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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222호 마애불입상

근교산&그너머 <369> 가야산

 
석화성(石火星). 굳이 우리 말로 바꾸자면 돌불꽃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웬만한 산을 섭렵한 산꾼이라면 ‘아!, 가야산’하고 곧바로 맞장구를 칠 것이다.

이 말은 예부터 가야산의 크고 작은 뾰족한 기암봉을 비유한 것으로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 것. 출처는 알고 보니 조선 후기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 이 책에는 ‘합천 가야산은 끝이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고 적혀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어쩜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썼는지. 뛰어난 관찰력이 없는 범부일지라도 이중환의 표현을 실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야산 전체를 총칭해 석화성이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 기암봉들이 촘촘히 밀집해 있는 곳은 주봉인 상왕봉의 남동쪽 일대 공룡능선과 만물상능선으로 흔히 석화성의 백미라고 불린다. 설악산이나 금강산의 그것과 비교해 규모면에서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 점이 가야산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거대한 설악의 공룡능선 암봉은 막상 가까이 가면 그저 밋밋한 벽으로 다가오지만 가야산의 암봉 앞에 서면 암봉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근처 암봉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주봉은 상왕봉(象王峰·1430m) 또는 우두봉(牛頭峰). 상왕(象王)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의미하며 우두봉은 정상의 바위가 소의 머리를 닮아 붙여졌다.

산행은 성주군 백운동 매표소~백운1-4교~옛 백운동대피소(가야산 등산안내도)~백운암지~서성재~가야산성터~전망대~칠불봉~안부~상왕봉~석조여래입상~헬기장~옛 가야산대피소~토신골갈림길~마애불입상~용탑선원~해인사 순. 5시간30분~6시간 정도 걸린다. 현 시점에서 가야산에서 열린 유일한 등산로다.

매표소를 지나면 계곡으로 들머리가 열린다. 용기골이다. 계곡을 따라 백운교 4개를 잇따라 지난다.

백운1교에서 30분쯤 뒤 쉼터가 나온다. 옛 백운동대피소다. 정면에 ‘영남의 영산 가야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안내판이 서있다. 그 옆에 ‘칠불봉 2.5㎞’ ‘상왕봉 2.7㎞’ 팻말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길이 약간 얼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5분 정도 가면 백운암지. 통일신라때 이 곳 용기골에는 해인사에 버금가는 금당사라는 절과 이에 딸린 100여개의 암자가 있었는데 백운암도 그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다. 20분쯤 더 가면 서생재. 제법 너른 평지로 네갈래길이 나있다. 왼쪽은 만물상능선 및 공룡능선 가는 길이고 정면은 마애불입상으로 가는 방향이다. 하지만 폐쇄돼 있다. 칠불봉으로 향하는 오른쪽 길을 택한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곧 너덜길. 안내판을 보니 이는 가야산성터다. 이제 상왕봉까지는 1㎞.


가야산성터를 지나면 왼쪽에 탁 트인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정면 산 정상에 조그만 정상석이 튀어나온 오도산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비슬산 앞산 황매산이, 오른쪽으로 비계산 별유산 지리산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급경사의 연속. 이 때문에 철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철계단이 없으면 산행을 못할 정도로 주변에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두 개의 철계단과 집채만한 바위를 에돌아 오르면 석화성의 진면목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 만물상능선, 오른쪽 공룡능선. 잔설이 희긋희긋한 석화성에 넋을 잃는다. 정말 돌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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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의 한 지점에 다다르면 정면 칠불봉, 뒤쪽 만물상 및 공룡능선, 오른쪽에 해인사가 모두 보인다. 곧 칠불봉(1433m)에 닿는다.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3년간 수도 후 생불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서성재에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장쾌한 조망이 인상적이다.

서쪽으로 향적봉~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과 그 밑으로 금원산 기백산 능선과 덕유산을 잇는 삼봉산 대덕산 초점산 능선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북쪽 코앞에는 성주 독용산이, 저 멀리 민주지산과 황악산이 하얗게 변해있다. 동쪽엔 팔공산도 보인다.
                                                                                    
주봉인 상왕봉(1430m)까지는 10분 거리. 그 사이가 도경계. 칠불봉은 경북 성주, 상왕봉은 경남 합천에 있다.

하산은 정상석 밑으로 내려선다. 워낙 급경사인데다 눈 덮인 바위가 살짝 얼어 있어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한 발 한 발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길 옆 큰 바위에도 두꺼운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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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칠불봉 정상.

