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4> 울산 보라CC

클럽 챔피언 최진호 "윌리엄 9, 5번 어려워"
영남권에선 드문 유러피언 스타일 골프장
윌리엄 4번홀, 주변 풍광 아름다워 '황홀'
주말 점심 뷔페 선보여 골퍼들에게 인기
 

정면 영축산을 위시한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 가운데 강대성 프로가 윌리엄 4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작은 산이 막고 있는 티잉그라운드에선 바람이 미미하지만 그린 상공에선 바람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자고로 골프장은 인공미를 가하지 않고선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부분 산을 깎아 조성하기 때문에 도그레그형 코스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보라CC는 인공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기암괴석과 절벽 등 고원 지형을 그대로 살린 유러피언 스타일이어서 대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남겨 놓았다. 해서, 산에 온 느낌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대저택의 우아한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이국적이다.

홀과 홀 사이를 구분짓는 설계 또한 독특하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숲을 조성해 홀과 홀을 구분하는데 반해 이곳은 기존 산자락의 마운드를 그대로 살려 운치 있는 나무 몇 그루만으로 멋도 내면서 홀을 구분해 놓았다. 조선시대 선비 양산보가 담자락 하나 세우면서 계곡의 일부를 자신의 정원으로 끌어들여 소쇄원을 만들었듯이.

이 때문에 슬라이스나 훅 등 미스샷이 발생한 경우 볼을 쉽게 찾을 수 있어 OB 발생 빈도가 낮다. 초보자의 스코어가 잘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이 클럽 최진호 챔프는 "각 홀마다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전략성이 숨어 있어 싱글 핸디캐퍼들에겐 설계 의도대로 까다롭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총 27홀인 보라CC의 대표적 코스는 윌리엄 코스와 헨리 코스. 두 코스의 총 길이는 6590m(7207야드). 국내 최장을 자랑하는 통도 파인이스트 남코스(6735m)보단 약간 짧지만 에덴밸리(6552m) 등 전장이 길기로 소문난 여타 골프장에 비해선 길다. 가마솥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예부터 솥발산으로 불리는 정족산을 따라 도는 헨리 코스는 아기자기한 데다 계곡에서 찬바람이 불어 여름에 특히 시원하고, 이 클럽에서 전장이 가장 긴 윌리엄 코스는 다이나믹해 골퍼들로부터 기피와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

이번 라운드는 이 클럽 챔피언 최진호 씨와 울산서 활동하고 있는 강대성 프로가 함께 했다. 장타자인 강 프로와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최 챔프와의 라운드는 보는 것도 연습하는 것만큼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날 강 프로는 우측 도그레그홀인 헨리 6번홀(파5, 502m)에서 우측 암벽과 숲을 넘기는 340m 드라이버 샷을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우측 도그레그홀인 헨리 6번. 강대성 프로는 백티에서 우측의 숲을 넘기는 340미터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바로 이 장면이다.
클럽 챔피언의 카트에는 챔피언임을 알리는 기(旗)가 걸려 있다. 뒤에 타고 있는 사람이 최진호 보라CC 챔피언이고 앞에 탄 사람은 강대성 프로.

■"드라이브 샷 날리는 것 자체가 부담"

최진호 챔프와 강대성 프로에게 각각 가장 부담스러운 홀을 두 개씩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돌아온 대답은 윌리엄 9, 5번홀이었다. 순서도 똑같았다.

레귤러티에서 본 윌리엄 9번홀.
백티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는 보라CC 최진호 챔피언.

우선 윌리엄 9번홀. 핸디캡1, 파4홀로 챔피언티 431m, 레귤러티 382~403m, 레이디스티 356m로 맞바람이 자주 부는 긴 홀이다. 까다로운 데다 마지막 홀이어서 어느 대회건 승부홀로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최진호 챔프는 "백티에서 보면 한마디로 까마득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맘놓고 칠 상황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좌측으로 카트 길 OB, 우측으로 큰 해저드가 떡 버티고 있어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 이는 400m가 넘는 레귤러티에서도 마찬가지.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짧은 주말골퍼들은 2온보다 보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최 챔프는 "티샷이 불안한 주말골퍼들은 카트 길 보다는 해저드가 있는 우측으로 공략하는 것이 그나마 스코어를 지키는 요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파를 잡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일깨워주는 홀이다.

