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산줄기 체계 뒤집는 주장 제기, 산경표연구소 박의석 소장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 추가

26년만에 13정맥서 한 단계 진일보

산줄기에 대한 인식 한계 넓혀

발품, 고서탐독 아마 산꾼 성과

 

<사진설명 : 박의석 씨가 부산의 한 등산학교 산경표 강의에서 직접 만든 대동여지도를 가리키며 특강을 하고 있다. 가로 3.5m, 세로 7m로 실제 대동여지도 크기와 비슷한 이 지도는 한지를 구해 우선 4번 정도 발라 빳빳하게 만든 후 전문 지도제작업체인 '고산자의 후예들'에서 구한 첩식 대동여지도를 모자이크 맞추듯 그 위에 붙여 만들었다.>

 

"우리나라 산줄기는 1대간 1정간 13정맥이 아니라 1대간 1정간 14정맥이 맞습니다. 앞으로 산서나 산행 관련 잡지 등의 표기는 모두 이렇게 바꾸어야 합니다."


 부산의 아마추어 산꾼이자 산경표연구소 박의석(57) 소장이 우리나라 산줄기의 체계를 뒤집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해 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아마추어 고지도연구가 고 이우형이 서울 인사동 헌책방에서 '산경표'를 발견한 뒤 6년 만인 1986년 한반도의 산줄기가 1대간 1정간 13정맥이라는 사실을 제기한 후 26년 만에 산줄기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은 의미있는 주장이다. 국내의 산줄기는 1903년 도쿄대 고토 분지로 교수가 한반도 광물 수탈을 목적으로 도입한 지질구조선 개념을 지도에 들여앉힌 산맥체계가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리 전공 교수나 교사들이 고토 분지로의 산맥체계를 관성적으로 '받아 쓰고 베끼기'를 반복해온 반면 두 번의 지리인식 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의한 값진 성과는 공교롭게도 아마추어 산꾼들에 의해 나와 무척 이채롭다.


 25년 지독한 산꾼인 박 소장이 주장하는 하나의 새로운 정맥은 북한 땅 백두대간 두류산에서 해서정맥과 임진북예성남정맥이 만나는 개련산까지의 산줄기. 박 소장은 이를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이라 명명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정맥은 산경표의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은 스스로 물과 고개를 가른다는 지침을 정확히 충족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정맥은 대동강의 지류인 능성강과 임진강의 상류를 가르며 백두대간과 만난다.

 

 

 박 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비슷한 사례는 남한 땅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만나는 주화산에서 백두대간 영취산을 잇는 산줄기를 금남호남정맥이라 부르고,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만나는 칠현산에서 속리산 말티재까지를 한남금북정맥이라 명명한 것이 북한의 사례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산경표의 산줄기를 한반도 지형도에 옮겨놓은 기존의 지도만 꼼꼼하게 살펴봐도 의문점이 들지만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이 북한 땅에 있어 학자들이나 산꾼들이 관심을 덜 가진 탓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 소장이 새 정맥을 주장하는 근거는 또 있다. 한문에 능통한 그는 '동국문헌비고 여지고'와 '산경표'를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동국문헌비고는 조선 영조 때 홍봉한 등 26인이 예(禮) 병(兵) 형(刑) 등 13개 분야(考)를 집대성한 일종의 종합백과사전. 이 중 여암 신경준이 지리분야를 정리한 것이 여지고(輿地考)이다. 여지고가 순차적으로 표기돼 한눈에 보기 힘든 반면, 이 여지고를 산의 위치, 흐름, 갈래 등을 신경준이 다시 계보적으로 편집한 것이 바로 산경표이다. 현재 신경준의 산경표는 아직 발견된 것이 없고, 이우형 등이 손에 쥔 산경표는 일제 때 조선광문회의 육당 최남선이 편수한 영인본이다.


 진실을 향한 박 소장의 발품 노력은 눈물겹다. 박 소장은 문헌을 통해 신경준이 신숙주의 셋째 동생인 신말주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신말주는 당시 신숙주의 반대 편에 몸을 담아 결국 전북 순창을 유배를 떠났다.


 순창문화원를 통해 여암의 묘는 8대 손인 순창고 신장호 교장이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박 소장은 순창을 찾아 신 교장을 만났지만 돌아온 대답은 일제 때 정인보 선생이 여암에 관한 자료를 빌려간 후 함흥차사였던 것. 대신 신 교장으로부터 그의 먼 친적이 산경표를 갖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수소문 끝에 만났지만 그것 또한 자신이 소유한 조선광문회의 산경표 영인본과 같은 것이었다. 얻은 점도 있었다. 산경표가 동국문헌비고 여지고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박 소장은 다시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아 사정 끝에 '동국문헌비고 여지고'를 복사한 후 조선광문회의 산경표와 대조해가며 직접 산을 타며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5, 6년 전엔 본사 근교산 취재팀과도 수차례 함께했다. 10년 간 답사를 병행하며 조선광문회의 산경표와 여지고, 그리고 실제 산줄기를 비교한 결과 무려 270군데나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자료를 모아 박 소장은 육당의 산경표를 재편수한 '산경표'를 2009년 가을에 펴냈고, 최근 동국문헌비고 여지고도 거의 국역을 끝낸 상태이다.


 "사실 해서임진북예성남정맥의 발견은 여암 신경준의 발자취와 국내 산줄기를 발품 팔아 추적하다 부수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입니다."


 박 소장은 "현재 여암 선생의 산경표 필사본이나 영인본은 국내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만일 이게 발견된다면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여담. 만일 여암의 산경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면 마땅히 박 소장에게 우선 인계돼야 한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산과 한자에 동시에 능통하고 열정까지 갖춘 이는 아마 국내에선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대산 정상 직전 산비탈 전체가 온통 연분홍 진달래 천지

발아랜 자줏빛 얼레지 군락, 마산 진동 진해 앞바다 한눈에

대산(大山) 가는 도중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진달래 군락지. 사진 맨 우측 봉우리가 광려산, 가운데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서북산이다.

 수년 전 지율 스님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천성산으로 '얼레지 꽃길 지나 암자 만나기' 행사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얼레지. 이름은 다소 이국적이나 알고 보면 지극히 한국적이다. 4월이면 어김없이 녹색 바탕에 자주색 얼룩무늬 잎이 먼저 카키색 낙엽 위에 누우면 그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빛깔은 연한 자주색으로 아주 곱다.

혹자들은 그 자태를 두고 마치 머리를 올린 초야의 신부가 어색한 분위기에 못이겨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라 한다. 씨앗을 뿌려 싹이 트고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 인고의 세월 그 자체다. 산행팀은 천성산 이후 고성 와룡산 향로봉이 숨은 얼레지 군락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마산 광려산~대산에도 얼레지 군락지가 있다. 천성산 향로봉 군락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햇빛이 듬성듬성 스며드는 낙엽이 수북한 약간의 비탈진 음지에서 산행 내내 잊을만 하면 산꾼들을 재차 반긴다. 

씨앗을 뿌려 꽃이 피기까지 무려 5년이란 인고의 세월을 거치는 얼레지.

 마산 진북면과 내서읍에 걸쳐 있는 광려산~대산은 낙남정맥 종주길에 솟아 있어 일부 종주꾼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대산의 경우 마산사람들조차도 모를 정도로 무명에 가깝다. 순전히 마산의 진산인 무학산의 명성에 가려진 때문이다. 4월의 무학산은 사람으로 미어진다. 산 전체를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군락 때문이다. 무학산은 천주산 비음산과 함께 김해 마산 창원권의 3대 진달래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얼레지 군락지인 광려산~대산 또한 바로 건너편 동북쪽에 위치한 무학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진달래산이다. 여기에 무학산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빼어난 암봉미와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전망조차 똑같이 갖추고 있다. 해발고도 또한 무학산 767m, 광려산 750m, 대산 727m로 거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이쯤 되면 산행팀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무학산만 찾는지. 아마도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일 게다.

