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뚫고 오르면 헉! 화강암 천지

4095.2m 동남아 최고봉…세계자연유산
남중국해 일출…발아래 운무 감탄 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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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내려 키나발루봉 쪽으로 가는 도중 바라본 키나발루봉(왼쪽). 우측은 키나발루봉 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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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890m의 팀폰게이트(왼쪽). 이 문을 통과해야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우측은 산행 중 만나는 무인 대피소. 1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물과 화장실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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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길의 연속. 196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체계적인 산림 보호로 훼손이 거의 없다.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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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7~8시간의 산행은 끊임없는 오름길의 연속. 때문에 고도를 높일수록 쉬는 횟수가 점차 늘어난다.(왼쪽) 우측은 식충식물 네펜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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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게 될 라반라타 산장(해발 3353m).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결코 잘 수 없다. 침대는 모두 136개. 결국 하루에 최대 136명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m다. 그 만큼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려면 최소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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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반라타 산장에서 다음날 등정을 대비해 휴식을 취하며 망중한을 즐기는 산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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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4095.2m로 동남아 최고봉인 말레이시아 키나발루봉 정상. 첫 등정은 1899년에야 영국인 식물학자
    화이트 헤드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봉우리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 대신 40여 년 전에 두 번이나 등정을
    시도해 실패한 헉 로우의 이름을 따 로스픽(Low's Peak)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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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키나발루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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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들은 새벽 3시에 출발, 어둠 속에서 3시간 정도 모진 추위와 고행의 급경사길을 극복하고 오전 6시께 남중국해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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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095.2m의 키나발루 정상 인근에 서면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로 이뤄져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사진은 정상에서 바라 본 사우스픽(남봉·왼쪽)과 우측으로 세인트 존스봉의 일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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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봉으로 불리는 사우스픽(왼쪽). 사우스픽은 등정 가능해 하산할 때 잠시 올라봐도 된다. 우측은 세인트 존스봉. 자세히 보면 오랑우탄의 웃는 얼굴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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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사우스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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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픽 맞은편, 즉 하산길 왼쪽에 위치한, 두 봉우리가 나란히 솟은 못생긴 자매봉(왼쪽). 우측은 화강암 암반 위에 해발 4008m임을 알려주는 팻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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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市의 석양과 키나발루봉에서 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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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왼쪽)과 하산 후 라반라타 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기 전 기자와 기자의 동료가 지친 나머지 산장 식당 앞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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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 다음날 자리를 옮겨 인근 마누깐섬에서 해양스포츠와 시푸드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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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면적은 754㎢로 대략 지리산의 1.5배. 믿기 어렵겠지만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로 이뤄져 있다.

196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체계적인 산림 보호로 훼손이 거의 없다. 해발고도는 4095.2m. 동남아 최고봉이다.

덕분에 열대 아열대 온대 고산지대의 다양한 식물군이 분포, 생태학적 가치가 뛰어나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야생난 및 야생화 각각 100여 종, 양서류 70여 확인돼 당시 유네스코 관계자는 "이처럼 좁은 지역에 집결된 완벽한 생태계는 전 세계에 유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다.

이쯤 되면 웬만한 산꾼들은 감을 잡았을 게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시(市)에 우뚝 솟은 키나발루산이다. '코타'는 말레이어로 도시라는 뜻으로 그 만큼 키나발루가 이 도시를 대표하는 산임을 의미한다.

'동토의 제국' 히말라야처럼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오지속의 오지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 키나발루는 오랫동안 미답의 산으로 남아 있었다.

야심찬 등반가들의 도전이 있었을 법도 한데 이처럼 미답봉으로 남았던 이유는 순전히 현지 고산족 원주민인 두순족이나 카다잔족이 키나발루를 '죽은 영혼의 안식처'라 여기며 신성시한 때문이다. 그들은 이승을 마감하면 그 영혼이 키나발루 산꼭대기에 머무르며, 정상 부근의 바위에 자라는 이끼는 영혼들의 식량이라고 믿어 왔다. 지금도 고산족들은 매년 정상 부근에서 조상들의 혼을 달래는 의식을 열고 있다.

