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봉은 그동안 할 말이 많았겠다. 어느 산하 못지 않게 수려한 조망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품안의 곧게 뻗은 전나무 숲과 야생화 밭은 가히 삼림욕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울창하기 그지없다.

백두대간의 초점산에서 이어진 가야산 수도산 등과 함께 한 봉우리로 우뚝 솟아 있건만 어찌 속세의 산꾼들은 알아주지 않았던가. 기껏 언급돼봤자 수도암으로 유명한 김천의 수도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향하는 종주중 거쳐가는 하나의 산 정도. 봉우리가 낮아 안보였다면 이해라도 할텐데 1,430m의 가야산보다는 못하지만 1,317m의 수도산보다 9.7m나 높다. 영남알프스 봉우리중 누가 단지봉보다 높단 말인가.

뾰족한 돌산으로 접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산길은 인적이 드문 원시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정상 인근에는 연분홍 철쭉이 아직도 만개해 볼거리 또한 즐비하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과 경북 김천시 증산면 사이의 단지봉(일명 민봉)은 정상 인근 일부를 제외하곤 암석을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단지봉이란 이름은 산세가 아래는 배가 볼록하고 정상은 뚜껑을 덮어놓은 것처럼 편평한 단지모양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산행은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동촌마을 중촌교회에서 출발, 임도 시설비~거창 장씨 묘~탈의산~전망대~고비골 앞산~헬기장~단지봉~샘터~고비마을을 거쳐 중촌교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6시간 정도 걸리는 비교적 긴 여정.

 

중촌교회앞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오른쪽엔 면우정이란 정자가 있다. 20m 앞에 중촌보건진료소가 나타나면 오른쪽 길을, 다시 10m 앞에는 임도 개설비가 서있다. 왼쪽 시멘트포장길로 오른다. 네갈래 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주변은 온통 고추 감자 매화나무밭.때마침 만난 마을 촌로에게 단지봉 산길을 묻자 “그곳은 마을사람들도 안간지 4, 5년은 족히 돼 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뚫어야 하는 것이 근교산팀의 일.

들머리 찾기가 예사롭지 않다. 네갈래 길을 지나 150m 올라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다시 50m 뒤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흙길.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또다시 100m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왼쪽에 사과나무밭이 나온다. 열매를 봉지로 씌워 놓았다. 이때까지 대략 30분 소요. 흔적만 남은 넓은 길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왼쪽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100m 뒤 갈림길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10여분 뒤 좌우측에 무덤이 보인다. 마을촌로의 말대로 수년간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나무가지와 잡풀이 길을 가로막고 있고 곳곳에서 머리와 허리를 숙이기 일쑤다. 아예 길을 막고 서있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은 산행 도중 절반 정도 계속된다.

7, 8분 뒤 왼쪽에 또 무덤이 나오고 길 주변에 취나물이 늘려있다.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는 산길을 30여분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좁지만 제법 편평하다. 오른쪽이 틔어 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전나무가 유달리 이곳에선 굵다. 나무가지를 헤치고 15분 정도 걸으면 정면에 임도가 보이고, 오도산 비계산 별유산 의상봉 장군봉 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임도 삼거리 길에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오르는 샛길이 나온다. 회색빛 바위를 지나 오른쪽으로 간다. 거창 장씨 무덤 4기가 나온다. 덕유산 향적봉이 보이고 금원산 기백산이 저멀리 눈에 아른거린다. 무덤 사이 숲길로 향한다. 이제부터 산길이 없어 길찾기가 어렵다. 작은 무덤 1기를 지나 능선 방향을 따라 25분간 오르면 탈의산 정상. 정상석은 없고 지도상의 봉우리일 뿐이다.

 
  단지봉 정상 주변은 연분홍 산철쭉이 지천으로 피어 산꾼들을 반기고 있다.

이번엔 내리막길. 15분 정도 편하게 걸으면 이름모를 야생화밭이 나오는데 쭉 뻗은 전나무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30여분 땀을 바짝 내고 오르면 왼쪽에 무덤이 나오고 그 뒤로 산길이 모처럼 열린다. 여기서 25분 정도 걸으면 이번 산행 첫 전망대가 나온다. 두루봉과 가야산 능선이 선명하게 눈에 잡히고 왼쪽으로 양각산 흰대미산 신성봉 수도단 단지봉이 펼쳐져 있다. 또 한군데의 전망대를 지나면 곧바로 고비골 앞산 정상. 낮은 돌탑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왼쪽에 흰대미산 양각산 신성봉 수도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정면에 곧 오를 단지봉이, 그 오른쪽에 가야산과 남산제일봉 별유산 두문산이 보인다.

직진해 15분 정도 걸으면 안부에 도착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이제 단지봉을 향해 오른다. 이때부터 길이 비교적 잘 나 있다. 5분 정도 걸으면 손바닥보다 큰 취나물이 아예 밭을 이루고 있다. 10분 뒤 전망대 발밑에선 날머리인 고비마을이 보이고 저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단지봉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난 길로 30m 걸으면 단지봉 정상. 이 30m 구간은 온통 철쭉 천지. 만개한 연분홍꽃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가면 가야산으로 가는 길.

