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피프가 열리는 기간 동안 부산을 찾는 대부분의 영화 마니아들의 숨은 고민은 아마도 '민생고' 해결이 아닐까 싶다. 주 목적인 영화보기는 예매 등으로 해결했을 테고, 잠자리는 주머니 사정에 따라 호텔 모텔 그것도 아니면 유명한 찜질방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를 맛있는 밥집 찾기에 대한 대비없이 만일 무작정 내려왔다면? 큰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별미를 선사하는 아주 맛있는 집에서 식사하는 것은 영화 보는 재미 못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바쁘다고 햄버거나 라면 오뎅 떡볶기만 늘 먹을 순 없지 않은가.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뒷풀이로 술 한 잔 할 수 있는 피프 기간에는 우선 속을 풀 수 있는 해장집을 알아 놓는 것이 필수다. 다행히 이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는 대구탕과 복국을 잘 하는 식당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온천까지 함께 있어 그야말로 '온천 후 속풀기'가 가능하다.

우선 '속시원한 대구탕'.


한국콘도 옆에 위치한 '속시원한 대구탕'은 문을 연 지는 6년에 불과하지만 매년 피프 기간 중 해운대 주변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당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감독 배우들은 대부분 이 집을 다녀갔다.

알고 보니 맛의 비결은 따로 있었다. 흔히 대구탕 하면 대구에다 미나리 콩나물 등 여러 야채를 듬뿍 넣지만 이 집의 대구탕에는 미나리와 콩나물은 전혀 보이지 않고 무와 파만 들어 있었다. 대구 본연의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서란다. 이렇다 보니 전날 과음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 이 집에서 아침에 다시 만난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세이브 존(옛 리베라백화점) 정문 맞은편에 직영점을 한 곳 열었다. 입소문을 타다 보니 손님들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서다. 자리가 없어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됐다.

해운대구청 주변 전통의 복국집도 빼놓을 수 없는 속풀이집이다.


가장 오래된 금수복국은 1970년 문을 열어 2대째 운영 중이다.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20년 단골들도 부지기수다. 은복 밀복 까치복 활복이 있으며 5, 6가지 반찬이 함께 나온다. 맛의 비결은 복어조리 중 독성분을 활용하기 때문에 맛이 진하게 우러나온다고 한다. 복껍질무침이나 수육도 고소하고 맛있다.
 아주 아주 소수이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괜찮다면 복코스 요리도 맛보자. 샐러드 복지리 등 9가지 음식이 나오는데 1인분 가격이 7만 원. 세계 4대 진미에 속한다는 복회는 또 다른 별미다. 1인분에 12~14점 내놓는데 가격은 5만 원. 상당히 비싼 편이긴 하다.

금수복국 맞은편에 위치한 매일복국은 두 번째로 오래된 집. 30년 전통의 이 집의 자랑은 시원한 국물맛.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복국집에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 국뿐 아니라 수육 튀김 샤브샤브 등 다양한 복요리가 특히 일품이다. 인근의 청수복국도 맛 하나는 뒤지지 않는다.

부담없이 가볍게 국밥 한 그릇을 먹으려면 해운대 국밥골목을 찾아가 보시라. 세이브 존 후문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44년 전통의 해운대 할매국밥이 원조집이다.




쇠고기국밥 선지국밥 2500원, 따로 국밥 3000원. 맛도 맛이지만 가격에서 또 한 번 놀란다. 워낙 오래 되다 보니 국밥 한 그릇 500원 하던 시절 즐겨 찾는 단골이 아직도 그 맛을 못 잊어 찾는다. 손님들이 아주 많다. 개인 포장, 특히 단체 포장도 해준다.

국밥골목에서 유난히 외관이 핑크톤으로 눈에 띄는 집이 하나 있다. 바로 쓱싹-돈가스 전문점이다. 실내 또한 핑크빛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췄다.


이 집의 자랑은 땡초 돈가스. 한마디로 누구도 생각 못한 맛의 블루오션이다. 비결은 달콤하면서도 매운 땡초 소스. 피프 메인 상영관이 위치한 '스펀지' 건물에서 걸어서 5분 거리. 30대 초반인 젊은 주인장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시험삼아 한번 개발해 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그만 우리집의 주메뉴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수입고기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전통 한우맛을 보려면 '일품한우'를 찾아보시라. 아쿠아리움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이달 초 전국한우협회가 선정한 한우인증점중 해운대에선 유일하게 지정됐다. 그만큼 최고로 좋은 한우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실내는 고기집 답지 않게 우아하며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여느 식당보다 훨씬 넓어 조용한 가운데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고기는 매실 먹은 한우를 광양에서 직접 공급받고 있다. 점심 특선은 부담없는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5주년이 되는 오는 10월 7일 한우인증점 선정을 기념해 사은행사를 열 예정이다.