해서, 산행팀은 광려산~대산 원점회귀 코스를 개척했다. 진달래 군락과 암봉 그리고 바다 조망에 얼레지 군락까지 갖춘 이곳은 무학산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산행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산행은 마산 진북면 추곡리 외추마을~야성 송씨묘~낙남정맥 주능선~광려산~광산사 갈림길~잇단 얼레지 군락지~진달래 군락지~대산~추곡리 갈림길~철탑~내추마을 갈림길(사거리)~내추마을~외추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외추마을 정류장 너른터에서 직전, 다리를 건너 왼쪽 KT마산지점 추곡분기국사를 지나면 조그만 주차장. 이 주차장 우측 끝이 들머리다. 대숲을 지나면 송림길. 소나무 재선충 피해 탓에 훈증처리를 한 곳이 여럿 보인다.

야성(冶城) 송씨묘를 지나 50m쯤 뒤 갈림길. 좌측으로 간다. 잇단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갈림길. 이번엔 우측 일직선 오름길로 향한다. 보랏빛 각시붓꽃 제비꽃과 노란 양지꽃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양지바른 산 아랜 진달래가 끝물이고 철쭉이 꽃망울을 벌써 터뜨렸다.

리본 하나 없을 만큼 산길은 거칠고 묵었지만 주능선까지 거의 외길이라 별 문제는 없다. 40분쯤 뒤 단 한번 오르막 도중 사거리를 만나지만 무시하고 계속 오르자. 10분 뒤 우측으로 낙남정맥 능선과 대산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25분 뒤 석축이 보일 무렵 등로 좌측으로 철탑이 서 있다. 철탑 우측으로 서북산 봉화산 여항산이, 발 아랜 봉화산줄기가 한티재에서 광려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도 확인된다. 진동 앞바다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 광경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큰 그림으로 다가온다. 15분 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에 오르면 10시 방향 가덕도, 12시 방향 거제도, 1시 방향으로 고성 철마산과 거류산이 각각 확인된다.

여기서 9분이면 낙남정맥 주능선에 닿는다. 우측 소나무 사이로 대산이 손에 잡힌다. 여기서 광려산은 좌측으로 4분이면 올라선다. 정상석에 720m라 표기돼 있지만 이는 정면인 북쪽 삿갓봉의 높이이다. 등고선을 찬찬히 살펴보면 광려산은 750m임을 알 수 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정면 삿갓봉을 기준으로 2시 방향 상투봉(투구봉), 그 사이 함안읍내, 3시 방향 무학산, 삿갓봉 뒤로 의령 자굴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왔던 내려와 대산으로 향한다. 낙남정맥길이다. 7분 뒤 광산사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부터 얼레지 군락지가 시작된다. 집채만한 바위전망대를 지나면 또 다시 얼레지 군락지. 등로 좌우 모두 자줏빛 얼레지다. 등로에도 꽃을 피워 피해가야 할 정도다. 얼레지 외에 까치무릇이라 불리는 하얀 산자고와 현호색 개별꽃도 눈에 띈다. 

정면 대산이 코 앞에 와 있을 즈음 등로 좌우는 온통 진달래 터널이 이어진다. 대산 직전 암봉에 올라서면 능선길 우측 산비탈 전체가 진달래로 덮여 있다. 여기에 산행팀이 방금 지나온 능선과 향후 하산길 그리고 날머리인 발아래 추곡저수지 위쪽의 내추마을과 들머리 외추마을도 한눈에 보인다.

대산 정산은 암봉 바로 뒤. 광려산에서 65분. 시야가 더 넓어져 마산항과 진해만, 진동 앞바다 그리고 진해 창원 김해쪽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동쪽 마산항에 떠 있는 조그만 섬이 해상유원지가 있는 돝섬, 그 우측으로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가덕도와 진해만 그리고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곶출산, 아치형 다리로 일명 콰이강의 다리라 불리는 저도연륙교, 진동 앞바다가 죄다 확인된다. 마산항 뒤로 저 멀리 창원 및 진해 시가지가 확인되고 그 뒤로 정병산 비음산 용지봉 불모산과 진해의 웅산 시루봉 천자봉 장복산 덕주봉도 또렷하게 다가온다.

주능선 직전 전망대에서 본 진동 앞바다. 발아래 추곡저수지 상류가 날머리 내추마을, 그 아래가 들머리 외추마을이다.

하산은 원점회귀를 위해 왔던 길로 10분쯤 내려가 좌측 추곡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참고로 정상석에서 우측으로 가면 대곡산 무학산으로 낙남정맥길이 이어진다.
추곡리 갈림길은 주위를 살피지 않으면 다시 광려산쪽으로 가기 쉬우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산행팀은 노란 리본을 여러 개 달고 뒷면에 '추곡리 하산길'이라고 적어놨다.

솔가리가 푹신푹신한 송림길이다. 18분 뒤 철탑에 이어 버려진 안테나를 지나면 사거리 고개에 닿는다. 우측으로 본격 하산한다. 경사가 급하지만 지그재그형으로 돼 있어 운치가 있다. 마치 오룡산에서 통도사 자장암으로 내려오던 길이 연상된다.
이어지는 산길. 또 한번의 놀랄만한 규모의 얼레지 군락지를 지나 물마른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내추마을 독립가옥과 만난다. 사거리에서 15분. 여기서 외추마을까지는 22분 걸린다. 도로 옆 무덤가엔 할미꽃과 광대나물도 보인다.

# 떠나기전에 - 산자고 제비꽃 현호색 등 야생화도 천지 

 진달래의 경우 산행팀이 찾았을 땐 산 아래에는 절정이었거나 끝물이었고, 고지대인 대산 정상 직전 낙남정맥 주능선 주변에는 30% 정도 만개해 있었다. 아마도 이번 주말 온 산이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 아래선 이른 철쭉도 볼 수 있다.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도 담아올 수 있다. 산자고 제비꽃 양지꽃 현호색 개별꽃 할미꽃 등등.

광려산은 그 산세가 중국의 여산(廬山)을 닮았다고 해서 '려'자를 따오고, 그 여산에 살았다는 은둔자의 대명사인 광유(匡裕) 선인의 이름에서 '광'자를 합쳐 지어졌다고 한다. 여산은 또 '귀거래사'를 지은 도연명이 태어난 곳으로 중국 불교 정토신앙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숯불구이 전문점 동백가든(055-272-0002). 신선한 육질에 칼집을 내 부드러우며, 간 천엽은 서비스로 나온다. 단호박 돈나물 등 밑반찬이 깔끔하다. 야채는 거의 유기농법으로 직접 재배한 것이다. 들머리에서 차로 4, 5분 거리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간판 또한 커 찾기는 아주 쉽다. 바로 인근에는 수궁온천이 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이용땐 편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IC~함안 마산 직진~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고성 통영~동전터널~진동면 안내판~진주 고성~의령 가야 우회전(운전면허시험장)~가야 여항~수궁온천 지나~외추마을 우회전(여기선 이정표가 없다. 이 때문에 '추곡상회' 또는 '상북초등학교' 버스정류장 간판 보고 우회전하면 된다. 정면엔 SK주유소가 보인다)~외추마을 버스정류장 순.

대중교통편은 불편하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마산 합성동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새벽 5시40분부터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300원. 50분 걸린다. 추곡리행 버스는 마산역에서 타야 된다. 터미널을 경유하는 거의 모든 버스는 마산역에 정차한다. 택시는 기본 요금, 걸어서 대략 15분. 마산역에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 8시40분, 11시25분에 있다. 그 중 오전 8시40분 출발 버스만 들머리 외추마을까지 들어가고 나머지 버스는 옛 상북초등(삼진미술관) 정류장에 선다. 여기서 외추마을까진 걸어서 25분 걸린다.

날머리 내추마을에서 마산역행 72번 버스는 오후 3시10에 한 번 있으며, 이 버스를 놓치면 외추마을을 거쳐 옛 상북초등 정류장까지 50분쯤 걸어 마산역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5시50분, 8시30분. 1000원. 합성동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10시3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낙남정맥 한 축
고성의 최고봉, 푹신한 낙엽능선길, 4시간 소요
정상 오르면 당항만·고성읍내 한눈에 조망
 

학남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정상 바닥에는 '학선대(鶴仙臺)'라고 새겨져 있다.