하산은 헬기장 반대편 돌탑쪽으로 난 길로 내려선다. 이때 수도암이 보인다. 능선길을 따라 30여분 뒤 네갈래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수도산, 오른쪽 길은 수도리 방향. 왼쪽길을 택한다. 5분 후엔 샘터를 지나며 40분 뒤엔 고비마을에 닿는다. 이곳에서 들머리 중촌교회까지 30분 걸린다.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를 시작으로 매 50분마다 있다. 2시간40분 걸린다. 거창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방 중촌행 군내버스는 강양정류소(김정형 외과) 앞에서 오전 11시10분에 출발한다. 2천원(문의 서흥여객·055-944-3720). 강양정류소는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중촌에서 거창군내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5, 7시에 있다. 거창군내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후 8시, 8시30분, 9시, 10시30분에 있다. 4천5백원.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기차는 오후 8시35분, 9시39분, 10시6분, 10시25분에 있다. 6천2백원(주말 기준). 거창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오후 6시4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가다 구마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가조IC에서 빠져 나온다. 가조읍내 삼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가북 방향으로 간다. 가북읍에서 좌회전해 중촌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산꾼에게는 거창의 산을 산속의 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골이 깊고 명산이 즐비하다는 뜻일게다. 그에 걸맞은 수도산~가야산 종주는 2박3일의 산타는 재미로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중간에 솟은 단지봉에서 야영을 하며 하늘을 보라. 떠오르는 달을 보며 자연의 신비감에 도취될 것이다. 들머리 중촌리 동촌마을은 다원으로 다비지라 부르며 1896년 면우 곽종석 선생이 다전이라 이름 지었다. 이에 김해 김씨 고연공 삼형제가 다전에서 호를 따 다봉 다포 다태라 하였다는 ‘면우 선생 다전 사적비’가 초입의 면우정에 있다. 찻물에 쓰였던 차샘도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샘터는 종주를 즐기는 산꾼에게는 생명과 같은 샘. 감로수의 차디찬 물맛을 보라.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고 산행시 산길에 유의하자. 전체적으로 산길을 기대하지 말자. 그만큼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호젓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5.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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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우뚝 솟은 산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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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산. 별개로 보이지만 오묘한 조화로 궁합이 맞을 땐 기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거제도 망산(望山·397m)이 아주 좋은 본보기.

망산은 우선 거제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아주 즐겁다. 신거제대교로 견내랑해협을 지나 어느 방향으로 달리더라도 탁 트인 해안가 절경과 쪽빛바다가 이어진다. 이쯤되면 섬에 왜 왔는지 착각이 일 정도다. 산 정상에 오르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봐왔던 단편적인 절경들이 다도해라는 한폭의 초대형 풍경화로 다가온다.

망산은 조선조 말기 국운이 기울면서 왜구의 침범이 잦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산 정상에 올라 왜구 선박의 감시를 위해 망을 보았다 해서 명명됐다. 그래서 망산은 울창한 숲으로 인한 산 자체의 빼어난 아름다움보다는 조망이 뛰어나다는 점이 우선 부각된다.

조선조말 당시의 ‘망’이 생사의 귀로에 선 절대절명의 ‘망’이라면 오늘날의 ‘망’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을 관찰하는 즐거운 조망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날씨가 청명하면 다도해의 절경 뿐만 아니라 대마도와 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명사마을에서 홍포 방향으로 200m쯤 걸어가면 길 왼쪽에 ‘망산 정상 1.8㎞’라고 적힌 푯말이 보인다. 거제도는 망산 뿐만 아니라 모든 산행길 초입에 이같은 안내판이 친절하게 서있다.

산행은 이 팻말을 들머리로 칼바위등~망산 정상~해미장골등~내봉산 정상~여차등~각지미~14번 국도의 시점인 저구마을 입구까지. 산행시간이 3시간30분이라고 적혀 있지만 4시간30분 이상은 족히 걸린다.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오른편에 쪽빛바다와 굴 양식장의 부표가 보이는 가운데 산행 들머리로 진입한다. 2분후 갈림길. 오른쪽 길로 오른 후 곧 대형 무덤 1기가 나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푹신한 산길은 산책로를 걷는 듯하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육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에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윗길을 힘들게 지나면 곧 첫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오른쪽 발밑에는 명사마을과 명사해수욕장 명사초등학교 교사가 보이고 바다 위에는 소형어선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산은 군 작전도로인지 허리를 잘라 도로를 만들어 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8분쯤 후에 만나는 두번째 전망대는 천길 낭떠러지. 그래서 칼바위등이라고 불렀나.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오싹해진다. 눈 앞에는 죽도 장사도 용초도 비진도가 보이고 그 너머로 한산도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 도중엔 숲이 울창해 다도해의 비경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전망대에선 각도를 달리해 쪽빛 바다와 섬들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산행의 특징이다. 그 때문인지 전망대가 오랜 갈증후 마시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땀을 내며 10분 정도 걸으면 이번엔 편평한 반석 전망대가 나온다. 이제 명사마을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저 멀리 오른쪽에 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정면에 노자산 가라산이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파른 산길을 계속 오르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거기엔 ‘망산’ ‘명사’ 방향을 가리키는 푯말이 서있다. 이로부터 10분 정도면 망산 정상. 눈 앞에 펼쳐지는 섬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조망도가 친절하게 자리해 큰 도움이 된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왼쪽으로부터 가왕도 소매물도 어류도 욕지도 장사도 비진도 한산도 추봉도 등 20여개의 섬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으로 떠있다. 땀방울을 걷어내주는 해풍의 시원함까지 보태지니 부지불식간에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먹는 김밥은 꿀맛이다. 솔개인지 매인지 정확히 구분은 안되지만 하여튼 2마리의 공중곡예도 이채롭다.

