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국내 유명 얼음골

  절기 상으로 봐서 더위가 한 풀 꺾여야 하는데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쉴 새 없이 흐르는 땀방울. 찬물로 샤워를 해도 잠시 뿐. 바깥 나들이 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이쯤되면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그리워질 만하다. 에어컨 바람 말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 어디 없을까.
 한여름속 겨울, 이한치열(以寒治熱)로 제격인 곳이 있다. 경북 의성 빙계계곡, 경남 밀양 얼음골, 경북 청송 얼음골, 충북 제천 금수산 능강계곡, 전북 진안 대두산 풍혈냉천 등이 바로 그곳.
 찬 공기로 인해 온몸이 금새 얼어붙는 곳, 발 담그기 무섭게 한기가 온몸에 퍼지는 차가운 계곡수들. 여름 휴가지로 이만한 데가 또 있을까. '여름과 겨울이 뒤바뀐 세상'에서 더위를 한번 식혀보자.

 #경북8승 중 하나-의성 빙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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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계곡 입구에 서 있는 빙계계곡 안내판(왼쪽)과 빙혈 및 풍혈. 빙혈을 보고 계단을 오르면 풍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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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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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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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계계곡을 따라 빙혈과 풍혈을 보러 가는 길 주변에도 찬바람이 나온다.


 의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석탑 박물관'. 지명 중 '탑리'가 있을 정도로 수려한 풍광 속에 우뚝 선 탑들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각광받는 곳이 한 곳 있다. 이름에서부터 시원하게 느껴지는 빙계계곡이다.
 예부터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곡이라 하여 붙여진 빙계계곡에는 유난히 '얼음 빙(氷)' 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빙계계곡을 둘러싼 산이 빙산, 계곡이 있는 마을이 빙계리, 계곡 내 위치한 절터는 빙산사터.
 의성문화원 이종우 원장은 "이곳 빙계리가 속한 의성군 춘산면도 과거에는 빙산면이었는데 조선 철종 때 마을에 '빙' 자가 너무 많으면 인재가 나오지 않는다 해 봄 춘(春)로 바꿨다"고 말했다.
 군립공원인 빙계계곡은 빙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기암절벽을 돌아 굽이쳐 한 폭의 동양화처럼 멋스런 풍광을 이뤄내 예부터 경북8승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계곡 입구는 현재 빙계서원. 도산서원보다 17년 앞선 이 서원에는 이언적 유성룡 김안국 등 5현이 모셔져 있다.
 빙계서원을 지나 다리 건너 계곡과 나란히 내달리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우측에 시원한 계류와 함께 거무죽죽한 운치있는 바위들이 펼쳐진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굽이치는 개울물에 물고기가 헤엄치고 떨어질 듯 매달린 바위 틈에 꽃이 피어 드리워졌구나"며 이곳을 노래했다.
 도로 좌측의 바위 틈에는 소문대로 찬 기운이 느껴지고 관광객들은 신기한듯 다가가 바위 주변을 둘러본다.
 빙계계곡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빙혈(氷穴)과 풍혈(風穴). 입구의 빙계상회 안주인 김향숙 씨는 "초복 때쯤부터 하루종일 찬 기운이 바위 틈새로 뿜어져 나와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장관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빙혈과 풍혈까지는 3분도 채 안되는 거리. 아름다운 숲과 조화를 이루는 빙산사지 오층석탑을 지나면 갑자기 냉기와 함께 뿌연 김이 앞을 가린다. 이구동성으로 '와~아'.
 원래 빙혈은 빙산 기슭 바위에 뚫린 굴이지만 입구에 작은 건물로 단장해 안으로 들어가 구경하도록 설계돼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벽돌과 유리문으로 막아 놓은 곳에서 서늘한 기운이 나와 온몸에서 오싹 한기가 돋는다. 입에선 하얀 입김도 나온다.
 빙혈에서 나와 계단을 오르면 풍혈이 있다. 바위와 바위 사이의 작은 굴이다. 어른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공간이다. 빙혈에 비하면 좀 떨어지지만 차고 뿌연 냉기를 발산한다.
 빙계계곡 입구에서 1㎞쯤 떨어진 곳에는 더운 물이 나오는 빙계온천이 있다. 찬바람이 불고 얼음이 어는 계곡 근처에 온천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흥미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곳은 또 원효 대사와 요석 공주의 사랑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온다. 요석 공주가 젖먹이 아들 설총을 데리고 원효 대사를 찾아왔는데, 원효대사가 수도 중이었던 곳이 바로 빙산사 빙혈 속이었다는 것이다.