 고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산은 거류산 구절산 철마산. 소위 말하는 고성의 3대 명산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바다와 인접한 동해면과 거류면에 각각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일명 ‘속싯개'로 불리는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그림같은 쪽빛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석같은 능선길이 일품이라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가지산과 함께 경남에서 유이(唯二)한 도립공원인 연화산도 빼놓을 수 없다. 3만여 그루의 홍송과 닥나무, 천년고찰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등 암자들을 품고 있지만 연꽃 모양의 아담한 산세로 등산로가 짧아 같은 도립공원인 가지산에 비해 산꾼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

이번 주 산행지는 무량산. 고성군민들의 진산으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처럼 무량산(無量山·581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멀리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

소가야인의 기상이 깃든 고성의 광활한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 우뚝 선 무량산은 600m가 채 안되는 고성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 그래도 간발의 차이로 가장 높다.

산줄기의 관점에서 보면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 가능하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임도~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정도.


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 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진행 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이내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 역시 봉산마을이다.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 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봉산마을 입구에는 장독을 거꾸로 나란히 세워 장식한 집이 있다. 붕어찜 전문 식당이다. 이 집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양지 바른 곳의 함안 이씨묘와 실개천 그리고 대숲을 잇따라 지난다. 흑염소 방목장 입구에는 행여나 도둑이 들까봐 초병 역할을 하는 개 두 마리가 연신 짖어댄다.

10분 뒤 호화로운 성산 이씨묘 7기를 지나면서 본격 산길이 이어진다. 융단처럼 깔린 편안한 낙엽길은 잠시. 함안 이 씨묘 2기를 지나면서 일순간 산길이 희미해진다. 지금까진 후손들이 산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이라 뚜렷했지만 이후엔 인적이 드물어 길이 사라진 것이다.

고민 끝에 산행팀은 일단 능선에 도달하기 위해 곧바로 치고 오른다. 중간중간에 짐승이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횡단길을 두 번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행 초입에는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히 달아 놓았다. 참고하길.

15분쯤 뒤 마침내 지능선.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편안한 낙엽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달린다. 간혹 오르내림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못 된다.

주능선 상의 한 전망대에 서면 갈천저수지와 들머리 봉산마을이 확인된다.
            
 20분 뒤 등로 우측에 첫 전망대. 방금 지나온 봉산마을과 대숲 갈촌저수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진다. 15분 뒤 정면에 암봉이 보인다. 학남산 상봉(549m)이다. 우회해 올라서면 너른 터에 무덤 1기가 위치해 있다. 암봉엔 볼거리가 있다. 무덤 상석에 적힐 내용이 바위에 음각돼 있고, 정상석 대신 조그만 돌 세 개에 ‘학·남·산'이라고 적혀 있다. 마지막 끄트머리 암봉에는 ‘학선대'라고 새겨져 있다.

학남산 정상.

학남산 정상.



 하산은 무덤을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15분 뒤 헬기장에 닿는다. 곧바로 가로질러 간다. 경주 최씨묘를 지나면서 또다시 산길이 희미해진다. 역시 안내 리본을 촘촘하게 달았다. 15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철탑. 이때부터 편안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5분 뒤 그간 안보이던 타 산행 단체의 안내 리본이 대거 발견된다. 우측으로 90도 크게 꺾어 진행 방향을 잡는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 아주 심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10여 분 뒤 큰재에 닿는다. 도로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다시 임도. 역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무지 심한 된비알이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다.

25분 뒤 무량산 주능선에 선다. 578봉으로 학남산 암봉을 쏙 빼닮았다. 왼쪽으로 구절산 거류산 철마산 벽방산과 당항만 그리고 고성읍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전망대 바위를 또 만난다. 앞서 확인한 바다 쪽의 봉우리에다 북쪽의 어산 혼돈산 시루봉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기슭의 절은 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천비룡사다.
             무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양화리 일대. 양화저수지와 대가저
                수지가 보인다.


이어지는 능선길. 정맥 종주자들이 많이 다녀 산길은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35분. 무량산 갈림길을 만난다. 안내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은 종생재(화리치)를 거쳐 낙남정맥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곡산 방향, 산행팀은 오른쪽 무량산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딱 4분 걸린다. 사방이 수목에 가려 조망은 좋지 못하지만 정상석 하나는 일품이다. 뒷면엔 무량산이 고성의 진산임을 밝혀두기 위해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음각돼 있다.
                  무량산 정상.

하산은 정상석 우측 뒤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6분 뒤 임도. 곧바로 임도를 건너 산으로 향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상당히 묵은 산길이라 산행팀은 손수 길을 내면서 내려선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제법 돼 생각보다 체력소모는 덜 하다.

주변이 생기처인듯 이름 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의외로 운치가 있다. 늦가을 이곳에 온다면 분위기가 무주 적상산 숲을 연상시킬 듯하다. 너덜과 철탑을 잇따라 지나 임도를 따라 가면 도로와 만난다. 무량산 정상에서 1시간. 여기서 갈천저수지를 따라 10분쯤 더 걸으면 들머리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갈천서원·장전마을 독수리 서식지 가볼 만

고성 학남산과 무량산은 고성의 3대 산인 거류 구절 벽방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진 고향의 뒷산같은 수더분한 산이다. 주위의 낮은 산과 더불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다. 산세 상으로 낙남정맥길이 어깨를 통과하고 있다.

학남산 자락에는 갈천서원이 있다. 고려 공민왕때 회화면에 있던 금봉서원을 조선 숙종(1712년) 때 갈천에 중수하여 문정공 행촌 이암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문화재 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전마을의 독수리 서식지. 산행 중 날개를 활짝 펼쳐든 독수리를 자주 봤다면 장전마을의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독수리임을 미리 생각하자.

한겨울 봄소식을 먼저 전해줄 것 같은 남쪽의 산을 이번주에 한번쯤 찾아보자. 산행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이라 적극 추천한다.

# 교통편 - 들머리 봉산마을까지 승용차가 편리

대중교통편은 예상보다 아주 불편하다. 고성터미널에서 연계되는 종생행 버스가 낮 12시30분에 한번 있는데다, 하산 후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오후 6시30분에 한번 있다. 이마저도 운행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마산 방향~서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진동~14번 국도~당항포 관광지 지나~연화산 도립공원 방향 우회전~월촌 곤기 두호 방면 우회전~월촌 방향 직진~대가면 월촌마을 2㎞ 우회전~금곡 영현 1009번 지방도 우회전~갈천삼거리 좌회전~갈천 서원~갈촌저수지 뚝길 건너 좌회전 후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귀가길은 봉산마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 사천 문산 1009 지방도 직진~금곡 1009번 지방도~(오서삼거리에서)사천 문산 직진~금산 문산 1009 지방도 우회전~남해고속도로 문산IC 순으로 가길 권한다.



낙남정맥 김해쪽 관문역할 핵심 분기점
장유폭포 대청계곡 말발굽 모양 휘감아
3시간 남짓 걸으면 돼 가족산행지 적격
산행중 고릴라얼굴 빼닮은 용바위 눈길 

솔향 그윽한 바윗길.
시야가 트이는 바위 위에 올라선다.
근육질의 기암절벽인 용지암에 서면 진해와 창원의 경계인 장복산과 발아래 상점령, 그리고 창원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름은 용바위지만 고릴라 얼굴을 닮았다.

 김해 용지봉(742m) 하면 산꾼들은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머리속에 떠올릴 게다.

우선 대간과 정맥을 타는 산꾼들은 낙남정맥의 핵심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독수리바위를 품은 정병산과 진달래산으로 유명한 비음산을 거쳐 김해지역으로 넘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용지봉이다. 
  
 야생화를 전문으로 찍으러 다니는 산꾼들에게 용지봉은 여름 야생화의 천국이다. 확 트인 산사면과 꽤 넓은 정상 주변에는 20여 종의 다양한 야생화가 자태를 뽐낸다. 계요등 까마중 자주꿩의다리 고추나물 오이풀 닭의장풀 쥐손이풀 며느리밥풀꽃 백리향 패랭이 마타리 금불초 등이 주로 눈에 띄는 대표적 야생화들이다. 한여름 계곡산행지로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로 올라가든지 장유폭포로 내려오는 하산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가야 문화와 남방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학도에게도 용지봉은 놓쳐선 안 될 필수 코스이다. 말발굽 모양의 용지봉 기슭에 둥지를 튼 장유사는 가락국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산행팀은 올해 첫 산행지로 용지봉을 택했다. 김해 장유면과 창원 진례면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부산서 가까운 데다 산행 시간도 3시간대로 길지 않아 연초 몸풀기 산행으로 제격이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일부 구간에는 근육질의 암릉도 있다. 일명 용지암이라 불리는 암릉구간에 접어들면 확 트인 조망과 함께 제법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산행은 장유면 대청리 대청계곡 산불감시초소(주차장·용지봉 등산안내도)~윗상점 갈림길~장유사 갈림길~용지암~장유사 갈림길~용바위 갈림길~돌무지언덕~장유사 삼거리~용지봉 정상~육각정자~사거리 안부(용신재)~능동소류지 갈림길~임도~능동소류지 갈림길~용지봉 등산안내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길찾기에도 큰 무리가 없기에 가족산행지로도 가능하다.