하산은 이정표 방향대로 홍포(1.1㎞) 내봉산(1.9㎞) 여차(2.7㎞) 저구(4.9㎞) 방향으로 내려선다. 15분 뒤에는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하면 홍포 무지개마을로 내려간다. 직진한다. 숲이 어찌나 짙은지 해풍이 스미지 않은데다 대낮인데도 밝지 못하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바위 능선길은 예상외로 쉽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 산세만 보면 숲이 우거진 육산이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여간 험한 길이 아니다. 아예 절벽을 올라야만 하는 곳도 기다리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40여분 오르면 내봉산 정상에 앞선 암봉에 이르고 거기서 5분 정도 걸으면 내봉산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서 보면 망산 정상보다는 바로 옆 봉우리가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멀리 북쪽으로는 장승포 옥녀봉이 얼핏 보인다.

정상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심한 내리막길이어서 로프가 놓여있고 밑에는 나무둥치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30여분 후 갈림길이 나오면 여차등. 나무푯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여차마을. 직진한다. 날머리인 저구까지는 아직도 2.7㎞. 이제부터는 본격 오르막. 한동안 사라졌던 새소리가 다시 들린다. 10여분쯤 후엔 세말번디라는 봉우리에 닿는다. 산행중에는 이곳이 세말번디라는 안내판이 전혀없다. 이후 오르막 내리막 평길 등을 번갈아 2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각지미라는 곳이다. 안보이던 명사마을이 왼편에 다시 보인다. 여차등부터 이곳까지 30여분 구간이 온통 숲길이었던지라 답답함을 여기서 모두 풀자.


 

지금부터는 호젓한 산길. 다시 전망대. 오른쪽에 저구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저구항 방파제에는 흰색과 빨간색의 등대가 양편에 서있다. 이곳에서 도로까지는 10여분 걸리고 저구 사거리에서 왼쪽방향으로 가면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까지 25분이면 충분하다.

/ 글·사진=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 교통편 >

이번 산행의 대중교통편은 이용하기가 힘들다.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제 고현행 첫차인 오전 8시30분 시외버스를 타더라도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명사마을을 경유하는 군내버스가 오후 1시45분에 있기 때문이다. 명사마을에는 하루에 고작 3번 버스가 다닐 만큼 교통편이 열악하다. 명사마을에서 고현으로 나가는 군내버스는 오후 3시30분, 7시45분에 있다.

따라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마산 창원 방향으로 진입한 후 마산 톨게이트를 지나 서마산IC에서 빠져나온다. 이후부터는 ‘통영’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보고 14번 국도를 달리자.

거제도에선 신거제대교를 건너 좌회전, 고현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차를 돌려 거제자연휴양림~다대~저구를 거쳐 명사마을회관 앞에 차를 주차한다. 이곳에서 산행 들머리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산행을 마치고 여유가 있으면 홍포(무지개마을)에서 여차까지 드라이브를 해보자. 4㎞ 정도인 이 구간은 국내 여행서 선정 5대 드라이브 코스에 꼽힐 정도로 조망이 뛰어나다.

< 떠나기 전에 >


망산은 거제도의 최남단에 있는 터에 노자산 가라산 산방산 옥녀봉 계룡산 등 거제도 10대 명산의 시발점이자 끝으로, 거제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엔 왜구가 출몰할 때에 망을 보던 중요한 군사경계시설이었다. 지금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전망대로 더욱 유명하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보노라면 답답했던 우리네 가슴이 확 열릴 것이다.

망산은 네가닥의 등산로가 있으며 깎아지른 듯한 해안을 끼고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산은 작은 다대마을 너머 남쪽에 있고 앞바다에 작은 섬들을 거느린 대·소병대도가 점점이 떠있어 이 섬들을 바라보고 지키는 곳이라 하여 여차(汝次)라 한다. 여차몽돌해변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홍포(虹浦) 무지개 마을은 조선시대 도선 스님의 예언에 따르면 ‘저멀리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이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곳이며, 나아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식수는 미리 준비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5.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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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주시 산내면에 걸쳐있는 옹강산(831.8m)은 산꾼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게 닿은 산이다. 산깨나 탄다고 차저하는 산꾼들도 이름만 겨우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이다. 부산 경남 산꾼들이 주말이면 가장 즐겨찾는 영남알프스를 언급할 때면 거기에 묻혀 이따금씩 언급될 정도로 산꾼들의 관심 밖이었다.

