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때 한국 여자골프 대표는 유소연 정재은 그리고 김현수의 예문여고 선배인 최혜용. 당시 여자팀 성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와 똑같다. 2관왕 김현수는 유소연에 이어 2관왕 2연패를 달성했고, 김지희는 최혜용과 같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2008년부터 프로 시합에 참가한 유소연과 최혜용은 데뷔 첫해 각각 1승씩을 올렸다. 최혜용은 그 해 신인왕을 먹었다. 이듬해엔 유소연이 4승을 거둬 1승에 거친 최혜용을 눌렀다. 중요한 건 두 선수 모두 데뷔 2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바로 국내 프로 무대의 연착륙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 4학년때 첫 출전한 대회, 7명중 6위 꼴찌 면하며 시작
- 팔 길고 손 커 골퍼로 하늘이 내려준 천부적인 몸
- 성격 침착하고 임팩트 뛰어나
- 추영제 코치 만난 건 나에겐 운명이자 행운
- 동메달 따서 울었던 건 저 아니라 캐디 언니예요 ^^

-현재 다니는 육민관고는 강원도 원주에 있다. 많은 사람이 의아해 한다. 연고가 거기 있나.

"옛 마산 출신이다. 용마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마산의 모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골프를 할 여건이 못 됐다. 시합 중인데 '왜 학교를 오지 않느냐'고 전화연락이 올 정도였다. 이후 시합 출전도 못 하게 했다.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골프 명문학교인 원주의 육민관중으로 전학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개인전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현수 언니가 처음부터 워낙 잘 쳤기 때문에 금메달 욕심은 버렸다. 홈팀 중국의 옌진과 동률 2위를 기록해 순위 결정전을 벌였다. 파4 두 홀에서 연속 비겨 파3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내가 못 친 게 아니라 상대방이 핀 가까이에 바로 붙여 어쩔 수 없었다. 상대방이 잘 쳤을 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단체전에서 이미 금메달을 따 섭섭하지는 않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시상식 후 내가 슬프게 울었다는데 사실무근이다. 중국인 캐디 언니가 너무 크게 울어 달래느라 혼이 났다.(웃음)"

  -언제 골프를 시작했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가 재미있어 시작했다. 이후 실내연습장에서 선수였던 고교생 오빠에게 3개월쯤 배웠다. 첫 라운드는 진주CC에서 아빠와 함께했고, 이후 창원CC에서 오전에 9홀씩 연습했다. 이듬해 봄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100(50/ 50)개를 쳐 7명 중 6위를 했다. 꼴찌는 면했다." 

-코치인 추영제 프로는 어떻게 만났나.

 "꼴찌를 면한 그해 가을 연이어 시합에 나갔다. 그땐 정식 선수 등록을 하고 나갔다. 88-88개, 75-75개를 각각 쳐 나아졌지만 기대치보다 못해 엄청 크게 울었다. 그때 추영제 선생님께서 엄마에게 다가와 경력을 물어보더니 나를 가르쳐보겠다고 제의를 했다. 운명이었고 행운이었다." 

추영제 프로와 함께.

 
 추영제 프로에게 물었다. 그 많은 어린 선수 중 김지희를 낙점한 이유를.
 올해 60세인 추 프로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똘똘하게 생긴 아이가 침착한 데다 무엇보다 임팩트가 아주 뛰어났다. 잘 가르치면 대성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희가 제 눈에 발견된 건 나에게도 행운이었다."
 

그렇다면 추영제 프로가 평가하는 골퍼 김지희는. "나이에 비해 멘탈이 무척 좋고 거리도 아주 멀리 나간다. 퍼팅이 조금 약해 보완이 필요하다. 멀리 보면 스윙 궤도 또한 조금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어리지 않는가."

 김지희는 골프 선수로는 하늘이 내려준 몸을 갖고 있다. 우선 비슷한 체격의 또래보다 팔이 아주 길고 손이 크다. 팔이 길다는 것은 스윙의 아크가 커 장타에 유리하며, 손이 큰 것은 그립 잡기에 안성맞춤이다. 손바닥엔 그 흔한 굳은살 하나 없이 아주 부드럽다. 

