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21> 울산 문수산~남암산

영남알프스 비켜 앉아 홀로 청량한 자태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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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천하의 명당 바로 이곳이 아니던가!' 정면 남암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가운데 문수산 문수사 입구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너른 바위전망대에서 산꾼들이 잠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

 
산에서 타인들을 만나는 일은 필요악일까.

평일 일찍 산행을 떠나는 취재팀은 국립공원 등 이름깨나 있는 산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산꾼들을 접할 수가 없다. 어쩌다 길이 험한데다 밋밋하게 이어지는 멀고 먼 능선길에선 차라리 사람에 대한 그리움마저 사무친다. 오죽했으면 하산 뒤 만나는 시골 촌로가 반가울까.

약간은 시끌벅적하지만 목젖이 보일 정도로 밝은 표정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는 '아줌마 부대'는 차라리 인간적이다. 그들로 인해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고 오랫동안 잊고 지낸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보기 싫은 장면도 있다. 빤히 보이는 등산로 옆 너른 터에 앉아 과일껍질 등 쓰레기를 맘대로 버리는 부류들이다. 그들은 알까. 무심코 행한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지.

울산 문수산(文殊山·599.8m)은 '부산의 금정산(801m)'에 비유돼 시민들로 항상 북적인다.

이들 산은 공통점이 제법 있다. 우선 접근성이 뛰어나 그냥 생각날 때 훌쩍 떠날 수 있다. 초행자도 부담없이 오를 수도 있다. 무슨 거창한 채비도 필요없고 그저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등산화만 갖추면 된다. 평일에도 사람들로 넘쳐나 꼴불견 현장을 적지않게 봐야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사실 울산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울주군의 서쪽 끄트머리에는 가지 신불 간월 고헌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산은 이제 만인의 산이 돼버려 울산시민들도 이를 두고 울산만의 산이라 하지 않는다.

반면 문수산은 울산의 산이다. 언제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줘 지금은 단순히 산 이상의 소중한 존재로 다가온다. 문수산 남쪽 산록에는 남암산(南巖山·543m)이 있다. 신라때 문수보살이 산세가 청량하고 아름다워 살았다는 산이 문수산이라면,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동생 범공이 해인사에 머물다 옮겨와 암자를 짓고 살았다는 곳이 바로 남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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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울주군 청량면 영해마을~망해사지~주능선(갈림길)~철탑~깔딱고개~문수산 정상~문수사~병풍바위 갈림길~문수사 주차장~철탑 앞 갈림길~성불암 갈림길~성남재~남암산 정상~마당재~울주군 청량면 청송부락~문수초등 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울산 가는 7번 국도상의 영해마을 정류장에 내린다. 50m쯤 가서 건널목을 건너면 문수암 입구 표지석. 정면에 우뚝 선 산이 문수산, 그 왼쪽이 남암산. 청량농
협과 영해휴게소를 잇따라 지나면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입구 묘지 주변 소나무의 곡선미가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러한 모습은 산행 내내
확인할 수 있다.                                                      망해사지 석조부도.

곧 이정표. 정상까지 3㎞. 길은 넓고 바닥은 딱딱하다. 산죽숲을 지나면 오른쪽 아래에 망해사지. 신라 헌강왕 때 동해 용왕을 위해 세운 절인 망해사의 흔적은 오간데 없고 대신 보물로 지정된 부도 2기가 나란히 서 있다. 대나무와 소나무 편백이 이룬 주변 숲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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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2.2㎞'라고 적힌 두번째 이정표를 지나서야 비로소 길이 좁아진다. 10분 뒤 주능선에 닿는다.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영축산, 울산상고 방향. 왼쪽으로 간다. 평일인데도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요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철탑을 지나자 갈림길.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뒤에 만나니까. 10분 뒤 울산대가 세운 앙증맞은 대리석 표지석을 만난다. 곧 만나는 전망대 바위에선 주변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남암산을 기준으로 왼쪽에 대운산 꽃장산 동해바다가, 오른쪽으론 천성산 정족산 솥발산 공원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진행되는 산길.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깔딱고개 입구로, 너른 터다. 두부와 막걸리를 팔아 많은 사람들이 쉬어 간다. 이곳은 또 '울산생명의 숲'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숲 체험코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깔딱고개는 말 그대로 숨이 턱에 차는 난코스. 이곳만 오르면 정상이다. 최근에는 흙 유실 방지를 위한 통나무 턱 공사를 하고 있다. 20여분 뒤 정상. 한전 이동중계탑이 서 있고 주변엔 쉼터로 벤치가 여럿 놓여 있다.