옹강산은 해발 1천m급 영남알프스 산군의 북쪽에 이웃하고 있다. 북적되는 남녘의 영남알프스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던 옹강산은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때묻지 않아 원시의 깨끗함과 풋풋함을 그대로 간직한 미답의 산이다.

옹강산의 언론 데뷔는 5, 6년 전 국제신문 근교산팀에 의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마을 촌로의 한마디.

“10여년 전만 해도 산이 험하고 길이 없어 우리들도 잘 안올라갔제. 근데 부산의 무슨 신문사에서 와서 노란 리본을 달고 간 이후부터는 도시의 등산객들이 가끔 보이고 사람들이 자주 다녀 이제는 길이 나 있제.”

운문호를 조망해보는 옹강산 서남쪽 산행이 그 전의 코스라면 이번 코스는 ‘불고기 마을’로 유명한 경주 산내면을 지나 옹강산의 북동쪽에서 출발해 옹강산으로 치고 올라오는 코스를 택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거의 개척산행이다.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마당에 활짝 핀 모란과 수국이 산꾼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오르내릴 때 산길이 비교적 험한데다 능선길마저도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만만찮다. 군데군데 길도 끊어져 있어 체력소모 또한 대단하다.

산행은 경주 산내면 일부리 심원사에서 출발해 전망대~산내읍으로 향하는 삼거리길~도수골만디~까끌바위봉~삼계리재~옹강산 정상~삼거리 갈림길을 거쳐 심원소류지(저수지) 북쪽 도로까지. 대략 6시간30분 걸린다. 날머리에서 들머리 심원사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걸려 원점회귀 산행으로 봐도 무방하다.

산행은 심원사앞 다리를 지나 산문 오른쪽으로 난 길에서 출발한다. 산문 옆에 수국이 만개해 있다. 오른쪽엔 고추 모종을 심은 밭이다. 50m쯤 걸었을까. 왼쪽에는 나중에 사용할 고추대가 2m 간격으로 두 뭉치로 나눠져 있다. 그 사이로 오른다. 본격 산길이다. 곧 추어탕의 재료인 지피나무 잎의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비가 그친 직후라 오른쪽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햇빛은 비갠 후 시골길의 풍경을 묘사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도입부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5분 후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이 더 넓어 일반적인 산행로 같지만 직진한다. 산길의 상태로 보아 최근 사람이 다니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능선까지의 오르막길은 길이라고 자신있게 확신할만한 구간이 거의 없다. 뻗어나온 나뭇가지와 잡목은 곳곳에서 길을 막고 있다. 체력소모가 여간 크지 않다. 결과론적이지만 정글에서 넝쿨을 헤칠 때 사용하는 칼이 있었으면 큰 도움이 될 법했다.

30분 정도 이같은 고행(?)을 반복하다 보면 숯을 구웠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마터가 나온다. 주변 바닥엔 작은 숯 조각이 널려있다. 낙엽 또한 발목 깊이 이상으로 푹푹 빠진다.

5분 후엔 너덜지대. 길 옆에는 산철쭉이 반긴다. 15분 쯤 후에도 또 너덜지대. 이 곳을 지나면 봄나물 천지. 우산나물 취나물 고사리와 일부 두릅나무. 채식주의자는 반드시 나물주머니를 별도로 준비하자.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마당에 활짝 핀 모란과 수국이 산꾼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특히 두번째 너덜지대를 지나면 길 찾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특별한 지형지물도 없기에 국제신문 노란리본을 반드시 확인하자.

이렇게 1시간40분 정도 땀을 내고 오르면 능선에 닿는다. 능선에 올라도 조망은 주변 나무에 가려 좋지 못하다. 능선길도 평탄한 길이 못된다. 길만 나 있을 뿐 나뭇가지를 치고 전진해야 한다.

10여분 후 이번 산행의 첫 전망대가 나온다. 건너편 가까이에 방매산이 보이고 고개돌려 남서쪽으로 향하면 우리가 오를 옹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25분, 방매산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난다. 이후 헬기장인지 묘지터인지 알 수 없는 넉넉한 평지가 모처럼 나온다. 이제부터 내리막길과 평길 오르막의 연속. 나무 사이로 보이는 산이 앞으로 넘어야 할 봉우리.

두번째 전망대는 15분쯤 뒤에 나온다. 왼쪽 뒤엔 문복산이, 정면에는 까끌바위봉이, 그 뒤에는 청도 귀바위가 시야에 잡히고 중앙 제일 뒤쪽엔 영남알프스 운문산과 그 옆으로 범봉 억산 사자봉 구만산쪽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제일 오른쪽에 옹강산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옹강산은 여름에 오면 좋으리라. 하늘과 맞닿은 능선길이 아니라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기에.

전망대에서 30분쯤 뒤에 방금 왔던 능선과 다른 새 능선으로 갈아탄다. 이때 왼쪽으로 가면 산내면이니 유의하자. 정면엔 백운산이, 그 우측으로 고헌산이 이어진다.

