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룡산은 암벽 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우리 국토의 3분의 2는 산. 고봉준령의 명산에서 시골 구릉에 이르기까지 온통 산자락이 겹겹이 이어져 나라땅 어디에도 반듯한 지평선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광활한 지평선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김제평야의 이름이 그토록 드높을까.

그렇다 보니 우리 삶은 늘 산과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만 뜨면 온통 산인데도 어느날 문득 삶이 지쳤다고 느껴질 땐 너나없이 심산유곡 깊은 산골로 들어가 위안을 찾았다.

이런 우리의 산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산사(山寺)이다.
4세기 불교 유입 당시만 해도 절집은 도시 한복판에 있었다. 그러다 7세기 신라의 삼국통일 후 교화와 회유를 위해 화엄10찰을 변방에 세웠다. 이후 9세기엔 선종의 유행으로 구산선문(九山禪門)이 개창돼 산사의 전통이 점차 확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산사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딱히 불자가 아니더라도 부석사 은행나무길이나 선암사 매화 등은 줄곧 필부들을 유혹했다. 이름없는 절집의 예쁜 문창살도 잠시 쉬어가는 길손에겐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산행 중 산사와의 조우는 산꾼들에게 크나 큰 즐거움이다. 산세나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조망 못잖은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선승이 건네는 차 한 잔은 피로를 말끔히 가셔준다.

청도 지룡산(659m)이 그렇다. 영남알프스 언저리에 위치한 지룡의 품안에는 운문사와 그 부속암자인 북대암 청신암 내원암 사리암이 거의 지척에 담장을 맞대고 있다.
필부들은 대개 `운문산 운문사'를 한 세트로 떠올리지만 지룡산을 거쳐 사리암으로 내려서다 보면 상황은 예상을 벗어난다. 운문산은 남쪽 아주 저 멀리 보이는데 발아래는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사리암을 거쳐 도달한 운문사 현판에는 `호거산 운문사'라 적혀 있다. 호거산이 지룡산인가, 아니면 지룡산 서쪽의 호거대가 호거산인가. 그럼 운문산은…. 혼란의 연속이다.

운문사와 청도군 심지어 청도문화원에서도 속시원한 답이 안들리고, 지식의 보고라는 인터넷에는 아예 이런 의문조차 없다.

취재결과를 굳이 종합해 보자면 지룡이란 이름은 견훤과 관련된 전설은 있지만 옛 문헌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근래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또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근접한 곳에 위치한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를 호거산으로 간주해 달았을 수도 있다. 또 원래 대작갑사이던 절을 고려 태조가 운문선사로 사액한 뒤 운문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레 명명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17세기 이중경의 `유운문산록'에서 보듯 이 일대 전체가 운문산으로 불렸음을 방증한다.

산행은 운문면 신원리 승호장가든~전망대 바위~밀성손씨묘~(밧줄의지) 잇단 암벽오름~옛 무덤터~전망대 바위~삼각점(돌탑)~지룡산 정상~삼각점봉~전망대 바위~지룡산성 흔적~전망대 바위~829봉(헬기장)~헬기장~사리암·배넘이재 갈림길~전망대~사리암 갈림길~사리암~운문사~운문사 주차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때묻지 않는 산길과 약간은 버거운 암릉이 인상적이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운문령을 지나 청도가는 69번 지방도와 운문사 진입로 입구, 그리고 청도에서 운문댐을 돌아 운문사로 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가 들머리다. 눈에 띄는 간판 `승호장가든'을 등지고 운문령(석남사) 방향으로 5m쯤 가면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밀성손씨 제단 앞에서 왼쪽으로 15분쯤 가면 첫 전망대. 정면 제일 뒤 도롱굴산과 방음산이, 맨 우측에는 옹강산 가운데능선이 보인다.

계속되는 된비알. 밀성손씨묘와 TV 안테나를 잇따라 지나면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2시 방향의 깨진 바위가 상징인 억산, 그 왼쪽 뒤 범봉, 그 우측 암봉인 호거대(등심바위), 그 뒤로 각각 개물방산과 구만산이 확인된다.

