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2월에도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면 지금도 촌로들은 영등할매 치맛바람이 매섭다고들 합니다. 영등할매는 어업과 농사를 관장하는 일종의 바람신(神)이지요.

 영등할매는 매년 음력 2월 초하룻날 내려와 스무날쯤 하늘로 올라간다고 해서 예부터 민가에선 이달을 영등달 혹은 영등철이라 불렀습니다. 영등할매가 지상에 머무는 이 기간에는 바람이 드세 가정에선 정화수를 떠놓고 빌거나 마을에선 공동으로 영등제를 올리며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이러한 풍속은 1970년대 산업화가 대세를 이루면서 차츰 아련한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지요.

 필부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영등철 혹은 영등달. 이 추억의 단어가 여전히 일상화돼 있는 분야가 아직 몇몇 있답니다.

  건물 7층 높이인 명선교에서 바라본 울산 울주군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를 잇는 바닷길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동
   해안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이 바닷길에는 음력 2월 영등철이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물빠지기 전 가까이선 본 명선도. 신비의 바닷길을 보는 일은 기다림의 작업이다.

 우선 바다 낚시꾼들입니다. 마니아층인 이들은 음력 2월 영등철만 되면 바빠집니다. 대물과의 한 판 승부를 위해서죠. 바다 수온이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는 시점이 바로 음력 2월 영등철입니다. 이때 잔챙이들은 수온이 안정적인 깊은 곳으로 내려가 움직이지 않는 반면 저수온을 이겨낼 수 있는 대물 감성돔들은 어슬렁거리며 갯바위 근처까지 배회합니다.

 일 년 중 자신의 대물 감성돔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영등철이어서 낚시꾼들이 추운 날씨도 마다하지 않고 특급 포인트를 찾아 나서는 것이지요.

 신비의 바닷길을 찾는 사람들도 영등달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혹자들은 바닷길이 갈리는 이 현상을 두고 구약 출애굽기의 한 장면인 모세의 기적을 떠올리겠지요. 이집트 파라오군에게 쫓기던 모세 일행이 홍해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모세와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는, 현실에선 좀 믿기 어려운 그 장면 말입니다. 이는 성탄절 단골 영화인 '십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적 관점으로 볼 때 이 신비의 바닷길 현상은 주위보다 높은 해저 지형이 바닷물이 빠질 때 드러나는 것으로, 바닷물이 갈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이 현상은 보름과 그믐을 주기로 갈리는 조차(潮差)에 의해 한 달에 두 번은 열려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않습니다. 일 년 중 가장 물이 많이 빠진다는 음력 7월 백중사리에는 이론적으로 가장 많은 바닷길이 열려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조차뿐 아니라 해저지형과 수심 등 변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기존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고 알려진 곳의 경우 음력 2월 영등철엔 반드시 열립니다. 밀물·썰물 현상의 원인이 되는 지구에 대한 달의 인력이 이때 가장 크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니까 지금이 바다 갈라짐 현상의 대목인 셈이죠.

 현재 우리 땅에서 제법 알려진 '현대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은 전남 진도, 여수 사도, 충남 보령 무창포, 변산반도(하섬) 정도입니다. 갈라지는 바닷길도 길고 폭도 넓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습니다.

 부산 인근에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립니다. 아십니까. 울산 울주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거제 칠천도, 옛 진해해양공원 근처가 바로 그곳입니다. 반나절이면 주변 관광지와 향토 맛집을 가볍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참, 언제냐고요. 사리 때인 음력 2월 보름 전후, 즉 이달 18, 19, 20, 21, 22일 즈음입니다. 이때 아니면 일부 지역은 음력 7월 백중사리까지 당분간 바닷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바다를 걷는 이 기분, 누가 알겠습니까. 봄 햇살도 이제 따사롭답니다.


- 신비의 바닷길 관련 글

(2)편 '한국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 음력 2월 전국에서 열린다 http://hung.kookje.co.kr/536



 


 골프장에 도착하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클럽하우스가 상상을 초월한 궁궐 규모의 전통 한옥이기 때문이다. 국내 400여 개의 골프장 중 클럽하우스가 전통 한옥인 곳은 이곳이 유일하단다. 이달 중순께 문을 여는 경남 사천의 삼부 타니CC 이야기다.

 삼부 타니 장두원 대표이사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골퍼들을 겨냥, 클럽하우스로 왕궁을 재현한다는 타니의 야심 찬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광고 문구가 이처럼 설득력 있게 다가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경주 한옥 호텔 라궁(羅宮) 지은 삼부토건이 설계 시공
36홀 회원제…이달 중 27홀 우선 오픈
여성 골퍼 배려 라커룸에 개인 파우더 룸 설치


 한옥 클럽하우스 공사비는 220억 원 정도. 36홀 기준 서양식 클럽하우스 공사비에 비해 50, 60억이  더 들어간 셈이다. 골프장도 결국 이문을 남기기 위한 경제 행위임을 감안하면 타니의 한옥 클럽하우스는 국내 골프장이 향후 나아갈 길을 제시한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무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본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 입구. 부산 범어사 일주문처럼 화강암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은 아름다운 솟을대문을 통해
     들어간다. 이러한 건축양식은 범어사 일주문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클럽하우스 내 레스토랑.

