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393〉 청도 용당산
흐드러진 야생화 계곡선 쉬엄쉬엄
시원한 계곡과 편안한 오솔길
무리없는 코스 가족산행 제격
전망대 서면 동창천이 한눈에

 
  부산경남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청도 용당산은 야생화와 시원한 계곡, 빼어난 조망, 하염없이 걷고 싶은 편안한 오솔길을 갖춘 매력적인 산이다.
산을 즐겨 찾는 산꾼들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기 위해 계곡을 주로 찾고, 어떤 이는 골바람이 귓잔등을 때리는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하염없이 걷기 위해 오르고 또 오른다.

산은 사시사철, 심지어 아침 저녁으로 그 모습이 변한다며 변함없이 애정을 쏟는 순정파들이 있는가 하면 오롯이 고개만 내민 우리 야생화를 렌즈에 담으려는 마니아들도 예상외로 많다.

주변 조망을 꼼꼼히 따지는 조망 예찬론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596m로 몸집이 그다지 크지 않은 청도 용당산(龍塘山)은 낮은 지명도에 비해 까다로운 산꾼들의 입맛을 비교적 충실히 맞출 수 있는 그런 산이다. 여러 얼굴을 동시에 가진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데다 산행길 초입부분은 햇볕이 바로 내려쬐는 산사면 길이어서 패랭이 등 야생화 천지이다. 땀을 흘린 뒤 갈증이 날 즈음엔 시원한 계곡이 기다리고 있고 편안한 오솔길도 뒤이어 이어진다.

 
솔나물  
또 주변 산을 배경으로 발아래 굽이치는 동창천을 낀 넓은 평야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고 정상 아래 삿고개에는 드물게 자리잡은 농가가
산골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용당산은 산행 내내 힘든 코스가 없고 길찾기도 쉬워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산행은 온막버스정류장~온막교회~철성 이씨묘~삼각점~야생화 군락지역
~소 방목지역~계곡~삿고개 마을~용당산 정상~전망대~고성 이씨 재실
~온막교회~온막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길을 건너면 온막복지회관. 정면 온막리 농산물집하장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온막교회. 교회 옆 마른 개천을 건너면서 산행 시작.

 
  큰뱀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은 대나무숲과 소나무숲, 그리고 이곳 청도 특산물인 감나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길 왼쪽 감나무밭 한쪽 귀퉁이에는 도라지꽃이 한창이다.

200m 쯤 오르면 시멘트길이 끝나고 산길. 잡풀과 잡목이 등산로에 가득하다. 반드시 긴옷을 입도록 하자.

길 왼쪽 철성 이씨묘를 지나면 곧 갈림길. 우측 오르막은 무덤가는 길이므로 계속 직진한다. 거무죽죽한 바위길이 끝날 무렵 왼쪽에 작은 전망대. 뜻밖에 국토지리정보원의 삼각점이 놓여 있다. 정면 뾰족 봉우리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높은 봉우리가 용당산 정상이다.

계속되는 산행길. 이번에는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춘, 확 트인 산사면길이다.
조선시대 천인계급이 쓰던 갓의 일종인 패랭이와 모양이 닮은 보랏빛 패랭이꽃, 꽃잎이 겨우 1.5㎝ 정도여서
허리를 굽혀야 볼 수 있는 노란 양지꽃, 그리고 큰뱀무 찔레꽃 며느리밑싯개 노랑붕이 닭의장풀 등이 눈에 띈다.

 
패랭이  
한바탕 꽃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그늘 진 숲길. 산들바람이 부는데다
길도 부드러워 오랫동안 걷고 싶은 길이다. 잇단 너덜을 지나면
왼쪽 계곡 건너편에 수려한 기암절벽이 눈에 띄고 동시에 물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연이은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돌길 오르막. 길 좌우 큰 암벽이
버티고 있다. 또 다른 산의 모습이다.

물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10여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주변에 황소
대여섯마리가 방목되고 있다. 우측 오르막길이 진행방향이지만
여기서 10m만 더 직진하면 발을 담글 수 있는 계곡물이
나오므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이제 길 왼쪽의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5분 뒤 규모는 작지만 보기에도 시원한 3층 폭포는 빠뜨리지 말자.