 #원조 얼음골-밀양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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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천황산 기슭 해발 700m에 위치한 골짜기. 정식 이름은 시례빙곡(詩禮氷谷)으로 천연기념물 제224호이다.
 삼복 더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는 얼음이 녹아 더운 김이 올라 오래 전부터 영남지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피서지로 자리매김해왔다. 접근성이 뛰어난 의성 빙계계곡에 비해 밀양 얼음골은 주차장에서 넉넉잡아 25분 정도는 올라야 한다. 경사가 다소 급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동네 약수터 가는 정도이니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인파가 다녀갔고, 그에 따른 개발이 진행돼 최근에는 얼음을 보기가 무척 힘들어졌지만 바위 틈 사이로 불어 나오는 시원한 냉기와 차가운 계곡물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어 피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게 얼음골 관리인의 설명이다. 관리인에 따르면 현재 결빙이 외관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바위 밑에는 얼어 있으며 평균 기온은 0~1도를 오르내린다고 덧붙였다.
 얼음골에서 좌측으로 200m 정도 산길을 따라 꺾어지면 협곡 내 수십m 높이의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마불 폭포다. 바위와 바위가 맞붙어 있고 그 틈새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비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앗아간다.

 #청송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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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얼음골 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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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바라본 얼음골 인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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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본 인공폭포와 겨울철 빙벽대회 모습.


 밀양 얼음골에 비해 지명도는 한참 떨어지지만 경북 내륙지방에선 꽤나 유명한 여름철 관광지이다. 밀양 얼음골이 천연기념물인 데 반해 청송 얼음골은 그 흔한 지방기념물로도 지정돼 있지 않다.
 울타리를 쳐서 접근을 막고 있는 밀양 얼음골과 달리 이곳은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얼음물이 나오는 지점에 굴을 조성해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물을 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량도 많아 여름철이면 항상 물을 뜨려는 사람들로 북적된다. 이 굴 윗쪽에도 찬바람이 나와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 피서지로 애용하고 있다.
 청송 얼음골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바로 청송군이 지난 1999년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1억3000여 만원을 들여 천연 암벽에 계곡수를 끌어올려 만든 인공폭포. 처음보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귀띔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높이 62m로 국내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는 매년 1월이면 폭 100m의 얼음벽을 조성해 청송 주왕산 빙벽대회가 열린다.

 #진안 풍혈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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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4도를 유지하는, 물 좋기로 소문난 진안 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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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풍혈.

 전북 진안 성수면 대두산(일명 말궁굴이산) 기슭에는 풍혈냉천이 있다. 청송 얼음골과 마찬가지로 찬바람과 함께 얼음처럼 찬 샘물도 함께 솟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이곳 냉천의 물로 약재를 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항상 4도를 유지하는 냉천의 물은 맛도 일품일 뿐더러 이 물에 목욕을 하면 피부병과 무좀이 치료되고 장복할 경우에는 위장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자연보호중앙협의회에 의해 한국의 명수로 지정됐다.
 얼기설기 얽힌 바위 사이로 검게 뚫린 구멍에서는 냉장고의 냉동실을 열었을 때와 흡사한 느낌의 서늘한 바람이 나온다. 여름이면 사람들은 이 구멍들을 찾아 마치 혹한에 모닥불 쬐듯 옹송그리고 앉아 감탄사를 연발한다. 대두산 풍혈냉천 바로 인근에는 마이산이 있어 관광객들은 이 두 곳을 연계해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천 금수산 능강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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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그 위력을 발하는 금수천 능강계곡 얼음골.

