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속살 내비친 생명의 골짜기…웅장함의 절정
500년된 주목과 구상나무 등 원시수해(樹海) 걸을 땐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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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오르막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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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살된 주목과 천왕봉이 1㎞ 남았다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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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힘은 들지만 원시 수해를 걷는 기분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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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봉으로 향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철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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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을 오르면 바로 만나는 문(왼쪽)과 천왕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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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정상(왼쪽)과 장터목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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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생 쌍둥이 자매(왼쪽-이들은 나중에 종주했다). 오른쪽은 제석봉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고사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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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천문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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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웃한 봉우리를 보여준다(왼쪽). 오른쪽은 소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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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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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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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바위 이정표와 백무동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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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폭포~지리산 천왕봉~장터목 대피소

마폭포 아래 물을 건너 천왕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마의 코스. 급격한 체력 소진을 요구하는 구간이다. 3㎞ 정도의 이 구간은 거의 일직선형의 산길에 고도차가 500m에 이르러 급경사를 이룬 곳이 태반이다. 심한 곳은 경사 60~70도의 바위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다. 약간 과장하자면 코가 땅에 닿을 정도다.

하지만 이 구간은 지리산 최고의 원시림 지대로 그에 걸맞게 수해(樹海)가 펼쳐진다. 우선 마폭에서 300m쯤 오르면 등산로상에 보이는 500년된 주목. 밑둥치 둘레가 3.4m로 두세 명이 팔을 벌려야 닿을 만큼 굵은 이 주목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크고 굵고 오래 됐다. 주목 이외에도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가 군집을 이룬 가운데 전나무 잣나무 등도 아름드리 노거수로 자생하고 있다. 인간의 발길이 뜸한 사이 노거수들은 꾸준히 생명력을 키운 것이다. 이 대장은 "10년전만 해도 산사태의 흔적이 너무 많아 사태골로 불렀는데 지금은 많이 복원돼 당시 흔적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천왕봉을 1㎞ 앞둔 지점에선 이정표 뒤로 중봉에서 흘러 내린 암봉이 골짝에서 꿈틀거리는 구름에 가려 있다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좀체 보기 드문 비경이다.

오래전 사태가 난 듯 정상적으로 오르기 힘들어서일까. 마지막 급경사 오르막은 철계단이 설치돼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빼곡히 원시림을 이루던 주목과 구상나무는 시야에서 사리지고 시나브로 구절초 쑥부쟁이 동자꽃 산오이풀 등 야생화가 활짝 웃으며 뭍객을 맞는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천왕봉은 5분 거리. 바늘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 탓에 남한 최고봉인 천왕봉에 와서도 잠시 기념촬영을 할 뿐 등산객들은 하산을 서두른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잿빛인 데다 추위마저 느껴져 오래 머물 여유가 없다.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못 보는 기분이 꼭 이럴까. 문득 '천지에 올라 천지를 못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란다는 문구가 생각나 피식 쓴웃음이 나온다.

장터목 대피소로 향한다. 지리산에선 이곳을 통하지 않고선 신선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는 통천문(1814m)을 내려서고 지리산의 명물 고사목 지대가 절경을 선사하는 제석봉(1808m)을 살짝 넘으면 마침내 장터목 대피소(1645m). 장터목은 옛날 천왕봉 남쪽의 산청 시천 주민들과 북쪽의 함양 마천 사람들이 매년 봄 가을에 물물교환을 하던 장터가 서던 역사의 현장으로, 현재에는 노고단 다음으로 많은 산꾼들이 몰려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산행팀이 찾은 날도 예기치 않게 해질 무렵부터 비바람이 몰아쳐 많은 산꾼들이 삽시간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리산 대피소 중 시설은 아주 좋은 편이다.


 
◇장터목 대피소~백무동

함양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은 지리산의 북쪽 관문. 이곳에서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으로 오르는 지름길이 열려 있고, 세석평전으로 곧장 연결되는 한신계곡 코스도 있다. 백무동 코스는 거림골과 함께 지리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가장 편한 길이다.

백무동은 원래 100명의 무당이 거처했다고 하여 백무동(百巫洞)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백무동(百武洞)으로 쓰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지리산 천왕봉에 살고 있었다는 산신인 여신 성모(聖母)가 남자를 끌어들여 100명의 딸을 낳아 세상에 내려 보냈는데, 그들이 팔도로 퍼져 나간 출구가 백무동이었다고 한다.

새벽부터 장대비가 내려 천왕봉은 입산금지. 법천계곡도 물길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위험해 대부분의 산꾼들은 능선길인 하동바위 코스를 타고 백무동으로 향한다. 장터목에서 5.8㎞.

망바위를 지나면 너른터에 닿는다. 소지봉(燒紙峰·1312m)으로 백무동까지 중간쯤 되는 지점이다. 옛날 백명의 무당(百武)들이 제를 지낸 뒤 '종이를 태웠다'는 봉우리다. 오래전 백무동(百巫洞)으로 불렸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여기서 400m 더 내려오면 참샘. 유난히 다람쥐가 많이 눈에 띈다. 오가던 산꾼들이 쉬면서 먹던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 주면서 다람쥐가 이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계속되는 돌길. 눈앞에 주위를 압도할 만큼 10m쯤 되는 엄청난 규모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흔들다리를 건너면 이정표가 서 있다. 함양땅인데도 하동바위(900m)라고 한다. 바위 한쪽에는 '하동암'이라고 음각돼 있다. 하동지방을 바라보고 서 있어서 또는 하동군수가 지리산 구경을 왔다가 이 바위 위에서 떨어져 죽었기 때문에 하동바위라고 불린다고 전해온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여기서 1.8㎞ 즉 45분 후에는 백무동 야영장을 거쳐 백무동에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 탐방예약 가이드제 9, 10월 한시 운영…인터넷으로만 접수

지리산 칠선계곡은 현재 추성리에서 비선담까지는 상시 산행할 수 있고 비선담에서 천왕봉 구간은 2027년까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특별보호구로 지정 관리돼 있어 산행을 맘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 국립공원사무소는 올해부터 내년말까지 5~6월, 9~10월 등 연중 4개월간만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월·목요일은 오전 7시 추성리 주차장에서 칠선계곡을 거쳐 천왕봉으로 '올라가기'를, 화·금요일은 반대로 천왕봉에서 추성리 주차장으로 '내려가기'를 한다.

매회 지리산 국립공원 직원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4명의 가이드(안전지킴이)가 동행하며 회당 참여인원은 40명으로 제한한다. 참가신청은 '올라가기' 15일, '내려가기' 16일전 오전 10시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무료. 예약자는 개별적으로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055)972-7771~2

산행은 오전 7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전날 추성리 부근에서 민박을 하고, 내려설 경우에는 장터목 대피소나 로터리 대피소에 올라 하루를 묵어야 한다. 예약 필수.   
 
칠선계곡의 도둑산행은 절대로 피하길 권한다. 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의 감시가 물샐틈없이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만일 적발되면 과태료로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칠선계곡의 등산로가 워낙 험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조난을 막기 위해서다. 국립공원 사무소에 따르면 요즘도 꾸준하게 평일 하루 3명 안팎, 주말에는 8~10명 정도가 도둑산행을 하다가 적발된다고 한다.

기자가 경험한 칠선계곡은 어떠했을까. 20여 차례나 칠선계곡을 경험한 이창우 대장과 함께 해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혼자였다면 3~4군데 길찾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마천면은 지리산 흑돼지가 유명하다. 일교차가 심한 데다 청정수를 먹고 자라 육질이 아주 단단하고 한눈에 봐도 육질이 선홍색으로 싱싱하다. 1인분(200g) 8000원. 마천면 소재지에 위치한 '마천흑돼지촌'(055-962-6689)이 잘한다. 길 건너 식육점과 함께하기 때문에 언제가도 생고기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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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지리산 흑돼지.



◇교통편 -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IC로 나와 화계 방면으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함양행 직행버스는 오전 7시, 9시에 있다. 2시간 소요. 1만2100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길건너 위치한 군내버스 터미널에서 추성행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매시 정시와 30분에 각각 출발한다. 1시간 걸리고 3300원. 백무동에서 함양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30분, 오후 1시20분, 2시, 2시30분, 3시30분, 4시, 4시30분, 5시30분, 6시, 6시30분, 7시, 7시40분에 있다.

함양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 6시, 6시30분(막차)에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진주로 가서 부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늦게까지 자주 있다. 승용차를 추성리에 주차했을 경우 백무동에서 택시(055-962-5110, 011-678-5119)를 불러야 한다. 1만2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IC~화계 방면 좌회전~함양 마천 우회전~마천 함양 자연휴양림 좌회전~백무동 마천 좌회전~지리산 마천 직진~지리산 백무동 칠선계곡 마천~의탄교~칠선계곡 벽송사 서암 좌회전~추성리 주차장 순.

글·사진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


★지리산 칠선계곡의 진면목은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칠선폭포 대륙폭포 삼담폭포 마폭포 등이 '7폭포 33소와 담'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상)편에 숨어 있습니다. 기자의 생각으론 (상)편이 더 알차고 더 볼 게 많은데 이상하게 (하)편이 네티즌들에게 호응이 많네요. (하)편을 보신 후 아래 쪽에 밀려 있는 (상)편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상)편은 여기<http://hung.kookje.co.kr/224>를 클릭하세요.


덕성스러운 덕유능선 몸안에 스며들다
하산 후 전통찻집 '점터' 들러 오미자 찬 한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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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중 만나는 잣나무 조림지에서 본 덕유산 능선. 왼쪽에서부터 월봉산 수리덤 남령 삿갓봉
        삿갓골재 무룡산 동업령 백암봉이 보인다. 산행팀이 오른 시루봉은 사진 우측 가운뎃부분에
        위치해 있지만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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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봉은 산행 내내 시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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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또한 울창해 걷는 재미도 일품이다.
 

 이번 주 산행지는 덕유산 시루봉(898m).
굳이 비교를 하라면 지리산 인근 함양 창암산이 적당할 듯 싶다.

함양읍내에서 오도재를 넘어 마천면 백무동으로 내달리는 도로 좌측에 우뚝 솟은 창암산(923m)은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을 위시한 주능선의 향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봉우리다. 칠선계곡과 백무동 사이에 오롯히 솟은 창암산은 천왕봉과 이웃한 제석봉에서 흘러내리는 능선과 이어진다. 비법정 탐방로 구간만 없다면 능선을 갈아타며 천왕봉으로 갈 수 있는 셈이다. 그만큼 천왕봉과 인접해 있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영신봉을 기점으로 주능선 남쪽의 삼신봉과 마주보는 북쪽에 위치해 있다.

산세는 그리 빼어나지 못하지만 숲이 울창하고 야생초 및 야생화가 지천이다. 단점이라면 사람들이 안 다녀 산길이 묵은 데다 숲이 과잉으로 울창해 지리산 주능선을 일부 가리고 있다.

지리산 턱밑에 창암산이 있다면 덕유산 코앞에는 시루봉(898m)이 있다. 시루봉은 거창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나다는 북상면에 위치해 있다.

창암산이 칠선계곡과 백무동 사이에 있다면 시루봉은 덕유산 주능선에서 흘러내리는 병곡리계곡과 산수리계곡 사이에 우뚝 솟아 있다. 빙기실계곡으로도 불리는 병곡리계곡은 옛날 영호남 보부상들이 토산물을 사고 팔기 위해 넘나들던 고갯마루인 덕유산 동업령이 발원지며, 마학동계곡으로 불리는 산수리계곡은 동업령과 이웃한 무룡산에서 시작된다. 특히 두 계곡은 자연히 살아 숨쉬는 '북상 13경'에 뽑힐 정도로 원시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시루봉은 지금은 포장로로 변한 거창군 북상면 병곡리의 하고개를 기점으로 덕유산 무룡산과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시루봉은 지금까지 아무도 밟지 않은 청정산길이다. 좋게 말하면 그렇지만 나쁘게 표현하자면 잡풀숲을 헤치고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고독한 개척산행길이다.

국내에서 최고로 덕성스럽다는 덕유능선을 가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오가는 길에 '북상 13경'에 속하는 또 다른 볼거리인 사선대와 분설담을 구경할 수 있는 덤도 누릴 수 있다.

산행은 거창 북상면 산수교 옆 월성버스정류장~무덤~전망대~조림지~임도~삼각점~임도~다람봉(성씨묘)~고사리 재배장~달음재(포장로)~시루봉(삼각점)~철망(개인 농장)~도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안팎. 길찾기가 까다롭지만 그때마다 산행팀은 미력이나마 잡풀과 잡목을 제거한 데다 촘촘하게 노란 리본을 많이 붙여놓아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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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함양 서상면과 거창 북상면을 잇는 37번 지방도에서 '병곡 산수' 방향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위치한 산수교 옆 월성버스정류장 맞은편 열린 산길. 곧바로 산으로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봉분이 거의 없는 방치된 무덤을 지나면서 차츰 길이 희미해진다. 아무리 사람의 흔적이 없더라도 옛날 산아래 마을 사람들이 나무 하러 다녔거나 1년에 한두 번쯤은 산소를 찾기 때문에 소로는 있기 마련. 꼼꼼히 살펴보면 희마하나마 진행할 수 있다.

