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서면 옛 은하극장 맞은편 고기뷔페 '흥부가 기가 막혀"

샐러드바 즉석코너, 일반뷔페와 차이 없어
두 명의 요리사 있는 즉석코너 특히 인기
항정살 소등심 등 단가 높은 고기 빨리 없어져
쫀득쫀득한 야채떡갈비 색다른 별미

         싱싱함을 자랑하는 생육고기.  

한쪽편에는 양념육들이 놓여 있다.

3년 전쯤 비슷한 시기에 부산시내 곳곳에 고기뷔페점이 서너 군데 문을 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착한 가격'으로 처음에는 젊은층뿐 아니라 가족단위로 찾는 손님들이 줄을 이어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은 단 한 곳만 불황에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설명이다.

그곳을 찾아갔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어서 오라고 유혹하는, 이제는 부산의 중심가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서면 옛 은아극장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한 고기뷔페 '흥부가 기가 막혀'. 1층 또한 식당인 데다 건물 입구로 들어가기 전 잠시 주변을 살펴봐도 온통 식당 간판만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으로 오르는 도중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흥부전'을 차용한 이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스토리가 있다. 흥부가 형인 놀부에게 겨우 두 냥을 받고 쫓겨났지만 이곳 '흥부가 기가 막혀'에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주인의 반짝이는 재치가 돋보인다.

2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일반 뷔페에서나 볼 수 있는 샐러드바가 정면에 보였기 때문이다. 얼핏 둘러봐도 구색만 갖춘 샐러드바가 아니라 웬만한 뷔페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샐러드바.

동그랗게 진열돼 있는 샐러드바에는 방울토마토 프루트 햄스테이크 올리브마늘 단호박푸딩 양송이볶음 칠리새우 감귤 양상추 옥수수 그리고 날치알을 곁들인 연어 등이 푸짐함 그 자체였다.

있기 만점의 즉석코너.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코너가 있다.
요리사 두 명이서 부지런히 손님들을 위해 굽고 만들고 있는 즉석코너이다. 립바비큐를 비롯해 양념한 돼지고기를 튀긴 부다가라아케, 냉동한 돼지고기를 해동한 석산적, 고구마미니케이크, 골뱅이초밥, 새우초밥, 순한맛김치초밥, 즉석우동, 오뎅탕을 입맛대로 맛볼 수 있다. 여전히 일반 뷔페인지 고기뷔페인지 구분이 안 된다.

샐러드바 바로 옆에는 질 좋은 생육고기가 일정 온도로 신선도를 유지하며 진열돼 있다. 육회를 비롯해 우삼겹살 소등심 안창살 생목살 생삼겹살 항정살 등이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다. 소육회와 안창살을 제외한 고기는 수입육으로 모두 원산지 표시가 돼 있다.

김용광 사장은 "요즘은 손님들도 소등심과 항정살의 단가가 높은 것을 아는지 제일 빨리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흔히 돼지목덜미살로 불리는 항정살은 살코기 사이에 실지방이 골고루 섞여 있어 천겹살이라 불린다. 마블링이 좋아 부드러운면서 쫄깃해 차돌박이처럼 고소하다.


생육고기 바로 옆에는 마늘 고추 양파 팽이버섯 김치 된장 등 고기와 궁합이 맞는 것들이 놓여 있다. 코너를 돌면 이번에 소불고기 돼지갈비 닭갈비 양념주꾸미 고추장양념불고기 등 양념육과 야채떡갈비, 불고기맛 피자맛 등 각종 수제소시지가 맛깔스럽게 놓여 있다. 한 바퀴 돌며 뭘 먹을까 결정하는 데도 그야말로 하세월이다.

부위별로 고기를 몇 점씩 담아와 불판에 올린다. 테이블에는 참기름과 종지가 놓여 있다.

"고기는 타면 맛이 없어요. 불기운만 가한 살코기에서 육즙이 떨어질 때 그때가 가장 맛있어요."

고기뷔페에 나오는 고기가 다 그렇고 그렇지 않느냐는 항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맛은 담백하면서도 일품이다. 그저 그만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양념고기들이 약간 달다는 것.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물론 알고 있지만 주 고객인 젊은층이 이 맛을 선호해서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한입에 쏘옥 들어가는 돼지의 특수부위인 항정살이 고소하면서도 특히 맛이 있다. 동행한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 입맛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가 보다. 쫀득쫀득한 야채떡갈비도 색다른 별미이다.

고기를 먹은 뒤 밥을 꼭 먹어야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찰밥과 쌀밥 그리고 얼큰한 된장국이 마련돼 있고 그 옆에는 국수까지 준비돼 있다. 밥 옆에는 팥양갱 떡조개구이 김치마끼 등도 있지만 배가 불러 눈인사만 할 뿐이다.

평일 주간 1만3900원, 야간 및 주말 공휴일 1만5900원, 초등학생 이하 8900원. 차는 엔젤호텔 옆 서면주차타워와 옛 은아극장 자리의 은하주차장에 댈 수 있다. 1시간 무료. 결혼피로연과 단체석도 갖추고 있다. (051)816-7590

■ 주인장 한마디 "좋은 고기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이 더 중요"
기자가 이곳 '흥부가 기가 막혀'를 찾은 날은 평소 손님이 비교적 적은 월요일 오후 7시께. 전체 170석 중 3분의 1가량 손님이 들어차 있었다. 

 손님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뜻밖에도 대부분이 20, 30대의 젊은층이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았다. 고기뷔페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이를 다소 의아하게 바라보자 김용광 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여성의 경우 식당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일일이 맛을 보며 천천히 더 많이 먹어요. 반면 남자들은 식사를 겸해 약주를 드시러 오는 경우가 많아 생각보다 많이 먹지를 않더군요."


똑같은 고기뷔페인데 다른 집과 달리 꾸준하게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묻자 김 사장은 불황이라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약간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저희 부친이 현재 학장동 모 회사에서 오랫동안 도축장 중매인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자연스럽게 도제식으로 부친으로부터 고기 보는 안목을 배우다 보니 수입육이라도 좋은 고기를 판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다른 고기뷔페와의 가격 대비 차별화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같은 수입육이라도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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