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32> 산청 석대산

분재같은 홍송·기암괴석 산꾼 화가 영감에 빠지다


본지 근교산 애독자인 진주 조규한 화백 동행
하늘 찌르는 상투바위·가파른 암릉, 숨은 명산
상봉 내려오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 살짝 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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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바위에 오른 산꾼화가 조규한씨. 발밑에는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번 산행에는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꾼화가 조규한(54) 씨가 동행했다. 근교산 시리즈의 애독자이자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산행팀과 꼭 한 번 산행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30여 년 동안 산에서 작품을 구상해온 ‘지독한’ 산꾼화가였다. 지리산 종주 23회, 천왕봉 등정 120여 회 등 그가 섭렵한 봉우리만 500여 곳. 지금도 한달에 대여섯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산행은 그의 생활의 일부분이다.
“평생 산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가로서의 고된 작업에서 오는 고독감과 쓸쓸함을 산을 오르면서 털어버립니다. 산이 제 그림의 원천이자 고향인 셈이죠."
그는 지난해 합천 황매산 산골에 위치한 `바람흔적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주제도 산을 통한 자신의 삶의 궤적을 그린 `나의 삶·나의 산=산울림'. 산꾼화가다운 발상이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괜찮은 반응에 한층 고무된 그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산 속 전시회가 바로 그것. 시기는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철쭉이 들불처럼 타오르는 내년 이맘때쯤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열 계획이다.
그날 그는 스케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끊임없이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반추상이다. 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 받은 심성과 느낌을 체화해 화폭에 담는다.
선배 산꾼답게 그는 오랜 세월 산행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자주 산행을 하다보니까 산의 높낮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 자신이 지금 산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미협회원인 조 화백과 함께 오른 산은 산청의 석대산(石岱山·534m). 이웃한 진주에서 작업하고 있는 베테랑 산꾼 조 화백도 금시초문이란다.
웅석봉 가는 길목, 다시말해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으로 가는 길과 나란히 달리는 나즈막한 산이다. 도심에 있었다면 적당히 대접받았을 법한 괜찮은 산인데 지리산 자락에서, 그것도 한 귀퉁이에 숨어 있으니 웬만한 산꾼도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한마디로 작지만 위엄있는 산이다.
`돌 석(石), 태산 대(岱)' 자에서 알 수 있듯 능선 상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상투바위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조 화백도 한마디 거들었다. “기암괴석과 홍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암릉길의 풍광은 이른바 명산에 필적할 만큼 아름다운데요."
산행은 윗진자마을 경로당~개울 건너 낮은 절개지 올라~40여분 암릉길~헬기장~석대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밤나무밭~철탑~권씨가족묘~석대산 남가람봉~삼각점~상투바위~도로~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들머리 부분만 잘 찾으면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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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한씨가 산행후 그린 산행팀에 보내온 '석대산=산울림'. (10호).


윗진자마을 경로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계단식 논밭을 따라 산으로 향한다. 7분 뒤 갈림길. 우측 계곡물이 열목어가 보일 만큼 맑다.
좌측 너른 밤나무길로 간다. 10분 뒤 실계곡을 건너 낮은 절개지로 오른다. 길이 묵어 희미하지만 그런 대로 갈 만하다.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안부. 석대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치고 오른다. 150m쯤 뒤 `석대산 가는 길'이라 적힌 빨간 리본이 보이면서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이내 암릉길. 기암괴석과 어울리는 홍송 서너 그루가 인위적으로 만든 분재처럼 독특한 자태로 눈길을 붙잡는다. 고개를 돌리면 옥산 백운산 금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점차 경사가 심해져 두 세 차례 밧줄을 잡고 오른다. 15분 뒤 우측 전망대에 서면 좌측으로 진양호와 집현산, 그 뒤로 의령 자굴산 한우산 산성산이, 정면엔 경호강과 월아산 방어산이 확인된다. 명당인 진양 강씨묘를 지나면 사실상 암릉길은 끝. 숲길로 들어선다. 곧 길 왼편에 작은 전망대. 지리산 남부능선과 중봉이 보인다. 오른쪽 임도가 보이는 산은 웅석봉. 그 앞 낮은 봉우리가 석대산 정상이다.
헬기장을 지나 10분 뒤 다시 암릉길. 여기서 5분 뒤면 석대산 상봉.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 돌탑을 쌓아놨다. 곧 길 왼쪽에 전망대. 지리산 천왕봉이 초승달만큼 보이고, 그 우측에 중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삼각점 봉우리.
하산길은 억새길. 꿩과 노루 두 마리가 연이어 정적을 깬다. 20여 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청계저수지와 웅석봉이 가까이 와 있다. 주변은 밤나무밭. 왼쪽 발밑에는 고산습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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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경호강과 대전통영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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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조규한 씨와 이창우 산행대장(오른쪽).

