성불암.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경사가 심한 된비알의 연속이다. 30분쯤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오르고 또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거대한 기암절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밧줄을 잡고 힘겹게 오른다. 앞서 오르는 한 산꾼은 “수 십년만에 유격훈련하는 기분이 든다"며 한마디를 던진다.

천성산 공룡능선 코스는 공룡능선뿐 아니라 공룡능선 앞 뒤도 대체적으로 우락부락하다.

이렇게 오르면 첫 전망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저 멀리 노전암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암절벽을 내려와 편평한 등로를 걸으며 호흡을 고를 즈음 또 다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설상가상으로 정면에는 또 다른 암봉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이러한 암봉을 하나 오르는데 평균 15분 내지 20분. 이같은 유사한 상황이 너댓 번 반복되면 십중팔구는 거의 질려 다리에 힘이 빠진다.

산행 도중 나타나는 전망대인 기암절벽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다 보면 이내 지쳐 땀을 식히는 산꾼들의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기복이 무척 심한 능선을 가진 이 공룡은 아마도 몸이 거대해 천천히 걸어다니는 마음씨 순한 초식공룡이 아니라 날렵하고 포악한 육식공룡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공룡능선은 험해 대부분 밧줄이 매어져 있다.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고 입에 단내를 내면서도 기어이 오르고 마는 산꾼들.

뒤돌아본 공룡능선. 사진 상으론 험하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론 대단하다.

 이렇게 2시간30분 정도 쉴새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 그늘진 드넓은 안부에 닿는다. 짚북재다. 이 짚북재는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전해온다. 친절하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으로 노전암, 오른쪽으로 성불암, 직진하면 목적지인 천성산 제2봉(1.2㎞). 산행 일정상 십중팔구는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짚북재.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천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변은 얼레지 군락지로 유명하다.

짚북재는 봄이면 얼레지로 가득하다. 이제 상봉을 향해 직진한다. 점차 경사가 심해지면서 밧줄이 매여져 있다. 앞선 된비알보다 기복은 덜하지만 역시 오르막내리락하는 산길은 만만치 않다.

천성산 제2봉 정상. 정면의 군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50분 정도 정신없이 걸으면 정상을 코 앞에 둔 암봉에 닿는다. 저 멀리 정족산과 고산습지인 무제치늪이 확인된다. 천성산 제2봉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정상에 앞서 왼쪽으로 열린 갈림길은 낙동정맥길이며 오른쪽은 내원사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

정상은 주변 봉우리가 사방팔방 시원하게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대.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직진해서 내려선다. 임도가 보이지만 계속 산길로 간다. 5분 뒤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해 산허리를 돌아간다. 10분 뒤 은수고개. 왼쪽은 웅상읍 덕계 무지개폭포 방향이다. 천성산 제1봉(옛 원효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억새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직진하면 천성산 제1봉 가는 길이다. 하산길 초입에는 갈림길을 잇따라 만나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이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10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길 오른쪽에는 푹 꺼진 습지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길을 따라 내원사로 내려간다. 등로 곳곳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연분홍 진달래가 다시 보이고 상상도 못할 엄청난 산죽 군락이 길을 막고 있다.
약 40분 정도 정신없이 산죽길을 헤쳐 나오면 내원사가 시야에 들어오지만 진입로가 없어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이후 내원사와 매점 주차장을 잇따라 지나 30여 분 정도 걸으면 매표소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공룡능선 중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천성산 공룡능선

