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토함산 시부걸계곡 초입에서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첫인사를 하는 노란 꽃다지 군락지에서 '꽃과 사람' 회원들이 잠시 포즈를 취했다.

앵초군락지에서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꽃과 사람' 회원들.

찬바람이 휘몰아치던 지난 2월 초 부산시립미술관에는 작은 아우성이 일었다. 평소 한산하던 평일임에도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진원지는 알고 보니 듣도 보도 못한 조그만 동호회의 야생화 사진전이었다. 같은 시기 이곳에는 물방울 화가 '김창렬 특별전'과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특별전', '신옥진 기증 작품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명 작은 반란이었다.

 문외한들에게는 하고많은 사진전 중의 하나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시회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제법 의미 있는 행사였다. 지난 2006년 부산을 근거지로 의기투합해 문을 연 '꽃과 사람'(flowersaram.com)이라는 인터넷 야생화 동호인들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울 중심의 야생화 동호회인 '인디카' '야생화클럽' '야사모' 등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정기 출사'나 '번개 출사' 등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활동에 한계가 있었다. 사실상 '들러리'였다.

온라인상으로만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그들은 주체적인 활동을 원했다. 영남지역을 모태로 한 야생화 동호회를 갈구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들은 자체 모임을 갖고 야생화에 목마른 마니아들을 규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정기 및 번개 출사도 자주 떠났다. 카메라에 담아온 야생화는 즉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자료가 점점 쌓이면서 회원과 홈페이지 방문객도 늘기 시작했다.   

'꽃과 사람'의 현재 회원은 411명. 부산을 비롯해 경북 경주 포항, 경남 마산 창원 김해 양산 등 영남지역의 회원들이 주류를 이룬다. 산꾼에서 야생화꾼으로 전향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40년 산꾼으로 살다 최근 야생화에 흠뻑 빠진 60대의 한 회원은 "오랜 기간 등산을 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조그만 야생화가 큰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아 천만다행"이라며 "야생화는 한마디로 미지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야생화에 대한 그들의 예찬은 계속 이어졌다.

"꽃 이름과 생태 그리고 꽃과 관련된 사연을 하나씩 알게 될수록 경이로움이 아주 커지지요. 미지의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아 집에 와서 하나씩 살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당시 숲 속의 향기와 분위기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어요. 가장 잘된 야생화 사진을 액자에 담아 거실에 걸어두는 그 기분을 누가 알까요."

'꽃과 사람' 김병권 회장은 "자연의 본성을 닮은 하나의 소우주인 야생화를 찾아 나서는 작업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생태프로그램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 자연 보호와 함께 인간 본연의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야생화의 즐거움과 신비로움을 만끽해보기 위해 '꽃과 사람'의 번개 출사에 따라붙었다. 모처럼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한가로운 일요일이었다.

날개현호색.


노랑무늬붓꽃.


분꽃나무.

앵초.



아래 사진은 지난 2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제1회 '꽃과 사람' 전시회 모습입니다.




'꽃과 사람' 두 번째 이야기를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http://hung.kookje.co.kr/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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