30분 뒤 보물 264호 석조여래입상을 지나면 헬기장과 옛 가야산대피소가 잇따라 나온다. 대피소 자리에는 구상나무를 심어 쉼터를 조성했다. 가야산의 또하나의 명물인 산죽밭도 지난다. 눈덮인 평탄한 산길 사이로 초록 댓잎에 하얀 눈이 얹힌 산죽이 인상적이다.

곧 갈림길. 토신골은 휴식년제로 막혀있어 직진한다. 계곡을 한 번 건너면 주변에 곧게 뻗은 홍송이 보이고 그 왼쪽에 보물 222호인 마애불입상이 서있다. 높이가 5.8m인 마애불과 주변 아름드리 홍송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제부턴 본격 하산길. 계곡을 건넌 뒤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용탑선원까지는 40분 정도 걸리고 해인사 일주문은 10분 후에 닿는다.

- 합천 가야산? 성주 가야산? 주봉 자리 놓고 두지역 신경전

백운동 매표소에서 해인사 쪽으로,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산행을 하면서 등산안내도와 정상석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한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익히 알려진대로 가야산의 최고봉은 상왕봉으로 해발 1430m. 하지만 경북 성주군 백운동 쪽에서 올라오다 보면 하나같이 칠불봉이 1433m로 가장 높다고 적혀 있다. 칠불봉 정상석 아래 적힌 ‘가야산(칠불봉) 전설’이나 옛 백운동 대피소 앞의 ‘영남의 영산 가야산’ 등산안내도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가야산에서 가장 높은’이라는 수식어가 칠불봉 앞에 따라 다닌다.

상왕봉은 경남 합천군에, 칠불봉은 경북 성주군에 위치해 있다. 두 봉우리 간격인 200m 사이에 도 경계선이 지나간다.


성주군의 이같은 노력은 바로 합천 가야산이 아니라 성주 가야산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가야산 면적의 61% 정도가 성주군에 포함돼 있어 칠불봉이 상왕봉보다 높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확실하게 성주 가야산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산의 면적이 얼마나 포함돼 있느냐 보다는 주봉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산 앞에 그 지방의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성주군의 노력은 몇 가지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성주군의 주장대로 해발고도가 3m나 낮다는 상왕봉 정상의 정상석은 답사자들은 잘 알겠지만 상왕봉의 최고점이 아니라 최고점 아래 평평한 곳에 설치돼 있다. 실제 최고점과 정상석이 놓인 두 지점간의 간격이 3m 이상이라는 것이 목격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또 한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의 유권해석. 이에 따르면 성주군이 주장하는 칠불봉의 높이인 1433m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때문에 현재로선 가야산 주봉은 상왕봉이라는 것.

한 관계자는 “경상도의 지형도 수정작업이 실시되는 내년에 반드시 재측량을 해 이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산꾼들은 성주군의 노력을 높이 사고 있다. 성주쪽의 등산로가 합천쪽의 그것보다 훨씬 잘 정비돼 있기 때문이다.

-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탄 후 고령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0시 출발. 8600원. 1시간50분 정도 걸린다. 고령시외버스터미널(054-954-4455)에서 산행 들머리인 백운동행 버스는 오전 9시40분(1850원), 9시45분(2000원), 11시40분(1850원)에 있다.
날머리인 해인사 입구에는 부산행 버스가 없어 고령까지 와서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오후 7시50분이 막차. 2700원. 고령에서 서부버스터미널까지는 오후 4시40분, 5시20분, 5시55분, 6시45분, 7시2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는 남해고속도로~칠원분기점~구마고속도로~현풍IC~좌회전~국도5번~위천삼거리 좌회전~88고속도로 성산IC~해인사IC~백운동 순으로 가면된다.

가야산으로 가기 위해 이용되던 옥포분기점이 폐쇄됐기 때문에 현풍IC에서 나와야 된다. 날머리 해인사에서 들머리 백운동까지는 택시(055-932-7321, 011-512-7325)로 이동해야 한다. 20여분 걸리며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4.01.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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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67> 무주 덕유산

 
  덕유산은 전망 또한 일품이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100m 남짓한 거리인 덕유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중 바라본 주변 봉우리들과 장수군 안성면 일대. 해발고도가 낮은 주변 낮은 봉우리에는 눈이 이미 녹았다.
입동이 지난 지 40여일. 시나브로 겨울이 와 있건만 아직도 여민 옷깃이나 두꺼운 외투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뿐이다. 눈은 고사하고 처마 밑 고드름도 보기 힘들다.