부처손이 지천인 바위를 오르면 정면에 거대 암봉. 갈림길이다.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오른쪽으로 에돌아 암봉을 우회하든지, 암봉 벽 우측 틈새로 치고 오른다. 이창우 대장은 암봉을 치고 올랐고 나머지는 우회했기에 모두 리본이 붙어있다. 이 대장에 따르면 암봉의 난이도는 험하기로 소문난 가지산 북릉의 배 정도. 때문에 반드시 경험있는 산꾼이 동행할 경우에만 시도하자. 보조로프는 필수.

산허리를 8분 정도 우회하면 다시 암벽. 밧줄이 있는데다 암벽에 층이 있어 오를 만하다. 발 아래 운문사 주차장과 아름다운 절 진입 숲길이, 고개들면 호거대가 손에 잡히는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10여 분 뒤 암벽 앞 갈림길. 우회하든지, 밧줄에 의지해 오르든지 고민하다 밧줄을 붙집고 힘겹게 오른다. 정면 억산을 중심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산행 도중 바라본 주변 조망. 맨 우측 억산 깨진바위를 기점으로 좌측으로 팔풍재 범봉 딱밭재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펼쳐진다.
초입 암릉을 잇따라 오르면 산행 들머리 신원리가 발아래 펼쳐진다. 삼거리인 이곳은 왼쪽 운문사, 오른쪽은 운문령, 직직하면 청도읍으로 가는 길이다.

 양지바른 옛 무덤터에선 왼쪽길을 택한다. 전망대와 돌탑이 있는 삼각점 봉우리에선 정면 쌍두봉과 가지산 쌀바위가 조망된다. 정상은 이제 머리 위. 틀에 찍은 듯한 비스듬히 누운 주상절리를 지나 7분쯤 급경사길을 오르면 마침내 정상. 옛 신선봉 자리다. 하산길은 정상석 뒤로 열려있다. 직진하면 북대암 또는 운문사 주차장이 있는 황점리로 이어진다.
지난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정상석. 옛 신선봉 자리다.

살짝 한 번 내려섰다 올라서면 삼각점. 옛 정상자리다. 이내 만나는 전망대에 서면 문복산과 계살피계곡이 보이고 이어 돌탑이 있는 봉우리 인근에선 지룡산성 흔적이 역력하다.

대략 이쯤부터 약간의 부침이 있지만 능선길. 우측 저 멀리 운문사가 보이고, 곧이어 내원암 가는 갈림길도 만난다. 20분쯤 뒤 전망대에 서면 운문사 북대암 내원암이 역삼각형 모양으로 앉아있다. 10분 뒤 오름길로 잠시 땀을 내면 헬기장인 829봉에 닿고, 여기서 10분쯤 더 가면 또 다른 헬기장에 닿는다. 왼쪽 나선폭포 대신 오른쪽 사리암 방향으로 간다. 곰 형상을 한 벼락맞은 나무를 지나면 갈림길. 돌탑이 서있다.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삼계리 또는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배넘이재 방향.

산행 도중 발아랜 운문산가 보인다.
운문사와 북대암.
사리암 갈림길 직전 조우한 벼락맞은 나무. 얼핏 보면 마치 곰을 닮았다.

사실상 하산길이다. 운문산 정상이 정면에 보인다. 사리암은 하산길의 우측 방향에 있음을 인지하고 3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 우측 산허리를 타고 간다. 너덜을 지나 아슬아슬한 암벽 허리를 탄다. 암굴과 수 십개의 크고 작은 공덕탑을 지나면 비로소 사리암. 갈림길에서 23분. 사리암에서 계단길로 10분이면 주차장에 닿고 여기서 다시 운문사를 지나 주차장까지는 25분쯤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나반존자 모신 사리암 기도도량 명성

