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만들면 정이 새록새록-우리밀가루 등 유기농 제품 사용
3시간쯤 걸리는 고난이도 레시피-"알고 보면 일등 아빠 되기 쉬워요'

            윤 원장과 딸 지원이 그리고 아들 승범이가 완성된 딸기 타르트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서면 파라디아 성형외과 윤성호(45) 원장은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생 아들을 위해 시간만 나면 간식을 만들어주는 자상한 아빠이다. 윤 원장은 "3~4년 전부터 부인에게 하나씩 배우다 보니 이제 웬만한 간식은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활짝 웃는다. 외식도, 선물도 좋지만 아이들과 집에서 먹을거리를 함께 만들어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는 것이 윤 원장의 평소 지론이다.
'일등 아빠' 윤 원장과 함께 자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딸기를 활용해 딸기 타르트를 만들어봤다. 타르트는 밀가루로 된 반죽을 구운 다음, 과일을 얹은 파이의 일종으로 총 요리시간이 3시간쯤 걸리는 고난이도의 레시피이다.

<재료>
무염버터 아가베시럽 소금 레몬 바닐라에센스 계란 우리밀가루 아몬드파우더 호두가루 전분 슈가파우더 럼주 우유 바닐라빈 딸기 살구잼

타르트 반죽만들기
지름 18㎝ 타르트 팬 2개를 만들 계획. 제과제빵은 계량이 생명. 해서, 재료에 용량을 기입했다.
 먼저 무염버터는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 1~2시간 전 실온에 꺼내놓는다. 버터(213g)와 아가베시럽(80g) 소금(1/4티스푼)을 볼에 넣고 핸드믹서로 잘 섞는다. 핸드믹서가 없으면 거품기를 사용한다. 레몬은 노란껍질 부분만 얇게 저미며 다진다. 제스터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앞서 버터 소금 등을 섞은 볼에 레몬제스트(3/4티스푼)와 바닐라에센스(1/2티스푼) 계란(85g)을 넣고 잘 섞어준다. 여기에 체로 친 우리밀가루(244g)를 가볍게 섞는다. 너무 오래 섞으면 반죽이 질겨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반죽을 랩으로 싸서 냉장실에 1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핸드믹서로 재료를 섞고 있는 아빠와 지원이.

제과제빵용 전자저울.

제스터로 이용해 만든 레몬 껍질.


타르트 반죽. 숙성시키기 위해 랩에 싸서 냉장실에 1시간 정도 넣어둔다.

무염버터 아가베시럽 바닐라에센스 등을 넣고 잘 섞은 다음 우리밀가루를 체에 걸러 넣는다.


아몬드 크림 만들기

실온에 둬 부드러워진 무염버터(150g)를 핸드믹서로 충분히 저어준 후 슈가파우더(150g)와 약간의 소금을 넣고 잘 섞는다. 달걀(150g)을 두세 번에 걸쳐 나눠 넣으며 핸드믹서로 잘 섞는다. 여기에 체로 친 아몬드파우더(150g)와 우리밀가루(27g) 그리고 제빵용 럼주(10g)를 넣고 다시 한번 더 섞어준다. 완성된 아몬드 크림은 바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을 경우 랩을 씌워 냉장 보관한다.

커스터드 크림 만들기
바닐라빈(1/8쪽)을 반으로 갈라 씨와 껍질을 같이 준비해둔다. 냄비에 우유(227g)와 바닐라빈, 아가베시럽(22g)을 넣고 끓기 직전까지 가열한다. 볼에 계란 노른자(3개)와 아가베시럽(23g) 전분(14g)을 넣고 거품기로 저어준 후 앞서 끓인 냄비에 조금씩 넣으며 거품기로 다시 섞어준다. 이것을 되직해질 때까지 중불로 가열한 후 원하는 만큼 되직해지면 재빨리 불에서 내려 버터(7g)를 넣고 섞어준다. 이제 랩을 깔고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체에 걸러준 뒤 크림의 표면에 물기가 생기지 않도록 다시 랩으로 밀착시킨 후 냉장 보관한다.

완성된 커스터드 크림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체로 한번 걸러준다.

크림의 표면에 물기가 생기지 않도록 랩으로 밀착시킨 후 냉장 보관한다.


나파주 만들기
나파주는 타르트 위에 얹는 과일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광택재. 살구잼(100g) 아가베시럽(10g) 물(15g)을 냄비에 넣고 끓인 후 식혀 놓는다.

타르트 굽기

타르트 반죽을 밀가루를 뿌려가며 얇게 만든다.

마지막 과정은 힘센 아빠가.


틀 밖으로 나온 반죽을 밀어넣고 모양을 만든다.

완성되면 구울 때 부풀지 않게 하기 위해 포크로 구멍을 낸다.


완성된 타르트 반죽 틀 위에 아몬드 크림을 채워 넣는다.

180~190도의 온도로 오븐에 40~45분간 구운 것.


커스터드 크림을 바른다.


딸기를 얹는다.

아빠와 잠시 포즈를.


딸기 타르트.

딸기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광택재인 나파주를 바르면 진짜로 완성된다.

따라해보는 지원이. 표정이 자뭇 진지하다.



냉장실에 보관한 타르트 반죽을 꺼내 밀가루를 뿌려가며 3㎜ 두께로 고르게 밀어준다. 타르트 틀보다 5㎝ 정도 여유가 생기도록 만든다. 틀 밖으로 나온 반죽을 안으로 밀어넣어주고 잔여분은 잘라낸 후 모양을 만들어 붙여넣는다. 포크로 바닥 전체를 골고루 찍는다. 구울 때 부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틀 윗부분의 공간에 이번엔 아몬드 크림을 고루 붓는다. 윗면을 평평하게 한 후 180~190도의 온도로 오븐에 40~45분간 굽는다. 이제 앞서 만들어놓은 커스터드 크림을 바르고 딸기를 얹은 후 딸기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광택재인 나파주를 바르면 딸기 타르트는 완성된다.

 윤 원장은 "맛은 좀 덜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워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며 "좀 귀찮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나른하고 졸리는 봄 약선요리로 힘내볼까
국내 최고 약선요리 전문가 최만순 박사 영입
'약선요리=한약재 특유 향과 맛' 선입견은 금물

장삼이사들에게 '약선(藥膳)요리'라 하면 열에 아홉은 몸에는 좋겠지만 왠지 약냄새를 떠올리며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한약재 특유의 향과 쓴맛이 날거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사실 기자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약선요리는 어떤 요리일까. 요약하면 동양약학과 음식이론이 서로 융합, 약재와 식품을 적절히 배합 또는 조리하여 모양뿐 아니라 맛 향 색이 잘 어우러진 건강음식이다.