첫 등정은 1899년에야 영국인 식물학자 화이트 헤드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봉우리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 대신 40여 년 전에 두 번이나 등정을 시도해 실패한 헉 로우의 이름을 따 로스픽(Low's Peak)이라 명명했다.

산행 시간은 대략 10~11시간. 4000m가 넘는 거봉치고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고 오를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얼핏 당일 산행도 가능할 것 같지만 현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고소 등 안전을 고려해 1박 2일 코스로 못을 박고 있다.

첫날은 7시간 내지 8시간 정도 비교적 여유있게 걷고, 해발 3353m에 위치한 산장에서 1박한다. 다음날은 새벽 3시에 출발, 어둠 속에서 3시간 정도 모진 추위와 고행의 급경사길을 극복하고 오전 6시께 남중국해에서 떠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한다. 그리고 왔던 길로 하산한다.

들머리는 해발 1890m의 팀폰게이트. 동화속의 작은 오두막을 연상되는 키나발루의 관문을 통과, 통나무 계단으로 내려선다. 산 정상에 오르기까지 유일한 내리막길이 1분 정도 지속되다 폭포라 부르기에 다소 민망한 카슨폭포를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쭈욱.

   
야생 난과 양치류 이끼류, 그리고 잎이 큼직한 열대림이 우거진 밀림 숲속을 걷는다. 그렇다고 외화 '타잔'에서 본 것처럼 한 치 앞이 안보여 연신 칼로 장애물을 제거하며 나아가는 그런 산행은 결코 아니다. 되레 등로 주변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너무 정비가 잘 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25분 뒤 첫 쉼터. 이런 쉼터는 숙박지인 라반라타 산장까지 7개가 기다린다. 간격은 0.5~1.3㎞, 시간은 각각 20~40분 정도 걸린다. 각 쉼터마다 시원한 계곡물을 파이프로 끌어들인 물탱크가 있고, 청결한 간이 화장실도 있다.

이끼가 가득한 고색창연한 아름드리 고목에 야생난이 자라고 있고, 운이 좋으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인 네펜시스도 볼 수 있다. 빨간색의 컵 모양을 한 네펜시스는 커다란 입 주변의 숨겨진 꿀에 방심한 곤충이 미끄러지면 안으로 잡아들여 가시로 차단한다.

셋째 쉼터를 지나면서 수목이 장대해지고, 맑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운무가 순식간에 밀려 올라온다. 넷째 쉼터까지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지만 점심을 먹는 다섯번째 쉼터부터는 여간 고행길이 아니다. 동시에 바람도 차가워 진다. 이쯤 되면 대략 2800m대. 비로소 정상 인근의 회백색 화강암 덩어리의 위용을 볼 수 있다. 등로 또한 화강암반이 지면으로 노출돼 울퉁불퉁하다. 수종 또한 분재를 빼닮은 키작은 나무들과 고사목들이 눈에 띈다.


1박할 산장엔 오후 4시를 전후해 닿는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각국의 등산객들로 붐빈다. 2~8인 1실의 이층침대로 잠자리는 그리 불편하지 않다.

다음날 오전 3시께 일출을 보기 위해 급경사 통나무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춥고 숨이 찬 데다 일부는 고소 증세까지 보인다. 여기에 칠흑같은 어둠속이다. 확률 50%인 비가 내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 보온 장비를 제대로 갖춘, 컨디션이 좋은 사람들은 쏟아질 듯한 별들을 바라보며 게으른 소걸음으로 여유있게 오른다.

1시간쯤 뒤 무인대피소를 지나면 식물이 자라지 않는 완만한 경사의 광대한 화강암 평원이 펼쳐진다. '산 넘어 산'이라고. 급경사가 사라지니 이번엔 차디찬 바람이 휘몰아친다. 광야에서 목놓아 울고 싶을 정도로 처참하다.