파4, 핸디캡3인 윌리엄5번도 주목해야 할 홀. 챔피언티 404m, 레귤러티 372~387m, 레이디스티 318m. 윌리엄 9번홀도 그렇지만 윌리엄 코스의 파4홀은 전장이 긴 것으로 악명높다. 이럴 경우 세컨 샷도 티샷의 캐리에 크게 좌우돼 변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레귤러티에서 본 윌리엄 5번홀.
윌리엄 5번홀의 백티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강대성 프로.

이 홀도 시각적으로 OB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작용한다. 실제로 좌우측 모두 OB가 쉽게 발생한다. 티샷 또한 최소 190m 정도는 돼야 눈앞에 보이는 벙커를 넘길 수 있다. 여기에 포대그린 주변에 여유 공간이 적어 우측 핀일 경우 버디를 위해 과감하게 공략할 경우 30㎝ 정도만 짧게 쳐도 경사가 있어 카트 길을 타고 흘러내릴 수 있다. 해서, 주말골퍼들은 무조건 그린 가운데를 보고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4년 전 이곳에서 열린 국내 PGA 랭킹 40위 안에 든 선수들이 참가한 반도보라CC 투어 챔피언십에서 가장 힘든 코스는 윌리엄 5번홀이었다. 이 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의 그린 적중률 평균이 74%인데 반해 이곳은 45%에 불과했고, 평균 퍼팅 수도 2타를 넘어선 2.01이었다. 평균 타수 또한 파4홀 중 가장 높은 4.37로 나타나 국내 최고의 남자 프로선수들도 윌리엄 5번홀에서 고전했음을 보여준다.

윌리엄 2번홀도 쉽게 접근해선 안 될 까다로운 홀이다. 챔피언티 414m, 레귤러티 383~393m, 레이디스티 372m로 파4 미들홀 중 윌리엄 9번에 이어 두 번째로 길지만 뒷핀일 경우 오르막홀인 점을 감안하면 총 거리에서 윌리엄 9번홀과 거의 비슷해진다. 이 홀은 거리뿐 아니라 그린 또한 어렵다. 겉으로 봐선 심하지 않으나 볼이 홀까지 가기도 전에 꺾이는 등 라이의 변화가 심해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핀 위치에 따라 3퍼트는 기본이다. 그린 앞 벙커 또한 눈엣가시다.

윌리엄 2번홀 백티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최진호 챔피언(위)과 강대성 프로.
윌리엄 1번홀 백티.
윌리엄 3번홀 백티.
윌리엄 6번홀 백티.

헨리 코스도 절대 쉬운건 아냐

파5, 핸디캡3인 헨리2번홀은 보라CC에서 가장 길다. 챔피언티 567m, 레귤러티 523~546m, 레이디스티 484m. 오르막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600m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단타자일 경우 4온, 5온도 부지기수로 나온다.

헨리 2번홀 백티.
레귤러티에서 본 헨리 2번홀.

파4, 핸디캡4의 헨리 5번홀은 좌우 모두 OB가 있어 정교한 티샷을 요하는 홀이다. 챔피언티 377m, 레귤러티 322~349m, 레이디스티 300m. 오르막인 이 홀은 티샷이 우측 경사면 절개지에 빠지면 세컨 샷 때 그린이 보이지 않으며, 좌측은 카트 길과 벙커가 놓여 있다. 해서, 벙커 우측으로 공략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린 또는 만만찮아 3퍼트도 자주 나온다.
헨리 5번홀 백티에서 티샷을 날리는 강대성 프로(위)와 최진호 챔피언.
헨리 1번홀 백티.
헨리 3번홀 백티.
파3홀인 헨리4번 레귤러티.
좀 더 가까이서 본 헨리 4번홀 그린.
헨리 9번홀 백티.
레귤러티에서 본 헨리 9번홀.