 그럼 이 약선요리를 부산에서 하는 곳이 어디일까.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이다. 호텔농심은 국내 최고의 약선요리 전문가인 최만순 박사를 고문으로 영입, 지난해 8월부터 약선요리를 계절별로 출시하고 있다.

호텔농심 전경입니다. 주차장에서 사진 아래 다리를 건너면 한식당 '내당'이 있습니다.
한식당 '내당' 입구입니다.
입구 옆 가로등에 약선요리를 알리는 광고 문구가 보입니다.
한식당 '내당'  정문입니다.
한식당 '내당'과 호텔농심 전경입니다. 서울 부산을 비롯한 국내 특급호텔은 한식당의 경우 이윤이 적어 없애는 추세이지만 호텔농심의 경우 이 한옥 덕분에 한식당 '내당'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양가 상견례나 중요한 비즈니스 등 손님 모시에 적당할 듯 싶다.
농심호텔 바로 옆에는 허심청과 함께 물 좋기로 소문난, 동래온천을 대표하는 녹천탕이 위치해 있다.


 특히 호텔농심에서 약선요리를 담당하는 강도균 조리장과 박재석 조리사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약재 도시로 가장 유명한 강서성 장수시에서 열린 국제 약선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해 단체 및 개인부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각각 수상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은 웬만한 특급호텔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옥 건물이다. 약선요리와 한옥의 궁합은 식사 전 우선 심리적으로 아득하게 다가온다. 여느 절집의 일주문을 연상시키는 '내당문'을 들어서면 조선시대 명문가 못지 않은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기다린다. 마당의 조경 또한 한옥과 한데 어우러져 운치가 그만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약선요리에 사용된 약재가 유리 부스에 전시돼 있고 벽에는 국제 약선요리 경연대회에서 탄 상장과 메달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정원이 유리창으로 훤히 보이는 방으로 안내된다. 비즈니스 접대나 상견례 등 귀한 분을 모시는 자리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에 들어서면 약선요리에 사용된 약재가 유리 부스에 전시돼 있습니다. 
벽에는 국제 약선요리 경연대회에서 탄 상장과 메달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습니다. 

 개량한복을 입은 직원이 주문을 받으며 '내당'에서 만든 '계절별 약선요리'라 적힌 브로셔를 나눠준다. 약선요리에 관한 정의와 코스별로 나오는 순서와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 및 일어판 브로셔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먼저 칡차, 소라 및 냉이죽, 게살 샐러드가 나온다. 칡차는 봄철 황사에, 소라 및 냉이죽은 눈의 충혈 예방에, 게살 샐러드는 기를 살리고 오장을 안정시켜준다고 직원이 서빙을 하며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먼저 칡차(왼쪽)와 소라 및 냉이죽.
게살 샐러드.
맛깔스러운 보쌈김치를 곁들인 구기자소스 돼지고기수육.
양의 기운을 돋워주는 육종용소스를 가미한 전복초 .

 본격 요리 차례. 새우 해삼 닭가슴살 죽순 등을 다져 만든 사해일춘, 맛깔스러운 보쌈김치를 곁들인 구기자소스 돼지고기수육, 양의 기운을 돋워주는 육종용소스를 가미한 전복초 등 산해진미가 잇따라 들어올 땐 혀가 춤을 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때쯤이면 내당에서 직접 담갔다는 호박동동주가 서비스로 나와 입맛을 북돋워준다.

새우 해삼 닭가슴살 죽순 등을 다져 만든 사해일춘.
당근 붉은무잎 새싹 어린부추 산딸기 돌나물 등 봄 향기 나는 야채들과 붉은선인장 국수와 비벼먹는 홍안이 되는 봄채요리.
당 현종이 먹고서 기력을 찾았다는 바다장어와 더덕구이.
미나리와 양파를 곁들인 하수오 오리불고기.

 
맛의 향연은 계속된다. 당근 붉은무잎 새싹 어린부추 산딸기 돌나물 등 봄 향기 나는 야채들과 붉은선인장 국수와 비벼먹는 홍안이 되는 봄채요리, 당 현종이 먹고서 기력을 찾았다는 바다장어와 더덕구이, 미나리와 양파를 곁들인 하수오 오리불고기 또한 맛의 기쁨을 새삼 일깨워준다.

도미 매생이탕.
다이어트에 특히 도움이 된다는 율무밥. 
더덕을 넣은 사삼 된장찌개.

 국물이 시원한 도미 매생이탕에 이어 다이어트에 특히 도움이 된다는 율무밥과 더덕을 넣은 사삼 된장찌개로 깔끔하게 식사를 마무리한다. 하나같이 담백하고도 깔끔한 별미에 다름 아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일식이나 중식보다도 훨씬 품격있게 식사를 한 듯하다.

 예부터 행운과 복을 안겨준다는 길상호박과 몸안의 수액이 잘 흐르게 하는 뽕나무 식혜로 마무리한 '내당' 봄 약선요리는 이 봄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후식입니다. 예부터 행운과 복을 안겨준다는 길상호박.
몸안의 수액이 잘 흐르게 하는 뽕나무 식혜.

 5만 원과 3만 원(세금 봉사료 별도) 등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전자는 앞서 소개한 14가지, 후자는 그 중 홍안이 되는 봄채요리, 육종용소스 전복초, 하수오 오리불고기가 빠지지만 그래도 진수성찬이다. 4월까지 선보인다. (051)550-2335~6

# 조리장 한마디- 강도균 조리장

"약재를 음식으로 바꿀 때의 이론적 뒷받침 필수"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의 강도균 조리장은 "'내당'의 약선요리는 우선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약선요리를 자꾸 한약재와 결부시키는 이유에 대해 약재를 약으로 쓸 때와 음식으로 사용할 때 그 사용 방법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는 칡차를 예로 들었다.
 약선요리에서의 칡은 음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데쳐서 술과 설탕을 넣은 후 볶아서 차를 끓인다. 그는 "이 과정을 원재료가 갖는 성질을 '평음식'으로 바꾼다"라고 표현했다.

 중요한 점은 누구든지 약재의 효능은 알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음식으로 바꾸는지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이 바로 약선요리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호텔농심 전복선 홍보 담당은 "'내당'처럼 재료 하나하나의 이론과 궁합을 따져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는 약선요리전문점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조리장은 "약선요리는 앞으로 봄뿐만 아니라 절기에 따라 코스가 개발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약선요리를 먹고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약선요리 강좌도 연다

한편 호텔농심 한식당 '내당'은  
국내 최고의 약선요리 전문가이자 세계 중화 미식 약선연구회 최만순 회장을 초빙, 오는 4월 7일, 21일, 5월 4일, 19일 약선 강좌를 네 차례 연다. 

 오는 4월 7일에는 청명 절기에 자주 오는 피로를 예방하는 '약선 죽과 차 만들기'를 마련한다. 봄철 황사로 인한 각종 질병을 예방해주는 칡차를 맛있게 만드는 요령과 소라냉이죽을 끓이는 법을 알려준다. 소라냉이죽은 간기운 상승으로 인한 충혈이나 눈병을 예방한다.

