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 입석대와 임금바위를 연결하는 이 다리 입구에는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 그리고 정상인 마천대가 한 눈에 조망되는 포토존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하늘과 맞닿았다는 마천대를 비롯 사방팔방으로 뻗은 산줄기가 온통 수백개의 기암괴봉으로 이뤄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대둔산(大屯山·878m).

깎아낸 듯한 기암절벽 위 아래에 의연하게 서 있는 늘푸른 소나무와 아직도 색조가 미미하게 남아있는 단풍의 절묘한 조화가 일품이다.
약간 과장해 비유한다면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자연유산인 호남성 장가계의 천하절경 무릉도원 천자산의 축소판이랄까.
산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가 올라 남녀노소 누구나 쉬이 접근이 가능한 데다, 천길 낭떠러지를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마치 천상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장가계의 천자산은 평균 해발이 1260m대로 케이블카 탐승이 이뤄지지만 해발 900m가 채 안되는, 그것도 산행 기점이 이미 해발 300m가 넘는 대둔산은 케이블카 이외에 2시간 정도의 발품만 팔면 너끈히 등정이 가능하다.
산 아래에서 본 대둔산.

아쉬운 점도 있다. 장가계는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적 개발이 이뤄져 깔끔한 인상을 주지만 대둔산은 산행 초입부터 정상까지 휴게소가 잇따라 나와 인파가 몰리는 만추에는 산인지 시장통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일찍이 원효 대사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산이라 했을 만큼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대둔산이 속세의 물량공세에 잠식당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북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 및 금산군에 걸쳐있는 대둔산은 두 얼굴을 가진 산이다.
기암괴봉이 숲을 이뤄 우뚝 솟아있는 남동쪽의 산세가 전북 완주의 그것이라면, 이보다 북쪽인 충남 금산과 논산 지역의 산세는 완만한 경사의 호젓한 산길과 단풍으로 뭇 산꾼들을 유혹한다. 전북 충남 두 지자체에 의해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것도 흥미롭다.

산행팀은 완주 코스를 택했다. 바위산으로 케이블카와 금강구름다리 삼선계단 칠성봉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산행은 주차장 매표소~동심 휴게소~동심바위~금강문~금강구름다리~약수정 휴게소~삼선계단~정상 삼거리~마천대(정상)~용문골 삼거리~낙조산장~낙조대~용문골 삼거리~용문굴~칠성봉 전망대~신선암~용문골 매표소~주차장 순. 넉넉잡아 4시간 이면 충분하다.


코스는 독특하다. 들머리에서 정상인 마천대까지는 99%가 바위길과 돌계단 철계단이 반복돼 흙 한번 밟기 힘들고, 하산길인 용문골 코스는 대부분 흙길이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곧 케이블카 타는 곳. 이때부터 사실상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돌길이다. 이 돌길은 정상인 마천대까지 이어진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단풍도 이제 빛이 바래 거의 끝물이다.

30여 분 뒤 동심휴게소를 지나면 곧 동심(童心)바위. 원효 대사가 이 바위를 보고 감탄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지만 기자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바위여서 고승의 혜안을 찾을 길이 만무하다.

금강문 즈음에서 올려다 본 금강구름다리.
금강구름다리.

10분 뒤 ‘금강문' 안내판을 지날 무렵 고개를 들어보자. 이곳 명물인 금강구름다리가 파란 하늘 위로 입석대와 임금바위를 연결하고 있다. 아찔하다. 이곳에서 금강구름다리까지는 10여 분. 다리 입구에 서면 저 멀리 삼선계단과 마천대를 비롯한 암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다리 입구 한 켠에는 포토존이 설치돼 있어 저마다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오금을 펴지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는 다리(높이 80m, 길이 50m, 너비 1m)는 기대치보다 못했다. 심하게 요동치는 월출산의 구름다리보다는 안전했지만 그래도 비명을 지르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금강구름다리에서 근육질의 대둔산 암봉.


다리를 건너면 약수정 휴게소. 육각정자가 마련된 이곳에서 흔히 점심식사를 한다. 정자 옆에는 이곳이 ‘대둔산 동학군 최후의 항전지'라 적힌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1895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25명의 지도자들이 일본군과 3개월간에 걸쳐 항전을 벌이다 장렬히 순국한 역사의 현장이다.