그린 상공에 부는 바람 못 읽은 정준 프로의 패착
   
지난 2005년 반도보라CC 투어챔피언십에서 3R까지 선두를 달리던 정준 프로는 윌리엄 4번홀 150m 파3에서 티샷이 물에 빠지는 실수를 범했다. 이 홀의 실수가 결국 머릿속에 남아 마지막 날 76타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져 시즌 2승의 꿈을 날려 버렸다.

왜 그랬을까. 바람 탓이었다. 그린이 호수에 둘러싸여져 있어 일명 아일랜드홀로 불리는, 보라CC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홀의 티잉그라운드 앞에는 작은 산이 막고 있어 바람의 영향이 미미하지만 같은 시각 150m 정도 떨어진 그린 상공에 부는 바람을 정준 프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파3홀로 일명 아일랜드홀이라 불리는 윌리엄 4번홀 백티.  
윌리엄 4번홀의 레귤러티에서 티샷을 날리는 기자. 왠지 폼이 어색하지만 최진호 챔피언과 강대성 프로보다 훨씬 더 가까이 홀컵 근처에 온그린 시켰다.
윌리엄 4번홀 그린. 해저드에 둘러싸여 아일랜드홀임을 알 수 있다.

레저시설부문 토목건축 최우수상 수상

권홍사 반도종합건설 회장의 딸 이름을 본 따 명명됐다는 보라CC는 안개가 끼더라도 30분 이상 머문적이 없고 비 또한 인근 골프장보다 적게 내려 기상 악화에 따른 휴장이 적다. 또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으면서 각 코스에 따른 고저차가 30~40m에 불과해, 티박스에서 홀 전체를 파악할 수 있어 2005년 레저시설부문 토목건축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부턴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주말 점심 뷔페(1인 1만8000원)를 선보여 골퍼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보라CC 안영호 대표는 "올해 5주년을 맞는 후발 주자이지만 예약부터 라운드에 이르기까지 회원 및 주말골퍼들에 대해 최상의 서비스를 다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부·울·경 골퍼들이 많이 사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52)255-1000


- 양산 통도사 인근 경기식당

산채정식 더덕백반, 강산 두번 반 변해도 맛과 인심은 그대로

 

안주인 홍철수 할머니가 산채정식에 더덕구이가 추가된 상차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식당과 통도사와의 중간쯤에서 본 경기식당. 허름했지만 지난해 새로 지었다.

같은 지점에서 고개만 돌리면 영축총림 통도사 산문이 보인다.


음식맛의 비결인 고추장.

손수 담근 된장 고추장이 담겨 있는 항아리들.

손수 담근 된장.


겨울잠을 깬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 해서 일명 곰취라고도 불리는 곤달비를 다듬는 홍철수(맨우측) 할머니와 일하는 아주머니들.

곤달비.


곰취=곤달비.

곤달비 장아찌는 이 집의 최고 인기 반찬이다.


깔끔한 부엌.

건조시켜 저장하고 있는 나물들.


더덕구이.

먹음직스러운 산채정식과 더덕구이.

손수 더덕구이를 만들고 있는 홍철수 할머니.

완성된 더덕구이.




이 정도라면 정말 인연이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삼신할매가 점지했을까 아니면 전생의 업보를 풀라는 것이었을까.

영축총림 통도사 산문에서도 빤히 보이는 산채정식 전문 경기식당.

첫 인연을 맺게 해준 이는 통도사 강주 혜남 스님. 스님은 일본 다이쇼대 박사과정을 마친 조계종의 대표적 학승. 수년 전 기획취재 때문에 절을 찾은 기자를 두고 스님은 그래도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라며 손수 기자를 데리고 절 앞 조그만 식당을 찾았다. 당시 스님은 "집은 허름해도 더덕구이가 정말 맛있어"라고 말씀하시며 산채정식 대신 좀 더 비싼 더덕백반을 시켜주셨다.

두 번째 인연은 통도사에서 근무하는 양산시 문화유산해설사 아지매들 덕분에 이뤄졌다. 동행 취재 중 배꼽시계가 울리자 절 근처 산채비빔밥 잘하는 집이 있다며 기자를 안내한 곳이 바로 이곳 경기식당이다.