 오랜만에 지룡산을 찾은 이창우 산행대장은 "지금 정상석이 서 있는 지점이 옛날의 신선봉이며, 15분쯤 뒤에 만나는 삼각점 봉우리가 옛 지룡산 정상"이라고 말했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도 삼각점이 있는 지점에 지룡산이라고 표기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상석의 해발고도는 삼각점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놨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정상석은 알고보니 2000년 부산의 새한솔산악회가 세운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정상석이 지룡산 산행을 약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희용 새한솔산악회 회장은 "당시 회원들이 그 무거운 정상석을 번갈아 지고 올라간 기억이 뚜렷하다"고 말한 후 "막상 삼각점이 있는 산길 옆 한 귀퉁이에 세우려 했지만 너무 좁아 그곳보다 높고 터가 넓은 지금의 신선봉에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발고도를 삼각점의 그것으로 새긴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산행팀이 지금와서 볼 때 정상석의 위치는 합당하지만 해발고도는 신선봉의 그것으로 하면 안성맞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나반존자를 모신 날머리 사리암은 향일암 보리암과 더불어 기도 효험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기도도량. 사시사철 밤낮없이 기도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운문사보다 앞서 산문을 연 북대암은 조망이 빼어나며 내원암은 개울 건너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어 특이하다. 청신암은 돌탑 앞에서 기도하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있다. 사리암을 제외한 세개의 암자는 입구까지 차가 올라간다.

500년된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로 유명한 운문사에선 불전사물(佛典四物)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불전사물은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尼僧)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이보다 50여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장삼과 가사로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 교통편 - 청도터미널서 운문사행 버스 타야

대중교통편의 경우 기차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13분, 6시47분, 7시30분, 8시3분, 9시5분에 있다. 58분 걸리며 4500원. 청도역에서 150m 떨어진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운문사 입구 신원(리)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10분, 10시20분. 1시간 걸리며 3200원.

날머리 운문사공용주차장에서 청도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4시53분, 5시15분(새마을호 6700원), 5시41분, 6시44분, 7시42분, 8시4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가지산 석남사)~밀양 창녕 24번 좌회전~궁근정삼거리서 경주 운문령 운문사 방향으로 6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 국도~경주 운문 20번 좌회전~금천지 동곡리~20번 운문~언양 운문사~신원1교~방지초등 문명분교~송호가든 순. 운문댐 드라이브도 가능한 이 길은 청도IC에서 들머리까지 다소 먼 25㎞이니 참고하자.


 

 

 겨울 산사. 왠지 마음이 숙연해지고 그만큼 다가오는 느낌이 자뭇 엄숙하다. '느림과 비움'도 절로 떠오른다. 각박한 도시생활에 찌던 현대인들이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 보기에 제격이다.
 기축년의 새해가 밝은 지 벌써 6일. 뭔가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영남
알프스 산군 속의 사찰은 어떨까. 이곳에는 정감 넘치는 산사들이 모여 있다.
 재약산(수미봉) 기슭의 표충사, 가지산 아래 석남사, 운문산 품안의 운문사. 적막하고도 고요한 절집은 늘 있는 그대로 말없이 서있다.

‘집착을 떨쳐라’ ‘스스로 행하라’….

 지극히 당연한 경구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두툼한 방한복을 꼭 껴입고 겨울 산사를 찾아 올 한해 자신의 화두를 가슴속에 각인시켜 돌아보자.

#대덕스님 배출 산실 표충사

표충사 경내에서 바라 본 영남알프스전경. 왼쪽 처마 밑 천황산(사자봉)에서부터 천황재 재약산(수미봉) 문수봉이 잇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표충사 경내 영정약수.

매표소를 지나면 앙상한 가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에 닿을 듯 쭉쭉 뻗어 있다. 경내는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표충사는 사명 대사가 임진왜란 당시 승병 3000여명을 이끌고 조국을 구한 구국성지. 때문에 표충사 내 유물전시관과 표충서원에는 사명 대사와 관련된 많은 유품이 보관돼 있다. 임란때 사명 대사가 입은 금란가사와 장삼, 임란 후 대사가 강화사절(講和使節)로 일본에 가서 조선 포로의 송환문제를 다룬 문서 등 16건 79점이 소장돼 있다. 또 임란때 승려로 큰 공을 세운 서산 사명 기허 등 세 대사의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표충서원에는 그들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을 역임했던 현대의 마지막 고승 효봉 스님이 말년을 보내고 열반한 곳도 이곳이며, 고려땐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탈고한 곳도 이 곳 표충사다. 당시 충렬왕은 이 곳을 찾아 동방제일의 선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 원효 대사가 창건한 이 절의 원래 이름은 죽림사(竹林寺). 재약산 기슭의 대밭 속에서 오색의 상서로운 구름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하산, 곧바로 절을 세운 후 죽림사라 불렀다. 그 후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요양을 와 이 곳의 신비스런 우물(靈井藥水)을 마시고 나아 영정사(靈井寺)로 바뀐 뒤 조선 헌종 5년(1839년) 표충서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절 이름도 표충사로 고쳐졌다. 아직도 신비의 물인 영정약수가 경내에 있으니 꼭 맛을 보자. 절내 유일한 국보(75호)인 청동함은향완도 빠뜨리지 말자.

