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차 강의를 하는 등 차 전문가 이재금(44) 씨는 3년 전부터 인도명상을 공부하면서 육류와 생선을 입에 대지 않는다. 불가에서 삿된 음행을 유발시킨다며 스님들이 오신채(五辛菜)를 멀리하듯 이 씨는 인간 본연의 순수성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육류와 생선을 멀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동강물이 풀리는 우수가 지났건만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겨울 끝자락이 남아 있는 요즘 이 씨와 함께 멸치 다시 대신 버섯을 이용, 따뜻한 국물이 있는 야채버섯떡국과 백김치를 만들어보자.

재료 : 떡국,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 각종 버섯, 시금치, 호박, 들깨가루, 버섯가루, 소금, 청양고추

국물(다시)만들기

멸치 대신 버섯과 다시마로 끓이지 않고 만든 국물(다시). 

국물을 낼 때 사용하는 멸치 대신 표고버섯과 다시마로 국물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끓이지 않고 8시간 정도 상온의 찬물에 담가두면 충분히 국물이 우러납니다. 연료비 절약도 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자기 전에 담가둔 후 아침에 사용하면 되지요." 따로 국물을 우려내면 각각의 향이 배가돼 더욱 좋다. 국물은 투명한 갈색. 통상 국물을 낸 재료는 버리지만 이번 떡국에는 다시마와 표고버섯은 채를 썰어 따로 보관한다. 고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떡국 끓이기

준비한 각종 버섯. 우측 특이하게 생긴 것이 중국의 귀한 버섯인 은이버섯이다. 
떡국과 버섯을 넣고. 
시금치도 넣고.
야채버섯떡국 완성.
그릇을 바꿔 떡국을 담아봤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떡국을 넣는다. 영양과 맛을 생각한다면 현미떡국이 더욱 좋다. 국간장은 국물 자체에 색이 있기 때문에 소금으로 한다. 이 씨는 일반 소금 대신 잘게 빻은 천일염을 사용했다. "천일염은 일반 소금보다 짜기 때문에 양을 적게 넣어야 합니다." 국물이 끓으면 준비한 각종 버섯과 버섯가루를 넣는다. 이 씨는 느타리와 표고 그리고 중국산 은이(銀耳)버섯을 준비했다. 버섯가루는 뒤에 넣어도 상관없다. 시금치는 칼로 썰 필요없이 손으로 대충 뜯어 가스불을 끄기 전, 시간상으로 대략 30초 전에 넣으면 된다. 매운맛을 즐긴다면 청양고추 하나 정도를 곁들인다. 취향에 따라 먹기 직전 꺼내든지 아니면 먹기를 원할 경우 애초에 잘게 썰어 함께 끓인다. 청양고추는 미리 씻어 씨를 발라내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호박도 넣고 김이 있다면 김을 곁들여도 된다. 이번 요리에는 피망이 없지만 만일 피망을 준비할 경우 색깔별로 준비하자.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팁 하나. 다시마가 들어 있을 경우 끓이면 잘 넘치므로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백김치 담그기

백김치.

떡국만 먹으면 사실 밍밍하다. 백김치가 떡국과 궁합이 좋다. 준비물은 절인 배추와 밀가루 그리고 생강. 밀가루를 푼 물을 끓인 후 소금간을 한다. 이 물이 식으면 절인 배추에 골고루 적신다. 생강 다진 것이 있으면 곁들인다. 냉장고에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넣으면 제대로 맛이 우러난다. 알고보니 의외로 간단하다.

맛보기

어때요 깔끔하죠. 야채버섯떡국.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별미이다. 멸치국물에 고명으로 쇠고기와 계란을 넣는 떡국보다 훨씬 깔끔하고 개운하다. 멸치와 쇠고기 없이 이런 맛이 나다니 놀랍기까지 하다.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정도로 맛이 인상적이다. 버섯의 위력에 새삼 놀랄 정도이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퐁듀' 전문점 '전망좋은 방'

5년 준비끝에 5년전 부산서 첫 선봬,
외국인도 호평 서울 대구서도 찾아와
"한국엔 김치, 스위스엔 퐁듀", 치즈퐁듀, 냄새 때문에 못 먹을 수도
 

녹인 치즈에 바게트나 새우, 고기를 담가 먹는 알프스 산골요리 퐁듀. 