15분 뒤 갈림길. 우측길은 무덤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7분쯤 뒤 시선을 끄는 볼거리가 하나 있다. 굴참나무가 바위를 쩌억 갈라 놓고 서 있다. 바위 간격은 약 15㎝. 아무리 봐도 바위가 깨진 틈으로 자란 것이 아니라 비집고 올라온 것이다. 대자연의 오묘함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어지는 오름길. 주변 수종의 우점종이 낙엽송이라 조림한 듯하다. 5분 뒤 등로 좌측으로 전망대가 보인다. 왼쪽에서부터 월봉산 수리덤 남령과 그 우측으로 백두대간 덕유산자락인 남덕유 월성재 삿갓봉 삿갓재 무룡산이 푸근하게 다가온다. 조망을 방해하는 소나무는 베어내도 상관없을 듯하다.

10분쯤 뒤 잠시 숲을 벗어나며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올라선다. 주변 야산을 개간, 돈이 되는 잣나무를 조림하고 있으며 발아래는 임도가 개설돼 있다. 앞서 본 무룡산 우측으로 동업령, 송계삼거리라 불리는 백암봉 지봉까지 확인된다. 백두대간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은 백암봉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산행팀이 오를 시루봉은 떡시루를 엎어놓은 것처럼 볼록 솟아 있다.


30m쯤 걸으면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싸리나무와 소나무 잣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뚫고 나가지만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10여 분. 상당한 인내와 체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한숨을 돌리라고 임도를 만난다. 시루봉 임도는 여느 산처럼 먼지 풀풀 날리는 삭막한 임도가 아니라 잡풀이 우거진 정겨운 임도다. 금정산 북문에서 동문 가는 길보다 더 산길답다.

3분 뒤 다시 산으로 올라선다.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휴양림으로 유명한 금원산이다.

또다시 된비알. 그럭저럭 올라섰지만 정점에 와서 숲이 길을 막고 있다. 뚫고 나아가니 길 좌측에 뜻밖의 삼각점이 보인다. GPS상으로 해발 771m. 산행팀이 손으로 전지작업을 해둬 놓치진 않을 것이다.

정확히 북쪽으로 직진한다. 길 사정은 약간 나아진다. 낙엽송 숲길이며 좌측 저 멀리 시루봉, 우측 발아래 월성계곡이 확인된다. 잣나무 조림지에서 본 시루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지만 우회해서 막상 걸어보니 예상보다 멀고 험하다. 착시 현상이었던가 싶다.

   
이어지는 거친 산길. 알고 보니 발아랜 나물 천국이 아닌가. 사람들이 안 다녀 나물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만일 곡우를 전후해 온다면 그야말로 나물산행지로 제격일 듯싶다.

산길은 차츰 좌측으로 휜다. 그러다 다시 임도와 만난다. 하지만 잡풀이 무성해 웬만한 산길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늘도 있고 적당하게 바람도 불어줘 걷기에 적합하다. 급경사 오르막은 비올 때 유실 방지를 위해 시멘트 포장이 돼 있다. 우측으로 금원산과 이웃한 현성산이, 좌측으로 여전히 덕유 능선이 보인다.

임도를 만난 지 25분 뒤 길 우측 다람봉(877m)인 성씨묘를 지나면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리본에 '다람봉'이라 적어 놓았다. 이후 길 우측 산사면은 온통 고사리 재배장. 안내판이 반대쪽을 보고 서 있다. 좀 더 멀리 보면 병곡리계곡과 호음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후 갈림길. 좌측 산수리 방향 대신 직진한다. 이후 좌측 숲으로 향한다. 멋진 낙엽송 숲길을 내려서면 포장로와 만나며 눈앞에는 철망을 쳐놓은 약초 재배장이 보인다. 다람재다. 마을사람들은 달음재라 불렀다. 좌측으로 시루봉 정상. 때문에 정상을 향해 좌측으로 포장로를 따라 내려가면 세 갈래길을 만난다. 맨 우측으로 가자마자 포장로가 끝날 무렵 능선으로 타기 위해 우측 급경사면을 올라선다. 잣나무 조림지다. 여전히 덕유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능선을 타며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무명봉 정점을 찍은 후 숲으로 진입한다. 낙엽길로 반듯하진 않지만 제대로 된 호젓한 산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햇빛 한 점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숲터널도 지난다. 그간 안 보이던 농짝만한 돌이 막고 있어 왼쪽으로 우회하며 올라서기도 한다. 정상 직전 아름드리 굴참나무와 바위군이 성벽처럼 막고 있지만 정면으로 치고 오르면 마침내 시루봉 정상. 숲에 가려 조망도 없고 삼각점만 달랑 하나 있다. 덕유능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엄연한 독립봉우리지만 대접이 영 시원찮다. 덕유산 전망대로 잘 가꿀 수 있는 토대는 돼 있는데 말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키 큰 두릅나무를 살짝 피해 직진하며 내려선다. 길이 없을 것 같지만 막상 2, 3m만 뚫으니 산길이 열려 있다. 18분 뒤 정면에 사유지인 듯 철망이 막고 있다. 왼쪽은 덕유능선과 이어지는 하고개 방향, 산행팀은 우측 병곡리 쪽으로 내려선다. 철조망을 따라 걷는 셈이다. 잠시 철조망과 거리를 두지만 이내 만난다.

   
40분쯤 뒤 철조망을 버리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9분 정도 걸으면 마치 조개가 땅에 박혀 있는 듯한 이끼 낀 바위를 지난다. 여기서 5분쯤 더 가면 잡목 때문에 길이 희미해지지만 시야가 약간 트이는 우측으로 나아간다. 능선길인데도 전혀 능선이라고 생각이 안 드는 이 구간에 산행팀은 리본을 촘촘히 묶어 놓았다.

20분쯤 뒤 좌측으로 병곡리 마을이 보이고 이어 만나는 무덤 좌측으로 내려서면 마침내 반듯한 길을 만난다. 임도였던 길이 잡풀로 묵었지만 걷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이어 만나는 포장로와 다리를 잇따라 지나면 마침내 병곡리로 가는 도로로 올라선다.

# 떠나기 전에- 산행 후 분설담 사선대 전통찻집 '점터' 한번 가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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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찻집 '점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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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차와 오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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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찻집 '점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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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맨 위에서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사선대(왼쪽). 우측은 하산 후 만나는 병곡리계곡 하류.


이태 전 작고한 거창문화원 부원장이자 산악시인인 정태준 씨가 펴낸 '거창의 명산'에 따르면 거창 시루봉의 옛 이름은 사라봉(沙羅峯)이다. 현재의 시루봉이나 옛 이름 사라봉은 모두 산 모양새가 뾰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고 있다.

들머리 주변 월성계곡에는 볼거리가 둘 있다. 분설담(噴雪潭)과 사선대(四仙臺)가 그것. 산수 입구에서 위천면 쪽으로 차로 1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분설담은 너른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 흐름이 마치 눈이 흩날리는 듯해 붙여진 이름. 분설담을 에워싼 암벽은 채석강을 연상케 하고 고개를 들면 능선상에는 장군바위가 굽어보고 있다. 황점 쪽으로 가다 보면 사선대를 만난다. 포개진 바위가 4개이고, 그 돌 위에서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한편으론 기단 위의 삼층석탑을 닮았다. 그 경치가 기이하고 빼어나 18세기의 화가 김윤겸과 김희성이 '송대'라는 제목으로 담채 수목도를 남기기도 했다. 현재 각각 동아대 박물관과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남아 있다.

또 한 가지. 날머리 인근 병곡(빙기실)마을에는 운치있는 전통찻집 '점터'(055-942-7921)가 있다. 황토와 통나무로 지은 이곳에는 주인 부부가 덕유산 일대에서 채취한 머루 당귀 등을 재료로 한 야생차와 직접 농사를 지은 오미자와 복분자차를 투박한 찻잔에 내놓는다. 특히 9월달은 오미자 생산시기여서 판매도 한다. 1㎏당 1만 원. 설탕 절임은 10㎏에 12만 원. 택배도 한다.


# 교통편-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서 나와 장계 서상 방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IC~장계 서상 26번 좌회전~갈림길에선 왼쪽 즉 SK덕유관광주유소 방향~덕유산 국립공원(덕유교육원, 월성청소년수련원)~북상 신기 37번 우회전(좌측 월성청소년수련원 영각사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일부 구간 비포장, 두 길은 결국 만난다)~거창군 북상면 안내판(남령)~황점~월성청소년수련원~월성마을~주은휴양림~산수교 지나자마자 병곡 산수 좌회전~월성버스정류장 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40분, 9시30분에 있다. 2시간40분 걸리고 1만1200원. 군내버스정류장은 거창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두 번째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중앙교를 건너면 만나는 중앙시장 내에 있다. 걸어서 10분 걸린다. 여기서 북상면 황정가는 버스를 타고 산수 입구 월성버스정류장에 하차한다. 오전 9시30분, 11시. 2400원. 하산 후 병곡에선 거창행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에서 내린다. 오후 3시30분, 5시30분(막차). 2450원. 승용차를 들머리에 주차했을 경우 거창행 버스를 타고 병곡 입구에서 내린 후 다시 황점행 버스(오후 4시15분, 6시15분)를 타고 산수교 옆 월성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한다. 950원.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북상면에는 없고 이웃한 위천면 택시 연락처는 (055)943-0300. 요금은 1만20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산행을 하면서 세계 일주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계곡이 있다. 강원도 삼척과 경계를 이루는 경북 울진 응봉산이 품은 온정골, 일명 덕구계곡이 바로 그것이다.
 1000m에 단 1m가 모자라는 응봉산의 자랑 덕구계곡은 경사가 완만해 가족등반이 가능한 데다 아직도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오염이 덜하고 원시 비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이곳에는 계곡 입구부터 전세계의 유명 다리를 100분의 1로 축소한 다리 12개가 단연 시선을 끈다. 지난 2004년 울진군이 12억5000만 원을 들여 건립했다.
 4㎞에 이르는 덕구계곡에는 또 전세계의 유명 다리 외에 폭포와 소 그리고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걷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여기에 계곡 상류에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이 있다. 1년 내내 평균 41.3℃의 온천수가 5m 높이로 솟구쳐 오른다.
 응봉산은 여름철엔 계곡산행, 겨울철에는 세밑이나 연초에는 해돋이 산행을 주로 한다. 덕구계곡만 왕복하면 2시간30분,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른 후 덕구계곡으로 하산하면 5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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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구계곡 입구인 금문교-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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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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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네이교-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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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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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토웨이교-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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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밀로교-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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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향교-경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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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교 백운교-불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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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니티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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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모에가와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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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제이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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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교-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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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소폭포와 마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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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 항상 41.8도를 유지한다.



 경북 울진의 응봉산(鷹峰山·998.5m).
비상하려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해서 매봉 또는 매봉산이라고도 불린다. 범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굩 덕구온천’하며 맞장구를 칠 것이다. 해발 500m 암반 사이로 뜨거운 자연 용출수가 솟아 나오는 원탕이 바로 응봉산 온정골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인 7번 국도는 겨울 동해바다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에선 지난 일년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덕구온천에서 출발하는 산행길은 아주 편안하다.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 가족들이 함께 동해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맞는 일출은 어느 명산 못지 않게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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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정상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 걸린 소나무가 인상적인다(왼쪽). 오른쪽은 응봉산의 적송.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는 응봉산의 자랑은 덕구온천 말고 또 하나 있다. 바로 용소골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의 암반 위로 흐르는 계류와 폭포, 용소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구간은 물 속을 걸어야 하기에 겨울과 장마철에는 피해야 한다.

산행은 호텔덕구온천~화기물 보관소~제1헬기장~제2헬기장~정상~덕구계곡~덕구온천 원탕~효자샘~용소폭포(마당소)~선녀탕~벽산덕구온천콘도 순. 4시간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길은 잘 정비돼 있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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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안내도 옆에 ‘정상까지 5.67㎞’ 팻말이 보인다. 침목을 받쳐 놓은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그 이후부터는 거의 산책로 수준이다. 폭도 그렇고 경사가 아주 완만하다.

길 좌우 붉은 빛을 띠는 홍송은 곧고 푸르다. 유달리 볼 것 없는 겨울산행에 큰 볼거리다. 마치 아름다운 미인을 보는 듯하다.

흔히 앙상한 나뭇가지로 대표되는 겨울산은 잿빛이지만 응봉산은 홍송 덕에 겨울답지 않게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25분쯤 뒤 첫 갈림길. 왼쪽은 온천원탕 가는 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온천원탕은 하산길에 보기 위해서다.

여흥 민씨묘를 지나면 곧 두번째 갈림길. 왼쪽은 정상 가는 길, 오른쪽은 강원도 가는 길이다. 응봉산이 울진과 삼척에 걸쳐있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너무나 인상적인 아름드리 홍송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첫 헬기장.