부산근교에는 공룡능선이 여러 개 있다. 신불산 공룡능선, 간월산 공룡능선 등 울퉁불퉁한 공룡의 등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좋다. 그중에서도 유독 천성산 공룡능선을 좋아하는 꾼들이 특히 많다. 로프를 타고 바위를 오르면 가슴까지 시원한 전망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근교산 동호인중 공룡능선의 취재를 원하는 분이 많아 천성산을 찾았다. 이곳 천성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지천이다. 원효와 내원사가 아니라도 천성산은 매력있는 산이다. 화엄벌과 정족산의 철쭉군락, 사방으로 뻗은 능선에 암반이 박혀 있고 용연천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금강산과 닮았다 하여 제2금강산으로도 불린다. 하산은 천성산(옛 원효산) 정상에서 내원사로 뻗은 능선을 답사하였다. 아무도 찾지 않은 산길, 발밑에 두껍게 깔린 낙엽, 부채살처럼 펼쳐진 화엄벌의 계곡이 원시의 골짜기를 연출한다 산길은 능선에서 우측으로 돌아내려선다. 내원사 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취재팀은 우측 산죽사이로 내려서서 산길을 잡았다. 내원사 뒤 골짜기로의 출입을 삼가기 위해서이다.

#교통편 -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에 내려 언양행 12번 완행버스 타야

지하철 1호선 온천장 지하철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35번 국도 우회전~언양 통도사 방향~내원사~언양 통도사~내원사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주차비 및 입장료(1인당)는 각각 2000원.






 

화엄벌 새하얀 억새 승무처럼 나빌레라
고산 습지보호구역, 울타리내 출입 제한
발아래 펼쳐진 양산천·낙동강 조망 일품
하산길 원효암서 저멀리 고당봉 감상도

천성산 정상이 저멀리 보이는 가운데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 두 사람이 억새가 군무를 펼치는 화엄벌 습지보호구역 울타리를 따라 걷고 있다. 






 
 부산과 지척인 양산에는 산이 지천이다. 낙동강과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곳곳에 병풍처럼 솟아있다. 실제로 지도를 펴놓고 훑어 보면 동서남북 발길 닿는 곳이 능선이요 계곡이요 봉우리다.

가지산에서 시작된 영남알프스의 기운이 간월산 신불산을 거쳐 양산의 영축산에서 숨을 고른 뒤 함박등 투구봉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 채바우골만당 천마산을 거쳐 토곡산에서 낙동강으로 이어지고, 또 한 줄기는 어곡산에서 낙동강의 최고 전망대라 불리는 오봉산으로 산줄기가 내려와 역시 낙동강과 만난다.

낙동정맥의 산줄기도 거쳐간다. 강원도 태백 매봉산에서 남하, 영축산으로 맥을 이은 산줄기는 경부고속도로를 건너 뛰어 노상산 정족산 천성산제2봉(옛 천성산) 천성산(옛 원효산) 계명봉을 거쳐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고당봉으로 연결된다.

양산 서부지역에는 영남알프스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격인 향로봉과 낙동강의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는 천태산이 밀양과 경계를 이루고, 동부지역에는 원효대사가 마지막으로 수도한 대운산(옛 불광산)이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울산과 이웃하고 있다.

양산을 집중 조망하는 이번주 '주말엔', 산행팀은 별 고민없이 천성산(922m)을 택했다. 단풍과 함께 가을산행의 최대 화두인 억새풍광을 이맘때 화엄벌에서 맘껏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산 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대사가 당나라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나라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지금은 내원사 홍룡사 원효암 법수원 미타암 안적암 성불암 노전암 조계암 익성암 등이 남아 있다.

이후 화엄벌은 오랫동안 방치되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3년 후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울타리로 출입이 제한돼 있다.

산행은 경남 양산시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량)차단기~화엄벌~'군사시설보호구역' 팻말 이정표~원효암 갈림길~원효암~대형 주차장~작전도로~낙동정맥 산길~전망대~철탑~양산 웅상읍 평산리 장흥부락 순. 6시간 정도 걸린다.



석계정류장에서 내려 50m쯤 진행방향과 반대로 가면 양주중학교 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거기서 왼쪽으로 돌아 경부고속도로 밑을 통과해 직진한다. 상북면민 복지회관을 지나 10분쯤 더 가면 '천성산' 이정표. 이때부터 임도를 따라 걷는다. 단조롭지만 발아래 펼쳐지는 양산천과 합류되는 낙동강, 그리고 양산의 이웃 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면 눈앞의 천마산을 비롯, 왼쪽으로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어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35분 뒤 원적산(천성산의 옛 이름) 봉수대에 닿는다. 계속 임도를 따라 걷든, 도중에 임도 왼쪽 산길로 오르든 결국 봉수대에서 만난다. 전국의 수많은 봉수대 중 봉수지 고사지 건물지 등의 기초 흔적이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유일한 봉수대로 경남기념물 제118호.