 퐁듀'.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스위스 사람들의 전통음식 이름이다.

 불어로 '녹이다'라는 의미인 퐁듀(fondue)는 알프스 산골마을에서 딱딱하게 굳어진 빵을 녹인 치즈에 담갔다가 먹는 스위스의 대표적 음식. 가난한 시절 마른 빵을 재활용하며 끼니를 때워야 했던 음식이 18세기 치즈와 와인이 스위스의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날개를 달아 세계화된 음식으로 보면 된다.

 스위스인들은 퐁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퐁듀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이다.

 이 퐁듀를 부산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해운대구 중2동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전망좋은 방'이다. 18년 전통의 이곳이 미식가들에게 퐁듀를 선보인 것은 5년전. 신재이(47) 사장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부터이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은 "3년 전쯤 부산의 모 특급호텔에서 선을 보인 적이 있지만 신통치 못해 곧 메뉴에서 사라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였다. "출가한 딸이 부산을 찾으면 꼭 이곳 '전망좋은 방'을 찾아요. 해서, 서울에는 퐁듀 전문점이 없냐고 물었더니 이곳만큼 푸짐하고 맛있게 잘하는 집이 없다고 하더군요."
 
 고풍스러운 베이지풍 인테리어에 추억의 비틀스 곡들이 은은히 들려오는 가운데 치즈퐁듀와 올리브퐁듀 두 가지를 주문했다. 흔히 말하는 퐁듀가 치즈퐁듀이며, 올리브퐁듀는 올리브유에 튀겨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 테이블 옆에서 직접 요리를 해준다.

깔끔한 세팅.

야채스프.


샐러드.

드레싱은 망고(왼쪽)와 사우즌 아일랜드.



 먼저 스프가 나온다. 크림, 야채 중 택일하면 샐러드가 이어진다. 드레싱은 망고와 사우즌아일랜드. 다음엔 둥그스름한 모양의 다소 독특한 점박이 무늬의 용기가 나온다. 자세히 보니 빵으로 덮여 있다. 칼로 갈라보니 홍합이 맛깔나게 들어 있다. 홍합스프이다. 빵은 고소하고 국물은 약간 매콤하다. 청양고추 때문이며 그 외 레몬 올리브유 화이트와인이 들어갔단다.

홍합스프. 빵을 가르기 전. 
홍합스프. 스프국물이 빵에 스며들기 전에 먹어야 한다. 

 이제 주 메뉴 차례. 갑자기 테이블이 부산해진다. 안심과 새우 및 패주(조개관자)를 담은 메인 접시와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바게트와 감자, 4가지 소스, 생크림을 곁들여 오븐에 구운 감자와 버섯 브로콜리 등을 담은 사이드디시, 개인접시 그리고 버너 두 개가 연이어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버너에는 각각 퐁듀 전용 항아리(캐쿠론)와 튀김을 위한 올리브유가 담긴 용기가 놓인다. 퐁듀에 사용되는 치즈는 녹여서 나온다. 
메인 디시. 안심 새우 패주(조개관자).

타르타르, 케이준 등 네 가지 소스.

접시에 담긴 네 가지 소스.

 그루엘, 에멘탈이라는 치즈로, '톰과 제리' 등 외국만화영화에서 보던 구멍이 숭숭 뚫린 사각치즈를 연상하면 된다. 이 치즈를 깎아 마늘 올리브유 와인을 첨가해서 만든다. 우리 정서와 약간 맞지 않는 냄새가 난다. 김선희 매니저가 올리브유에 안심과 새우 및 패주를 튀겨주며 먹는 방법과 퐁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테이블 전경. 사진 위 가운데가 녹인 치즈이고 검은색이 올리브유가 담긴,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통. 맨가운데 접시엔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바게트와 감자이다.
냉면은 농부처럼, 퐁듀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서 있는 분은 요리를 만들어주고 설명을 해주신 김선희 매니저.

