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의 하모니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와 금산 들머리 불과 2㎞ 거리
기암괴석 전시장 금산서 본 초승달 모양의 은모래비치 환상적
실안해안도로, 물미해안도로 가는 길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
국내 4대 관음기도 도량 중 하나 보리암, 기도발 잘 받아
미조항 30년 전통의 삼현식당 멸치회, 밥 비벼 먹으면 일품


기암괴석의 전시장인 금산에서 내려다보면 초승달 모양의 본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에도 가고 싶고 바다도 가고 싶다. 아쉽게도 휴가는 길지 않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못 하다. 아! 올해도 그냥 평범하게 여름휴가를 보내야 하는가.

 산행 후 뒤풀이로 온몸을 바다에 풍덩 던져버릴 수 있는 멋진 곳이 없을까.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장산, 광안리 해수욕장과 황령산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워낙 인파가 몰려 엄두가 안 난다. 이들 장소를 선택해도 한 번 움직이는 데 사실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불가.

 경남 남해에 가면 그런 코스가 하나 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금산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 장삼이사들은 금산과 은모래비치는 각각 알고 있지만 이를 결부시켜 원스톱 휴가지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은모래비치에서 금산 들머리까지는 불과 2㎞. 백사장에서 고개를 돌리면 금산의 기암괴석이 병품처럼 감싸고 있고, 금산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면 초승달 모양의 은모래비치가 펼쳐진다.

 부산에서 가는 길도 즐겁다. 내로라하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기다린다. 각각 남해대교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야 하지만 후자를 권하고 싶다. 가까운 데다 풍광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남해고속도로 사천IC로 나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기 전 통과하는 1003번 지방도인 실안해안도로는 알려지지 않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전국의 이름 있는 유명 드라이브 코스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창선·삼천포대교를 지나면 물미해안도로라 불리는 3번 국도가 기다린다. 눈 호사의 연속이다.

 전통 멸치어업법인 죽방렴에 이어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고 고기떼를 유인하는 300년 된 천연기념물인 방조어부림, 이를 멀리서 확인할 수 있는 독일마을, 그리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국적 외관의 해오름예술촌을 연이어 만난다. 예술촌에는 1만5000점에 달하는 민속품과 골동품을 선보이는 전시장과 미술창작실 목공예실, 갤러리 등이 있다. 입장료는 없고 개별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는다.

 물미해안도로의 종점은 남해 최대 어항이자 미항인 미조항.

 미조도와 범섬 죽암도 쌀섬 등 조그만 섬이 점점이 떠있으며 등대 사이로 오가는 조그만 어선들이 평화롭다. 어항 주변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많아 나그네들은 흔히 이곳에서 1박을 한다.
 미조에선 멸치회를 빠뜨리지 말자. 남해수협 공판장 인근 30년 전통의 삼현식당(055-867-6498)이 특히 잘한다고 소문났다. 큰 대접에 밥과 막걸리식초로 담근 초장을 넣고 쓱쓱 비벼 간장게장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멸치회(소) 멸치쌈밥 각 2만 원. 성게국 8000원.

삼현식당 '멸치회'.


 미조에서 남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은모래비치까지는 5㎞ 거리.
 눈앞에는 거친 파도를 막아줄 듯한 승치도와 삼여도 목섬이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으며, 해안에는 은빛 백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은모래비치는 특히 파도가 거의 없고 수심이 아주 얕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찾으면 안성맞춤이다.

때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연인의 모습.

이동 중 도로변에서 바라본 은모래비치.


에메랄드 물빛이 무척 아름다운 은모래비치. 뒤로 보이는 산이 금산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장군이 명명한 금산(705m)은 '금산 38경'이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8부 능선부터 절경을 이루고 있는 데다 은모래비치와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산이다.

 정문영(44) 남해문화유산해설사는 "예부터 남해안에 네 명의 해상 신선(해상사호·海上四晧)가 있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금산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 증거가 바로 금산 보리암 인근에 위치한 사선대"라고 말했다.

 금산의 들머리는 금산매표소. 보리암 가는 길 도로변 우측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찾기는 아주 쉽다. 여기서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홍문까지는 넉넉잡아 1시간. 쌍홍문 입구 왼쪽에는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이 보초를 서고 있다. 사바세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해탈문인 쌍홍문을 통과하면 보리암으로 이어진다. 보리암에선 은모래비치의 장관을 빠뜨리지 말자. 극락전 앞이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자신하건데 근래에 본 조망 중 최고일 것임을 확신한다.

 보리암은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기도도량. 기도발이 잘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 사시사철 신도들이 찾는다. 또 금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금산산장(055-862-6060)이 있어 하루쯤 묶으며 신선놀음을 할 수도 있다. 3만 원.