 

대청계곡 주차장 정면에는 대형 용지봉 등산안내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옛 매표소인 산불감시초소가 위치해 있다. 여기서 등산로는 둘. 산불감시초소 우측 나무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이 하나요, 등산안내도 좌측 폭포휴게소 뒤로 열려 있는 산길이 또하나다. 두 등산로 입구와의 거리는 불과 30m 정도.

산행팀은 들머리로 후자를 택했다. 처음부터 30분 정도 끊임없는 계단길인 전자와 달리 쉬엄쉬엄 올라가는 후자가 산행하기 수월할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등산안내판 좌측 폭포교를 건너면 정면에 폭포휴게소. 다리 옆에 '장유사 4㎞, 용지봉 4.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이 이정표는 정면 포장로를 따라갈 경우에 해당되는 것.

폭포휴게소 좌측 공터에서 우측으로 크게 돌아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계단이 끝나면 부드러운 송림길이 이어진다. 솔향 그윽한 산길은 오르막과 평길이 반복돼 산행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20여 분 뒤 벤치가 둘 있는 첫 쉼터. 좌측으로 군부대가 위치한 불모산이 보인다. 7분 뒤 벤치가 둘 있는 두 번째 쉼터이자 첫 갈림길. 왼쪽은 윗상점 방향, 무시하고 직진한다. 산길 우측 나목 사이로 장유계곡을 중심으로 말발굽 모양을 한 용지봉의 전체 산세가 확인된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15분 뒤 그간 안 보이던 크고 작은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바위 위로 앙증맞은 공덕탑도 눈에 띈다. 몇 걸음 더 오르면 아예 바윗길로 변해버린다. 잠시 제일 높은 경사진 바위 꼭대기에 올라선다. 좌측으로 불모산 군부대로 가는 꼬불꼬불한 임도와 불모산과 용지봉을 이어주는 상점령이, 우측 저 멀리로는 향후 오를 능선과 그 낙남정맥 산줄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한 굽이 오르면 시야가 더 넓어져 창원 쪽 신정산 대암산이, 그 뒤 진해 쪽으로 장복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119 구조대 표지목이 서 있다.

곧 장유사(0.6㎞)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기다린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암자.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사리탑이 세워져 있다. 시간이 날 경우 잠시 다녀오도록 하자. 
  
이어지는 바윗길의 연속. 좌측으로 근육질의 깎아지른 암릉이 벼랑을 이루고 있다. 암릉 길이는 대략 100m, 최고 높이는 50m 정도. 등산안내도에 용지암이라 적힌 곳이 바로 이곳인 듯하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광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좌측으론 불모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우측으론 장유사와 팔각정이 보이는 용지봉 정상 그리고 그 뒤로 낙남정맥 능선이 헌걸차게 뻗어 있다. 발아랜 차량들이 창원터널로 쏙쏙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당분간 암릉길이 잠잠해진다. 8분 뒤 용바위 갈림길. 안내판이 있어 놓치진 않는다. 첫 인상은 고릴라. 왜 용바위인지 자뭇 궁금하다. 세게 밀어보니 약간의 미동이 있다. 차라리 흔들바위라고 명명했으면 그 명성이 오래 그리고 널리 퍼졌을 텐데. 아쉽다.

산행 도중 바라본 장유사.
장유사에서 본 용지봉.
장유화상 사리탑.
장유화상.

용바위 좌측 소로를 따라 10m쯤 가면 벼랑 끝에 신기하게도 '제단'이라 적힌 대리석 판이 있다. 발아랜 장유사. 모처럼 스피커 소리가 아닌 진짜 목탁소리가 들린다.

마른 억새가 사각사각 노래하는 너른터에 올라선다. 일명 '돌무지언덕'이란 이름을 지닌 곳이다. 정면으로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우측부터)이 낙타등처럼 솟아 있다.

용지봉 정상.

정상 바로 아래 육각정자.

 이제 능선길이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휘면서 내려선다. 곧 장유사 삼거리. 불과 0.4㎞ 떨어져 있다. 앞선 장유사 갈림길에서보다 더 가깝다. 이어지는 오름길. 봄이었으면 진달래가 만개했을 터널길을 상상하며 몇 걸음 더 오르면 정자가 보이고, 어느새 평상을 지나 용지봉 정상에 닿는다. 뜻밖에도 '용지봉'이 아니라 '룡제봉'이라 적힌 정상석과 용제봉의 유래를 설명한 비석 그리고 상세하게 적힌 이정표가 나란히 서 있다. 넉넉한 터인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북으로 드넓은 진례 벌판과 이를 가르는 남해고속도로가, 서북쪽으론 낙남정맥인 신정산 대암산 비음산 뒤로 독수리바위로 유명한 정병산(봉림산), 남으론 올라오면서 계속 봐 온 불모산과 화산 장복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전경부대 방향인 정자 좌측 침목계단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이다. 10분 뒤 우측 발아래로 장유계곡이 보이며 이번 코스가 말발굽 형태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절반쯤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달려도 될 만큼 산길이 아주 편안하다. 정상에서 30분이면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예부터 장유면 장유계곡과 산너머 진례 벌판을 오가는 고갯길로 일명 용신재로 불리는 지점이다. 이정표 상의 직진 방향인 전경부대 능동약수터 쪽 대신 우측 장유폭포 갑오마을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150m 뒤 갈림길. 대청계곡 방향 대신 좌측 능동소류지 방향으로 따라 간다. 1시 방향으로 보이는 봉우리의 산허리를 따라 돌면 10분 뒤 임도. 좌측은 낙남정맥길, 우측은 장유폭포 장유암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낙엽 수북한 산허리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능동소류지 갈림길로 평상과 벤치 운동기구가 있는 너른터다.

직진한다. 오름길이지만 봉우리를 우회해 그리 힘들지 않다. 갈림길도 한 번 만난다. 이땐 우측 대청계곡 방향으로 내려선다. 사실상 산행 막바지. 벤치가 놓인 쉼터를 지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급내리막 침목계단과 조림한 듯한 잣나무 및 향나무숲 터널 그리고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정확히 용지봉 등산안내도 앞 주차장에 닿는다. 능동소류지 갈림길에서 33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산명은 용 발자국 전설 담긴 '용제봉'의 변이   
 
혹자는 용지봉 정상에 서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정상석에 '룡제봉(龍蹄峯·사진)'이라 적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 '용제봉 유래'라 적힌 비석에 그 답이 적혀 있다. 잠시 살펴보면 이렇다. 조선시대부터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내는 봉우리라 하여 용제봉(龍祭峯), 산아래 진례면 신안리 무송마을의 용소에서 용이 승천하면서 잠깐 쉬었다 간 발자국이 바위에 남아 있다 하여 용제봉(龍蹄峯)이라 불리게 됐다고 적혀 있다. 용지봉이란 이름은 용제봉의 발음이 자연스럽게 변이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장유면 대청리 용지봉 중턱에 위치한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원암, 무척산의 모원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락국의 전설이 서린 곳. 특히 이곳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의 전설이 서려 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소실돼 방치돼 오다 1990년대 완공, 가락불교의 가람으로 거듭났다. 김해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경남 문화재자료 제31호인 장유화상 사리탑이 위치해 있다. 가락국 제8대 질지왕이 세웠다고 전해지나 제작기법은 고려말이나 조선초의 수법으로 보인다. 탑이 세워진 지 1400여년 동안 수차례의 방화로 전각은 소실됐으나 이 사리탑만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장유IC 나가 대청계곡 방향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장유행 시외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부터 15~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700원. 장유농협 앞에서 들머리 대청계곡 입구 '대청계곡' 정류장행 버스는 26번이 있다. 배차시간은 12~15분. 1000원.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30분 걸린다. 대청계곡 정류장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여기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서부터미널행 버스를 타면 된다. 10~15분마다 출발한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055-329-3311)를 이용하면 된다. 6000원 안팎. 승용차로는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북부산TG~(냉정분기점서)서부산 창원터널 장유 방향~장유IC~수가 무계 우회전~수가 율하 우회전~수가 율하~(삼거리에서) 우회전~장유사 장유폭포 창원 좌회전~장유 대청계곡 좌회전~장유암 4.5㎞ 우회전~주차장 순.

