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는 근교산 <349> 내연산 매봉~향로봉

 
  내연산 산행 날머리에서 만나는 하옥계곡.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옥교(옛 향로교)에서 바라본 비취색 물빛과 기암괴석이 빚어내는 비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여름산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계곡산행. 등줄기를 따라 연신 흘러내리는 땀이 이내 속옷까지 적신다. 연신 물을 들이켜 보지만 해갈의 순간도 잠시. 비라도 세차게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 때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배낭을 팽개치고 한걸음에 뛰어가 머리를 물속에 푸욱 처박는다. 잠시후 발이라도 담글 양이면 온 몸에 짜릿하게 흐르는 전율,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가 아니런가.

경북 포항의 내연산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보경사와 12폭포.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은 아니지만 쌍생폭을 시작으로 삼보폭 관음폭 연산폭에 이르는 폭포들의 장쾌한 도열은 계곡산행의 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코스를 2년전 소개한 취재팀은 내연산의 또 다른 비경을 찾아 포항으로 떠났다. 이번에는 산행 도중 폭포를 만날 수 없다. 그러나 날머리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하옥계곡은 비취색의 물빛과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이어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특히 기암괴석을 덮고 있는 두터운 초록이끼와 낭떠러지에 도도히 서있는 소나무는 왜 이곳 지명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사는 곳’이라는 뜻의 둔세동(遁世洞)인지 절로 실감나게 한다.

내연산은 울진 통고산, 영덕 백암산, 청송 왕거암으로 내려오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동해 바닷가 쪽으로 벗어나 또아리를 튼 산. 평균 해발 500m 이상인 고산지대인데다 희귀수종 보존을 위해 지난 2001년 9월 수목원을 조성해 더욱 유명해졌다. 내연산은 매봉(응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산 천령산(우척봉) 삿갓봉으로 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행은 내연산수목원~삿갓봉~샘재~매봉~향로봉~하옥교(옛 향로교)로 이어지는 11㎞ 정도의 코스이고 5시간 정도 걸린다. 산길은 비교적 잘 나 있어 길 찾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들머리는 샘재인 내연산수목원. 68번 지방도를 타고 오다 ‘청하면’(뒷면엔 죽장면) ‘낙석위험지역’ 안내판이 연이어 나타나면 멈춘다. ‘낙석…’ 안내판 길 건너편으로 오른다. 오른쪽으로 돌아 왼쪽 수로를 따라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불초소와 잇단 그루터기를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길을 택해 10여분 걸으면 ‘삿갓봉’(716m) 이정표가 보이고 곧 정상. 사방이 온통 산이다. 올라온 길에서 정면에 천령산이, 왼쪽으로 향로봉 매봉이 보이고 우측으로 저 멀리 동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왔던 길로 되돌아 하산한다. 갈림길의 봉우리에서 오른쪽 능선의 내리막길을 타고 간다. 월성김씨 묘를 지나면 수목원. 길 왼쪽에는 벤치가 쉬었다 가라고 유혹하고, 그 뒤로 ‘꾸지나무’ ‘섬쑥부쟁이’ 등 각종 나무와 풀 이름이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그 사이로 보도블록이 쌓여있는 등 수목원은 한창 공사중이다. 고산식물원 안내판도 보인다.

우측 ‘등산로’ 팻말이 적힌 길로 오른다. 팻말에 따르면 이곳은 샘재이고 매봉과 향로봉은 각각 0.9㎞, 6.9㎞ 남았다. 주황색의 하늘나리꽃이 자주 보인다. 겉모양은 닮았지만 참나리와는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해있어 하늘나리다. 산행내내 잊을라 하면 나타나 무료함을 달래준다.

보도블록을 지나 15분쯤 뒤 갈림길.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내연산 매봉(816m). 정상석이 없으면 누가 정상이라 하리요. 계속 직진한다. 왼쪽에는 괘령산과 비학산이 보인다.

이제부터 전형적인 호젓한 산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지그재그길을 잇따라 만나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길이다. 능선 자체가 크게 우측으로 휘어져 있는 점도 참조하자.

하늘나리와 함께 노란 원추리꽃과 흰 까치수염꽃도 산꾼들의 친구. 산철쭉과 진달래도 도열하고 있어 봄에 오면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꽃밭등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시명리로 가는 갈림길에서 200m 올라서면 향로봉(930m) 정상. 매봉에서 2시간 정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이처럼 편안한 산길도 없다. 헬기장인 정상에는 어른 덩치보다 훨씬 큰 정상석이 서 있다. 그 오른쪽에는 뜻밖에도 무덤이 있다. 일망무제의 조망이 거칠 게 없다. 월포리 바닷가의 하얀 포말이 선명하고 코 앞에 천련산이 내려다 보인다. 그 오른편으로 삿갓봉 매봉이 이어져 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울창한 내연산 숲속을 거닐고 있는 부산의 산꾼들.