 등산이 힘들다면 은모래비치에서 차로 보리암 제2주차장까지 가서 산책로를 15분쯤 걸으면 보리암에 다다를 수 있다.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거제도 10대 명산 파노라마
부산 가덕도 연대봉, 다대포 영도 조망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다도해 황홀경'

국사봉에서 본 바로 앞의 작은국사봉과 고현동(옛 신현읍 고현리) 일대. 고현은 버스터미널과 여객선터미널이 들어선 거제도의 중심지이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 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 능선마냥 웅장한 맛은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해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우측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진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 뒤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산길은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15분이면 국사봉 정상에 올라선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 밑 낮은 암봉이 작은국사봉, 그 왼쪽 옆 두 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 집합체와 운치있는 송림을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이다.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까지는 25분 걸린다.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 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뒤 옛 수월농장. 폐 축사 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거제지맥길은 내달려도 좋은 만큼 여유롭게 편안하다.

거제지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등산로 팻말. 대우조선해양 우정알파인클럽이 만들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 길이므로 산행팀은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목을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 상의 문동폭포 갈림길이다. 직진한다. 된비알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 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대우조선해양.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서너 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옥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쪽빛 바다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우회해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 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린다.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린다.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미륵산 정상에 서면 통영항과 통영시가지, 그리고 한려수도가 보인다. 정면(북쪽)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이고, 우측 저 멀리 거제대교와 연결된 거제도가 확인된다. 사진 상으론 보이지 않지만 우측(동쪽)으로 제승당이 위치한 한산도를 비롯 반시계 방향으로 한려수도가 펼쳐진다.

통영 미륵산. 부산시민들이 금정산을 사랑하는만큼 통영사람들이 아끼고 애정을 듬뿍 쏟는 아담한 산이다.

 통영해협을 사이에 두고 통영 시가지와 마주한, 해저터널 충무교 통영대교로 각각 연결된 섬 아닌 섬 미륵도에 우뚝 선 미륵산. 해발 458m에 불과한 동네 뒷산 수준의 이 미륵산은 최근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됐다. 참고로 부산에선 금정산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지역 안배 차원이 아닌 산세와 방문객 수 등을 종합해 산림청이 선정하는 100대 명산에 미륵산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는 뭘까. 아마도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의 빼어난 경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조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 어느 산도 견줄 엄두조차 못낼 정도로 조망이 탁월하다.

통영이 고향인 산꾼 시인 이향지는 미륵산 정상에서 다도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고 있다.

‘미륵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동해처럼 광활하고 거친 힘이 아니라, 서해의 갯벌 앞에서 느낄 때 같은 막막함이 아니라, 수면 위에 떠있는 무수한 섬, 올망졸망한 섬들을 둘러싼 물안개로 인하여 더욱 느끼게 되는 부드러움이다…'.

통영 읍내에 살았던 이 시인은 다섯 살 때부터 산양일주도로로 유명한 산양면 할아버지 댁으로 가기 위해 미륵산을 넘어 다녔으며, 이 글은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쓴 것이다.

원래 인간은 자연에 동화되는 법.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박경리 등은 모두 통영 출신이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미륵산에 올라 무심히 바라본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절경은 아마도 그들의 뇌리에 뿌리깊게 박혀 예술혼의 근원이자 작품의 모태 역할을 톡톡히 했으리라.

미륵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용화사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 및 도솔암이 있고, 남쪽 한 켠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이 통영땅에 선종의 뿌리를 내린 미래사가 있어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보살 또는 미륵불을 본따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올 한해를 설계해보자.

산행은 용화사 광장~관음사~도솔암~천연동굴~산불초소~헬기장~작은망(정토봉)~미륵치~미륵산~봉수대터~미래사~띠밭등~용화사~용화사 광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남짓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용화사 아래 버스종점인 용화사 광장에서 왼쪽 용화사 대신 오른쪽 관음사 방향으로 향한다. 입구에 미륵산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10분 뒤 조그만 수도 도량인 관음사. 일주문 격인 2층 문루에 ‘당래선원(當來禪院)'이라 적힌 편액이 걸려 있다. 대숲으로 둘러싸인 경내에는 만개한 빨간 동백이 시선을 붙잡는다.

산행 초입 만나는 관음사 일주문. '당래선원'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관음사 경내.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입구.


도솔암 경내 맨 우측 전망대는 조망이 빼어나 절에서 나무의자 두 개를 만들어 놓았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절을 나오면 이내 갈림길. 왼쪽은 용화사 가는 길, 계속 직진한다. 6분 뒤 도솔암 갈림길. 도솔암 안내판이 서 있다. 왼쪽 침목 계단길은 정상 쪽으로 질러 가는 길, 오른쪽 도솔암으로 향한다. 파란 양철 지붕의 허름한 요사채를 보고 경내에 들어서면 전각이라고는 조그만 대웅전과 동국선원 둘 뿐인, 관음사보다 훨씬 적은 산중 수도처다.