백두산~백두대간~지리 영신봉 거쳐 김해까지
김해 백두산 최근 낙남정맥 종착지로 급부상 

지역 산꾼 이재수, 최근 산서 등에서 주장
아직 설에 불과, 여론 조성되면 바꿔야 할 듯

 이재수.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 산행기 코너에 자주 접속한 산꾼이라면 '아! 그 사람' 하고 기억을 할 것이다. 그는 지난 2003년 개설된 근교산 홈페이지 산행기 코너를 주도했다. 취재팀이 연재한 산행지를 주말에 다녀온 뒤 어떤 점이 미비하고 잘못됐는 지를 냉철하게 비판해 취재팀의 관행적 나태함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등 차츰 뭇 산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팬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그는 낙남정맥에 이어 지난해 여름 백두대간 종주를 끝낸 뒤 예의 국제신문 산행기 란에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백두산에서 끝난다'라는 200자 원고지 50여 장 분량의 장문을 올렸다. 이 글은 아마추어 산꾼이 쓴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데다 필자의 주장까지 담겨 있어 기자를 비롯한 지역 산꾼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뜬금없이 그를 떠올린 것은 그가 낙남정맥의 종착지라고 주장한 김해 백두산을 산행팀이 이번 주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가 올린 글에서 낙남정맥의 종착지는 지금까지 정설로 내려오는 김해 동신어산이 아니라 이웃한 백두산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뻗어내려온 백두대간이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남정맥으로 갈아탄 후 김해 백두산에서 그 산줄기가 끝난다는 것. 물론 중간에 개발에 의한 산줄기가 많이 훼손됐겠지만 원론적으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출발하면 산을 한번도 내려오지 않고 능선만을 타고 김해 백두산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동신어산이 낙남정맥의 종착지로 알려져 온 이유는 강에서 산줄기가 끝나면 대간이고 정맥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 이 씨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산줄기의 흐름과 위치 등을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놓은 조선시대 지리서인 산경표에 따르면 모든 산줄기의 맥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하구에서 끝이 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이런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

 이 씨에 따르면 원래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으로 갈리는 지금의 낙동강 물줄기는 일제강점기 때 대규모 토목공사에 의해 형성된 것. 당시 낙동강 하구는 현재 낙동강과 서낙동강이 나뉘는 대동수문 근처이며, 그 하류는 홍수가 날 때마다 물길이 바뀌는 대규모 뻘이었다. 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보면 김해 백두산 아래 지금의 대동수문 인근이 바다로 표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낙남정맥의 끝은 백두산이 분명하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김해 백두산 정상에 서면 부산의 진산 금정산과 태백에서 1300리를 쉼없이 내려온 낙동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번주 소개하는 코스는 김해 까치산~장척산~백두산. 시종일관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금정산 백양산 등 부산의 거의 모든 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은 김해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 버스정류장~까치산(342m)~낙남정맥 갈림길~임도~장척산·백두산 갈림길~장척산(531m)~매리(소감마을) 갈림길(481봉)~사거리 안부~동신어산 갈림길~벤치~352봉(삼각점)~원명사 갈림길~백두산(354m)~공동묘지~대형 축사(대동면 초정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 시종일관 오르락내리락하지만 해발고도가 높지 않아 그리 힘은 들지 않으며 길찾기 또한 어렵지 않다.


 까치산은 오래 전 산행팀이 들머리로 개척한 성고개를 기점으로 현재 산행이 많이 이뤄지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들머리로 출발했다. 예안리 장시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50m쯤 시례마을 방향으로 가면 왼쪽에 '까치산 1.8㎞'라 적힌 이정표와 함께 들머리가 열려 있다. 공동묘지를 지나면서 줄곧 오르막길. 10분 뒤 묘지 앞. 우측 손에 닿을 듯한 봉우리가 백두산이다. 10여 분 뒤 안내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왼쪽 성고개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산행 중 내려다본 김해평야와 서낙동강. 이곳에 서면 김해평야가 델타 즉 삼각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산행 중 보이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 김해 쪽에서 보면 뾰족하게 보이는 고당봉을 두고 김해사람들은 붓을 빼닮았다고 해 문필봉이라 부른단다.   
첫 기착지인 까치산.
산행 곳곳에는 전망대가 있어 쉬어갈 수 있다.

한 굽이 오르면 시계가 넓어져 금정 백양 엄광 구덕 승학산과 낙동강 건너 봉화 보배, 그 뒤로 가덕도 연대봉 팔판산 화산 장유봉이, 정면으로 까치산이, 우측으로 금정산 고당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뾰족한 고당봉은 붓을 빼닮아 왜 김해 쪽에서 문필봉으로 부르는지 알 수 있다.   
 
까치산까지는 크게 내려섰다 올라선다. 10분 뒤 전망바위에 선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김해평야가 낙동강에 의해 형성된 삼각주인 사실이 한눈에 확인된다. 까치산 정상은 전망바위에서 8분 뒤. 금정산 좌측 뒤 천성산이 흰눈을 이고 위엄있게 서 있다.

하산은 직진하며 내려선다. 금정산과 나란히 북으로 내달린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크고 작은 봉우리. 그야말로 산 너머 산이다. 10시 방향 나목 사이로 신어산 동봉이 보인다. 이렇게 1시간. 등로 좌측으로 도로가 보인다. 생명고개로 이어지는 길이다. 15분 뒤 일순간 안 보이던 안내리본이 치렁치렁 걸려 있다. 낙남정맥 갈림길로 왼쪽은 생명고개 신어산 돛대산, 오른쪽은 장척산 동신어산 백두산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3분 뒤 임도. 길 건너 바로 백두산 방향으로 올라선다.

          장척산 정상은 메인 등산로에서 15m쯤 떨어져 있다.

 때묻지 않은 낙엽길을 한동안 오르내린다. 20여 분 뒤 장척산 갈림길.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15m 올라서면 대동면과 상동면의 경계인 장척산 정상이다. 벤치가 둘 있고, 정상석 대신 이정표엔 '장척산'이라 적혀 있다. 직진하면 상동면 대감리로 2007년 10월말 준공된 롯데자이언츠 상동전용구장과 만난다. 이제 백두산(5.8㎞) 방향으로 향한다. 진달래터널을 통과하면 정면으로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15분 뒤 갈림길. 이정표엔 두 방향 모두 '백두산'이라 적혀있다. 좌측은 앞서 본 두 개의 봉우리를 거쳐가는 낙남정맥의 정규코스이고, 우측은 두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좌측으로 오른다. 쓰러진 나무와 그간 안 보이던 농짝만한 바위를 잇따라 지나면 멋진 전망대. 까치산과 돛대산 그리고 저수지 뒤로 저멀리 백두산을 확인한 뒤 발걸음을 떼면 이내 소나무 아래 안내리본이 많이 보인다. 좌측 매리(소감마을) 하산길 대신 우측으로 내려선다. 9분 뒤 안부 사거리. 왼쪽 동신어산 우회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10분 뒤 동신어산 갈림길(475봉)로 문제의 낙남정맥의 종착지가 결정되는 의미있는 지점이다. 왼쪽 동신어산, 직진하면 백두산. 이정표를 등지고 서면 10시 방향의 쌍봉 중 왼쪽이 동신어산, 그 우측 뒤 물금 오봉산, 그 왼쪽 선암산 토곡산이 보인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20m 뒤 벤치. 좌측으로 낙동강과 내달리는 금정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20분 뒤 안부갈림길. 좌측 대감리 감내마을 방향 대신 직진한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봉우리의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삼각점을 지나 13분 뒤 갈림길. 좌측 멋진 전망대에서 잠시 쉬고 다시 송림길을 내달린다. 능선길이 차츰 우측으로 휘어진다.

백두산 가는 도중. 
이제 우측으로 보이는 백두산을 향한다.

백두산을 가리키는 이정표.

백두산 정상.