원적산(천성산의 옛 이름) 봉수대.

봉수대에서 바로 보이는 차 진입 차단기를 지나 10m쯤 뒤 오른쪽에 열려있는 산길로 오른다. 본격 산행에 앞서 군계일학처럼 능선에 우뚝선 소나무 그늘 아래서 쉬어가자. 자연석으로 쉼터가 조성돼 있는데다 조망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에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계속되는 산길은 오르막길. 묵었지만 길 흔적은 나 있다. 싸리나무 등 잡목이 길을 막고 있고 벌개미취 쑥부쟁이 짚신나물 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20분쯤 지나 억새가 모습을 드러내면 갈림길. 왼쪽 억새숲으로 몸을 맡긴다. 인적이 드물어 억새가 길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두 차례 임도를 건너 산길로 오른다. 철없는 철쭉이 벌써 보인다. 그 유명한 화엄벌은 정면의 봉우리를 넘어야 만날 수 있지만 마치 벌써 도달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억새가 넘실거린다. 올 봄에 난 산불 흔적을 지나면 마침내 화엄벌, 3만8000평. 장관이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뚫린다.

화엄벌 억새는 키가 유달리 작다. 그래서 친근감이 더 간다. 한없이 푸른 가을하늘과 뭉게구름,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의 오묘한 조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울타리 안 억새 주변에서 붉은빛을 내는 무리는 봄에 장관을 이루는 철쭉.

'화엄늪 습지보호지역' 안내판에서 왼쪽방향은 지프네골과 용주사, 또는 용소골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론 군사기지가 있는 천성산으로 가는 길. 울타리를 따라 우측으로 10여분 억새에 취해 걸어가면 '군사시설 보호구역' 팻말이 갈림길 정면에 붙어있다. 왼쪽은 은수고개를 지나 천성산제2봉으로, 오른쪽은 원효암 가는 길.

산허리를 돌아 내려서면 순식간에 전혀 딴 산. 억새는 오간데 없고 산죽 갈참 굴참 등 참나무류가 눈앞에 들어오고 심지어 벌써 붉게 물든 단풍도 보인다.

40분쯤 내리막과 바윗길을 번갈아 걸으면 연이어 두 번의 갈림길. 길찾기에 유의할 곳이다. 2곳 모두 오른쪽은 홍룡폭포 가는 길이므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원효암.

종무실 옆 음각된 마애아미타삼존불.

 
10여분 뒤 마침내 원효암. 관음바위 거북바위 등이 암자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종무실 옆 마애아미타삼존불을 보고 범종루 옆으로 난 길로 간다. 게시판을 지날 무렵 우측에 고당봉이 정면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주차장을 지나 정면 산길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낙동정맥 길이다. 곧 군 작전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100m쯤 가다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30m쯤 뒤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곧 전망대인 720m봉. 왼쪽부터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산 용천산 백운산 매바위 철마산 장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팀은 덕계로 하산하기 위해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 길은 낙동정맥길로 금정산 고당봉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턴 내달리는 일만 남았다. 억새숲을 지나고 바위봉우리를 넘는다. 50분쯤 뒤 갈림길. 우측 법기수원지 방향은 버리고 왼쪽 덕계쪽으로 간다. 다시 억새길과 오솔길이 20여분 반복된다. 철탑을 지나 내리막길을 지나면 10여분 뒤 웅상읍 평산리 장흥부락에 닿는다. 여기서 덕계시장 스파편의점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쯤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원효산, 천성산으로 명칭 통일
- 산꾼들에 쓰러진 억새 신음소리

양산 천성산이 산 이름을 두고 수난을 겪고 있다.
통도사를 안고 있는 영축산이 영취산, 취서산으로 함께 불리다가 최근에야 영축산으로 결정됐는데 천성산의 두봉우리는 각각 천성산, 원효산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천성산은 천성산 제2봉, 원효산은 천성산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많은 산꾼들은 아직도 각각의 봉우리를 천성산과 원효산으로 부르고 있다.