조망이 탁월해 울산과 주변의 산이란 산은 모두 볼 수 있다. 북쪽 정면으로 삼태봉, 파헤친 곳 국수봉, 그 뒤 치술령, 그 왼쪽으로 무학산 연화산 백운산 고헌산 문복산 운문령 상운산 가지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투구봉 시살등 오룡산 염수봉 채바우골만당 천마산 토곡산, 그 앞 능선엔 정족산 천선상이 그야말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울산 시가지와 온산공단 그리고 탁 트인 동해바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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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남암산으로 가는 도중 뒤돌아서서 바라본 문수산 정상. 산 중턱에 문수사와 병풍바위가 보인다. >

 
하산은 직진 방향. 30m쯤 가다 왼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10여분 뒤 갈림길. 다시 왼쪽 내리막길로 간다. 5분 뒤 문수사. 1300여년전 신라 원성왕때 창건된 문수사는 전국에서 많은 신도들이 찾고 있는 명찰. 하지만 최근의 대규모 불사로 되레 고즈넉한 옛 모습을 상실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감로수 앞 계단으로 내려선다. 아름드리 소나무 옆 바위전망대가 천하의 명당처럼 앉아있다. 정면에 남암산이 가까이 와닿는다. 산행은 바위전망대 왼쪽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직진하면 문수산의 자랑으로 클라이머들의 천국인 병풍바위 가는 길.

20분 뒤 문수사 주차장. 신도들은 대개 이곳에서 올라온다. 지금부터 포장로. 150m쯤 뒤 세갈래 길. 울산 부산 방향의 가운데 길로 간다. 오른쪽 뒤로 고개를 돌리면 18개의 바위가 천태만상의 모습을 한 병풍바위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철탑 앞에서 남암산, 성불암 방향으로 향한다. 5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성불암을 거쳐 남암산으로 가고, 왼쪽 산길로 오르면 곧바로 상봉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애매모호하니 참고하길. 갈림길에서 100m 거리엔 약수터가 있다. 산길로 오른다. 낙엽과 솔가리가 반복되는 오솔길의 남암산은 이웃 문수산의 유명세 덕에 도심의 산임에도 아직 오염되지 않은 산으로 남아있다. 정상까지 40분 정도의 산길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하산은 왼쪽 마당재 방향. 가파르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마당재를 지나 청송자연농원 방향으로 25분쯤 가면 시멘트길을 만난다. 곧 청량면 청송부락. 여기서 7번 국도까지는 20분 걸린다. 울산(왼쪽) 방면으로 100m 정도만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교통편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데다 부산서 버스를 타면 한 번만에 닿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권하고 싶다.

지하철 1호선 종점인 노포동종합터미널 앞에서 울산행 1127번(울산역~노포동) 시내버스를 탄다. 내리는 곳은 '영해마을'이지만 기사에게는 '문수사 입구'라고 말하면 된다.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55분 정도 걸린다. 1800원. 날머리 '문수초등학교' 정류장에서도 마찬가지로 1127번을 타고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내리면 된다.

#떠나기 전에

이번 산행은 같은 울산의 산이지만 사람의 많고 적음에 따라 확연히 다른 산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수사를 품은 문수산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부산의 금정산이나 진주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월아산과 같은 모습이다. 차이라면 문수산에선 아직까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자주 목격된다는 점. 문수산을 찾는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문수산은 과거 청량산으로 불렸다. 이를 입증하듯 지금 문수사 현판에는 청량산 문수사로 표기돼 있다. 신라 경순왕이 문수산의 동쪽에 위치한 영축산의 문수보살을 찾기 위해 문수동자를 따라오다 문수동자가 갑자기 사라지니 신라의 앞날이 암울함을 깨닫고 고려에 바쳤다는 설이 전해온다.

남암산은 도심의 산치고 사람공해가 거의 없다. 신년벽두 울산시민들이 문수산 정상에서 해맞이를 할 때 맞은 편 남암산은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쓸쓸히 서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

부산서 출발, 산행시간을 고려하면 문수사에 닿는 시간은 대략 낮 12시30분 전후. 공양시간이라 절밥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최소한 12시50분까지는 도착해야 가능하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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