 충주호와 마주보고 있는 제천 금수산 자락의 능강계곡 얼음골의 옛 이름은 '한양지(寒陽地)'. 그 이름만큼이나 삼복염천에 얼음이 얼어 이곳의 고드름을 먹으면 기침이 멎는다고 해서 멀리서 일부러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금수산 중턱에 자리한 얼음골에는 연중 차가운 기운이 흐른다. 이곳 역시 얼기설기 쌓인 돌무더기에서 삼복 무렵이면 가장 많은 얼음이 발견된다.

 ◆얼음골 그 원리는.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온기가 발하는 얼음골은 대자연의 우연한 산물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그 속에는 바로 과학의 원리가 숨어있다.
 지형적 지질학적 요건이 우선 필요조건이다.
 밀양 얼음골, 청송 얼음골, 의성의 빙계계곡 등지의 유명 얼음골은 예외없이 근처 산에서 무너져 내린 수십㎝에서 수m 크기의 돌들이 비교적 겹겹이 쌓여 있으며, 암석은 대부분이 화산폭발로 한번 불에 구워져 단열효과가 높은 화산암 계열의 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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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구리봉 2부 능선쯤의 너덜(왼쪽)과 밀양 천황산 6분 능선쯤의 너덜. 이 너덜 속에 얼음골의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이런 구조가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의 신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본적 원리는 간단하다. 겨우내 찬바람이 돌틈으로 들어가 돌들을 차갑게 식혀 놓는다. 봄이 되면 얼음골에는 온기가 들어가면서 돌틈에 있던 무거운 찬공기를 아래쪽으로 내몬다. 차가워진 바위는 쉽사리 데워지지 않고 여름에도 영하의 온도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골짜기의 제일 아래쪽 얼음골에서는 영하의 찬바람이 불어나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것이다.
 최근에는 얼음골에 신비가 한꺼풀씩 벗져지고 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거의 매주 밀양 얼음골을 찾아 얼음골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를 한 결과, 최근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한 구멍에서 계절을 달리해 냉혈과 온혈이 나온다고 믿었는데 연구결과 지금의 냉혈보다 약 400m 위인 해발 800m 지점에서 온혈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변 교수팀이 밝힌 밀양 얼음골의 비밀은 지하에 유입된 찬 공기와 지하수 때문. 돌 틈새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는 지하수를 얼리고 이때 열은 방출된다. 이 열이 공기를 데워 위로 올라가게 해 습도가 높은 따뜻한 공기를 온혈로 뿜어져 나오게 한다. 이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열과 수증기는 고지대로, 물과 냉기는 저지대로 이동한다. 따라서 냉혈은 저지대에, 온혈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청송 얼음골, 밀양 얼음골 못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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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봉에서 하산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송 얼음골 전경. 해발 62m의 거대한 인공폭포와 태극방향을 이루는 얼음골계곡 물길이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왼쪽 뒤 저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영덕 팔각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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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얼음골 약수터. 청송 얼음골 약수터. 여름철엔 온종일 물을 뜨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마시면 입안이 얼 정도로 아주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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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얼음골 약수터의 비밀이 숨겨진 너덜겅. 얼음골 약수터의 상류에 위치해 있다. 밀양 얼음골 위쪽에도 이같이 대규모의 너덜겅이 있다.


※다음은 시간대별로 편집한 시간임. 기사는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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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유원지 주차장에서 길을 건너 포장로 쪽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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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 쪽으로 내려선다. 도중 만나는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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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풍경. 들머리 팔각산장 주차장과 산행팀이 걸어온 길, 그리고 저 멀리 팔각산이 한 화면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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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고. 땀이 비오듯, 등산복이 비에 젖은 것처럼 축축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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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에서 거의 탈진. 한참동안 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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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봉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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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가 있는 해월봉 정상(왼쪽). 우측은 하산 도중 전망대에서 본 얼음골 인공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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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암릉길을 지나면(왼쪽) 얼음골계곡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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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봉 등산로 팻말을 지나(왼쪽) 만나는 얼음골 약수터에는 사시사철 유량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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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얼음골 인공폭포. 겨울철 빙벽대회가 열리는 인공폭포. 같은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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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얼음골 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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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얼음골 약수터의 비밀이 숨겨진 너덜겅. 얼음골 약수터의 상류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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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군경계를 지나 영덕에 접어들면 옥계계곡(왼쪽)과 침수정(오른쪽)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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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계곡.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룬다.