클럽하우스 내부.



클럽하우스의 설계는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羅宮)을 지은 삼부토건. 16개 객실이 독채로 이뤄진 라궁은 객실마다 노천온천탕을 갖춰 완공 후 한옥의 진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타니의 한옥 클럽하우스는 결국 전통 건축양식의 장점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 건축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범어사 일주문처럼 화강암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은 아름다운 솟을대문을 거쳐 들어가면 그리스신전을 떠오르게 하는 큰 기둥들이 실내를 떠받치고 있어 어느 왕궁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골프장 이름인 '타니'의 의미도 궁금했다. 알고 보니 한자 이름이었다. '아름다울 타' 자에 '당신 니'를 조합해 '아름다운 당신'이라는 의미란다. 운치 있는 건물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이름이다.

현란한 코스 설계, 얕잡아보면 큰코다친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가화리에 위치한 삼부 타니CC는 36홀 회원제 골프장. 풍수지리적으로 이곳은 금거북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금구입수형(金龜入水形)의 길지. 코스 이름과 위치도 풍수지리에 따라 북쪽 클럽하우스를 기준으로 청룡(동)-백호(서)-주작(남)-현무(북)로 정했다.

 청룡과 현무 등 3개 코스 27홀을 우선 개방하고,   잔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5월 중 나머지 9홀을 선보일 예정이다.

 코스 또한 인상적이다. 36홀을 전체적으로 먼저 살펴보면 청룡(3050m) 현무(3110m) 코스는 거리보다 정교함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두 코스는 전장이 6150m로 부산의 동래베네스트CC(6194m)와 비슷하다.

 백호(3255m) 주작(3235m) 코스는 언듈레이션이 심하고 워터해저드가 많은 데다 오르막 내리막 홀이 잊을만 하면 나타나 플레이하기에 만만치 않을 정도로 남성적이다. 전장(6490m)은 동부산(6472m)과 아시아드CC(6518m)의 중간쯤이다.

 여성적이라는, 얼핏 쉽게 느껴지는 청룡·현무 코스는 얕잡아봤다간 큰코다친다. 경기팀 이상철 프로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평소 자기 스코어보다 2~3개는 더 많이 나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프로도 챔피언 티에선 3, 4개까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매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매력적인 코스다.

홀마다 공략법 달리해야

전체적으로 볼 때 페어웨이에는 물결치듯 언듈레이션이 심하고, 페어웨이에선 안 보이는 좁다란 실개천이 숨어 있다. 그린은 기존의 것과 달리 횡으로 혹은 종으로 길어 세컨 샷에 유의해야 한다. 벙커는 턱이 높아 한번에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워터해저드와 비치벙커 등 샷을 주저하게 하는 장애물도 만만찮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공략법이 뻔히 보이는 기존의 골프장과 달리 캐디의 설명을 듣지 않거나 정신줄을 잠시 놨다간 지갑이 홀랑 비는 건 시간문제일 듯.

    경관이 아름다우면서도 위협적인 현무 6번 홀. 파4 우 도그레그홀인 이곳은 좌우의 워터해저드와 넓은 
     비치벙커, 그리고 극심한 2단 그린으로 골퍼들을 주눅 들게 한다.


 파4, 우 도그레그형 현무 6번 홀은 아름다우면서 위협적인 홀. 챔피언티 335m, 레귤러티 320, 299m. 좌우에 워터해저드가 있고, 우측 해저드와 페어웨이 사이에 드넓은 비치벙커가 그린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라 고수들도 주눅이 들게 한다. 200m쯤 날린 후 8, 9번으로 투 온이 가능할 것 같지만 기울어진 계란형 그린은 극심한 2단이어서 세컨 샷의 정확도가 절실하다.

  파4 핸디캡 1인 현무 7번 홀. 길어 투 온이 불가능하다. 그린 앞 160m 지점엔 실개천이 숨어 있다.

 챔피언티 415m, 레귤러티 395, 370m인 파4, 핸디캡 1인 현무 7번 홀은 맞바람도 자주 불고 거리도 멀어 투 온이 불가능한 홀. 좌우 OB가 있고, 페어웨이는 좌에서 우로 흐른다. 그린 앞 160m 지점엔 실개천이 숨어 있고, 그린 좌·우·뒤 모두 워터해저드여서 백핀일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 현무 6번 홀과 함께 파가 버디나 다름없는 홀이다.

    좌우 암릉이 페어웨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그랜드캐니언 홀로 불리는 파5 현무 4번 홀.
     청룡 2번 홀서 본 현무 4번 홀.
      현무 4번 홀의 서드 샷 지점에서 본 그린.
      현무 4번 홀의 그린 옆 워터해저드. 가만히 보니 한반도의 모습과 쏘옥 빼닮았다.
      현무 4번 홀의 그린.