참다 못한 무리들은 일순간 오르는 것은 잠시 제쳐두고 바위 틈새를 찾아 삼삼오오 남녀노소 불구하고 서로 부대껴안고 추위를 피한다.

일출은 대략 오전 6시. 서두르면 정상에서 휘몰아치는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어야 하고, 뒤처지면 일출을 놓친다.

마침내 동쪽 저 멀리 남중국해에서 여명이 밝아온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시나브로 붉은 핏덩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며 온 누리를 밝혀준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고통을 감내해 왔는가.

동시에 맞은편 코타키나발루 쪽 발아래는 운무가 융단처럼 깔려 있고 그 사이사이로 봉우리들이 산의 물결을 이룬 실루엣이 그림같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황홀하기까지한 대장관을 볼 수 있는 산, 키나발루. 전 세계의 많은 등산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이제야 알 듯 싶다.

날이 밝아오자 정상 주변의 봉우리들 또한 선명하게 확인된다. 정상인 로스픽 뒤로 알렉산드라봉과 빅토리아봉, 우측으로 오랑우탄의 웃는 얼굴을 한 세인트 존스봉과 뾰족한 사우스픽(남봉)이 또렷하다. 특히 사우스픽은 등정 가능해 하산할 때 잠시 올라봐도 된다. 등로 왼쪽으로 두 봉우리가 나란히 솟은 못생긴 자매봉, 당나귀 귀를 닮은 덩키이어봉, 손바닥 모양의 퉁구압둘라만봉도 보인다. 라반라타 산장 등 산 아래에서도 확인되던 봉우리들이 알고 보니 등로 좌측의 봉우리들이다.

어둠속에서 무작정 오를 때와 달리 하산할 땐 비로소 키나발루가 하나의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지점에선 차가 다닐 수 있을 포장로로 착각할 정도로 편평하다.


# 떠나기전에-보르네오섬 최북단 코타키나발루市에 우뚝


보르네오섬 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 이상이 아마도 목재가구를 떠올린다. '보르네오 가구' 때문일 게다. 같은 나무에서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오랑우탄의 유일한 서식지가 바로 이곳이다. 말레이어로 '오랑'은 인간, '우탄'은 숲이다. 그 만큼 숲이 울창하다는 의미이다.

키나발루는 이 보르네오섬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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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보르네오섬을 살펴보자. 북쪽은 말레이시아 땅이고 남쪽은 인도네시아 땅이다. 인도네시아는 보르네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칼리만탄'이라 부른다. 잠시 우스갯소리 하나. 보르네오섬의 영어 스펠링은 'Borneo'. 영어권에서는 모두 '보니오'라고 발음한다. 보르네오는 일본인의 발음을 그대로 우리나라가 따라한 것. 해서, 영어권 화자에게 '보르네오'라고 하면 절대 알아듣지 못한다.

말레이시아 땅인 섬 북쪽은 두 개의 주(州)로 구성돼 있다. 칼리만탄과 인접한 아래쪽은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서식하는 물루동굴로 유명한 사라왁주와 그 위쪽 사바주가 그것. 부자나라 브루나이는 남중국해와 인접한 사라왁주에 둘러싸여 있다.

키나발루가 위치한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주의 주도(州都)이자 연중 23~29도의 기온을 유지하는 관광 휴양도시이다. 보트로 10분 거리에는 사피 마누깐 마무띡 등 5개의 섬이 퉁쿠압둘라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산과 바다가 있는 우리의 속초시가 대비된다. 코타키나발루는 여기에 시파단섬 등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어 스킨스쿠버들의 낙원이며 골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키나발루는 출발 전 라반라타 산장을 예약하지 않으면 결코 산행을 할 수 없다. 침대는 모두 136개. 결국 하루에 최대 136명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그 만큼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려면 최소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키나발루행 상품은 통상 4박5일. 첫날은 공항 도착 후 2시간 버스로 이동, 둘째 셋째날은 산행, 넷째날은 인근 마누깐섬에서 시푸드와 해양스포츠를 즐긴 후 밤 11시에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다섯째날 아침에 도착한다. 부산서 출발하는 말레이 항공 비행기는 없다. 시차는 1시간.