이 즈음 길이 보이지 않아 능선을 타기 위해 위로 치고 오른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일순간 시야가 다시 트이며 근처 암봉에 선다. 둔철산과 철탑 뒤로 정수산, 대성산이 펼쳐지고 우측에는 경호강 물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송림을 헤치고 암봉 넘기를 수 차례.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난다. 계속 직진하면 철탑과 권씨가족묘를 지난다. 왼쪽 숲길로 가지만 뚜렷한 길은 없다.
100m 정도 치고 오르면 다시 마을에서 올라오는 좁은 길과 만난다. 직진하면 곧 남가람봉. 정상석 뒤에는 해발 700m라 적혀 있지만 산행팀이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568m임을 밝혀둔다. 정상석 옆 삼각점 봉우리에 서면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3번 국도, 그리고 경호강이 나란히 달린다.
다시 암릉길. 경호강을 중심으로 저 멀리 `좌 웅석봉, 우 둔철산'이, 왼쪽 발아래는 청계저수지가 펼쳐진다.
곧 눈앞에 아슬아슬한 암봉이 나타난다. 이번 산행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고 스릴있는 지점으로 반드시 이를 통과해야 한다. 산행 후 만난 어르신은 상투바위라고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봐왔던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상투바위를 넘어서면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후 암릉을 벗어나 산길로 20여 분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선다. 하산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걸린다. (2005. 5)


# 떠나기전에 - 산행 내내 진달래가 방긋. 단속사지·겁외사 등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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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산은 진달래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산행 내내 진달래가 도열해 산꾼들을 반겨준다.


무명의 석대산은 정보가 거의 없어 산행팀은 무작정 떠났다. 전형적인 진달래산이었다. 비슬산이나 비음산마냥 능선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이 아니라 4시간 이상 걸리는 산행 내내 진달래가 산꾼들을 줄곧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온라인 상에 자료가 없었기에 산행팀만 예상치 못한 호사를 누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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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산 능선을 배경으로 한 단속사지 동·서 3층 석탑.


승용차를 갖고 온 경우 단성IC로 가기 전에 짧은 코스지만 문화유산답사를 할 수 있다.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는 청계약수가 사시사철 솟는다. 부근에선 꽤 이름이 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면 길 우측, 다시말해 석대산 서쪽에 보물 제72, 73호인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을 볼 수 있다. 절은 간데 없고 두 탑만이 남아 절터를 지키고 있다. 높이가 5.3m인 이 두 석탑은 신라계 양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소의 생략을 보이는 9세기 석탑의 전형을 보여준다. 균형미가 빼어나고 아름답다. 석탑에서 30~40m 떨어진 지점에는 당간지주가 동강난 채 서 있다.

남사고가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밀양 박씨, 성주 이씨, 진양 하씨 등의 수 백년에 걸쳐 내려온 전통가옥들을 구경할 수 있다.

목화시배유지 못가 우측으로 2㎞ 정도 떨어진 곳에선 한국 근대불교의 대표 선승인 성철 스님 생가터에 위치한 기념관과 겁외사를 만난다. 스님의 유품전시관인 포영당에선 스님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성IC 입구의 문익점 선생이 최초로 면화를 재배한 목화시배유지도 놓치지 말자.


# 교통편 - 진주서 청계행 버스 윗진자마을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700원. 1시간30분 소요.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청계행 버스를 타고 윗진자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11시.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서 진주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6시10분에 있다. 진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서부터미널행 버스의 막차는 밤 9시10분. 6700원. 노포동종합터미널행은 막차 오후 8시. 7700원. 이 버스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앞에서 한번 정차한다. 69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단성IC서 지리산 방향 우회전~목화시배유지 지나~소남리 버리고 지리산 방향~남사고가마을 지나~청계 입석 1001번 지방도 우회전(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호암교 다리 건너~산청 청계 3번 직진~윗진자마을(경로당) 순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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