점차 오르막이 심해진다. 햇빛을 받은 홍송이 더욱 붉은 빛을 발한다. 25분쯤 뒤, 1.8㎞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일 때쯤 뒤돌아보면 들머리인 덕구온천타운과 동해바다가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내리막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두번째 헬기장. 장쾌한 조망에 가슴이 확 트인다. 오른쪽엔 보다 넓은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에 비로소 응봉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다.
이제 정상까지는 0.8㎞.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바람이 세지고 제법 매섭다. 3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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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나무에 가려 전망이 좋지 않지만 10m 정도 떨어진 정상석 옆에 서면 동해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오른쪽 아래로 우리가 하산할 온정골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석 뒤 산길로 가면 용소골. 용소골 너머 저멀리 면산과 백병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원탕가는 길’ 팻말이 가리키는 온정골로 내려선다. 온정골 길은 온천원탕을 거쳐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 2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절반은 급경사 능선길이며 계곡에 도달한 뒤에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1시간쯤 지나면 계곡에 닿는다. 겨울계곡이 이렇게 맑고 깨끗할 줄이야.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온천원탕.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솟아 오른다. 위장병 당뇨 피부병에도 좋다기에 마셔보고 손도 씻어본다. 41.8도라고 적혀 있지만 그리 뜨겁지는 않다. 원탕 뒤 날머리까지 4㎞가 남았다는 팻말이 보인다. 건너편엔 산신각이 있다. 매월 음력 16일이면 산신제를 지낸다고 적혀 있다.

지금부터는 온천수를 대중탕까지 운반하는 대형 파이프 라인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경치 좋은 계곡에 대형 파이프 라인이 좀 어색하지만 희소성 측면에선 신기하기도 하다.

이어지는 계곡길. 산길 우측에 효자샘이 보인다. 효자 청년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께 이 물을 봉양했더니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어 온정골의 비경이랄 수 있는 용소폭포와 마당소, 그리고 선녀탕에 이르면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신선이 노닐 수 있는 선경에 다름아니다.

선녀탕에서 날머리 벽산덕구온천콘도까지는 10여분 걸리며 콘도에서 호텔덕구온천까지도 10분 정도 걸린다.

◇ 교통편 - 울진거쳐 덕구行, 승용차로 4시간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054-782-2971)행 시외버스(포항 강구 등 경유)는 오전 5시56분, 6시22분, 7시52분, 7시59분 등 하루 18차례 있다.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직행은 오전 10시40분 단 한차례 있으며 3시간30분 걸린다. 요금은 각각 1만6400원.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덕구온천행 버스는 5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요금은 2350원.덕구에서 울진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5시5분, 6시35분, 8시(막차)에 있다.
울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포동종합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21분, 5시45분(강구 포항 등 경유), 직행은 오후 4시37분, 6시17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을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홍해~영덕~평해~덕구 순으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 약 4시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슷니다.

◇ 그밖에 둘러볼 곳 - 국내유일 자연용출 덕구온천, 물 좋기로 이름난 백암온천

 경북 울진 응봉산에 올랐다면 하산 후 덕구온천에서 피로를 풀어야 제대로 된 산행을 한 것이다.
 울진은 산과 바다, 그리고 온천욕 3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관광휴양지다. 부산서는 차로 4시간 정도 걸려 제법 멀지만 한 번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응봉산 온정골에 있다. 지난 1993년 10월에야 호텔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아직도 처녀지 같은 온천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지역은 협곡이어서 시설물 설치 등 개발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덕구온천지역까지 4㎞ 구간을 송수관으로 연결시켜 41.8도의 온천수를 24시간 공급하고 있다.

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지난 5월 초현대식 기포욕탕, 유아풀장, 가족탕과 폭포탕 등 각종 야외욕탕을 갖춘 스파월드를 개장해 겨울철 휴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054)782-0677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구온천에 도착하기 전 마주치는 유명 온천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백암온천이다. 백암산(1004m) 동쪽 기슭에 위치해 응봉산-덕구온천처럼 산행과 온천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백암온천은 신라때부터 알려진 유서깊은 온천. 온천수원지는 3개소이고 수온은 32~53도로 라듐이 함유된 국내 유일의 방사능 알칼리성 온천이다. 유난히 매끄럽고 투명한 백암온천의 수질은 신경통 만성관절염 동맥경화증 등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만성질환자들이 찾아와 요양을 하고 있어 숙박시설마다 장기 투숙객이 특히 많다.

 백암온천은 하루 용출량이 많아 대단위 온천단지의 업소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모두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79년 12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호텔 콘도 여관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췄으나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백암산은 백암온천을 기점으로 온정면과 수비면에 걸쳐 있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선시골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백암온천에서 출발, 선시골 계곡~백암산 정상~백암폭포를 다녀오는 코스는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5-6393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 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용맹정진 고승대덕 금강폭포 보며 머리 식혔을까
-밀양 필봉~천황산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 선승들 수행정진하던 곳
고 혜각, 석정, 수안스님 등도 이 암자에서 그림공부
폭포 아래 또다른 멋진 폭포 알고보니 일광폭포
매바위마을서 본 필봉, 표충사서 본 필봉과 모습 달라
필봉에선 재약 천황 향로산과 표충사 산내암자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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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낀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금강폭포. 바로 아래
      한계암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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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암 아래 금강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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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암(왼쪽). 평일에는 문이 잠겨 있다. 우측은 한계암 바로 옆 흔들다리.



석남사 운문령 남명리 통도사 등억온천 표충사 삼계리의 공통점은.

절 온천 고갯마루 그리고 낯익은 마을 이름도 보여 알 것 같기도 한 데 뚜렷하게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산깨나 탄다는 산꾼들도 한번씩은 들어봤지만 막상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니 사실 막막하다고 한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지역 산꾼들의 영원한 휴식처 영남알프스 산군의 권역별 베이스캠프이다. 석남사 운문령은 가지산권, 남명리는 운문산권, 통도사는 영축산권, 등억온천은 간월 신불산권, 표충사는 천황 재약산권, 삼계리는 문복산권 베이스캠프에 해당된다.

그럼 또 하나의 질문. 이 중 연중 가장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어딜까.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산꾼들 사이에선 천황 재약산권의 표충사가 지배적이다.

천년고찰 표충사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천황산~재약산 코스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억새군락지인 사자평의 광평추파(廣平秋波)가 황홀하고, 금강폭포 층층폭포 흑룡폭포를 품은 금강동천과 옥류동천도 비경이다. 내달릴 수 있는 1000m급 주능선도 힘차게 뻗어 있고 여기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도 일품이다. 억새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봄철의 철쭉과 한겨울의 설경 또한 꽃산행과 눈꽃산행을 앞세우는 웬만한 산과 견줘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표충사 산행로는 표충사~한계암~천황산, 표충사~진불암~재약산, 표충사~옛 고사리분교터, 표충사~층층폭포~옛 고사리분교터 등 크게 네 가닥.

  
 이번 주 산행지는 필봉~천황산. 기존 등산로 대신 표충사 매표소 바깥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토박이 산꾼들이 즐겨찾는 한갓진 산길이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다섯 봉우리 즉 '재약 5봉'중 막내격인 필봉은 붓끝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암봉. 재밌는 점은 표충사에선 일필휘지로 휘두를 것 같은 위엄있는 암봉이지만 이웃한 향로산이나 절 입구 매바위마을에서 보면 그저 스쳐가는 암봉으로 보일 뿐이라는 것.

구체적 경로는 단장면 구천리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매바위마을~너덜~전망대~필봉(665m)~필봉 삼거리~헬기장~도래재 삼거리~남명리 삼거리~천황산(1189m)~금강폭포(한계암)~금강동천~표충사 순. 걷는 시간만 4시간5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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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의 맨끝에서 우측으로 가서 서왕교 건너기 직전 '약수슈퍼'를 끼고 좌측으로 간다. 다리 위에는 '매바위 마을 600m'라고 적힌 안내판이 눈에 띈다.

도로 우측에는 금강동천과 옥류동천 물이 만나 내를 이뤄 피서객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으며 정면으론 병풍을 연상시키는 매바위와 여자 젖꼭지 모양을 한 필봉 그리고 그 우측으로 재약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14분 뒤 매바위마을 앞 첫 갈림길. 여기서부터 요리조리 미로를 통과해 산으로 접어 든다. 첫 갈림길에서 우측, 두 번째 갈림길에서 역시 우측으로 가면 '그림같은 집'이라 적힌 펜션이 보인다. 그 펜션 좌측 샛길로 오르면 좌측으로 '상수원 보호구역 입산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이지만 이는 그야말로 안내판이 보이는 좌측 계곡 쪽으로 가지말라는 경고판. 산행팀은 우측 아름드리 벚나무가 서 있는 샛길로 올라선다. 입구에는 산꾼들을 위해 누군가가 '뫼두막산장' 담벼락에 '필봉 가는 길'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만 찾으면 들머리 찾기는 사실상 끝.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80m쯤 돌길을 따라가면 본격 들머리에 닿는다. 5분 뒤 갈림길. 좌측 돌길 대신 우측으로 오른다. 이때부터 숲길로 접어들지만 대신 된비알이다. 7분쯤 오르면 갈림길. 좌측은 산아래서 본 대규모 너덜겅 지대. 길은 없지만 과연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라는 의미일 게다.


너덜겅에서 6분쯤 힘겹게 오르면 경사는 사그라지고 돌탑이 서 있다. 이 돌탑 좌측 숲 사이로 보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터가 보인다. 일각에선 워낙 명당이라 표충사에서 묏자리로 못 쓰도록 막아 놓았다고 한다. 잠시 후 너덜겅과 만난다. 앞서 본 너덜겅과 이어지는 것이다. 입구에 보이는 웅덩이는 옛날 표충사에 자주 출몰해 사람들을 괴롭히던 지네를 잡은 곳이라 한다.

이제 너덜을 가로질러 숲으로 향한다.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지그재그길이 열려 있다. 한 굽이 올라서면 첫 전망대. 정면으로 영남알프스의 최고 전망대로 불리는 향로산이 우뚝 서 있다. 여기서 9분쯤 힘겹게 오르면 필봉 갈림길. 좌측 필봉을 본 후 다시 이곳으로 와서 천황산으로 향한다.

  
3분이면 필봉에 올라선다. 조그만 팻말이 걸려 있다. '준·희' 오렌지색 리본으로 유명한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인 최남준 씨가 걸어 놓은 것이다. 듣던 대로 필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역시 웅장미가 빼어나고 조망이 기가 막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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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에서 내려다본 표충사 전경(왼쪽)과 필봉 정상을 알리는 팻말.


정면 발아래로 집단시설지구와 향로산, 그 우측으로 만어 뇌암 취경 명필 종남 덕대 등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산그리메를 펼쳐 보이고 있고, 다시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병풍 모양의 장엄하고 엄숙한 매바위가 보인다. 산아래에서 보면 생긴 모양이 매와 흡사해 마을 이름까지 '매바위'로 명명된 이곳에는 실제로 매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온다. 이게 조망의 전부가 아니다. 팻말 좌측으로 4, 5m만 내려서면 표충사와 산내 암자 그리고 이를 품고 있는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져 하산까지의 등로를 가늠해볼 수 있다.

표충사를 기점으로 좌우측에 각각 금강동천과 옥류동천이, 산중턱 좌측으로 서상암과 한계암 그 아래 내원암이, 이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가 좌측 천황산에서 우측으로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 등 이른바 '재약 5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제 천황산을 향해 나아간다. 사실 들머리에서 필봉까지의 구간이 된비알로 힘들 뿐 이후 산길은 완만한 경사로 그리 힘들지 않다. 산길 또한 외길이며 갈림길은 세 곳 정도 만난다.


필봉에서40분이면 삼거리(911m)에 닿는다. 왼쪽은 감밭산을 거쳐 삼거마을 방향. 삼거는 표충사 진입 전 삼거리로, 단장면과 산내면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다.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50m쯤 내려서면 전망대. 천황산과 재약산이 한눈에 보인다. 이후 천황산과 재약산이 등로 우측 시야가 트이는 지점이면 각도를 달리해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안부에서 바닥을 친 뒤 12분쯤 오르면 헬기장. 3분 뒤 비교적 너른 터에 닿는다. 도래재 삼거리(940m)다. 진행 방향에서 보이지 않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조그만 안내판이 나무에 붙어 있다. 왼쪽 도래재 정승봉 실혜산, 산행팀은 오른쪽 상투봉 천황산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때부터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소로로 변한다. 발밑에는 유난히 버섯이 자주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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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천황산 정상.


16분 뒤 마지막 갈림길. 왼쪽길은 얼음골 사과의 본산인 산내면 남명리로 이어지지만 현실은 벤 나무를 깔아 산길이 아닌 것처럼 해놓았다. 이 대장은 수 년 전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때 이 길로 하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산행팀은 우측 천황산 방향으로 간다. 이때부터 햇빛 비치는 돌길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길이 반복된다. 갈림길에서 7분 뒤 이번엔 천황산의 반대쪽인 왼쪽 산내면 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왼쪽 9시 방향으로 정각산, 그 우측으로 구천산 정승봉이, 발아래 산내천 뒤로 남명초등학교가 보이고, 그 뒤로 억산 운문산 아랫재 가지산 백운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한 가지. 지도상의 상투봉은 아랫마을인 남명리에서 보면 그 모습이 상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능선상에서 그냥 모른 채 스쳐가는 봉우리이다.

이제 숲길과 시야가 트이는 구간이 반복된다. 정글숲을 헤치듯 잡풀을 헤치고 올라서면 푸른 억새길. 백조를 꿈꾸는 미운 오리새끼마냥 아직은 키도 작고 억새로서의 품새도 갖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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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산 가는 길(왼쪽)과 천황산 정상석.