최근에는 새로운 루트가 하나 열렸다. 라반라타 산장에서 1시간 거리의 무인대피소인 사왓사왓까지는 기존 루트와 동일하지만 이후 정상까지의 2시간 정도 걸리는 암벽 루트는 지난해 11월초 개방한 개척루트로 안전벨트와 제반 장비가 별도로 필요하다. 암벽에 안전 발판과 와이어선이 고정돼 있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일반인도 이 루트로 등정 가능하다. 어린 아이도 가능하다. 대신 장비 렌탈비 등 경비가 약간 더 든다.

다음은 개척루트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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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트레킹 전문사인 카일라스 투어(02-322-8811)
 

'일본의 지붕' 북알프스를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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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알프스 호다카 연봉의 최정상 오쿠호다카다케(3190m)에서 마에호다카다케(3090m·왼쪽 봉우리)로 내려서는 해발 3000m쯤 되는 능선길에서 바라본 장쾌한 조망. 그 뒤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의 물결이 중앙알프스와 남알프스이고, 다시 그 뒤로 일본의 최고봉 후지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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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부분을 당겨 본 모습. 구름과 조화를 이룬 산그리메의 풍광이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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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보다 더 당겨 잡은 후지산 모습.
 

 


일본 근대화의 시발점인 메이지 유신 이후 1860년대 후반
영국의 월터 웨스턴이 일본에 발을 내디뎠다.
선교사인 그는 이미 유럽의 알프스를 모두 정복할 정도로
전문 산악인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만년설로 뒤덮인 3000m급의 고봉준령을 하나씩 오르내리면서
그는 이 산군들이 유럽의 알프스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일본알프스'라 명명했다.
귀국 후 그는 일본알프스의 등반을 주내용으로 하는
'일본의 등반과 탐험'이라는 책을 펴냈다.
비로소 일본알프스가 전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근교산 시리즈 500회를 맞은 국제신문 산행 취재팀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애독자 산꾼과 함께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의 북알프스를 올랐다.
일본알프스의 최북단에 위치한 북알프스에는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흔히 '일본의 지붕'으로 불린다.
전형적 육산인 남알프스와 조그만 중앙알프스에 비해
험하기론 일본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악명 높은 곳.
세계적 산악인 박영석의 등정 프로필에도 등재돼 있다.


부산을 비롯해 밀양 대구 심지어 구미에서 온 산꾼 35명은
발 아래가 천리 낭떠러지인 수직 쇠사다리를 잇따라 오르내리고
쇠사슬에 의지해 숱한 험난한 고비를 넘기고 또 넘겼다.
23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만 자라는 형형색색의 희귀 고산식물,
만년설과 빙하의 침식으로 생성된 반원형 U자 계곡, 카르
3000m대의 고도감을 느끼면서 바라보는 장쾌한 조망은
국내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다.


마침내 후지산(3776m)과 남알프스의 키타다케(3192m)에 이어
일본서는 세 번째로 높은 오쿠호다카다케(3190m)에 올랐다.
하늘도 500회를 맞아 찾은 취재팀을 도와 산행 내내 쾌청해서
일년 중 10일 정도 모습을 보인다는 후지산도 볼 수 있었다.


고희를 한 해 앞둔 할머니도, 정년 퇴임한 교장선생님도
예순을 넘은 '젊은 오빠' 산꾼들도
애오라지 남편만 믿고 산행에 가담한 아줌마 산꾼들도
믿음직한 산행대장의 지휘 아래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근교산 시리즈를 매주 보면서 꾸준히 산에 오른
덕분이라고 감히 생각하고 싶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의 세월동안 '근교산'을 사랑해준
애독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면서
처음과 같은 기분으로 매주 변함없이 찾아뵙겠다고
머리 숙여 약속드립니다.