 좌우 암릉이 페어웨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일명 그랜드캐니언 홀로 불리는 좌 도그레그 파5, 현무 4번 홀은 그린 좌측에 워터해저드가 길게 포진해 있어 서드샷의 정확성이 절실하다. 서드샷 지점에서 본 해저드는 한반도를 빼닮아 눈길을 붙잡는다. 2단 그린에 착시현상까지 보여 만만치 않은 홀이다.

  아주 깊은 죽음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는 파3 현무 8번 홀. 

 파3, 현무 8번 홀(챔피언티 180m, 레귤러티 151m)은 무조건 길게 쳐야 한다. 그린 앞 길게 입을 벌리고 있는 일명 죽음의 벙커가 워낙 깊어 한 번에 탈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부 타니CC의 시그니처 홀인, 파5 핸디캡1 청룡 5번 홀.

 파5, 청룡 5번 홀은 타니의 시그니처 홀. 핸디캡 1, 챔피언티 545m, 레귤러티 518, 440m. 티박스에선 내리막이지만 두 번째 IP 근처 실개천부턴 언듈레이션이 심한 좌 도그레그 오르막으로 변해 마치 다른 홀에서 플레이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3단 그린이라 서드샷과 퍼팅이 아주 중요하다.

  파4 청룡 3번 홀. 
  파4 청룡 4번 홀.

 파4, 청룡 3번 홀은 좌우 OB가 있는 데다 그린이 횡으로 길게 누워 있어 세컨 샷은 가급적 짧게 쳐야 한다. 특히 그린 좌측 뒤는 공간이 거의 없어 좌 핀일 때 까다롭다. 반면 파4, 청룡 4번 홀은 그린이 긴 세로형이지만 앞쪽으로 경사가 있어 길게 치면 내리막 퍼팅을 해야 되기 때문에 세컨 샷은 그린 앞쪽에 떨어뜨려야 한다.

  파4 청룡 7번 홀. IP 지점에 벙커 4개가 다이아몬드형으로 배치돼 있어 티샷을 망설이게 한다. 
  청룡 7번 홀의 2단 그린.

 파4, 청룡 7번 홀은 IP 지점에 벙커 4개가 다이아몬드형으로 배치돼 있어 티샷을 망설이게 한다. 맨 앞 벙커는 레귤러티 기준 180m. 그린 또한 2단인 데다 앞쪽으로는 이른바 혓바닥 그린이어서 역시 세컨 샷의 정확성이 필요하다.

주작 9번, 백호 9번은 마의 홀

 경기과 이상철 프로는 주작과 백호 코스의 현란한 몇 개 홀도 소개했다.

   타니의 36홀 중 가장 어려운 파5, 좌 도그레그 주작 9번 홀. 
 
 파5 좌 도그레그 주작 9번 홀은 36홀 중 가장 어려운 홀. 챔피언티 560m, 레귤러티 537, 494m. 앞쪽으로 좁은 페어웨이, 좌·우측에 워터해저드가 있고, 페어웨이와 해저드 사이엔 대형 비치벙커가 포진해 있다. 레귤러티 기준 최소 200m의 티 샷이 필요하다. 만일 슬라이스성으로 맞으면 세컨 샷 때 장애물인 실개천을 넘기기 위해선 200m 정도를 더 날려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티 샷을 잘못 치면 확실하게 응징을 받는 홀이다. 실개천 뒤로는 언듈레이션이 심한 오르막인 데다 포대그린 앞 벙커가 꽤 부담스럽다. 2단 그린이어서 퍼팅도 쉽지 않다.

 백호 9번 홀은 페어웨이 중간에 실개천이 있는 데다 페어웨이도 좁아 프로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파4 홀. 주말 골퍼는 드라이브 잡기가 두려울 정도다. 챔피언티 390m, 레귤러티 355, 322m로 현무 7번 홀보다 거리는 짧지만 투 온은 되레 어렵다. 그린 앞의 항아리 벙커도 부담스럽다. 

  왼쪽 주작 5번 홀, 오른쪽 백호 6번 홀. 각각 파3 홀. 비치벙커가 인상적이면서 장애물이다.

 독특한 지형의 홀도 있다. 백호 6번 홀(챔피언티 200m, 레귤러티 180m)과 주작 5번 홀(챔피언티 170m, 레귤러티 151m)은 대형 워터해저드를 양쪽에 끼고 반대 방향으로 티샷을 날리는 파3 홀. 모두 거리도 만만치 않은 데다 해저드와 그린 사이에 대형 비치벙커가 각각 터를 잡고 있어 시각적으로 위축된다. 풍경은 그림 같이 아름답다.

 삼부 타니CC에는 코스마다 연습 그린이 있다. 여성 골퍼를 위해 여성 라커룸엔 개인 파우더 룸이 설치돼 있다. 남해고속도로 축동IC에서 차로 5분, 사천공항에선 15분 걸린다.

소개안 된 나머지 홀은 다음과 같다.

  파4 현무 1번 홀.
  파4 현무 2번 홀.
  현무 2번 홀에서 본 클럽하우스.
  좌 워터해저드, 우 OB, 파4 현무 3번 홀.
  파3, 현무 5번 홀.
  한옥 클럽하우스가 훤히 보이는 현무 9번 홀.
  파4, 청룡 1번 홀.
  파4 청룡 2번 홀.
  파3 청룡 6번 홀.
   파4 청룡 8번 홀.
  파4 청룡 9번 홀.