경내 맨 오른쪽의 전망대를 놓치지 말자. 조망이 빼어나 사찰에서 나무의자 둘을 만들어 놓았다. 앙증맞고 운치있다. 통영항 전경과 거제도의 명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통영항과 반대쪽인 산양읍 지역.

경내를 나와 앞선 갈림길로 내려가지 않고 일주문 격인 돌표지석 우측으로 열린 산길로 오른다. 도솔암 안내판에 적힌 도솔암 창건주인 도솔 선사와 호랑이의 전설이 전해오는 절 뒷쪽 절벽 아래 위치한 동굴을 보기 위해서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 이어 만나는 잇단 사거리에선 각각 직진한다. 그저 비만 그을 수 있는 유사 동굴에서 좀 더 오르면 만난다. 기도처로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

동굴 입구 갈림길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오르면 이내 주능선 상의 산불초소. 방금 지나온 동굴 바로 위 지점이다. 감시원은 이곳이 현금산이라 했지만 지도 상으론 바로 이웃한 송신탑 옆 봉우리가 현금산이다. 발밑의 도솔암과 통영항 한려수도는 물론 삼천포 와룡산, 통영대교 뒤 암봉인 벽방산과 고성 쪽의 거류산 구절산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때부터 통영 앞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황홀한 능선길. 7분 뒤 헬기장. 진행 방향은 두 갈래길. 우측은 작은망이라 불리는 정토봉 가는길, 좌측은 우회길이다.

작은망 가는 길 도중 우측으로 열린 석문을 지나면 큰 돌탑이 서 있는 작은망(望) 정상. 여기서의 ‘망'은 거제도의 망산처럼 조망의 빼어남을 부각하기 위한 의미인 듯하다.
정토봉(작은망)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

이제 본격 내리막. 큰망인 미륵산으로 내려가기 직전 좌측 암봉도 작은망처럼 돌탑과 크고 작은 공덕탑이 보인다. 내리막길의 종착역은 너른 터인 미륵치. 도솔암 입구에서 절로 가지 않고 왼쪽 침목 계단길을 택하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이정표엔 ‘큰망·작은망 갈림길'이라 적혀 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암봉인 미륵산 정상.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는 미륵산 정상.
미륵산 정상에서 본 통영항. 저 멀리 거제도의 명산도 보인다.
좀 더 당겨본 풍광.

미륵산은 이제 0.8㎞ 남았다. 키 큰 대나무길과 바위 틈새 급경사 오름길을 지나 가파른 바위지대에 설치된 철다리를 오르면 마침내 미륵산(458m) 상봉. 널찍한 바위지대인 이곳에는 ‘배달의 기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양대에 걸린 낡은 태극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미륵산을 한국 100대 명산의 반열에 오르게 한 환상적인 조망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잠시 거침없이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조망을 한번 짚어보자. 통영항을 보고 좌측 8시 방향으로 사량도 지리망산과 칠현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통영대교 충무교 여객선터미널 강구안 남망산공원 동호항과 저 멀리 거제대교와 거제도의 명산들, 한산도의 제승당, 비진도 그리고 정반대 쪽 산양읍 뒤로 욕지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크게 보면 서쪽의 남해에서 삼천포 고성 통영 진해 거제 심지어 부산 쪽까지 식별 가능하다. 여기에 호수처럼 잔잔한 에메랄드빛의 한려해상 위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가는 어선들까지 한 액자에 넣으면 어느 누구라도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직진한다. 미륵산 봉수대 암봉을 에돌아 산불초소를 지나면 케이블카 승강장. 잠시 살펴본 후 오른쪽 미래사로 향한다. 절 직전 갈림길. 왼쪽은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도중의 길과 만난다. 우측으로 간다.

미래사 입구.

미래사 경내.


                  미래사에서 용화사로 가는 황홀한 편백숲.

절 주변 편백숲이 울창한 미래사는 이제 반백을 넘은 짧은 연륜이라 전통 사찰 분위기 대신 첫 인상이 깔끔하다. 지난 9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씨가 40년 만에 귀국해 통영을 방문, ‘윤이상 추모제’를 올린 곳도 바로 미래사이다. 절을 나오면 ‘버스정류장 2㎞'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용화사 가는 길이다. 산허리를 타고 송림숲을 따라 편안히 걷는 명상로이다. 초당에서 머물던 다산과 이웃한 백련사 혜장 스님이 오가며 교분을 나누던 길이 얼핏 연상된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 이곳은 주변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용화사 경내.
용화사에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의 석상이 서 있다. 


20여 분 뒤 산중 너른 터인 띠밭등을 지나 10분쯤 더 걸으면 효봉 스님 석상이 있는 용화사에 닿고, 다시 5분 뒤 용화사 광장에 도착한다.