 4월 21일에는 곡우 절기에 인체의 기와 혈을 보강해주는 보양 약선 요리를 배워본다. 사방에서 봄이 오는 소리라는 뜻의 사해일춘 요리, 관절·식욕감퇴에 좋은 도미매생이탕을 만들어본다.

 5월 4일에는 입하 절기에 감기를 예방하는 닭 죽과 식혜를 만들고, 같은 달 19일에는 약선요리와 와인에 대해 배워보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시간은 오후 3시 30분. 무료.

최만순 회장은 "겨우내 허약해진 몸을 음식으로 보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약선요리를 소개할 예정"이라며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약선요리법은 물론 효능도 자세히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농심은 오는 4월 17일 14가지 약선코스와 와인을 맛보며 이야기하는 '봄 약선 코스 체험강좌'를 연다. 1인당 5만 원. 문의 (051)550-2335




# 부산 호암초등 김선혜 교사의 추억의 도시락 반찬만들기

자투리 야채 정리할 좋은 기회
달걀물 이용하면 소화 잘 돼
도시락 싸며 부모 은혜 되새겨

 
지금이야 학교에서 급식이 되기에 도시락 싸는 일이 사라졌지만 예전의 도시락은 매일매일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였다. 반찬 때문에 벌였던 어머니와의 적지 않았던 투쟁과 도시락 반찬을 나눠먹으며 친구들과 나눈 우정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부산 호암초등학교 김선혜(34) 교사는 요즘도 이따금 도시락을 싼다. 7살과 백일이 갓 지난 두 아들의 엄마인 김 교사의 남편이 종합병원 레지던트여서 업무상 외박이 잦아 얼굴도 볼 겸 해서 도시락을 준비해 찾는다는 것.
 딸 셋 중 첫째인 김 교사는 "남편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동생들 것까지 매일 도시락 5개를 정성스럽게 싸면서 저녁 반찬과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신 친정어머니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회상했다. 당시 친정어머니가 자주 해주시고, 지금은 자신이 남편에게 즐겨 싸주는 야채전과 돼지고기 강정을 김 교사를 따라 만들어보자.

야채전

<재료> 버섯 맛살 달걀 소금과 갖은 야채


제철 야채도 좋지만 냉장고 속에 굴러다니는 자투리 야채들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도랑 치고 가재 잡을 좋은 기회이다. 김 교사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피망과 깻잎을 넣으면 향이 좋고, 당근을 곁들이면 색깔이 예쁘다고 말한다.
 이날 김 교사는 표고버섯 팽이버섯 호박고구마 잔파 호박 당근 등 냉장고에 있는 야채와 맛살을 준비했다. 먼저 이 야채들을 가늘게 채 썰어 모아둔다. 채 쓴 야채를 충분히 적실 수 있을 정도의 달걀물을 푼다. 보통 전이라고 하면 밀가루를 사용하지만 이 야채전은 달걀물로만 부쳐낸다. 훨씬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데다 맛 또한 더 좋기 때문이다.
 달군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부침개를 만들 듯이 어른 손바닥 반 정도 되는 크기로 구워낸다.

돼지고기 강정

<재료> 돼지목살 양파 소금 후추 생강즙 고춧가루 고추장 케첩 간장 물엿 밀가루 설탕 깨소금


 신선하고 두툼한 돼지고기 목살에 우선 약간의 생강즙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다. 밑간을 돼지목살에 밀가루를 얇게 입힌다. 밀가루 대신 전분을 사용하면 약간 더 바삭바삭해진다. 약간의 식용유를 두르고 밀가루를 입힌 돼지목살을 노릇하게 구워낸다. 이때 가위로 돼지목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구운 고기가 식을 동안 양파를 잘게 다진다. 양파는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란다.
 새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다음 잘게 다진 양파가 투명해지도록 다시 볶는다. 여기에 준비한 고춧가루 고추장 케첩 간장 물엿과 맛술(청주도 가능) 등으로 갖은 양념을 한 다음 구워낸 돼지목살에 양념이 잘 배도록 한다.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매운맛을 좋아하면 고추장을 약간 더 넣어도 상관없다. 양념이 골고루 배었으면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한다.
 김 교사는 "남편과 아이도 그냥 튀긴 것 보다는 약간 양념이 된 음식을 좋아한다"며 "그래도 친정어머니의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성과 양념의 미세한 차이인듯한데 아무리 달리 해봐도 그 맛을 찾을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부산 서면 옛 은하극장 맞은편 고기뷔페 '흥부가 기가 막혀"

샐러드바 즉석코너, 일반뷔페와 차이 없어
두 명의 요리사 있는 즉석코너 특히 인기
항정살 소등심 등 단가 높은 고기 빨리 없어져
쫀득쫀득한 야채떡갈비 색다른 별미

         싱싱함을 자랑하는 생육고기.  

한쪽편에는 양념육들이 놓여 있다.

3년 전쯤 비슷한 시기에 부산시내 곳곳에 고기뷔페점이 서너 군데 문을 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착한 가격'으로 처음에는 젊은층뿐 아니라 가족단위로 찾는 손님들이 줄을 이어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은 단 한 곳만 불황에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설명이다.

그곳을 찾아갔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들이 어서 오라고 유혹하는, 이제는 부산의 중심가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서면 옛 은아극장 맞은편 건물 2층에 위치한 고기뷔페 '흥부가 기가 막혀'. 1층 또한 식당인 데다 건물 입구로 들어가기 전 잠시 주변을 살펴봐도 온통 식당 간판만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으로 오르는 도중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흥부전'을 차용한 이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스토리가 있다. 흥부가 형인 놀부에게 겨우 두 냥을 받고 쫓겨났지만 이곳 '흥부가 기가 막혀'에선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주인의 반짝이는 재치가 돋보인다.

2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일반 뷔페에서나 볼 수 있는 샐러드바가 정면에 보였기 때문이다. 얼핏 둘러봐도 구색만 갖춘 샐러드바가 아니라 웬만한 뷔페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샐러드바.

동그랗게 진열돼 있는 샐러드바에는 방울토마토 프루트 햄스테이크 올리브마늘 단호박푸딩 양송이볶음 칠리새우 감귤 양상추 옥수수 그리고 날치알을 곁들인 연어 등이 푸짐함 그 자체였다.

있기 만점의 즉석코너.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코너가 있다.
요리사 두 명이서 부지런히 손님들을 위해 굽고 만들고 있는 즉석코너이다. 립바비큐를 비롯해 양념한 돼지고기를 튀긴 부다가라아케, 냉동한 돼지고기를 해동한 석산적, 고구마미니케이크, 골뱅이초밥, 새우초밥, 순한맛김치초밥, 즉석우동, 오뎅탕을 입맛대로 맛볼 수 있다. 여전히 일반 뷔페인지 고기뷔페인지 구분이 안 된다.