17분 뒤 만나는 월성 이씨묘에선 백두산이 손에 잡히지만 꽤 높아 보인다. 곧 원명사 갈림길. 여기서 백두산까진 12분이면 올라선다. 산불초소가 있는 백두산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양산 다방동에서 백양산까지 이어지는 금정산 대종주능선이 낙동강과 나란히 내달리고, 동쪽으론 까치산(그 뒤 돛대산)에서 시계방향으로 돈 산행팀의 궤적이 한눈에 펼쳐진다. 강 본류와 서낙동강으로 갈리는 대동수문도 보인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하산은 초소 뒤쪽으로 내려선다. 6분 뒤 갈림길. 뚜렷한 직진길 대신 들머리에 최대한 근접하기 위해 고사목이 보이는 우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과거 산불 흔적이 역력하다. 이장한 묘 좌측으로 내려서면 다시 묘지를 만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대숲을 지난다. 8분 뒤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가면 공동묘지. 여기서 묘지 사이 뚜렷한 길로 내려서면 파란 지붕의 초정리 대형 축사와 만난다.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가면 도로 확포장 사무실. 왼쪽으로 꺾으면 예안리 고분군 앞 도로를 만나고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들머리 예안리 장시마을 정류장에 닿는다. 축사에서 1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낙동강 칠백리' 대나무 통구이 일품
    
산경표 백두대간 편의 낙남정맥은 분산(지금의 분성산)에서 끝을 맺는다고 돼 있다. 김해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아래의 김해시 구산동 일대는 거리상으로 낙동강과 꽤 떨어져 있다. 이곳은 금관가야 도읍지로 인근에는 해반천을 중심으로 왕릉과 고분군이 산재해 있어 산경표의 주 뼈대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200여 년간 제자리를 못 찾고 방황하던 낙남정맥이 1980년대 후반이 돼서야 비로소 산꾼들이 산줄기를 잇고 이어 낙남정맥을 연결하는 종주가 시도돼 지금에 이르런 것이다.

아마추어 산꾼 이재수가 주장한 '낙남정맥의 종착지는 김해 백두산이다'라는 대명제는 아직 악계(岳界)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하나의 설이다. 하지만 최근 발행된 '태백산맥은 없다'(조석필 지음) 등의 산서에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돼 차츰 힘을 얻고 있다.

또 한 가지. 일각에선 낙남정맥의 끝이 부산 강서구 봉화산이라는 주장도 들린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김해 용지봉에서 불모산 보배산을 거쳐 봉화산 산줄기가 서낙동강 하구 녹산수문에서 끝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도권 산꾼들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1900년대 초반까지 서낙동강의 하구인 녹산이 바다라는 사실을 간과한 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낙동강 칠백리'(051-972-0702). 들머리로 가는 도중 큰 간판이 보여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돼지 오리 대나무 통구이(사진) 전문점이다. 말그대로 고기를 대나무통 안에 넣고 장작불에 1시간 정도 굽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돼지 1인분 8000원, 오리 1마리 3만 원. 이 집은 100년 된 일본식 가옥. 내부 다다미만 걷어내고 온돌로 교체했을 뿐 원형 그대로라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곳이다.


◆ 교통편 - 구포역 인근서 버스 타 예안리 장시마을 하차

구포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100m쯤 가면 만나는 재활용센터 앞 시외버스정류장에서 김해여객 대동행 버스를 타고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7시30분, 8시40분. 1000원. 구포역은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려 '구포역' 방향으로 올라와 골목길(입구에 이정표 있음)로 10분 걸어가면 된다. 이 버스는 구포시장 앞에서도 정차한다. 날머리 장시마을 정류장에서 구포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7시5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강서구청 지나 좌회전~대동수문~경남 김해시 대동면~상동 대동 IC 좌회전~대동농협 지나~굴다리~시청 불암동 좌회전~대동면사무소 지나~예안리 장시마을 버스정류장 순.

 

스릴도 느끼고 바다 감상 가능한 숨은 명산
마산 진전면 변씨성구사 원점회귀, 걷는시간만 4시간
진동 앞바다, 이순신장군 승전지 당항포 앞바다 한눈에
발길 닿는 곳 기암괴석 전망대 산길 곳곳에 널브러져
하산 후 양촌리온천, 돼지주물럭집 있어 원스톱 여정

마산과 고성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만 마산시가 단독으로 3년 전 만든 길이 52m, 높이 35m의 현수교인 적석산 구름다리. 흔들림이 약간 있는 구름다리를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우와, 저 멀리 구름다리가 걸려 있네요."

마을 어귀에서 향후 오를 산을 올려다 봤을 때 봉우리와 봉우리를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인다면 기분이 어떨까. 고소공포증이 있는 일부 산꾼들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짜릿한 전율과 함께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산행팀이 알기론 이런 산이 두어 곳 있다. 대표적인 곳이 마산과 고성의 경계에 위치한 적석산과 하동 성제봉.

산 아래 들머리 변씨성구사에서 본 적석산. 실제로 저 멀리 구름다리가 보인다.
 
마산 합포구 진전면과 고성 구만면의 경계에 우뚝 솟은 적석산(積石山)은 한마디로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산이다. 오래 전부터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하동 성제봉과 달리 지난 2005년 말 구름다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적석산은 여태까지 단골 산꾼들만이 은밀히 오르내리는 은둔의 산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적석산은 이름 그대로 평평한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쌓을 적(積)' 자를 써서 '적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산은 사실 온 산이 바위로 뒤덮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이한 점은 그 바위가 시루떡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 놓은 듯한 수평층리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 마주 보고 있는 인성산도 마찬가지이다.

조망은 어떨까. 기암괴석이 널려 있다 보니 발길 닿는 곳이 온통 전망대여서 마산 진동 앞바다와 당항포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잘 가꿔진 산길 또한 매력적인 요소. 얼핏 기암괴석으로 포진돼 꽤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곳곳에 구름다리를 비롯해 덱 안전난간 등이 설치돼 있어 초보자도 아무 문제없이 산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산 아래엔 피로를 풀기에 적합한 양촌리 온천단지와 푸짐한 주물럭집까지 있어 이른바 '산행-온천-맛집'으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원스톱'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산행은 마산 진전면 일암리 변씨 성구사~산불감시초소~옥수곡 갈림길~국수봉~적석산(497m)~구름다리~통천문~칼봉~일암저수지 갈림길~음나무재(사거리)~선동치~528봉(깃대봉 정상석)~도로(독립가옥)~변씨 성구사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깔끔한 산길에 이정표가 잘 정비돼 있어 가족 산행지로 추천한다.

들머리 변씨(卞氏) 성구사(誠久祠)는 고려 및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변씨 문중이 배출한 세 충신을 기리기 위한 사당. 소박한 외형의 성구사 우측 '적석산 건강마을'이라 적힌 간판 뒤로 적석산과 구름다리가 보인다.

들머리 변씨(卞氏) 성구사(誠久祠)는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변씨 문중이 배출한 세 충신을 기리기 위한 사당.

성구사 좌측으로 40m쯤 가면 '하마비'와 '변씨성구사' 이정석 사이 우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일종의 농로이다. 30m쯤 뒤 안내 리본이 제법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등산로'라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잡풀을 뚫고 오르막 송림길을 지그재그로 힘겹게 오르면 산중턱 산불감시초소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22분. 초소 건물 옆 너럭 바위에 서면 마주보고 서 있는 인성산과 그 아래로 양촌리 온천단지와 마산~진주 국도가 보이고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마산 진동 앞바다가 펼쳐진다.

초소에서 8분쯤 뒤 묘지 좌측으로 전망대가 기다린다. 천길 낭떠러지인 이곳에 서면 정면의 인성산과 앞서 산불초소에서 안 보이던 여항산과 서북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적석산에는 시종 일관 이같은 천길 낭떠러지 전망대가 곳곳에 기다린다.

이제부턴 부드러운 능선길. 약간 휘기 시작한다. 10여 분 걸었을까. 임도가 왼쪽에 나란히 내달리지만 내려서지 말고 오솔길로 계속 오르내린다.

    
시원한 송림길 도중 첫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은 고성땅 옥수곡(옥수암) 방향, 산행팀은 직진한다. 적석산 정상은 여기서 0.9㎞. 5분 뒤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닿는다. 우측에 보이는 낮은 산줄기가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능선이며 그 뒤로 인성산이 보인다. 적석산 정상은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 뒤에 숨어 있다.