# 떠나기전에 - 용화사 미래사,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 깊어

 미륵산 용화사와 미래사는 우리나라 선종의 거봉인 효봉스님과 인연이 깊다. 스님은 한국전쟁 때 용화사로 피난와 산내 암자인 관음사와 도솔암에서 공부를 했으며, 이후 스님의 상좌인 구산스님이 1954년 인근에 미래사를 창건해 다시 이곳으로 옮겨 주석했다. 구산 미산 보성 법흥 종욱 스님 등이 그의 제자들이며 이곳에서 주지를 역임했다. 한편 현재 용화사 한 켠에 위치한 석상은 효봉스님의 것이다.

일명 용화산이라 불리는 미륵산 정상석에는 '미륵봉 461m'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2006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458m라 표기돼 있다. 참고하시길.

용화사 가는 길 오른쪽 골목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코발트 빛의 화가' 전혁림 미술관이 숨어 있다. 간판이 아주 작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아흔을 넘긴 전 화백이 30여 년간 생활하던 집을 헐고 3년 전 새로운 창조공간을 열었다. 3층짜리 건물 두 동으로 한 동은 살림집, 다른 한 동은 전시 및 작업실이다. 외벽은 전 화백 특유의 작품이 찍힌 1만5000여 개의 타일로 처리돼 눈길을 끈다. 회화 및 도자기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층에선 차도 마실 수 있다.


전혁림 미술관.

맛집 하나 소개한다.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 흔히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다. 미륵도에서 충무교 대신 통영대교를 지나 좌회전, 경상대 해양과학대 앞에서 다시 좌회전해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통영대교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가게 바로 앞이 전국 장어 물량의 70%가 들어오는 당동 장어집하장이라 전국에서 가장 신선한 장어맛을 자랑한다. 장어 특유의 느끼한 맛이 없고 아주 담백하다. 1인분 8000원. 장어탕 6000원.

# 교통편
- 용화사 광장 출발 막차 밤 9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50분 걸린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20, 21번 시내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용화사 광장에 내린다. 용화사 광장에서 터미널행 시내버스는 밤 9시까지 있다. 통영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고,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IC~마산 통영 미륵도 관광특구~관문사거리에서 통영 미륵도 방향 좌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우회전~미륵도 충렬사 방향 좌회전~충렬사 지나~충무교 건너~미륵산 용화사 우회전~용화사 광장 순. 국도는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 TG~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고성~거제 통영~관문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위와 같음.






상주해수욕장 바캉스 겸하면 이색 산행 제격

8부 능선 주변 기암·암봉, 수석 전시장 방불
상사바위선 한려수도, 하산길엔 보리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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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에서 바라본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 산행 들머리인 금산주차장에서 상주해수욕장까지는 정확히 2㎞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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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인 금산주차장에서 올려다본 금산의 주능선. 가운데 가장 높은 암봉이 상사바위이다.

 ※산행 순서를 시간대별로 편집. 기사는 그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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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주능선까지의 등로는 끊임없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왼쪽은 오르막의 끝. 쌍홍문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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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에 오르기 전 왼쪽의 사선대(四仙臺).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네 신선이 모여 놀았다는 뾰족 암봉이다. 자세히 보면 네 조각의 기암이 하나의 암봉을 이루고 있다. 우측은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 금산의 첫 관문인 쌍홍문을 지키는 장군이라 하여 일명 수문장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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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굴. 흡사 해골 형상이지만 그래도 이름은 고상하게 지어야 하는 법. 무지개 형상의 홍예문이 두 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외에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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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 안쪽에서 본 한려해상 국립공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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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홍문 안쪽에서 본 다른 풍광(왼쪽). 우측은 쌍홍문 입구의 작은 구멍에 돈이나 동전을 던지고 즐겨워하는 관광객들. 돈이나 동전이 구멍에 들어가면 소원성취한다는 설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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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의상대사 등 고승대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하트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는 좌선대. 실제로 확인 가능하다. 그 뒤로 펼쳐지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의 섬들의 풍광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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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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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봉에서 바라본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과 상사바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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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본 남해안 최대 규모인 상주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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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금산 보리암(왼쪽). 앉은 터가 절묘하다. 우측은 금산 내 위치한 금산산장과 산장 우측 뒤 돼지바위(일명 저두암). 멀리서 보면 짝짓기를 하는 형상이다. 그 우측엔 코의 윤곽이 뚜렷한 코끼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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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부터 봉수대였던 정상.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조망이 넓고 아름다워 망대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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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대를 내려오면 정면에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란 글이 음각된 버선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문장암이다. 조선시대 대학자 주세붕의 솜씨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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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최고의 전망대인 상사바위에서 내려다본 상주해수욕장. 상사바위는 주인마님과 머슴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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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보문암,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성지로 알려진 금산 보리암 내 해수관음상. 뒤로 보이는 암봉은 대장봉이다.