하산은 반대방향. ‘죽장하옥 4.5㎞’라고 적힌 이정표 방향으로 향한다. 15분 후 갈림길. 날머리인 향로교까지 3㎞라고 적힌 왼쪽 내리막길을 택한다. 흰색의 까치수염 군락지와 밧줄이 놓인 구간을 지나 1시간20분 정도 내려오면 비포장 923번 지방도를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하옥교(옛 향로교)~상옥을 지나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 오른쪽으로 가면 하옥 방향. 하옥교 일대의 하옥계곡은 산행후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으니 쉬어가자. 계곡을 따라 이어진 솔숲 또한 시원하기 그지없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떠나기전에'

포항시 최북단인 죽장면과 청하면 송라면, 영덕군 남정면에 걸쳐 있는 내연산은 주능선의 길이가 24㎞일 정도로 방대하다. 보경사 계곡의 12폭포와 내연산 일원은 근교산에서도 여러번 다루었다. 향로봉을 중심으로 천령산~삿갓봉, 향로봉~삼지봉~문수봉~보경사, 괘령산~비학산 코스 등이 바로 그것으로 지금도 산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샘재는 고갯마루에 샘이 있다. 이 샘은 상옥에서 청하를 넘는 민초들에게 휴식처가 되었으며 영덕군 오십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능선은 짙은 수림의 바다로 이어지고 하옥계곡으로 내려서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계곡은 솔밭과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는 적격이다. 하지만 비포장인데다 휴가기간에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시내버스가 하옥리 종점까지 운행하지 못하고 상옥리까지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하옥교에서 상옥리까지 3.6㎞를 걷는 수고를 해야 한다. 향로교의 다리는 새로 놓아 하옥교로 바뀌었으므로 혼동이 없기를.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포항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천8백원. 1시간30분 걸린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 건물인 포항시내버스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내연산수목원까지는 오전 10시15분 하옥행 시내버스를 탄다. 2천6백원. 산행 날머리인 하옥교에서 포항시내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한다. 3천1백원.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빠져나와 포항 영덕 방면으로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월포해수욕장 입구에서 좌회전, 925번 지방도로로 바꿔 탄다. 이어 내연산수목원 방향으로 우회전, 68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면 내연산수목원과 청하면·죽장면 경계가 잇따라 나온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7.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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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6> 하동 옥산

 
경남 하동군 옥종면 옥산(613.9m)은 현지에선 알아주는 산이다. 군 홈페이지의 추천 명산에 칠성봉 구재봉 등 이름깨나 있는 산들을 제치고 형제봉 금오산 등과 함께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산세로 봐 오르기 전에는 개척산행이 되지 않겠나 우려했지만 막상 품속에 한발 한발 내디뎌보면 의외로 산길이 잘 나 있고 험하지도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호젓하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흔히 산꾼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산줄기의 잣대로 보면 옥산은 낙동강의 남쪽에 위치한 낙남정맥에 일부 속한다. 주봉인 옥산은 낙남정맥에 비켜서 있지만 2봉과 3봉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에 속한다. 경남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낙남정맥에서 2봉, 3봉은 동으로 김해 분성산 신어산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삼신봉 영신봉으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옥산의 장점은 사방이 확 트인 뛰어난 조망. 장쾌하고 황홀할 정도다. 인근에 높은 산이 없어 쾌청한 날이면 지리산 천왕봉 웅석봉과 광양의 백운산 억불봉 남해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은 옥종면 옥종주유소~밤나무밭~옥산샘~옥산 정상~헬기장~2봉~옥산 천왕봉~2봉~3봉~임도를 거쳐 청수마을로 내려오며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종점인 청룡리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해 반대방향인 양구마을 쪽으로 향한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 가장 높은 산이 옥산이다. 도로변에 진노랑 삼잎국화가 반기고 곧 옥종주유소가 나온다. 그 앞에 ‘옥산목장’ ‘양구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우측으로 작은 하천을 따라 올라간다. 하지만 산으로 향하는 길은 하천 공사때문에 막혀 있어 왼쪽 논두렁 길로 가로질러 간다. 아스팔트 길과 만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주유소에서 50m 정도 더 걸어가면 비닐하우스가 나온다. 거기서 우측으로 오르면 논두렁 길에서 나온 길과 만난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난 넓은 시멘트길. 여기서 100m 정도 더 가면 다시 갈림길. 직진해 하천을 지나면 다시 갈림길. 왼쪽길로 오른다. 이 길이 결국은 하천 공사 때문에 막힌 길과 연결된다. 조금 더 오르면 왼쪽에 도가수로가 있다. 언뜻 다리처럼 보이지만 물을 모아 논에 댈 요량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좌측에 마을 정자나무가 보이면 또 갈림길. 왼쪽 흙길로 오른다. 오른쪽엔 무덤 2기가 보인다. 또 갈림길. 오른쪽 길을 택한다. 밤꽃이 지면서 밤알이 제법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곧 길 왼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팻말이 나오면 그쪽으로 들어선다. 10분 정도 뒤 네갈래길이 나오면 직진하고, 여기서 2, 3m 지나 왼쪽 산길로 오른다. 오랜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잡풀이 길을 막고 있지만 나무그늘이 햇볕을 막아주어 아주 시원하다. 10여분 후엔 옥산샘. 주변 나무가 유난히 푸르고 새울음소리도 크다. 물맛이 일품이니 여기서 물을 채워가자.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오르면 푸른 소나무숲이 기다린다. 약간 오르막이어서 그렇지 삼림욕장을 걷는 기분이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 마저 감돈다. 무덤 1기를 지나면 이따금 길 양측에 각종 야생화와 호랑나비가 눈에 띄어 산행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이렇게 30여분 찬찬히 걸으면 옥산 정상. 과거 산불이 났는지 5, 6그루의 나무와 정상석 그리고 바로 옆 산불초소 말고는 온통 잡풀 일색이다. 대신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은 탁월하다. 북쪽의 주산 구곡산과 그 뒤 지리산 천왕봉, 서쪽 칠성봉 구재봉 분기봉, 북서 삼신봉, 남으론 이명산 금오산 그리고 동쪽 발밑엔 날머리 양구마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심하다. 주황색 나리꽃과 산딸기나무 청미래덩굴 등이 많이 보인다. 15분쯤 내려가면 임도이자 사거리. 직진하면 헬기장. 10m 뒤 갈림길이 나오면 직진한다. 송림이지만 절반 가까이 말라 죽었다. 이후 호젓한 산길과 송림, 오르막 숲길을 10분간 번갈아 지나면 주능선이자 2봉에 닿는다. 지금부터 낙남정맥 구간이다. 왼쪽은 3봉, 오른쪽은 옥산 천왕봉(602m) 방향. 이번 산행은 천왕봉을 갔다가 2봉 3봉을 거쳐 하산할 계획. 우측으로 난 천왕봉길은 20여분간 가슴높이의 철쭉 군락지. 정상엔 이곳이 과거 행글라이더 활공장이었는지 안전수칙을 담은 안내판이 서있을 뿐 잡풀만이 쓸쓸히 자라있다. 전망 또한 일품이다. 팻말을 정면으로 보고 2시 방향이 옥산 주봉이고 2봉 3봉이 차례로 보인다. 이곳에서 다시 2봉을 거쳐 3봉까지는 능선길이 잘 나 있어 30여분이면 충분하다.