마지막 인연은 약간 뜻밖이었다. 통도 파인이스트CC에서 라운드 후 골프장 직원들에게 괜찮은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이곳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가. '골프 후 비싼 고깃집'이라는 공식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면 명불허전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집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엔 허름했는데 지난해 새로 지어 깔끔하고 산뜻하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식당을 크게 넓히면 인심이 그만큼 사라져 맛도 인심도 예전만치 못해 결국 손님이 줄어든다고.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나물을 손보던 안주인 홍철수(68)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했다. 무슨 나물이냐고 물어보니 반찬으로 나갈테니 그때 가르쳐 주겠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식당의 대표 메뉴 산채정식. 찹쌀파전과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나물 등 반찬이 일순간 상을 가득 채운다. 얼핏 봐도 열댓 개는 넘는다. 도심에선 족히 5000원 이상은 받아야 될 두툼한 찹쌀파전은 서비스란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이 집을 찾는 모든 손님에게도 마찬가지란다.

새 집을 지으면 맛과 인심이 덜해진다는 말은 경기식당에는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더덕구이는 홍 할머니가 직접 갖고 들어왔다. 이제 뒷전에 물러날 때도 됐건만 더덕구이만은 아직도 홍 할머니 전담이다. 다른 사람이 더덕을 양념에 주무르면 제 맛이 나지 않아서란다.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웠다는 더덕구이는 음식이 입안에서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나물도 고유의 향을 잃지 않고 모두 입맛을 사로 잡는다. 젓가락을 어디다 둬야 할지 고민하자 홍 할머니가 이것 한번 먹어보라며 권한다.

 영판 깻잎을 닮았지만 맛은 쌉쌀하면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곤달비 장아찌라고 했다. 겨울잠을 깬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 해서 일명 곰취라고도 불리는 곤달비 장아찌는 산초 장아찌와 함께 이 집의 최고 명품 반찬. 손님들이 팔라고 아우성이지만 양이 적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취나물 도라지 죽순 언양미나리무침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찬이다. 대부분의 나물들은 20년 이상 대주는 곳이 있어 나라땅 최고의 재료라고 자부한단다.

국과 찌개 또한 일품이다. 된장 고추장 심지어 젓갈까지 직접 담그기 때문에 옛맛 그대로다. 특히 연로하신 분들이 좋아한다. 실제로 가게 옆 빈터에는 크고 작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 가득 담긴 독이 모여 있다. 호박을 듬뿍 넣은 된장찌개는 어릴 적 먹던 어머니의 맛이었고, 국은 쌀뜨물에 된장을 푼 다음 무청시래기와 지난 봄 삶아 얼려 놓은 쑥을 넣어 향이 그윽하다.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시집을 와 정확히 27년째 산채정식을 만들고 있다는 홍 할머니는 요즘 무릎이 좋지 않다. 아들 부부가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직은 영 시원찮다며 더덕을 구우러 다시 주방으로 달려간다. 산채정식 7000원, 더덕백반 1만 원. (055)382-7772


클럽 난코스 공략하기 <2> 양산 통도파인이스트CC


좌측 숲을 넘기느냐 '막창'을 피하느냐 고민
남코스 68타 기록보유자 문현소 씨도 인정
통도 남코스 전장 한수 이남선 톱 클래스
맘껏 샷 날릴 수 있는 장타자에게 단연 유리
 
 

통도 파인이스트CC의 남코스는 코스 총 길이가 6735m로 한수 이남에선 톱 클래스로 손꼽혀 호쾌한 드라이브 샷을 구사하는 장타자들이 즐겨 찾는다. 사진은 영축산을 필두로 한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에 포옥 안긴 남코스 1번홀. 

남코스 3번홀의 연밭.

남코스 3번홀 전경.


 
지난해 2월 이름을 바꾼 양산 통도 파인이스트 컨트리클럽(이하 통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신용진(46) 프로를 만났다. 국내 투어 프로 중 유일하게 부산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해 일명 '골프계의 부산갈매기'로 불리는 그는 현재 이 클럽 소속 헤드 프로로 활동하고 있다.

