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401〉 경주 소금강산

이차돈 순교의 넋 '金剛'되어 머물러
해발 143m 야산 3시간 원점회귀 코스 개척
백률사·굴불사 등 유적 즐비, 신라불교 성지
추석 연휴 가족 · 친구와 함께 부담없는 산행

 
  이차돈의 넋이 어린 경주의 소금강산은 소나무길이 무척 아름다워 마냥 걷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소금강산(小金剛山).

이름에서 느껴지듯 수려한 기암괴석과 빼어난 산세 및 주변 경관으로 예부터 시인묵객들이 몰려와 시를 읊으며 노닐던 명산으로 연상된다.

국립공원인 영암 월출산과 속리산을 위시해 남해의 금산, 봉화의 청량산, 양산의 천성산 등이 하나같이 소금강산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경주의 소금강산은 별칭이 아니라 아예 이름이다. 입구 산안내도에는 금강산과 견줄 만한 아름다움에서 유래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주 동국대 박물관 김호상 연구원은 "소금강산은 아름다움도 빼어나지만 신라 불교 공인의 계기가 됐던 이차돈의 넋이 어린 신령스러운 곳으로 신라 불교의 성지"라고 말했다.

신라 법흥왕 때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이차돈이 순교라는 방법을 택했을 때 그가 예언한 것처럼 흰 피를 흘리며 목이 하늘로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떨어진 곳이 이곳 소금강산이다.

이에 탄복한 법흥왕은 불교를 공인함은 물론이요, 이차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이곳 소금강산에 자추사를 세웠으며 후에 백률사로 이름이 변했다. 소금강산에서 발굴된
이차돈 순교공양비는 현재 국립 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김 연구원은 "이런 연유로 소금강산의 '금강'은 변하지 않는 진리 또는 불법(佛法)이란
불교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산행팀은 연휴때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경주 소금강산
찾았다.
 비록 해발 143m에 불과하지만 산행팀은 이웃 능선을 연결해 3시간 안팎의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완주를 해도 좋고, 1시간 정도 산행후 백률사와 굴불사 사면석불을 구경한 후 하산해도 좋다. 산행 후엔
분황사나 대릉원 첨성대 황룡사지 등 가까운 유적지를 덤으로 둘러볼 수도 있다.

산행은 승삼저수지 입구 주차장~고물상 옆 컨테이너 가건물~전망대~체육공원~소금강산 정상~백률사
~굴불사지 사면석불~경주 김씨 부부묘~도로~예비군교장~잇단 철탑~금학산(297m·확트인 터 무덤)
~삼거리 갈림길~사거리~철탑~용강사슴목장~도로~승삼저수지~주차장 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고물상 옆 컨테이너 가건물 옆에 바로 산길이 열려있다. 제법 넓은 오르막길이자
동시에 소나무길이다. 4분 정도 뒤 첫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간다.

월성 이씨묘를 지나면서 자연스레 발걸음이 늦춰진다. 산죽과 소나무가 아직도 푸름을 자랑하며 맘껏 멋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곧 길 오른편에 전망대가 나온다. 발밑에는 방금 지나온 도로가 한 일자로 달리고,
 왼쪽 10시 방향에는 선도산이, 그 오른쪽에는 구미산이 펼쳐지고 그 앞쪽 봉우리가 옥녀봉이다.

체육공원이 이어진다. 10여명의 주부와 노부부가 운동을 하거나 쉬고 있다.

이제부터 만나는 길은 소나무길. 굴곡없이 편안해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오른쪽은 경주시내가, 왼쪽은
우리가 달릴 또 다른 능선이다.

갑자기 푹 꺼지는 사거리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천태종 청광사, 오른쪽은 다불마을로 가는 길이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가버린 여름을 아쉬워하듯 아직도 매미울음소리가 들린다.
 
소금강산의 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주 시가지.  

길은 이제 더욱더 운치있다. 소나무길에 예쁘장한 바위로 조경을
한듯하다. 여기에다 경주시가지는 더 넓게 펼쳐진다. 10분 뒤
또다른 체육공원과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시나브로 정상이다.
해발고도가 낮다보니 들머리서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정상석은 없고 바닥에 삼각점이 박혀있다. 정작 정상은 나무에
가려 조망이 없다.

이어지는 산길은 두 갈래. 결국 만나지만 백률사를 쉽게 찾기 위해선
오른쪽길로 내려서자. 왼쪽길은 두 번의 갈림길을 거쳐야 한다.
 두 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무사이로 백률사 대웅전 기와지붕이 보인다.

삼성각을 지나 계단을 내려서면 왼쪽이 대웅전, 정면에 요사채 범종루가 거의 잇따라 위치해 있다. 절 자체는
 아담해 보이지만 절 주변 대나무와 거대 수목의 위엄은 신라때 상당히 번창한 사찰이었음을 짐작케 해준다.