눈이 귀한 남쪽땅 부산. 올해는 눈을 한 번 보려나 ‘혹시나’ 기대를 걸었건만 현재까진 ‘역시나’로 그칠 공산이 크다. 눈이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나 전북에도 아직 큰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판다고, 요로를 통해 수소문해 보니 태백산엔 조금 내렸지만 이내 녹았고 덕유산은 9부 능선부터 백색천국이란다.

그렇다. 겨울의 진면모를 보려면 눈을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맞으러 가자.

겨울이면 산꾼들에게 ‘작은 히말라야’로 다가오는 덕유산(1614m). 정상 부근의 나무와 풀에는 눈같이 내려앉은 상고대가 눈꽃을 피워 온통 하얀 축제를 벌이고 있다. 축제명은 ‘돌아온 상고대’. 그렇게 눈축제는 이미 시작돼 있었다.

전북 무주 장수, 경남 함양 거창 등 2도 4군 8개면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덕성스런 능선과 너그러움을 간직한 산. 산행은 덕유산의 얼굴인 삼공리 삼공매표소에서 무주 구천동과 백련사를 거쳐 주봉인 향적봉에 오르는 3시간 정도의 가장 보편적인 코스를 택했다. 백련사 가는 길은 우선 정답다. 그래서 가벼운 산책이나 가족나들이에 적합하다.

계곡길 초입 오른쪽 저멀리 일곱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있다. 칠봉(1035m) 또는 칠불봉이다. 꼭대기 부근이 이미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다.

가까이서 본 계곡은 맑고 깊다. 겨울인데도 유량이 줄지 않아 물소리가 우렁차다. 주변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없다면 여름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듯 하다.

인월교를 지나면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등 작은 소(沼)와 담(潭)이 연이어 선경을 연출한다. 하나같이 그림과 함께 명명된 사연이 적혀 있다.

덕유산의 겨울은 선택받은 것 같다. 산 전체를 벌겋게 물들이는 철쭉의 봄이나 녹음 짙은 여름, 울긋불긋 단풍이 한창인 가을은 단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반해 앙상한 가지의 겨울서정에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상고대의 몸부림은 눈부시다.

덕유산휴게소를 지나면 이내 안심대. 옛날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던 스님과 불도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경각을 다투는 도망길에 이 곳에 당도하여 비로소 안심하고 땀을 씻었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구천동계곡의 대표적 2단 폭포인 구천폭포를 지나면 곧 백련사.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중앙계단 양 옆으로 난 석축은 마치 영주 부석사를 연상케 한다. 절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대웅전의 왼쪽 바위 밑에는 샘물이 솟는다. 한 모금 들이키고 등산로가 시작되는 대웅전 오른편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백련사까지가 가벼운 산책코스라면 주봉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고행길이다.


 


8분 뒤 전북도 지정 기념물인 백련사 계단(戒壇)을 지나면 첫 이정표. ‘향적봉 대피소 2㎞, 해발고도 950m’.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섭고 차갑다. 반복되는 단조로움에다 끊임없는 오르막은 더욱 인내를 요구한다.


7부 능선쯤 올랐을까. 푸른 산죽 주변에 밤새 내린 눈이 남아 있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엔 얼음꽃. 눈이 가지에 붙어 있다가 기온이 급강하면서 그대로 얼어붙은 것. 빙화는 억새와 마찬가지로 역광 속에서 봐야 더욱 빛나는 법. 상고대와 함께 영롱한 아름다움은 사진작가들의 단골 메뉴다.

이제 주변이 서서히 하얗게 변해 간다. 동시에 산길도 상당히 미끄럽다. 하산하는 산꾼들은 넘어지기 일쑤다.
9부 능선쯤에선 방금까지 눈이 내린 것처럼 푸른 하늘 외에는 온통 하얗다. 상고대다. 순우리말인 상고대는 일종의 눈꽃. 구름이나 안개가 나뭇가지를 지나다가 얼어버린 것으로 단순한 눈꽃보다는 조형미가 뛰어나다.

일순간 운무가 주변을 감싼다. 덕유산의 상고대가 특히 아름다운 것은 바로 변화무쌍한 운무가 잦은 덕분이다. 주목군락과 상고대, 그리고 유난히 파란 하늘의 조화는 자연미의 극치다.
 