3봉에서 2, 3분 뒤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을 택한다. 다시 7, 8분 후 오른쪽 무덤 1기를 지난다. 소나무가 크고 아주 푸르다. 이후 잇딴 무덤을 지나면 임도. 직진하면 낙남정맥의 백토재로 가는 길.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옥종면 청수리 방향이다. 150여m 뒤엔 갈림길. 오른쪽 작은 길로 직진한다. 호젓한 산길이다. 우측에 물소리가 들리고 이후 고추밭 대나무숲을 지나 10여분 걸으면 도로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청수마을. 좌측 옥산을 보면 가장 높은 곳이 주봉, 그 왼쪽으로 2봉 3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진주행 버스를 탄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다시찾는 근교산 '교통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을 시작으로 8~10분 간격으로 있다. 6천원. 하동군 옥종면은 진주와 인접해 있어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하는 것이 더 빠르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옥종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20분, 9시40분, 10시10분, 11시에 있다. 3천원. 산행 날머리인 청수마을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후 3시25분, 4시25분, 5시5분, 5시55분, 6시45분, 7시20분, 8시25분(막차)에 출발한다. 2천7백원. 진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수시로 있다. 막차는 밤 9시10분. 6천원. 막차를 놓치더라도 심야버스가 밤 10시, 11시에 있다. 8천5백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를 지나 곤양IC를 빠져나와 58번 지방도를 타고 곤명면으로 간다. 삼거리에서 왼쪽 2번 국도인 하동 광양 표지판을 따라간다. 북천면에 들어서면 지리산 이정표가 보이고 오른쪽 1005번 단성 옥종 이정표를 따라간다. 백토재를 지나면 날머리 청수리와 옥산주유소, 들머리 양구리가 잇따라 나온다.





다시찾는 근교산 '떠나기 전에'

하동군 옥종면의 자랑은 옥산, 고령토와 티타늄, 그리고 불소유황온천이다. 옥종면의 진산인 옥산(玉山)은 낙남정맥에서 살짝 비껴난 산으로 청수옥산이라 불려지고 있다. 북천면 횡천면을 가르는 낙남정맥의 길로서 지리산과 연결되는 아담하고 소박한 산이다. 북으로 옥산을 감싸는 계곡인 무쇳골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정상에서 보는 조망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들머리인 옥산 중턱의 옥산샘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으로 양구마을 주민의 자랑이 대단하다. 산길은 뚜렷하다. 봄이면 철쭉이 낙남정맥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가족산행 또는 직장동료들과 한번쯤 찾아 볼 것을 권한다. 하산후 불소유황온천(055-884-5955)에 들러 피로를 풀어보자. 마을이름이 청수라 할 만큼 물이 맑고 깨끗하고 유황 불소 성분이 다량 함유된 알칼리성 온천이다. 지난 1998년 개발돼 비교적 깨끗하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7.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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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5> 김천 황악산