샐러드바 바로 옆에는 질 좋은 생육고기가 일정 온도로 신선도를 유지하며 진열돼 있다. 육회를 비롯해 우삼겹살 소등심 안창살 생목살 생삼겹살 항정살 등이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럽다. 소육회와 안창살을 제외한 고기는 수입육으로 모두 원산지 표시가 돼 있다.

김용광 사장은 "요즘은 손님들도 소등심과 항정살의 단가가 높은 것을 아는지 제일 빨리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흔히 돼지목덜미살로 불리는 항정살은 살코기 사이에 실지방이 골고루 섞여 있어 천겹살이라 불린다. 마블링이 좋아 부드러운면서 쫄깃해 차돌박이처럼 고소하다.


생육고기 바로 옆에는 마늘 고추 양파 팽이버섯 김치 된장 등 고기와 궁합이 맞는 것들이 놓여 있다. 코너를 돌면 이번에 소불고기 돼지갈비 닭갈비 양념주꾸미 고추장양념불고기 등 양념육과 야채떡갈비, 불고기맛 피자맛 등 각종 수제소시지가 맛깔스럽게 놓여 있다. 한 바퀴 돌며 뭘 먹을까 결정하는 데도 그야말로 하세월이다.

부위별로 고기를 몇 점씩 담아와 불판에 올린다. 테이블에는 참기름과 종지가 놓여 있다.

"고기는 타면 맛이 없어요. 불기운만 가한 살코기에서 육즙이 떨어질 때 그때가 가장 맛있어요."

고기뷔페에 나오는 고기가 다 그렇고 그렇지 않느냐는 항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맛은 담백하면서도 일품이다. 그저 그만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양념고기들이 약간 달다는 것.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물론 알고 있지만 주 고객인 젊은층이 이 맛을 선호해서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한입에 쏘옥 들어가는 돼지의 특수부위인 항정살이 고소하면서도 특히 맛이 있다. 동행한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 입맛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가 보다. 쫀득쫀득한 야채떡갈비도 색다른 별미이다.

고기를 먹은 뒤 밥을 꼭 먹어야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찰밥과 쌀밥 그리고 얼큰한 된장국이 마련돼 있고 그 옆에는 국수까지 준비돼 있다. 밥 옆에는 팥양갱 떡조개구이 김치마끼 등도 있지만 배가 불러 눈인사만 할 뿐이다.

평일 주간 1만3900원, 야간 및 주말 공휴일 1만5900원, 초등학생 이하 8900원. 차는 엔젤호텔 옆 서면주차타워와 옛 은아극장 자리의 은하주차장에 댈 수 있다. 1시간 무료. 결혼피로연과 단체석도 갖추고 있다. (051)816-7590

■ 주인장 한마디 "좋은 고기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이 더 중요"
기자가 이곳 '흥부가 기가 막혀'를 찾은 날은 평소 손님이 비교적 적은 월요일 오후 7시께. 전체 170석 중 3분의 1가량 손님이 들어차 있었다. 

 손님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뜻밖에도 대부분이 20, 30대의 젊은층이며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았다. 고기뷔페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이를 다소 의아하게 바라보자 김용광 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 여성의 경우 식당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일일이 맛을 보며 천천히 더 많이 먹어요. 반면 남자들은 식사를 겸해 약주를 드시러 오는 경우가 많아 생각보다 많이 먹지를 않더군요."


똑같은 고기뷔페인데 다른 집과 달리 꾸준하게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묻자 김 사장은 불황이라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약간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저희 부친이 현재 학장동 모 회사에서 오랫동안 도축장 중매인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자연스럽게 도제식으로 부친으로부터 고기 보는 안목을 배우다 보니 수입육이라도 좋은 고기를 판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습니다. 다른 고기뷔페와의 가격 대비 차별화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같은 수입육이라도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두반장과 굴소스가 맛 비결, 녹말가루에 골고루 묻힌 후
새싹야채 곁들이면 금상첨화

 주일학교 교사이자 교회 집사인 이순연(40)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료 교사들과 번갈아가며 집에서 식사를 함께한다. 평소 살림 잘 하기로 소문난 이 씨지만 그래도 집을 방문하는 교회사람들을 생각할 때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중국요리나 아귀찜 등을 배달시켜 대접할 생각도 했지만 이 불경기에 남편이나 애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썩 내키지 않는다.

여기에 동료 주일학교 교사들은 이 씨의 요리솜씨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 이 씨 순번이 돌아올 땐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찾아오는 것도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 이 씨는 황태를 이용한 황태고추장구이를 대접해 적지 않은 칭찬을 들었다. 설날 차례상에 오른 황태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 나름대로 응용해본 것이 자신만의 레시피가 돼 버린 것이다. "신랑과 아이들도 하나같이 황태국보다 훨씬 낫다"고 칭찬을 해 뿌듯하다고 했다. 이름만 들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황태고추장구이를 이 씨와 함께 만들어보자.

<재료> 황태 참기름 소금 후추 녹말가루 두반장 굴소스 마늘 파 고추장 간장 물엿 깨소금

황태손질


우선 황태를 불린다. 흐르는 물에 상추 씻듯 적신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하다. 물기를 머금으면 잔가시와 등지느러미를 가위로 제거한다.
이제 밑간할 차례. 참기름 1큰술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 넣은 뒤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밑간이 황태에 골고루 스며들도록 수차례 바른다.
가위로 머리와 꼬리부분을 자른 후 나머지 몸통 부분은 먹기 좋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는다.

소스만들기

흔히 고추장만을 사용하지만 이 씨는 두반장과 굴소스를 곁들인다. "이게 나만의 레시피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중화요리에 사용되는 두반장에는 대두 고춧가루 등 모든 양념이 들어 있어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병에 담긴 두반장과 굴소스는 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소스는 굴소스 1큰술, 고추장 1큰술, 두반장 1큰술, 간장 1작은술, 물엿 2큰술, 물 3큰술로 완성된다. 이 씨는 매운맛을 좋아할 경우 고추장을, 약간 짠맛을 원할 경우 소금 대신 굴소스를, 아이들이 먹을 경우라면 고추장을 빼고 두반장의 양을 줄이는 등 기호에 맞게 소스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태고추장구이 완성


손질한 황태는 녹말가루에 골고루 묻힌다. 녹말가루 대신 밀가루를 사용하면 눅진해 가급적 녹말가루를 권한다. 이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듬뿍 넣고 튀기듯 굽는다. 황태의 껍질을 프라이드 치킨처럼 노릇하게 익힌다.

