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는 부산경남 산꾼들의 영원한 휴식처다. 밀양 청도 양산 울주 경주 등 5개 시군에 걸쳐 일정 간격으로 솟아 있는 영남의 지붕 영남알프스는 그 면적만도 웬만한 국립공원과 맞먹는다.
맏형격인 가지산을 비롯해 운문산 영축산 등 어디에 내놔도 주눅들지 않을 헌걸찬 봉우리들, 2박3일 쉼없이 달려야 끝을 보는 주능선, 아직도 원시림과 청량감을 선사하는 계곡, 전국 최고의 광활한 억새밭, 일본 북알프스 못지 않은 산세와 설경, 통도사 운문사 표충사 얼음골 호박소 등 전통 사찰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
이 영남알프스가 길어봐야 2시간 안팎의 거리에 촘촘히 모여 있으니 부산경남 산꾼들에겐 '그 은덕이 하해와 같다'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다.
종주산행을 비롯, 수차례나 영남알프스를 부분부분 소개한 바 있는 취재팀은 지금도 영남알프스의 숨은 길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이번에 새로 개척한 길은 영남알프스 주능선의 동쪽 끄트머리에 해당되는
오룡산~시살등 코스.
가지산에서 남으로 뻗어 내려가는 영남알프스 산줄기는 능동산에서 둘로 가지치기를 해 하나는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으로 이어지는 서부능선과 또 하나는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의 동부능선으로
갈라진다.
오룡산~시살등 코스는 동부능선인 영축산에서 영남알프스의 막내격인 염수봉 사이의 길로 지명도 면에서
한단계 떨어진다. 그 점이 되레 전화위복이 돼 아직도 원시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망도 빼어나 영남알프스의 주봉을 비롯해 동해바다, 울산 등 동부경남, 그리고 심지어 부산의
산줄기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환하게 볼 수 있다.
산행은 영남알프스의 최대 골짜기인 배내골의 도도한 물줄기가 흐르는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에서 출발해 계곡을 건넌 다음, 임도~지능선~암릉길~주능선~임도~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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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산 정상~자장암 갈림길~시살등~신동대동굴 갈림길~대나무숲~민가~원동면 장선마을
경로회관 앞 버스정류장~선리마을 순.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몇차례 갈림길이 나와 혼동을 주지만
국제신문 산행안내 리본을 따르면 무리는 없을 듯하다.
원동면 선리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선리양조장 이정표 앞 볼록거울 옆으로 난 농로를 따라가다 수중보를
건넌다. 현재 공사중이라 등산화를 벗고 바지를 걷어야 한다. 수중보 중간쯤에서 다시 우측에 널려 있는
돌을 징검다리 삼아 계곡을 통과한다. 물흐름 방향으로 10m쯤 가면 정면에 비로소 산길이 보인다.
20m쯤 뒤 우측으로 열린 오르막길을 오르면 곧 임도와 만난다. 이 길을 따라 재차 걸으면 좌측에
무덤 2기가 보인다. 여기서 5m 정도 더 가면 우측에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만 찾으면 일단 길은 제대로 잡은 셈.
잇단 무덤과 숯가마터를 지나면 곧 지능선. 첫 무덤에서 30분 거리. 나무 사이에 덩쿨이 뒤엉켜 있어
마치 원시림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50m 정도의 암릉길이 기다린다.
전망이 일품이다. 오른쪽 발밑엔 방금 지나온 배내계곡과 향로산, 왼쪽엔 우리가 오를
오룡산과 시살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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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입 만나는 암릉길. 전망이 일품이다. 왼쪽 위가 배내천. |
암릉구간을 지나면 한적하고 편안한 숲길. 시원한 바람과 완만한 경사, 산행조건으로
더할 나위 없다. 길가에 널린 야생화와 산죽 억새길을 잇따라 지나 25분 정도
편안하게 걸으면 주능선 삼거리다. 남동쪽인 우측길은 영남알프스의 종점 염수봉
가는길. 왼쪽으로 꺾는다. 이때부터 안보이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목도 활엽수 일색에서 소나무가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낸다.
10분 후 임도를 만나면 곧바로 건너 산길로 오른다. 억새밭 갈림길을 만나면 우측으로
방향을 잡자. 소나무 터널 사이로 들려오는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길 우측 계단식으로 조성된 석계공원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10여분 뒤 마침내
오룡산 정상(997m). 돌탑을 보고 우측으로 5m 정도 가면 키작은 소나무에 '오룡3봉'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가까이는 석계공원묘지부터 정족산 대운산 천성산 백운산 철마산 장산 금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날씨만 좋으면 광안대교도 보일 듯하다.