  덕유산 산행도중 만난 고사목 상고대.


이내 갈림길.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가면 향적봉 정상이고 100m 직진하면 향적봉 대피소. 상고대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대피소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산꾼들이 대부분이 상고대 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하 8도의 매서운 추위도 그들의 눈꽃축제를 막지 못한다.

향적봉 정상까지는 100m 남짓. 살을 에는 칼바람이 단 1분도 견디기 못하게 할 만큼 매섭게 몰아친다. 그런데 의외로 어린 꼬마들이 많다.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듯하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르며 20분 산행으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 가볍게 갈 수 있다.

언제 다시 올까 하는 생각에 칼바람을 무릅쓰고 가야산 지리산 등 주변 조망을 감상해 보지만 추위에는 장사가 없음을 실감한다.

하산은 두 가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있고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으로 내려가도 된다.

중봉~동엽령~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 종주능선은 입산금지 상태다.
 
  활짝 핀 눈꽃.


◇ 떠나기 전에 - 가족등반땐 곤돌라로 정상까지


덕유산은 임진왜란때 9000명이 난을 피해 몸을 숨겨 목숨을 건졌다는 덕성스러운 산이다. 갈천 임훈 선생의 ‘등덕유산향적봉기’에 따르면 주봉은 향적봉, 남덕유산을 황봉 또는 봉황봉, 무룡산을 불영봉으로 불렀다.

덕유산을 대표하는 계곡은 무주구천동. 지난 1961년 그동안 전해오던 옛 이야기를 근거로 33경을 정해 그 빼어남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조선말 을사조약 체결후 을사오적 처형을 주장한 송병선 선생은 덕유산의 선경에 취해 일사대(一士臺)에 서벽정을 짓고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만조탄 함벽소 가의암 추월담 등 무이구곡(茂夷九曲)을 정했다.


산행은 백련사~향적봉~중봉~오수자굴을 거쳐 원점회귀가 일반적이며 중봉~백암봉에서 횡경재를 지나 거창의 송계사로 내려서거나 안성 삼거리에서 오른쪽 칠연폭포로 하산할 수 있다.


가족산행땐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 덕유산을 오른후 백련사로 하산하면 겨울산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있는 야멸찬 산 덕유산. 아이젠 등 겨울장비를 충실히 챙겨 떠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리조트~구천동 무료셔틀버스 운행

부산서 덕유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남해고속도로~서진주IC~대진고속도로~덕유산IC~좌회전 후 19번 국도를 탄다. 안성사거리에 ‘덕유산 국립공원’을 알리는 우회전 이정표가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칠연폭포 용추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가더라도 입산금지 상태다. 이후 사산삼거리에서 우회전~37번 국도~치목터널~하조사거리 직진~구천동터널~리조트 삼거리 직진~무주 구천동 직진~삼공삼거리 우회전~삼공매표소 순. 주차비 4000원, 입장료 2600원.

곤돌라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하산했을 경우 리조트에서 들머리인 구천동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 12시를 제외하고 매시 정각 설천하우스 앞에서 버스를 탈 수 있다. 이후 오후 6시50분, 7시30분, 8시30분 버스는 웰컴센터 앞에서 타야 한다. 10분 정도 걸린다. 곤돌라 요금은 편도 6000원, 왕복 1만원. 설천봉에서 마지막 곤돌라는 오후 4시30분. (063)320-7381


참고할 사항. 덕유산 향적봉대피소(063-322-1614 관리인 박봉진 019-9158-1614)는 수용인원 60명. 1박 5000원, 대여료는 침낭 2000원, 담요 1000원이다. 덕유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063)322-3174.

/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사진 = 박수현기자 parksh@kookje.co.kr







  입력: 2003.12.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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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6> 진안 구봉산

 
  구봉산의 아홉 봉우리는 한결같이 밧줄이 없으면 등정은 엄두도 못낼 정도로 가파르다.
전북 진안에는 금강 남쪽으로 뻗은 금남정맥의 최고봉인 운장산(1,126m)과 암수 두 개의 봉우리로 유명한 마이산(685m) 그리고 구봉산(1,002m)이 있다.