이럴 경우 속살은 부드럽고 겉부분은 바삭바삭해진다. 이후 프라이팬을 깨끗이 닦은 후 식용유를 넣고 미리 다져놓은 마늘 1큰술을 볶는다. 이날은 파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다진 파를 2큰술 정도 넣어도 상관없다. 여기에 앞서 만들어 놓은 소스를 프라이팬에 넣고 끓인다. 황태를 소스에 그냥 묻혀도 상관없지만 한번 끓여주는 것이 살균도 되고 경험상 맛이 더 있다고 한다. 황태에 소스가 골고루 스며들었다고 판단이 되면 접시에 담아 깨소금을 살짝 뿌려준다.



맛보기

황태고추장구이에 키위드레싱을 한 새싹야채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김이 모락모락나는 하얀 쌀밥이 금세 뚝딱 비워진다.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대학에서 차 강의를 하는 등 차 전문가 이재금(44) 씨는 3년 전부터 인도명상을 공부하면서 육류와 생선을 입에 대지 않는다. 불가에서 삿된 음행을 유발시킨다며 스님들이 오신채(五辛菜)를 멀리하듯 이 씨는 인간 본연의 순수성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육류와 생선을 멀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동강물이 풀리는 우수가 지났건만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 겨울 끝자락이 남아 있는 요즘 이 씨와 함께 멸치 다시 대신 버섯을 이용, 따뜻한 국물이 있는 야채버섯떡국과 백김치를 만들어보자.

재료 : 떡국,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 각종 버섯, 시금치, 호박, 들깨가루, 버섯가루, 소금, 청양고추

국물(다시)만들기

멸치 대신 버섯과 다시마로 끓이지 않고 만든 국물(다시). 

국물을 낼 때 사용하는 멸치 대신 표고버섯과 다시마로 국물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끓이지 않고 8시간 정도 상온의 찬물에 담가두면 충분히 국물이 우러납니다. 연료비 절약도 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자기 전에 담가둔 후 아침에 사용하면 되지요." 따로 국물을 우려내면 각각의 향이 배가돼 더욱 좋다. 국물은 투명한 갈색. 통상 국물을 낸 재료는 버리지만 이번 떡국에는 다시마와 표고버섯은 채를 썰어 따로 보관한다. 고명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떡국 끓이기

준비한 각종 버섯. 우측 특이하게 생긴 것이 중국의 귀한 버섯인 은이버섯이다. 
떡국과 버섯을 넣고. 
시금치도 넣고.
야채버섯떡국 완성.
그릇을 바꿔 떡국을 담아봤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떡국을 넣는다. 영양과 맛을 생각한다면 현미떡국이 더욱 좋다. 국간장은 국물 자체에 색이 있기 때문에 소금으로 한다. 이 씨는 일반 소금 대신 잘게 빻은 천일염을 사용했다. "천일염은 일반 소금보다 짜기 때문에 양을 적게 넣어야 합니다." 국물이 끓으면 준비한 각종 버섯과 버섯가루를 넣는다. 이 씨는 느타리와 표고 그리고 중국산 은이(銀耳)버섯을 준비했다. 버섯가루는 뒤에 넣어도 상관없다. 시금치는 칼로 썰 필요없이 손으로 대충 뜯어 가스불을 끄기 전, 시간상으로 대략 30초 전에 넣으면 된다. 매운맛을 즐긴다면 청양고추 하나 정도를 곁들인다. 취향에 따라 먹기 직전 꺼내든지 아니면 먹기를 원할 경우 애초에 잘게 썰어 함께 끓인다. 청양고추는 미리 씻어 씨를 발라내 냉장고에 보관하면 된다. 호박도 넣고 김이 있다면 김을 곁들여도 된다. 이번 요리에는 피망이 없지만 만일 피망을 준비할 경우 색깔별로 준비하자.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팁 하나. 다시마가 들어 있을 경우 끓이면 잘 넘치므로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백김치 담그기

백김치.

떡국만 먹으면 사실 밍밍하다. 백김치가 떡국과 궁합이 좋다. 준비물은 절인 배추와 밀가루 그리고 생강. 밀가루를 푼 물을 끓인 후 소금간을 한다. 이 물이 식으면 절인 배추에 골고루 적신다. 생강 다진 것이 있으면 곁들인다. 냉장고에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넣으면 제대로 맛이 우러난다. 알고보니 의외로 간단하다.

맛보기

어때요 깔끔하죠. 야채버섯떡국.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별미이다. 멸치국물에 고명으로 쇠고기와 계란을 넣는 떡국보다 훨씬 깔끔하고 개운하다. 멸치와 쇠고기 없이 이런 맛이 나다니 놀랍기까지 하다.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정도로 맛이 인상적이다. 버섯의 위력에 새삼 놀랄 정도이다.


 대구 조업이 끝났다구요. 물론 대부분 철망을 했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겨울철 남해안을 대표하는 대구의 최대 집산지는 YS의 고향인 거제도 장목면 외포리 외포항.

 예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랐다는 거제산 대구는 누구나 한번쯤 먹고 싶어하는  바다의 귀족. 1m에 달하는 쭉 뻗은 몸매와 탱탱한 피부는 수입산 냉동 대구는 명함을 못낼 정도.

 한때 대구잡이 어민들도 시련이 있었다.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거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혹 1~2마리 잡히면 최고 위판가가 60만 원에 달할 정도여서 '금대구'로 불리었다. '잃어버린 10년'이었던 셈이다. 다행히 꾸준한 대구알 방류사업으로 2000년대부터 다시 잡히기 시작해 지금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성수기 때와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2월의 외포항은 대구와 물메기 등으로 아침이면 부산하다. 외포위판장 관계자는 "지금이야 대구가 넘쳐나지만 한참 귀할 땐 미식가들 4명이 돈을 나눠 30만~40만 원하던 대구를 직접 사러 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외포리 농협 맞은편에서 '외포식당'(055-636-7205) 곽송주(51) 씨는 "이곳의 대구탕은 다른 양념은 필요없고 소금 간만 약간 한다"고 말했다. 곽 씨는 시어머니로부터 대구요리를 전수받아 25년째 고수하고 있다. 전통이 있다 보니 이 집은 거제도의 정관계 및 교육계 인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고위층이 단골 고객이다.    
 
  네댓명이 먹을 수 있는 '대구찜'을 주문하면 대구탕 물메기회 아구수육 등 거제에서 맛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메뉴를 만날 수 있다. 대구찜은 생대구를 대나무 소쿠리에 얹어 묵은지 콩나물 등과 갖은 양념을 곁들여 별미로 손꼽힌다. 9만 원. 반드시 전날 예약 필수.  

 외포식당 곽종주 씨의 대구찜 요리법을 들여다보자.
 


대구 요리 25년을 자랑하는 외포식당 곽송주 씨가 대구를 받쳐들고 있다. 대충 재어보니 75㎝ 정도였다.