 열대야가 본격 시작된 여름. 가만히 앉아 있어도 쉴 새 없이 흐르는 땀방울. 찬물로 샤워를 해도 잠시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의 연속이다. 이쯤 되면 머릿속엔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한겨울이 그리워진다. 에어컨 바람 말고 대자연속의 시원한 찬바람이 부는 곳이 어디 없을까. 한여름속 겨울, 이한치열(以寒治熱)이 실제로 존재하는 그런 곳 말이다.

부울경 장삼이사들이야 대번 밀양 얼음골을 떠올릴 것이다. 산내면 남명리 천황산 기슭 해발 700m쯤에 위치한 신비의 골짜기 밀양 얼음골은 복더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는 더운 김이 솟는다. 얼음골 입구에서 불과 1.2㎞ 지점에는 뭣이라도 삼킬 듯한 호박소와 오천평반석까지 위치해 있어 얼음골은 이래저래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경남 밀양에 얼음골이 있다면 경북 청송에도 얼음골이 있다. 주당들이야 '청송 얼음골 막걸리'를 본거지라며 익히 알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겐 사실 새로운 사실일 게다. 밀양 얼음골이 시례빙곡(詩禮氷谷)이라는 정식 이름을 갖고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돼 있지만 청송 얼음골은 그 흔한 지방기념물로도 지정돼 있지 않아 어쩌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에 위치한 청송 얼음골은 해월봉 2부 능선 돌무더기 사이에서 찬바람과 함께 얼음이 맺히는 곳이다.

밀양 얼음골이 주차장에서 도보로 25분 정도 걸리고 정작 얼음이 어는 지점은 햇볕이 내리쬐는 데다 울타리를 쳐서 접근을 막고 있는 반면 청송 얼음골은 주차장에서 폭 20m의 계곡을 징검다리로 건너면 곧바로 만난다. 이곳에는 약수터 조성을 위해 굴을 만들어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약수를 뜰 수 있어 한여름이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이 굴 위쪽에도 찬바람이 나와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 피서지로 애용하고 있다.

청송 얼음골에서 930번 지방도를 타고 영덕과의 경계를 지나 5㎞쯤 떨어진 지점에는 옥계계곡이 있다.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에 위치한 옥계계곡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괴석 아래로 이름 그대로 옥같이 맑고 투명한 계류가 흐르는 절승지. 청송 얼음골 물과 포항 죽장면 하옥리계곡수가 합류하는 이곳은 특히 주변 경관이 빼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 광해군 때 선비 손성을이 이처럼 빼어난 절경에 반해 옥계계곡에서 경관이 으뜸인 자리에 침수정이란 정자를 세워 '옥계37경'을 명명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온다.

이번 주 산행지는 청송 구리봉(595m)~해월봉(610m). 앞서 뜬금없이 옥계계곡과 청송 얼음골을 장황하게 늘어 놓은 이유는 들머리가 옥계계곡 인근이고 날머리가 청송 얼음골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 봉우리는 인근에 우뚝 솟은 국립공원 주왕산과 팔각산 동대산 바데산의 명성에 가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이 점이 되레 때묻지 않은 청정 산길임을 뒷받침하는 보증수표이지 않을까.

산행은 영덕군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옥계유원지 매표소(선경옥계 표지석)~송이채취 안내판~전망대~송이채취 움막~안부 사거리~김녕 김씨묘~541봉~잣나무숲~임도~경주 이씨묘~원구리 갈림길~구리봉~해월봉~돌탑봉~얼음골 전망대~목책~돌다리~얼음골 약수터.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계곡이지만 산길은 샘터 하나 없는 전형적 육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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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장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를 바로 건너 포장로를 따라 간다. 입구 좌측엔 옥계유원지 매표소, 우측은 '선경옥계(仙境玉溪)'라 적힌 대형 표지석이 서 있다. 잠시 뒤돌아보자. 상어이빨처럼 솟은 봉우리가 팔각산이다.

120m쯤 뒤 좌측 계곡 쪽으로 내려선다. 계곡과 나란히 50m 정도 걷다 물을 건너 잡풀숲을 뚫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해 좌측 병풍바위 쪽으로 붙어 나아간다. 살짝 오르면 비닐하우스를 지나고 곧 이어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본격 들머리다.