천황산 정상은 5분 뒤. 예의 커다란 돌탑이 우뚝 서 있다. 직진하면 재약산 방향. 아직도 내리쬐는 햇볕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이정표가 가리키는 '한계암(3㎞) 표충사(4.8㎞)' 방향으로 내려선다.

답답한 돌길의 연속이다. 17분쯤 뒤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며 재약산이 보이고, 여기서 13분 뒤 좌측으로 재약산, 우측으로 산행팀이 올라온 필봉 능선이, 정면으로 향로산이 동시에 보이는 지점도 지난다.

5분 뒤 너덜길을 따라 내려가면 13분 뒤 한계암에 다다른다. 암자 문은 잠겨 있고, 한 굽이 위의 그 유명한 금강폭포는 거무틱틱한 기암괴석 사이로 두 갈래의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비경이다.

암자 앞 흔들다리를 건너 산길로 내려서면 이내 금강동천의 본류를 만난다. 10여 분간 계곡미를 감상하며 계곡을 내려온다. 범람을 대비해 계곡 우측 바위에 밧줄을 고정했고, 위험한 지점에는 난간과 발판을 조성해 놓아 전혀 위험하지 않다. 폭이나 규모 면에서 국내 여느 계곡과 견줘도 경관 면에서 하등 뒤질 게 없다.

   
계곡을 뒤로한 채 산길로 3분이면 곧바로 도로로 내려선다. 여기서 표충사 경내까지는 12분, 이어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20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마을서 본 필봉과 표충사서 본 필봉 모습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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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충사 경내에서 본 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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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충사에서 본 재약산.

표충사는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3000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조국을 구한 구국성지. 해서, 경내 유물전시관과 표충서원에는 사명대사와 관련된 많은 유품이 보관돼 있다. 임란 때 친히 입은 금란가사와 장삼, 임란 후 대사가 강화사절(講和使節)로 일본에 가 조선 포로의 송환문제를 다룬 문서 등 16건 79점이 소장돼 있다.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을 역임한 현대의 마지막 고승 효봉 스님이 말년을 보내고 열반한 곳도 이곳 표충사다. 스님의 커다란 사리탑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또 일연 선사가 삼국유사를 탈고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당시 충렬왕은 표충사를 찾아 동방제일의 선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금강폭포 옆의 표충사 산내암자인 한계암은 원래 비비정(飛飛亭)이란 정자 자리로 예부터 고승대덕들이 자연과 벗하며 수행정진했던 터다. 임란 이후 못 쓰게 된 것을 돌아가신 혜각 스님(단청 중요무형문화재 1호)이 40여 년 전에 건물을 지었고, 이후 석정 스님이 지금의 요사채를, 선화(禪畵)에 일가견이 있는 통도사 축서암 한주 수안 스님이 대웅전을 조성, 그림 공부를 하며 수행정진했다고 전해온다.

특히 대웅전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전각이라고 한다. 성인 세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란다. 현재 한계암은 통도사 소속 동하 스님과 보살 한 분이 맡고 있다. 하지만 평일에는 거의 없고 주말에 이따금씩 찾는다고 한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혜각 스님이 한국전쟁 때 금강산 유점사에서 갖고 내려온 철불이었으나 7년 전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개금불사했다고 한다.

한계암 위쪽 쌍폭은 금강폭포로 알려져 있지만 아래쪽 폭포는 이름이 일광(日光)폭포라고 한다. 금강폭포 금강동천과 함께 모두 혜각 스님이 명명했다고 한다.

화려한 배롱나무꽃이 한창인 표충사 경내에선 '재약 5봉'을 꼭 챙겨보자. 경내로 들어서면 좌측에서부터 뾰족한 암봉인 필봉 천황산(정상은 안 보임)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180도에 걸쳐 확인된다.


# 교통편-표충사 집단시설지구 무료 주차장 앞에서 하차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단장 표충사 1077번~단장면~표충 국민관광휴양지(집단시설지구) 주차장 순. 또는 경부고속도로 양산IC~배내골 어곡터널~어곡양산산업단지 좌회전~어곡터널~배내골 용선~밀양댐 배내골~에덴벨리 리조트~밀양 단장 직진~밀양댐 지나~표충사 우회전.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0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표충사 집단시설지구 앞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 2600원. 날머리 표충사에선 정류장이 두 곳이다. 화장실과 대형 입간판이 서 있는 '절입구' 정류장에선 오후 2시10분, 4시10분, 6시20분, 7시10분, 8시에 출발하며 집단시설지구인 '표충상가' 정류장에선 오후 3시10분, 4시50분, 5시30분에 있다. 26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한 애독자 "어곡산은 선암산의 오기" 전화
산행팀 속죄의 의미 13년 만에 다시 찾아
들머리 어곡동서 주능선까지 산길은 개척
매바위에선 초보 여성 산꾼들 무서워 '벌벌'
오르내릴 때 혼쭐, 과연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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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 주변에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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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길도 걷고(왼쪽) 숲길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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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 옆으로 산행팀이 개척한 양산의 보석길 천마산과 그 아래 신불산 공원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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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등정이 불가능한 매바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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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산(매봉)이라 적힌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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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타고 가다(왼쪽) 다시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최근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행팀이 오래 전 소개한 양산 어곡산의 원래 이름은 선암산이며 어곡산은 근거없는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양산산악회가 이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03년 '선암산(매봉)'라고 적힌 정상석을 세웠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적어 전화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국적없는 이름인 어곡산을 널리 알린 국제신문 산행팀이 다시 한번 산행지로 정해 신문에 소개함으로써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협박성(?)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 조상 대대로 산 아래 살아온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선암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주변 식당 이름에도 선암산 이름이 쓰이고 있다. 또 58년 전통의 어곡초등학교 교가에도 선암산이란 이름이 나온단다.

 이와 관련, 이창우 대장은 "10여 년 전쯤 산길이 전혀 없을 당시 토곡산과 지금의 선암산을 종주하면서 어곡동(옛 어곡리)으로 하산, 마을사람들에게 산 이름을 물어봤지만 아무도 몰라 산 아래 마을 이름을 본따 어곡산으로 명명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해서, 산행팀은 독자들과 선암산에 속죄하는 의미에서 정확히 13년 만에 어곡산 아닌 선암산을 다시 찾았다.

 예부터 신선이 놀던 자리라고 해서 명명된 선암산(仙岩山) 정상은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산 아래에선 매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일명 매바위 또는 매봉으로도 불린다.

 바위 규모는 동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지는 기장 달음산 정상의 그것과 비슷하다. 달음산 정상이 여러 개의 바위로 구성돼 있다면 매바위는 하나의 독립 암봉이다. 해서, 바위 틈새를 잡고 안간힘을 쓰며 오르는 달음산과 달리 매바위는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는 정상 등극이 쉽지 않다.

산행은 양산시 어곡동 어곡공단 준성산업(골재공장)~지능선~담양 전씨묘~기암~주능선 갈림길(염수봉·선암산 갈림길)~711봉~748봉~명전고개~782봉~임도~신선봉(삼거리)~664봉~안부~선암산(710m)~화제고개 갈림길~임도~어곡공단 순. 걷는 시간만 6시간 정도이며 길찾기는 일부 갈림길에서 약간은 헷갈리지만 그때마다 국제신문 리본을 촘촘하게 매달아 놓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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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곡공단 '슈퍼마켓 종점'에서 하차한 뒤 50m쯤 가면 만나는 용선상회를 보고 왼쪽으로 향한다. 매바위와 기도원으로 오르는 이 길의 막다른 지점은 골재공장 준성산업. 너른 마당의 우측 컨테이너 가건물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200m쯤 가면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반대편인 우측엔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들머리로 오르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방향을 꺾는다. 지그재그 옛길로 15분쯤 오르면 묘지.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으로 신불산 공원묘지와 그 뒤 천마산과 매봉산, 발 아래 예비군 교장과 경남외고가 시야에 들어온다.

바위 사이로 올라 9분이면 지능선에 닿는다. 맞은편에 선암산 정상 매바위와 V자 홈처럼 푹 꺼진 명전고개 등 향후 산행팀이 가야 할 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동시에 어곡공단 전체도 조망된다. 하지만 발아래 산이 일부 파헤쳐져 있는 걸로 봐서 아직도 토사채취가 한창임을 알 수 있다. 우측으로 7분쯤 오르면 포클레인이 깨놓은 돌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쩌면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산도 머지 않아 토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돌길로 30m쯤 직진, 우측 산비탈로 올라선다. 담양 전 씨묘를 지나 오름길이 이어지다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집채만한 바위군을 만난다. 직접 오르내리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이렇게 20여 분, 이제 본격 숲으로 진입한다. 최근 수년간 아무도 밟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다. 부산 인근에서 안내 리본 하나 없는 산길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때론 고개를 숙이고 잡풀이나 넝쿨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숲터널이 끝날 무렵 보기만 해도 시원하게 쭉 뻗은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잡는 너른 터를 지나면서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된다.

6분 뒤 이번 산행에서 길찾기에 유의해야 할 지점을 지난다. 얼핏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면 등로 우측으로 길이 하나 열려 있다. 염수봉 영축산 가는 길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주능선이 시작되는 셈이다. 의식을 못하더라도 산길이 자연스레 직진형 왼쪽인 선암산 토곡산으로 연결되니 크게 유의 안 해도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여기서 10m쯤 뒤 그간 보이지 않던 안내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8분 뒤 711봉을 살짝 넘고 다시 18분 뒤 정상이 제법 너른 748봉을 지나면 임도와 만나는 명전고개까지 10여 분간 줄곧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임도에선 50m쯤 직진, 왼쪽 산길로 올라선다. 782봉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임도를 따라 직진해도 782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므로 체력에 맞게 택하자. 782봉을 넘을 경우 40분 정도 걸리지만 시원한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다시 임도와 만나면 곧바로 건너 산으로 올라선다. 참고로 임도 왼쪽은 들머리, 오른쪽은 토곡산 또는 토곡산자연휴양림 방향이다.   
 
억새의 군무가 펼쳐지면서 발걸음도 더뎌진다. 15분 뒤 삼거리. 지도상의 신선봉(784봉)이다. 돌탑이 하나 서 있다. 우측 토곡산 방향 대신 왼쪽으로 향한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25분쯤 걸으면 왼쪽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숲 사이로 또 하나의 무명봉(664봉)이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우회하며 통과한다. 동시에 숲 사이 11시 방향으로 매바위로 불리는 정상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산길.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안부까지 쭈욱 내리막길이 지속된다. 안부는 신선봉에서 37분. 왼쪽은 기도원을 거쳐 용선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 체력이 부치면 이 탈출로를 이용하면 된다.

이제부터 정상인 매바위를 향해 정면으로 오른다. 9분 정도면 숲을 벗어나 매바위 앞에 선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정면에서 바로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약간 우회하면 가장 낮은 구간에 밧줄이 걸려 있다. 그래도 8, 9m쯤은 된다. 20여 명은 족히 더불어 쉴 수 있는 정상에는 양산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서 있다. 비록 날씨가 좋지 못해 시계 제로지만 청명한 날에는 인근의 토곡산을 비롯해 오봉산 금정산 신어산 무척산 그리고 낙동강도 조망된다고 이 대장이 설명했다.

하산길도 밧줄이 있지만 난이도는 고도감이 있어 올라올 때보다 몇 곱절 어렵다. 해서 겁많은 여성들은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홀로 내려오기가 사실 좀 벅차다.

매바위를 내려오면 15분 정도 멋진 암릉길이 기다리고, 이어 10분쯤 숲길을 걸으면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화제고개, 산행팀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35분이면 산을 벗어나 어곡공단을 지난다. 25분쯤 공단 내부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오면 신불산 공원묘지가는 주 도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5분쯤 가면 GS편의점 앞에 어곡삼거리 정류장이 있다.

# 떠나기전에-이웃한 천마산, 7년 전 역시 산행팀이 명명

 흔히 선암산은 그동안 산을 기준으로 어곡동과 반대편인 화제리 쪽이나 새미고개를 들머리로 많이 애용했다. 하지만 산행팀은 새로운 루트 개척을 위해 신불산 공원묘지 가는 길에 위치한 어곡동 용선마을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들머리에서 염수봉(영축산)과 선암산(토곡산)이 갈라지는 주능선 갈림길까지의 1시간 40분 정도의 산길은 산행팀이 처음 소개하는 개척 산행길이다.

첨언 하나.

산행 초입 전망대에 서면 신불산 공원묘지 뒤로 암릉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이 보인다. 양산의 보석 천마산이다. 7년 전쯤 무명이던 이 산도 국제신문 산행팀이 당시 들머리인 상북면 소석리 제리골의 조그만 암자의 노승으로부터 본래 이름이 천마산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세상에 처음 알렸다.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시원한 조망과 때묻지 않은 암릉구간이 환상적이어서 많은 산꾼들이 "양산에도 이런 멋진 산이 있었냐"면서 산행팀에게 감사 또는 격려의 전화를 많이 했다고 이창우 대장은 전했다.