 

 


오니기리 전문점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카모메'



 일본인들이 가장 간편하게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오니기리이다. 이 음식은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에 소금과 참기름 등으로 간단하게 간을 한 후 우메보시나 단무지를 넣어 먹는 주먹밥.

 원래 오니기리는 사무라이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고안된 일종의 전투 식량이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오니기리를 먹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오니기리를 소재로 만든 음식 영화도 있다. 지난 2006년 국내에서도 개봉된 '카모메 식당'이 바로 그것. 카모메는 일본어로 기러기. 이 영화는 오니기리를 만드는 일본 여인이 핀란드에서 가게를 열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소하게 그려 제법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오니기리는 일본인들에게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존재로 뿌리 깊이 각인된 듯싶다.

 그 오니기리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속재료를 다양화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인근에 지난 1월 문을 연 '카모메'(051-933-9523)가 대표적 진원지. 가게 이름은 당연히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따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조그만 카페에 온 듯하다. 테이블은 2인용 7개와 바 3자리. 정원이 17명인 셈이다.



 메뉴는 크게 오니기리와 누들. 오니기리는 18가지로 다양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치즈 날치알, 여성들이 좋아하는 참치 마요네즈(오른쪽 사진), 매우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강한 불닭,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구운 스팸,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명란젓과 부추청어알 오니기리 등등. 메뉴에 표시된 빨간 별표는 매운맛을 의미한단다. 가격은 대부분 1500~2000원. 하나만 먹어도 간단히 요기는 되지만 보통 오니기리 하나에 누들류 하나를 곁들인다. 물과 장국 그리고 락교와 단무지는 셀프.
(아래 사진)

 치즈 날치알과 참치 마요네즈, 불닭 오니기리를 시식했다. 오니기리 위에는 속내용물이 약간 토핑돼 나온다. 부드럽고 고소한 크림치즈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일품인 치즈 날치알 오니기리는 왜 최고 인기품목인지를 맛으로 웅변한다. 검은 깨와 단무지가 속속 박혀 있는 밥은 약간 차지면서도 쫀득하며 내용물 또한 푸짐하다. 사실 편의점의 삼각김밥과 별 차이가 있겠나 싶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참치 마요네즈 오니기리는 새콤달콤, 불닭 오니기리는 알싸하게 맵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젊은 층의 입맛을 잘 아는 이대정(29) 주방장의 솜씨 덕분이다.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 아주 맵다.

일본 현지 맛보다 맛있는 나가사키 우동.


 누들류는 볶음우동(5000원)과 나가사키 짬뽕(5500원)을 맛봤다. 토핑한 가쓰오부시가 팔락팔락 춤을 추는 볶음우동은 별미지만 예상보다 매웠고, 사골 육수를 쓴 하얀 국물의 나가사키 짬뽕은 일본 현지 것보다 맛있다. 세트 메뉴는 연인들이 주로 찾는다. 누들 하나에 오니기리 두 개가 나와 실속 있다.

       이대정 주방장과 허진아 대표(오른쪽).

 허진아 대표는 "호기심으로 들어왔다 일단 맛만 보면 바로 단골이 된다"며 "인근 아파트촌의 학원 다니는 아이 엄마들이나 여학생들이 테이크아웃하는 비율이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의 경계에 있는 듯한 오니기리, 바쁘고 호주머니 가벼운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딱 맞는 음식인 듯하다.

'카모메' 입구.

진열된 오니기리.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라는, 입체경(立體鏡)으로 번역되는 광학기계가 있습니다. 안경처럼 생긴 이 문명의 이기(利器) 아래 동시에 찍은 항공사진 2장을 놓고 보면 처음엔 잘 보이지 않다가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사진 속의 마천루나 수목들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눈앞에 나타나지요.

 그 숱한 발길로 친숙한 동네 뒷산을 오르내려도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남근석 여근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걷기만 한다면 평생 지척에 두고도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지만 스테레오스코프를 보듯 꼼꼼히 살펴보면 영락없는 성기(性器)의 형상을 한 '거시기'가 한눈에 쏘옥 들어오지요.

 남근석은 흔히 양근석 입석 선돌 장군석 낭군석 좆바위 불알바위 등으로 불리고, 여근석은 밑바위 여궁 처녀바위 샅바위 등의 닉네임을 갖고 있지요. 또 남근과 여근이 함께 있으면 부부암, 비슷한 남근이 그 밑에 있으면 자식바위라 칭하고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관련 전문가들은 성석(性石)이라 표현하지요.

 성석을 닮은 바위나 폭포 구릉 등의 지형을 보면 점잖은 사람들은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 평범한 장삼이사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냥 웃지요. 하지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원을 드립니다.

 예부터 성석은 숭배 대상이었습니다. 그냥 웃고 넘길 피사체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지요.

