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피는 동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봄꽃의 시기적 계보는 대략 이럴 게다. 매화 벚꽃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 영산홍 정도.
 요즘은 누가 뭐래도 배롱나무꽃이 가장 자주 눈에 띈다. 절집 묘소 재실 가로수 심지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서도 거의 우점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히 배롱나무 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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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 정씨 2세조 정문도 공 묘지 좌우에 위치한 800년된 천연기념물인 배롱나무. 부산진구
       양정동에 위치한 화지공원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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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운데 하얀 아파트 좌측 뒤 회색빛 높은 서면 롯데호텔이다. 왼쪽 낮은 건물은 롯데백화점.


 주로 7~9월에 꽃이 피며, 100일 동안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불리는 배롱나무. 국화과의 1년생 초(草)인 백일홍과 전혀 다른 식물이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최고령 배롱나무는 어디 있을까.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화지공원에 수령이 800년 된 배롱나무 노거수(老巨樹) 두 그루가 있다.
 정묘사라고도 불리는 화지공원은 동래 정씨 2세조(二世祖)로 고려 중기 안일호장(安逸戶長-동래군 향직의 우두머리)을 지낸 정문도 공의 묘지와 재실이 있는 곳. 해발 142m의 구릉지 수준에 불과한 화지산(華池山) 기슭에 위치한 이곳을 동래 정씨 후손들이 공원화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800년 된 두 그루의 배롱나무는 정묘사 내 정문도 공의 묘를 봉분할 때 묘 좌우에 심겨져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이 배롱나무는 원 줄기는 죽고 주변의 가지들이 별개의 나무처럼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해온다. 한마디로 800년을 대이어 버텨온 묘지기 나무인 셈이다.
 배롱나무가 부귀영화를 안겨다주는 나무로 예부터 알려져 동래 정씨 후손들이 배롱나무를 자신들의 2세조(二世祖) 묘 옆에 각각 1그루씩 심었다고 한다.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살펴보면 실제로 원 줄기는 죽고 그 주변에서 돋은 줄기가 자라 지금의 형태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 줄기도 방부처리돼 남아 있다.
 네 그루가 모여 있는 동쪽의 나무는 높이가 8.3m이며 세 그루의 모여 있는 서쪽의 나무의 높이는 동쪽의 그것보다 약간 커 8.6m이다. 모두 진분홍의 꽃을 피우고 있으나 수령이 오래돼 껍질이 벗겨지는 등 생장 상태는 그리 양호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기품만은 고고하면서도 우아해 보는 이의 감동의 자아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두 그루 모두 지난 1965년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돼 있다.

 화지공원을 품은 화지산은 30분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마을의 노인들이 즐겨 찾는다. 일반인들에겐 아침 산책로로 적합하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체육공원도 있다.
 화지산은 산세로도 의미있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비록 구릉지 수준의 야산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반대편 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초읍 쪽으로 내려가 도로(초읍고개)를 건너면 쇠미산(금용산)으로 바로 이어져 한쪽으론 어린이대공원 만남의 광장과 백양산으로, 또 다른 방향으론 만덕고개를 지나 금정산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부산의 지도를 펴놓고 보면 한가운데 위치한 부산진구 양정동에 위치한 화지공원만큼 알토란같은 도심의 공원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참고로 화지공원에서 50m 거리엔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차로 3분 거리엔 부산시청, 6분 거리엔 법원 및 검찰청이 위치해 있다. 공항은 20분, 해운대는 25분, 부산역은 20분, 남포동 및 자갈치도 25분 정도면 충분하다. 지하철 1호선 양정역에선 몇 번 출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교육청, 백조아파트' 쪽으로 걸어서 5분쯤 올라오면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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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 정씨 시조와 윗대 할아버지를 모시는 사당 추원사. 아래 사진은 추원사 입구 추원사기(追遠祠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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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원사 뒷쪽에는 동래 정씨 시조묘가 위치해 있다. 한창 벌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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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지공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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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 들어서면 동래정씨회관 겸 화지문화회관을 만난다. 결혼식도 하고 문화강좌도 열린다. 문중에서
       정묘 관리를 위한 일종의 수익사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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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면 주민들이 배드민턴을 한다. 아쉽게도 이들은 운동을 마치면 무심하게도 네트를 되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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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문. 정문인 이 문을 통과하면 경치가 보인다는 의미이다. 이름이 아주 운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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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바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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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을 하지 않으려면 조경이 잘 된 길을 따라 직진하면 천연기념물인 배롱나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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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는 특히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여기서 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배롱나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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