오른쪽 능선을 탄다. 유의해야할 또 하나의 갈림길이 나온다. 남쪽인 왼쪽으로 난 문복산 길을 조심하자. 삼계리 혹은 옹강산 방면인 오른쪽길을 택한다. 지금 산꾼들은 운문령에서 차를 내려 문복산~옹강산 코스를 선호하는 추세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면 까끌바위봉을 지난다. 봉우리를 알리는 입석은 없지만 이곳을 지나면서 능선이 왼쪽으로 크게 꺾여 내려간다. 2, 3분 지났을까 무심코 왼쪽을 쳐다보니 문복산이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성큼 다가와 있다.

산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새 볼거리가 이쯤에서 등장한다. 바로 홍송이다. 처음엔 나홀로 멋진 자태를 뽐내더니 이후 2~3그루가 연달아 줄지어 나오면서 1시간 가량 띄엄띄엄 홍송이 산행길 왼쪽에서 반긴다. 홍송의 자태를 보는 재미로 걷다보면 안부인 삼계리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 왼쪽은 삼계리 방향이다. 이곳에서 옹강산 정상까지는 50분 정도. 정상은 나무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다. 오히려 정상에 앞서 만나는 전망대에서 풍광을 만끽하자.

하산은 정상에서 왔던 길로 6분 정도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을 택하자. 오른쪽 길은 방금 왔던 길.

하산길도 그리 쉽지가 않다. 잡목과 수풀이 우거져 헤쳐나오기가 만만찮다. 도로로 나오려면 족히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여기서 심원소류지를 지나 심원사 주차장까지는 14분 걸린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 교통편 >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을 첫차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1시간10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내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오전 7시, 9시45분, 11시45분에 있다. 산내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산행 들머리인 심원사까지 개인택시를 이용하면 1만5천원. (054)751-4140

경주에서 산내까지 좌석버스는 오전 7시30분, 8시23분, 9시5분, 9시41분, 10시53분, 11시05, 11시50분에 출발한다. 1천9백원. 경주에서 산행 초입 마을인 일부리까지는 낮 12시24분, 오후 4시24분에 있다. 일부리에서 산내 경주쪽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지금은 마을 다리 공사 때문에 원래 종점인 일부리 마을회관이 아니라 당산나무 앞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빠져나와 석남사 방향 24번 국도를 탄다. 경주와 갈라지는 둥근정삼거리에서 경주방향으로 길을 택한다. 산내 불고기 단지를 지나 산내네거리에서 청도 운문 방향 20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외칠리 입구(큰 간판은 일부양어장 낚시터가든)에서 좌회전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좌회전, 심원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진입하면 외칠2리 새마을회관을 지나며 이후부터 심원사까지는 외길이다. 비포장도로가 나오므로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떠나기전에 >

경주시 산내면의 옹강산은 일부리를 에워싸고 있다. ‘아부터’ 또는 ‘일부’라 불렀는데 심천리(深川里)를 통합하여 부르고 있다. 약 300년전 밀양 박씨의 문용(文溶)이라는 사람이 마을을 개척하였다 하며 하루에 한집씩 부자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해서 일부(日富), 일비라 부르게 되었다.

들머리인 심천동은 옹강산에서 신원리에 이르는 골짜기가 길다는 뜻이다. 인근 마을 중에서 해가 제일 늦게 지고 마치 해를 공중에 매달아 놓은 듯하다고 해서 부르는 ‘괘일’, 골짜기가 자처럼 길다랗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장척’(長尺) 등 긴 골짜기를 두고 지어진 이름이다. 외칠리에서 심원사까지는 10km의 먼길로 지금 골짜기 안에는 수해로 인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오지로 교통이 매우 불편하지만 심원지에 비쳐지는 옹강산, 도수골만디, 심원사의 그림 같은 풍경이 충분히 보상을 해 줄것이다. 식수는 충분히 준비하며 심원사 뒤 산길에 유의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05.14 19:41
 
 낙동정맥이 동해안을 끼고 남으로 달리다가 한반도 남동쪽 오지에서 솟구친 영남알프스. 이 영남알프스의 기점이자 최고봉인 가지산(1,240m)은 부산경남지역에서 산 깨나 타는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밟아본 경험이 있는 명산이다. 가지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영남알프스를 논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산세나 조망이 뛰어나다.

 국제신문 근교산팀도 동호인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따라 지금까지 운문산~가지산 구간을 포함, 4회에 걸쳐 영남알프스 종주를 비롯 학심이계곡 코스, 북릉 코스 등 대여섯번에 걸쳐 가지산을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가지산 중봉 코스는 이창우 산행대장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울산쪽에서 가지산으로 오르는 코스중 주변 조망이나 암릉으로 인한 적절한 기복 등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켜주는 모든 조건을 구비한 완벽한 구간이다.