 
황악산(1,111m)은 백두대간 줄기가 추풍령에 이르러 잠시 주춤하다가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의 경계에서 다시 솟구친 전형적인 육산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남한 땅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황악산 하면 직지사가 연상될 만큼 불가분의 관계인 이곳은 강화도 마니산, 태백산 문수봉, 오대산 적멸보궁과 함께 ‘기를 폭포수처럼 뿜어낸다’는 생기처(生氣處)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황악산은 ‘다친 산짐승들이 생명력을 충전하는 곳’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황악산은 유달리 새가 많았다. 아니 새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다친 새들이 날아와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소리인지 아니면 고통을 이겨낸 환희의 합창인지 하여간 산행 도중 숲은 물론 계곡 주변까지 그들의 천국인양 다양한 울림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숲이 울창해서인지 직접 마주치는 기쁨은 누리지 못했다. 바위 틈인지 뻥뚫린 고목나무인지 그들만의 요새나 보금자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행은 직지사에서 출발해 능여계곡~주능선~백운봉~전망대~헬기장(2개)~황악산 정상 비로봉~형제봉~신선봉~부도비~능여계곡을 거쳐 직지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 대략 6시간쯤 걸린다.

산세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마을 뒷산 오르듯 두루뭉술하지만 막상 걸어보면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워낙 유명한 산이라 등산안내도가 잘 돼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 직지사 산문에 걸린 현판 내용이다. 진한 마한 변한의 삼한에서 가장 큰 고을로 한때 삼한대처(三韓大處)라 불렸던 김천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만세교를 지나면 왼쪽은 등산로, 오른쪽은 절로 가는 길. 등산로 방향으로 발걸음을 정한다. 황악교를 지나면서 계곡의 물소리가 거세진다. 오른편 잣나무 숲엔 열매가 가득하고 한창인 밤꽃내음이 코에 강하게 와닿는다.

 

직지사가 자랑하는 국제불교회관인 만덕전을 지나면 황악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4.4㎞. 보궁명적암, 중암, 백련암 입구를 지나면 다시 갈림길. 오른쪽이 운수암 가는 길이고 왼쪽이 등산로.

포근하고 울창한 숲길이다. 경사가 심해 나무계단과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 주변엔 산죽이 푸르다. 좀 이른 느낌이 들지만 매미소리가 저멀리 들린다. 반가웠다.

등줄기엔 땀이 흥건히 젖었지만 새소리 매미소리와 산세를 즐기다보니 어언 30여분. 주능선이다. 네개의 벤치가 있으니 호흡을 가다듬자. 정상까지 약 2.3㎞. 여기서부터 백두대간 능선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궤방령을 지나 추풍령이고 왼쪽으로 가면 황악산~삼도봉~덕유산을 거쳐 백두대간의 종점인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는 편안한 능선길. 연신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백운봉을 지나 20여분후엔 오른쪽 1시 방향으로 비로봉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펑퍼짐한 육산인줄 알았지만 바윗길이 보이고 이어 전망대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나타난다. 곧이어 작은 돌탑이 나오고 두개의 헬기장을 잇따라 지나면 곧바로 정상. 썩 좋은 조망이 아닌데다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주변 경관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지만 서쪽으로 민주지산, 남쪽으로 수도산 가야산, 동으로 금오산, 북으로는 포성봉이 포진해 있다.

하산은 오던 길에서 직진한다. 5분후 왼쪽에 전망대. 정면에 저멀리 직지사가, 발아래 능여계곡이 보인다. 주변엔 홀아비솟대나물과 떡치나물이 널려있다. 곧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직지사와 능여계곡으로 가는 길. 직진한다. 15분 후 형제봉에 다다른다. 딱히 알리는 표시는 없지만 오른편 저멀리 저수지가 보인다. 충북 영동 땅이다. 이 능선이 경북과 충북의 경계인 셈.

6, 7분 더 땀을 내면 삼거리. 오른쪽으로 가면 바람재.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면 이곳으로 가야한다. 이번 산행에선 왼쪽 신선봉을 향한다. 10분 정도 걷다보면 나무 사이로 바람재가 자세히 보인다. 200m 뒤에 또 갈림길. 계속 직진한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되지만 힘은 그리 들지 않는다.

20분쯤 후 또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 길은 잘린 소나무가 길을 막고 누워있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10여분 정도는 급경사 구간이니 조심하자. 동시에 나비들의 집단 서식지인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일단의 나비들이 날갯짓을 한다. 또 한번의 갈림길. 왼쪽길로 내려선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주변엔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여분간의 이 구간은 삼림욕장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

 
  동국제일가람인 직지사를 품고 있는 황악산은 예로부터 다친 산짐승들의 생기처로 알려져있어 유난히 새가 많다. 정상인 비로봉 앞100m 지점 산꾼들의 표정이밝다. 사진 아래쪽은 직지사 산문.