대둔산의 또 다른 명물인 삼선계단은 ‘동학' 안내판 바로 옆에서 시작된다. 길이 40m, 너비 0.5m의 127계단이 경사 50도 정도로 두 암봉을 연결한다. 한눈에 봐도 아슬아슬하다. 멋모르고 올랐다가 너무 무서워 오도가도 못하는 50, 60대 아줌마 산꾼 때문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삼선계단을 오르면 곧 정상 삼거리. 이후 산행은 정상인 마천대를 구경하고 이곳으로 되돌아와 오른쪽 용문골 삼거리로 향한다. 5분 뒤 정상 입구 갈림길. 우측은 수락계곡을 거쳐 논산 가는 길이다.

정상 마천대(摩天臺)는 원효 대사가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명명했다. 이곳에는 완주군민이 개척탑을 세워놓았다. 구름다리와 삼선계단, 집단시설지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정상 삼거리로 향한다. 이후부턴 낙엽과 산죽이 반가운 흙길. 완전히 딴 산이다. 평범한 오솔길이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10여 분 뒤 용문골 삼거리. 이곳에서 하산해도 좋지만 이왕이면 낙조대를 보고 가자. 불과 400m 떨어져 있다. 낙조산장을 거쳐 해발 850m 지점에 위치한 낙조대는 일출일몰이 장관이다. 특히 서해바다 수평선 위로 지는 일몰은 일품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서해바다가 희미했지만 동쪽으로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과 저 멀리 태고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원효는 이곳 낙조대에서 태고사의 위치를 결정하고는 기쁜 나머지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한다.

낙조대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이제 용문골 삼거리에서 본격 하산한다. 경사가 비교적 심한 급경사길이다. 10분 뒤 칠성봉 전망대와 용문굴 이정표를 만난다. 칠성봉은 용문굴에서 용이 승천하기 직전 일곱 개의 별이 떨어져 붙여진 이름.
용문굴을 통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칠성봉과 각 암봉 사이에 걸린 낙락장송의 자태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운치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용문굴.
용문굴을 지나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칠성봉. 각 암봉 사이에 걸린 낙락장송의 자태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운치있다.

이제 하산만 남았다. 기암절벽 밑 곳곳에 ‘낙석위험' 경고판이 있을 정도로 돌길이 가파르다. 이어지는 토굴암자. 신선암이다. 주변에 쌓인 카키색 낙엽이 그간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신선암에서 용문골 매표소까지 17분 정도 걸리고, 여기서 대둔산 주차장까지는 7분 소요된다.

 하산길의 단풍.

#떠나기전에-배티재 출발코스 휴식년제로 폐쇄

산속에 들어가면 그 산의 진면모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 대둔산도 산속에 들어서면 바위암봉이 많은 그저그런 평범한 산일 뿐이다.

하지만 대둔산 근처의 배티재에서 보는 대둔산은 수반에 올려 놓고 간직하고 싶은 산으로 다가온다. 마치 영암의 월출산처럼 한 눈에 눈앞에 다가온다. 한듬산으로 불렸던 대둔산은 권율 장군과 배티재를 빼고는 논할 수가 없다. 임진왜란때 권율장군과 운명을 같이한 배티재는 돌배나무가 지천이어서 붙여진 이름.

이 배티재를 사이에 두고 왜적을 함께 물리쳤던 권율 장군과 황진 현감의 대첩비와 전승비가 각각 서 있다. 왜군의 울부짖는 소리가 그칠날이 없었다는 대둔산의 한 골짜기는 그때의 처절한 전투를 지금까지 말해주듯 울움실로 불린다. 배티재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현재 휴식년제로 폐쇄돼 있음을 알려둔다.

하산할 때 만나는 용문골의 칠성봉 전망대는 건너편 칠성봉 암릉과 암봉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듯 솟아 있어 후반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교통편-대전 서부터미널서 완주행 버스

대전서 완주의 대둔산으로 가야한다.
부산역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대전에서 내린다. 대전 서부터미널(042-584-1616)에서 대둔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45분, 9시30분, 11시30분에 있다. 2500원. 1시간 걸린다. 대전역에서 서부터미널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리며 대둔산 공용터미널(063-262-1260)은 대둔산 주차장과 붙어 있다.

