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대연동, 수영구 망미동 광안동 남천동, 연제구 연산동, 부산진구 양정동 전포동 등 4개 구 8개 동을 발 아래 두고 있는 전형적 도심 산인 황령산.

황령산과 지척에 있어 이따금 혼용되는 금련산과 행경산도 광의적 의미에서 황령산 자락에 포함시켜도 무방하다. 넉넉잡아 30분 정도면 세 봉우리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 황령산은 그야말로 도심 정중앙의 산. 스트레스 많이 받는 도시인들이 맘 먹기에 따라 신발만 갈아신고 곧바로 달려갈 수 있을 만큼 코 앞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달음에 닿을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산은 절대 아니다. 해발 427m 높이로 보면 그저 그런 산이지만 바다와 인접해 있어 실제로 더 높게 다가온다. 거의 해발 제로에서 시작되는 300m급 섬지역의 산이 예상 외로 힘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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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의 입장에서 황령산 정상에 서면 언제나 그렇듯 만감이 교차한다. 앉은 터로 봐선 분명 서울의 남산 못지 않은 위용과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을 지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전쟁 중 생존을 위해 산자락에 판잣집을 지은 피란민들의 행위는 예외로 치더라도 온천을 개발하기 위해 파헤친 산허리, 명당자리 산 중턱에 위치한 청소년수련원, 그리고 산의 배를 갈라놓은 순환도로 등이 대표적인 흉물이다.
                                                                          금련산 하산길에서 본 광안리 앞바다의 광안대교.

산행 중 만난 한 50대 산꾼은 "부산의 바다와 부산의 산, 부산의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황령산이 지금 많이 손상돼 있어 분통이 터진다"며 "무조건 보존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잔혹하게 산을 개발하는 행태는 앞으로 재고되어야 한다"며 황령산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산행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마하사 입구 신리삼거리(연제구종합사회복지관 입구)~태양주택~전망대~체육공원(함박골약수)~연제정~행경산~MBC KBS 황령산 송신소~황령산 봉수대~암봉 전망대~금련산~헬기장~금련산 영산홍 꽃길조성 팻말~금련산 청소년수련원 정문~청소년수련원 후문~체육시설(옥천약수터)~산불초소~체육시설~도로~중앙교회~금련산 청소년수련원 입구 순. 3시간~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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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리삼거리는 양정로터리에서 연제구청과 연산동로터리 가는 삼거리를 지나 이내 만나는 삼거리. 흔히 월드비전 연제구종합사회복지관, 현대홈타운, 마하사 진입로로 알려져 있다.

진입로에서 250m쯤 걸으면 제법 넓은 오르막 사거리. 우측에 '둥글수퍼과일쌀' 간판이 눈에 띈다. 그 가게 우측 10m 거리에 보이는 계단을 오르면 태양주택. 다시 계단을 올라 철망을 통과하면 본격 산길.

주택가를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낙엽길. 좌측 저멀리 금련산 정상을 확인할 때쯤이면 하늘을 덮는 소나무 숲길을 만난다. 벤치 두 개와 무덤을 지나면서 내리막길. 길 왼쪽이 마곡천이고 오른쪽이 물만골이다.

산행팀이 리본을 달 가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수목 관리 상태도 좋고 산길이 깨끗하다. 6분 뒤 사거리. 운치있는 좁다란 측백나무 숲길을 통과하면 체육공원이자 함박골약수터. 약수터 앞의 붉은 단풍나무가 눈길을 끈다. 통나무계단을 7, 8분 오르면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에 황령산 봉수대가, 왼쪽 뒤로 금련산 정상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산행팀은 우측 행경산을 먼저 가기 위해 좌측 황령산 방향으로 가지 않고 직진한다. 체육공원 옆 연꽃화장실을 지나면 순환도로 길 가장자리에 조그만 정자인 연제정이 나온다. 우측으로 간다. 연산동 물만골에서 청소년수련원쪽으로 연결되는 순환도로는 얼핏 공사가 끝난 것 같지만 현재 막아놓았다. 길을 건너 컨테이너 사무실을 지나 우측 행경산으로 향한다. 산길과 석축이 나란히 달린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바로 정상. 정상에서 만난 어떤 사람도 이곳이 행경산임을 알지 못한다. 참고로 발밑에 보이는 부산여대의 축제이름이 행경축제. 행경산은 주로 양정쪽에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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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황령산에서 금련산으로 이어지는 암봉. 암봉 뒤로 방송국 송신탑이 보인다.>  
 