 우선 성이 지닌 생산력이 곧 성기 숭배의 형태로 나타나 마을의 안녕과 풍년 및 풍어를 기원하는 토속신앙의 대상이 됐지요.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남해 가천마을 주민들이 매년 암수바위 앞에서 마을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내는 것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득남을 기원하는 성석인 기자석(祈子石)은 새끼줄에 둘린 채 곳곳에 널려 있어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풍수지리상의 음양조화를 이루기 위해 비보압승(裨補壓勝)의 대상으로도 성석이 이용됐답니다. 풍수지리상의 허한 곳이나 부정한 지형에 성석을 세워 마을의 평온을 바라는 형태지요. 혹은 애초부터 음양의 조화에 맞게 위치한 남근석과 여근석을 확인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심적 평온함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숭배로 봐도 무난하지요. 경주 오봉산 여근곡이나 거제 둔덕면 산방산 남자바위와 작은 여근곡이 단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성석 순례를 떠났습니다. 취재 도중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성석 숭배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소박할지라도 인간의 욕망은 영원하니까요.

 첨언 하나. 취재 대상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행여 외설로 낙인 찍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사실 고민 아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성석은 낯뜨거울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아닙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하고많은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 거제 둔덕면 애바위와 애애등

거제 둔덕면 산방산.

5,6부 능선쯤의 튀어나온 바위가 애바위다.


         거제 산방위 애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애애등. 민둥산이었을 땐 선명했지만 지금은 자세히 관찰해야 
         확인할 수 있다. 산의 가운데 부분, 활엽수가 소나무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곳이 애애등이다.

거가대로가 뚫리면서 한층 가까워진 거제 둔덕면에는 청마 유치환의 부부 묘와 선영 그리고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청마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는 또 고려 의종이 정중부의 난 때 파천해 3년간 머물렀다는 둔덕기성(폐왕성)도 있다. 해서 마을사람들은 왕이 살았기 때문에 이곳 둔덕 땅만을 구분해 '전하도'라고도 부른다.

 둔덕면 방하리 둔덕들 한가운데 서면 우락부락한 바위산이 양팔을 벌려 마을을 감싸고 있다. 거제 11대 명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산방산이다. 산 5, 6부 능선쯤에 한눈에 봐도 힘이 넘치는 바위 하나가 툭 튀어나와 눈길을 끈다.

 둔덕골 출신이자 청마기념관 명예관장 겸 자원봉사자인 김화순(63) 씨는 "어릴 때 할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이 '사랑 애(愛)' 자를 써 애바위라 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주보는 우두봉 자락의 작은 둔덕을 가리키며 "저곳은 여성의 음부를 닮아 '사랑 애' 자 두 개를 붙여 애애등이라 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남근석과 여근곡이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은 청마기념관 2층 전망대에서 보면 대략 확인된다.

 동행한 산경표연구소 박의석(57) 소장은 "남성을 상징하는 정동쪽 좌청룡 자리에 애바위가 있고, 반대쪽 우백호 자리에 여근곡인 애애등이 마주 보고 있으며, '흙 토(土)'를 상징하는 그 사이 너른 둔덕 들녘이 비옥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애애등이 애바위보다 미미한 데다 방향 또한 약간 틀어져 있어 아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명예관장은 "수십 년 전엔 민둥산이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여근 그 자체였지만 지금은 숲이 울창해 그 흔적이 미미할 뿐이며, 음부를 닮은 애애등에는 예부터 물이 끊이질 않아 어릴 때 소먹이던 일종의 우마장 역할을 했지만 이후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지금은 산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세히 보려면 애애등 아래 비닐하우스 인근으로 다가가야 된다. 잎을 떨군 활엽수가 여근 부분을 동그랗게 비보하며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사람들은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좋아 마을 전체가 지금까지 평온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경주 여근곡

   경주 오봉산 여근곡 겨울. 가운데 부분이다.
   가을엔 여근곡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여근곡 여름.

경부고속도로서 본 여근곡.

고속도로에서 당겨서 본 모습.


우리 땅 대부분의 여근이 쪼개진 바위나 폭포이지만 경주 건천읍 여근곡은 산 전체를 통째로 여근이라 봐도 무난할 정도로 우선 크다. 오봉산이라는 멀쩡한 산 이름이 있지만 생긴 모습이 워낙 여성의 성기와 닮아 여근곡이 대표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성(性) 관련 민간신앙 대상물인 여근곡은 삼국유사 지기삼사(知幾三事) 편에서 신라 선덕여왕의 뛰어난 예지력을 보여주는 대목에 언급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드라마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여왕이 깎아지른 너른 절벽 위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여근곡이 위치한 오봉산 정상 바로 밑의 마당바위(지맥석)이다.

'선덕여왕' 마지막회 때 나온 마당바위.

드라마 '동이' 때도 마당바위가 나왔단다.



