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29> 경주 삼성산~도덕산

가파른 상봉 오르면 동해바다 '넘실'

융단같은 낙엽길따라 진달래·생강나무꽃 만발
경주·영천 경계…"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
하산은 완만한 능선, 영남알프스 등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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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산 정상으로 오르기 직전 만나는 급경사 된비알을 오른 후 무덤 앞 낮은 바위에 서서 주위를 관망하는 부산지역 산꾼들.


 
이따금 사석에서 산꾼들을 만나면 서로 약속이나 한듯 첫 인사로 "매주 전국의 산을 찾아 오르니 산타는 수준이 거의 전문 산악인급에 도달했겠네요"라고 묻는다.

정말 부담스런 질문임에 틀림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기자는 매주 산에 다니지만 그것은 업무의 일부인 '취재산행'이다.

다시말해 산에 오르면서 기사작성을 위해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산세도 꼼꼼히 챙기고 불쑥 내민 야생화를 만나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산길에서 조우하는 산꾼들과의 대화도 잊지 않는다. 혹 길을 찾지 못할 경우 산행대장은 기자를 대기시켜 놓고 길을 찾으러 다녀 본의아니게 휴식시간(?)도 갖는다.

장쾌한 조망을 자랑하는 전망대를 만나면 잠시 짐보따리를 풀고 쉬어간다. 모처럼 동행한 아줌마 산꾼이 간식을 많이 내놓을 땐 지체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 단체행동을 해야만 하는 가이드 산악회의 시각을 다투는 산행도 아니고, 정상까지 단시간 내 주파를 목적으로 하는 건각들의 빠른 발걸음은 더욱 더 아니다.

그래서 간혹 이렇게 자문해 본다. "산행 담당기자인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산을 잘 타는 축에 속할까."

기실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 예로 간혹 가이드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설 경우 후미에 겨우 따라붙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산행 후 다음날 활동하는데 있어 다리에 아무 이상이 없을 만큼 적응해 있다는 것. 물론 눈 속을 헤쳐나가는 러셀산행이나 폭우 속 산행은 예외이긴 하지만.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경주의 삼성산~도덕산은 체력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렇다고 해서 산행 내내 '악!'소리가 나는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가 꽃대궐을 이루고, 양지바른 중턱에는 소리소문없이 적잖은 야생화가 고개를 쏙 내밀고 있다. 낙엽깔린 융단길에선 감동하고, 동해바다가 넘실대는 모습을 확인할 땐 기쁨이 배로 다가오다.

문제는 두 산 모두 상봉으로 가는 30분 정도의 된비알이 가히 살인적이라 불릴 만큼 경사가 심하다는 것. 둘러가는 길도 없는 이 구간은 겨우내 움추렸던 산꾼들의 체력을 테스트하기에 그야말로 제격이다. 참고로 기자는 이번 산행 후 러셀산행을 다녀왔을 때 나타나는 징후를 느꼈다.

산행은 안강읍 하곡버스정류장~고개삼거리~서산 유씨묘~'악! 30분 된비알'~바위군(群)~무덤1기~삼성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낙동정맥길과 만남~삼각점 봉우리~미룡고개 도로(미룡마을)~산불초소~월성 최씨묘~'악! 30분 된비알'~배티재~삼각점 봉우리~도덕산 정상~안부사거리(자옥산 갈림길)~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앞 주차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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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시리즈 애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1시간30분 정도 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걷는 안성맞춤 산행이다.

하곡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진행방향과 반대로 200m쯤 간다. 하곡낚시터 간판이 보이면 왼쪽길로 40m쯤 간다. 곡각지점의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농업용수 수로인 시멘트 교각을 지난다. 의외로 산길이 반듯해 길찾기는 문제없다. 잊을라치면 진달래가 한 그루씩 객을 맞는다. 길 왼쪽 능선은 낙동정맥.

30분쯤 뒤 무덤 2기를 조금 못가 오른쪽길로 향한다. 곧 고개삼거리. 직진하지 않고 길이 희미한 우측으로 가면 능선. 정면 2개의 봉우리가 삼성산. 우측으로 3m쯤 가다 좌측 내리막길 유씨묘를 지나간다. 10분 뒤 사거리. 직진한다. 이때부터 완만한 산길. 10분 뒤 다시 사거리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치고 오른다.

곧 갈림길. 우측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길을 택한다. 처음엔 길이 보이다 이내 사라지고 '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이 나타난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지만 곳곳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만발해 그나마 위안을 준다.