대구 배를 갈라 곤을 꺼내고.

대구 곤.


이번에는 살부분을.

대바구니에 대구 살을 올려놓는다.


이번엔 양념. 콩나물 미나리 마늘 등등. 외포식당은 독특하게 신김치를 곁들인다.

고추가루도 넣고 이제 손맛을 발휘할 차례.


30분쯤 뒤 대구찜 완성.
살코니와 곁들이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이젠 대구탕 차례. 머리 부분을 넣고 끓인다. 다시(국물)는 만들지 않고 그냥 물로만.

그리고 무를 넣고 소금간만 한다.


대구탕 완성. 외포식당에서 먹은 후 부산에서 먹으니 정말 맛에 차이가 나더군요. 입맛 수준만 높이고 왔죠.

 밑반찬도 하나같이 깔끔하고 맛있어요.

 외포항 전경.

경매가 끝난 외포항의 대구.

대구랑 도다리 말린 것도 판매한다.


 외포식당이 위치한 외포마을에서 고개를 하나 살짝 넘으면 대계마을. YS 생가가 위치해 있다. 생가에는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다. 1960년 5월 공비가 쏜 총탄에 절명한 YS의 모친 박부련 여사의 사진과 그 아래 놓인 장농이다. 그 장농에는 당시 공비가 쏜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진해 안골에서 카페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성우카페리(055-636-5676), 풍양카페리(1688-4808


YS의 흉상.

공비가 쏜 총탄 자욱이 남아 있는 장농.

YS의 부모님.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퐁듀' 전문점 '전망좋은 방'

5년 준비끝에 5년전 부산서 첫 선봬,
외국인도 호평 서울 대구서도 찾아와
"한국엔 김치, 스위스엔 퐁듀", 치즈퐁듀, 냄새 때문에 못 먹을 수도
 

녹인 치즈에 바게트나 새우, 고기를 담가 먹는 알프스 산골요리 퐁듀. 

 퐁듀'.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스위스 사람들의 전통음식 이름이다.

 불어로 '녹이다'라는 의미인 퐁듀(fondue)는 알프스 산골마을에서 딱딱하게 굳어진 빵을 녹인 치즈에 담갔다가 먹는 스위스의 대표적 음식. 가난한 시절 마른 빵을 재활용하며 끼니를 때워야 했던 음식이 18세기 치즈와 와인이 스위스의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날개를 달아 세계화된 음식으로 보면 된다.

 스위스인들은 퐁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퐁듀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이다.

 이 퐁듀를 부산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해운대구 중2동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전망좋은 방'이다. 18년 전통의 이곳이 미식가들에게 퐁듀를 선보인 것은 5년전. 신재이(47) 사장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부터이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은 "3년 전쯤 부산의 모 특급호텔에서 선을 보인 적이 있지만 신통치 못해 곧 메뉴에서 사라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였다. "출가한 딸이 부산을 찾으면 꼭 이곳 '전망좋은 방'을 찾아요. 해서, 서울에는 퐁듀 전문점이 없냐고 물었더니 이곳만큼 푸짐하고 맛있게 잘하는 집이 없다고 하더군요."
 
 고풍스러운 베이지풍 인테리어에 추억의 비틀스 곡들이 은은히 들려오는 가운데 치즈퐁듀와 올리브퐁듀 두 가지를 주문했다. 흔히 말하는 퐁듀가 치즈퐁듀이며, 올리브퐁듀는 올리브유에 튀겨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 테이블 옆에서 직접 요리를 해준다.

깔끔한 세팅.

야채스프.


샐러드.

드레싱은 망고(왼쪽)와 사우즌 아일랜드.



 먼저 스프가 나온다. 크림, 야채 중 택일하면 샐러드가 이어진다. 드레싱은 망고와 사우즌아일랜드. 다음엔 둥그스름한 모양의 다소 독특한 점박이 무늬의 용기가 나온다. 자세히 보니 빵으로 덮여 있다. 칼로 갈라보니 홍합이 맛깔나게 들어 있다. 홍합스프이다. 빵은 고소하고 국물은 약간 매콤하다. 청양고추 때문이며 그 외 레몬 올리브유 화이트와인이 들어갔단다.

홍합스프. 빵을 가르기 전. 
홍합스프. 스프국물이 빵에 스며들기 전에 먹어야 한다. 

 이제 주 메뉴 차례. 갑자기 테이블이 부산해진다. 안심과 새우 및 패주(조개관자)를 담은 메인 접시와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바게트와 감자, 4가지 소스, 생크림을 곁들여 오븐에 구운 감자와 버섯 브로콜리 등을 담은 사이드디시, 개인접시 그리고 버너 두 개가 연이어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버너에는 각각 퐁듀 전용 항아리(캐쿠론)와 튀김을 위한 올리브유가 담긴 용기가 놓인다. 퐁듀에 사용되는 치즈는 녹여서 나온다. 
메인 디시. 안심 새우 패주(조개관자).

타르타르, 케이준 등 네 가지 소스.

접시에 담긴 네 가지 소스.

 그루엘, 에멘탈이라는 치즈로, '톰과 제리' 등 외국만화영화에서 보던 구멍이 숭숭 뚫린 사각치즈를 연상하면 된다. 이 치즈를 깎아 마늘 올리브유 와인을 첨가해서 만든다. 우리 정서와 약간 맞지 않는 냄새가 난다. 김선희 매니저가 올리브유에 안심과 새우 및 패주를 튀겨주며 먹는 방법과 퐁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테이블 전경. 사진 위 가운데가 녹인 치즈이고 검은색이 올리브유가 담긴,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통. 맨가운데 접시엔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바게트와 감자이다.
냉면은 농부처럼, 퐁듀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서 있는 분은 요리를 만들어주고 설명을 해주신 김선희 매니저.

오븐에 구운 감자와 버섯 브로콜리 등을 담은 사이드디시.

깍두기 모양의 감자와 바게트.

과일도 나오고. 녹인 치즈에 담가도 맛있다.

튀긴 새우.

 

왼쪽부터 튀긴 새우 패주 안심. 그냥 먹어도 되고 치즈에 담가도 별미이다.

튀긴 안심과 새우 및 패주는 퐁듀용 긴 포크를 이용,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하고 치즈에 담가 맛을 봐도 된다. 바게트와 감자도 마찬가지. 맛은 어떨까. 입속에서 혀가 춤을 출 정도로 별미이다. 레드 와인이 퐁듀에 어울린다며 레스토랑 측은 한 잔을 권한다. 와인 열풍에 최근 퐁듀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는 부연 설명에 다시 한번 음식이 문화요 산업이라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옆에 있던 김 매니저는 "치즈퐁듀의 경우 냄새 때문에 입에도 못 대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론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해서, 4명이 올 경우 치즈퐁듀와 올리브퐁듀를 주문하는 것이 무난하다. 재료가 거의 동이 날 무렵 사과 파인애플 키위 등 과일도 한 접시 나온다. 김 매니저는 과일 또한 치즈에 담가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유가 좀 생기자 퐁듀와 관련된 한 가지 전통을 얘기해준다. "스위스에서는 퐁듀를 먹다가 치즈가 담긴 항아리에 음식을 빠뜨리면 오른쪽 남자에게 뽀뽀를 해야 한답니다."