 건천읍 신평2리에 위치한 여근곡은 경부고속도로 건천나들목과 경주터널 사이, 상행선일 경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인다. 위압감을 주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남북으로 길게 뻗은 오봉산 한가운데 위치한 여근곡은 둥근 모양의 두둑과 골이 절묘하게 조합돼 누가 보더라도 음문 형상임을 알 수 있다. 그 음문을 둘러싸고 있는 산세까지 고려한다면 벌거숭이 여인의 하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해 민망할 정도다. 이 모습은 신평2리 마을회관 옆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사계절 만추의 여근곡(오른쪽 사진)이 제일 선명하다.


 여근곡과 관련된 구전도 재밌다. 옛날 새로 부임하는 경주 부윤은 그 음탕한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건천보다 먼 길인 동쪽의 안강 땅을 통해 경주로 들어왔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애써 고개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한국전쟁 땐 이동하던 미군들이 여근곡을 보며 탄성과 야유를 질렀다고 한다.

 숲(오봉산)을 봤으면 이제 나무(여근곡)를 볼 차례. 오봉산 여근곡 등산로의 들머리는 유학사. 절에서 300m만 걸으면 여근곡 샘터를 만난다. 바로 옆엔 '옥문지'라는 팻말이 서 있다. 호스를 묻어 대웅전 옆 샘터로 뽑아 쓰고 있지만 샘터 주변은 늘 축축하게 젖어 있다.15년 전 오봉산에 불이 나 산이 홀랑 다 탔을 때도 샘터가 위치한 음부 주위는 화마를 피했다고 한다.

 샘터를 중심으로 한 수목 대비도 뚜렷하다. 샘터 주위에는 잎을 떨어낸 활엽수가 있지만 그 경계에는 소나무가 동그랗게 감싸고 있다. 멀리서 봤을 때 음부가 식별되는 이유이다.                      
   

여근곡 옥문지.

오봉산 여근곡 산행 들머리.

          
 신평2리 촌로들에 따르면 예부터 여근곡 샘을 작대기로 휘저으면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나기 때문에 마을에선 청년들이 샘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970년대 초까지 마을에선 여근곡을 신성시하며 동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있기 마련. 여근곡 쪽에서 맞은편 신평리 쪽 너른 들판을 바라본다. 신평리 원신마을을 기점으로 앞으론 경부고속도로, 뒤론 중앙선 철로와 영천과 포항을 잇는 4번 국도가 횡으로 나란히 내달린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 박용(76) 관장은 "옛날에는 여근곡 맞은편 봉우리가 남근 모양을 하며 여근곡을 향하는 형상이었지만 철도와 국도가 뚫리면서 그 모습이 사라져 지금은 흉물스런 산사면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 또한 우백호(서쪽) 자리에 여근곡이, 비록 잘려나갔지만 좌청룡(동쪽) 자리에 남근 형상, 그리고 그 사이 '흙 土'를 상징하는 신평리엔 너른 벌판이 있어 음양오행에 따른 풍수지리가 완벽하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여근곡 자리에 지화곡(只火谷), 맞은편 남근 형상 봉우리엔 접포산(蝶布山)이라 표기돼 있다. 지화곡과 접포산은 각각 꿀과 나비를 의미하므로 음양의 조화가 딱 맞음을 보여준다.

어휴! 망측해라, 곳곳의 남근석 여근석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숨어 있는 남근석. 남근 그 자체다.

경북 의성 비봉산의 암릉 끝자락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산꾼들은 흔히 금성산~비봉산 코스를 산행한다. 금성산과 비봉산 정상을 잇따라 지나 급경사 사면을 밧줄에 의지해 내려와 고개를 돌리면 암릉 맨 우측 끝단 소나무 아래 절묘한 위치에 남근석이 숨어 있다. 선명한 귀두 모양이 영락없는 남근 그 자체다.

 억새로 유명한 장흥 천관산에는 양근석과 금수굴이 마주보고 있다. 높이 4m쯤 되는 양근석은 발기한 모습이며 그 아래에는 불알 모양의 동그란 바위 두 개가 붙어 있다. 자연석이 이처럼 비례에 맞춰 완벽한 형상을 갖춘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와 마주 보는 능선에는 여성의 음부를 닮은 금수굴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천관산 금수굴.

천관산 양근석. 둘은 마주본다.


 문경 주흘산의 여궁폭포는 여근을 떠오르게 한다. 제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 우측 곡충골 방면으로 1㎞쯤 오르면 만난다. 높이 20m인 이 폭포는 옛날 하늘에서 내려온 일곱 선녀가 노닐었다고 전해온다.

 기암괴석이 지천이라 '천구만별'(千龜萬鼈·천 마리의 거북이와 만 마리의 자라)이라 불리는 금정산에도 최근 남근바위와 여근바위가 발견됐다. 남근석은 금샘 동쪽 아래, 여근석은 상계봉 아래 수박샘 바로 위에 숨어 있다. 둘 다 등산로를 벗어나 있어 찾기는 쉽지 않다.

부산 금정산 남근바위.

부산 금정산 여근바위.