'골프계의 부산갈매기' 신용진 프로.

신용진 프로와 기자.


기회는 찬스라고, 국내 정상급 프로가 생각하는 통도 파인이스트CC는 어떨까 몹시 궁금했다.

아직도 20대 못지않게 드라이버 샷을 구사하는 그도 주말골퍼처럼 통도의 코스 길이가 부담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통도 남코스의 전장은 6735m(7404야드)로 한수 이남에선 톱 클래스다. 참고로 북코스를 두고 남코스에 비해 전장이 짧아 오밀조밀해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론 북코스 또한 전장 6237m(6854야드)로 내로라하는 웬만한 골프장보다 길다. 북코스 또한 장타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기자는 이날 남코스 좌 그린으로 샷을 날렸다.

통도의 '아멘코스'는 단연 14번홀

신용진 프로에게 어떤 홀이 가장 공략하기 어렵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또한 별 고민없이 남코스 14번홀이라 답했다.(아쉽게도 14번홀은 도그레그홀이라 한 화면에 사진을 담을 수 없다.)

잠시 파4, 14번홀을 살펴보자. 챔피언티 418m, 레귤러티 366~388m, 레이디스티 306m의 좌로 휜 도그레그 미들홀인 이 홀은 야다지북에는 핸디캡 6으로 표기돼 있다. 프로나 고수들은 좌측 숲의 나무를 보고 넘겨 페어웨이에 안착시키지만(레귤러티 기준 220~230m)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훅이 발생, OB가 나기 때문이다. 신 프로는 "이 홀은 거리는 물론 정확성까지 필요로 해 항상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좌측 숲 쪽 대신 정면으로 안전하게 치면 되지 않을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아마추어들은 숲을 넘기기 부담스러워 정면으로 드라이버 샷을 날리지만 슬라이스로 인한 '막창'으로 OB나기가 십상이다. 그 거리가 내리막 런까지 고려하면 대략 200m 지점부터이다. 해서, 드라이버 샷 거리 조절을 위해 정확성을 추구해야 된다. 만일 거리 조절이 됐다 하더라도 페이웨이 폭이 비교적 좁은 40m에 불과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이날 기자는 안전하게 치려다 슬라이스로 인한 '막창'으로 OB를 냈다. 결국 프로나 싱글 그리고 아마추어 골퍼 모두에게 드라이버 샷 하기가 까다로운 홀인 셈이다.

이 홀의 두 번째 샷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세컨 지점에선 오르막이라 평소보다 한두 클럽 길게 잡아야 한다. 신 프로는 "두 번째 샷에서 2온을 시키기 위해 좌우 그린 모두 깃발을 보고 치면 100%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기 때문에 그린과 그린 사이를 보고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도 챔피언전 3회 우승에, 2년 전 68타를 쳐 10년만에 남코스 코스레코드 기록을 세운 문현소 씨도 "수년 전 챔피언전 4라운드 중 세 번을 이 14번 홀에서 훅으로 OB를 내 쓴맛을 본 적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모든 사실을 고려할 때 마스터즈가 열리는 오거스타에 아멘코스가 있다면 통도에는 14번 홀이 아멘코스에 해당될 듯싶다. 이날 동행한 최재철 KPGA 경기위원은 "14번홀은 2온시켜 파를 잡으면 잘 치는 골퍼이고 보기만 잡아도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팁 하나. 남코스 5번홀이 14번홀과 흡사하다. 좌측 숲을 넘겨 공략해야 되는 점은 같지만 우측에 벙커가 있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이다.
  
이번엔 클럽 관계자들에게 또 다른 어려운 홀을 물었다. 약간 뜸을 들이더니 남코스 파4의 핸디캡 1인 6번홀을 꼽았다. 챔피언티 417m, 레귤러티 372~393m, 레이디스티 306m. 단지 비거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오르막 경사인 이 홀은 좌우 양측에 산이 있어 OB날 확률은 낮아 드라이브 샷은 정면의 나무를 보고 맘껏 날려도 되지만 롱아이언을 들어야 하는 두 번째 샷에선 내리막이라 너무 무리한 샷 대신 한 클럽 짧게 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포대그린이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소나무가 서 있는 남코스 6번홀.
샷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nearest 홀인 남코스 11번홀.