 여기에 근육의 질이 타 선수보다 탁월해 골프 선수로는 완벽한 몸을 갖췄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동행한 변성학 재활 코치는 "근육이 야물다 보니 덜 지치고 부상 확률이 낮아 천부적인 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기술적인 면만 좀 더 갖추면 장래성이 아주 크다는 것. 

-존경하는 골프 선수는.

 "미국의 폴라 크리머요. 초등학교 때 경주로 LPGA 시합을 보러 갔다 스윙자세가 멋있어 4R 내내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폴라 크리머가 제 얼굴을 알아보고 바나나도 주고, 시합 후엔 클럽하우스로 데려가 손가방과 사인볼도 주었다. 3년 뒤인 지난해 미국으로 아마 시합을 갔다가 폴라 크리머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빨리 실력을 키워 시합 때 한번 붙자고 격려를 해주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고 1이라 프로 시합은 2012년부터 나갈 거다.(김지희도 올해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 우승으로 KLPG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한국 일본 미국에서 모두 뛰어보고 싶다. 23세 안에 US오픈을 제패하고 싶다. 23세면 2016년 브라질올림픽이 열린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김지희와 함께한 김규동 코치. 김 코치는 김지희의 재활코치인 변성학 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스윙연습 전 몸만들기를 하고 있는 김지희(왼쪽)와 김현수.

 김지희 프로필 

▶출생 1994년 2월 20일

▶학력 육민관고등학교

▶수상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단체전 금메달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여자 개인전 동메달

2010년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대회 단체전 1위, 개인전 2위

▶경력 2010 제16회 광저우 아시안 게임 여자골프 국가대표


  - 광저우 金 김현수 김지희 관련 글

(1)편 광저우 金 김현수 김지희 "크리스마스 때도 연습해야죠" http://hung.kookje.co.kr/521
(2)편  김현수 "KLPGA JLPGA LPGA 상금왕 모두 먹을래요" http://hung.kookje.co.kr/522

 


 





광저우AG 골프 금메달리스트
한국여자 골프의 미래
김현수 김지희 인터뷰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현수(예문여고 3)와 김지희(육민관고 1)를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은 건 지난 9월 말.

 '금메달을 노리는 부산·경남의 딸들', 뭐 이런 류의 제목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에 앞서 출사표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당시 아시안게임이 50일 이상 남아 있는 데다 두 사람의 스윙 및 재활 코치가 각각 부산에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골프는 종목의 특성상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가 있지만, 스윙 등 아주 세밀하고 민감한 문제에 직면하면 어릴 때부터 함께한 개인 코치를 찾기 마련. 그만큼 골프는 기술 못지않게 심리적 안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선수와의 인터뷰는 희망 사항에 불과했다. 빡빡한 일정에 그만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대전 유성CC에서의 혹독한 합숙훈련은 일상화됐고, 이후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인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세계아마추어골프팀선수권대회 출전에 이은 제주도 마무리 전지훈련, 그리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국. 정말 '바쁘고 귀하신 몸'이었다.

 개인 코치들조차도 선수들을 만나기 어려워 전화 통화만 겨우 할 수 있을 정도. 김현수는 스윙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감지되면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부산의 코치에게 보내 처방을 받았고 두 살 어린 김지희도 매일 밤 코치와 통화를 하며 스윙을 점검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은 아시다시피 김현수는 2관왕, 김지희는 금메달 하나 동메달 하나. 그들은 이제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 귀국 후 그들은 예상대로 더 바빴다. 

 결국 인터뷰는 귀국 후 23일 만인 지난 14일에야 이뤄졌다. 롯데스카이힐 김해CC에서.
첫인상은 두 선수 모두 앳되고 여렸다.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잠도 실컷 자고 친구들과 떡볶이도 사 먹었다고 웃으며 얘기할 땐 영락없는 여고생이었다. 간혹 학교 친구들이 부럽지 않으냐는 질문엔 "가야 할 길이 달라 전혀 그런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럴 땐 한결 어른스러웠다.