그 이후 정상의 큰 바위에는 '천마산'이라 적혀 있다. 양산시에서 정상석 하나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교통편-지하철 1호선 명륜동·온천장역서 12번 타야

지하철 1호선 명륜동역이나 온천장역 앞에서 12번 완행버스를 타고 양산 남부시장 정류소에서 내린다.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300원. 여기서 옛 양산시외버스터미널은 걸어서 5, 6분쯤 걸린다. 터미널 앞에서 용선(또는 화룡)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8시25분, 8시50분, 9시15분, 9시50분, 10시20분, 10시50분. 1000원. 버스 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에서 옛 양산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5분, 5시20분, 6시5분, 6시20분, 6시35분, 7시5분, 7시40분, 7시50분에 출발한다. 다시 남부시장 정류소로 걸어서 이동해 부산행 12번 완행버스를 타면 된다. 밤 10시 이후까지 다닌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양산IC~언양 어곡양산지방공단~배내골~어곡터널 어곡양산지방공단~어곡터널~배내골 어곡지방산업단지~배내골 용선~버스종점인 슈퍼마켓 종점~용선상회 간판 보고 좌회전. 차를 준성산업 입구에 주차했을 경우 어곡삼거리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참고로 정차시간은 오후 4시10분, 4시50분, 5시35분, 5시50분, 6시10분, 7시10분.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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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이 포개져 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룩덤이라 불리는 이 암봉은 이번 산행의 첫 기착점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여성산악회 회원들이 에둘러 가는 쉬운 길을 버리고 과감히 누룩덤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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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기에는 몸풀기를 하라고 슬랩부터 시작된다.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내리며 천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는 스릴을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그렇다고 흙 한번 제대로 밟아 보지 못하고 산행 내내 신경을 곧추 세워야만 하는 그런 위험한 산행은 절대 아닙니다. 전망요, 움직일 때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온통 진경산수화에 버금가지요. 계곡물과 약수물도 잊을만 하면 나타나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경남 합천의 누룩덤을 지나 합천과 산청의 경계에 놓인 부암산 능선길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이같은 조건을 두루 갖춘 환상적인 코스이다. 산행도중 만나는 웅장한 암봉이나 기암괴석 그리고 가지각색의 바위 모양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산행코스는 합천군 가회면 대기마을~슬랩~매바위~세손가락바위~누룩덤~칠성바위~감암산~삼거리~전망대~안전시설물~암수바위~느리재~715봉~안전시설물~배넘이재~부암산 정상~부암사 석굴~부암사~산청군 신등면 이교마을 버스정류장. 6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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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정면에 삼라만상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모산재와 이번 산행의 중간 기착지인 누룩덤이 보인다. 누룩덤은 말그대로 술을 빚는 발효제인 누룩이 포개져 있는 형상을 본따 지어진 이름.

버스정류장을 끼고 왼쪽으로 진입하면 묵방사 이정표가 나온다. 묵방사로 오르는 길 왼쪽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피날레를 향해 치닫는 오케스트라의 음률과 대비될 정도로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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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바위는 직접 명명해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묘미다. 왼쪽은 강아지 옆모습을 빼닮았다. 오른쪽은 옹강산 말등바위를 연상케 하는 장엄한 암릉.


10여분 후엔 묵방사 모산재 천황재 등산로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 또 10분 정도 직진하면 상수도 보호구역 알림판이 나온다. 갈림길이다. 천황재 등산로 안내판을 따라 왼쪽길을 택한 후 개울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다시 작은 개울을 건너면 슬랩이 기다리고 있다. 길이 50m 폭 15m 정도의 전형적인 슬랩으로 경사가 완만하다. 주변이 온통 바위 산이어서 고개를 돌리는 매순간 전혀 다른 진경산수화가 나타날 정도. 곧 첫 전망대가 나온다. 정면에 대기저수지가 발밑에 있고 왼쪽 뒤편 저멀리 허구산이, 오른편엔 의령 자굴산이 보인다.

밀양 박씨 묘를 지나 두번째 전망대에 닿으면 끄트머리가 거북 머리모양을 한 바위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부처님의 웃는 얼굴 같기도 하다. 매바위다. 직접 오르면 왼쪽에는 모산재 정상이, 오른편 발밑엔 묵방사가 보인다. 8분 정도 오르막 길을 따라 땀을 흘리면 이번엔 손가락 세개를 엇갈리게 포갠 듯한 세손가락바위가 나온다. 익히 알려진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나올 때마다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이름없는 바위는 직접 명명해보는 것이 이번 산행의 묘미다.

또 슬랩이 나온다. 암석이 풍화돼 바닥이 미끄러워 로프가 놓여있다. 눈앞에는 누룩덤이 떡 버티고 있다. 어쩜, 이토록 재밌게 이름을 지었을까.

길은 두 갈래. 오른편으로 가면 누룩덤을 에둘러 가고, 정면으로 오르면 누룩덤으로 향한다. 누룩덤은 정상등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상 직전 바위간 간격을 띄워 놓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계방향으로 전진,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 애당초 에둘러 온 길과 만난다. 그 곳엔 이곳이 누룩덤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바위 능선을 타고 계속 오르다 보면 정면에 철쭉으로 유명한 베틀봉 황매산 중봉 상봉이 잇따라 보인다. 지금쯤이면 산 전체가 불타올라야 하는데 올해는 만개시기가 늦다.

7개의 작은 바위가 얹혀있는 칠성바위를 지나면 슬랩부터 시작된 직벽구간이 끝난다.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산길. 10분쯤 걷다보면 도중에 나무를 밴 밑동이 4, 5개 보인 후 삼거리가 나온다. 내리막길인 왼쪽길을 택한다. 길 입구 바닥에 소나무가 놓여있다. 유의하자. 오른쪽으로 가면 황매산 천황재로 향한다. 지도상엔 이곳이 감암산 정상으로 돼 있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안든다. 무덤 1기를 지나면 인적이 드문 탓인지 길가에 취나물이 늘려 있다. 얼마 안가 확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호렴봉 정수산, 그 왼쪽으로 둔철산, 웅석봉이, 저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오른쪽엔 왕산필봉, 덕두산이 보인다.

다시 암릉길. 누룩덤 주변 암릉과는 달리 암석이 풍화를 많이 받아 미끄럽다. 마사토가 많을 경우 마치 모래사막을 걷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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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암릉(왼쪽)과 부암산 정상.
   
 

심한 내리막길도 나온다. 안전을 위해 쇠줄난간이 설치돼 있지만 그래도 위험하니 조심하자. 20여분 후에는 암수바위가 기다린다. 여자엉덩이 모양을 한 바위 뒤에 남근이 붙어있는 형상이다. 남근은 바위의 오른쪽에서 보면 그 모양이 확실하다. 암수바위를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지금부터 편안한 산길. 부암산을 향해 걷지만 얼핏 능선이 우측으로 굽어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방향을 혼돈하지 말자.

갈림길이 또 한곳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곧 작은 샘터가 보이면 맞다. 샘터에는 도롱뇽 알이 보인다. 지도상엔 느리재로 표기돼 있다. 능선을 타고 오른다. 왼쪽엔 철쭉 군락지다. 전망대 두곳을 지나면 715m봉. 오르면서 부암산 정상인 줄 알았건만 속은 느낌이 든다. 눈앞의 봉우리가 부암산 정상.

30m 되돌아 나와 바위를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5분 정도 후엔 또 안전시설물. 부암산 정상(695.6m)은 이곳에서 10여분 거리. 정상에는 이름없는 산악회에서 세운 작은 정상석이 서있다. 하산은 남쪽인 반대편으로 내려선다. 너덜지대를 지나 10여분 후에는 부암산 석굴이 나온다. 굴안에 약수가 있으니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자. 이곳에서 20분 후엔 부암사가 나오며 다시 15분 후엔 이교마을이 나온다.

#떠나기 전에

5월의 산 하면 황매산을 빼놓을 수 없다. 온산을 철쭉으로 자신의 몸을 태우기 때문이다. 지금 황매산과 모산재 일원은 붉은색으로 치장을 하고 있다. 그 능선을 잇는 감암산과 부암산은 황매산과 형제임을 과시하듯 암봉과 바위능선을 자랑한다. 감암산이라는 산명은 모산재 입구의 감바위란 지명에 의해 생겨났는데 실제 대기마을의 촌로는 그런 산명을 모른다고 강변한다. 대신 누룩덤 두리봉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암산은 스승바위산으로 지형도에는 전암산 또는 석봉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상은 윗음달덤으로 불린다. 북봉이 715m로 정상보다 높으며 전망도 뛰어나다. 황매산의 유명세에 바로 옆의 감암산-부암산은 한적하므로 나만의 산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자. 느리재의 샘터는 관리가 되지 않아 식수로 쓸 수 없다.

#교통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합천행 시외버스를 타 삼가에서 하차한다. 6천9백원. 1시간30분 걸린다. 삼가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발하는 가회행 군내버스를 타고 대기마을에서 내린다. 1천1백50원. 가회행 군내버스의 다음 출발시간이 오후 2시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산행 날머리인 이교마을에서 산청군 원지행 군내버스는 오후 1시, 5시에 출발한다. 1천6백원.

원지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40분, 55분, 6시5분, 45분, 7시30분, 막차는 8시30분에 있다. 7천5백원. 원지에서 진주행 버스는 자주 있다. 만일 이교마을에서 원지행 오후 5시 군내버스를 놓치면 산청군 신등면 면소재지인 단계까지 개인택시(011-851-6452, 055-973-6452)를 이용한다. 7천원 내외.

단계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후 6시10분, 7시20분 두번 뿐. 2천3백원. 진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 10~20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9시10분. 6천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여건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억산 깨진바위 거참 희한하게 생겼네
-영남알프스 청도 범봉 대비골~천문지골 산행

산행 시종점 각각 대비사 운문사 볼거리 무궁무진
오를 때 대비골, 하산 때 천문지골 큰골 모두 계곡산행
걷는시간만 4시간5분 산행 답사 두 마리 토끼 가능
억산 정각산 개물방산 호거대 지룡산 등 모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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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사찰인 대비사 대웅전 좌측 처마 위로 쩌억 갈라진 모양의 바위가 억산 깨진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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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풍재를 지나 범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본 억산 깨진바위. 우측 산아래 위치한 대비사에선 깨진바위가 선명하게 확인됐지만 이곳 전망대는 보는 각도가 달라 사진상으로 깨진바위의 형상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깨진 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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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바위 능선 우측 끝 봉우리는 개물방산(왼쪽). 개물방산 우측 저수지는 들머리의 대비지(박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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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봉과 바로 이웃한 억산에서 본 깨진바위. 억산 정상에서 수리봉 쪽으로 약간만 내려서면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억산 깨진바위. 대비사에서 본 깨진바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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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산은 그 자체가 영남알프스 전망대다. 억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관으로, 건너편 맨 왼쪽이 깨진바위의 일부분이고, 정면이 범봉, 그 오른쪽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운문산, 맨 뒤 능선 중 한 가운데 뾰족봉이 영남알프스 맏형 가지산, 그 왼쪽 끝이 상운산이다.



 천년고찰 운문사는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영주 부석사 등과 함께 전국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사찰 중 하나이다. 절로 향하는 길 주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빠알간 늦사과와 노오란 은행잎이 환상적인 영주 부석사만 만추에 유독 두드러질 뿐 나머지 사찰은 사시사철 꾸준하게 발길이 이어진다.

 명산에 명찰이라 했던가. 선암사는 전형적 육산인 조계산이, 대흥사는 다도해 국립공원을 굽어보는 암봉인 두륜산이, 소백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는 부석사는 백두대간인 소백산 줄기가 품고 있다.

 청도 운문사는 차고 앉은 형세가 다른 사찰과 사뭇 다르다. 통상 사찰은 산을 등지고 있는데 반해 운문사는 운문산과 마주보고 있다. 실제로 옛 비로전인 대웅보전 앞에 서면 운문산 정상이 올려다보인다.

 한데, 절집 앞 현판에는 '호거산(虎踞山) 운문사(雲門寺)'라 적혀 있다. 호거산은 절 북서쪽에 위치한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암봉으로 일명 등심바위. 통상 절이름 앞의 산이름은 가장 근접한 곳의 봉우리 이름을 붙인다는 관습에 따라 호거대라 불리는 암봉을 호거산으로 바꿔 붙였지 않나 싶다.

 뜬금없이 운문사를 화두로 꺼낸 까닭은 독자들의 전화 때문. 그들은 한결같이 하산 지점이 운문사인 코스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운문사로 하산 가능한 봉우리는 운문사 북동쪽의 지룡산, 북서쪽의 호거대(등심바위)와 딱밭재에서 떨어지는 천문지골, 아랫재에서 시작되는 심심이골 그리고 상운산이나 가지산에서 출발하는 학심이골 정도.

 지룡산 호거대 심심이골 학심이골 등은 최근 소개했거나 코스가 너무 길어 고민 끝에 산행팀은 청도 대비사에서 출발하는 범봉 코스를 택했다. 한적한 천년고찰 대비사에서 대비골로 올라 적당히 능선길을 걷다가 천문지골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원점회귀가 아니라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구체적 경로는 청도군 금천면 대비사~대비골~팔풍재~전망대~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범봉~딱밭재~천문지골~큰골(운문천)~운문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5분 정도. 들머리와 날머리의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를 구경하고, 오르내릴 때의 대비골과 천문지골에서 발을 담그며 땀을 식히노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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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는 대비사. 이 코스는 산 너머 밀양 석골사와 함께 억산으로 오르는 유이(唯二)한 산길이지만 오지여서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 점이 되레 한적한 산행을 가능케 해주는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호거대 아래 첩첩산중에 터를 잡은 비구니사찰 대비사 주차장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조그만 이정표를 따라가며 산행은 시작된다. 절로 가는 길이 우측에 열려 있고 좌측 다리 건너에는 절벽 아래 부도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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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 들머리 좌측에 위치한 부도전.