정상 직전 봉우리에서 본 적석산 정상.


10분 뒤 정면의 봉우리에 올라서면 적석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다. 얼핏 무슨 요새 같다. 기암괴석은 숲으로 힐끗 덮여 있고 그 사이로 철제계단이 햇빛에 반사돼 반짝거린다. 뚜껑이 열리고 정상석이 서 있는 정점에선 무슨 로켓이 발사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상 우측 뒤로 잘록이인 선동치와 528봉이 보이고, 좌측으로 배둔 뒤로 마산 진동 앞바다가, 그 우측으로 거류산과 당항포 벽방산이 확인된다.

너른 암반인 적석산 정상. 저 멀리 당항포만이 보인다. 당항포만 좌측 끝이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을 속인 속싯개다.

한 번 내려섰다가 올라와 오른쪽으로 바윗길을 타고 올라 쉼터바위를 지나 철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적석산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 직전 좌측은 고성땅 옥수골 저수지, 우측은 원점회귀가 되는 일암저수지로 각각 내려서는 갈림길이 열려 있다. 50명 정도가 동시에 앉을 수 있을 정도의 너른 암반인 정상은 숲이 없어 아쉬움으로 남지만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여서 조망이 환상적이다. 고성 쪽 당항포 앞바다 뒤로 왼쪽부터 철마산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이, 마산 쪽으로 서북산 여항산 인성산이 확인된다. 재미있는 점은 마산 쪽 진전면 깃대봉과 고성 회화면 깃대봉이 동시에 보인다.   


 
직진한다. 잠시 후 조그만 두 암봉을 잇는 그 유명한 구름다리를 만난다. 마산과 고성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만 마산시가 3년 전 철골 와이어 공법으로 만들었다. 길이 52m, 높이 35m로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적석산의 명물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다리를 건너며 좌측 아래 아직도 남아 있는 밧줄을 가리키며 예전에는 저 밧줄과 지금은 철거된 사다리에 의지해 오르내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일명 개구멍바위로 불리는 통천문.

구름다리를 건너면 숲속에 바위 쉼터가 널려 있다. 점심은 여기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숲을 벗어나면 급경사 내리막 바윗길. 통천문이라 불리는 일명 개구멍바위를 통과한다. 크고 작은 바위가 뒤엉켜 제법 큰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위에서 보면 개구멍 같고, 아래에서 보면 할머니가 허리를 굽히고 있는 형상이라 할머리바위로도 불린다. 통천문 위로 밧줄을 잡고 내려설 수도 있다.

통천문을 지나 안전난간과 나무계단을 거쳐 다시 숲으로 들어서면 이내 갈림길. 왼쪽은 고성땅 적석암(옥수골), 산행팀은 구만면 주평(리) 방향으로 직진한다. 누군가가 '구만면 주평' 아래에 헷갈리지 말라고 '일암저수지'라고 적어 놓았다. 등로 주변 기암괴석들이 널브러져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산 아래 주민들이 칼봉이라 부르는 곳이다.

119 조난 표지목이 서 있는 소나무 아래 너른 터를 지나 9분이면 또 갈림길. 우측은 일암저수지 방향. 체력이 부치면 이곳으로 하산해도 된다. 산행팀은 구만면 방향으로 직진한다. 5~6기의 묘지가 널려 있는 송림길을 지나 4분 뒤 좌측 옥수곡 갈림길을 만난다. 무시하고 직진한다. 갈림길에서 5분이면 임도와 산길이 만나는 사거리 고개로 내려선다. 음나무재다. 왼쪽 고성땅 구만면, 오른쪽은 들머리 쪽 일암저수지 방향, 산행팀은 직진하며 올라선다. 잡풀을 헤치고 9분쯤 내달리면 역시 사거리에 닿는다. 선동치이다. 직진하면 구만면 선동마을, 좌측은 낙남정맥 영신봉 방향, 산행팀은 우측 깃대봉 신어산 방향으로 올라선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이다.

깃대봉에서 하산하는 길에도 적석산 및 구름다리가 보인다.

15분쯤 뒤 무명봉을 살짝 넘으면 이내 전망대가 기다린다. 앞서 지나온 적석산과 구름다리 그리고 고성의 산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여기서 4분이면 깃대봉 정상석이 서 있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정상석에는 '깃대봉 520.6m'라 적혀 있지만 최신형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528m로 표기돼 있다. 이 봉우리 뒤의 봉우리가 흔히 깃대봉 정상으로 알려져 있는 521봉이다. 삼각점은 이곳에 있다.
   
   
산행팀의 생각으론 정상석에 적힌 높이만 고치고 최고점인 이곳을 정상으로 해도 크게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진하면 발산재를 거쳐 낙남정맥 길,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내려선다.

깃대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독립가옥에서 본 적석산 및 구름다리.

4분이면 시야가 트이면서 우측으로 적석산과 구름다리 그리고 저 멀리 발아래 들머리가 보인다. 528봉에서 40분이면 산을 벗어나 도로와 인접한 독립가옥에 내려선다. 마당에서도 적석산 정상과 구름다리가 선명하게 보이는 적석산 최고의 전망대다. 여기서 변씨 성구사까지는 24분 걸린다. 일암저수지를 지나 당산나무 100m 앞에서 논 사이 포장로로 가다 '적석산 건강마을'이라 적힌 2시 방향의 간판을 보고 가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들머리 변씨성구사, 일제강점기 4·3삼진 의거 발상지

마산 적석산 기암괴석의 지층은 수평층리가 발달한 퇴적암층이다. 쉽게 말해 마치 두꺼운 마분지를 꼼꼼하게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는 고성 하이면 덕명리 해안가인 상족암 군립공원의 지층과 빼닮았다. 덕명리 해안가는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공룡들이 전성기를 이뤘던 중생대 백악기(1억6000만~6500만 년) 지층. 그러니까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지층인 셈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문의한 결과, 마산 적석산의 지층이 약간 젊다는 것. 참고로 적석산과 마주보고 있는 인성산도 동일한 지층이다.

덕명리 해안의 지층은 오랜 기간 바닷물에 의해 침식돼 공룡발자국 화석이 드러나 발견됐지만 적석산과 인성산은 내륙에 위치해 있어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이론상으론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들머리 변씨(卞氏) 성구사(誠久祠)는 고려말 충신으로 조선 왕조를 인정하지 않고 절개를 지킨 '두문동 72현' 가운데 한 명인 변빈,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변연수와 그의 아들 변입 등 이른바 '변씨 3충'을 기리는 사당이다. 이곳은 특히 1919년 4월 3일 진동·진북·진전면 일대에서 일어났던 항일운동인 4·3 삼진의거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50년 전통의 돼지 주물럭 전문 대정식육식당(055-271-7043). 들머리 일암리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식육점을 겸업해 질이 좋은 삼겹살과 목살에 양파를 듬뿍 썰어 넣고 참기름과 간장 등으로 잘 무친 다음 다시 고추장에 버무린다.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깔끔하다. 1인분 5000원. 이곳에서 차로 1분 거리에는 양촌온천이 있어 피로를 풀 수 있다. 현재 온천은 3곳. 어딜 가나 큰 차이는 없다.


◆ 교통편- 대중교통 불편, 가급적 승용차 이용하길

부산서 가깝지만 대중교통편은 의외로 불편하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마산합성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7~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50분 걸리며 요금은 3300원. 진전면 일암(리)행 버스는 마산역 앞에서 타야 된다. 걸어서 10분 소요. 75번은 오전 8시30분, 낮 12시, 76번은 오전 8시, 11시35분, 77번은 오전 7시50분, 낮 12시40분에 있다. 1000원. 일암(리)정류장은 변씨 성구사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날머리 일암에선 75번 오후 4시10분, 7시40분, 76번 3시40분, 7시10분, 77번 4시45분, 8시30분에 출발한다. 마산합성동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밤 10시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마산TG~내서분기점서 김천 대구 내서 방향~내서~내서IC 사거리에서 함안 마산 직진 1004번~통영 마산 좌회전~통영 상곡 우회전~통영 마산~쌀재터널~마산 통영~통영 고성 우측 방향~진주 통영 직진~동전터널~진동면~진주 통영~진전면~진주 고성~곡안리~대정 양촌~적석산(1.5㎞)~변씨 성구사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줄잇는 암봉 오르고 내리면 발아래 장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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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창원 봉림산 정상에 서면 왼쪽 방향은 창원시가지가, 오른쪽은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저수지와 남해고속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듯한 한 산꾼의 포즈가 아주 진지해 인상적이다. >
 
낙남정맥(洛南正脈)은 이름 그대로 낙동강 물줄기의 남쪽에 위치한 정맥이다. 대체로 김해의 진산인 신어산(630m)을 시점으로 창원 마산 고성 사천 진주 하동의 봉우리를 거쳐 지리산 주능선상의 영신봉(1652m)에 맥을 대고는 마감한다. 도상거리는 약 220㎞이지만 실제 산행거리는 300㎞가 넘는 대장정.