비록 묵었지만 의외로 길이 있다. 8분 뒤 갈림길. 얇은 판자가 걸려 있는 우측으로 향한다. 간벌 후 뒷정리를 하지 않아 나뭇가지가 길을 막고 있다. 뚫고 오르면 무덤과 만난다. 무덤 좌측으로 오른다. 역시 나뭇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60m쯤 올라서면 나아진다. 숲사이로 우측 바데산, 좌측으로 팔각산 능선이 보인다.

차츰 경사가 심해진다. 무덤에서 8분 뒤 부처손이 널려 있는 전망대에 서면 들머리 팔각산장 주차장과 팔각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20m쯤 올라서면 이곳이 송이가 나는 산임을 알리는 얇은 판자가 걸려 있다. 이후부터 10분 정도는 살인적 경사의 된비알. 낙엽까지 수북해 체력 소모가 심하다. 우측 전망대가 하나 보이지만 앞서 본 풍경과 큰 차이는 없다.

이어지는 된비알. 가마솥 더위에 거의 쓰러질 정도로 힘들다. 6분 뒤 송이 채취 움막을 지나면서 경사는 누그러지고 솔가리길이 기다린다. 영덕에서 청송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후 안부 사거리. 좌측은 영덕군 달산면 도전리 옥녀암 방향, 우측은 옥계유원지 쪽, 산행팀은 직진한다. 역시 오름길의 연속이다. 20분 뒤 김녕 김씨묘를 지나면서 잠시 오르막은 주춤한다.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햇볕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청정 산길이 한동안 이어지다 잠시 내려갔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서면 541봉에 닿는다. 김녕 김씨묘에서 19분. 이때부터 그간 안 보이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541봉은 청송 영덕 포항의 경계 지점이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이 길은 '좌 포항, 우 청송'으로 이어지는 시군 경계길. 그러니까 이 길 좌측으로 포항 하옥리계곡, 우측으로 청송 얼음골계곡이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는 고개가 된다는 산경표의 주 이론이 딱 들어맞는 셈이다.

곧 좌측으로 잣나무숲이 펼쳐진다. 이후 산길이 우로 휘더니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안부를 지나면 이내 임도에 내려선다. 우측 청송군 부동면 진흥사, 좌측은 포항시 죽장면 하옥리 방향. 잠시 땀을 식히며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감상한 후 임도를 건너 바로 산으로 올라선다. 경주 이씨묘를 지나며 오름길이 이어지고 이후 우측으로 잠시 평편한 길이 지속되다 3분쯤 오르면 무명봉. 돌과 나뭇가지가 널려 있는 거친 길로 내려서다 급경사길로 치고오르면 갈림길. 우측은 원구리로 가는 탈출로. 체력이 부치면 이 길로 하산해도 된다.

이어지는 완경사 오르막. 도중 1시 방향으로 저 멀리 해월봉이 보인다. 이후 산길은 능선으로 올라가지 않고 8부 능선쯤에서 우측으로 돈다. 운동장 트랙으로 비유하자면 안쪽으로 도는 셈이다. 길은 반듯하지만 잡풀이 웃자라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도중 길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주변 산의 조망이 가능하다. 맨 왼쪽부터 숲사이로 일부만 보이지만 팔각산과 그 우측으로 바데산 동대산 내연산 삼지봉이 확인되고, 동대산 좌우로 경방골과 마실골의 위치가 가늠된다.

다시 직진한다. 완만한 오름길이다. 좌측으로 잣나무가 또 보인다.서서히 경사가 가팔라져 지그재그 오름길로 변한다. 5분이면 구리봉 에 올라선다. 숲에 가려 조망은 없다. 정상석도 없고 '구리봉'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한가운데에는 밀양 박씨묘가 자리잡고 있다.