이후 계류를 건너면 오솔길이고 여기서 10분 정도 더 가면 갈림길. 정면에 폐가옥이 보인다.
지도상으론 민가가 있는 삿고개다. 왼쪽길은 대남바위산으로 향하는 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직진한다. 주변 소나무가 유난히 크고 운치 있다. 삿고개마을에는 과거 17가구까지 살았지만
 현재 1가구뿐이다. 이 집 마당을 지나 뒤쪽으로 나와 무덤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 왼쪽 황토방
건물쪽으로 가면 삿고개 방향. 산행팀은 우측 비포장 임도로 간다. 거대한 고목이 홀로 서있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용당산 정상. 곧 갈림길이 나오면 우측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처음엔 길이 깔끔하게 나 있지만 올라갈수록 희미해져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30분 뒤 정상.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져 있고 무덤 1기가 있다. 하산은 마주보는 길로 내려선다. 잡풀을
헤치고 가야하는 고행길이다. 때론 솔잎이 눈을 찌르고 손바닥만한 신갈나뭇잎이 얼굴을 때린다.

15분 뒤 앞이 트이면서 들머리인 온막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멀리 영남알프스가 장엄한 산세를
자랑하고 구만산과 육화산이 우뚝하다.

김해 김씨묘를 지나면 또 다른 전망대. 왼쪽 효양산 통내산, 오른쪽 소천봉 용지봉, 정면 구만산과
육화산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15분 뒤 또 전망대. 오른쪽에 빨간색 막대가 꽂혀 있다. 산행중
부분적으로 보였던 동창천과 주변 평야, 그리고 온막마을이 한눈에 펼쳐진다. 노란 바위채송화가
지천인 암벽길에 이어 급경사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길은 비교적 또렷하다.

철성 이씨묘를 지나면서 다시 길이 희미해진다. 이때부터 주능선을 벗어나 산허리를 돌아간다.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면 20분 뒤 올라온 길과 만난다. 여기서 30분 정도 가면 갈림길. 우측길은
올라온 길이고 직진하면 고성 이씨 재실에 닿는다. 수백년 된 은행나무를 지나 다리를 건너
온막버스정류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부산역 상동행 무궁화호, 직행버스 타면 온막리로

부산서 청도 용당산으로 가려면 부산역에서 상동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된다. 오전 8시5분,
낮 12시3분에 출발한다. 3500원. 원래 오전 5시30분, 6시5분 열차가 있었지만 15일부터 열차시간이
개편됐다. 상동역 앞 유천버스정류장(054-352-8039)에서 동곡행 직행버스를 타고 온막리에서 내린다.
오전 9시25분 출발. 1500원.

온막합동정류소에서는 열차시간에 따라 상동역과 청도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탈 수 있다. 청도행 버스는
모두 상동역을 경유한다. 상동행 버스는 오후 1시50분, 4시30분, 5시30분, 6시30분, 청도행 버스는
오후 1시30분, 4시, 6시10분, 8시에 출발한다. 상동행 직행 1500원, 완행 1300원. 청도행 완행 2450원.
상동역에서 부산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3시53분, 4시55분, 7시57분에 있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 출발은 오후 4시45분, 5시42분, 6시38분, 7시48분, 8시43분. 4000원. 새마을호 열차는
오후 5시10분 1편이다. 6000원. 열차시간 문의 1544-7788.

용당산 산행은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체로 세가지 길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천IC~20번 국도 창녕 방향~운문사·청도읍 방향~매전면소재지에서 밀양 방면 좌회전
~매전면 온막리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석남사 또는 밀양 방면 24번 국도
~궁근전삼거리서 경주 방향~운문령~삼계리 계곡~운문면 소재지~금천면 소재지~매전면 소재지서
왼쪽 밀양 방면~온막리 ▲남해고속도로 진영IC~밀양 방면 25번 국도~청도 방면 25번 국도~상동역 통과
~다리 건넌 후 오른쪽 매전면 방향 58번 국도~유천서 매전면 소재지 못가서 온막리가 나온다.


◇ 떠나기전에 - 무심암 · 천불탑 등 주변 볼거리

용당산은 청도읍 남쪽 사면을 감싸는 산으로 용각산에서 곰티재를 거쳐 오른쪽으론 오례산성,
왼쪽으로는 효양산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 삿고개의 오지마을과 용당산이 맥을 이어 동창천으로 잦아든다.

산간마을인 삿고개는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고 하늘만 열린 벽촌마을로 누에치기 반시 등을
주수입원으로 생활한다. 산행 중 짬을 낸다면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람의 삶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용당산 주변엔 볼거리가 특히 많다. 북지리 국도변의 무심암은 부부의 슬픈 전설이 내려오며,
성주가 가뭄에 기우제를 지냈다는 동창천의 성주바위, 벽돌 한장마다 불상이 새겨진 비룡곡의
불영사 천불탑 등이다. 모든 가지가 지면으로 처진 매전읍내의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295호)는
수령이 2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용당산은 시원한 동창천과 영남알프스의 산군 등 가족과 한번쯤은
꼭 찾아 볼 만한 곳이다.

하산후 온막버스정류장에서 동곡행 버스를 이용해 매전이나 동곡에 하차한 후 운문사에서 출발하는
청도행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4.07.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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