1970년대 고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하면 이따금 찾았다는 전통의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은 해운대 갈비집의 원조격으로 2대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양념갈비를 찍어 먹는 소스의 맛은 여타 고기집에선 맛보기 힘들만큼 독특하다. 또 하나의 별미는 고기를 구워먹고 난 뒤 맛볼 수 있는 감자국수. 감자국수를 넣은 후 육수를 붓고 보글보글 끓인 다음 면을 소스에 찍어 먹으면 색다른 맛이 연출된다. 해운대구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아쿠아리움 맞은편 '일품한우' 옆에 위치한 '오륙도숯불갈비'도 가볼 만하다. 이 집은 고기맛뿐만 아니라 커다란 유리 밖으로 펼쳐지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눈으로 고기를 먹는 집으로 유명하다.

이와는 별도로 해운대에는 아주 유명한 밥집도 몇 군데 있다. 해운대 유람선 선착장에 위치해 있는 미포의 새아침맛집이 바로 그곳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는 바로 그 맛이다. 두 사람이 찾을 경우 생선구이 정식을 시키면 김치찌개가 나와 저렴한 가격에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다. 10여 가지나 나오는 밑반찬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아주 깔끔하고 담백하다. 추가로 계란말이를 시키면 한층 더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식당 벽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연예인들의 사인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입소문을 탔다는 증거이다.

부산의 맛인 고갈비(고등어구이)를 잘 하는 집도 있다.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집이다. 해운대에서 가장 맛있으면서 저렴하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서울집은 언제나 손님들로 넘쳐나 혹 찾아가더라도 웬만큼 기다려야 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숭늉부터 시작되는 이 집의 고갈비맛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삭아삭하면서도 고소해 밥 한 공기는 기본으로 넘어간다. 해운대 모텔 골목에 위치해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직원들의 단골 밥집이다. 이곳 직원들은 외부에서 손님이 올 경우 부산의 맛으로 반드시 이 집을 먼저 소개한다고 한다.

해운대구청 앞에 위치한 해운대 원조 청국장도 추천할 만하다. 특유의 구수하고 눅눅한 냄새가 진동하는 이 집의 청국장맛은 깔끔해 젊은 여성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의 명물 고갈비도 인기메뉴다.

보쌈이 생각난다면 해운대구청과 세이브 존 사이에 위치한 윤가네 신토불이보쌈을 찾으시라.


보쌈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느냐는 속설을 뒤집는, 전혀 새로운 맛을 자랑한다. 새까만 질그릇에 듬뿍 나온 고기 한 점을 상추 위에 올린 다음 새우젖과 삶은 오징어 씻은 김치 등을 넣은 그 맛이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일품이다. 양념게장과 홍어삼합도 끝내준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해운대구청 '통닭과의 전쟁' 판정승
수거 후 폐기 초강수에 노점상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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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질서유지 요원들이 통닭 판매 노점상을 단속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통닭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피서객이 먹다 버린 닭뼈 때문에 애를 먹었던 해운대해수욕장 임해행정봉사실 측이 올해 '수거 통닭 폐기'라는 초강수로 '통닭 판매 노점상과의 전쟁'을 선포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개장 이후 노점상들로부터 수거한 통닭은 이날 현재 800여 마리에 달한다. 최초 적발된 경우 돌려준 300여 마리를 제외한 500마리가량이 폐기 처분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점상들은 임해행정봉사실을 찾아와 공무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몸싸움까지 벌였다. 한 노점상은 "휴가철이라고 피서지로 여행을 떠나지만 우리는 경기가 좋지 않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해수욕장에서 통닭을 팔고 있는데 폐기처분까지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노점상들은 구청 직원들과 질서유지 요원들의 눈을 피해 가며 마치 첩보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신출귀몰하게 통닭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통닭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이 확실히 줄었다고 임해행정봉사실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근에는 백사장에서 통닭을 판매하다 적발되더라도 빼앗긴 통닭을 돌려달라며 임해행정봉사실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노점상들도 사라지고 있다.

해운대구청 관광시설사업소 장제균 씨는 "생계유지를 위해 노점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상점을 운영하면서도 버젓이 노점행위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한 번 눈감아 줄 경우 질서가 일시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해운대해수욕장 미아 방지용 전자팔지 등장
수온 파고 날씨는 개인휴대단말기 통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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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부산시 직원들이 어린이들에게 미아 방지용 전자팔찌를 끼워주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해운대해수욕장이 이달부터 미아방지 전자팔찌를 제공하고 수온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하는 등 IT강국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산시는 1일부터 해운대해수욕장에 어린이들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전자팔찌 100개를 피서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자식별장치(RFID)가 부착된 전자팔찌를 착용하면 아이가 보호자를 잃어버리더라도 미아의 신원과 보호자의 연락처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전자팔찌를 제공받은 피서객은 귀가 때 임해행정봉사실에 반납해야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성능시험을 거친 결과 100% 위치 추적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피서객의 호응이 좋을 경우 내년에는 전자팔찌 수를 대폭 늘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또 개인휴대단말기(PDA)를 갖고 있는 피서객은 무선 인터넷 시스템에 접속해 해수욕장 주변의 지리정보와 수온, 파고, 날씨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국제신문 8월 2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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