그 천성산 산허리의 화엄벌이 지금 광명추파의 물결에 춤을 추고 있다.

국제신문 산행팀은 지난 2001년 천성산의 한적한 화엄벌을 소개한 적이 있다. 신문에 보도된 직후 다시 찾은 화엄벌은 많은 탐승객들로부터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억새의 멋들어짐은 사라지고 화엄벌 주변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동그랗게 자리잡고 술과 음식을 곁들이며 화엄벌을 훼손하고 있었다.

화엄벌을 소개한 산행팀은 훼손 사실을 확인한 뒤 즉시 양산시청의 홈페이지에 화엄벌 보호를 위해 안전시설물의 설치가 시급하다는 글을 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뒤 얼마 안돼 지금과 같은 시설물이 설치됐다.

코스를 달리해 이번에 다시 찾은 화엄벌 내부는 울타리로 인해 안전한 상태여서 원효와 1000명 제자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울타리 바깥의 억새밭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새를 방석삼아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산꾼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쓰러진 억새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교통편
- 들머리·날머리 달라 대중교통 이용을
- 온천장서 언양행 버스타고 석계 하차

이번 산행코스는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권하고 싶다.

들머리인 상북면 석계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1호선 명륜동역(종점)이나 온천장역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석계(상북면사무소)에서 내린다. 첫 차는 오전 5시20분에 있으며 이후 7~9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100원. 1시간 정도 걸린다.

날머리 덕계에선 덕계시장 스파편의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부산행 일반버스(50, 58, 147) 및 좌석버스(247, 301, 301-1, 347, 2000, 2200)를 이용하면 된다. 일반버스는 900원이지만 부산과의 경계를 넘을 땐 300원을 더 내야하며, 좌석버스는 일괄 1500원. 울산~부산간 운행하는 1127번 버스를 타도 된다. 1300원.

※현지 사정상 대중교통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 억새 품에 한번 안겨볼까
-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추석 연휴 가볼 만한 억새 산행지

 
 여름 한철 잠시 지팡이를 접은 평범한 산꾼들은 통상 이달 10일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등산화끈을 질끈 매고 산을 찾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 기간이다. 최근에는 명절 때 차례를 간편하게 모시는 추세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남는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멀지 않은 근교산으로 떠나는 경우가 보편화됐다. 때마침 가을의 전령 억새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가녀린 여인네의 자태마냥 아름답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 억새.

국제신문 산행팀은 추석 연휴를 맞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억새의 물결을 볼 수 있는 산행지를 추천한다.
   
 
#부산 최고의 억새군락지 승학산(乘鶴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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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억새평원은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가을 전령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억새 산이다. 사하구와 사상구에 걸쳐 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높지 않아 가족 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흔히 '동네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능선을 이어 산행하면 평범하지 않은 산임을 느낄 수 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명명한 승학산에 서면 부산의 도심과 산세를 파악할 수 있는 데다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은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 사파이어 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고 서구에선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장시간 산행을 하려면 중구 대청공원에서 출발해 구봉산~엄광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을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 성지에서 올라 각각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종주산행을 할 수도 있다.   
 

#부산의 진산 금정산 장군봉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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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부산 쪽이 아니라 고당봉 넘어 양산 쪽 금정산 최북단에 위치한 장군봉에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고당봉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져 있어 평소엔 뜸하지만 억새들의 군무가 한창인 가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부산 근교의 억새 명소로 가을 한철 억새 탐승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산행은 양산시 동면 금산사에서 출발, 움막~습지~주능선~범어사기 석표~철탑~샘터~718봉~장군봉~철사다리~은동굴 갈림길~금산사로 원점회귀 가능하다. 또는 동면 중리마을에서 출발~금정암~임도~석문~729봉~장군봉 순으로 산행을 이어도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경우 장군봉을 보고 와서 고당봉을 거쳐 범어사로 하산할 수 있다.
   
