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37> 포항 만리성산~묘봉산


낙동정맥 동쪽에 위치한 형남기맥 기점
오솔길따라 지능선 오르면 임도급 산길
울창하고 푹신한 숲 삼림욕장인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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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남기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저멀리 포항 앞바다가 장쾌하게 조망되는 묘봉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추억이다. 최근 군대 회피 목적으로 국적 포기를 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대다수 멀쩡한 남자들은 그래도 가슴 한 켠에 군시절을 소중한 추억으로 아련히 남겨두고 있다. 만일 한 번 더 가라고 하면 결단코 거부하겠지만 남자들에게서 군대 이야기는 동질감의 확인과 같은 의미를 담는다.

포항의 만리성산(427m). 잘 정비된 능선길이 산행 내내 이어지는 보석같은 코스이다.

취재팀은 이번 산행에서 군생활을 떠올리는 '행군로'라고 적힌 팻말을 우연히 발견했다. 귀신잡는 해병대 모 사단의 체력단련 코스였다.

육군 보병 100(소총수)으로 제대한 기자와 산행대장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군생활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든 훈련을 어떻게 감내하고, 그토록 불합리한 명령 아닌 명령에 어떻게 복종했을까."

"한밤중에 야간사격 한답시고 '자동'에 걸어놓고 연발사격을 할 땐 그래도 통쾌했지."

하여튼 지금도 피끓는 젊은 청춘들이 시도때도 없이 이를 악물고 이 길로 극기훈련을 하고 있을 장면을 떠올리면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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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들머리 계곡. 하얀 찔레꽃이 만발해 있다. 만리성산 정상석. 만리성재 또는 만리성이라고도 불린다.


포항의 만리성산은 이른바 형남기맥의 한 기점이다. 형남기맥은 낙동정맥의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 중 가장 큰 형산강 남쪽에 위치한 산줄기. 영남알프스 고헌산 북쪽의 백운산에서 출발, 치술령~토함산~추령~함월산~성황재~만리성산~금오산~고금산을 거쳐 호미곶에서 그 맥을 다한다. 치술령 토함산을 통과하기 때문에 토함기맥이라 칭하는 산꾼들도 있지만 강을 중심으로 맥의 이름을 만들어 부른 산경표의 개념으로 볼 때 형남기맥이 타당하다는 것이 일반적이 견해이다.

무엇보다 능선길이 잘 정비돼 있어 평소 원없이 내달려보고 싶은 산꾼들이 있으면 적극 권하고 싶다.

산행은 포항 오천읍 갈평마을 갈평2교 입구~계곡~재실(齋室)~천주교 진주강씨묘~임도급 산길~묘봉산 갈림길~석남사 갈림길~묘봉산 정상~묘봉산 갈림길~사격장 삼거리~만리성산~산사태 절개지~철탑~음지마을 갈림길(하산길)~낙엽 및 계곡길~음지마을 순.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지만 길찾기가 만만찮으니 리본을 꼭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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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평정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방향과 반대로 걸으면 갈평2교와 만난다. 다리를 지나 우측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들머리 주변에는 '정자숯불가든' '갈평사슴농장'이라 적힌 큰 간판이 서 있으니 참고하자.

유량은 많지 않지만 계곡물이 아주 깨끗하며 주변에는 하얀 찔레꽃이 만발해 있다. 한여름에는 이곳에 텐트족들이 많아서인지 '야영금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계곡길을 버리고 이따금 좌측 산길로 향하지만 결국 만난다. 15분쯤 지났을까. 대숲을 배경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재실을 만난다. 재실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산길로 향한다. 6분쯤 뒤 다시 갈림길. 빨간 사각 플라스틱판이 걸린 왼쪽방향은 철탑가는 길. 오른쪽길로 간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 산으로 향한다.

숲이 울창해 삼림욕장에 온 기분이다. 실개울을 건너 꼬불꼬불 산길을 오른다. 천주교인 진주강씨묘를 지나면서 송림. 솔가리가 널부러져 푹신푹신하다.

계속되는 오르막. 오솔길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지능선에 닿는다. 들머리에서 45분 정도.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135도쯤 크게 튼다. 완경사 내리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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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를 지나 좁다란 소로를 따라가면 뜻밖에 임도급 산길을 만난다. 황당한 순간! 몇 차례 주변을 살핀 끝에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해병대 모 사단'이라 코팅된 조그만 팻말이 곳곳에 걸려 있어 군부대 안이라고 짐작했지만 알고보니 체력단련코스였다. 왼쪽길은 북쪽 호미곶 방향, 참조하길.

내리막 커브길에는 나무를 덧대 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무엇보다 산길이 귀빈을 맞는 듯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군인들의 피땀어린 '작업'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임도급 산길에서 15분, 묘봉산 갈림길을 만난다. 지형도에도 없는 묘봉산은 형남기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조망돼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왼쪽으로 20m쯤 가면 이정표가 있다. '왼쪽 묘봉산, 직진 석남사'. 묘봉산은 이정표에서 150m 거리에 있다. 1.5m 높이의 바위 옆에 361.5m라고 적힌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정면엔 동해바다, 반대쪽엔 운제산, 보이지 않지만 우측이 호미곶 방향.