 들머리에서 4분이면 산으로 들어선다. 굴참 신갈 등 활엽수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곧 갈림길을 만나지만 좌측 계곡(대비골) 쪽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출입을 막고 있어 우측으로 오른다. 계곡과 나란히 걷지만 아직은 산길에서 접근이 어려워 무작정 오른다. 20분쯤 올라야 비로소 계곡으로 가는 소로가 열려 있지만 무시하자. 5분 뒤 계류를 건너기 때문이다.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유난히 물이 맑은 데다 아주 차다. 조금 더 오르면 나홀로 '알탕'을 하기에 제격인 작은 소가 여럿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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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사에서 주능선인 팔풍재로 가는 도중의 대비골.

 이어지는 산길. 농짝 내지 집채만한 바위가 정면에 병풍처럼 떡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끼 낀 작은 바위 사이로 산죽길이 기다린다. 이어 만나는 지계곡 물길을 건너면 산길은 지그재그로 바뀌며 상당히 가파른 된비알로 돌변한다. 여기에 바닥은 너덜길이 한동안 이어져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특히 주능선인 해발 770m대의 팔풍재로 오르기 전 300~400m 구간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GPS 단말기로 얼핏 봐도 45도의 경사는 될 법하다. 들머리에서 팔풍재는 2.6㎞로 1시간35분 걸린다.

 팔풍재는 사거리. 우측은 왕복 40분쯤 걸리는 억산(0.6㎞), 직진하면 석골사(2.7㎞), 산행팀은 좌측 운문산(3.7㎞) 딱밭재(1.9㎞) 방향으로 향한다. 약간의 굴곡이 있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막길로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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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같은 점심. 윤옥 씨, 다음 산행 때도 꼭 참석하세요.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오르막은 8분쯤 뒤부터 시작된다. 12분쯤 지그재그길을 힘겹게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억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이 한눈에 파악된다. 약간 정면이지만 쩍 갈라진 깨진바위의 확인이 가능하다. 우측으로 들머리 쪽인 대비지가 보이고 발아래 골짜기가 방금 산행팀이 올라온 곳이다.

 억산 좌측 밀양 쪽에는 수리봉 실혜산 정각산 승학산 용암봉 종남산 덕대산이, 억산 바로 우측 저멀리 비슬산이 확인된다. 대비지 좌측 솟은 산이 개물방산, 그 뒤로 선의산 용각산 대왕산 통례산 학일산, 대비지 우측으로는 호거대, 그 뒤로 도롱굴산 서지산 옹강산 지룡산 서담골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3분쯤 급경사길로 오르면 등심바위(호거대) 갈림길. 좌측은 대비사 쪽으로 원점회귀가 가능한 능선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르다 다시 내려선다. 이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범봉이다.

 집채만한 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해 '좌 청도, 우 밀양' 산길을 걸으면 숲에 가려 조망이 하나도 없는 좁다란 공터에 닿는다. 범봉(969m)이다. 이정표와 119 구조 표지목이 나란히 서 있지만 범봉이라 적힌 정상석은 없다. 대신 누군가가 이정표 상에 검은 매직펜으로 '범봉'이라 적어 놓았다.

 우측은 상운암계곡 또는 대비골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내려선다. 4분 뒤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맨 앞 회백색 바위들이 보석처럼 박힌 능선이 지룡산줄기이며 정상은 10시 방향 쪽 봉우리다. 그 아래 북대암이, 산행팀이 선 곳에서 정면에는 사리암이 보인다. 그 사이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옹강산이며, 그 뒤 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룡산 단석산 문복산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의 종착지는 딱밭재. 전망대에서 10분. 옛날 이 주변에 닥나무가 많아 명명됐다고 전해온다.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는 천문지골이란 이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다.

 딱밭재 역시 팔풍재와 마찬가지로 사거리. 직진하면 운문산(2㎞) 우측은 석골사(2.9㎞), 산행팀은 좌측 천문지골을 거쳐 운문사(4.5㎞)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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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밭재에서 운문사로 내려서는 도중의 천문지골.


 30분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칠고 순한 지그재그 너덜길을 내려오면 비로소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산허리길을 돌며 천문지골이 빚어낸 운치있는 풍광을 감상한다. 와류가 흐르는 제법 미끄러운 암반을 지나면 일순간 편하고 너른 길을 만난다. 3분 뒤 계곡과 만난다. 유량도 적절하고 주변 풍광도 빼어나 잠시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이 계곡을 지나면 사실상 산책로 수준의 산길. 10분 뒤 운문산 자연생태 조사를 위한 일종의 텐트인 트랩도 지난다.

 산행은 이제 막바지.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여유가 있으면 맘에 드는 계곡의 한 지점에 내려가 쉬어가면 어떠하리. 짧게는 3분, 길게는 9분 간격으로 네 번의 계곡을 지나 150m쯤 걸으면 갈림길. 딱밭재에서 1시간25분 소요. 좌측은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인 법계 명성 스님의 처소인 죽림헌 방향, 산행팀은 직진형 우측으로 향한다. 잠시 후 다시 큰골을 건너면 사리암에서 운문사로 이어지는 포장로에 올라서고 여기서 입산통제 초소를 지나면 운문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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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청도 운문사 전경.



#떠나기 전에-2만5000분의 1 지형도, 범봉 자리에 억산 표기 오류

 이번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각각 천년고찰 대비사와 운문사. 모두 비구니 사찰이다. 신라 진흥왕 557년 한 선승이 청도 호거산(지금의 호거대)에 들어와 3년 동안 수도를 한 후 절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스님은 현 운문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산허리 갑(岬)' 자가 들어가는 '오갑사(五岬寺)'를 7년 만에 완성했다. 동쪽의 가슬갑사, 서쪽의 대비갑사, 남쪽의 천문갑사, 북쪽의 소보갑사 그리고 중앙의 대작갑사가 바로 그것. 대작갑사와 대비갑사는 각각 지금의 운문사, 대비사이며 나머지 세 갑사는 폐사돼 찾을 길이 없다.

 그 흔한 일주문이나 천왕문조차 없는 대비사는 그야말로 심산유곡 깊은 산골에 위치한 절집. 단청이 모두 벗겨져 고풍스러운 맛이 물씬 풍기는 맞배지붕의 보물 제834호 대웅전이 우선 눈길을 끈다. 이곳에선 깨진바위로 불리는 독특한 형상의 억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종점인 박곡(리) 도로변에 위치한 보물 제203호인 박곡리 석가여래좌상도 챙겨보자. 석굴암과 시기와 양식이 비슷한 이 불상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날머리 운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사찰. 노송들의 빼어난 각선미는 언제 봐도 가슴을 뛰게 하고 천년기념물인 500년 된 처진소나무는 언제봐도 정감이 간다. 경내에선 남쪽으로 운문산이 포근하게 다가오고, 북동쪽으로 운문사보다 먼저 창건된 북대암을 품은 지룡산의 암봉이, 북서쪽으로는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한 호거대(등심바위)가 손에 잡힌다. 수줍게 총총걸음을 옮기는 비구니들도 정겹다. 불전사물도 놓치지 말자. 법고 목어 운판 범종 순으로 시방세계에 어둠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다. 불전사물을 두드리는 이가 모두 이승이며, 50여 명의 동료 학인스님들도 예를 갖추고 함께 동참해 눈길을 끈다. 또 한 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범봉의 자리에 억산이라 표기돼 있고, 억산 자리에는 그냥 깨진바위라고 적혀 있다. 첨언 하나 더. 천문지골 학심이계곡 등 운문사를 끼고 있는 계곡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므로 하산길에 물가로 내려 몸을 씻는 행위는 삼가주시기 바란다.

#교통편-운문사에선 사리암 오가는 직행버스 이용하면 편리

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에서 길을 건너 인근에 위치한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3500원. 동곡정류장에서 들머리 대비사에 가기 위해선 박곡(리)에서 내려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오전 9시45분, 11시30분. 1000원.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동곡정류장 입구에 있는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하면 된다. 9000원.

 날머리 운문사에선 부산역에서 사리암을 오가는 직행버스(011-507-8801)를 타면 된다. 오후 4시30분(토요일만 오후 4시) 출발. 7000원. 이 버스를 놓쳤을 경우 청도로 가서 열차를 타야 한다. 청도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막차). 35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1시54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9시40분에 있다.


글 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한발짝 한발짝 仙界를 향해…변화무쌍한 기암괴봉들
동해 바다·금빛 호수의 장관 파노라마 펼쳐진 산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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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은 108계단을 오르며 산행이 시작된다(왼쪽). 팔각산은 잠시 한눈 팔 시간도 없이 시종일관 안전시설물이 계속된다.

 경북 영덕 팔각산(八角山·628m)과 전남 고흥 팔영산(八角山·628m), 전북 진안 구봉산(九峯山·1002m)의 공통점은.
산 이름 앞의 숫자만큼 기암괴봉이 한 줄기 능선 위에 병풍처럼 우뚝 솟아 비경을 선사한다. 하나같이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이 연출하는 풍광이 기가 막히다. 해서 산깨나 탄다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산행 목록에 반드시 들어있다.
조망의 시원함도 갖췄다. 험난한 날등 위를 걷노라면 파도치는 바다를 원없이 볼 수 있다. 팔영산이 다도해 국립공원, 구봉산이 바다에 버금가는 용담호의 금빛 물결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팔각산은 망망대해 동해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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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제6봉(사진 내 왼쪽)과 5봉(왼쪽). 멀리서 본 팔각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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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손성을이 옥계계곡의 계곡미에 반해 세운 침수정(왼쪽). 우측은 산행 중 만나는 독가촌의 초가. 최근에는 지붕 개량을 해 슬레이트 지붕으로 변해 운치가 사라졌다.


 산행 만족도 면에선 거의 100%. 거친 암봉을 오르내리다 보면 무척 고되지만 힘든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영덕 팔각산은 여기에 숨은 보석이 두 어개 더 있다.
바위산이 대개 다리품을 팔며 암릉을 오르내리다 그냥 하산하는 반면 팔각산은 산행 도중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침수정을 비롯, 옥계37경을 보듬고 있는 옥계계곡은 들머리로 가는 도중이나 산행 중에 볼 수 있고, 하산길의 산성골은 엷은 그린색의 특이한 반석 사이로 수정같이 맑은 계류가 흘러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 있다. 숲이 일품이고 길섶엔 야생화 천국이다. 여덟 개의 암봉을 넘으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는 길이 2.9㎞ 구간의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소중한 수목으로 대접받는 운치있는 홍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때론 발목까지 덮는 카키색 낙엽길도 덤으로 남아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발에 차이는 게 야생화라 할 만큼 가지 수와 수량이 풍부한 데다 오동나무꽃과 쪽동백꽃 등 평소 보기 힘든 꽃들도 감상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결국 팔각산은 암봉과 조망 계곡 숲 그리고 야생화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산행지로 이맘 때 꼭 한번 등반하길 강력 추천한다.
산행은 영덕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108계단~1봉-8봉(팔각산 정상·628m)~팔각산장 갈림길~독가촌~산성골 시작~개선문(독립문)~제2목교~제1목교~팔각산 출렁다리~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6시간 걸리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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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계팔봉’이라고도 불리는 팔각산은 원래 옥계계곡의 유명세를 타고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오지였던 산성골이 최근 하산로로 반듯하게 정비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명산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행은 첫 걸음부터 숨가쁘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물길을 따라 50m쯤 가다 개울을 살짝 건너면 암벽에 설치된 108개의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헉'하고 숨이 턱 막히지만 동시에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든다.
철계단을 올라서자 설상가상. 가파른 된비알이 15분 정도 이어진다. 무덤을 지나면서 왼쪽 산허리를 도는 오솔길을 만난다. 5분 뒤 사거리이자 ‘팔각산 1.9㎞'라 적힌 첫 이정표. 우측길은 도전리에서 올라오는 길.
이제 팔각산의 험난한 8봉으로 향한다. 거친 암봉이지만 애기 손목 굵기의 밧줄과 안전시설물이 적절하게 설치돼 못오를 곳은 없다.
1봉에는 뜻밖에 이를 알려주는 이정석이 서 있다. 2, 3, 4, 5봉은 왼쪽 반시계 방향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우측 저 멀리 바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행은 줄곧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사실상 암벽등반이다. 심한 경우엔 70도 정도의 암벽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들만의 그런 코스는 결코 아니다.
안테나가 옆에 있는 2봉까지는 그런대로 올랐지만 3봉은 월악산 정상인 영봉이 생각날 정도로 한참 내려섰다 다시 밧줄에 의지해 올라선다. 이건 2년전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위험구간으로 출입을 통제해 우회해야 한다.
귀띔 한 가지. 산행팀은 8봉인 정상까지 오르면서 4봉과 6봉을 알려주는 이정석을 보지 못했다. 가로 20, 세로 15, 높이 5㎝ 정도의 잇단 이정석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박힌 위치마저 어정쩡해 사실 100% 믿을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7봉에선 동해바다가 출렁이는 가운데 내연산 삼지봉 향로봉 괘령산 동대산과 그 우측 낙동정맥의 능선이 확인된다. 정상인 8봉은 암봉이 아니라 밋밋한 둔덕을 이룬 육산의 형태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으로 가는 길. 팔각산의 새로운 진면모 산성골로 가려면 직진한다. 이때부턴 울창한 숲과 야생화 천국.
산성골이 시작되는 독가촌까지 1시간10분 소요되는 이 구간에는 홍송과 신갈 굴참 등 낙엽교목 그리고 둥굴레꽃 은방울꽃 천남성 족도리풀 갯완두 미나리냉이 쥐오줌풀 각시붓꽃 등 각종 야생화가 시종일관 눈길을 끈다.
민가인 독가촌은 짚으로 엮은 전형적인 초가집. 과거 한창 땐 10여 호가 살았다지만 지금은 50대 부부 한 가구만 홀로 산다. 농사도 지었을 만큼 평탄한 분지 주변에는 광대수염 벌깨덩굴 풀솜대 등 야생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어 산죽군락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 오동나무꽃 쪽동백꽃 당조팝나무 연잎 꿩의다리 등이 만개해 있다. 평화롭지만 한편으론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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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의 산성골. 그린색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에선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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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골의 비경(왼쪽)과 나제통문을 연상케 하는 개선문 바위.

