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그처럼 바라던 ‘물좋고 정자좋은 산’을 모처럼 자신있게 소개한다. 그리 멀지 않고 인적이 드문 호젓한 산길에, 봄꽃이 만개해 산행 기분이 그저그만이다.

그간 근교산팀은 항상 “이번엔 괜찮은 산이어야 할텐데”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편으론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떠났다. 지난주 경주로 떠난 근교산팀은 다행히 독자들의 주문을 거의 충족시킬만한 산을 발견했다. 그리고 쾌재를 불렀다. ‘심봤다!’

천년 고도 경주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미산~용림산 코스.

마을 토박이들은 외지에서 이 산을 찾는 이는 거의 없고 경주 인근의 몇몇 산꾼만이 은밀히 다녀간다고 전했고, 산행로는 대체로 길이 단순 뚜렷하고 곳곳에 진달래 산수유 노랑제비 등 봄꽃이 만발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구미산 정상의 북동쪽에는 천도교 성지인 용담정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용담정 반대편 코스라 아쉽기는 하지만 여하튼 민족종교의 정신이 어린 명산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발걸음을 내딛도록 하자.

산행은 용명리3층석탑으로 유명한 경주시 건천읍 용명3리 경로정에서 출발, 영천 이씨 묘~전망대~헬기장~구미산 정상~591.5m봉~전망대~월성 김씨 묘~582m봉~연일 정씨 묘~형제바위~용림산 정상~나주 임씨 묘~용명리3층석탑에 도달하는 4시간 정도의 사실상 원점회귀 코스.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는 걸어서 10분 거리.

 

용명3리 경로정을 지나 왼쪽길을 택한다. 7분 정도 농로를 따라 직진하면 저멀리 저수지 둑이 보인다. 용곡지다. 마을사람들은 신라때부터 이곳에서 장군이 많이 배출돼 명장지라고 부른다. 지금도 현역 장성이 있어 그 명맥이 끊기지 않고 있다고 자랑한다. 용곡지 가기전에 작은 개천을 건너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논에 물을 흘려보내는 시멘트 관로 밑을 지나면 왼쪽에 막 가지치기를 끝낸 복숭아 과수원. 계속 직진. 왼쪽 100m 전방에는 대나무숲이 보인다. 개울을 끼고 걷다보면 왼쪽에도 짧은 다리가 놓여 있지만 반대지점과 높이가 맞지 않다. 밑에 놓여져 있는 사다리를 이용해 건너자.

이제 산길로 오른다. 조금 가다보면 왼쪽에 무덤이 나온다. 새소리 물소리가 평화롭다. 또 다른 무덤을 지나 넓은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낮고 전형적인 오솔길이다. 연분홍 진달래가 마중을 나와 있다. 또 갈림길. 왼쪽의 사잇길로 들어선다. 움푹 팬 메마른 계곡을 건넌다. 송아지 크기 만한 노루가 인기척을 감지한 후 후다닥 도망간다. 산기슭까지 내려온 점을 감안하면 인적이 드문 산임을 알 수 있다.

 영천 이씨 묘를 지나 오른쪽 길로 올라선다. 작은 오솔길로 아기자기한 소나무가 길 양편에 도열해 있고 수북이 쌓인 갈색 낙엽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곳곳에 보이는 진달래를 화동으로 생각한다면 일순간 개선장군이 된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잇단 무덤을 지나 30분 정도 걸으면 안부에 닿는다.

계속 오른다. 길 옆에는 진달래 외에 노랑제비꽃과 보라색의 왜현호색꽃도 보인다. 이만하면 꽃길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노란색의 산수유도 빠질손가.
 
  산행 날머리에서 만나게 되는 보물 제908호 용명리3층석탑 .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10여분 뒤엔 헬기장이 나오고 그 옆이 구미산 정상. 편평한 바위 위에 돌을 쌓아 매직으로 구미산이라고 적어놓았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하산하면 천도교 성지인 용담정이 나온다.