다시 묘봉산 갈림길로 돌아가 침목을 댄 우측 내리막길로 향한다. 14분쯤 뒤 해병대에서 세운 빨간색 이정표. 왼쪽 산서사격장, 오른쪽 대본리 방향으로 간다. 산길 왼쪽 저멀리 사격장이 보인다.

벼랑 추락방지를 위해 말뚝을 세워 밧줄로 묶은 길을 지난다. 낙엽길도 만나고 새들도 끊임없이 지저귄다. 때론 길 우측에 포항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숲도 울창하고 산길도 편안해 콧노래를 불러도 될 만큼 부담없다.

사격장 갈림길에서 1시간 뒤, 능선길 우측에 산길이 열려 있다. 누군가가 나무 두 그루를 노끈으로 묶어놓았다. 얼핏 무덤 2기만 보이지만 무덤 뒤에 '만리성 427m'라고 적힌 정상석이 숨어있다. 사실 산행팀도 그냥 지나쳤다가 기분이 찜찜해서 되돌아가 결국 확인했다.

이어지는 갈림길. 그 사이에 '행군로'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산행팀의 날머리는 음지마을. 우측길로 가도 가능하지만 능선길이 좋아 조금 더 내달리기로 한다. 도중 우측 묵은 길을 한번 만나지만 결국 주 능선길과 만난다. 참고하길.

또 한번의 갈림길. 만리성산에서 23분 거리다. 좌측 행군로는 버리고 우측 성황재 방향으로 내려간다. 리본이 많아 찾기 쉽다. 묵은 길이다. 잡풀도 헤치고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도 기다린다.

과거 산사태로 추정되는 함몰지역 가장자리를 돌아 철탑을 지난다. 길이 더 험해진다.

철탑에서 20여분. 음지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기다린다.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성황재로 가는 형남기맥 종주길, 우측으로 내려선다. 갈림길 사이에 나무지팡이가 쌓여 있으니 참고하자.

물없는 마른 계곡이지만 예상치 못한 낙엽길이다. 무릎까지 빠질 정도다. 25분이면 계곡을 벗어나고 거기서 10분이면 음지마을 진전휴게소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호미곶서 백두대간 연결
산행후 볼거리 무궁무진

포항에서 예기치 못한 대어같은 산길을 낚았다.

오랫동안 산행팀은 5만분의 1 지형도를 보면서 항상 만리성산을 눈여겨 보며 오를 기회만 잡고 있었다. 호미곶에서 시작되는 형남기맥의 존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능선이 해병대의 행군로와 겹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해병대 덕택에 능선길은 주위의 낮은 산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깨끗하고 멋진 산길로 탈바꿈돼 있었다.

근교산꾼들이여! 낮다고 얕보지 마시길. 묘봉산~만리성산 산길은 동호인 여러분을 사로잡을 것이다.

만리성산을 지나면 능선의 맥은 크게 두 개로 갈라진다. 왼쪽 행군로는 감포의 문무대왕릉으로 이어지는 문무대왕로이며, 오른쪽 거친 산길은 형남기맥으로 토함산으로 연결된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은 아주 먼 오지의 산길을 걷는 기분이다.

특히 이 길은 호랑이 꼬리모양의 호미곶에서 낙동정맥을 거쳐 백두대간 종점인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의미있는 등산로이다.

산행후 주변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다. 오천읍의 오어지와 오어사, 경주의 기림사 골굴사 감포 문무대왕릉 등이 산재해 있어 시간이 나면 꼭 들르자.

호국보훈의 달 6월 군시절을 회상하며 떠나보자.


#교통편-포항서 오천읍 내려 다시 갈평행 버스타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천읍으로 와 다시 들머리인 갈평으로 가야 한다.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7200원. 1시간40분 걸린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054-274-2313)에서 오천행 300번 좌석버스를 타고 오천읍 닛시마트 앞에서 내린다. 15분마다 있으며 1300원. 오천읍 세계리복개천 정류장에서 갈평행 버스를 타고 갈평정수장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10, 오전 11시10분. 900원.

날머리 음지마을 진전휴게소에서 오천읍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7시20분에 출발한다. 오천읍에서 포항행 버스는 역시 15분 간격으로 300번 좌석버스가 있다. 포항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7~1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오후 8시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문화엑스포공원 지나~감포가는 4번 국도~덕동호~추령터널~포항 기림사 14번 국도 좌회전~골굴사 입구 지나~기림사 입구 지나 포항 오천 방향 우회전~포항시 오천읍~갈평마을(정자숯불가든, 갈평사슴농장 간판) 순으로 가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6.09 15:48 / 수정: 2007.02.27 오후 7: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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