파4, 핸디캡 2의 15번홀은 싱글들은 파, 주말골퍼는 보기만 잡아도 대성공이라 여기는 또 다른 난코스. 이날은 챔피언티(407m)가 열려 있었다. 페어웨이가 보이지 않아 우측 카트 길을 피해 정면의 소나무와 좌측 언덕 사이로 공략해야 무난하다. 우측 그린일 경우 주변에 4개의 벙커와 카트 길이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 통도의 경우 대부분 핀을 넘어서면 내리막 퍼팅이 기다리기 때문에 핀 앞에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샷이 까다로운 홀도 있다. 바로 파4, 18번홀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 미들홀이다. 좌측 카트 길을 피해 우측 산 쪽으로 공략하면 낙하지점은 대개 내리막 스탠스. 이땐 어스레스할 때 어깨면을 경사도에 맞춰 스윙하면 무난하지만 아마추어들은 반대 자세를 취해 헤드업과 함께 토핑을 자주 낸다는 것. 내리막이지만 제 거리를 생각해야 되는 점도 잊지 말자. 문현소 씨는 이 홀은 챔피언전 때 가장 변수가 많이 생기는 홀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3온도 힘든 파5홀, 파4 같은 파3홀

롱홀인 파5, 핸디캡 5인 7번홀은 한수 이남에서 가장 긴 홀이다. 챔피언티 560m, 레귤러티 510~533m, 레이디스티 412m. 전장 모두 오르막이어서 단타자에겐 마의 홀이다. 장타자들은 3온도 시키기 어려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홀이다.

그린에 서면 독수리가 날갯짓을 하는 형상이라는 영축산에서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좌측 카트 길에 의한 OB를 피해 우측으로 맘껏 휘둘러도 큰 부담은 없다. 문제는 두 번째 샷. 하수들은 페어웨이 쪽으로 안전하게 4온을 노리면 무난하지만 싱글들은 거리 욕심을 내 산을 넘기려고 하다 슬라이스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좌측 도그레그홀인 12번홀은 페어웨이는 넓지만 곳곳에 OB구역과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챔피언티 512m, 레귤러티 459~480m, 레이디스티 401m. 정면으로 치면 드라이브 샷 낙하 지점에 긴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빠지기 십상이다. 해서 주말골퍼들은 흔히 좌측 카트 길을 보고 공략한다. 혹 좌측으로 감겨도 경사가 있어 볼이 내려온다. 문제는 고수들. 챔피언티에선 좌측으로 칠 경우 탄도를 높여 키 큰 느티나무를 넘겨야 한다. 또 한 가지. 우측 그린이 좌측 그린보다 높아 한 클럽 길게 봐야 한다. 그린 상태는 라이가 꽤 심해 퍼팅 때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파4 같은 파3홀도 두 개나 있다. 챔피언티 219m인 17번홀은 레귤러티 또한 169~201m로 1온 시키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챔피언티 197m인, 레귤러티 165~181m의 11번홀도 역시 거리에서 위압감을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너무 가까워 그 진가를 모르고 있어"

보통 골프장의 경우 18홀 72타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통도의 경우 대한골프협회의 코스레이팅을 받은 결과 18홀 75.6타로 공인됐다. 최재철 KPGA 경기위원은 "이는 부산 근교 골프장 중에서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만큼 비거리도 길고 난이도 또한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꾸밈없는 자연환경도 빼어나다. 신용진 프로는 "투어를 다니다 보면 소나무 조경이나 코스 설계, 앉은 터 등을 놓고 볼 때 한국에서 이만한 골프장을 찾기는 어렵다"며 "부울경 주말골퍼들이 통도사처럼 너무 가까워 그 진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도 파인이스트CC 김은수 대표는 "부킹난 해소 등 주말골퍼들의 쾌적한 라운드를 위해 앞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055)37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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