계속 직진한다. 길은 지그재그형이지만 단순해 착각할 염려는 없다. 왼쪽 전망대엔 산수유가 만개해있고 바닥에는 노랑제비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좌우 상하 온통 노랑 천지다. 전망대에서 주변 조망을 살펴보자. 오른쪽인 서쪽에는 김유신 장군이 단칼로 돌을 쪼갰다는 단석산을 비롯 오봉산 사룡산 만분산 석두봉 백운산과 그 뒤로 고헌산 등 영남알프스가 보인다. 동쪽으로는 오어사가 있는 운제산 시루봉 토함산과 가까이에는 경주 금강산과 김유신 묘가 있는 옥류봉, 오릉의 선도산 남산 치술령 국수봉 문수봉이 보인다. 무엇보다 경주 시가지가 시원하게 열려 가슴이 확 트인다.

내려서면 또 다시 갈림길. 왼쪽은 용담정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뚜렷하다. 직진한다. 넓은 능선은 편평하다. 월성 김씨 묘, 연일 정씨 묘가 있는 봉우리를 차례로 지난다. 오른쪽에 멋진 전망대인 형제바위가 100m 간격을 두고 건천읍내를 바라보고 있다. 그 중간에 측량용 막대가 꽂혀 있는 큰 바위 전망대에 올라선다. 다시 갈림길. 왼쪽에 돌탑 전망대가 있으니 한번 둘러보자. 용림산길은 오른쪽 길이다. 또 하나의 형제바위를 지나면 용림산 정상으로, 왼쪽에 치우쳐 있다. 이곳에는 정상임을 나타내는 입석이 없어 국제신문 노란 리본 뒷면에 정상임을 표시해 두었다.

하산길은 정상에서 되돌아와 직진한다. 온 길에서 오른쪽으로 잡는다. 이 때부터 뚜렷한 길이 안보이니 당황하지 말고 능선 방향을 따라 내려가자. 50여분 길을 헤쳐 내려오면 용명리3층석탑으로 유명한 탑골이 나온다. 석탑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용명3리 경로정, 왼쪽으로 가면 버스정류장이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구미산과 용림산은 경주시 건천읍과 현곡면을 가로지르는 아주 평범한 산이다. 그간 취재팀은 현곡면의 용담정에서 구미산을 거쳐 용림산과 반대 방향에 있는 인내산 코스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용담정의 반대편인 건천읍에서 구미산에 올라 용림산을 거쳐 탑골로 내려서는 호젓한 산길을 소개한다. 구미산의 용담정은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의 천도교 발상지이며 성지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날머리의 용명리3층석탑은 보물 제908호로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월성용명리사지3층석탑으로도 불리며 이중기단 위에 3층의 탑신부를 구성하고 그 윗부분에 상륜을 장식했다. 지난 43년 수리 당시 탑신에서 불경이 발견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용림산에서 탑골로 하산하는 능선은 조금은 거칠다. 희미한 산길로 이어지지만 능선만 타고 내려서자. 깨끗한 산길과 진달래 등 봄꽃 그리고 형제바위에서의 전망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식수는 미리 준비를 하고 산불발생에 유의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교통편>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첫차는 오전 5시30분, 15분 간격으로 있다. 3천6백원. 1시간10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명리행 버스는 오전 6시50분, 9시, 11시에 있으며, 용명3리 버스정류장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일반버스는 오후 2시, 3시30분, 5시40분, 8시, 10시(토, 일 제외)에 있다. 900원. 30분 정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까지 오는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0분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 다음인 건천IC로 빠져나와 경주방향으로 좌회전~읍내~경주방향 우회전~용명리 3층석탑 이정표 보고 좌회전~공사중 고속도로(건천~포항) 굴다리 통과~고지교~대곡1리~재내천(큰 입간판)~대곡교~대곡1리 마을회관~용명리 3층석탑 이정표~대곡2리 동회관~공사중 고속도로(건천~포항) 현장사무소~용명2리~용명3리 순으로 가면 된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4.1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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