 
#해운대 장산에도 억새군락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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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고당봉, 백양산에 이어 부산서 세 번째로 높은 해운대 장산은 바닷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고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해운대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억새군락지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여타 억새 명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반나절 억새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장산 정상을 지나 구곡산 가는 길에 위치한 억새군락지는 가을 한창 땐 억새산행이란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구곡산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 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도심에 위치해 있어 근접하기도 아주 편리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오를 수 있다. 크게 한 바퀴 산행을 하려면 해운대기계공고 인근 운촌경로정에서 철길을 건너 출발, 옥녀봉~중봉~정상 밑 갈림길~억새군락지~구곡산~대천공원 순으로 걸으면 된다. 5시간 정도 걸린다. 또 거문산에서 철마산 가는 도중에도 드넓은 억새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마을 아래 사람이나 전문 산꾼이 아니고서는 잘 모르는 숨은 명소이다.
   
 
#화왕산성 한가운데 십리억새밭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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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뽐내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푸근한 솜털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의 귀재다. 사진은 화왕산성 내에 펼쳐진 십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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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차로 불과 1시간10분이면 들머리에 도달할 수 있는 데다 억새밭으로 오르는 산행시간이 1시간이면 충분해 억새 산행지로 남녀노소에게 각광받고 있다.

창녕은 예부터 낙동강과 우포늪의 범람으로 홍수가 잦아 주민들이 물기운을 다스리기 위해 창녕의 진산 이름을 '불기운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화왕산(火旺山)으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유난히 산불이 많이 발생해 키 큰 나무들은 오간데 없고 억새가 산 정상부를 뒤덮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등산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5분 거리인 화왕산 군립공원 내 자하곡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코스. 도중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넉넉잡아도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화왕산 정상부에 위치한 화왕산성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큰 공을 세운 곳. 남동쪽의 경우 돌로 성을 쌓았지만 서북쪽은 절벽능선이라 자연성벽이다. 그 가운데가 십리억새밭으로 그 면적은 18만4800㎢(5만6000평). 직접 억새밭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곽일주를 하며 억새를 감상한다.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을 한 뒤 난전이 펼쳐진 서문에서 성곽의 흔적이 잘 보존된 동문을 지나 남쪽의 배바위를 넘은 뒤 다시 원점인 서문으로 돌아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면서 화왕산 억새를 감상하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를 나와 관룡사 쪽에서 출발, 화왕산~동문~허준 세트장~관룡산~용선대를 거쳐 원점회귀할 수 있다.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걸린다. 관룡산 주변은 송이버섯 산지. 관룡사 아래 옥천저수지 주변에는 송이밥 등 송이요리 전문점이 모여 있다.
   
 
#원효 대사 숨결 남아 있는 양산 천성산 화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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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千聖山)은 신라 원효 대사가 당에서 건너온 1000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바로 지금의 억새물결이 장관인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존재했던 암자와 사찰이 당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화엄벌은 원래 습지였지만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아쉽게도 펜스로 둘러쳐져 있다.

화엄벌 억새는 유난히 키가 작아 친근감이 간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펜스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을 한가하게 걷노라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도 빼어나 낙동강을 기준으로 왼쪽엔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오른쪽엔 김해 백두산과 동신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표적 코스는 상북면 석계~임도~원적산 봉수대~차단기~화엄벌~원효암~홍룡폭포~홍룡사. 덕계 쪽으로 하산하려면 화엄벌에서 무지개폭포~장흥저수지~덕계 또는 화엄벌에서 월평리 장흥부락으로 내려서면 된다. 초보자라면 오경농장 쪽에서 용주사를 거쳐 올라오면 힘들이지 않고 화엄벌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영남알프스 산군의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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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평(330만 ㎡)로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재약산 사자평원.


부울경 산꾼들의 영원한 '베아트리체' 영남알프스에도 억새군락지가 있다. 국내 최대의 억새평원인 재약산 사자평과 신불산 신불평원이 바로 그것.