조금 더 내려오면 물소리가 들리고 계곡과 만난다. 계곡을 건너면 오른쪽에 부도 3기가 나란히 서 있다. 이곳을 지나면 물소리가 점차 커지며 삼거리길. 우측으로 150m 내려가면 또 부도 2기. 왼쪽엔 능여계곡. 곳곳에 작은 폭포와 소가 늘어서 탄성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물에 발을 담가 시원함을 느끼고 싶겠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므로 유의할 것. 7, 8분 후엔 본격 산행을 위해 지났던 시멘트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직지사 입구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떠나기전에'

황악산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김천의 진산이다. 김천의 산을 논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명산으로 그 유명한 직지사를 품고 있다. 직지사라는 절 이름은 능여스님이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량한 데서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온다. 조선시대에 학조(學祖)가 주지로 있었고 사명당 유정(惟政)이 여기서 승려가 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고구려의 아도(阿道)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며, 신라 눌지왕 2년 418년에 묵호자(墨胡子)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도리사(桃李寺)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한다. 경내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319호) 대웅전 앞 3층석탑(보물 606호) 비로전 앞 3층석탑(보물 607호) 대웅전 삼존불 탱화 3폭(보물 670호) 청풍료(淸風寮)앞 3층석탑(보물 1186호)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황악산의 황(黃)은 중앙, 중심이란 뜻이며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三道)에 걸쳐 있다. 학이 많아 황학산(黃鶴山)이라고도 불렸지만 옛 문헌에는 이상하게도 황악산이라고 표기돼 있다. 산행 들머리인 매표소를 지나면 만세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전 왼쪽에 있는 직지사 약수정은 한국의 5대 명수로 물맛이 담백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꼭 들러 물맛을 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경부선 새마을 호나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새마을호의 경우 부산역에서 오전 6시, 11시에 있고 돌아올 땐 김천역에서 오후 4시5분, 8시33분에 출발한다. 1만4천4백원(주말요금 기준).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부터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김천역에서 부산행 막차는 밤 9시37분. 주말 9천8백원.

김천역에서 직지사로 가는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보통 25분 걸린다. 111, 11번으로 요금은 시내버스 800원, 좌석버스 1천1백50원. 부산에서 김천으로 가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없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김천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한다. 다리를 건너 다시 우회전하면 영동 대전간 국도를 따라간다. 덕천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굴다리를 지나면 된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돼 있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06.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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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4> 부산 강서 봉화산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리는 산꾼들도 사석에서 가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모처럼 늦잠을 잔 일요일 오전에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고즈넉한 부산의 숨은 산이 어디 없을까 하고.

금정산 등 주말이면 사람들이 대거 몰리지 않고 주변 조망이 탁트인데다 산세 마저 험하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오를 수 있으며 더욱 좋은 그런 산 말이다.

지도를 펴놓고 부산의 봉우리들을 훑은 결과 부산의 서쪽 끄트머리인 강서쪽에 눈길이 간다. 국토의 서쪽 혹은 서북쪽에서 달려온 봉우리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멈춰버린 낙남정맥의 응혈처.

이곳 중심부엔 봉수대가 정상에 서있는 봉화산(烽火山)이 있다. 북으로는 천마산으로 이어지고 동으로 의성봉, 서로는 보개(보배)산 산세가 휘돌아 솟아있다. 바다 건너엔 가덕도 연대봉과 응봉.

도심의 산이라 체력단련장이 곳곳에 있지만 일부 구간은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짙은 숲에 가려 좀처럼 하늘을 드러내 놓지 않기도 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전체적으로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산행은 강서구 송정동 성고개~나주 임씨 묘~구치봉~철탑~봉오지고개~헬기장~봉화산~녹산고개~생활고개~의성봉~성산동. 대략 3시간~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들머리는 진해와 인접한 성고개. 아기자기한 건물인 레스토랑 ‘산에 언덕에’를 100m쯤 지나면 전봇대가 보이고 산쪽으로는 ‘푸르게 울창하게…’로 시작되는 팻말이 눈에 띈다. 길 건너편엔 금단곶보 성지비가 서 있다. 왜선이 자주 침범해 조선 성종때 남해의 미조항과 함께 돌성을 쌓은 곳이다.

 

촘촘히 난 작은 계단으로 올라선다. 오른쪽은 배수로. 산길은 비교적 넓지만 오르막이다. 10여분쯤 뒤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100m쯤 후엔 갈림길. 왼쪽길로 계속 오르면 8~9기의 무덤군이 나온다.

과거 산불이 났는지 산허리에는 나무가 듬성듬성한 반면 이름모를 풀들이 대지를 적시는 빗속에 고개를 활짝 제치고 아우성이다. 이중 주황색의 나리꽃이 군계일학. 비가 와서 그런지 산행도중 무당개구리와 갈색 두꺼비도 눈에 띈다.