백률사에서 계단으로 3분 정도만 내려가면 굴불사지 사면석불. 신라 경덕왕이 백률사로 나들이하던
도중 땅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파보게 하니 사면에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나왔던 것. 지금 절은
오간데 없고 사면석불만 남아있다. 사면석불에는 아미타불 약사여래 보살입상 11면관음보살상 등이
조각돼 있다. 신라 예술의 황금시대인 경덕왕 시대에 조각된 이 불상들은 섬세하기 그지없다. 사면불상
주위를 돌며 치성을 드리는 여인들이 네댓명 보인다.

문화유적 감상이 끝나면 '주차금지' 팻말 오른쪽 옆 산길로 다시 오른다. 7분 뒤 경주 김씨 부부묘를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길로 방향을 잡고 숲을 지나 왼쪽 U자 방향으로 크게 돈다. 유난히 무덤이 많은
이곳 주위에는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0여분 뒤 도로와 만난다. 눈앞은 예비군교장이다. 도로를 건너 유격장쪽으로 오른다. 이웃능선으로
갈아타는 길이다. 이 능선길은 앞서 온 능선길보다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포복' '약진' 등 눈에 익은 단어가 옛 군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15분 뒤 철탑. 숲길 주변 트인 곳에는
때이른 억새가 바람에 날려 춤을 춘다. 제법 너른 터에서 가운데 무덤있는 곳에 닿는다. 지도상의 금학산
정상이다. 두 갈래길 중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 아파트쪽이 들머리이며 정면에 보이는 능선이
방금 지난온 길이다.

길찾기 유의할 곳이 나온다. 무덤에서 30m 지점 오른쪽에 풀숲에 가린 길을 찾는다. 이 길만 찾으면
이후부턴 길 찾기는 쉽다. 7분 정도 내려오면 삼거리 갈림길. 20m쯤 오른쪽길로 가다 왼쪽에 난 길로
방향을 바꾼다. 입구 나무에 파란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쓰러진 나무를 지나면 키작은 소나무가 촘촘한
 좁은 길로 나아간다. 7분 뒤 사거리. 왼쪽으로 간다. 길따라 돌기둥이 서있다. 벌초된 무덤 2기를 지나면
갈림길. 다시 왼쪽으로 가서 철탑을 지나면 또 갈림길. 우측길로 계속 내려서면 정면에 승삼저수지가 보인다.
 우측에 사슴농장.

여기서 도로까지는 2~3분, 도로에서 주차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교통편

부산서 경주행 버스 15분간격 운행
터미널서 포항방면 용강초등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버스정류장에서 안강행 217, 212번 버스를 타고 근화여고를 지나
용강초등학교 앞에서 내린다. 용강초등에서 담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5분 정도 걸으면 들머리인
승삼저수지 앞 주차장에 닿는다.

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 경주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50, 51번 버스를 타고 역시
용강초등학교 앞에서 내린다. 800원. 이 노선 모두 막차가 밤 9시대까지 있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까지 시외버스는 15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7번 국도 직진~보문단지 입구 지나
~백률사 굴불사 직진~탈해왕릉 직진~울진 포항 7번 국도 우회전~육교 지나 경주 동국대 한방병원
우회전(우회전시 정면에 대구은행 큰 간판)~길따라 직진~승삼저수지 앞 주차장 순으로 가면 된다.




#떠나기전에
경주 五岳중 하나 빼어난 절경 자랑
굴불사 사면석불 정교한 조각 예술


 
산을 높이로만 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주의 소금강산과 이어지는 금학산은 비록 해발 100~200m의 뒷동산
높이에 불과하지만 국립공원 소금강산권에 올라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빼어난 절경이 입증되는 셈.

소금강산은 삼국통일 이전에는 토함산(동악) 선도산(서악) 남산(남악)
낭산(중악)과 함께 경주의 오악(五岳) 중 하나인 북악(北岳)으로
불렸으며 서라벌을 지키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소금강산 기슭에 위치한 백률사는 이차돈과 함께 잘 알려져 있어 많은 불교신자들이 찾고 있다. 어릴적
교과서에서 배운 추억을 더듬으며 자녀와 함께 찾아볼 좋은 기회이다.

백률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정교한 예술품인 보물 제121호 굴불사 사면석불 또한 놓쳐선 안될 산행의 덤이다.
 
굴불사 사면석불에서 치성을 드리는 한 여인. 사진 위쪽은 야생화 새팥.  

소금강산의 줄기를 따라가면 신라 6부장의 하나인 경주이씨
시조 이알평을 모신 표암제와 탈해왕릉 등 신라문화 부흥의 볼거리가
산재해 있으니 출발전 꼼꼼히 준비해 많은 것을 효율적으로 보도록 하자.

금학산 이후의 산길은 조금 거친 편이다. 자녀를 동반한 산행이라면
백률사까지만 해도 된다. 또는 금학산까지 올라 왼쪽길로 내려서면
산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철탑을 따라 하산하면 다불마을로 내려서고
오른쪽 승삼마을로 시골길을 따라가면 수확을 앞둔 벼와 과실 들꽃 등
가을정취를 맛볼 수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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