대둔산터미널에서 대전 서부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1시, 4시30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진고속도로~추부IC~금산 추부 37번 국도 좌회전~칠백의총~17번 대둔산 전주 방향~17번 전주 방향~대둔산 순.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산행을 하다 보면 눈요기꺼리가 제법 있답니다. 만일 이런 볼거리가 없이 그냥 산만 타고 귀가한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향후 산에 가지 않을 겁니다.
 잘 생긴 분재같은 소나무라든지, 희귀한 야생화나 좀처럼 보기드문 새, 그리고 발아래 펼쳐지는 귀똥찬 조망이 우선 떠오르는 예가 아닐까요.
 그 중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일겁니다. 사실 우리네 시골 마을 어귀에는 신성시되는 이러한 성기 모양의 바위가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산속에는 드뭅니다.
 재수좋게 우연히 발견한 몇 개의 바위를 소개합니다.

#의성 금성산~비봉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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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의지해 암릉을 내려와(왼쪽) 전망대에서 뒤돌아보면 앞서 내려온 암릉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남근석이 절묘하게 걸쳐져 있다.

 경북 의성군 너른 벌판 위에 마주보고 우뚝 선 두 산은 흔히 종주 코스로 애용됩니다. 걷는 시간만 5시간 정도.
 신라 천년고찰 수정사를 경계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산의 산세는 확연히 다릅니다. 금성산(530m)이 무엇이든 품에 안을 것 같은 넉넉함을 갖춘 반면 봉황이 날아가는 듯한 형상인 비봉산(671m)의 능선은 아스라한 절벽을 이룬 암릉길로 멋도 있고 타는 재미가 있지요.
 남근석은 비봉산에 있지요. 금성산과 비봉산을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있지요. 수직절벽과 기암괴석을 오르내리다 약 15m쯤 되는 수직절벽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간 후 바로 산길로 가지말고 왼쪽의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 고개를 돌려 방금 내려온 암벽의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를 보면 남근석이 기암절벽에 걸려 있죠. 그야말로 절묘한 위치입니다. 이 남근석은 이 산을 찾았다고 해서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놓치기 십상입니다.

#장흥 천관산 양근석과 금수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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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인 양근석(왼쪽)과 금수굴. 신기하게도 마주보고 있다.

 천관산(723m)은 지리산 월출산 내장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입니다. 웬만한 산꾼이라면 벌써 다녀왔거나 아니면 한번쯤 가봤으면 하고 벼르고 있을 꽤 이름있는 산이랍니다.
 천관산은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상도 못할 만큼 오묘한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천재 조각가들의 불후의 명작을 산 전체에 골고루 진열해놓은 듯합니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천관사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오똑한 것, 숙인 것, 우묵한 것, 입벌린 것, 울퉁불퉁한 것 등 기이한 암석이 많다'는 대목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도 남습니다.
 천관산은 또 억새 명산입니다. 가을이면 산사면이 온통 누른 억새의 물결로 넘쳐납니다. 여기에 막힘없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조망은 그 어느 명산이 흉내낼 수 없는 자랑이기도 합니다.
 이 천관산에는 남녀의 성기를 닮은 바위와 굴이 있습니다. 바로 양근석과 금수굴입니다.
 양근석은 천관산 등산을 하면 놓칠 수가 없습니다. 등로 바로 옆에 있으며 커다란 안내판과 친절한 설명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힘차게 뻗은 모양이 발기한 남자 성기를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넘치는 모양새 그대로입니다. 높이는 4m 내외. 귀두를 감싼 고리는 일부로 조각해 놓은 것처럼 선명하게 파여 있죠. 또 바위의 뿌리에는 불알 모양으로 둥근 바위 두 개가 붙어 있습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추어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이 바위가 유일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천관산에는 여성 성기의 모양을 한 굴도 있습니다. 양근석이 위치한 능선과 마주보는 능선상에 여성의 성기를 빼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제천 월악산 남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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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주사 입구의 남근석과 월악산 정상인 영봉.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비운의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답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월악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 여기에 덕주사 뒷편인 제천시 수산면 수산리 쪽에서 바라보이는 월악산은 영락없는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모습을 빼닮았습니다.
 해서, 옛 선조들은 월악산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남근석을 세웠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월악산의 음기를 중화시키고자 세운 남근석이 아들을 바라는 여인들의 소망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변해 윗부분이 잘려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남자 성기를 닮은 버섯도 덤으로 소개합니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다시 말해 '재약5봉' 중 하나인 필봉을 오르면서 조우한 성기를 닮은 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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