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70> 장산

 
  장산 중봉 정상.
 해운대의 배산(背山)인 장산(634m)은 오르면 오를수록 재미난 산이다.

금정산 고당봉(801m) 백양산(642m)에 이어 부산서 세번째로 높은 장산은 과거 오랫동안 군부대가 주둔해 있던지라 철책을 따라 산행길이 나있는가 하면 곳곳에 훈련시설물과 유격장, 지뢰매설지 표시 등이 있다.

불만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산꾼의 입장에서 보면 정상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어 정상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소박한 기쁨이 원천 차단돼 서운함 마저 든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해운대의 푸른 바다와 그림같은 광안대교를 바라보노라면 언제 그런 불순한(?) 생각을 했는지 조차 잊게 된다. 그 어떤 수식어도 충족시키지 못할 장쾌한 조망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유명산에 비해 한 치도 뒤짐이 없다.

장산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도심에 위치해 해운대 신시가지의 대천공원을 비롯해 재송동 반여동 우동 기장 등지에서 쉽게 접근가능하며, 정상 주변에서 조우하는 억새 군락지도 가을철 한창 땐 ‘억새산행’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광활하기 그지없다.

장산에서 이어지는 구곡산(430m)은 바다와 아주 가까운데다 대천공원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여서 멋진 해맞이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산행은 해운대기계공고 근처인 운촌경로정~간비오산 봉수대~우2동 체육공원~53사단 철책~전망대~옥녀봉 전망대~중봉~정상 밑 갈림길~장산 정상~시계방향으로 전진~왼쪽 선바위~철조망~갈림길 전망대~군 작전도로 사거리~오른쪽 늪지대~헬기장~구곡산 정상~대천공원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지하철 2호선 동백역 2번 출구로 나와 해운대역 방향으로 5분쯤 걷는다. 7번가 피자와 카맥스 경정비가 나오면 그 사이 왼쪽으로 돌아 정면에 보이는 계단으로 오른다. 철길을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오른쪽에 운촌경로정. 방금까지 차 소음을 듣다 2~3분도 채 안돼 산 속으로 들어오다니 도심의 산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정면 저 멀리 봉수대가 보인다. 곧 갈림길. 두 길 모두 봉수대에서 만난다. 직진한다. 5~6분 뒤 간비오산 봉수대. 고려말부터 갑오경장까지 약 700년간 해운포(海雲浦)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곳. 지난 1976년 복원된 이 봉수대에 서면 해운대 앞바다를 비롯, 이기대 오륙도 광안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뒤돌아서면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이 모두 보인다.

계속되는 산길. 오거리가 나오면 정면에 두 갈래 길이 기다린다. 두 길 모두 체육공원에서 만난다. 이왕이면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오른쪽 지름길을 택하자.

어른키의 배나 되는 돌탑을 지나면 53사단 철책을 만난다. 지금부턴 철책과 산길이 나란히 달린다. 철책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일까. 철책 안의 새울음소리가 유난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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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너덜을 지나 힘들게 바윗길을 오르면 바위전망대. 옥녀봉 전망대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걸터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본다.

8분 정도 뒤 안부에 닿고 다시 10분 뒤면 중봉(381m) 정상에 도착한다. 정면에 장산 정상이, 그 우측에 구곡산과 장산마을이 보인다. 3~4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폭포사. 정상 밑 갈림길은 이 곳에서 10여분 뒤. 우측 방향은 8부 능선길로, 억새밭으로 향하는 길.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갈림길에서 15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군시설물 때문에 정상부분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약간 허탈하지만 장쾌한 조망에 이내 맘이 확 달라진다.

봉래산 천마산 황령산 금련산 구덕산 엄광산 백양산과 금정산 상계봉 고당봉, 그리고 천성산 철마산 등 부산서 볼 수 있는 산이란 산은 모두 도열해 있고 기장 앞바다 송정 해운대 광안리 심지어 북항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엄광산과 백양산 사이엔 낙동강도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쯤되면 최고의 조망이 아닐까.

이제 발걸음을 시계방향으로 옮긴다. 왼쪽엔 선바위 3개가 나란히 키재기를 하고 있다.

