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는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마스터스에 유독 강했다. 통산 109승 중 마스터스에서 5번 우승했다.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84)의 6회에 이어 두 번째다.

 

1996년 데뷔 5개월 만에 3승을 하더니 이듬해인 1997년 마스터스를 21세3개월14일 만의 최연소 나이(종전 23세 4일)로 제패, 그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더 놀라운 건 18언더파라는 역대 최저타수(종전 17언더파) 기록이다. 개최지인 조지아주 오거스타GC는 전장이 아주 긴 데다 ‘유리알’ 그린에 까다로운 아멘코스(11~13번홀)로 악명 높기 때문. 대개 10언더파 이하로 그린재킷 주인공이 결정되는 까닭이다. 프로 입문 8개월 만의 최단 기간 우승, 2위와 역대 최대 타수 차(12타) 우승도 당분간 깨지기 힘든 새 기록이었다.

젊은 우즈의 최대 무기는 장타였다. 50야드 더 나가는 평균 323.1야드의 장쾌한 드라이브 샷은 파5 홀에서만 이글 2개, 버디 10개를 견인했다. 동반자들은 자빠졌고, 갤러리들은 환호했다. 실제 첫날 전 대회 챔피언 닉 팔도는 74타, 2R 폴 어이징어는 73타, 3R의 콜린 몽고메리는 75타, 최종일 콘스탄티노 로카 역시 75타로 무너졌다. 메이저대회 첫 흑인 챔피언이란 점도 의미가 아주 컸다.

우즈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메이저대회를 석권했다. 2000년에는 US오픈, 디 오픈, PGA챔피언십 3개를 내리 차지하더니 이듬해 마스터스마저 우승, 4대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 기록도 세웠다.

2008년 이후에는 잇단 수술과 섹스스캔들 여파로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43세의 나이로 특히 애착이 강한 마스터스에서 역전 우승하며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했다. 당시 언론에선 22세 첫 우승이 기적이라면 43세 우승은 더 큰 기적이라 보도했다.

2021년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우즈는 불굴의 의지로 고통스러운 재활을 이겨내고 지난 주말 막을 내린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결과는 4R 합계 16오버파 304타로 컷 통과자 60명 중 꼴찌였다. 304타는 프로 데뷔 후 써낸 최악의 스코어다. 기자회견에서 ‘언제쯤 명예 시타를 할 것 같으냐’는 조롱 섞인 질문도 받았지만 우즈는 “나의 꿈은 여전히 마스터스 우승”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실현되면 두 개의 기록이 추가된다.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최다 우승 공동 1위, 그리고 최고령 우승이 그것이다. 내년 4월 오거스타에서 그의 우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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