디저트.

약한 불에 눌린 치즈. 카라멜처럼 변하는데 별미이다.



 디저트 주문 후 다시 김 매니저는 항아리에 남은 치즈를 가리키며 약한 불에 눌 만큼 끓이면 마치 카라멜처럼 변하는데 이게 짠듯 하지만 별미라고 한다. 정말이었다. 치즈퐁듀는 4만8000원, 올리브퐁듀는 4만5000원. 비싼 만큼 맛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해 왠지 대접받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 해운대 오거리에서 달맞이언덕길로 가지 말고 그 왼쪽길로 오르면 레스토랑 '오페라'를 지나 곧바로 만난다. 건물 앞에 주차할 수 있다. (051)746-4323


■ 주인장 한마디- 국내 최고라는 평가에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

'전망좋은 방' 신재이(47) 사장은 "퐁듀는 5년 전 메뉴에 처음 올렸지만 준비기간이 5년이었다"고 말했다. 수십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 미식가들은 아마도 퐁듀에 관한 한 전국에서 최고라고 손을 꼽지만 신 사장은 "아직도 시행착오 기간"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유럽배낭여행 중 퐁듀를 처음 접한 신 사장은 단지 이 맛에 매료돼 시작하게 됐지만 진짜 공은 '전망좋은 방'이 18년 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가족 같은 장성만 주방장 덕분이라고 했다.

 지금이야 퐁듀 조리기구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지만 당시엔 모두 수입했다. 예외도 있어 여전히 올리브유 튀김통은 수입한단다.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 일궈낸 성과인 셈.

 퐁듀 가격대가 사람들에겐 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고는 있지만 사실 스테이크 파는 것보다 이윤이 적다"며 "한 번 요리하는 올리브유 한 통이 1만 원 할 정도로 재료비가 상당히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크림소스 스파게티(1만8000원), 돌솥해물밥 격인 해물리조또(〃)가 특히 맛있다"고 권했다.

 '전망좋은 방'은 단골이 특히 많다. "소문이 제법 퍼져 서울 대구 등지에서 연휴나 휴가철에 찾는 이들도 많고 해운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단골이 상당히 많답니다.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맛을 계속 연구할 겁니다."

 이름을 바꿔야 되지 않느냐고 농담조로 한마디 던지자 신 사장은 "18년 전과 달리 나무들이 웃자라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교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부산 중구 부평동시장 내 '속리산버섯'

24년간 부평동시장 내 고집, 부산서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집
가을엔 일본인 단골 많이 찾아, 밑반찬 하나같이 깔끔하고 푸짐

울릉도 취나물.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는 물김치.


 

경북 영양산 고추장아찌.

돼지고기를 겉들인 더덕구이.


공기보다 큰 밥그릇.

자연산 송이주. 별도로 주문해야 된다.


하동 청정 김치.

매일 아침 전국 최고의 수산물 집산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고등어구이.


지난해 가을 문경 대야산에 올랐다. 문경에선 문경새재를 품고 있는 문경의 진산 주흘산이 지명도 면에서 가장 앞서지만 산꾼들에게 물어보면 백두대간 대야산을 으뜸으로 칠 정도로 풍광이 아주 빼어나다. 대야산에는 '버섯 전시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자란다. 당시 동행한 산꾼 심만섭 씨는 버섯이 발견되면 기자를 불러 일일히 설명해 주었다.

 하산 후 맛본 능이버섯 싸리버섯 밤버섯 솔버섯 가지버섯 등 대야산에서 자생하는 버섯을 넣은 전골은 지금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별미였다. 산지에서 자생하는 버섯 고유의 향이 이렇게 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조성화 회장으로부터 이번 주 소개할 집이 버섯전문점이라는 얘길 듣고 잠시 떠올린 기억속의 한 대목이다.
 '속리산 버섯집'. 조 회장은 "아마도 부산서는 가장 오래된 버섯요리 전문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는 중구 부평동 부평동시장, 흔히 말하는 사거리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 부산의 대표적 먹을거리인 어묵가게 골목에서 불과 30~40m쯤 떨어져 있다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재래시장 내에 있지만 뜻밖에도 간판이랑 식당 내부가 깔끔하다. 사장 겸 주방장인 김갑임(54) 씨는 "지난해 세밑 이 시장에 화재가 발생, 새로 공사를 할 때 우리 가게도 덩달아 리모델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이 또 눈에 띄었다. 출입문에 송이를 의미하는 '마사다께'라는 히라가나가 보인다. 김 사장은 "한곳에서 24년쯤 버섯요리 전문점을 하다 보니 제법 유명세를 타 가을이면 우리집 송이요리를 맛보기 위해 부산을 찾는 일본인들이 제법 있다"고 덧붙였다.
 일행은 조 회장과 부평동에서 의료기상사를 운영하며 이 집을 자주 찾는 '부산맛집기행' 회원 최명호 씨 등 3명. 최 씨의 안내로 더덕구이 중간 크기(1만 원)와 버섯전골 작은 것(1만 원)을 주문했다. 전골은 밥과 함께 나온다. 메뉴판에는 자연산송이 전골, 구이 등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송이의 경우 고향인 산청과 그 주변인 함양 거창 등 지리산 권역에서 채취한 것을 사용한다"며 "요즘엔 냉동보관기술이 발달해 향이 잘 살아 있다"고 말했다.
 돌판에 나온 더덕구이는 약간 매웠고 돼지고기가 들어 있다. "원래 버섯과 닭고기가 궁합이 좋은데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바꿔봤더니 반응이 좋아요."
 취나물 무침, 고추장아찌, 물김치, 김치전, 김치, 마늘장아찌,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밑반찬도 하나같이 깔끔하다. 시원한 맛에 먹는 물김치는 입안에 향이 돌면서 감칠 맛이 나고 울릉도산 취나물은 단골손님들이 가장 좋아한다. 무 배추는 하동의 밭에서 직접 키워 아예 거기서 김치를 담가오고, 마늘은 지인이 농사를 지어 직접 장아찌를 담아 보낸다. 고추는 영양 것만 사용하며 고등어구이는 매일 아침 공동어시장에서 직접 사와 아주 싱싱하다. 쌀은 하동, 흑미는 남해산이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우리 업소는 국내산 쌀 배추 김치 돼지고기 쇠고기만 취급합니다'라는 문구가 빈말이 아니다.
 버섯전골과 밥이 함께 나왔다. 표고 양송이 새송이 백일송이 목이 느타리버섯이 주재료이다. 밥은 공기밥이 아니라 약간 더 큰 그릇이다. 육고기가 아니라 버섯이다 보니 밥을 많이 담는데도 밥을 남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버섯전골은 모순 같지만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재차 맛을 봐도 그렇다. 맛깔스런 반찬과 기름진 밥 그리고 기가 막힌 버섯전골은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금세 한 그룻 뚝딱 비운다. 지난해 문경 대야산에서 맛본 자연산 버섯전골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버섯으로 만든 술도 있다. 더덕 영지 송이로 만든 버섯주(3000원), 자연산송이주(5000원)가 그것이다. 식사 후 영지버섯을 달인 영지차도 원할 경우 제공된다. 커피 또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 김 사장은 "단지 몇천 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초행이라면 찾기가 어렵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옛 삼보예식장을 지나 부평동 사거리로 가는 도중 우리은행 맞은편 BYC 가게로 들어오든지, 옛 미문화원 쪽 큰 도로에선 부산은행 부평동 지점에서 부평동시장 쪽으로 내려오면 만난다.
 우리은행 인근에 주차장도 있다. 시간 제한없이 무료. (051)245-0464

