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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4> 부산 강서 봉화산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리는 산꾼들도 사석에서 가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모처럼 늦잠을 잔 일요일 오전에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고즈넉한 부산의 숨은 산이 어디 없을까 하고.

금정산 등 주말이면 사람들이 대거 몰리지 않고 주변 조망이 탁트인데다 산세 마저 험하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오를 수 있으며 더욱 좋은 그런 산 말이다.

지도를 펴놓고 부산의 봉우리들을 훑은 결과 부산의 서쪽 끄트머리인 강서쪽에 눈길이 간다. 국토의 서쪽 혹은 서북쪽에서 달려온 봉우리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멈춰버린 낙남정맥의 응혈처.

이곳 중심부엔 봉수대가 정상에 서있는 봉화산(烽火山)이 있다. 북으로는 천마산으로 이어지고 동으로 의성봉, 서로는 보개(보배)산 산세가 휘돌아 솟아있다. 바다 건너엔 가덕도 연대봉과 응봉.

도심의 산이라 체력단련장이 곳곳에 있지만 일부 구간은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짙은 숲에 가려 좀처럼 하늘을 드러내 놓지 않기도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전체적으로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은 강서구 송정동 성고개~나주 임씨 묘~구치봉~철탑~봉오지고개~헬기장~봉화산~녹산고개~생활고개~의성봉~성산동. 대략 3시간~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진해와 인접한 성고개. 아기자기한 건물인 레스토랑 ‘산에 언덕에’를 100m쯤 지나면 전봇대가 보이고 산쪽으로는 ‘푸르게 울창하게…’로 시작되는 팻말이 눈에 띈다. 길 건너편엔 금단곶보 성지비가 서 있다. 왜선이 자주 침범해 조선 성종때 남해의 미조항과 함께 돌성을 쌓은 곳이다.

 

촘촘히 난 작은 계단으로 올라선다. 오른쪽은 배수로. 산길은 비교적 넓지만 오르막이다. 10여분쯤 뒤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100m쯤 후엔 갈림길. 왼쪽길로 계속 오르면 8~9기의 무덤군이 나온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산허리에는 나무가 듬성듬성한 반면 이름모를 풀들이 대지를 적시는 빗속에 고개를 활짝 제치고 아우성이다. 이중 주황색의 나리꽃이 군계일학. 비가 와서 그런지 산행도중 무당개구리와 갈색 두꺼비도 눈에 띈다.

거대 바위에 둘러싸인 나주 임씨 묘를 지나면 산 아래와는 달리 소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또다시 갈림길. 왼쪽 큰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구치봉의 바윗길을 지나면 심한 내리막길, 곧이어 또 다른 바윗길. 이 바윗길을 내려서면 넝쿨 잡풀 나무 등이 길과 조망을 아예 가리며 용심을 부리고 있다. 어렵사리 헤치고 나오면 눈앞엔 대형 철탑. 철탑을 지나 다시 7, 8분 정도 바짝 걸으면 전망대. 무심한 운무여, 어찌 5m 앞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5분 정도 뒤 갈림길. 이번에는 전방이 확 틔어있다. 왼쪽길을 택해 150m 걸으면 시민체육공원. 그 앞엔 봉화산 안내도가 이번 산행길을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봉오지고개다. 국립지리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엔 봉화고개로 표기돼 있다.

 

다시 오르막길 나무계단도 만들어 놨다. 꼬불꼬불 산길을 쉼없이 걸으면 헬기장. 안개에 가려 선명하진 않지만 봉화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이 봉화산 정상(316m). 정상석엔 봉화산의 옛 이름이 성화예산(省火禮山)이라 적혀있다. 277.8m로 표기된 수치는 이웃 봉우리인 천마산의 고도로, 오기인 듯하다.

봉화산 봉수대의 설립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조선 세종때 전국의 국경지대에 봉수대를 설치할 당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종 광무원년인 1897년 봉수제가 폐지됨에 따라 불이 꺼졌다 지난 91년 복원됐다. 가덕도 연대봉 정상의 천성봉수대로부터 소식을 받아 북쪽의 김해 분산성 봉수대로 연락하고, 동으로는 다대포의 응봉봉수대와 천마산의 석성봉수대와 교신했다.

하산은 봉화대를 끼고 오른쪽길로 내려선다.산길 중간에 잇단 벤치를 지나면 급한 내리막길.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잡풀에 가려 안보이니 유의하자. 이후엔 당분간 오르막길. 녹산고개를 지나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15분쯤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면 모처럼 주변이 확 트인 곳이 나온다. 네갈래길의 생활고개다. 직진한다. 7, 8분쯤 후면 또 다른 체육공원. 기구가 가장 많고 넓지만 다 떨어진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전신주 앞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오르막길로 직진한다. 100m쯤 후 다시 평지. 두 갈래 길이 기다린다. 오른쪽길로 100m 오르면 난시청 해소를 위한 TV중계탑.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사유지인지 철조망이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0분 후면 소불등고개. 네갈래 길이다. 오른쪽 성산 방면으로 내려선다. 두 군데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지만 무시한 채 계속 전진한다. 왼쪽엔 승학산 기슭의 엄궁쪽 아파트가 보인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얼핏 남의 집 마당같지만 개의치 말고 지나치자. 골목을 나오면 은행나무와 전봇대가 나란히 서있다. 소불등고개에서 대략 1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교통편'

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서 5번 출구로 나와 58번 용원행 시내버스를 타고 성고개에서 내린다. 하산 후에는 성산에서 녹산삼거리로 나와 하단방향으로 간다. 장룡수산본점 민물장어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능엄사 입구(노적봉). 이곳에서 하단 방향으로 가는 58번 시내버스나 6, 7, 12,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하단지하철역에서 내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낙동강하구둑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녹산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녹산 진해 방향 2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성고개가 나온다. 날머리인 성산에서 들머리인 성고개까지는 58번 시내버스를 타면 3, 4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전에'

정상 언저리에 군사 통신시설인 봉화대를 두고 있는 봉화산은 강서팔경에 속한다. 성화례향 봉화산(省化禮鄕 烽火山)으로 불을 보살피듯 예를 숭상하는 고을에 솟은 봉화불 타는 산봉이란 뜻이다. 들머리인 성고개는 금단곶보의 성이 있었다하여 성고개로 불린다.

봉화산을 모산으로 여기는 녹산은 그 지명에 두가지 설이 있다. 처음에는 녹산(鹿山)이었는데 녹산(菉山)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봉화산의 동쪽은 굶주린 사슴이 들판을 달리는 모양인 기록주야형의 명당이기 때문에 녹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녹산(菉山)이라는 지명은 녹두처럼 작은섬인 녹도(菉島)에서 유례되었다고도 한다. 녹도가 여지도서의 김해부지도상에 표시되어 있고 조선왕조실록 순조 11년의 염전 관계기사에서도 명록양도라고 하여 녹도라는 지명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산은 손쉽게 떠날 수 있는 산이다. 배낭에 수통, 약간의 간식만을 챙겨 떠나보자. 낙동강의 모래톱과 바다가 반겨줄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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