구봉산은 운장산과 마이산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최근 산꾼들에게 ‘괜찮은’ 산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덕유산 등 호남의 웬만한 봉우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장쾌한 조망에다 암벽등반을 연상케 하는 봉우리들의 위용과 기세는 왜 산꾼들이 이 산을 찾게 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산할 때 만나는 산죽과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융단길은 초겨울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구봉산(九峰山)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홉 개의 바위봉과 주봉인 천황봉으로 대표된다. 아홉 개의 바위봉은 한 능선에 나란히 이어져 마치 엄한 아버지 앞에 앉은 아홉 명의 자식을 연상시킨다.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아홉 개의 기묘한 암봉이 연출하는 자연미는 설악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고 웅장하면서도 산세가 살아 숨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동행한 한 산꾼은 전남 고흥의 최고봉으로, 여덟 개의 바위봉우리가 아치형으로 나란히 이어져 있는 팔영산(八影山)과 산세가 흡사하다고 한마디 거든다.

구봉산은 제법 산을 탄다는 산꾼들도 곤욕을 치를 만큼 무척 힘이 든다. 자신의 체력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산행은 윗양명주차장~주능선~나무벤치~1봉…9봉~돈내미재(갈림길)~샘터~주봉 천황봉(일명 장군봉)~바랑재(천황사 갈림길)~구봉산장민박~양명경로당~양명마을(구봉산 안내판)~윗양명주차장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주차장의 등산안내도 왼쪽 옆으로 난 산길로 들어선다.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왼쪽 사슴농장이 있는 곳에서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들머리다. 입구에 ‘2봉 1.1㎞, 9봉 2㎞, 구봉산(천황봉) 3.3㎞’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가 서있다.

처음엔 완만한 산길. 하지만 서서히 경사도가 높아간다. 10분 뒤 갈림길이 나오지만 주능선에서 곧 만나므로 개의치 말자.

주능선에선 오른쪽 길을 택한다. 흩날리는 낙엽, 앙상한 나뭇가지가 전형적인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왼쪽 낭떠러지 밑으로 조그만 암자가 보인다. 천황암이다.

10분 뒤 나무벤치 3개가 놓여 있다. 길이 가파르다 보니 쉬어가라는 의미인 것 같다.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는 안부까지 도달하는데는 20분 정도. 1봉만 오른쪽에 있고 나머지 여덟 봉우리는 왼쪽에 포진하고 있다.

1봉까지는 80m정도 내려간 후 철제 가드레일과 연결된 밧줄을 잡고 오른다. 뜻밖에 무덤 1기가 있다. 사방이 확 트인 산의 바다여서 명당자리인 듯하다. 소나무도 훨씬 위엄있어 보인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2봉으로 향한다. 역시 밧줄에 의지한 채 5분이면 봉우리에 올라선다. 정면에 3, 4봉이 잇따라 보인다.

1, 2봉 사이 안부에서 9봉까지는 불과 0.9㎞. 이는 봉우리가 아기자기하게 거의 붙어 있음을 뜻함과 동시에 그만큼 가팔라 봉우리에 도달하기가 힘겹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밧줄이 없으면 사실상 낭떠러지인 봉우리 등정은 엄두도 못낼 정도.

이렇게 3, 4, 5봉을 연이어 지나면 벤치가 또 나온다. 곧 6봉으로 향한다. 6봉은 특히 내려올 때 아주 위험하니 조심하자.

7봉을 가볍게 오르내린 후 8봉은 그냥 지나치자. 워낙 위험해 암벽등반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9봉으로 향하는 길은 주변에 온통 낙엽이 깔려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 막상 봉우리 아래에 도착하니 밧줄이 없다. 사람 다닌 흔적도 찾기 힘들다. 두발로 그냥 오른 9봉은 예상외로 볼거리가 많다. 주봉인 천황봉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다 두 개의 큰 바위 사이에 작은 바위가 얹혀 있어 마치 작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아주 보기 드문 형상이다.

 

1봉에서 9봉까지 넘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이제는 천황봉으로 향한다. 갑자기 초록빛 산죽군락이 나타나면 이 곳이 돈내미재.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다. 정상까지 거리는 750m, 고도차는 310m 정도. 숫자상으로는 얼마 안되는 듯하지만 실제로 올라보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구간이다.

왼쪽 바위절벽 밑에서 흐르는 샘터가 나타난다. 한 잔 들이키고 식수를 보충하자.

지금부터 양쪽 바위절벽 사이의 협곡으로 오르는 100여m가 ‘마의 구간’.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아주 가파르다. 밧줄이 있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 ‘악’으로 오르는 수밖에.