#주인장 한마디

배드민턴 동호인인 김갑임(사진) 사장은 배포가 큰 여장부였다. 이 불경기에 식재료와 심지어 커피까지 최고급으로 사용하는 데다 가격까지 현실적으로 받고 있어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려울수록 나눠 먹어야죠"라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불황이라 지금까지 써 오던 것을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낮추면 단골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김 사장의 단골들에 대한 배려는 아주 깊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절반이 단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단골들의 입맛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했다. 오늘 기자와 합석한 최 사장의 경우 평소 약간 싱겁게 드신다고 말했다. 물어보니 정말이었다.
 거의 매일 찾는 단골들을 위해선 버섯의 종류를 약간 달리하고 곁들이는 양념 또한 변화를 준다. 똑같은 맛을 내는 요리는 산해진미라도 물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요즘에는 기억력이 점차 줄어 단골들의 취향과 입맛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한다. 단골들을 위한 맞춤식 식단도 기억력 감퇴로 이제 오락가락한다는 것. 메모라도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만큼 손님들을 배려하는 식당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버섯만큼 가격에 비해 맛이 있고 영양가가 풍부한 재료가 없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 아닙니까."
 단골들 중 알 만한 유명 인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거 있잖아요, 대학교수 유도 선수(하형주였다), 개그맨 이경규 김영철, 지금은 말해도 되나요 전경환 씨요." 약간 머쓱했던지 한마디 더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짭짤한 그 맛 먹어볼수록 별미네"
조개는 고소한 중합이 적합
화이트와인 곁들이면 안성맞춤
허블 일종 바질 '약방의 감초'



 부산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이태리 레스토랑 '꼴라비니' 지배인인 신동훈(39) 씨. 그는 호텔을 대표하는 와인 소믈리에이다. 호텔 내 와인 관련, VIP고객 전담은 물론 외부에 강연을 나가기도 하는 '와인 전도사'이기도 하다. 

 평소 신 씨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로부터 어떤 와인에 어떤 음식이 잘 어울리는지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와인 전문가인 신 씨는 이 때문에 파스타를 비롯한 이태리 음식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방의 문턱도 자주 넘나들었다. 요리에도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태리 음식의 수많은 메뉴 중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봉골레 스파게티. 봉골레는 이태리어로 조개라는 뜻.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집에서 직접 해먹는 '봉골레 스파게티' 마니아다. 어깨 너머로 배운 곳이 호텔 이태리 레스토랑 주방이다 보니 그의 레시피는 정통 이태리 요리와 흡사하다.

<재료> 스파게티면 중합 올리브오일 바질 레몬 방울토마토 화이트와인 파슬리 마늘 건고추 양파 소금 통후추

재료 준비
1인분 기준일 경우 중합은 12개 정도 필요하다.  고소한 중합보다 백합이 약간 더 비싸다. 해감은 소금물에 2시간 정도 담가 음지에 두면 된다. 마늘(3쪽)은 가늘게 썰고 양파는 가급적 잘게 만든다. 건고추는 씨를 뺀다. 허브의 일종인 바질 일부는 올리브오일에 담가 절여 놓는다. 파슬리는 잘게 만들어 건조시켜 놓고 레몬은 4분의 1조각이면 충분하다.

면 삶기
초보자일 경우 면의 양을 재는 게 어렵다. 통상 성인 남자의 엄지와 검지로 동그랗게 원을 만든 후 다른 엄지가 쉽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면 1인분으로 보면 된다. 보통 80~100g 정도. 물에다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넣고 삶는다. 소금은 약간 짠맛이 날 정도면 된다. 올리브오일은 면이 서로 달라 붙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삶는 시간은 면 봉지 겉면에 표기돼 있다. 일반적으로 9분 정도. "면은 삶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 약간 덜 삶는 것이 맛있죠."

소스만들기
불에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적당히 두르고 얇게 썬 마늘과 양파를 넣고 볶는다. 해감시켜 놓은 중합을 넣고 불의 세기를 약간 올린다. 화이트와인을 조금 넣는다. 중합의 비릿한 맛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와인은 드라이한 것을 사용해야 된다. 그날 봉골레 스파게티와 함께 마실 와인이면 궁합이 더 맞다. 만일 와인이 없다면 면 삶은 물을 사용해도 된다. 중합의 입이 열릴 때까지 뚜껑을 닫아 놓자. 시간은 대략 3분 정도 걸린다. 불이 너무 세면 중합 껍질이 깨지니 유의하길. 중합의 입이 열리기 시작할 때 레몬을 짜 액을 흩뿌린 뒤 레몬을 아예 같이 팬에 넣는다. 이후 취향에 따라 통후추와 소금, 건고추 등으로 간을 맞추고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끓인다. 이때 너무 졸이면 짜질 수 있다. 간은 면 삶은 물로 조절 가능하다.

완성
물기 뺀 스파게티면을 넣은 뒤 소스가 골고루 스며들게 저어준다. 방울토마토도 넣고 불끄기 전에 올리브오일에 절여 놓은 바질을 넣는다. 파슬리와 생바질을 곁들이며 마무리를 한다. 바질은 장식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봉골레 스파게티에선 없어선 안 될 재료이다. 소금 후추만으로 허전한 공간을 바질이 메워준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어도 된다.


맛보기
처음 맛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짜다고 느낄 수 있다. 짠 걸 싫어하는 분들은 면 삶는 물에 소금을 줄이고, 화이트와인 대신 면 삶은 물을 조금 더 넣어서 조리하면 된다. 신 씨는 "처음엔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지만 몇 번만 먹어보면 매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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