    사슴뿔 머리띠에 풍선을 들고 활짝 웃으며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는 김현수(왼쪽)와 김지희. 곽재훈 기자
                                                                                    장소 협찬= 롯데스카이힐 김해CC

 김현수와 김지희는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목표를 한 번 정하면 이룰 때까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전형적인 노력형이었다.
 

"볼을 하루에 많이 칠 때는 2500개까지 쳐 300개 정도로 줄이라고 했더니 몰래 연습을 하더군요. 한 번은 타이밍 잡는 요령을 가르치기 위해 농구공 던지는 (전환)연습을 시켰어요. 이후 저는 그 사실을 잊었는데 현수는 지금도 시합을 위해 방에서 나올 때까지 농구공 대신 베개를 이용해 연습한다고 하더군요." 김현수의 스윙 코치인 김규동(45) 부산외대 사회체육학부 겸임교수의 전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겠다며 차 안의 자기 자리 앞에 태극문양 스티커를 붙여놓고 매일 자기 암시를 하면서 스스로 연습량을 늘리더군요." 김지희의 어머니 이외숙(51) 씨의 말이다. "시합 때 퍼팅이 잘 안 됐을 때 지희는 집에 가지 않고 3~4시간 동안 퍼팅만 연습하는 독종"이라고 스윙 코치 추영제(60) 프로는 전했다.

 좋은 스승을 만난 것도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두 선수는 "만일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과 같은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저희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김규동 코치를 "골프가 잘 안 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멘토"라고 정의했다. 김지희는 추영제 프로를 "없으면 안 되는, 항상 힘이 되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 김현수(위)와 김지희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롯데스카이힐 김해CC에서 만나 포즈를 취했다.

 두 살 위 언니인 김현수가 갑자기 한마디 던졌다. "누굴 좋아하는지, 이런 질문 안 하세요?" 그래서 물어봤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오빠요. 잘 생겼잖아요. 용대 오빠가 제 기사를 보고 만나자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의 다음카페 '골프짱현수'에는 실제로 이용대 선수의 윙크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옆에 있던 김지희도 나선다. "중3 때 동방신기를 무척 좋아하니까 엄마가 국가대표가 되면 동방신기 콘서트에 보내준다고 해서 그때부터 정말 피나는 연습을 했지요. 그 해 저는 대학생 언니도 참가하는, 국가대표 포인트가 가장 큰 4대 메이저 시합 중 두 개를 우승하며 국가대표가 됐어요." 그러면서 동방신기 오빠들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합 때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할 경우 한편으로 적인데 말은 하느냐고 물었다. 김현수의 대답. "예, 근데 주로 옷이나 신발 얘기를 주로 해요." 옆에 있던 김지희가 거든다. "연예인 오빠 얘기도 하잖아." 

 골프 이야기를 할 때보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얘기할 때 표정이 더욱더 밝아지는 김현수와 김지희. 크리스마스 때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물어봤다. 두 선수의 대답은 같았다.

  "아시안게임 후 너무 많이 쉬었어요. 이제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도 이번이 마지막이고, 당분간 하지 않을 겁니다.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크리스마스든 새해든 관계없이 하루빨리 몸을 제 궤도로 올려놓아야죠." 골프 얘기가 나오자 다시 눈빛이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주자인 김현수와 김지희. 내년 시즌 거침없는 행보가 기대된다.

        김현수(왼쪽)와 김지희가 부산 해운대의 '하모니 더 골프연습장'에서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 광저우 金 김현수 김지희 관련 글

 (2)편 김현수 "KLPGA JLPGA LPGA 상금왕 모두 먹을래요" http://hung.kookje.co.kr/522
 (3)편 김지희 "태극마크 달고 2016 브라질올림픽 가고파" http://hung.kookje.co.kr/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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