협곡을 지나면 경사도는 약간 차이가 나지만 여전히 오르막길의 연속.

돈내미재에서 정상까지는 45분 정도. 근래에 오른 산 중 가장 힘든 산행으로 기억될 만하다. 정상엔 4개의 벤치가 있고 동쪽엔 방금 올라온 9개의 봉우리가 비스듬히 보이고 그 뒤로 덕유산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남쪽엔 마이산이, 서쪽엔 복두산과 운장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정면에 용당댐이 보인다. 의외로 규모가 크다. 전국에서 다섯번째란다.

하산은 천황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여분 뒤 갈림길을 만난다. 바랑재다. 천황사 길을 버리고 원점회귀를 위해 밧줄이 매어져 있는 급경사의 왼쪽길을 택한다. 처음엔 가파르지만 이내 낙엽과 산죽이 번갈아 나와 발길을 가볍게 해준다.

하산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홉봉우리의 모습이 압권이다. 바랑재에서 날머리인 구봉산장민박 앞까지는 대략 50분. 구봉산장을 돌아 마을을 거쳐 주차장으로 가도 되고, 날머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가 메인도로에서 왼쪽으로 돌아 주차장으로 가도 된다.
 
  구봉산 정상인 천황봉에서 바라본 아홉 봉우리.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기묘한 암 봉 주변에 운무가 드리워지자 마치 신 선의 세계인양 신비롭기 그지없다.

◇ 떠나기 전에 - 겨울에 진면목…안전장비 꼭 챙겨야

전북 진안을 대표하는 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산이다.

구봉산은 마이산과 마주보며 솟은 운장산의 한쪽 곁에 아홉 봉우리가 거대한 장벽처럼 솟구쳐 있다.

진안군 정천면과 주천면을 가르며 솟은 구봉산은 최근에야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국제신문 산행팀이 찾은 날도 평일에다 궂은 날씨였지만 대전과 서울에서 온 대형버스에서 수십 명의 산꾼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흥 팔영산, 상주 구병산, 영덕 팔각산처럼 암봉으로 이어져 산꾼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멋진 코스다. 아홉 봉우리를 모두 오르면 천왕봉이 정면에 버티고 있다. 오르는 재미 또한 그만이다.

요즘처럼 초겨울에 찾으면 속살을 완전히 내보이는 구봉산의 진면목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산행에도 유의하자.

안전산행을 위해선 겨울철 기본장비인 아이젠 헤드랜턴 스패츠 장갑 목출모 등을 갖추고 떠나자. 겨울산은 언제 어떻게 돌발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하산후 수암마을의 천황사를 들러보자. 신라 헌강왕때 무염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수령 600년의 전북도 지정목이 볼거리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대진고속도로 이용 당일치기 가능

부산서 전남 진안군 구봉산까지는 대진고속도로 덕택에 아침 일찍 서두르면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적어도 오전 7시 이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 서진주IC를 통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후 장수 장계IC로 빠져나와 우회전(전주 장계 방향)~무주 장계(19, 26번 국도)~진안(〃)~진안(26번 국도)~26번 전주 아산 방향 버리고 진안 무주 방향~용담 금산 방향 795번 지방도~주천 방향 725번 지방도~구봉산 주차장 순.

대중교통도 가능하지만 워낙 경유지가 많아 권유하고 싶지 않다. 방법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영동에서 내린다. 영동역 근처 영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무주터미널, 무주에서 진안터미널, 진안에서 주천행 버스를 타고 윗양명에 하차하면 된다. 진안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전 9시, 11시3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1200원.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2.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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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5> 경주 토함산

 
  해돋이 명소답게 토함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천년고도 경주는 전통과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관광지이자 휴양도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경주는 수학여행의 옛 추억이 서려 있어 언제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의 현실은 어떤가. 경주를 방문해도 보문단지 안 콘도나 호텔에 머물면서 온천이나 놀이공원은 자주 찾지만 석굴암 등 문화 유적지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이번 주는 산행도 하고 문화유산도 구경할 수 있는 경주 토함산(745m)으로 떠났다. 그리고 하산 지점을 아예 석굴암 쪽으로 잡았다. 이렇게라도 해야 한 번쯤 발걸음이 옮겨지니까.

코흘리개 시절 무심코 넘겨 봤던 석굴암의 모습과 현재의 눈에 비친 석굴암의 차이를 느끼며 새삼 변해버린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려 보자.