◆산행기

화산·빙하가 빚은 열도 산행 1번지

이틀간 27㎞ 16시간 걸어
너른 잔디밭에서 아찔한 빙식 지형까지
몸은 힘들어도 눈은 황홀
산장에선 생맥주 한잔의 낭만
보기 어렵다는 후지산 조망 행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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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2450m에 위치한 가라사와 산장 테라스에서 바라 본 호다카 연봉. 왼쪽이 마에호다카다케,
        오른쪽이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 빙하침식으로 생성된 U자형의 가라사와 계곡에는 아직도
        만년설이 남아 있다.


 
 섬나라 일본의 최고봉은 원추형의 후지산(富士山·3776m). 이 산은 온통 조그만 부석(浮石)으로 깔려 있어 한 걸음 오르면 반 걸음 미끄러지는 등 산행지로서의 매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천황과 마찬가지로 그저 상징성만 존재할 뿐이다.

산행지로서 일본이 자랑하는 명소는 일본알프스의 북단에 위치한 북알프스. 중부산악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비경지대로 손꼽히는 북알프스는 일본열도의 중앙부에 거의 남북으로 뻗어 있는데다 3000m가 넘는 일본의 26개 봉우리 중 12개가 집중돼 있어 '일본의 지붕'으로 불린다.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현,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 기후현 등 3개 현에 걸쳐 있는 북알프스는 위도 상으론 한반도보다 아래지만 대륙의 찬 시베리아 기단이 동해를 건너며 수분을 흡수, 연간 30m 가까운 폭설로 설국을 이룬다.

이 때문에 3000m급 산군으로는 흔치 않게 빙하가 사시사철 목격된다. 특히 눈이 녹기 시작하는 초여름이면 산 아래에는 설경을 배경으로 활짝 핀 야생화가, 산허리쯤에는 울창한 원시림이, 정상 부근에는 설원이 각각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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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가미코지에서 몸도 풀고, 기념 사진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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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숭이도 휙휙 지나가고(왼쪽) 흔들다리고 건넌다.



근교산 시리즈 500회를 맞는 국제신문 취재팀은 부산 및 경남북 산꾼 35명과 함께 이 북알프스를 올랐다.

산행은 가미코지~갓파바시~묘우진 산장~도쿠사와 산장~요오코 산장~혼타니바시~가라사와 산장(1박)~자이텐구~호다카 산장~오쿠호다카다케(3190m)~기미코 다이라~주타로 신도~다케사와(휘테)~가미코지 순. 도상거리 27㎞를 이틀에 걸쳐 각각 7, 9시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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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일본 근대 알피니즘의 발상지인 가미코지(上高地·1523m).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명소로 최근 일본 NHK가 선정한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명승지 100선 중 7위를 차지할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주차장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내소사 전나무터널을 연상케 하는 숲길을 걸으면 가미코지의 관문인 현수교 갓파바시. 3000m급의 호다카 연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왼쪽은 니시호다카다케, 오른쪽은 묘우진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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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사와 산장. 이곳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한 등산연애부문 베스트셀러 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잇어 마치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한다.

이번 산행은 이 연봉의 우측으로 열린 기나긴 계곡길을 에돌아 연봉의 뒤쪽에서 치고 오른 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로 하산, 갓파바시를 건너 원점회귀한다.

첫 11㎞ 정도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임도 수준의 숲터널.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류에는 일본 천연기념물인 이와나(岩魚)가 물살을 가르고, 새끼를 등에 태운 일본원숭이가 이리저리 뛰어논다. 지칠 때쯤이면 묘우진, 도쿠사와, 요오코 산장이 45분 간격으로 잇따라 나타나 이방인들을 맞는다. 특히 도쿠사와 산장은 북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등산연애소설 '빙벽'의 주무대로, 너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대학 캠퍼스가 연상된다. 동행한 조대제 산행가이드는 "일본의 산장은 한국과 달리 개인이 운영해 주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다"고 말한다.