영남알프스 산줄기를 훤히 보려면 다시 돌탑쪽으로 이동한다. 높이로 따지자면 가장 높다는 오룡5봉 뒤로 밋밋한 품새의 시살등과 한피기 고개, 그 뒤 이름으로 바로 연상되는 투구봉, 영축산이 잇따라 보인다. 투구봉 왼쪽 일자능선 봉우리가 신불산, 오룡4봉 왼쪽 뒤엔 가지산이 있고
그 왼쪽으로 약간 고개를 내민 봉우리가 운문산이다. 운문산 왼쪽으로 재약산 천황산이, 돌탑 뒤로 향로산을
시작으로 백마산 향로봉 금오산 천태산 토곡산으로 산줄기가 이어진다. 그야말로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탑 왼쪽길을 내려서며 산행은 계속된다. '전망이면 전망, 내달리고 싶은 사람에겐 능선길을 언제든 내준다'는
어느 산꾼의 표현이 곱씹을수록 적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룡산에서 시살등은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막상 가는 길은 경사가 제법 심한 바위길의 연속으로 만만찮다.
숨을 한번 고르라고 50분 뒤 전망대가 기다린다. 정면엔 시살등,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오룡산 암봉.
곧바로 만나는 자장암 갈림길에선 통도환타지아와 통도사도 보인다.
시살등은 20분 뒤 닿는다.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대개 험준한 암봉인데 반해 시살등만이 예외로 부드러운
흙봉우리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부처님의 미소를 닮았다고도 한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만 달랑 놓여 있다.
오룡산과 마찬가지로 일망무제 조망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울산 문수산과 동해바다가 넘실거리고 턱밑이
투구봉이다.
하산은 삼각점에서 왼쪽인 서쪽으로 내려선다. 첫번째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두번째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간다. 두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5분 정도 가면 조선시대 신동대라는 사람이 도를 닦던
곳인 신동대동굴이 있으므로 시간이 나면 한번 둘러보자.
헬기장에 버금가는 넓은 터를 가로질러 숲길로 직진한다. 통상 하산길이 급경사인데 반해 경사가 완만해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편하다. 너른터에서 장선마을 경로회관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고, 이곳에서 선리마을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 교통편 - 부산역서 원동행 무궁화호
산행 들머리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이고 날머리는 원동면 장선마을. 두 마을은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이다. 때문에 선리마을에 차를 주차해도 별 부담이 없다.
대중교통은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부산역에서 원동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5분, 7시35분, 8시5분, 10시5분에 출발한다. 2500원.
부전역에서는 경전선 무궁화호가 있다. 오전 5시10분, 7시40분 출발. 2500원.
원동역에서 들머리 선리마을행 버스는 오전 6시45분, 10시45분에 출발한다. 1800원. 장선마을에서
원동역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5시25분, 8시10분에 있다.
원동역에서 부산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52분, 6시19분, 7시34분, 7시52분, 9시52분(막차)에 출발한다.
부전역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3분, 8시16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양산IC~통도사 양산어곡지방공단 35번 국도 직진
~신불산 공원묘지 양산 어곡지방공단 직진~양산교 지나 우회전~대리 어곡 방향 좌회전
~배내골 어곡산업단지 직진~배내골 용선 방향 직진~대리~제1, 2 화룡교~신불산 공원 묘지
~하양교~석남사 배내골 방향 우회전 69번 지방도~배내휴게소 사거리서 우회전~고점교(풍호대)~선리교
~선리마을~폐교 이천중학교~버스정류장~선리양조장 지나 좌회전, 선리노인정 앞에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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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내천을 기준으로 반대편에 위치한 향로산 산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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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기전에 - 영남알프스 계곡중 배내골이 으뜸
영남알프스는 곳곳에 많은 골짜기를 품고 있다.
영남알프스 최고의 골짜기라 불리는 배내골을 비롯,
학소대계곡 상운암계곡 쇠점골 덕현천 등 수많은
골짜기가 능선에서 흘러 내린다.
이 가운데 배맛이 난다는 시원한 물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배내골을 영남알프스 계곡 중 으뜸으로
친다. 영남알프스의 9개 주봉중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 등 크고 작은 봉우리가
배내골을 감싸고 있다. 100리나 된다는 이 깊은
골짜기는 신동대동굴 파래소폭포 심종태바위
철구소 죽림굴 풍호대 등 다양한 민초들의 사연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배내골에서 출발하는 이번 산행은 영남알프스에서 몇 안남은 손때 묻지 않은 깨끗한 코스이다. 수림에
덮인 상큼한 하산로는 덤이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선리마을은 공교롭게도
밀양 향로산(2004년 4월16일자 382회분)의 들머리와 같다. 마을길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가면 향로산으로
향하고, 오른쪽 배내골을 건너면
오룡산으로 이어진다.
선리마을은 50여년 전통의 선리양조장(011-9692-8875)이 유명하다. 전통방식을 고집, 맛이 독특하다.
1되 40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