거대 바위에 둘러싸인 나주 임씨 묘를 지나면 산 아래와는 달리 소나무가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또다시 갈림길. 왼쪽 큰 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구치봉의 바윗길을 지나면 심한 내리막길, 곧이어 또 다른 바윗길. 이 바윗길을 내려서면 넝쿨 잡풀 나무 등이 길과 조망을 아예 가리며 용심을 부리고 있다. 어렵사리 헤치고 나오면 눈앞엔 대형 철탑. 철탑을 지나 다시 7, 8분 정도 바짝 걸으면 전망대. 무심한 운무여, 어찌 5m 앞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5분 정도 뒤 갈림길. 이번에는 전방이 확 틔어있다. 왼쪽길을 택해 150m 걸으면 시민체육공원. 그 앞엔 봉화산 안내도가 이번 산행길을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봉오지고개다. 국립지리원의 5만분의 1 지형도엔 봉화고개로 표기돼 있다.

 

다시 오르막길 나무계단도 만들어 놨다. 꼬불꼬불 산길을 쉼없이 걸으면 헬기장. 안개에 가려 선명하진 않지만 봉화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이 봉화산 정상(316m). 정상석엔 봉화산의 옛 이름이 성화예산(省火禮山)이라 적혀있다. 277.8m로 표기된 수치는 이웃 봉우리인 천마산의 고도로, 오기인 듯하다.

봉화산 봉수대의 설립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조선 세종때 전국의 국경지대에 봉수대를 설치할 당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고종 광무원년인 1897년 봉수제가 폐지됨에 따라 불이 꺼졌다 지난 91년 복원됐다. 가덕도 연대봉 정상의 천성봉수대로부터 소식을 받아 북쪽의 김해 분산성 봉수대로 연락하고, 동으로는 다대포의 응봉봉수대와 천마산의 석성봉수대와 교신했다.

하산은 봉화대를 끼고 오른쪽길로 내려선다.산길 중간에 잇단 벤치를 지나면 급한 내리막길.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잡풀에 가려 안보이니 유의하자. 이후엔 당분간 오르막길. 녹산고개를 지나 전망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15분쯤 오르막 내리막길을 반복하면 모처럼 주변이 확 트인 곳이 나온다. 네갈래길의 생활고개다. 직진한다. 7, 8분쯤 후면 또 다른 체육공원. 기구가 가장 많고 넓지만 다 떨어진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전신주 앞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오르막길로 직진한다. 100m쯤 후 다시 평지. 두 갈래 길이 기다린다. 오른쪽길로 100m 오르면 난시청 해소를 위한 TV중계탑. 왼쪽길로 내려선다. 오른쪽엔 사유지인지 철조망이 설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0분 후면 소불등고개. 네갈래 길이다. 오른쪽 성산 방면으로 내려선다. 두 군데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지만 무시한 채 계속 전진한다. 왼쪽엔 승학산 기슭의 엄궁쪽 아파트가 보인다. 산불초소를 지나면 얼핏 남의 집 마당같지만 개의치 말고 지나치자. 골목을 나오면 은행나무와 전봇대가 나란히 서있다. 소불등고개에서 대략 10분 걸린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교통편'

지하철 1호선 하단역에서 5번 출구로 나와 58번 용원행 시내버스를 타고 성고개에서 내린다. 하산 후에는 성산에서 녹산삼거리로 나와 하단방향으로 간다. 장룡수산본점 민물장어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능엄사 입구(노적봉). 이곳에서 하단 방향으로 가는 58번 시내버스나 6, 7, 12, 16번 마을버스를 타고 하단지하철역에서 내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낙동강하구둑을 지나 계속 직진하면 녹산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녹산 진해 방향 2번 국도로 좌회전하면 성고개가 나온다. 날머리인 성산에서 들머리인 성고개까지는 58번 시내버스를 타면 3, 4분 정도 걸린다




'떠나기전에'

정상 언저리에 군사 통신시설인 봉화대를 두고 있는 봉화산은 강서팔경에 속한다. 성화례향 봉화산(省化禮鄕 烽火山)으로 불을 보살피듯 예를 숭상하는 고을에 솟은 봉화불 타는 산봉이란 뜻이다. 들머리인 성고개는 금단곶보의 성이 있었다하여 성고개로 불린다.

봉화산을 모산으로 여기는 녹산은 그 지명에 두가지 설이 있다. 처음에는 녹산(鹿山)이었는데 녹산(菉山)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봉화산의 동쪽은 굶주린 사슴이 들판을 달리는 모양인 기록주야형의 명당이기 때문에 녹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또 녹산(菉山)이라는 지명은 녹두처럼 작은섬인 녹도(菉島)에서 유례되었다고도 한다. 녹도가 여지도서의 김해부지도상에 표시되어 있고 조선왕조실록 순조 11년의 염전 관계기사에서도 명록양도라고 하여 녹도라는 지명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산은 손쉽게 떠날 수 있는 산이다. 배낭에 수통, 약간의 간식만을 챙겨 떠나보자. 낙동강의 모래톱과 바다가 반겨줄 것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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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43> 경북 고령 만대산

 
경북 고령의 만대산(688.1m)은 전인미답의 땅이다.

