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류따라 굽이굽이 원시의 비경-울창한 원시림·기기묘묘한 암벽
자연미 그대로 간직한 마실·덕골-정상 오르면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날머리 하옥까지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이용을
덕골 '황금수 온천' 눈길… 하옥산장 1박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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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인 덕골의 U자 협곡을 따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산꾼들. 경사진 암반은 이끼가 껴 아주 미끄럽다.

 
어느샌가 햇볕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새삼스레 시원한 계곡이 그리워진다. 확트인 시야의 능선길 대신 하늘을 가린 숲길이었으면 좋겠다.

바야흐로 계곡산행 시즌이 도래했다.

요즘 산꾼들은 계곡도 계곡 나름이라며 무척 까탈스럽다. 이름깨나 알려진 곳은 사람들이 북적대 싫고 일부 국립공원은 '그림의 떡'마냥 아예 접근조차 불허해 더욱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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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골에서 만난 촛대바위. 한 산꾼이 장난감 크기로 보인다.

그래서 산꾼들은 원시림에 대자연의 신비감을 고스란히 간직한 절경의 골짜기를 기를 쓰고 찾아 나선다. 좁은 땅덩어리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계곡이 널려 있겠냐마는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 자신있게 숨은 계곡을 내놓는다.

경북 영덕과 인접한 포항 북부 내연산(內延山) 마실골과 덕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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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때의 마실골 또한 덕골 못지 않게 때묻지 않은 보석같은 계곡이다.

흔히 내연산 하면 보경사와 12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청하골을 먼저 떠올린다. 7번 국도 상에서 접근이 용이해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은 이미 한 번쯤 다녀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하골이 내연산을 기점으로 남동쪽의 널리 알려진 계곡이라면 마실골과 덕골은 그 반대편 오지인 북서쪽의 숨은 계곡이다. 두 골짜기는 사시사철 청류(淸流)가 흐르는 하옥리 계곡의 지류이다.

하옥리 계곡은 '옥계 37경'으로 유명한 영덕의 옥계계곡과 이어지는 상류쪽 계곡. 도로를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절경을 이룬다. 주계곡이 이럴진대 지계곡과 산줄기의 경관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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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과 내연산 삼지봉을 연이어 찍고....

마실골과 덕골은 순수 자연미를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가에 비중을 두는 까다로운 산꾼들에겐 최고의 계곡으로 손꼽힌다. 기기묘묘한 암벽과 단애, 이름 모를 무수한 폭포와 소, 하늘을 가릴 듯한 울창한 숲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산행은 마실골~Y자 계곡 갈림길~삼지봉·동대산 주능선~(동대산·791m)~동지봉(789m·좁다란 헬기장)~마두교·삼지봉 갈림길~문수봉·삼지봉 갈림길~내연산 삼지봉(710m)~마두교·삼지봉 갈림길~덕골~마두교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50분 안팎. 자고로 능선은 오르면서, 계곡은 내려가면서 길찾기가 쉽다고 한다. 마실골은 그나마 힘겹게 올랐지만 덕골만큼은 예외라고 강조하고 싶다. 험한데다 에돌아 가야 할 산길마저 꼭꼭 숨어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나 나홀로 산행은 결단코 말리고 싶고, 최소한 서너 명은 함께 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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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마실골 입구는 버스종점인 하옥리 포항학생야영장에서 비포장로를 따라 700m쯤 가면 만난다. 바로 앞에는 잠수교가 있다. 100m 전쯤에는 공중화장실과 신축 중인 기도원, 그리고 '포항학생야영장 2포스트' 안내판이 보인다.

 
발걸음은 잠수교 직전 우측 논을 따라 옮긴다. 150m쯤 뒤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바로 바윗길로 올라선다. 이 길만 찾으면 일단 들머리를 찾은 셈. 이후 계곡을 따라 산허리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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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골로 내려서는 산길 초입(왼쪽)과 주변의 빼어난 경관.

10분이면 계곡에 닿는다. 30m쯤 대각선 방향으로 물길을 건너면 다시 산길. 입구의 초롱꽃이 아주 곱다.

늘 그렇듯 계곡산행은 정답이 없다. 그저 물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계곡 좌우 산사면길로 걷기도 한다. 또 경사도가 제법 되는 암반을 손발을 모두 동원해 지나기도 한다.

이번 마실골도 마찬가지. 골 안으로 접어들면 평범했던 겉모습과 달리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울창한 숲에 대롱대롱 매달린 덩굴, 이끼 낀 바위가 우선 시선을 붙잡는다. 좌우 기암절벽과 자그마한 폭포, 소 등은 기본. 비록 꽃은 지고 없지만 금낭화 군락지도 자주 발견되고 너덜길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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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실골은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렇게 1시간30분 정신없이 오르다 보면 주능선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이고 물소리가 차츰 멀어진다. 어느새 두 골짜기가 만나는 합수지점 약간 위에 올라 서 있다. 일명 Y자계곡이다. 이때부터 두 골 사이로 열린 지능선을 타고 오른다. 된비알이지만 길은 반듯해 20여분이면 주능선에 닿는다. 왼쪽은 동대산, 오른쪽이 내연산 삼지봉 방향. 동대산은 25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동대산에선 정면 향로봉과 왼쪽으로 내연산 삼지봉과 천령산이 가까이 손짓하고, 정상석 뒤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이제 삼지봉으로 향한다. 푹신푹신한 낙엽길이다. 독특한 형상의 투명한 수정난풀도 보인다. 45분이면 조그만 헬기장에 닿는다. 동지봉이다. 조망 등 별 특징이 없어 지체할 이유가 없다. 곧바로 직진한다. 이내 등로는 왼쪽으로 쏟아진다. 4분 뒤 마두교 갈림길. 동대산과 마찬가지로 삼지봉을 다녀온 후 이곳에서 마두교 방향으로 하산한다. 참고 하나. 체력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동지봉에서 삼지봉으로 가지 않고 바로 지계곡을 거쳐 덕골로 내려서도 된다. 길은 뚜렷하지 않지만 크게 반시계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자. 리본도 달아놨다. 덕골 주계곡과의 합류는 대략 40여 분 뒤.

