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서 더위 씻고, 숲속서 마음 씻고

천성산과 쌍벽 이루는 평범하고 한적한 명산
물소리 따라 지절대는 새소리는 '숲속음악회'
정상 앞두고 나무샘물이 목마른 산꾼들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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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원사 계곡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족산 계곡은 보는 것 만으로도 더위를 가시고도 남을 정도로 시원하기 그지없다.

 
시원한 곳이 마냥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은빛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도 좋지만 어깻죽지가 흥건히 젖을 만큼 땀을 쏟은 후 발을 담그면 더위가 한순간에 씻겨 나가는 계곡의 맛도 그만이다.

부산서 그리 멀지않고 인적이 비교적 드문 계곡산행을 한번 떠나보자.

이번 산행지는 울산 울주군 삼동면과 양산시 하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일명 솥발산이라 불리는 정족산(鼎足山·700m). 솥발산은 산 정상에 길게 뻗은 바위 모습이 가마솥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 솥발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 하나.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정족산 근처 모든 곳이 물천지가 되었어도 이 산 봉우리만은 솥발만 남아 찰랑거렸다고 전해온다.

정족산은 천성산 제2봉(옛 천성산), 천성산(옛 원효산)과 함께 북에서 남으로 하나의 긴 산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양산 최고의 명산인 천성산에 가려 산꾼들에겐 그저 평범한 산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한발짝 한발짝 차분하게 들어가 보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산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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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족산계곡은 부산경남권에서 꽤 유명한 내원사계곡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선 그 유명한 내원사 계곡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답고 청량한 계곡에다 울창한 숲, 그리고 산행 도중 만나는 암자 등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산행은 내원사 주차장~한덤(한동)마을~정족산 등산안내도~계곡산행~계곡 합수점~석축(옛 움막터)~대성암~원통전~정족산 정상~용바위~임도~천막 가건물~학성 이씨묘~임도~가사암 입구 목장승~119조난위치 표시판~계곡 합수점~정족산 등산안내도~한덤(한동)마을~내원사 주차장 순. 5시간~5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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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입구 주차장 내 태광연쇄점과 내원사로 향하는 신선교 사이에 난 시멘트길을 들머리로 잡자. 계곡따라 난 좁은 길이다. 두번째 간이화장실을 지나면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계곡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길이 나 있는 셈. 오른쪽이 성불암 가는 길이고 왼쪽이 노전암 방향. 왼쪽 길을 택해 다리를 건넌다.

7분 정도 뒤 계곡 합수점에서 왼쪽 철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걷는다. 얼핏 봐도 물이 수정같이 맑다. 다가가서 보니 새끼손가락 크기의 송사리들이 꼬물꼬물 헤엄치고 있다.

철문을 지나 7~8m 쯤 갔을까. 우측에 리본이 많이 달린 산길이 하나 열려 있다. 설악산과 간월산의 공룡능선과 함께 험하기로 악명높은 천성산 공룡능선으로 가는 길이니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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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암 원통전(왼쪽)과 대성암 경내의 운치있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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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전 근처에는 밑동에서 샘물이 나오는 보기드문 나무가 산꾼들의 눈길을 붙잡는다(왼쪽). 우측은 정족산 정상 인근에 위치한 용의 모양을 한 용바위. 과거 가뭄이 닥치면 이곳에 대를 마련해 산신에게 비를 기원했던 곳이다.

민가가 몇 채 모여 있는 한덤(한동)마을은 합수점에서 8분 후에 닿고 곧 정족산 등산안내도를 만난다. 50m 전방에 노전암이 보이고 산행은 '천성산 제2봉'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이어진다. 이른바 계곡산행의 시작이다.

계곡이 막히면 왼쪽 산길로 오르고, 다시 산길이 계곡으로 이어지면 시원한 물소리에 맞춰 휘파람을 불며 걷는다. 울창한 숲을 병풍삼아 수십명이 쉴 수 있는 반석과 그 아래 위로 쏟아지는 낮은 폭포, 잇따라 만나는 조그만 소(沼), 물소리와 화음을 맞추는 듯 산새와 매미들의 울음소리, 마치 숲속의 음악회에 온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30여분. 다시 계곡 합수점에 다다른다. 지도상으로 상리천과 대성골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은 돌과 나무가 널부러져 약간 지저분한 느낌이다. 왼쪽은 대성골, 오른쪽은 영산대학교 방향. 왼쪽 대성골 숲길을 택한다. 오른쪽 계곡은 하산할 때 내려오는 길이니 주변을 눈여겨 봐두길.

