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는 근교산 <345> 김천 황악산

 
황악산(1,111m)은 백두대간 줄기가 추풍령에 이르러 잠시 주춤하다가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의 경계에서 다시 솟구친 전형적인 육산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남한 땅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황악산 하면 직지사가 연상될 만큼 불가분의 관계인 이곳은 강화도 마니산, 태백산 문수봉, 오대산 적멸보궁과 함께 ‘기를 폭포수처럼 뿜어낸다’는 생기처(生氣處)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황악산은 ‘다친 산짐승들이 생명력을 충전하는 곳’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황악산은 유달리 새가 많았다. 아니 새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친 새들이 날아와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소리인지 아니면 고통을 이겨낸 환희의 합창인지 하여간 산행 도중 숲은 물론 계곡 주변까지 그들의 천국인양 다양한 울림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숲이 울창해서인지 직접 마주치는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바위 틈인지 뻥뚫린 고목나무인지 그들만의 요새나 보금자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행은 직지사에서 출발해 능여계곡~주능선~백운봉~전망대~헬기장(2개)~황악산 정상 비로봉~형제봉~신선봉~부도비~능여계곡을 거쳐 직지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대략 6시간쯤 걸린다.

산세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마을 뒷산 오르듯 두루뭉술하지만 막상 걸어보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워낙 유명한 산이라 등산안내도가 잘 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 직지사 산문에 걸린 현판 내용이다. 진한 마한 변한의 삼한에서 가장 큰 고을로 한때 삼한대처(三韓大處)라 불렸던 김천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만세교를 지나면 왼쪽은 등산로, 오른쪽은 절로 가는 길. 등산로 방향으로 발걸음을 정한다. 황악교를 지나면서 계곡의 물소리가 거세진다. 오른편 잣나무 숲엔 열매가 가득하고 한창인 밤꽃내음이 코에 강하게 와닿는다.

 

직지사가 자랑하는 국제불교회관인 만덕전을 지나면 황악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4.4㎞. 보궁명적암, 중암, 백련암 입구를 지나면 다시 갈림길. 오른쪽이 운수암 가는 길이고 왼쪽이 등산로.

포근하고 울창한 숲길이다. 경사가 심해 나무계단과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 주변엔 산죽이 푸르다. 좀 이른 느낌이 들지만 매미소리가 저멀리 들린다. 반가웠다.

등줄기엔 땀이 흥건히 젖었지만 새소리 매미소리와 산세를 즐기다보니 어언 30여분. 주능선이다. 네개의 벤치가 있으니 호흡을 가다듬자. 정상까지 약 2.3㎞. 여기서부터 백두대간 능선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궤방령을 지나 추풍령이고 왼쪽으로 가면 황악산~삼도봉~덕유산을 거쳐 백두대간의 종점인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는 편안한 능선길. 연신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백운봉을 지나 20여분후엔 오른쪽 1시 방향으로 비로봉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펑퍼짐한 육산인줄 알았지만 바윗길이 보이고 이어 전망대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나타난다. 곧이어 작은 돌탑이 나오고 두개의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곧바로 정상. 썩 좋은 조망이 아닌데다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주변 경관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지만 서쪽으로 민주지산, 남쪽으로 수도산 가야산, 동으로 금오산, 북으로는 포성봉이 포진해 있다.

하산은 오던 길에서 직진한다. 5분후 왼쪽에 전망대. 정면에 저멀리 직지사가, 발아래 능여계곡이 보인다. 주변엔 홀아비솟대나물과 떡치나물이 널려있다. 곧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직지사와 능여계곡으로 가는 길. 직진한다. 15분 후 형제봉에 다다른다. 딱히 알리는 표시는 없지만 오른편 저멀리 저수지가 보인다. 충북 영동 땅이다. 이 능선이 경북과 충북의 경계인 셈.

6, 7분 더 땀을 내면 삼거리. 오른쪽으로 가면 바람재.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면 이곳으로 가야한다. 이번 산행에선 왼쪽 신선봉을 향한다. 10분 정도 걷다보면 나무 사이로 바람재가 자세히 보인다. 200m 뒤에 또 갈림길. 계속 직진한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20분쯤 후 또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 길은 잘린 소나무가 길을 막고 누워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10여분 정도는 급경사 구간이니 조심하자. 동시에 나비들의 집단 서식지인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일단의 나비들이 날갯짓을 한다. 또 한번의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주변엔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여분간의 이 구간은 삼림욕장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

 
  동국제일가람인 직지사를 품고 있는 황악산은 예로부터 다친 산짐승들의 생기처로 알려져있어 유난히 새가 많다. 정상인 비로봉 앞100m 지점 산꾼들의 표정이밝다. 사진 아래쪽은 직지사 산문.

조금 더 내려오면 물소리가 들리고 계곡과 만난다. 계곡을 건너면 오른쪽에 부도 3기가 나란히 서 있다. 이곳을 지나면 물소리가 점차 커지며 삼거리길. 우측으로 150m 내려가면 또 부도 2기. 왼쪽엔 능여계곡. 곳곳에 작은 폭포와 소가 늘어서 탄성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물에 발을 담가 시원함을 느끼고 싶겠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므로 유의할 것. 7, 8분 후엔 본격 산행을 위해 지났던 시멘트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직지사 입구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떠나기전에'

황악산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김천의 진산이다. 김천의 산을 논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명산으로 그 유명한 직지사를 품고 있다. 직지사라는 절 이름은 능여스님이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량한 데서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온다. 조선시대에 학조(學祖)가 주지로 있었고 사명당 유정(惟政)이 여기서 승려가 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고구려의 아도(阿道)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며, 신라 눌지왕 2년 418년에 묵호자(墨胡子)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도리사(桃李寺)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한다. 경내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319호) 대웅전 앞 3층석탑(보물 606호) 비로전 앞 3층석탑(보물 607호) 대웅전 삼존불 탱화 3폭(보물 670호) 청풍료(淸風寮)앞 3층석탑(보물 1186호)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황악산의 황(黃)은 중앙, 중심이란 뜻이며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三道)에 걸쳐 있다. 학이 많아 황학산(黃鶴山)이라고도 불렸지만 옛 문헌에는 이상하게도 황악산이라고 표기돼 있다. 산행 들머리인 매표소를 지나면 만세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전 왼쪽에 있는 직지사 약수정은 한국의 5대 명수로 물맛이 담백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꼭 들러 물맛을 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경부선 새마을 호나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새마을호의 경우 부산역에서 오전 6시, 11시에 있고 돌아올 땐 김천역에서 오후 4시5분, 8시33분에 출발한다. 1만4천4백원(주말요금 기준).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부터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김천역에서 부산행 막차는 밤 9시37분. 주말 9천8백원.

김천역에서 직지사로 가는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보통 25분 걸린다. 111, 11번으로 요금은 시내버스 800원, 좌석버스 1천1백50원. 부산에서 김천으로 가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김천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우회전하면 영동 대전간 국도를 따라간다. 덕천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굴다리를 지나면 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돼 있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6.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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