날머리인 얼음골까지는 2㎞. 이제 해월봉을 향한다. 두 번의 내리락오르락을 반복하면 해월봉. 6분쯤 걸린다. 역시 조망은 없다. 이정표 옆에는 나무를 베어 만든 조그만 벤치가 여러 개 있어 쉬어갈 수 있다. 벤치 좌측에 보이는 '등산로 아님'이라 적힌 팻말이 보인다. 사실은 등산로다. 이 길로 가면 낙동정맥 통점령과 만난다. 이 능선 우측 계곡 건너 보이는 산줄기인 팔각산도 양설령을 거쳐 주산재로 이어져 결국 낙동정맥과 합치므로 결국 두 능선이 일정 거리를 두고 낙동정맥과 만나는 셈이다.

본격 하산은 벤치 우측으로 내려선다. 6분 뒤 만나는 돌탑봉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지만 능선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돌아나간다. 돌탑봉에서 8분 뒤 만나는 전망대에선 발아래 거대한 폭포와 태극 방향을 이루는 얼음골계곡 물길이 눈길을 끈다. 비록 인공폭포지만 보기만 해도 더위가 가신다.

산행은 막바지. 수차례 밧줄에 의지해 내려서면 숲사이로 얼음골 유원지가 보인다. 돌길이 끝나면 목책을 따라 동선이 안내된다. 도중 얼음골의 원리가 숨어 있는 대형 너덜을 본 후 돌다리를 건너면 '해월봉 등산로 입구 1.5㎞'라 적힌 안내판을 지난다. 얼음골 약수터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또 다른 돌다리를 건너면 바로 만난다.


# 떠나기 전에- 1억3000만 원 들인 높이 62m 얼음골 인공폭포 장관

청송 얼음골은 밀양 얼음골에 비해 지명도는 한참 떨어지지만 경북 내륙지방에선 꽤 유명한 여름철 관광지이다. 청송은 울타리를 쳐서 접근을 막고 있는 밀양 얼음골과 달리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얼음물이 나오는 지점에 굴을 조성해 찬바람을 돌 틈 사이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약수터의 유량도 많아 여름철이면 항상 물을 뜨려는 사람들로 북적된다.

얼음골의 명물 폭포는 청송군이 지난 1999년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1억3000여만 원을 들여 천연 암벽에 계곡수를 끌어올려 만든 인공폭포. 처음보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귀띔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높이 62m로 국내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는 매년 1월이면 폭 100m의 얼음벽을 조성해 청송 주왕산 빙벽대회를 개최한다.

폭포에서 약 150m쯤 영덕방향으로 가면 곡각지점에 인공폭포만큼은 못 돼도 제법 큰 규모의 절벽이 하나 보인다. 원구리다. 이번 산행 중 탈출로의 날머리이기도 한 이곳은 옛날 원님이 말을 타고 순시차 절벽을 넘다가 말과 함께 절벽 밑으로 떨어져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즉 원님이 떨어진 굴이라는 의미란다.

구리봉과 해월봉은 왜 이렇게 불리게 됐을까.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풀이했다. 구리봉은 산아래 굴이 있는 봉우리라, 해월봉은 정상에 오르면 달(月)과 등불을 밝힌 고깃배가 떠다니는 동해바다를 잘 볼 수 있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한다.


# 교통편- 갈 땐 영덕에서 들어가고, 올 땐 청송에서 부산와야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울산 포항 경주 7번~포항 위덕대학교~포항 안강 7번~포항 울진 7번~울진 영덕 7번~위덕대학교 지나~울진 영덕~삼사해상공원 지나~팔각산 청송 달산 914번 지방도 좌회전(대금기사식당)~달산면 안내판~부남(팔각산 옥계유원지 주왕산) 좌회전~옥계2교 지나자마자 팔각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팔각산장 간판) 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덕행 시외버스(포항 경유)는 오전 7시5분, 7시52분, 9시41분에 있다. 3시간 걸리며 1만1600원. 영덕터미널에서 옥계유원지행 버스는 오전 9시50분, 11시40분에 있다. 30여 분 걸리며 3260원. 날머리 청송 얼음골 휴게소 앞에선 청송터미널행 버스를 탄다. 오후 3시30분, 6시30분. 청송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분, 6시에 출발한다. 3시간 걸리며 1만6100원. 또 얼음골 휴게소에서 오후 3시20분 영덕과 청송의 경계까지 가는 버스가 한 차례 있다. 여기서 영덕터미널행 버스가 연계된다. 영덕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5분, 5시32분, 7시5분(막차)에 있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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