이번 주 산행팀은 낙남정맥의 창원 구간인 비음산(519m)~봉림산(567m) 코스를 택했다. 헌걸찬 암봉이 매력 만점인 이 구간은 찬바람이 불면서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 요즘 근교 산행지로 제격이다.
                                                                           
이들 두 산은 각각 해발 600m도 채 안되는 고만고만한 봉우리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옛 속담의 전형을 확인시켜 줄 만큼 옹골차다. 웬만한 공룡능선에 버금가는 기복있는 암봉구간과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아슬아슬한 계단길은 동네 뒷산쯤으로 가벼게 여기고 덤볐다간 큰 코 다칠 만큼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애초부터 잔뜩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산행로 곳곳에 하산길이 열려 있어 체력에 걸맞는 '맞춤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행 중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팀이 제법 눈에 띄는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에서다.

땀흘린 만큼 보람도 안겨준다. 산행 내내 가슴이 확 트일 만큼 시원한 조망도 선사하거니와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저수지나 창원~밀양을 잇는 수산교 등 부산 근교의 낯익은 장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재미까지 제공한다.

산행은 향초슈퍼~진례저수지~관음정사~전원주택~헬기장~비음산 청라봉~진례산성(팻말)~비음산 정상~진례산성(팻말)~용지 벌거숭이공원~정병산 삼거리~내(內)봉림산~독수리바위 철계단~독수리바위 전망대~헬기장~봉림산(정병산) 정상~창원사격장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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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산이지만 들머리는 김해 진례면 신안리 평리부락으로 잡았다. 향초슈퍼 앞에서 하차한 후 '산내도예'라고 적힌 간판 방향(왼쪽)으로 간다. 진례저수지를 지나 '대암산농원'~'바위집'~'평리백숙'~'할매옻닭' 간판을 보고 잇따라 걸으면 관음정사. 이때부턴 외길이라 길 찾기 걱정은 끝.

목장승이 대문을 대신하는 전원주택을 만난다. 주인인 듯한 어르신이 산행팀을 불러 따뜻한 차 한잔씩을 대접한다. 집 앞에 개울이 흘러 옛 시인묵객의 풍치가 절로 느껴진다.

전원주택을 나서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남산재' '대암산' 팻말이 서있다. 남향인 이곳은 아직 나뭇잎의 푸름이 남아 있는 데다 생기처인듯 새소리가 유난히 활기차다. 10분 뒤 임도. 곧바로 정면의 산길로 다시 오른다.
   
 곧 사거리. 왼쪽 방향은 남산재를 지나 대암산(655m) 용지봉(743m) 불모산(802m)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비음산 봉림산으로 연결된다. 우측 오르막길로 향한다. 당분간은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한다. 급경사 오르막의 연속이니까.

헬기장을 지나면 전망대 바위. 비로소 지금 밟고 있는 능선길이 김해와 창원의 경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종착지인 봉림산까지 '좌 창원' '우 김해'가 줄곧 펼쳐진다. 15분 쯤 뒤 비음산 청라봉(555m). 같은 낙남정맥인 무학산 광려산 대산과 창원과 마산의 경계인 팔용산, 진해의 장복산,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 정병산도 저멀리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가야시대 성으로 추정되는 진례산성의 안내판을 지나면 삼거리. 왼쪽 비음산 정상, 오른쪽은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비음산 정상에 들렀다가 다시 돌아와 정병산으로 갔다. 이정표에는 비음산(0.63㎞)과 정병산(6.45㎞)까지 각각 20분, 3시간50분 걸린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10분, 2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원래 비음산은 산꾼들에게 진달래산으로 알려져 있다. 진례산성 주변을 따라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의 절경은 화왕산성과 화왕산의 진달래에 비교될 만큼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정병산으로 가는 길은 밤새 언땅이 녹아 질퍽질퍽하다. 여기에다 내리막길이라 조심을 요한다. 6분 뒤부터는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야트막한 봉우리 쉼터인 용지 벌거숭이공원을 지나면 정병산 삼거리. 용추계곡 방향과 길이 갈라지지만 이정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다. 흩뿌려진 낙엽길을 20분여분 걸으면 고개 사거리. 양지발라 아직도 억새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곧 체육공원. 이때부터 정병산의 만만찮은 기복있는 암봉구간이 등장한다. 10분 정도 힘겨운 계단을 올라 또 다시 한 굽이 겨우 넘으면 내봉림산(493m). 경북 봉화의 청량산을 내청량, 외청량으로 구분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리라.

이어지는 암릉길. 저 암봉이 정상이겠지 하고 달려가면 그 뒤에 봉우리가 있고, 저 봉우리는 맞겠지 하고 계단과 바위를 지나 다가가면 산꾼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앞에 다른 암봉이 기다린다. 대신 암릉길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오르막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편안한 낙엽길을 잠시 제공, 휴식을 안겨준다. 시원한 전망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요인.

대개 독수리바위부터 속기 시작한다. 신불평원에서 본 영축산 암봉과 흡사한 독수리바위를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또 다른 암봉이 기다린다. 다시 힘들게 암봉을 넘으면 또…. 계단 쇠받침대 등에 의지해야 하는 이 구간만큼은 험하기로 소문난 월악산에 버금갈 정도. 대개 혀를 내두르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쉰다. 갑자기 눈앞에 늘어난 많은 산꾼들과 그들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정상이 코 앞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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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날머리인 창원종합사격장 진입로의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가 시원하다.>






정상은 헬기장서 6분 후. 봉림산(鳳林山), 뒷면에는 일명 정병산(精兵山)이라 적힌 정상석이 서있다. 정병산은 일제때 일본군이 이곳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
창원쪽 발아래는 창원대 창원종합사격장을 비롯 용지공원과 경남도청 등을 포함한 창원시가지가, 오른쪽에는 주남저수지, 낙동강 수산교,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 정면으로는 구월산 백월산 관룡산 화왕산 종남산 덕암산이, 김해쪽에는 분성산 신어산 뒤로 금정산 백양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정상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열린 창원사격장으로 향한다. 2㎞정도 거리지만 연신 클레이사격 총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지만 아직도 억새가 한창이다. 사격장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하다. 붉은 빛으로 변해버린 사격장 진입로인  메타세쿼이 아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떠나기 전에

창원의 진산 봉림산은 정병산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정병산(精兵山)은 군사훈련지와 관련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웅천 즉 진해에 왜구의 출몰이 심해 군사를 훈련하였으며, 일제시대때는 일본군이 2차대전의 교두보로 이곳에 진지를 구축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봉림산은 천지개벽때 온 천지가 물에 잠겨 징하나 놓을 만큼만 남아 징산이라고도 불렸다. 또 봉림산 산비탈엔 신라시대 이후 많은 사찰이 생겨 불교가 융성하여 전단산으로도 불렸다 하니 예부터 봉림산은 백성들과 함께 해온 산이다.

지금은 웰빙바람이 불어 창원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산으로, 아침 저녁으로 쉽게 오를 수 있는 친근한 산이 됐다. 기온이 급강하한 요즘 근교 산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교통편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장유행 버스를 타고 김해 진례 초전에서 내린다. 오전 6시10분, 6시30분, 6시50분, 7시35분, 8시, 9시, 9시30분, 9시45분, 10시, 10시10분, 10시30분, 11시, 11시30분에 있다. 2000원.

날머리인 창원종합사격장 입구에선 58, 71-1(이상 일반) 312, 316(이상 좌석)번 버스를 타고 창원시외버스터미널(055-288-5090)까지 간다. 택시타면 4000원 정도 나온다.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밤 9시30분. 31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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