부산 도심과 봉래산 천마산 엄광산 수정산 구봉산 구덕산 시약산 백양산 금정산 천성산 구월산 용천산 철마산 백운산 장산 배산 금련산 황령산까지 부산의 산이란 산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왔던 길로 하산해 컨테이너 사무실 뒤편 산길로 오른다.
10여분 뒤 황령산 송신소에 닿고 이내 황령산 봉수대<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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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엔 광안리해수욕장 광안대교 해운대가, 남쪽은 이기대 오륙도와 부산항이, 서쪽엔 롯데백화점 어린이대공원 등이, 북쪽으로는 금정산과 부산대 등 부산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산은 봉수대 주차장의 포장마차 근처에 위치한 정자 옆 오른쪽길로 간다. 예상하지 못한 암봉 전망대와 만난다. 제일 높은 암봉의 암벽엔 모 산악회가 태극기를 꽂아 이곳이 황령산임을 알려준다.

직진해 내려서면 순환도로. 길따라 우측으로 걷는다. 통신탑을 눈 앞에 두고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7분 뒤 금련산 정상. 실제 정상은 군부대로 출입금지여서 모 산악회가 금련산 산길 중 가장 높은 이곳을 정상으로 정해놨다. 직진하면 곧 헬기장.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왼쪽은 수영여중 또는 부산여상 방향.

산허리를 돌아가면 갈림길. 오른쪽 큰 길로 간다. 왼쪽에 광안대교가 아주 가까이 보인다. 다시 순환도로와 만난다. 아스팔트길을 밟지 않고 왼쪽 흙길로 5분쯤 가면 '금련산 영산홍 꽃길조성' 팻말. 왼쪽으로 간다. 곧 갈림길. 왼쪽 내리막길을 택하면 금련산 청소년수련원. 다시 산길로 내려서면 5분 뒤 청소년수련원 후문. 체육시설이 붙어있다. 체육시설 끄트머리 옥천약수터쪽으로 내려선다. 이제 오솔길, 산책길로 그만이다. 광안대교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식별된다. 산불초소를 지나 남천동 방면으로 8분 정도 걸어가면 순환도로. 여기서 중앙교회를 지나 큰 도로까지 7분 걸린다.


#교통편

황령산은 부산 남구 수영구 연제구 부산진구 등 어디서나 오를 수 있다. 산행팀은 연제구 연산동 마하사 입구 신리삼거리에서 동네 뒷산으로 올랐다.

들머리 입구는 신리삼거리. 시내버스는 5-1, 36, 63, 129-2, 5, 305, 141, 142번 일반 및 좌석버스가 정차한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양정 시청 연산동역에서 내려 택시를 탄 뒤 마하사 못가 연제구종합사회복지관 앞 사거리에서 내리면 된다.

날머리 금련산청소년수련관 입구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려면 좌측으로 3분 정도만 걸으면 금련산역이다.


#떠나기전에  
 
황령산은 거칠황(荒), 재령(嶺)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거칠고 험한 고갯마루로 불렸던 곳이다. 고개인 만큼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예로부터 지역주민들과 친숙한 산이다. 지금은 사통팔달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엮어져 부산 도심의 대표적인 산으로 우뚝 서있다.

들머리인 마하사는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산스크리트 마하(Maha)의 한자음 표기로 '황금빛 연꽃' 형상인 금련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하사에는 시지정 문화재인 '현왕도(摩訶寺 現王圖)'와 '대웅전 석조석가여래삼존상(摩訶寺 大雄殿 石造釋迦如來三尊像)' 등 5기의 문화재가 있어 가족과 함께라면 둘러보기를 권한다.

금련산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또하나 생겼다. 광안리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가 그것이다. 야간에는 현란한 조명을 밝혀 더욱 유명해진 부산의 명소 광안대교는 금련산에서 보면 바다에 오색 무지개가 걸린 것처럼 아름답다. 날머리의 금련산청소년수련원은 생활관 대강당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학교나 사회단체의 캠프장으로 인기가 높다.(051)625-0709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1.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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