산꾼들조차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다 국내 산하를 소개하는 이름깨나 있는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이름인 강원도 원주와 횡성군 그리고 전남 해남의 만대산은 산꾼들의 땀이 밴 족적이 역력하지만 고령의 만대산은 그 흔한 산행기조차 하나 없다. 혹 뭔가 있다면 고령 신(申)씨의 세덕비와 재실(齋室)이 만대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뿐.

맑고 푸른 기운이 가득한 전형적인 우리의 산하지만 마을사람들 말고는 산행다운 산행이 이뤄지지 않은 만대산.

마을 촌로가 전하는 만대산은 이랬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멧돼지와 청설모 등 야생동물의 천국. 20, 30년전에는 산 전체가 진달래 천지였는데 근래에는 나무들이 많이 자라 예전만은 못하며 멧돼지와 청설모는 애써 가꾼 농작물을 마구 파헤쳐 마을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

근교산팀의 만대산에 대한 첫 인상은 ‘두 얼굴을 가진 산’이었다. 올라갈 땐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길 찾기가 어렵고 잡목과 풀 넝쿨이 산길을 가로막고 있는 원시 그대로의 산이지만 하산할 땐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한 가운데 수십 수백년된 전나무 느티나무 등이 뻗어있어 산행의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준다.

산행은 보상사~장흥 고씨 묘 등 공동묘지~안부~헬기장~만대산 정상~매화재~산속 웅덩이~고령 신씨 세덕비를 거쳐 다시 보상사 앞에 이르는 원점회귀 코스로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쌍림면 산주리 산골마을은 한 눈에 이곳이 옛 고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500년생 은행나무가 마을 수호신으로 떡하니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길 왼편엔 산기슭 마을이지만 계단식논인 다랑논이 친근감을 더해준다.

시멘트길을 계속 오르면 보상사 입구 팻말이 나온다. 이곳으로 직진. 주차장을 지나 경내에 들어간다. 산행 들머리이기도 하지만 볼거리가 하나 있기 때문. 경내 한가운데 향나무도 그렇지만 대웅전 앞의 용왕당이 우선 시선을 모은다. 거북을 닮은 자연석을 올려놓고 그곳에 단을 만들어 오가는 신도들이 참배할 수 있게 마련했다. 돌 끄트머리에 인위적으로 굵게 덧칠을 해놓은 것처럼 아주 신기하다.

산문에서 향나무를 지나 요사채의 부엌 왼쪽에 장독대가 있다. 이곳을 들머리로 산길로 직진한다. 물마른 도랑을 지나 오른쪽으로 향한다. 20m쯤 올라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넓은 임도인데 묘지로 가는 길이다. 또 갈림길. 왼쪽 임도를 택해 올라가면 8기의 공동묘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장흥 고씨 묘를 지나 본격 산길로 오른다.
 


이제부터 안부에 도달하기까지 1시간30여분 동안은 길 찾기가 매우 어렵다. 길이 아예 안보이는데다 잡목과 넝쿨이 산행을 어렵게 해 체력소모가 매우 심하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지만 옻나무가 많아 긴 옷은 필수다. 날파리는 왜 이리도 눈 앞에서 윙윙거리는지 하여튼 최악의 산행조건이다.

봉분이 거의 없는 무덤을 잇따라 지나 7, 8분 후에는 갈림길. 제법 큰 산벚나무가 있으니 참고하자. 왼쪽 길을 택한다. 지금부터 대략 40여분간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 마치 산속에서 미로찾기 게임을 하듯 숲을 헤치고 전진한다.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없기에 근교산팀 노란 리본을 확인하며 능선을 탄다는 생각으로 오르자.

급한 오르막으로 미끄러짐과 보이지 않는 발 밑의 지형에 조심하자. 주변 큰 나무에 가려 말라죽은 진달래가 아예 길을 막고 있다. 이를 지나면 갈색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15분 정도 모처럼 편안한 산길을 걸으면 안부에 닿는다. 이제서야 파란하늘이 보이면서 숨통이 트인다. 다시 오르막길. 오르막이지만 이전과는 달리 길이 넓다. 6, 7분 후엔 길에 바위가 보이고 다시 7분 뒤면 헬기장.

직진한다. 헬기장부터는 산행 초입과는 달리 바람도 잘 통하고 걷기가 편하다. 이렇게 20분 정도 걸으면 눈앞에 정상이 보이고 길 오른쪽엔 오도산 두무산 비계산 별유산이 시야에 확 들어온다. 15분 후 쯤엔 정상. 팻말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한쪽 편에는 태양광을 사용한 용도가 불확실한 안테나가 서 있다.