곧 갈림길이지만 계곡길은 버리고 왼쪽 산길로 간다. 길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다. 10여분쯤 뒤 어느새 계류와 함께 걷는다. 왼쪽으로 가면 정면에 낙엽 쌓인 산사면을 만난다. 그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계류를 중심으로 좌우에 두 갈래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양쪽이 낭떠러지인 좁다란 길을 지나면 석축이 잇따라 서너개 기다린다. 석축 위 평지는 과거 화전민의 터전으로 짐작된다.

석축을 지나 왼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곧 사거리. 언뜻 사거리가 아닌 것 같지만 주변을 자세히 보면 분명 사거리다. 길이 가장 또렷이 보이는 정면으로 가면 길이 막혀 있어 우측 산길로 에돌아 올라간다. 급한 오르막만 넘기면 그 다음부터 쉬운 길. 곧 대성암. 정면의 옛 법당을 지나면 큰 돌로 외벽을 치장한 새 법당인 원통전. 정족산 정상은 원통전 오른쪽, 쓰레기 태우는 곳 옆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볼거리 하나. 산길 우측 간이건물 옆에는 나무밑동에서 물이 나오는 보기드문 곳이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산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상봉까지는 20여분 거리. 정상에는 정사각형 삼각점이 놓여 있으며 장정 네댓 명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상봉에서 10m 거리의 또다른 암봉에는 태극마크와 함께 정족산이라고 적힌 사각형 표식이 있지만 정상이 아님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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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안내판과 이정표.

하산은 상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3~4분 후 용의 모양을 한 높이 2.5m 정도의 용바위. 과거 가뭄이 닥치면 이곳에 대를 마련하고 산신에게 비를 기원했던 곳이다.
  
10분 뒤 임도에 닿는다. 세번째 임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면 다시 산길. 인적이 드물어 잡풀을 헤치고 가야한다. 다시 10분 뒤 천막 가건물에 닿는다. 헬기장터다. 가건물 앞 이정표에서 리본이 많이 붙은 왼쪽 숲길로 간다. 30분 뒤 학성 이씨묘를 지나면 다시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20여분 임도를 따라 걸으면 영산대학교로 내려서는 임도 갈림길. 천성산 방향으로 간다. 이어 가사암 입구 안내판을 보고 오른쪽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가사암 입구에 목장승 옆으로 난 산길이 열려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10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119조난위치 표시판이 나오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계곡과 만난다. 여기서 우측으로 100m 정도 가면 대성골 입구의 계곡 합수점에 닿는다. 여기서부턴 왔던 길. 내원사 주차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편

대중교통편도 넉넉하지만 원점회귀 산행이라 승용차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대중교통은 롯데백화점 동래점(종점)이나 지하철 온천장역 앞에서 언양행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 달성슈퍼(055-375-1752) 앞 용연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5시부터 10분 간격. 부산행 버스도 밤 10시까지 있으므로 차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1000원. 등산객이 붐비는 주말에는 용연버스정류장에서 산행 들머리인 내원사 주차장까지 승합차가 다닌다. 1000원. 걸어서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굳이 승합차를 타지 않아도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사거리서 북정동 방향 우회전~LG정유 부성주유소 끼고 우회전~내원사 13㎞~언양 통도사 35번 국도~내원사 1028번 우회전~내원사 입구 달성슈퍼~내원사 주차장 순. 1일 주차비 및 입장료 각 2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떠나기전에

 산깨나 타는 사람들에게 부산지역의 산을 제외한 괜찮은 근교산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천성산~정족산을 언급할 정도로 이 산들은 부산의 산꾼에게 친숙하다.

경남 양산과 울산의 경계에 걸쳐 위치한 천성산~정족산은 사시사철 산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봄에는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그만이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으로 단장하고 겨울에는 새색시의 온화한 마음으로 온몸을 감싸줘 산꾼들의 입에서 떠날 날이 없이 명산이다.

사실 정족산은 지명도 면에서 천성산에 비해 좀 떨어져 상대적으로 한적한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상리천(한동골)과 신라 천년고찰 운흥사지가 있었던 운흥동천 등 크고 작은 계곡은 그저 말없이 흘러내려 올 여름 꼭 한 번 등정하기를 추천한다.

 대성골의 수림은 햇살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울창한 숲이어서 마치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고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영남알프스 산군들의 조망 또한 일품이다.

정족산의 어깨부분에는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이 유명하다. 약 6000년 전에 생성된 무제치늪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과학적 검증을 거친 늪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져 한반도 남부지역의 자연생태계 변천과정과 습지 동식물의 서식변화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자연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늪 주변의 무분별한 임도가 천성산과 정족산을 가로 지르며 조성돼 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yahoe.c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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