 음양의 조화를 위한 남근석도 있다. 거창 미녀봉은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 산아래 가조면 사병리 생초마을 벌판에는 선돌인 남근석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마을사람들은 과도한 음기를 벌충하기 위한 비보 성격의 남근으로 풀이하고 있다.
   임신한 여인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누워있는 형상인 미녀봉과 남근석이 마주보고 있다. 거창군청 제공

 월악산에도 남근석이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이 산은 음기가 왕성한 산이다. 덕주사 뒤편인 제천시 덕산면에서 보면 월악산은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을 닮았다. 선조들은 월악의 음(陰)의 지기(地氣)를 누르고 음양의 조화를 위해 덕주산 입구에 남근석을 세웠다.
           월악산 남근석.

 제주도에도 성석이 발견된다.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남근석이 서 있으며, 라온GC 클럽하우스 입구의 자연동굴에도 남근석과 여근석이 마주 보고 있다. 타이거 우즈도 이곳을 방문했을 때 남근석과 여근석을 만지고 갔다 한다.

제주 라온골프클럽의 동굴 속 남근.

동굴 속 여근.둘은 마주보고 있다.


        제주 산방산 중턱 산방굴사 우측 벼랑에 서 있는 남근석.

"경주 오봉산 여근곡 성(性) 테마박물관 놓치면 후회"
-개인 수집가 박용(사진 오른쪽) 관장 370여 점 전시


경주 건천읍 신평2리 오봉산 여근곡 입구 원신마을에는 빠뜨려선 안 될 명소가 한 곳 있다.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054-751-2229)이 바로 그것이다. 박용(76) 관장이 4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 모은 남근과 여근을 닮은 희귀 수석 등을 비롯하여 전 세계 어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다양한
문양석이 370여 점 전시돼 있다.

 고향이 경주인 박 관장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여근곡을 본 후 이곳이 세계적으로 드문 자연예술품이라는 사실을 인식, 지난 2004년 여근곡이 가장 잘 보이는 지금의 터를 사들여 건물을 짓고 이듬해 4월 문을 열었다. 여근곡과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이 세트로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화돼 지금은 경주시가 적극 나서 마을 진입로를 넓히고 있으며, 주차장도 이후 건립할 계획이다.

 박 관장은 "개인적으로 석복(石福)이 있어 적지 않은 희귀 성석(性石)을 많이 모았다"며 "수석에 관심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무료로 개방하던 여근곡 성 테마 박물관은 내달부터 입장료를 받는다. 대인 3000원, 학생(초중고) 및 단체(20인 이상) 2000원.
           여근곡 성(性) 테마 박물관 내 성석(性石).

박물관 내


박물관 내 성석(性石)들.

문경 주흘산 여궁폭포.



맛집 둘
금강산도 식후경. 맛집 두 곳 소개한다.
여근곡이 위치한 건천읍에는 흑염소 불고기(아래 사진)가 아주 유명하다. 23년 전통의 '당나무식당'(054-751-0975)이 잘한다. 흔히 여성을 위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흑염소 수놈은 남성강화 식품이다. 1인분 1만 3000원. 육개장이 아주 맛있다. 건천IC에서 차로 1분 거리.


 거제 둔덕면에선 '88횟집'(055-634-1626)을 권한다. 겨울철 별미인 밀치(참숭어긿 3만, 4만, 5만 원)를 주문하면 뼈째 썬 것과 포를 뜬 것으로 나눠 올라온다. 주인장의 칼 솜씨가 빼어나 밀치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다. 국물이 시원한 물메기탕(7000원)도 별미이다.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의 신모에다케 화산폭발을 보면서 뜬금없게도 '용감한' 한국인을 떠올렸습니다.

  본격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전에 먼저 보충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라쿠니다케 등산로 입구의 입간판. 화산 폭발 위험 때문에 신모에다케의 등산을 금한다고 적혀 있다.

조금 더 넓게 본 들머리.

약간 올라와서 내려다본 들머리.


   가라쿠니다케 정상 바로 아래에서 본 기리시마 산군. 가운데 푹 꺼진 곳이 지난해 7월과 올 1월 말 화산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이고 맨 뒤 높은 봉우리가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다카치호미네이다.
  가라쿠니다케에서 기리시마 산군에서 가장 큰 칼데라호(지름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한자 표기로 봐선 큰 파도가 일렁이는 못이라는 의미의, 지름이 1 ㎞인 오나미이케(大浪池).


 지난해 11월 초 미야자키현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에는 가라쿠니다케라는 산이 있는데 한자 표기가 '韓國岳'이랍니다. 정상적이라면 한국을 의미하는 '강고쿠'를 붙여 '강고쿠다케'라 불러야 하지만 이 산은 '가락국'을 의미한다며 '가라(가야)/ 쿠니(국)/ 다케(산)'로 풀이하더군요.

 '일본서기'에 따르면 4세기 한반도에서는 거듭된 전쟁 때문에 새로운 생활 무대로 일본 열도가 대두하자 가야 백제 신라 유민들이 집단 이주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당시 열도에는 통일된 국가라기보다 호족이 지배하는 소국이 산재해 언어 관습 등이 지역마다 달랐다고 합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을 '멀리서 온 사람'이라는 의미의 '도래인'(渡來人)으로 불렀답니다. '도래인'은 토목 양잠 등 당시로선 선진기술을 사용했고, 한문으로 외교 문서를 작성하는 등 일본인의 생활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고향을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미야자키에 정착한 '도래인'도 예외가 아니었겠지요. 보름달이 뜨면 그들은 미야자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라쿠니다케에 올라 고향인 한반도 방향을 바라보며 수구초심의 마음을 느끼며 흐느꼈겠지요.

