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399〉 충북 영동 천태산

가다서다 감탄사 전국名山 축소판


 
  영동 천태산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경사 70도의 75m 암벽. 처음 본 순간에는 숨이 턱 막히지만 짜릿한 스릴과 감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우회로도 있다.
서울과 부산의 한가운데 지점인 충북 영동의 천태산(天台山·720m).

이 산 정상에는 특이하게 방명록이 있다. 비가 와도 젖지 않도록 여닫이 문이 달린 스텐 케이스안에 고이 담겨져 있다.

방명록에는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걷는 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산', '품고 있는 영국사와 1300살 은행나무가 인상적인 산', '스릴넘치는 암벽등반이 기억에 남는 산' 등의 글이 적혀 있다.

정말 그랬다. 산꾼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는지 대체로 반응이 대동소이하다.

천태산은 덩치가 작은 산이다. 실제로 산행시간은 길게 잡아도 4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산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다 맛볼 수 있다. 환상적인 암릉산행과 산행 내내 이어지는 시원한 조망, 삼단폭포와 진주폭포의 우렁찬 물소리, 고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애틋한 구국기도의 지성이 전설로 서린 영국사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등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75m 높이의 암벽코스는 오랫동안 뇌리속에 남을 만큼 짜릿한 스릴과 감동을 안겨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행은 매표소~천태동천~삼신바위~삼단폭포~천연기념물 은행나무~등산코스 안내도
보관함~75m 암벽코스(우회길도 있음)~정상~헬기장~전망석~남고개~영국사~망탑봉
~진주폭포~매표소 순. 3시간30분~4시간 걸린다. 등산 안내도에 따르면 A코스로 올라 D코스로 하산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곧 '충북의 설악 천태산 계곡'이라 적힌 거대한 입석이 숲 입구에 서있다. 들어서자마자
우측에 기암절벽과 계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100m쯤 걸으면 갈림길. 오른쪽은 영국사
삼단폭포 방향, 왼쪽은 진주폭포 남고개 방향.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은 하산길.

이끼가 수북한 바윗돌이 촘촘히 깔린 길을 따라 오르면 조그만 돌탑들을 껴안고 있는 삼신바위가 기다린다.
쭈글쭈글한 바위가 영락없이 삼신할미의 얼굴이다. 아직도 그 정성이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삼신바위를
지나면 멋드러진 삼단폭포. 우렁찬 물소리가 한순간 더위를 가셔준다.

길은 다시 숲속으로 이어진다. 폐침목을 잘라 가지런히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을 따라 고갯길을
오르면 커다란 분지모양의 골짜기가 펼쳐진다. 동시에 갈림길. 왼쪽 망탑봉 방향은 하산길로 남겨두고
오른쪽 영국사 방향으로 향한다. 길 오른쪽 철조망에는 전국에서 다녀간 산행단체의 리본이 50m 길이로
만국기 마냥 빼곡히 달려있다. 좀체 보기 힘든 볼거리다.
 
망탑봉 오른쪽 옆 고래모양의 흔들바위.  

정면에는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1300살 묵은 높이 31m,
둘레 11m의 은행나무가 늠름하게 길손을 맞고 있고 그 뒤로
영국사와 천태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만난 충북 문화유산해설사 이상원씨는 "경기도 용문사와
금산 보석사에도 은행나무가 있지만 자태는 영국사의 것이 최고"라고
치켜 세운다.

신라 문무왕때 창건된 영국사의 원래 이름은 국청사였지만 홍건적의
침입때 피란온 고려 공민왕이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가피(加被·부처나 보살이 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이롭게 함)를 입게 돼
 절 이름을 영국사(寧國寺)로 고쳤다고 한다.

은행나무 앞에서 길은 두 갈래. 왼쪽 계단으로 오르면 영국사지만 하산길에 만나므로 오른쪽 계단으로
난 길을 택한다. 이 길은 천태산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향하는 최단 코스.
 
1300년 된 천연기념물 영국사 은행나무.  

민가 몇 채를 지나면 곧 본격 등산로 입구. 정상까지는 1370m. 산길로 들어서자
곧 등산코스 안내도 보관함이 나온다. 겉은 쓰레기통을 닮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컬러로 된 A4 크기의 등산 안내도가 수백장 들어 있다. 지금까지
여러 산을 다녔지만 이토록 정성이 깃든 산은 처음이다.

이제부터 오르막의 연속. 올라갈수록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10m 암벽을
오르니 이내 25m 정도의 암벽이 기다리고 있고 나중에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70도 경사의 75m짜리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물론
암벽 우측으로 우회로가 열려 있다. 얼핏 두려움이 앞서지만 막상 시도하면
별 것 아니니 이참에 도전해보자. 초등학생도 올라갈 수 있는 이 암벽은 스릴과
 성취감을 동시에 안겨다 준다.

암벽이 끝나 이제부터 흙길인가 싶더니 또다시 암벽. 곧 정상까지 500m 남았다는
전망대에 닿는다. 오른쪽엔 정상이 보인다.

다시 숲길. 또 밧줄이 기다린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정상을 200m 남기고 갈림길. 왼쪽 남고개 방향은
하산길이므로 직진한다. 5분 후 마침내 정상. 북쪽은 숲에 가려 있고 저멀리 보이는 남쪽의 아파트 단지가
금산읍내이며 들녘 곳곳의 검은색 부분이 인삼밭이다. 남서쪽 파헤쳐진 산이 눈없는 무주 스키장.