사자평은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옛 문헌에선 광평추파(廣平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라 하여 '재약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해서 사자평 코스는 가을 억새 탐승길의 고전으로 꼽혀 영남알프스 전지역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산행은 밀양 단장면에 위치한 호국대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고사리분교터 순이 일반적이다. 좀 더 길게 잡으면 표충사~한계암~천황산~천황재~재약산, 필봉~천황산~천황재~재약산 순으로 걸을 수 있다. 천황산과 재약산 사이의 천황재 억새 또한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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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평원 억새.

신불산 신불평원도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이 광활함을 자랑한다면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능선을 따라 좌우로 펼쳐져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천성산 화엄벌의 억새처럼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군무는 보기 어렵지만 억새 사이의 잡목이나 잡풀이 거의 없어 억새군락지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불산에서 북쪽의 간월산까지 2.3㎞ 구간에서도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억새 감상을 위한 덱이 조성돼 있는 간월재에서 바라보는 억새의 군무도 볼 만하다.

등산로는 등억온천~간월산장~임도~간월재~신불산~신불평원~영축산~통도사 순이지만 원점회귀를 원할 경우 신불산에서 공룡능선을 탄 후 홍류폭포를 거쳐 간월산장으로 하산하면 된다. 신불산 서릉을 타고 원점회귀할 경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하단)에서 출발, 신불평원~신불산~공비지휘소 전망대~파래소폭포~휴양림 순으로 내려올 수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무지개폭포엔 무지개가 없었다

인파 · 땡볕 피하고 名山정취는 그대로
어영골 · 법수원 계곡 비경, 내원사 부럽지않아
상봉 서면 부산·울산·경남의 산군, 파노라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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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폭포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고 전해 오지만 기자는 각도를 달리해 여기저기서 봐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들머리인 등산안내도에서 33분 발품을 팔아야 만날 수 있다.


원효대사가 1000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을 설파, 모두 성인에 이르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된 양산 천성산(千聖山). 이 산은 공룡능선과 같은 골산의 험난함과 화엄벌로 상징되는 육산의 부드러움을 갖춘 부산의 대표적인 근교산이다.

천성산이 자랑하는 이 두 코스는 아쉽게도 요즘과 같은 염천에는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뙤약볕을 도무지 피할 수 없어 되레 기피 코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해서 천성산 계곡을 찾았다.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르는 4㎞ 구간의 그 유명한 내원사계곡은 부산·울산·경남권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 일명 '소금강'이라 불린다.


하지만 산행팀은 이 계곡을 택하지 않았다. 명성만큼이나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내원사계곡과 그리 멀지 않은 상북면의 홍룡사 쪽도 피했다. 내세울 건 절 바로 뒤쪽의 홍룡폭포뿐이라서. 결국 산행팀은 천성산을 기점으로 내원사계곡과 홍룡폭포의 반대편에 위치한 웅상읍 소재의 무지개폭포 쪽으로 올랐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흔히 천성산 계곡이라고 하면 내원사계곡과 무지개폭포가 있는 어영골을 의미한다"며 "이중 어영골은 지명도 면에서 내원사계곡에 비해 한 수 아래지만 경관 면에선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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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제2봉은 금정산 장산 등 부산의 산과 울산 온산공단 앞바다, 그리고 내륙의 영남알프스 및 언저리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동남권 최고의 전망대다. 정면 군 시설물이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주봉이고 그 오른쪽이 화엄벌, 왼쪽이 낙동정맥 능선이다.


산행은 천성산 등산안내도~무지개산장~무지개폭포 갈림길~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천성산 제2봉 갈림길~무지개폭포~무지개폭포·천성산 제2봉 갈림길(첫 이정표)~은수고개 갈림길~은수고개~주능선~천성산 제2봉(812m)~임도~법수원계곡~전망대~산신각~원적암 갈림길~원적암~백동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40분 안팎. 계곡이나 폭포에서 머문 시간은 빼고서다. 몇 차례 까다로운 길찾기 지점이 있으므로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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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에서 천성산 주봉(922m)은 빠졌다. 어영골과 법수원계곡을 코스에 넣고 '땡볕 산행'의 한계라 여겨지는 5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다.