"여름철이라 계곡에만 집착하지 말고 산행 후 아주 손쉽게 해수욕도 겸할 수 있는 산은 어디 없나요. 뒤풀이로 백사장에서 젊음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그런 산행지 말이에요. 가끔씩은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젊은 독자의 애정어린 전화였다. 물론 듣는 순간 적당한 산이 떠올랐다. 바로 남해 금산이다. 기실 금산은 평소대로라면 '근교산 시리즈'에 싣기에는 약간은 머뭇거려지는 산이다. '금산 38경'이라 불리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이 8부 능선부터 절경을 이루고 있고 한려수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망을 지닌 훌륭한 산이긴 하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오름길과 그 길을 다시 내려와야 하는 지형적 취약성 때문에 산행이라는 측면에서 정통 산꾼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2% 부족하다. 올 여름엔 상황이 좀 달라졌다. 튀는 독자의 전화로 이른바 '바다와 함께 하는 산'이라는 테마로 당당하게 거듭난 것이다.


사실 금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지대로 산 자체가 도 기념물로 지정된 귀하신 몸이다.

해발은 701m. 위압감을 느낄 수 없는 고만고만한 높이지만 해발 제로에서 시작되는 섬의 산이 그렇듯 외형은 훨씬 웅장해 보인다.

원래 이름은 보타산. 그 뒤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찾았을 때 갑자기 서광이 비쳐 보광산이라 불렀다. 금산으로 바꿔 부른 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장군이다. 고려말 창업의 뜻을 품고 전국 명산을 찾아 다니며 백일기도를 드리던 그는 금산에서 산신의 영험을 받았다. 그때 이성계는 자신이 왕이 되면 온 산을 비단으로 감싸주겠다고 맹세했다. 이후 왕이 된 그는 현실적으로 비단으로 온 산을 덮을 수 없음을 알고는 고민 끝에 산 이름에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錦山)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전설이지만 적어도 오래전부터 금산 일대가 기도 효험이 있는 기도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금산은 강화 보문암,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국내 4대 관음성지로 알려진 보리암을 품고 있다.

산행은 상주면 금산 매표소~샘터~쌍홍문~일월봉~금산산장~좌선대~상사바위~헬기장~단군성전~문장암~정상(망대·봉수대·701m)~보리암 보광전~해수관음상~쌍홍문~금산 매표소 순.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금산 38경'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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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아주 간단하다. 매표소부터 쌍홍문까지는 줄곧 외길 오르막 돌길 내지 돌계단길이다. 쌍홍문은 대략 8부 능선. 55분 남짓 걸린다. 다행히 숲이 울창해 땡볕은 피할 수 있다. 여기서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산재한 기암괴석과 한려수도의 그림 같은 조망을 감상한 후 보리암을 지나 다시 쌍홍문을 거쳐 왔던 길로 하산한다.

매표소에서 8, 9분 뒤 수정같이 맑고 시원한 지계곡을 한 번 건너고, 정상까지 딱 절반인 1.15㎞ 지점에 샘터와 화장실이 있다. 샘터를 지나면서 쌍홍문까지 산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15분 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거대한 자연조각품인 쌍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쌍홍문이다. 흡사 해골 형상이지만 그래도 이름은 고상하게 지어야 하는 법. 무지개 형상의 홍예문이 두 개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외에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이때부터 '금산 38경'의 기암괴석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기암 기행이 시작된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사무소는 접근 가능하거나 등로에서 손쉽게 조망되는 대부분의 기암이나 암봉 앞에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쌍홍문에 오르기 전 왼쪽의 사선대(四仙臺).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던 네 신선이 모여 놀았다는 뾰족 암봉이다. 자세히 보면 네 조각의 기암이 하나의 암봉을 이루고 있다. 이는 약간 위 난간이 세워진 계단 입구에서 보면 더 확실하다. 쌍홍문 입구 왼쪽에는 늘 푸른 덩굴식물인 이끼 낀 송악의 자태가 장관인 장군암이 있다. 금산의 첫 관문인 쌍홍문을 지키는 장군이라 하여 일명 수문장이라고도 한다. 이곳에 서면 비로소 한려수도의 올망조망 모여있는 다도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사바세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일명 해탈문이라 불리는 쌍홍문을 통과한다. 굴 안에서 보는 비단결과 같은 숲과 바다와 하늘이 한 편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곧 갈림길. 왼쪽 단군성전, 오른쪽은 보리암. 어느 곳으로 가도 상관 없으나 산행팀은 단군성전 방향으로 가 보리암을 마지막으로 보고 다시 이곳으로 원점회귀한다.

두 개의 바위가 층암 절벽을 이뤄 가까이서 보면 '날 일(日)' 자, 멀리서 보면 '달 월(月)' 자로 보인다는 일월봉을 지나 왼쪽 제석봉에 들렀다 나온다. 제석봉에 서면 방금 지나온 기암과 주변 형상을 크게 가늠할 수 있다. 왼쪽 보리암과 일월봉, 정면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 우측 뒤로 금산산장이 보인다.