독가촌을 지나면서 산성골의 비경이 시작된다. 넓게 펼쳐지던 계류가 갑자기 좁다란 협곡으로 변하는가 하면 와폭에 이은 조그만 소(沼)가 탄성을 자아낸다.
계곡 좌우엔 부처손이 가득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도열한 가운데 엷은 그린색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에선 한결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무주 구천동계곡의 나제통문을 연상케 하는 개선문 바위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긴 팔각산 출렁다리(길이 70m, 너비 1m, 높이 20m)를 건너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가촌에서 1시간40분. 도로변의 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에서 팔각산장 주차장까지는 3.4㎞로 35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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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성골을 내려서면 만나는 국내에서 가장 긴 70m의 출렁다리.

 #떠나기전에
 팔각산의 들머리 격인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조선시대 선비 손성을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계곡미에 반해 침수정(枕漱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일생을 보냈다. 그는 경관이 뛰어난 37곳을 찾아 각각 진주암 병풍암 촛대암 강선대 등으로 명명해 후세에 '옥계37경'으로 불린다.
 침수정은 가히 절경이다. 손성을이란 선비가 반할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인 침수정은 아쉽게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거의 흉가와 진배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산행팀은 이날 침수정 주변에서 너구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침수정을 맴돌다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바로 계곡을 건너 도망갔지만 야생동물에서 볼 수 있는 기민성은 무뎌져 있었다.
 사실 산행팀이 침수정에 갔을 때 마을사람 몇몇이 너구리 사냥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들은 산행팀이 다가가자 이내 뒷걸음질 치고 사라졌다.
 기자는 산행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기도했다. 위장에 좋다는 너구리이지만 침수정을 놀이터 삼아 계속 삶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맛집
 영덕에선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게를 잡을 수 있고, 나머지 기간은 금어기다.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산이 유통된다. 하지만 드넓은 동해바다에서 일본배나 러시아배 또는 북한 배가 잡으면 수입산이고, 우리 배가 잡으면 국산이다. 때문에 미식가가 아니고서는 크게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에는 영덕 강구항의 경우 영덕 배가 잡은 대게에는 국산임을 입증하는 초록색 라벨을 붙여주지만 인근 구룡포나 울진 후포 등 외지 배들이 잡은 대게는 간혹 수입산으로 오해를 산다. 그 만큼 유통 및 판매 체제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100%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싸고 믿을 만한 대게집을 한 곳 추천한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쯤 못미친 7번 국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맞은편엔 오션뷰CC.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30%쯤 싸다. 직접 가위로 대게를 먹기좋게 잘라주며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게장 비빔밥도 직접 만들어주며 밑반찬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이다. 산에서 직접 캔 냉이나 달래 등 봄나물도 맛볼 수 있다. 주인 노부부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한번 이곳을 찾으면 반드시 단골이 된다.
 무엇보다 주문할 때 호주머니 사정에 맞게 국내산과 수입산을 적절히 배분하라고 알려주며 서비스 반찬도 부담스럽게 많이 나온다.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덕행 버스는 오전 7시5분, 7시52분에 있다.1만1400원.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은 영덕에서 옥계행 버스를 타고 간다. 오전 8시10, 9시50분. 3110원. 30분 걸린다. 영덕으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 4시30, 6시30, 7시40분(막차)에 있다. 영덕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 5시30분, 6시20분, 7시5분, 7시2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 좌회전~옥계 주왕산 얼음골 부남 방향 좌회전~팔각산장 주차장 순. 침수정은 팔각산장 못가 커브길인 옥계 덕성식당 맞은 편에 있다.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국제신문 산행팀 추천 가볼 만한 여름 계곡산행지

산길따라 물길따라 시름잊고 쉬어가세
  

절기상으로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가 지났건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왜 이리 더울까.
여전히 시원하고 한적한 곳이 그립다. 튜브에 몸을 실어 거친 파도를 타고도 싶고 그늘진 원두막에 누워 시원한 과일도 먹고 싶지만 산꾼이라면 계곡이 있는 산으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 했던가. 계곡 산행이야말로 이 고사성어의 현대판 버전이 아니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신 문물이 옛 것을 몰아내는 요즘 여름휴가만은 옛 선비의 그것이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듯하다. 여기에 보석같은 산길이 열려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국제신문 산행팀은 휴가철을 맞아 그동안 소개했던 산행지 중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가볼 만한 알짜배기 계곡산행지만을 엄선, 간략하게 소개한다.


#칠곡 금오산 금오동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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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폭포 바로 아래 위치한 칠곡 금오산 금오동천 제2폭포와 구유소. 구유소는 선녀를 태우고 온
      용마가 물을 마신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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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폭포와 선녀탕.


국내 도립공원의 효시인 금오산 하면 흔히 구미에서 올라 도선 국사가 득도했다는 도선굴과 물소리가 산을 울릴 정도로 우렁차다는 명금폭포를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산행팀은 칠곡의 금오동천을 품은 남릉으로 올랐다. 칠곡까지 가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지만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그리 힘들지는 않다.

금오동천은 들머리에서 7분이면 계곡에 다다른다. 이때부터 제4, 3, 2, 1폭포와 벅시소 용시소 구유소 선녀탕이 연이어 나타난다.

특히 제1폭포는 목욕 중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했다 해서 눈물폭포라 불린다. 또 선녀탕은 선녀가 목욕하던 곳, 구유소는 용마가 물을 마신 곳, 용시소는 용마가 몸을 씻은 곳이다. 
 
8부 능선쯤 오르면 산속에 축구장 면적의 절반쯤 되는 평지가 있다. 습지로 조선시대 땐 외적의 침입에 대비, 3500명의 군사가 주둔했다 전해온다. 금오정이란 샘도 있다.

정상 바로 아래 절벽 사이에는 약사암이 있다. 낙동강과 구미시가 한눈에 펼쳐지며 구름다리로 연결해놓은 범종각은 여느 암자에서 만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하산길에도 부처바위 석굴법당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계곡에서 더위를 씻고 시간을 보내려면 산행팀이 오른 코스의 역순으로 올라도 상관없다. 〈근교산 & 그너머 585회〉


#함양 영취산 부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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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계곡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용소와 너른 암반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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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이면 아이들이 암반 미끄럼틀을 타는 이곳이 가장 인기를 끈다.


함양이 자랑하는 용추계곡 및 화림동계곡과 달리 함양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계곡이다. 함양군도 이 계곡만은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알리지도 않고 있다. 실제로 함양 관광안내지도에도 표기돼 있지 않다.
   
 
올 여름 산행팀이 발굴한 최대의 성과이다. 부전계곡을 품은 산은 영취산. 백두대간이 정맥 하나를 풀어 놓는 지점으로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이기도 하다.

2년 전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계 우수마을로 선정된 부전마을을 지나면 만나는 부전계곡은 조선 후기 부계 전병순이 은거하고 강학하던 곳. 그의 흔적은 계곡 입구 '부계정사'라는 퇴락한 고가로 남아 있다.

민가 두 채를 지나면 너른 화강암반 아래 짙푸른 용소를 만난다. 암반 사이로 옥류 같은 계류가 포말을 일으키며 용소에 이르는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의 구불구불한 슬라이드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백두대간에 올라서면 조망도 빼어나다. 이웃한 백운산을 비롯 장안 괘관 황석 거망 금원 기백 월봉 덕유산 등 1000m급 고봉준령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행 중엔 또 함양 서상면과 장수 장계면을 잇는 고사리재도 지난다. 지금까지 육십령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산행에서 산행팀이 발굴했다. 〈근교산 & 그너머 578회〉   
 
#포항 천령산 청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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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하골 최고의 폭포로 알려진 연산폭포. 30m 높이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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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 만나는 은폭.


보경사계곡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여름이면 많은 산꾼들이 즐겨찾는 유명 계곡산행지 중 하나. '경북의 금강'이라 불리는 청하골은 내연산(삼지봉) 향로봉 매봉 삿갓봉 천령산(우척봉) 문수봉 등 6개의 봉우리에 의해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여 있다. 4㎞여에 걸쳐 무려 12개의 폭포가 있어 일명 '12폭포골'로 불리기도 한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넓은 소와 병풍처럼 둘러싸인 기암괴석, 그리고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소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보경사를 거쳐 산길은 계곡과 나란히 내달린다. 두 가닥의 물줄기가 떨어져 일명 쌍폭이라 불리는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 관음폭을 거쳐 청하골 최고의 폭포로 불리는 연산폭포까지는 대략 2.7㎞. 높이 30m인 연산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후부턴 능선길을 올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 정상에 서면 내연산 동대산 향로봉 무수봉 및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길에선 시명폭 실폭 복호2폭 복호1폭 은폭을 본 후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 바로 그 지점으로 내려와 앞서 본 상생폭에서 연산폭포에 이르는 7개의 폭포를 다시 보며 원점회귀한다.

참고 사항 하나. 폭포 이름을 알리는 안내판이 일부 없어 상생폭 보현폭 무풍폭 관음폭 연산폭 은폭 등 6개 폭포만 정확하게 확인 가능하다. 〈근교산 & 그너머 540회〉


#밀양 구만산 통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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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만폭포.


 계곡산행지의 고전으로 불리는 구만산은 평소에는 잘 찾지 않다가도 여름철만 되면 성지순례 떠나듯 전국에서 모여드는 전형적인 여름산이다. 해발 785m로 영남알프스 산군 중 낮은 축에 속하고 전망 또한 수목에 가려 온전치 못하지만 빼어난 계곡 덕택에 여름이면 이런 기현상이 발생한다.

밀양 산내면과 청도 매전면의 도계(道界)를 이루는 구만산 산행은 대개 구만폭포가 위치한 통수골로 올라 가인리 가인계곡으로 하산한다. 이럴 경우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 되는 구간에서 아마도 70%쯤이 계곡인 그야말로 맞춤형 계곡산행이 완성된다.

구만산 최고의 절경은 뭐니뭐니해도 구만폭포. 40m쯤 돼 보이는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구만폭포는 여름이면 남녀 구분없이 어른들의 물놀이 장으로 변모한다. 시퍼런 물빛의 너른 소에는 10여 명이 물장구를 치며 나이를 잊은 채 동심으로 돌아간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의 최고 수심은 어른 키보다 더 깊다.

하산길의 가인계곡은 통수골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픈된 통수골과 달리 가인계곡은 숲에 가려 물소리만 들릴 뿐 산길에선 거의 보이지 않아 접근하기 위해선 작은 소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이 때문에 여타 계곡에 비해 아직 원시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봉의저수지를 거쳐 내려오면 입구엔 인골산장(055-353-6531)이 있다. 산꾼들에겐 아주 유명한 집이다. 후덕한 주인 부부의 마음씨와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오리구이 닭백숙 흑염소 등이 주메뉴이다. 〈근교산 & 그너머 493회〉
   
 
#거창 덕유산 삿갓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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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삿갓봉도 구만산처럼 들머리와 날머리가 모두 계곡과 함께 하는 전형적인 여름산행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작은 폭포와 어른들도 수영이 가능한 너른 소, 선녀들이 목욕을 했을 법한 타원형 욕조모양의 웅덩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주변의 병풍바위와 울창한 숲이 산행 내내 이어져 산행을 왔는지 유람을 왔는지 착각할 정도.

산세도 빼어나다. 밧줄을 타고 올라야만 하는 암벽과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 곳곳에서 만나는 야생화는 한순간도 무료함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오감을 즐겁게 해준다.

들머리는 덕유산의 거창 쪽 베이스캠프 격인 황점. 황점에서 삿갓봉~월성재~월성계곡~황점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하산길 월성계곡은 거창의 계곡 중 으뜸으로 칠 정도로 경관이나 유량면에서 빼어나다. 월성재에서 장수군 토옥동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현재 비법정 탐방로로 지정돼 있다. 참고하길. 〈다시 찾는 근교산 350〉
   
 
#밀양 가지산 쇠점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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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점골 상류의 조그만 폭포와 너른 소. 이 소는 어른 키보다 깊다.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은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정설대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계곡을 무려 다섯 개나 품고 있다. 심심이골 용수골 석남사계곡 학심이계곡 그리고 쇠점골.