 
  산행 들머리인 보상사 경내 대웅전 앞의 용왕당. 거북을 닮은 자연석을 올려놓고 단을 만들어 오가는 신도들이 참배할 수 있게 마련했다.

나무에 가려 조망은 약간 가려져 있다. 그래도 남서쪽엔 황매산과 그 앞쪽 금성산 악견산 허굴산 논덕산이, 남쪽엔 대암산에서 미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져 있고 북쪽엔 미숭산, 북서쪽엔 가야산이 보인다.

하산은 안테나 옆으로 내려선다. 길가엔 망개나무 열매도 맺혀있다. 인상적인 싸리나무 숲길을 오랫동안 걸으면 갈림길. 토곡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왼쪽길을 택한다. 계속되는 길의 이어짐.


또 한번의 갈림길이 나오면 직진. 왼쪽으로 가면 합천 방향. 주변에 산딸기가 많이 널려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체하지 말자. 앞으로 40, 50분 정도는 길 양편에 산딸기나무의 연속이니까. 뒷사람을 위해 맛만 보고 남겨두자.

직진능선을 타면 뚜렷한 산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오른편에 웅덩이가 보이면 그쪽으로 내려서자. 이때부터 길 오른편엔 냇물이 흐르고 산딸기가 지천이다. 하지만 길에는 돌부리가 곳곳에 산재해 있으니 조심하자. 확 트인 조망에 오른편 산쪽에는 20m가 족히 될 전나무가 솟아있다. 어쩜, 같은 산이지만 오를 때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산길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딸기.

 종착지는 고령 신씨 시조 세덕비(世德碑). 곧바로 보상사 쪽으로 내려가도 좋고, 10분 거리인 고령 신씨 재실을 구경해도 좋다.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보상사를 지나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 이흥곤기자


'교통편'

고령에 가려면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0시50분. 8천6백원. 1시간50분 걸린다. 현풍에서 한번 정차하니 유의할 것.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산행 들머리인 산주리 산골마을까지 군내버스(300번)는 오전 8시, 9시30분, 11시30분에 있다. 종점에서 하차. 1천2백원. 9시30분 버스를 놓치면 신촌행 오전 10시30분 버스를 탄 후 신촌교에서 내려 1㎞ 정도 걸으면 된다. 반드시 오전 7시 버스를 타야 9시30분 버스와 연결된다. 산주리 산골마을에서 고령시외버스정류장까지 버스는 오후 4시, 6시, 7시40분에 있다. 고령시외버스정류장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5시20분, 55분, 6시45분, 7시1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 방향으로 달리다 구마고속도로로 들어선다. 현풍을 지나 88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후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고령IC에서 빠져나온다. 26번 도로를 따라 합천 거창 방면 이정표를 보고 달린다. 쌍림면 면소재지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26번 거창 묘산 야로 방향을 택한다. 백산리 하차리를 지나면 경남 경북 경계점인 안내도가 나온다. 이내 왼쪽으로 산주리 고령 신씨 시조를 알리는 커다란 돌비석이 서 있다. 그 길로 들어선다. 산주교를 지나면 산골마을이다. 보상사앞에 주차장이 있다.

/ 이흥곤기자

 
  고령군 쌍림면 산주리 산골마을의 500년생은행나무.

'떠나기 전에'

만대산은 합천군과 고령군의 경계에 위치한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이다. 잡목과 수풀에 가려 흔적만을 더듬고 오르는 깨끗한 산이다. 전국 8대 명당으로 꼽히는 이곳 만대산 품안에는 고령 신(申)씨 시조의 묘가 있으며 한창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고령 신씨의 재실이 있는 곳은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등잔설. 바로 밑은 어둡지만 멀리 불을 밝히기 때문에 고령 신씨 후손들은 외지에 살고 있고 고령, 특히 산주리에는 한사람도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들머리인 산주리 산골마을은 산곡(山谷) 산주(山州), 만대산 골짜기에 형성된 마을이라하여 산골 또는 산곡이라고도 불린다. 고령군내에서는 유일하게 동, 리를 사용하지 않고 고을 주(州)자를 사용하여 산주리라 부른다. 이는 옛날 적화현이 야로면 중심으로 되어 있었는데 신라와 백제의 전쟁으로 잠시 산주로 적화현이 옮겨져 산주로 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산주리 밑 마을인 객기마는 옛날 난리를 피하기 위하여 객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객기(客基)마을 혹은 객기마로 됐다. 산골마을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어 아랫마을, 아랫마가 되었다 한다. 고령IC를 빠져나오면 쌍림면 안림리. 이곳은 딸기로 유명하다. 그 맛을 인정받아 일본에 수출까지 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식수는 보상사에서 미리 준비하자. 옻나무가 많기 때문에 긴팔과 긴바지는 필수.

/ 이창우 산행대장
hung@kookje.co.kr  입력: 2003.06.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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