이번엔 좌선대를 찾아 금산산장을 지난다. 산장 뒤로 짝짓기를 하는 형상인 돼지바위(일명 저두암)와 코의 윤곽이 뚜렷한 코끼리바위를 놓치지 말자. 좌선대는 등로 왼쪽에 있다. 원효, 의상대사 등 고승대덕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하트 모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실제로 확인 가능하다.

다시 갈림길. 왼쪽 상사바위로 간다. 침목계단 직전 '추락주의'라 적힌 팻말 앞에 서면 서포 김만중의 유허지인 노도와 앵강만 건너 설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사바위는 금산 최대의 전망대이자 규모나 면적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주인마님과 머슴의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 서면 방금 지나온 좌선대 돼지바위 코끼리바위 제석봉 일월봉 사선대 보리암 금산 정상과 초승달 모양의 상주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군성전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지나면 사거리. 단군 할아버지를 모신 왼쪽의 단군성전을 잠시 둘러본 후 정상으로 오른다. 산죽길을 잠시 지나면 고려때부터 봉수대였던 정상.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조망이 넓고 아름다워 망대라고도 부른다. 오를 땐 못봤지만 망대를 내려오면 정면에 '유홍문 상금산(由虹門 上錦山)'이란 글이 음각된 버선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문장암이다. 조선시대 대학자 주세붕의 솜씨라고 한다. 주변에는 연보라 산수국이 지천이다.


보리암은 정상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7, 8분이면 닿는다. 보광전과 해수관음상, 가락국 허 왕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비보(裨補) 성격의 삼층석탑, 그리고 법당 뒤 층암절벽을 이룬 거대한 암봉인 대장봉을 감상한 후 쌍홍문을 거쳐 매표소로 향한다. 45분이면 주차장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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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면이나 풍광면에서 남해안 최고를 자랑하는 남해 상주해수욕장.

# 떠나기전에

들머리금산주차장서 백사장까지 불과 2㎞
도보로 20분…인근 미조항 갈치무침회 별미

금산매표소에서 상주해수욕장까지는 정확히 2㎞. 차로 달리면 불과 5분이면 닿고 걸어서도 내리막길이라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동해안에 경포대, 부산에 해운대가 있다면 남해안에는 상주해수욕장을 대표 해수욕장으로 꼽는다. 활처럼 굽어진 2㎞ 정도의 해안선과 한없이 보드라운 모래, 그리고 울창한 송림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호수같이 잔잔한 물결과 한참을 나가도 어른 허리춤도 안되는 얕은 수심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영복 대여점과 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해수욕장에서 출발하는 유람선도 있다.

금산 8, 9부 능선쯤 되는 지점에 금산산장이 있다. 좌선대 인근이다. 신라시대 비구니 절터였던 이곳에 7년 전 작고한 고 김월신 할머니가 50여 년 전부터 등산객을 맞았다. 지금은 친손자가 운영하고 있다. 금산은 남해에선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보리암 기도객들도 자주 묵는다. 새벽 산행으로 배가 출출해진 사람들을 위해 산채 정식도 준비한다. 시래기 된장국이 일품이다. 6000원. 전통 쌀막걸리와 파전도 있다. 1박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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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항에 위치한 30년 전통의 공주식당의 별미 멸치회. 많은 식당 중 원조집이다.

상주해수욕장까지 왔다면 이웃한 남해의 어업 전진기지이자 아름다운 어항인 미조항을 찾아 갈치무침회를 맛보자. 30년 전통의 공주식당(055-867-4489)이 유명하다. 갈치회의 원조집이다. 남해수협 뒤편에 위치한 조그만 집이지만 남해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이 유독 이 집만을 고집하는 것은 독특한 맛 때문이다. 2만 원(2인 기준). 갈치구이 갈치조림도 맛있다. 각각 2만 원(〃).

초행길에 '금산 38경'을 모두 찾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요 등로에만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을 뿐 모두를 알려주는 친절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가급적 사전에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떠나면 도움이 될 듯하다.


# 교통편

터미널서 금산 주차장행 버스
승용차 이용땐 진교IC서 빠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해공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 7시10분, 8시, 8시40분, 9시15분, 9시40분에 출발한다. 2시간20분 걸리고 1만100원. 터미널에서 금산 산행 들머리인 금산주차장행 버스는 오전 8시55분부터 50분~1시간 간격으로 있다. 1800원. 요즘과 같은 피서철에는 배차시간이 20~30분으로 준다고 한다.