표충사에는 특히 등산객이 많이 보인다.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재약산(수미봉)과 천황산(사자봉)을 오르기 위해서다. 경내에서도 아름다운 산세가 한 눈에 보인다.

 절 못미처 오른쪽으로 난 옥류동천을 따라 흥룡폭포~층층폭포를 지나서 만나는 옛 고사리분교가 그 유명한 100만여평의 사자평 시점. 사명 대사가 임란때 승병을 훈련시킨 곳이기도 하다. 억새가 한창인 가을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다. 천황산(사자봉)에 오르려면 절 왼쪽 내원암 방향으로 출발, 한계암~시상암을 거쳐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종주는 6시간 걸리며 중간 천황재에서 내원암으로 내려오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비구니 특별선원 석남사

석남사 일주문.

                   

보물인 석남사 부도.   

수십개의 공덕탑.

평온한 석남사엔 가지산에서 하산하는 등산객이 자주 눈에 띈다.



울산 울주군 언양에서 밀양으로 넘어가는 24번 국도 중간에 위치해 있는 통도사의 말사이자 조계종 종립 특별수련도량으로 가지산 기슭에 터를 잡고 있다. 가지산의 옛 이름인 석안산(石眼山)의 남쪽에 있다하여 석남사(石南寺)라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일주문에서 절집까지 오르는 숲길은 포근하기 그지없다. 주변엔 잘 생긴 홍송과 각종 활엽수가 적당한 간격으로 첩첩이 늘어섰다. 5~6분 거리인 이 숲길을 걷노라면 마치 도심 속 깔끔한 소공원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오가는 사람 중 절반은 등산객들. 숲길이 끝날 때 쯤이면 등산객들은 오른쪽 청운교를 건너 가지산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계곡을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곡 암반 위에는 수 십개의 작은 공덕탑(돌탑)이 정성스럽게 서있다. 비구니 참선수좌들의 기원인지 속인들의 바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16년(824년) 도의국사가 호국기도를 위해 창건한 이래 수 차례 부침을 거듭했다. 한국전쟁 땐 폐허가 되다시피하기도 했다. 이후 1957년 비구니 인홍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비로소 비구니 사찰로 일신했다. 대웅전 앞 삼층석가사리탑과 대웅전 뒤 대밭 주위에 도도히 선 석남사 부도가 볼만한 문화재다.

#언제나 포근하게 다가오는 운문사

어른 가슴 높이의 정갈한 운문사 돌담.
학인스님들의 책상과 물품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천연기념물인 처진소나무.

석남사가 비구니 특별선원이라면 운문산 기슭의 운문사는 비구니 교육도량. 김천 청암사, 대전 동학사, 수원 봉녕사에도 승가대학이 있지만 전통과 규모 면에서는 운문사가 국내 최고.

이 때문에 운문사를 구경하는 도중에는 흔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지엄한 스님보다는 20대 초반의 예비 비구니 스님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목격할 수 있는 점이 다른 절집과의 차이라면 차이.

가냘픈 이들 학인스님들이 조석으로 행하는 불전사물(佛典四物)은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유명 의식. 무엇보다 60여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장삼과 가사로 예를 갖추고 동참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통 절집은 산을 등지고 있는데 반해 운문사는 운문산과 마주앉은 형태다. 실제로 옛 비로전인 대웅보전 앞에 서면 운문산 정상이 올려다 보인다.