산비탈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20분 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이번엔 우측으로 간다. 지금부터 철조망과 함께 ‘과거 지뢰지대’란 팻말이 붙어 있으니 산길을 벗어나지 말자.

산길 왼쪽에 멋진 전망대가 있다. 주 산길에서 3분 정도 걸리는 이 곳 입구 맞은 편엔 군부대 문이 있으니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 곳에 서면 운봉산과 개좌산 철마산 곰티재 함박산 문래산 달음산 석은덤 대운산 일광산 영축산 신불산이 펼쳐진다.

5분 후엔 군작전도로 사거리가 나온다. 직진한다. 오른쪽엔 옛 장산목장터. 하지만 지금은 온통 억새 군락지로 변해있다. 10분 뒤엔 헬기장이 나오고 그 입구에 인공위성 사진으로 만든 장산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다.

안내판 맞은편에는 2년전 이 곳에 산불이 나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는 기장군의 안내문도 보인다. 이 곳이 해운대구와 기장군의 경계인 듯하다. 왼쪽으로 가면 안적사 가는 방향. 오른쪽 임도를 따라 구곡산으로 향한다. 저 멀리 기장 앞바다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다 커브길에서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 저 멀리 장산 정산이 보인다.

안부에서 구곡산 정상까지는 25분 정도. 정면에 송정해수욕장이, 왼쪽에 기장 앞바다가, 오른쪽에 신시가지와 해운대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산길로 내려서면 다시 포장길을 만난다. 장산마을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민간인 출입금지. 오른쪽 폭포사 방향으로 향한다. 3~4분 뒤 또 갈림길. 오른쪽 길은 임도, 왼쪽 길은 산길. 임도는 편안하지만 단조로워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을 택한다. 거기서 날머리인 대천공원 김녕김씨묘 앞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장산 추천 등산로


해운대 장산의 등산로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반여 반송 우동 좌동 신시가지 등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코스를 제외하고는 산길이 완만해 가족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산행 도중 힘이 부치면 쉽게 하산할 수 있는 길도 많다.

△대천공원 폭포사 코스

가장 보편적인 코스인 동시에 가장 애용되는 등산로다. 해운대 신시가지 내 대천공원에서 출발해 삼림욕장을 거쳐 폭포사입구~중봉~장산 정상으로 오르기도 하고 폭포사에서 장산폭포~체육공원을 지나 안부를 거쳐 중봉과 장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하산은 우동이나 재송동 반여동 등 어느 쪽으로 내려가도 관계없다.

△반송동 코스

아랫반송 쪽 청운아파트를 시작으로 반송초등학교~장산약수터~철탑~군진지~옛 목장터~너덜겅을 지나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 이 코스의 백미는 너덜겅 지대. 장산 정상에서 정상 뒷길을 거쳐 반여3동 체육공원 쪽으로 하산하면 4시간 정도 걸려 하루 산행으로 적합하다. 또 장천암에서 군진지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윗반송 쪽에선 운봉사에서 돌탑을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애용된다.

△재송동 코스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 하지만 급경사 직진코스라 초보 산행자에겐 약간 힘들다. 옛 5-1번 버스종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동국아파트. 이 곳에서 바로 산길이 열린다. 아스팔트길이 싫고 시간절약을 위해서라면 마을버스를 타고 동국아파트에서 내리면 된다. 또는 옥천사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장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반여동 코스

반여3동 체육공원에서 관음사를 거쳐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과, 전망대~정상 뒷길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시내버스 52-1, 144, 44번 종점에서 10분 거리인 반여초등학교에서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도 있다. 이 코스 또한 정상으로 향하는 짧은 코스 중의 하나다.

△우동 코스

삼호아파트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과, 우2동사무소에서 성불사를 거치든지 아니면 중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또 운촌경로당에서 간비오산봉수대와 체육공원~중봉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운촌경로당은 운촌 버스정류장에서 1분 거리이고 지하철 2호선 동백역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기장 코스

두 가지 등산로가 있다. 오신마을에서 안적사를 거쳐 억새밭~정상 뒷길을 거쳐 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고 오신 앞 대장군집에서 감딤산을 지나 억새밭에서 만나는 길이 있다. 특히 구곡산에서는 송정과 기장 앞바다 등 동해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사진 =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1.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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