금산주차장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45분, 4시55분, 5시45분, 6시15분에 있다. 남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5시30분, 6시15분, 7시5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교IC~남해 서포 좌회전~남해 금남~남해 노량 좌회전~남해 19번 국도 좌회전~남해대교~상주 남해~미조 상주~(중간에 만나는 '금산 보리암' 이정표는 복곡저수지 매표소이므로 통과)~상주면~금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근교산&그너머 <444> 통영 사량도 아랫섬 칠현산

한려수도 풍광 벗삼아 암릉따라 오르락내리락
쉼없이 이어지는 일곱개 암봉
윗섬 지리산 그늘에 가렸지만
환상적인 눈요기로 허기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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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윗섬 지리산~불모산~옥녀봉 능선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처럼 위엄있는 암봉이 해발고도 349m에 불과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보면서 암릉을 오르내리는 칠현산은 산행의 색다른 묘미를 안겨준다. 주봉인 칠현봉은 왼쪽에서 세번째.  
 
모처럼 섬산행을 떠나보자. 늘상 오르내리는 육지의 산보다는 한번쯤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색다른 산행의 묘미를 느껴보자는 뜻에서다.

사량도. 뱀이 많아서 혹은 멀리서 보면 뱀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사량도는 우선 이름에서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가봤으면 하는 동경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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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발아래 두고 걷는 이 멋진 암릉, 걷고 싶지 않으세요.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을 본섬으로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사량도는 다도해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가운데 떠 있다.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지만 지도를 펴놓고 찬찬히 살펴보면 통영 사천 고성 남해도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섬의 면적은 국내 여덟번째.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린 근처 다도해 위에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 가운데 맏형이다.

산꾼들은 사량도 하면 우선 지리산을 떠올린다.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으로도 불리는 지리산은 이웃한 불모산 옥녀봉과 함께 설악 공룡 못잖은 그림같은 암릉을 이뤄 뭍산꾼들을 유혹한다. 이는 윗섬의 얘기.

아랫섬에는 칠현산이 있다. 윗섬의 지리산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산꾼들로 북적일때 맞은 편의 칠현산은 그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이등의 서러움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사실 지리산의 전망이나 옥녀봉의 현란한 자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수한 모습의 칠현산은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내려다 보면서 아기자기한 암봉을 오르내린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곱개의 봉우리가 쉴새없이 이어지는 칠현산은 한적해서 되레 호감이 간다. 망망대해의 작은 섬이 육지를 그리워하듯 칠현산에 오르면 적막감마저 들어 누군가가 몹시 그리워진다.

산행은 덕동항~불광사~등산로 입구 팻말~봉화대터(망봉)~칠현봉(349m)~마당바위~용두봉~읍덕초등~읍포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10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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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선착장 덕동에 내리자마자 왼쪽 일주도로를 따라 간다. 정면 우뚝 선 산이 칠현봉이고 등 뒤쪽 암봉인 옥녀봉이 해무 속에 살짝 자태를 드러낸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가 그리 멀지 않아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며 선착장 인근 바다는 바닥이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하다.

10분 뒤 해수지장보살의 우아한 자태가 볼만한 불광사를 지나면 길 우측에 '등산로 입구'라고 적힌 팻말이 서 있다. 들머리다. 선착장에서 18분.

잡풀이 무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산길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이는 통영시에서 사량도를 관광섬으로 개발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정비작업을 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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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칠현산 정상 칠현봉. 우측은 하산 도중 만난 그림같은 풍광. 저멀리 윗섬의 고동산이, 발아래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좁은 소로를 헤치고 10여분 뒤 좁은 안부에 닿는다. 이정표가 잡목에 가려 겨우 눈에 띈다. 칠현봉까지는 1.1㎞.

다시 10여분 뒤. 시야가 넓어지고 조망이 트인다. 첫 전망대다. 저멀리 윗섬의 지리산 불모산 옥녀봉 능선이 한 일자로 뻗어 있고 발아래는 방금 지나온 해안일주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는 통영과 섬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과 조그만 고깃배들이 하얀 포말을 내며 지나가 한동안 시선을 빼앗는다.

잠시 '악!' 소리나는 된비알을 올라서면 소나무가 서 있는 무명봉. 아랫섬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 암릉이 앞으로 가야 될 칠현산 봉우리, 좌측이 대곡산 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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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기다리며 소주 한 잔! 이곳 사람들은 아나고라 불리는 붕장어를 손가락 마디 굵기로 잘라 먹는다. 이렇게 먹어야 더 고소하단다.  우측은 그물을 손질하는 섬 사람들.

좌우 한려수도가 보이는 가운데 능선길을 걷는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이토록 아름다운 능선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40여분. 암릉을 힘겹게 타고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 선착장이 있는 덕동마을이 훤히 보인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6분 뒤 봉화대터. 망봉이다. 조선시대 수군의 망루로 사용됐다는 이곳은 산세는 물론 주변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칠게 쌓은 돌탑만 홀로 서 있을 뿐이다.

이때부터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칠현산 암릉은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성을 쌓은 듯해 산성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다가가 보면 풍화상태 그대로다. 아! 자연의 오묘함이여.