오븐에 구운 감자와 버섯 브로콜리 등을 담은 사이드디시.

깍두기 모양의 감자와 바게트.

과일도 나오고. 녹인 치즈에 담가도 맛있다.

튀긴 새우.

 

왼쪽부터 튀긴 새우 패주 안심. 그냥 먹어도 되고 치즈에 담가도 별미이다.

튀긴 안심과 새우 및 패주는 퐁듀용 긴 포크를 이용,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치즈에 담가 맛을 봐도 된다. 바게트와 감자도 마찬가지. 맛은 어떨까. 입속에서 혀가 춤을 출 정도로 별미이다. 레드 와인이 퐁듀에 어울린다며 레스토랑 측은 한 잔을 권한다. 와인 열풍에 최근 퐁듀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는 부연 설명에 다시 한번 음식이 문화요 산업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옆에 있던 김 매니저는 "치즈퐁듀의 경우 냄새 때문에 입에도 못 대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론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해서, 4명이 올 경우 치즈퐁듀와 올리브퐁듀를 주문하는 것이 무난하다. 재료가 거의 동이 날 무렵 사과 파인애플 키위 등 과일도 한 접시 나온다. 김 매니저는 과일 또한 치즈에 담가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유가 좀 생기자 퐁듀와 관련된 한 가지 전통을 얘기해준다. "스위스에서는 퐁듀를 먹다가 치즈가 담긴 항아리에 음식을 빠뜨리면 오른쪽 남자에게 뽀뽀를 해야 한답니다."

디저트.

약한 불에 눌린 치즈. 카라멜처럼 변하는데 별미이다.



 디저트 주문 후 다시 김 매니저는 항아리에 남은 치즈를 가리키며 약한 불에 눌 만큼 끓이면 마치 카라멜처럼 변하는데 이게 짠듯 하지만 별미라고 한다. 정말이었다. 치즈퐁듀는 4만8000원, 올리브퐁듀는 4만5000원. 비싼 만큼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해 왠지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해운대 오거리에서 달맞이언덕길로 가지 말고 그 왼쪽길로 오르면 레스토랑 '오페라'를 지나 곧바로 만난다. 건물 앞에 주차할 수 있다. (051)746-4323


■ 주인장 한마디- 국내 최고라는 평가에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

'전망좋은 방' 신재이(47) 사장은 "퐁듀는 5년 전 메뉴에 처음 올렸지만 준비기간이 5년이었다"고 말했다. 수십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 미식가들은 아마도 퐁듀에 관한 한 전국에서 최고라고 손을 꼽지만 신 사장은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유럽배낭여행 중 퐁듀를 처음 접한 신 사장은 단지 이 맛에 매료돼 시작하게 됐지만 진짜 공은 '전망좋은 방'이 18년 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가족 같은 장성만 주방장 덕분이라고 했다.

 지금이야 퐁듀 조리기구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지만 당시엔 모두 수입했다. 예외도 있어 여전히 올리브유 튀김통은 수입한단다.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낸 성과인 셈.

 퐁듀 가격대가 사람들에겐 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고는 있지만 사실 스테이크 파는 것보다 이윤이 적다"며 "한 번 요리하는 올리브유 한 통이 1만 원 할 정도로 재료비가 상당히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크림소스 스파게티(1만8000원), 돌솥해물밥 격인 해물리조또(〃)가 특히 맛있다"고 권했다.

 '전망좋은 방'은 단골이 특히 많다. "소문이 제법 퍼져 서울 대구 등지에서 연휴나 휴가철에 찾는 이들도 많고 해운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단골이 상당히 많답니다.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맛을 계속 연구할 겁니다."

 이름을 바꿔야 되지 않느냐고 농담조로 한마디 던지자 신 사장은 "18년 전과 달리 나무들이 웃자라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교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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