오천평반석이 위치한 쇠점골은 접근이 빼어난 데다 주변에 국내 100대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호박소와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이 위치해 있어 부지런히 발품만 판다면 일거삼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쇠점골과 하산길인 용수골은 오래 전 밀양 산내 사람들이 지금의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길. 쇠점골이란 이름은 석남고개를 오르내리던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주고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 전해온다. 초창기 산꾼들이 많이 애용했지만 석남터널이 생기면서 도로를 한번 건너야 하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뜸한 편이다. 이 때문에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쇠점골에는 알려지지 않은 넓고 깊은 소가 여럿 있어 어른들이 수영을 할 수도 있다. 〈근교산 & 그너머 495회〉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수석 전시장 같은 산세 '야', 확 트인 아름다운 조망 '호'

기암괴석 사이 가파른 오르막 진땀
산기슭 화마의 흔적에 무거운 발길
전망대 서면 사방은 명산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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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풍광 보신적 있나요. 구름과 수직절벽 그리고 산그리메의 황홀한 조화가
              일품이다.바위와 산그리메와 뭉개구름이 절경인 가운데 이창우 산행대장이 영취산
              정상 직전 바위벽 아래 전망대에서 창녕 지역의 산세를 살피고 있다.

 
경남 북부에 위치한 창녕의 지형은 전형적인 동고서저(東高西低).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서에서 남으로 굽이치는 탓에 서쪽에는 광활한 평야지대가, 동쪽에는 진산인 화왕산을 중심으로 관룡산 구현산 영취산(嶺鷲山)과 또 다른 영취산(靈鷲山) 병봉 종암산 덕암산 함박산이 능선으로 연결돼 있다.

군(郡) 전체로 봐선 산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평야지대를 제외한 동쪽 일부 지역으로 한정한다면 그래도 산의 밀집도가 꽤 높은 편이다.

창녕을 대표하는 배바우산악회 성창식씨는 "창녕지역에 산이 많은데도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진달래와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만을 기억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창녕 남쪽인 영산쪽의 산들 또한 화왕산에 버금가는 산세와 조망을 간직한 보석같은 산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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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에서 1시간 거리인 전망대 바위에 서면 향후 밟게 될 등로가 확인된다. 정면 맨 왼쪽 암봉이  
   영취산 정상, 그 뒤 능선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가 병봉(고깔봉), 제일 뒤 능선 우측 짤록이가
   보름고개, 그 오른쪽으로 종암 덕암 함박산이 펼쳐진다.


이번 주 산행지는 영산에서 출발, 부곡온천으로 하산하는 보석같은 영취산(靈鷲山)~병봉~종암산 코스.

전반부는 수석전시관을 방불케 하는 근육질의 기암괴석이 시종일관 장관을 이루고, 후반부는 언제 그랬냐는듯 부드러운 능선길이 기다린다. 낙동강의 도도한 물줄기와 주변 산들을 조망하는 확 트인 시야는 이번 산행의 보너스. 하산길에는 예부터 물좋기로 소문난 부곡온천에 들러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창녕은 지금 송이버섯이 한창이다. 울진 봉화 등 송이로 유명한 고장에 비해 맛과 향은 단연코 전국 최고라는 것이 미식가들의 평.

창녕에서 송이의 주산지는 화왕산과 관룡산 그리고 이번에 오를 영취산. 하지만 지금 영취산은 5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산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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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전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흔적. 얼핏 고사목처럼 보이지만 불에 타 죽어가고 있다. 667봉
        주변이다.


산행 중 만난 한 군민은 "송이로 유명한 이 산이 결국 송이 때문에 이렇게 불에 탔다"고 전했다. 송이 재배지 입찰에 탈락한 농민이 홧김에 방화를 했다는 것.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아름다운 영취산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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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취산 정상에서 본 주변 산세. 맨 앞 능선 왼쪽 제일 높은 봉이 632봉이고 바로 뒤 봉우리가
     함박산이다.


산행은 영산면 보덕사 주차장~전망대 바위(632봉)~영취산~고 김한출 추모비~병봉(고깔봉)~임도~보름고개~잇단 철탑~종암산~함박산 갈림길~덕암산·부곡온천 갈림길~큰재~(약수터)~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부곡온천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만만찮은 된비알에 굴곡이 심한 암릉, 여기에다 산불 후 잡풀이 웃자라 예상보다 발걸음이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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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보덕사 주차장. 30m쯤 오르면 길 왼쪽에 조그만 등산안내도가 서 있다. 들머리다. 곧 갈림길. 오른쪽은 보덕사 산령각. 결국 보덕사를 거쳐 올라도 등산로와 만나는 셈. 식수 보충도 가능하다.

산길은 좁다랗고 뚜렷한 외길이지만 아주 가팔라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30분쯤 뒤 시야가 트이면서 영산면과 중부내륙고속도로(옛 구마고속도로), 번개호 장척늪이 보인다.


다시 숲으로. 과거 산불의 흔적이 시작된다. 멀리서 보면 고사목 같지만 다가가면 몸뚱이만 화마에 그을린 채 초라하게 서 있다.

전망대 바위는 보덕사에서 1시간 뒤. 향후 밟게 될 봉우리가 거짓말처럼 모두 확인된다. 정면 암봉 중 맨 왼쪽이 영취산 상봉, 그 오른쪽 뒤 뾰족 봉우리가 병봉, 제일 뒤 능선 우측 짤록이가 보름고개, 그 오른쪽으로 종암 덕암 함박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망대 끄트머리에 서면 영산지구전적비 영산만년교도 보인다. 반대쪽으론 화왕산과 배바위 관룡산, 그 우측 앞 또 다른 영취산이, 그 앞 능선으로 삼성산 구현산이 보인다.

본격 영취산으로 향한다. 이른 억새와 닭의장풀 오이풀이 눈에 띄는 가운데 산불 후 수반되는 잡풀을 힘겹게 헤치고 암릉을 오르내린다. 일렬로 늘어선 발밑의 돌무더기는 가야때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축산성 흔적. 발길을 옮길 때마다 영취 종암 덕암산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 뒤로 밀양 종남 덕대산도 확인된다. 영취산에 앞서 만나는 암봉은 에돌아간다. 멀리서 봤을 때 하나였지만 막상 품안에 들어서니 여러 개다. 중간에 잡풀숲도 지난다.

영취산 상봉(681.5m)은 전망대 바위에서 대략 1시간. 창녕읍쪽의 화왕산성과 함안으로 이어지는 낙동강 남지교, 함박산, 그 뒤로 마산 쪽의 천주산 작대산 등 원거리의 아름다운 산하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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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취산 정상(왼쪽)과 고 김한출 추모비. 13년 전 부산시의사회 소속 산악회 회원이었던 그가 불의의 사고로 이곳에서 유명을 달리하자 그의 부인이 세웠다.
   
 
하산은 왔던 길로 내려가 왼쪽 암릉으로 내려선다. 정면에 보이는 고깔 모양의 병봉으로 향한다. 화마의 상처가 더 크다. 30분 뒤 안타까운 사연의 '고 김한출 영전에'라고 적힌 비석을 만난다. 부산시의사회 산악회 회원인 그가 10년전 이곳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그의 부인이 세웠다. 험난한 암릉, 이곳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정상이 의외로 평평한 병봉은 추모비에서 50분 거리. 병봉 안부로 내려서는 길찾기가 애매모호하고 오르막 암릉길이 만만찮다. 유의하길.

하산길은 예상과 달리 수수하고 편안하다. 10분 정도면 화마의 흔적에서 벗어난다. 잇단 송이채취 가건물을 지나면 임도. 이후 갈 길은 두 가지. 임도 왼쪽에 바로 보이는 산길로 올라 능선을 타고 가는 방법이 하나요,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걷다 보름고개에서 종암산으로 가는 길이 두 번째. 체력에 맞게 결정하자.

산행팀은 임도 오른쪽으로 25분쯤 간 뒤 왼쪽 산길로 올랐다. 길찾기 유의!

곧 보름고개. 첫 이정표다. 이때부터 전형적인 육산의 능선길. 외길인데다 '부곡온천 가는 길'이라 적힌 팻말이 있어 산행은 누워서 떡먹기. 대신 조망은 없다.

잇단 철탑을 지나면 종암산. '부곡온천 2.9㎞' 팻말이 적힌 지점에서 정면에 보이는 암봉이다. 정상석이 없어 그냥 스쳐 지나기 쉽다. 4분 뒤 갈림길. 왼쪽 부곡온천 덕암산 방향, 오른쪽 함박산 가는 길. 왼쪽으로 간다. 정면에 둥그스름한 덕암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후 오른쪽에 온천단지가 숲 사이로 희끗희끗 보인다.

김씨묘를 지나면 또 갈림길. 직진하면 부곡온천, 왼쪽 덕암산(1.6㎞) 방향. 산행팀은 왼쪽 덕암산 방향으로 간 후 큰재에서 덕암산길을 버리고 오른쪽 부곡온천(1.2㎞), 약수터 방향으로 간다. 약수터는 주등산로에서 왼쪽으로 100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선택사항.

쉼터에 닿으면 산행은 사실상 끝. 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을 지나 힐튼모텔 간판이 보이는 사거리까지는 쉼터에서 18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날머리 부곡온천… 산행 피로 '싹'

산행 후 목욕은 필수. 해서, 날머리에 곧바로 온천이 기다리고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이번 영취산~병봉~종암산 코스는 하산하자마자 그 유명한 부곡온천이 기다린다.
메인 기사 말미에 덧붙이자면, 창녕광역상수도 저장시설에서 내려오면 사거리. 힐튼모텔과 동원장이 위치한 왼쪽으로 200m 정도 가면 우측에 고운호텔이 보인다. 부곡온천 원탕이다. 지난 1973년 이곳에서 처음 온천이 발견돼 지금의 대형 부곡온천단지가 형성됐다. 현재의 건물은 지난 96년 새로 지었다.

창녕에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이 둘 있다. 하나는 이번에 소개하는, ‘신령 영(靈)’ 자를 쓰는 영취산(靈鷲山·682m)이고 또 하나는 송이집산지인 옥천을 들머리로, ‘고개 영(嶺)’ 자를 쓰는 영취산(嶺鷲山·740m)이다.

후자는 큰고개를 넘지 않으면 접근이 불가능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자는 암봉, 후자는 육산이다. 후자인 영취산은 옥천저수지로 향할 때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 둘 중 오른쪽 봉우리다. 왼쪽은 관룡산이다.

창녕 영산면은 임진왜란 땐 의병운동이, 일제 강점기 땐 영남 최초의 독립운동 발생지였으며 한국전쟁 땐 낙동강 최후의 격전지로 우리나라 근현대 저항운동의 메카.

남산호국공원의 영산지구 전적비, 3·1운동 기념비, 임진왜란 호국충혼탑 등에서 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호국공원 옆에는 홍예교로 아름다운 옛 다리로 손꼽히는 영산만년교(보물 제564호)가 있다. 옛날 남지나 칠원에서 영산으로 들어오던 관문이다.

만년교 인근에는 영산 연지가 있다. 영취산 주봉과 함박산이 보이는 연지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화재를 막기 위해 조성됐으며 조선 고종 때 지금의 크기로 확장됐다. 못내 5개의 인공섬이 있으며 그 중 한 섬에는 향미정이란 정자가 있다. 지금 연지 주변엔 목재덱이 설치돼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만년교에서 길을 따라 오르면 함박산약수터. 전국 약수터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으며 관광공사가 선정한 7대 약수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또 한 가지. 영산사람들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아직도 창녕 대신 영산사람임을 강조한다. 사연은 이렇다.

조선 태조 때만 해도 이곳은 창녕현, 영산현으로 각각 존재하다 인조 때 창녕현이 영산현으로 병합돼 이때부터 영산사람들은 영산이 창녕보다 큰 고을이라고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이번엔 영산이 창녕으로 통합돼 영산면으로 격하됐다. 경북 용궁군이 예천군으로 병합돼 지금은 용궁면으로 격하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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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편- 부산서 영산행 버스 1시간 간격 운행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영산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8시10분, 9시20분, 10시20분에 출발한다. 5200원. 창녕시외버스 영산정류소에서 들머리 보덕사 주차장까지는 1.5㎞. 정류소 앞 택시(상시 대기)를 이용하면 4000원. 보덕사로 걸어서 갈 경우 승용차 경로를 참조하자.

날머리 창녕시외버스 부곡온천정류소(055-536-5008)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막차는 오후 8시30분. 6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영산·부곡IC~영산 5번 국도 좌회전~대구 창녕 방향 직진~영산정류소 방향 크게(135도) 우회전~우회전 하자마자 바로 영산정류소 뒷길로 진입~농협하나로마트 지나~'77문구 완구' '새싹어린이집' 간판 보이면 좌회전~영산초등 앞 우회전~KT 영산고객서비스 지나자마자 좌회전~달나라어린이집 방향 직진~영축사 지나~보덕사 주차장 순.

날머리 부곡온천에서 들머리 보덕사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선 부곡온천 정류소에서 30분마다 출발하는 영산행 버스를 타면 된다. 8분 걸리며 850원. 이곳에서 보덕사 주차장까지는 택시를 타면 된다. 4000원.

※대중교통편은 현지 사정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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