토함산은 신라인의 얼이 깃든 영산으로,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였다. 오악은 신라때 하늘이나 산신에게 제를 지낸 5개 영산. 토함산을 흔히 동악(東岳)이라 부르는 것은 오악 중 동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 나머지 산은 계룡산(서악) 지리산(남악) 태백산(북악) 팔공산(중악). 참고로 태백산 천제단이나 지리산 노고단은 당시 제를 지내던 제단.

토함산은 그리 험하지 않은 전형적인 육산이며, 해맞이의 명소답게 정상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가히 환상적이다. 그 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산행의 절반 이상이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려는 만추를 붙잡을 수 있는 초겨울의 낙엽산행이라는 점.

산행은 대산장작가마~잇따른 무덤(6개)~갈림길~헬기장~창녕 조씨묘~월성 김씨묘~등산로 이정표~정상~헬기장~석굴암 입구~불국사 입구~불국사 주차장 순. 4시간 30분~5시간 정도 걸린다.

보문단지를 지나 문화엑스포공원에서 하차해 버스 진행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

정면에 ‘대산장작가마’ ‘전통 도자기학습’이라고 적힌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간판 뒤 논밭 사이로 50m 정도 가면 본격 산길. 들머리다.

호젓한 산길엔 낙엽이 융단처럼 쌓여 있어 정감이 간다. 15분쯤 뒤 능선길로 올라선다. 왼쪽에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가 보인다. 산길엔 거미줄이 쳐져 있고 낙엽이 떨어진 채 그대로 쌓여 있어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었음을 짐작케 해준다.

15분 뒤 이번엔 오른쪽으로 보문호가 시야에 들어온다. 누군가 나무를 베어 조망을 틔워놓은 것 같다.

‘좌 덕동, 우 보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산행 중 좌우 양측으로 호수를 감상할 줄이야.

사실 토함산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품고 있는 산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산 자체는 별로 조명되지 않았다. 동행한 산꾼들은 한결같이 토함산 자체만으로도 독립 산행지로 충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섯 번째 무덤이 있는 319m 봉을 지나 50m쯤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한다. 이 지점에서 특히 유의하자.

잠시 사라졌던 덕동호가 또 다시 나타난다. 이전에는 호수만 보였던데 이번에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감포 가는 4번 국도까지 한 눈에 보인다.

재밌는 산길도 만난다. 마치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수차례 빙글빙글 돌며 올라간다. 이렇게 20분 정도 오른 후 뒤돌아 보면 덕동호와 보문호가 동시에 훤히 보인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헬기장과 창녕 조씨묘를 지나면 산길이 푸근해진다. 초겨울이라 음지는 얼음이 얼어있고 양지는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웬만한 고분만큼 큰 월성 김씨묘를 지나면 정면에 토함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지독한 오르막을 힘겹게 지나면 주변은 온통 잣나무. 줄지어 있는 것을 보니 오래 전에 인공조림을 한 듯 싶다. 잣잎은 낙엽과는 달리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하다.

잣나무숲을 지나면 갑자기 정면에 확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왼쪽 저멀리 본지 지면에 소개됐던 동대봉산과 함월산이 보인다.

오른쪽길을 택한다. 왼쪽에는 아직도 억새가 지지 않고 바람에 몸을 의지한 채 춤을 추고 있다.

20분쯤 뒤 이정표를 만난다. 우물식수지점으로 정상까지는 0.5㎞. 오른쪽으로 3㎞ 정도 내려가면 코오롱호텔 주차장. 직진한다. 낙엽길이 너무 좋아 다음에 누군가를 데려와야겠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쏟아진다. 오른쪽에 불국사 주차장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좌 보문, 우 덕동’ 사이에 방금 우리가 올라온 조그만 봉우리가 보인다.

곧 정상. 사방이 온통 산. 정상석과 돌탑 쪽으로 가기 전 불국사를 기준으로 왼쪽에 치술령, 그 뒤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가지산 고헌산 문복산 등 영남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경주의 산들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불국사 오른쪽으로 남산 고위산 마석산 벽도산 단석산 용림산 구미산 오봉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남쪽엔 삼태봉.

다시 정상석이 있는 돌탑에 다다르면 저 멀리 동해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작은 봉우리가 가까이 있어 마치 항공사진이나 위성사진의 입체감을 보는 듯 하다.