3시간에 걸쳐 요오코 산장에 도달했지만 겨우 해발 100m 정도 올랐을 뿐이다. 이날 묵어야 할 가라사와 산장(2450m)까지는 800m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여기서 직진하면 2박3일 코스의 야리가다케 가는 길, 취재팀은 다리를 건넌다.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등로는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병풍암이라 불리는 뵤부이와의 위용을 감상하며 1시간쯤 걸으면 가라사와 계곡의 관문인 혼타니바시(本谷橋). 흔들림이 심해 한 사람씩 건너야 한다. 이때 처음으로 계류를 접할 수 있지만 빙하 녹은 물이라 10초 이상 손을 담그지 못할 정도로 아주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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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하게 될 가라사와 산장 앞 텐트촌(왼쪽). 일본의 젊은이들은 돈 문제를 떠나 이처럼 텐트에서 주로 잠을 잔다. 우측은 산장과 텐트촌.

계속되는 오름길. 돌밭길과 너덜길을 번갈아 지나면 만년설과 산행팀이 묵을 가라사와 산장과 이웃한 또 다른 산장인 가라사와 휘테가 시야에 들어온다. 동시에 그 뒤로 푹 꺼진 능선 우측에 다음날 잠시 들를 호다카 산장도 보인다. 이제 등로 옆에는 멀리서 봐 온 만년설이 있지만 까만 먼지가 뒤덮여 그리 반갑지는 않다.

산장 코앞은 오랜 기간 쌓인 만년설이 그 무게를 지탱치 못해 흘러내리면서 산을 깎아 만든 반원형 계곡으로 일명 '카르'이며, 동시에 병풍처럼 우뚝 선 3000m급 뾰족 봉우리는 빙식 첨봉이다. 학창시절 지구과학시간에 배운 빙하침식 지형인 셈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못 미치지만 완경사의 너른 너덜지대에는 한눈에 봐도 비박을 위한 70여 개의 형형색색 텐트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산행팀이 묵은 가라사와 산장의 테라스는 북알프스의 그 어디보다도 정취가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호다카 연봉을 바라보며 생맥주 한잔을 들이킬 수 있는 이 기분, 이번 산행의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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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사와 산장 테라스에서 산꾼들은 북알프스를 감상하며 생맥주를 즐긴다(왼쪽). 우측은 산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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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다카 산장. 1박을 한 가라사와 산장에서 2시간 거리(왼쪽). 이때부터 쇠사슬을 잡고 올라 20m쯤 되는 무시무시한 직벽을 쇠다리에 의지해 오른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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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m급으로 올라오면서 발아래로 1박을 한 가라사와 산장이 보이고(왼쪽) 구름과 운무가 펼쳐는 멋진 풍광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온다.

조대제 가이드는 "한겨울 눈이 한창 내릴 땐 발 밑의 가라사와 휘테는 완전히 덮일 뿐 아니라 이곳 가라사와 산장의 테라스까지도 눈이 쌓여 모든 인력이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다음날은 대개 오전 6시에 출발한다. 일정상 오후 4시쯤 산행을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산장의 공중화장실 뒤로 난 돌계단으로 오른다. 크게 보면 정상 우측 너덜로 올라 산사면을 타고 좌측으로 서서히 정상을 향해 접근하는 셈이다.

전날의 등로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가파르고 험하다. 자이텐구라는 꽤 험한 둔덕을 오르면서 가이드가 스틱을 접으라고 한다. 쇠사슬을 잡고 사다리를 타야 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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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알프스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 정상에는 산악신앙의 징표인 조그만 신사가 서 있다.
 

고도를 점차 높이자 일순간 연봉 사이로 북알프스의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 산장인 호다카(2983m)는 가라사와에서 2시간 남짓.

이때부터 쇠사슬을 잡고 올라 20m쯤 되는 무시무시한 직벽 쇠다리를 잇따라 오른다. 올라서자마자 뒤로 '일본의 마테호른'이라 불리는 야리가다케가, 우측으론 운무의 바다와 더불어 니시호다카다케가 보인다. 야리가다케는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꼬박 하루가 걸린단다. 야리가다케는 매년 일본 산악잡지에서 선정하는 일본 산 인기순위에서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와 1, 2위를 다툴 만큼 인기가 높다.