 실제론 가라쿠니다케에서 한국은 아예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고 싶다는 열망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는 미야자키의 서쪽 끝 가고시마와의 경계에 솟아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론 미야자키현 고바야市에 똬리를 틀고 있는 셈이지요.

 서론이 너무 길었지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가라쿠니다케는 이번에 화산 폭발이 일어난 신모에다케와 함께 기리시마 연봉이라는 큰 산군에 같이 포함돼 있습니다. 두 봉우리는 걸어서 3시간쯤 걸립니다. 아주 가깝지요.

 기리시마 연봉은 이곳에서 남쪽 60㎞ 해상에 떠있는 섬 야쿠시마와 함께 '기리시마 야쿠시마'라 불리며 일본 국립공원 1호입니다. 각각 화산지형과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일본의 명승지이지요.

 곳곳에 분화구와 칼데라가 산재해 이국적 풍광을 선사하는 기리시마 산군은 이웃한 가고시마현의 사쿠라지마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활화산 지대입니다.

 기리시마 연봉에는 크고 작은 봉우리가 많습니다. 주요 봉우리로는 가라쿠니다케(1700m) 시시고다케(1428m) 신모에다케(1421m) 나카다케(1345m) 다카치호미네(1574m) 등 5개. 거리는 13.7㎞로 산행 시간은 넉넉잡아 6시30분이면 충분합니다.

 일본인들은 일본국을 세운 신들이 내려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다카치호미네를 주로 찾지만 한국인들은 가라쿠니다케를 선호합니다.

 해서, 한국인들은 기리시마 연봉 산행 때 들머리를 가라쿠니다케로 잡습니다.
 필자도 한국인인지라 가라쿠니다케의 들머리인 에비노고원에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가이드는 '기리시마 네이처가이드클럽' 후루조노(64) 씨였습니다.

 고향이 이곳인 그는 가라쿠니다케만 아마도 수천 번을 올랐답니다. 눈 감고도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마침 서울서 왔다는 단체 산행팀 등 한국팀도 두세 팀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기리시마 연봉은 그야말로 화산지대였습니다. 들머리 건너편의 이오야마라는 화산은 243년 전에 폭발했다가 30년 전쯤에 연기는 났지만 폭발은 하지 않았답니다. 회색빛 화산재가 넘쳐가는 둔덕이었습니다.

 기리사마 연봉 주변에는 화산 폭발의 흔적인 칼데라호가 보였습니다. 지름 1㎞가 넘는 오나미노이케(大浪池)를 비롯 후도이케, 롯칸논미이케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가라쿠니다케 정상 못 미친 지점에선 앞서 말한 5개의 봉우리가 모두 보였습니다. 이번에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는 가운데 푹 꺼진 분화구가 있었습니다. 거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신성시한다는 다카치호미네도 멀지만 선명하게 확인됐습니다.

 사단은 가라쿠니다케 정상에서 발생했습니다. 동행한 서울팀이 가라쿠니다케에서 이웃 봉우리인 시시고다케로 갈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여기까지만 보고 하산할 계획입니다. 잘 다녀오십시요."
 "비싼 돈주고 왔는데 끝까지 종주는 해야죠. 그럼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가이드 후루조노 씨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신모에다케는 지난해 5월 초부터 폭발 징후가 보여 입산이 금지돼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 7월 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에비노고원에서 출발할 때 입간판을 못 보셨습니까. 이곳에서 지금까지 산행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밖에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매너가 좋지 않아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후루조노 씨는 자신이 말을 심하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농담이다"라고 말한 후 밝은 표정을 지으며 딴청을 피웠지만 그 순간의 어색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정말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좀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입에서 '한국인의 산행 매너 문제'가 바로 나왔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법을 어기는 모습을 봐왔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그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지난 7월 화산 폭발 당시의 신모에다케. 이 사진은 후루노조 씨의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찍었다.
  지난달 27일 폭발을 일으킨 신모에다케.

 그로부터 6개월 뒤 신모에다케는 엄청한 파괴력으로 폭발을 일으켰지요.

 만일 일본인 가이드가 동행하지 않고 아무 정보 없이 한국인들이 산행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하산하면서 에비노고원의 들머리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입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
 더군요.

 "신모에다케는 분화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등산할 수 없습니다." 평성 22년 5월 6일이니까 지난해 즉 2010년이었습니다. 물론 영어 중국어로도 적혀 있었습니다.

 하산 후 차 안에서 후루조노 씨는 지난해 7월 신모에다케가 폭발했을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와서 그 사진을 꺼내 비교해보니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귀국한 지 석 달도 채 안 된 지금 신모에다케의 화산 폭발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래서 '화산 폭발 위험을 무시하고 용감하게 달려나간 부끄러운 한국인의 등산 매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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