30분쯤 뒤 바위군이 보이면 오르막길은 사실상 끝. 바위군 바로 위가 무덤이니 여기서 쉬어가자. 이후로 호젓한 능선길. 우측에 도덕산과 자옥산, 발밑에 미룡마을이 보인다. 10여분 뒤 삼성산(591m) 상봉. 바위 위에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석 반대편 쪽에 영천 고경면청년회에서 '삼성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꽂혀있다. 그러고보니 이곳이 경주와 영천의 경계인 듯.

하산길은 호젓한 산길. 8분뒤 삼각점 봉우리. 주변의 나무를 베 조망이 뛰어나다. 정면 천장산, 그 왼쪽 뒤 운주산, 우측으로 방향을 돌리면 도덕산 자옥산, 그 사이 어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팀은 도덕산과 자옥산이 만나는 푹 꺼진 V자 모양의 안부에서 뒤로 넘어간다.

10여분 뒤 안강휴게소가 위치한 시티재에서 올라오는 낙동정맥길과 만나면 우측 미룡마을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턴 정맥종주 리본이 많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미룡마을이 위치한 도로까지는 40분. 도로를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 산길로 간다. 산불초소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묘지와 밭, 그리고 마른 억새길을 지나 10분 뒤 산길로 접어든다.

삼성산 능선으로 향하는 급경사 된비알과 마찬가지로 코가 땅에 닿일 만큼 살인적이다. 차이라면 도덕산 된비알은 길이 선명하다는 점. 30분 뒤 능선에 오른다. 도덕산은 오른쪽 방향. 왼쪽은 낙동정맥길. 이 길은 봉좌 운주산으로 이어지며, 여기서 한 갈래가 나와 천장산으로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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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산을 배경으로 우뚝 선 정혜사지 13층석탑.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면 완만한 능선길을 내달린다. 이렇게 10분, 이내 도덕산(702m) 상봉이다. 정상석 맞은편인 동쪽엔 너른 전망대가 경주와 포항을 굽어본다. 우측 발밑 안강읍, 왼쪽 포항쪽엔 비학산 천령산 향로봉이, 그 우측으로 어래 운주 동대봉 무릉 금곡 어림 인내 구미 단석 오봉 사룡 구룡산과 영남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기서 20여분 후 안부사거리. 직진하면 자옥산(0.7㎞), 산행팀은 왼쪽 정혜사지 13층석탑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딸기밭과 야생화가 만발한 산길을 내려서면 갈림길. 왼쪽 임도길로 10분쯤 가면 우측 자옥사 방향 산길인 지름길. 여기서 탑까지는 6분 거리. 회재 이언적 선생이 머무른 사랑채인 독락당 주차장까지는 8분 걸린다.


#교통편-경주서 안강 하곡행 205번 버스 타야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 앞에서 들머리인 안강읍 하곡 종점 가는 버스는 제일교통 205번으로 오전 8시20분, 10시45분에 있다. 2400원.

독락당 앞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35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1300원. 경주터미널에서 노포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막차는 오후 9시5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위덕대(울진) 7번 국도~포항 안강~7번 포항~영천 안강 28번 국도~28번 안강 방면 우회전~대구 영천 28번 국도~안강읍~(안강 방면 왼쪽길 버리고)대구 영천 28번 우회전~하곡버스 종점(솔밭 오리진흙구이 빨간색 큰 간판 또는 통나무 종합학교 한울 직전) 순. 날머리 독락당에서 들머리 하곡종점까지 택시(054-761-6200, 3405) 요금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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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쪽에서 바라본 독락당 사랑채.


 
#떠나기전에-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유적답사도

이번 산행은 오가는 길에 문화유적답사도 가능하다.

우선 정혜사지 13층석탑(국보 제40호).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5.9m 높이로 13층의 몸돌을 올린 모습은 불국사 다보탑과 화엄사 사(四)사자삼층석탑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큼 조형미가 빼어나다. 도덕산을 배경으로 한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독락당(獨樂堂·보물 제413호)은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사랑채. 이곳의 진가는 작은 돌담길을 지나 계곡에서 감상해야 알 수 있다. 사랑대청에서 집 옆을 흐르는 계곡물을 볼 수 있도록 담에 살창을 뚫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세상의 욕심을 모두 버리고 건너 오라는 뜻에서 외나무다리를 통해 들어가는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이언적 선생을 제향하기 위해 세운 서원. 대원군의 서원철폐때도 무사히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서원 옆을 흐르는 계곡은 이름난 계곡 못지 않게 경관이 빼어나다.

독락당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동마을은 신라권역인데도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국내 최대규모의 양반마을. 관가정 향단 무첨당 서백당 등 보물과 민속자료가 즐비해 지난 1984년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든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5.04.14 14:43 / 수정: 2007.02.28 오후 7: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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