'칠현봉 300m' 이정표를 지나면서 숲과 암릉이 반복된다. 칠현산의 줄자는 고무줄자인지 300m가 아주 멀다. 이정표에서 20분 뒤 상봉인줄 알고 올랐지만 속았다. 대신 확연하게 드러나는 4, 5, 6, 7봉이 한눈에 가늠된다. 지금 서 있는 봉우리가 다섯번째. 그간 헷갈리던 칠현봉의 일곱봉우리가 베일을 벗고 정체를 드러낸다. 그간 손꼽으며 넘었던 적잖은 봉우리가 주변 봉우리임을 확인하면서 약간의 허탈감마저 든다.

마침내 칠현봉(349m). 검은 대리석의 정상석이 누워 있다. 일순간 앞선 봉우리에서 보이지 않던 또 하나의   
  하산 도중 만난 그림같은 풍광. 저멀리 윗섬의 고동산이, 발아래는 윗섬과 아랫섬 사이의 호수같은 바다가 펼쳐진다.
 
봉우리가 모습을 보이자 동행한 산꾼들은 허탈한 듯 아예 봉우리 숫자 체크를 멈춘다.

소나무가 울창한 마지막 봉우리로 향한다. 밧줄을 타고 내려서든 우측으로 에돌아가든 상관없다. 끝봉에서 내려서는 하산길에 조그만 두개의 봉우리가 서 있다. 정말 산행 마지막까지 봉우리가 이어진다. 우측에는 게으른 소 낮잠자듯 기암괴석이 한려해도를 배경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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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사거리. '용두봉 200m'라고 적힌 마지막 이정표가 보인다. 오르막길로 숲을 지나면 왼쪽 무지 너른 전망대를 만난다. 마당바위다. 어림짐작으로 100명은 족히 쉴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다시 숲길. 이제 길이 마구 아래로 쏟아진다. 암봉인 용두봉은 8분 뒤. 발아래로 읍포마을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길은 점차 가팔라져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험하지만 대신 전후좌우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면에 보이는 능선의 형상이 다대포 몰운대의 그것과 흡사하다.

눈길 끄는 볼거리도 있다. 절벽 아래 습한 곳에 바다에서 봐야 할 게가 구멍을 낸 채 살고 있다. 침입자인줄 알고 잽싸게 집으로 들어간다.

마당바위에서 30분 정도쯤이면 바닷가 산기슭에 위치한 읍포초등학교에 닿고 여기서 몇 걸음 더 내려가면 읍포마을에 닿는다.


  
 
#교통편-가오치선착장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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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10분 첫 차를 시작으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 소요. 9100원. 통영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에서 도산면 가오치터미널(055-647-0147)행 버스는 오전 6시20, 8시50, 9시40분에 있다. 870원.

가오치터미널에서 사량도 덕동행 여객선 사량호는 오전 7, 9, 11시에 출발한다. 40분 소요. 3800원(휴가철인 8월15일까지 10% 할증돼 4100원). 덕동에서 가오치터미널행 사량호는 오후 1시50, 3시50분, 6시에 출발한다. 가오치터미널에서 통영행 버스는 오후 4시10, 6시50, 7시40분에 있다. 통영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3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7시40분에 있다. 고성 등을 경유하는 버스는 오후 8시33분까지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IC~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 통영 방향~진동~고성~거제 통영~도산면~(범선 모양)학섬휴게소(주유소) 지나~사량(도선장)~사량도 도선장 방향~가오치터미널 순.


#떠나기전에-산행코스 샘터없어 식수준비 '꼭'

칠현산의 해발고도는 349m. 수치 상으로 낮은 산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실제 올라봐도 제법 만만찮은 산이다.

육지의 산이 보통 해발 수백m 지점에서 출발하는데 반해 섬 지역의 산은 해발고도가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한 예로 해발 802m나 되는 금정산의 경우 범어사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할 때 거의 400~500m 지점에서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칠현산의 높이만큼 산행하게 되는 셈이다.

완성된 칠현산 산행도는 아직 없었다. 통영 가오치선착장에서 나눠주는 사량도 관광안내도나 덕동항에 서 있는 칠현산 등산안내도는 각기 다르다. 특히 망봉의 위치가 그렇다.

사량면사무소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못찾아 결국 칠현산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는 아랫섬 덕동마을 이장 김재권씨의 육성과 국토정보지리원이 만든 5만분의 1 지형도를 통해 정리했음을 밝혀둔다.

사량도 앞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엔 뜻밖에 문어가 들어 있다. 이곳 어민들이 잡은 새끼 문어를 약 2달 정도만 키우면 1㎏ 정도로 자라기 때문이다.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까만 배설물은 바로 염소똥. 들머리에서 산 정상까지 어디서나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방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운좋으면 산행 중 절벽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칠현산에는 샘터가 없다. 등산로 입구의 불광사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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