 뭐니뭐니해도 운문사의 자랑은 그 짜여진 정갈함에 있다. 절 입구까지 올라가는 1㎞ 남짓한 해묵은 노송의 푸름, 뒤꿈치만 살짝 들어도 안이 들여다 보이는 돌담,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를 중심으로 마치 짜맞추듯 놓여진 당우. 500여년 성상의 처진 소나무는 푸름을 간직한 채 마치 세속의 짐을 내려놓으려는 듯 대부분의 가지를 내리고 있다.

 신라 진흥왕 21년(560년)에 창건된 운문사에는 문화유적들도 많다. 신라때의 삼층석탑과 금당 앞 석등, 가장 작은 당우인 작압전 내 석조여래좌상과 사천왕 석주 등 보물만 7점이 있다.
 
◇ 산사주변 가볼만한 곳

영남알프스 내 산사 주변에는 유명 온천과 자연휴양림, 예술촌, 눈썰매장 등이 곳곳에 있어 하루 내지 1박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온천은 등산로 들머리나 날머리에 위치해 있어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선 부산서 가장 가까운 등억온천단지.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에서 나와 양산 방향 35번 국도를 타고 10분을 채 못가 작천정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입구에는 ‘작천정 1.2㎞, 등억온천단지 4㎞, 자수정 동굴나라 3.3㎞, 신불산 군립공원’ 이정표가 보인다.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신불산 중턱에 자리한 등억온천단지에는 현재 3개의 대중탕이 있다. 가장 먼저 생긴 언양온천과 신불산온천, 자수정온천 등이 있다.

 신불산 인근에 위치한 등억리는 예부터 ‘내를 뚫으면 불이 나온다’는 천화천(穿火川)이라는 이름이 전해내려오는 곳. 등억온천단지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로 신경통 소화기질환 피부병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신불산온천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옥을 10여t이나 사용해서 만들었다.

 등억온천단지 내 진입로에는 ‘도깨비 도로’가 있어 눈길을 모은다. 오르막길로 보이지만 착시로 인해 실제로는 내리막길인 도깨비 도로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찾기도 쉽다.

등억온천단지를 나오면 차로 2~3분 거리에 ‘자수정 동굴나라’가 있다. 원래는 자수정 광산이었지만 관광자원으로 개발했다. 놀이공원과 함께 지금은 눈썰매장이 개장돼 있어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온천단지 내에는 간월사 터와 보물인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도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간월사지에서 보이는 눈덮인 신불, 간월능선은 이 곳이 왜 영남알프스라불리우는지 실감할 수 있다.

 등억온천단지 인근에는 간월자연휴양림이 있다. 겨울 산에 들어가 대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듯하다.

간월자연휴양림.

간월자연휴양림에서 본 눈덮인 간월산 공룡능선.

언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석남사에 못미쳐 청도 방향 985번 지방도를 타면 곧 가지산탄산유황온천이 나온다. 탄산이 다량 함유된 탄산온천인 이 곳에는 수영장 시설까지 갖춰 특히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985번 지방도를 타고 운문령을 넘으면 운문산자연휴양림이 기다린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이 곳에서는 심산계곡의 고요한 자연미와 용미폭포의 빙벽을 감상할 수 있다.
운문사를 구경한 뒤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와도 되고 청도에서 온천을 한 후 건천이나 경산IC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운문사에서 청도방향으로 45㎞ 정도 달리면 용암온천이 나온다. 유황성분이 많고 특히 게르마늄은 일반 온천에 비해 30배 정도. 인근 삼신마을에 장수노인이 많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용 노천탕이 별도로 있다.

운문사에서 경산 대구방향으로 35㎞ 지점에는 유화수소온천인 학일온천이 있지만 얼마전 문을 닫았다. 참고하길.

 표충사에서 언양 방향으로 가다 보면 가인예술촌이 나온다. 폐교된 가인초등학교를 지난 1997년 지역 화가들이 합심해 집단창작촌을 일군 곳이다.

또 24번 국도를 타고 석남사를 지나 밀양 방향으로 가다 좌회전해 69번 국도를 타면 배내골 방향. 배내재를 지나면 파래소폭포를 구경할 수 있고 폭포를 기준으로 위 아래에 각각 신불산자연휴양림 상단과 하단이 위치해 있다. 숲속 통나무집에서 온가족이 함께 겨울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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