가지산 중봉에서 오른편 아래로 용수골을 바라보면서 호박소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하산 코스 또한 산철쭉 군락지와 함께 조망이 뛰어난 암릉 코스여서 산철쭉이 만개하는 이달부터는 환상적인 코스로 동호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산행 도중 산에 대한 표현을 과묵할 정도로 아끼는 이 산행대장의 입에서 나온 것이기에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산행은 석남사 버스주차장에서 밀양 방향 24번 국도를 따라가면서 시작한다. 천주교 살티성지와 살티요를 지나 20여분 걷다보면 오른편에 ‘일반국도 24’라고 적힌 제법 큰 도로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 오른편으로 난 산길을 들머리로 잡은 후 입석 삼각바위 등을 지나는 암릉구간~석남고개~769m봉~전망대~매점~가지산 중봉~가지산 정상~가지산 중봉~산철쭉 군락지~888.5m봉~묘지~암릉구간~호박소 주차장. 대략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에서 산길로 100m 정도를 걸어가면 ‘낙석주의’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주변 소나무가 위압감을 줄 정도로 키가 크다. 바로 옆 계곡쪽엔 고로쇠약수를 채취하고 치우지 않은 호스가 보인다.

 

쓰러진 나무를 지나 계곡을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검은색 파이프라인이 같은 방향으로 놓여있다.

10여분쯤 걸으면 정면에 암벽이 가로막고 있다. 암벽 왼쪽 끄트머리에는 작은 폭포가 보인다. 흘러내리는 수량은 적지만 초록색의 이끼가 선명하다. 오른쪽으로 에둘러 간다.

5분 후엔 능선에 닿는다. 만춘의 산은 완전히 제 색깔을 드러내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르다. 약간의 암릉길과 산죽을 지나면 다시 24번 국도로 올라선다. 정면에 산사태 방지를 위해 경사지를 그물로 씌워놓았고 그 밑에는 ‘낙석지역(Falling Rock Area)’이라고 적힌 노란색 입간판이 서있다. 그 오른편에는 휴식공간을 위한 벤치가 보인다. 그 사이 왼쪽 가파른 산길로 올라선다. 산죽길이다. 10분쯤 뒤엔 첫 전망대에 이른다. 정면에 가지산 중봉과 그 뒤 가지산 정상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쌀바위 귀바위 상운산이 우뚝 서있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 방향엔 오두산 배내봉과 배내골 올라가는 삼거리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암릉구간. 올라가면 갈수록 조망이 더 좋아지고 바위모양도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칼로 두부 자른듯 반듯하게 나란히 서있는 입석, 정삼각형 모양의 바위 등 가지각색이다. 이중 입석 바로 옆 새모양을 한 두개의 바위가 재미있다. 수컷인 듯한 왼쪽바위가 유혹하는 형상으로 다가가자 암컷인 오른쪽 바위가 결정을 못내리고 연신 하늘을 쳐다본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구간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도 되고 그 옆으로 난 산길로 가도 된다. 암릉길을 지나면 이제는 평범한 오솔길.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보면 능동산에서 가지산으로 가는 길목이다. 오른쪽으로 간다. 낙동정맥 능선길이며 어느새 밀양이다. 지금부터는 이정표와 길 안내 리본이 자주 나타난다. 능선을 중심으로 좌우에 석남터널 울산쪽, 밀양쪽 입구와 뒤로는 능동산 방향의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돌탑도 눈에 띈다.


 

석남고개를 지나면 매점이 나온다. 통상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라면 막걸리 커피 그리고 각종 음료수가 구비돼 있다.

매점에서 출발하면 곧바로 오르막길. 식사를 마친 배부른 꾼들을 위해 로프와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놨다. 20분 후엔 다시 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엔 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30여분 땀을 내며 바짝 오르면 가지산 중봉(1,160m). 이곳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정상에선 영남알프스 맏형답게 운문산 간월산 문복산 고헌산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등 8개의 봉우리 모두 볼 수 있다. 정상은 다음 산행길을 결정하는 정거장. 서쪽으론 아랫재 백운산, 동쪽으론 쌀바위, 북쪽으론 청도 귀바위 방향이다. 하산 도중 밀양고개에서 용수골로 가는 길이 있지만 중봉으로 다시 와서 119팻말이 적힌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자.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왼쪽은 석남터널 밀양방향. 하산길도 오를 때와 유사하다. 양편에 산철쭉 군락지가 보인다. 만개한 산철쭉을 보려면 이달중 한번 더 와야할 것 같다. 1시간쯤 정신없이 내려오면 주위 조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암릉길이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엔 너른 베틀바위가, 정면엔 백운산 능선이 보인다. 30분 정도의 암릉길과 15분 정도의 가파른 산길을 지나면 산행 종점인 호박소주차장이 나온다.

/ 글 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떠나기 전에>

가지산에는 주봉을 향하여 많은 산길이 열려 있다. 그 중에서도 가지산 북릉길 백운능선 쌍두봉능선은 가지산을 향하여 오르는 산길중 으뜸으로 친다.