마을버스 종점인 무지개폭포 입구 건너편에는 지율스님이 단식투쟁 등을 통해 그토록 반대하던 KTX 천성산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왠지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자는 스님의 단식, 환경단체의 반대, 정부의 공사강행 등 일련의 사태보다 공사시작의 단초가 된 첫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만든 부산의 모 대학 교수가 학자적 양심을 걸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이후 사태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하는 가정을 해봤다. 물론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지만.

대형 천성산 등산안내도를 지나 비포장로를 따라 걷는다. 무지개산장 입구에서 물을 건너면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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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법수원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100m쯤 뒤 갈림길. 왼쪽 무지개폭포 방향으로 간다. 100m쯤 더 가면 어영골 계곡과 만난다. 경관이 빼어나 전국의 유명 계곡에 비해 손색이 없다. 계류를 건너 계곡 왼쪽길로 오른다. 곧 또 한번 계류를 건너면 첫 이정표. 오른쪽은 천성산 제2봉으로 바로 가는 길, 산행팀은 '폭포 원효암'이라 적힌 왼쪽을 택한다. 6분 뒤 또 갈림길. 오른쪽은 독뫼산을 거쳐 제2봉으로 가는 우회길이라 왼쪽으로 향한다. 원효암이나 작전도로 방향이다. 3분 뒤 폭포로 내려서는 갈림길. 무지개폭포는 수십 m쯤 되는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휘어져 내려오는 다소 독특한 형상이다. 수목 사이로 투영되는 햇살을 받은 물보라에 무지개가 보는 각도에 따라 자주 어린다. 장관이다. 등산안내도에서 33분, 첫 이정표에서 11분 걸린다.

첫 이정표 지점으로 복귀한 후 이번엔 오른쪽 제2봉 방향으로 간다. 처음엔 계곡과 멀어지는 듯하지만 이내 주계곡과 지계곡을 연이어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30분쯤 뒤 계곡 앞. 갈림길 아닌 갈림길이다. 직진해 좁다란 산죽길로 올라서면 곧 오리무중. 해서 계곡을 건너 산길로 향한다. 30m 뒤 갈림길. 이정표가 없어 길찾기 유의할 지점이다. 왼쪽으로 향한다. 물론 오른쪽길도 임도를 거쳐 제2봉 또는 미타암으로 이어지지만 산행팀이 원하는 길은 아니다.

잇단 무덤(터)을 지나 실개천을 건너기도 하고 지계곡을 따라 걷기도 한다. 머리 위로 주능선이 희끗희끗 보이며 햇빛의 노출이 점차 심해지면 이내 은수고개에 닿는다. 인근에 오래전 은수암이 있었다고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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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서 만난 너른 소에서 수영하는 어린이들.

 
이정표 상의 내원사 방향 능선을 향해 오른다. 12분이면 임도와 맞닿은 능선에 이른다. 임도로 내려와 왼쪽으로 암봉인 제2봉이 보인다. 임도 아래쪽엔 양산시가 밀반늪이라는 안내문을 세워놨다.

발길은 능선 왼쪽으로 향한다. 산야초인 비비추와 산꿩의다리 원추리가 눈에 띈다. 제2봉(아직까지 정상석엔 천성산이라 돼 있다)까지는 불과 15분. 사방팔방으로 환상적인 조망이 열려 있다.

레이더기지가 보이는 천성산 주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화엄벌 매바위(선암산) 토곡산 천마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시살등 죽바우등 영축산 신불산 고헌산 백운산 정족산 문수산 남암산 울산시가지 무룡산 삼태봉 치술령 대운산 시명산 석은덤 달음산 함박산 장산 황령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엔 내원사가, 그 뒤쪽엔 공룡능선과 중앙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석에서 왔던 길로 4, 5m쯤 떨어진 왼쪽 산길로 내려선다. 땡볕이 내리쬐는 돌길이다. 정면 저 멀리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 계곡길이 법수원계곡 하산길이다. 10분 뒤 임도, 바로 길건너 숲으로 들어간다. 7분 뒤 비로소 법수원계곡 상류에 닿는다.