하산은 남고개 방향으로 간다. 모처럼 밟아보는 오솔길. 헬기장을 지나면 B, C코스 갈림길이 잇따라
나오지만 무시하고 주변 경관이 뛰어난 D코스로 직진한다. 완만한 암릉길과 벼랑 끝 소나무 그리고
주변 산자락이 한폭의 그림같다. 발길 옮길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천태산이 왜 '충북의 설악'
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중 가장 멋진 곳이 '전망석' 팻말이 붙어 있는 곳. 참조하자.
 
  영국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그리고 보리수 나무.

15분쯤 뒤 남고개 삼거리. 우측 오르막길은 옥새봉 가는 길. 옥새봉으로 하산하면 천태산의 명물인 영국사와 망탑봉을 볼 수 없으므로 영국사 방향으로 바로 간다. 옥새봉은 공민왕과 함께 피란온 노국공주가 옥새를 보관하며 거처하던 곳으로 이 길은 공민왕의 발길이 특히 잦았다 한다. 옥새봉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남고개에서 영국사까지의 900m 거리는 너무나 편안한 오솔길. 마치 삼림욕장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보리수 아래 이끼 낀 3층석탑 등을 둘러보고 은행나무를 지나 망탑봉 가는 길로 향한다.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에서 삼층폭포를 바라본 뒤 5분쯤 올라가면 망탑봉에 닿는다. 이곳엔 보물 제535호 삼층석탑이 바위 위에 절묘하게 얹혀있다. 바로 옆에는 고래모양의 흔들바위.

하산은 급경사 내리막길. 6분 뒤 계곡에 닿는다. 첫번째 만나는 작은 소 건너편 길은 옥새봉에서
내려오는 길이므로 참조할 것. 여기서 계곡을 따라 살짝 돌아 쇠밧줄을 타고 내려서면 시원한 물줄기의
진주폭포를 만나고, 이곳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천태산 지킴이 배상우옹-등산객 위해 18년간 봉사

충북 영동 천태산을 다녀온 산꾼들은 "이정표와 시설물이 너무 친절하게
 잘 정비돼 있어 절대 길 잃을 염려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웬만한 국립공원보다도 낫다는 평이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등산안내도 보관함 속에 든 수백장의 컬러 등산안내도와
이정표, 그리고 암릉 곳곳에 설치된 밧줄 등 안전시설물은 초보 산꾼도
아무 걱정없이 산행할 수 있게 해준다. 산행길 곳곳에서 만나는 폐침목
계단도 마찬가지.
이는 18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천태산을 아끼고 가꿔온 한 노인의 천태산
사랑 덕분이다.

배상우(73·사진)옹. 영동 토박이로 천태산 인근에서 금오약방(043-743-9028)을 운영하는 그는 이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천태산 산신령'이라 불린다.

영국사 신도회장이던 그가 이처럼 천태산에 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평소 절을 오르내리면서
천태산의 빼어난 산세에 비해 등산객들을 위한 배려가 소홀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면서부터. 그는
천태산을 매일 오르내리면서 지금의 등산로를 개설하고 암벽에는 밧줄 등을 '손수' 달았다. 정말 혼자
했냐는 질문에 그는 "촌사람은 일당을 안주면 자원봉사는 잘 안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매표소 바로 위 드넓은 꽃밭도 배옹이 직접 만든 작품이다.

배옹은 "사실 힘들고 외로울 때가 많았다"며 "그때마다 산 정상의 방명록함에 붙은 나옹선사의 시 '바람같이
물같이'를 읊조리며 마음을 달랬다"고 고백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교통편-경부선 타고 영동서 내려 시내버스

충북 영동의 천태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열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야 된다.

부산역(1544-7788)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린다. 무궁화호는 오전 6시30분, 7시35분,
8시5분, 9시5분, 9시35분, 새마을호는 오전 4시45분, 6시5분, 낮 12시35분에 각각 출발한다. 요금은 각각
1만1600원, 1만7200원. 버스정류장은 영동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50m쯤 가면 만난다.
이곳에서 명덕행 동일버스(043-742-3971) 시내버스를 타고 천태산 영국사 입구 누교리 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8시10분, 11시10분, 오후 1시10분, 5시, 7시 출발한다. 1800원. 정류장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누교리 버스정류장에서 영동역행 버스는 오후 2시10분, 5시50분, 7시50분에 있다. 영동역에서 부산행 열차는
 무궁화호의 경우 오후 5시57분, 6시52분, 7시49분, 밤 10시1분, 11시54분, 새마을호는 오후 5시34분,
9시34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황간IC~대전 영동 4번 국도 좌회전~영동읍
~보은 영동읍 19번 국도 우회전~영동역 지나~영동경찰서~옥천 19번 좌회전~19번 장수 무주 직진
~천태산 송호관광지 우회전~금산 양산 좌회전 68번 지방도~양산면~양산 좌회전
~양산 삼거리서 68번 금산 옥천 우회전~옥천 이원 천태산 우회전~호찬교 건너~영국사 순으로 가면 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산행대장=이창우
  입력: 2004.09.02 14:50
ⓒ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