이에 취재팀은 울산의 살티코스를 추가하여 가지산의 최고 산행길중의 하나로 추천한다. 들머리의 살티는 임진왜란때는 화살을 만들었다 하며 울주군의 오지로서 죽림굴과 함께 천주교의 성지로 찾는 이가 많다. 지금 덕현계곡이 있는 살티마을에 가면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고즈넉한 전원풍경은 사라지고 개발이란 명분아래 가지산 밑을 뚫고 있는 터널공사가 지축을 뒤흔든다. 조금 먼저 가려는 마음에 인간은 자연을 쉽게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중봉에서 내려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쇠점골의 수림이다. 지금은 붉은 흙빛이 계곡을 덮고 있다. 쇠점골은 자연의 보고로 산악동호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산허리를 맴도는 도로를 내면서 계곡을 파괴하더니 다시 터널공사로 쇠점골은 영원히 사라질 판이다. 중봉을 오르는 주위에는 수백년 묵은 진달래가 많이 있다. 그 굵기와 크기에 놀랄 것이다. 석남사 입구에는 가지산의 청정수로 키운 언양미나리가 많다. 한단쯤 사서 가족과 함께 입맛을 돋우어보자. 식수는 충분히 준비를 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 터미널에 서 언양 시외버스터미 널행 시 외버스는 오전 6시30분을 첫 차로 20~30분 간 격으로 있다. 2천8백원. 언양시외 버스터미 널에서 석 남사행 버스는 매시 15분, 45분에 출 발한다. 1천2백원. 날 머리 지점인 호박소 에서 석남사행 시외버스 는 오후 3시30분, 4시, 5시10분, 6시 10분에 있다. 1천5백원 . 석남사에서 언양시외 버스터미 널행 버스는 오후 4시10분, 40분 , 오후 5시10분, 40분에 있다. 1천2백원 . 언양시 외버스터 미널에서 노포동종합 터미널행 시외버 스는오후 5시 5분, 35분, 6시, 6시30분, 6시45분, 7시5분, 25분, 45분 등 이며 막 차는오후 8시 30분이다. 2천 8백원. 노포동종합터미널~석남사행 시외버 스 노선은 승객이 적 어 폐지 됐다.
승용차 를 이 용할 경우 경부고속 도로를 타고 서울산IC에서 빠져 나오면 석남
사 이정 표가 친 절하게 안 내하고 있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4.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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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마술사다. 형형색색 꽃들을 단번에 쏟아내지 않고 변덕이 심한 인간들을 배려한 듯 시기별로 요술 보따리에서 세상에 하나씩 내놓는다. 빨간 동백을 시작으로 매화 개나리 벚꽃 진달래 철쭉 복사꽃 배꽃 그리고 이름모를 야생화까지. 그래서 꽃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은 겨우내 봄을 사무치게 기다린다. 봄의 이러한 사려깊음을 인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알 길이 없지만.

벚꽃은 이미 꽃비를 뿌린지 오래고 지금은 진홍 분홍 하얀색의 철쭉이 거리 곳곳에 만개해 있다. 연분홍 진달래 또한 ‘님을 향해 즈려 밟힌지’ 오래다.

하지만 대운산 정상에선 도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심보다 구름에 더 가깝기를 바라는 이 산은 낮은 기온 탓에 아직도 진달래가 한창이거나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심에서 아주 멀거나 필부가 못오를 만큼 그리 높거나 험하지도 않다. 거제도 대금산이나 여수 영취산마냥 질릴 정도로 온 산이 진달래로 덮여 있지도 않다. 그저 길 양쪽에서 진달래가 산행 내내 오랫동안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과 울산시 울주군 온양면에 걸쳐있는 대운산(大雲山·742m). 이번 주말 만사를 제치고 봄기운이 어렵사리 피워놓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아직도 불러보지 못한 상춘곡을 읊조려 보자. 긴 계곡과 수려한 소, 폭포 등 물이 풍부하고 산짐승이 많다. 대운산의 자랑은 무엇보다 대운산 제2봉 부근에서 정상으로 가는 50여분간 내내 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진다는 것.

 
대운산 제3주차장(상대주차장)에서 시작해 삼거리 전자안내판~나주 임씨 묘~318.4m봉~390.8m봉~대운산 제2봉~진달래 군락지~대운산 정상~헬기장~전망대~경주 이씨 묘~대운농장~철판다리~애기소를 거쳐 제3주자창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코스.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친절할 정도로 나무팻말이 자주 나와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들머리 온양면 남창리는 유명한 배 산지. 주차장을 지나면서 개울 건너 배나무밭엔 배꽃이 한창이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지나는 대운교엔 연등이 일렬로 걸려있다. 삼거리 정면에는 울주군 재해대책본부에서 세운 대형 전자안내판이 서있다. 그 옆에 직진하면 대운산 제2봉 4.6㎞, 내원암 1.5㎞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내원암 방향으로 5m 직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이번 주를 고비로 산이 완연히 제 색깔을 찾고 있다. 갓 나온 새 잎은 아기의 세살적 뽀얀 피부처럼 깨끗하다. 왼쪽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마치 여름이 온 것 처럼 시원하다.

산 밑엔 정상과는 달리 진달래가 지고 있고 산철쭉이 많이 보인다. 꿩 한마리가 풀 숲에서 뛰어 오른다. 첫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로 잡는다. 왼쪽 길은 물소리가 들리는 애기소 방향.