계류를 건너 계곡 옆 산길로 내려선다. 한 50m쯤 갔을까. 석문을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 사이로 작은 폭포를 이루고 그 아래 시퍼런 소가 기다린다.

계곡은 폭이 좁고 좌우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기암절벽으로 마치 계곡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숨은 비경이다. 이렇게 10여 분, 잠시 계곡과 이별한 후 산길로 접어든다. 도중 발아래 소주공단과 웅상읍내도 보인다. 40m쯤 되는 경사진 바윗길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오면 사거리. 정면 전망대에 올라 천성산의 기암괴석과 발아래 법수원을 바라보고 내려와 왼쪽으로 간다. 대규모 너덜 우측으로 길이 나 있다. 내려서면 산신각. 다시 물소리가 들린다. 잠시 둘러본 후 돌계단으로 내려오면 섭진교. 다리 건너 대숲으로 오르면 법수원. 역시 잠시 둘러본 후 다리 위에 선다. 발아래는 천야만야한 벼랑계곡. 해서 계곡 왼쪽 우회로를 따라 내려선다. 5분 뒤 '하산안내' 이정표 못가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열려 있다. 원적암 가는 길이다. 산행은 사실상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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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적암에서 만난 인근 마을 초등학생들과 절집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상사화. 원적암에서 기자는 시원한 수박 화채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 꿀맛이었다.

너른 소와 작은 폭포가 이어지는 계곡을 우측에 두고 걷는다. 10여 분 뒤 또 다른 산신각을 지나면 이내 원적암. 원적암에서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는 꽤 멀어 30분쯤 걸린다.


#떠나기전에
활짝 핀 상사화 길손 맞아
혈수폭포 출입금지 아쉬워   
 
원적암은 야생화가 만발한 암자였다. 아랫마을 백동의 초등학교 소녀들에겐 책을 읽고 방학숙제를 하는 공부방이기도 했다.

산행 중 늘 보던 참나리와 산수국 등 아름다운 각종 야생화가 경내 곳곳에서 활짝 웃으며 길손들을 맞고 있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연분홍빛 상사화였다.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이 고향인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필 때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고 전해온다. 해서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매년 9월 선운사 도갑사 등지에서 만개하는 꽃무릇과는 다르다. 상사화가 객을 맞는 이런 평화스러운 원적암 뒤쪽엔 아이러니하게도 앰뷸런스에서 숨가쁘게 들려오는 '미워미워'하는 짜증나는 소음이 들려온다. 알고 보니 진원지는 원적암 뒤쪽의 혈수폭포.

사연은 이랬다. 홍룡폭포 무지개폭포와 함께 천성산의 3대 폭포인 이곳은 지금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미명 아래 현재 출입금지 구역. 원적암 측은 겉으론 매년 인명 피해가 있고 무당들이 많이 찾아 산불의 우려가 있어서라 하지만 속내는 워낙 많은 얌체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 공해 때문이었다.

묵묵히 치우고 또 치우던 원적암이 꺼낸 카드로는 산꾼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조치였던 것이다.

사필귀정이요, 복불복이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고 이해하고 싶었지만 모처럼 암자와 폭포를 찾은 장삼이사들에겐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떠나기 전 기자도 혈수폭포에서 편안히 산행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 교통편-노포동서 수시로 일반·좌석버스

지하철 1호선 종점 노포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노포동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50, 147, 247, 301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양산 웅상읍 덕계리 무지개폭포 정류장에서 내린다. 수시로 있으며 요금은 각각 1300, 1500원. 길을 건너 간판이 큼지막한 무지개약국 앞 정류장에서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40분, 9시10분, 9시40분 등 30분마다 출발한다. 700원.

날머리 장백아파트 버스정류장에선 247, 2000, 2200번 일반 및 좌석버스를 타고 타고 노포동 지하철역에서 내린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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