왼쪽 산허리를 잠시 돌면 삼지봉·문수봉 갈림길. 삼지봉 안내판 뒤로 200m쯤 오르면 삼지봉(三枝峰). 동지봉에서 12분. 향로봉 동대산 문수봉으로 가는 세 갈래 능선이 각각 펼쳐져 명명됐다 한다. 손에 잡힐 듯한 향로봉 산줄기가 여인의 누운 형상으로 보이며 상봉 부위가 가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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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실골은 비교적 험한 데다 이따금씩 길이 사라져 홀로 산행은 가급적 자제했으면 한다. 마지막 지점도 시나브로 마두교가 보이면서 끝이난다.

이제 마두교 방향으로 내려선다. 2, 3분 희미한 산길을 내려서면 덕골 최상류 물길. 이 물길을 따라 다시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꽤나 높은 폭포 때문에 산사면길을 찾아도 좀체 보이지 않고, U자 협곡의 암벽 아래 살짝 튀어나온 암반 위를 걸어도 이끼 때문에 미끄럽다. 어쩌다 홀로 되면 당혹스러움을 느낄 정도다. 이쯤 되면 거리감각이 무뎌져 어디가 어딘지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여튼 필설로는 다할 수 없는 고생 아닌 고생이다.

다행히 어느 순간 계곡물이 사라지면서 건천을 이뤄 한 동안은 길찾기 걱정없이 건천을 걷는다. 이렇게 1.5㎞ 정도. 다시 골이 좁아지며 양편에 이끼가 잔뜩 낀 벼랑을 이룬다. 촛대를 닮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과 앙상블을 이루고 발 아래는 각양각색의 암반 위로 맑디 맑은 옥수가 흘러내린다. 이쯤 되면 고생은 좀 되더라도 '원시 계곡의 백미' '계곡 산행의 히든카드'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어진다.

에돌아가는 산길에는 특이하게 애기 손톱만한 잎이 촘촘하게 맺혀 있는 독특한 향의 제피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마무리는 막판 숲길로 이어지다 한순간 계곡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환호성을 지른다. 정면에 긴 교각인 마두교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랜 어둠 속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산꾼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있다. 하지만 들머리인 포항 최북단 오지 하옥으로 이어지는 연계 버스의 출발시간이 맞지 않아 대중교통편으로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승용차로 출발하면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보문단지 입구 지나~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포항 우회도로)~울진 영덕 7번 국도~위덕대 지나~월포해수욕장 입구에서 청하 방면 좌회전~청송~청송 상옥 경북수목원 우회전~청송 부남 우회전~하옥 우회전~영덕 포항학생야영장 우회전~(상옥부터)비포장로~하옥교(옛 향로교)~마두교~두 번째 잠수교 앞.

날머리 마두교에서 들머리 두 번째 잠수교 앞까지는 대략 3.2㎞. 귀갓길을 고려해 마두교 앞에 주차한 후 들머리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교통편은 현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떠나기전에

산행 후 우연히 만난 하옥산장 주인 권갑철 씨는 덕골에는 사시사철 10도를 유지하는 샘이 있다고 말했다. 일명 '황금수 온천'이란다. 건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략 1㎞쯤 떨어진 계곡 우측 암벽 아래 바위 옆이라고 했다. 직경이 60㎝쯤 되는 작은 웅덩이란다. 이 때문에 영하 20도 속에서도 이 황금수 온천 하류 계곡의 2㎞ 정도는 얼지 않는단다.

마두교·삼지봉 갈림길에는 태백알파인클럽이 나무에 '마두교 계곡 가는 길'이라 적은 하얀 안내 팻말을 붙여 놓았다. 여기에는 '등산로 없음. 계곡 탐사길 문의'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전화번호의 국 자리가 두 자리여서 꽤나 오래 전에 붙인 것으로 추정됐다. 중요한건 그 만큼 험로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하옥리 계곡은 영덕쪽의 옥계계곡과 도로로 이어진다. 포항과 영덕의 경계 부분으로 비포장로다. 극히 일부 구간은 사륜구동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험하다. 위도 상으론 옥계계곡이 위쪽이지만 해발로 따지면 하옥리계곡이 상류이다. 두 계곡은 모두 도로를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하옥리계곡쪽은 건너편의 솔밭 또한 수려해 휴가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 경방골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여유있게 산행을 떠나려면 날머리 마두교 인근 하옥산장(054-262-7885)에서 1박을 하자. 4만~8만 원(성수기). 예약 필수. 통오리 바비큐(3만5000원), 바비큐 모듬(1인당 1만원)도 일품이다.

또 한가지. 내연산의 주봉은 최고봉인 향로봉. 하지만 포항시쪽에서 가장 먼 서쪽 한 구석에 위치해 있어 동대산 향로봉 문수산의 한 가운데 위치한 삼지봉이 정신적 주봉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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