또 다시 쇠사슬에 의지해 암벽을 타고 암릉을 힘겹게 오르면 마침내 오쿠호다카다케 정상. 일본의 산이 그렇듯 산악신앙의 증표로 신사가 서 있다. 우측 발아래는 저 멀리 들머리 가미코지와 그 우측 활화산인 야케다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 최고봉 후지산도 선명히 보인다. 이와 관련, 가이드는 "7년 동안 70여 번 이곳에 올랐지만 두 번째 본다"고 감격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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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지나 하산하는 길. 여전히 북알프스의 근육질 암릉은 위용이 있다.


이제부턴 하산길로 급경사 내리막길. 쇠사슬과 쇠사다리가 곳곳에 있어 아주 위험하다. 정면엔 마에호다카다케. 암릉길 옆 산사면 곳곳에는 오랜 기간 눈에 묻혀서인지 누운잣나무가 옆으로 가지를 뻗어 군락을 이룬다.

50분 뒤 뜻밖의 너른 터. 일명 기미코 다이라(紀美子平)다. 마에호다카다케는 여기서 400m 거리지만 왕복 80분 정도는 잡아야 할 정도로 아주 험하다. 건각들은 대개 배낭을 두고 다녀온다.

오래 전 호다카 산장의 이마다 주타로 부부가 등로 개설을 위해 능선상의 유일한 평지인 이곳에 텐트를 친 후 어린 딸 기미코를 눕혀 놓고 칼등인 하산길을 개척했다 해서 각각 '기미코 다이라' '주타로 신도'라 불린다. 안타깝게도 기미코는 20세때 불치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주타로는 지금의 호다카 산장 주인의 조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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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나오는 풍혈과 하산길의 마지막 산장인 다케사와. 눈사태로 주저앉아 공사중이다.

마지막 하산로인 주타로 신도 또한 방심해선 안될 험로 중의 험로. 잇단 쇠사슬과 쇠사다리가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주황색 지붕의 다케사와 산장이 발밑에 있지만 90분 정도 걸린다. 다케사와 산장은 지난해 눈사태로 주저앉아 지금은 간이 매점에 불과하다.

이때부터 가미코지까지는 5㎞ 정도의 평범한 산길. 대략 2시간은 잡아야 한다.


# 떠나기전에-완전 종주는 무려 15일 소요 …한국인 운영 산장도 있어  
 
일본알프스는 크게 북알프스 중앙알프스 남알프스로 구분된다. 원시림으로 덮인 남알프스는 전형적 육산인 우리의 지리산과 비슷한 반면 북알프스는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으로 대변되는 설악에 비유된다. 두 산군 사이에 위치한 중앙알프스는 조그마해 당일치기 산행지이다.

북알프스의 도상거리는 최남단인 야케다케(2455m)에서 니시호다카다케(2909m) 쿠호다카다케(3190m) 야리가다케(3180m)를 거쳐 동해와 맞닿은 도야마현과 설국의 배경이 되는 니가타현의 경계인 오야시라츠 해변까지 무려 150㎞. 15일 종주 코스다.

이번에 오른 호다카 연봉은 북알프스의 남부에 위치한다. 가라사와 산장에서 1박을 하며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를 반시계 방향으로 작게 한 바퀴 돈다. 1박을 더 한다면 요오코 산장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직진, '일본의 마테호른' 야리가다케를 거쳐 각각 야리가다케 산장과 호다카 산장에서 1박을 한 후 오쿠호다카다케와 마에호다카다케(3090m)를 거쳐 다케사와 산장으로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셈이 된다. 이 경우 도상거리가 12㎞가 더 늘어 39㎞가 된다.

문의 등산 트레킹 전문 카일라스 투어 (02)322-8811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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