15분 정도 오르면 봉분이 거의 없어진 나주 임씨 묘. 오른쪽 저 멀리 기암절벽이 눈에 띄고 산 허리에 난 임도를 따라 내원암으로 등산객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10분 후 첫 전망대. 뒤돌아보면 왼쪽에 달음산이, 정면에 삼각산 불광산과 원효대사의 전설이 서린 척판암이 보인다. 계속 직진. 왼쪽 저 멀리 곧 오를 대운산 정상이 서있다. 하지만 푸르름이 없다. 같은 산 봉우리라도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것일까.

 
용이 승천하는 모양을 한 소나무와 돌탑 들을 지나면 오른편에 나무 사이로 내원암이 보인다. 불과 0.2㎞ 거리. 소나무가 시원하게 뻗어 평지에선 마치 산림욕장에 온 듯하다.

영월 엄씨 묘를 지나면 넘어야 할 작은 봉우리가 기다린다. 그 뒤엔 제2봉, 왼쪽엔 대운산 주봉, 그 왼쪽엔 하산할 능선. 산행시 가급적이면 앞으로 넘어야 할 봉우리나 능선을 보지 말자. 지레 겁을 먹고 힘이 빠질테니까.

땀을 흠뻑 낼 요량으로 1시간 정도 바짝 오르면 두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전망대에서 제2봉 정상까지는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제2봉의 조망은 주봉보다 뛰어나다. 망망대해로 거칠 것이 없다. 오른쪽에 1.3㎞ 거리의 제1봉과 꼬장산이 보이고, 정면엔 울산대 뒷산인 문수산, 그 왼쪽에 정족산 천성산이, 우리가 오를 대운산 정상 뒤편에는 시명산과 달음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제2봉에서 대운산 정상까지는 2.7㎞, 왼쪽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사방천지가 진달래. 정상까지의 50여분간 줄곧 길 양편에 늘어서있다. 이번 산행의 보람이다. 일부 구간에선 거대한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며, 키가 3~4m로 모두 크다. 진달래 군락을 보호하기 위해 가지치기를 한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기온 탓에 모두 만개는 안했지만 이번 주말이면 온통 연분홍으로 덮을 태세다.

 
정상에서 동으론 상대마을, 서쪽으론 시명산 방향. 하산길은 올라온 반대방향인 도통꼴과 박치꼴 사이의 남동쪽 능선길로 급하게 내려선다. 하행길은 상행길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좁은 오솔길.

20분 정도 지나면 이제 진달래가 띄엄띄엄해지고 참나무 등 활엽수가 비로소 초록빛을 띠기 시작한다.

길은 지그재그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다. 날파리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70㎝ 정도 길이의 이름모를 뱀이 길 옆을 지나간다.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을 지나 15분 뒤엔 두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이후 경주 이씨, 인동 장씨 묘를 차례로 지나고 대운농장이 나온다.

철판다리를 건너 10여분간 애기소가 있는 계곡을 끼고 임도를 걸으면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교통편]
이번 산행은 기차를 타고 떠난다. 부산역에서 남창행 동해남부선 통일호 열차는 오전 9시55분에 출발한다. 2천1백원. 남창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대행 버스를 탄다. 오전 10시15분, 11시25분 출발. 10~15분 걸린다. 800원. 나갈 땐 애기소 슈퍼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다. 오후 2시30분, 3시30분, 4시40분, 6시30분. 남창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통일호 기차는 오후 3시25분, 3시57분에 있다. 부전역이 종점인 통일호 기차는 5시21분에 있다. 1천8백원. 기차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남창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시외버스정류장에서 해운대역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기장에서 울산 방향으로 가는 14번 국도를 탄 후 대운산 이정표가 보이면 빠져 나와 크게 좌회전한다. 이후 굴다리를 통과, 대운산 공영 제 1, 2 주자창을 지나 상대주차장인 제3주차장에 주차한다. 무료.


[떠나기전에]
동국여지승람에는 대운산(大雲山)을 ‘예로부터 산 전체가 불광산으로 불렀다. 그 후 대운산으로 변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불광산은 부처를 뜻하는 의미라 생각되지만 ‘울산 지명사’에는 온양면의 역사를 배경으로 해석을 달았다. 불광산(佛光山)에서 불(佛)은 부처를 뜻하는 것보다는 성읍(城邑)이나 도시를 뜻하는 ‘불’로서 벌(伐) 불(弗) 불(火) 부리(夫里) 비리(卑離)와 같은 것에 대한 음차(音借)로 보아야 하며, 그래서 불광산의 뜻은 ‘밝은 성읍터 산’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한다. 대운산이란 이름도 광명의 산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운산은 산세의 품이 넓어 울산과 부산 양산시에 걸쳐 있으며 장안사계곡 상대계곡 등 많은 계곡을 끼고 있다. 특히 대운산 주봉에서 흐르는 도통골과 박치골은 원효대사의 수도처로 무아의 지경에 빠뜨린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동해의 푸르름, 맑은 날 대마도가 시야에 잡히는 대운산은 지금 정상에 타오르는 진달래가 절정이다. 진달래의 사열을 받아보는 운치있는 산행을 해보자. 시샘하는 날씨에 보온 의류와 식수는 미리 준비를 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4.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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