하산은 헬기장을 지나 동쪽으로 내려선다. 석굴암 입구까지는 20분이면 닿고 여기서 불국사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아직도 울긋불긋 단풍이 볼 만하다.



# 떠나기 전에 - "온천으로 산행 피로 날리세요"

흔히 사람들은 경주를 두고 노천박물관이라 부른다. 경주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 유적지여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호국 진산으로 여겨지는 토함산은 석굴암과 불국사를 품고 있다. 석굴암은 생전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는 현세의 부모를 위해 완성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석굴암(국보 24호)은 통일신라 경덕왕 10년(751년) 재상 김대성에 의해 기공되어 혜공왕 10년(774년) 창건됐으며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22년(535년)에 창건된 이후 수 차례 중수됐다. 불국사 경내에는 다보탑(국보 20호)과 불국사 삼층석탑(일명 석가탑·국보 21호), 청운교 백운교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지난 1995년 12월 해인사 팔만대장경, 종묘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됐다.

토함산(吐含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데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온다. 하나는 동해바다와 가까이 있어 자주 발생하는 안개와 구름을 삼키고 토하는 산이라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신라 4대왕인 탈해왕의 이름에서 연유됐다는 설이다.

 

지금까지의 토함산은 사실 하루 산행지로는 짧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되는 산길은 이런 단점을 조금은 해소해줄 것으로 믿는다. 문화엑스포공원에서 산길을 잡아 오르는 코스로 근교산 마니아에게는 안성맞춤의 산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산행 후 피로를 풀려면 불국사 근처의 경주온천을 찾아보자. 목욕료 5천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 부산-경주 버스 15분 간격 배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들머리에 가기 위해서는 경주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불국사행 좌석버스 10번을 타고 문화엑스포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1천1백50원.
 

날머리인 불국사 주차장에서도 역시 좌석버스 10번을 타고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 막차 시간은 오후 9시50분. 역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주시외버스터미널 맞은 편 둔치에 주차를 해놓고 불국사행 좌석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차비 무료. 또는 버스 하차지점인 문화엑스포공원 부근에 차를 주차시키고 하산 후 11번 좌석버스를 이용, 문화엑스포공원 정류장으로 되돌아 가면 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서는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빠져나와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시외버스터미널’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고수부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외버스터미널을 약간 지나 U턴해야 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2.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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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부터 금정산(金井山긿801m)은 부산시민의 버팀목이자 영원한 휴식처다.
외군이 침입할 땐 금정산성의 토대가 되어 주었고 평화로울 땐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다.
괴로울 때나 화가 치밀 때 오르면 평상심을 찾도록 도와주며 외로움에 허덕이는 도시인들에겐 늘 벗이 되어 준다. 자녀와 함께 찾으면 희망과 동심을 안겨다 주고 종교인들에겐 수양 공간으로 넉넉한 터를 제공한다. 혼탁하고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도심의 허파 역할도 물론 금정산의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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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랬던가. 금정산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이른 새벽부터 해질 무렵까지 사방팔방에서 지능선을 타고 사연많은 시민들이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이쯤되면 금정산은 부산시민들에게 단순한 하나의 산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존재로 다가온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계곡산행도 가능하다.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산꾼들을 유혹한다. 차고 앉은 터가 남쪽 끝이라 눈덮인 설경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
 집채만한 기암괴석의 위용과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장쾌한 조망은 기본이다. 여기에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이 용이한 것은 금상첨화. 이와 관련 전국의 모든 산을 통틀어 금정산처럼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 부산 산악인들의 귀띔.
 이번 주 국제신문 산행팀은 부산의 진산이자 명산인 금정산을 다시 찾았다. 양산 다방동에서 고당봉과 백양산을 거치는 대종주를 하기 위해서다.
 들머리는 양산 다방동 대정1차그린파크 1동 앞. 시멘트 포장로를 따라 오르면 곧 산길이 열린다.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산길은 잘 정비돼 있어 그다지 어려움은 없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왼쪽에 첫 전망대. 정면에 양산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그 뒤로 천마산 영축산이, 물금읍내 뒤쪽엔 오봉산 토곡산 어곡산이, 양산시가지 우측엔 천성산 운봉산 망운산 백운산 철마산이 도열해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서 본격 암봉이 시작된다. 밧줄 걸린 바위를 넘으면서 탁트인 시원한 조망도 감상하자.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산길을 재촉하다보면 능선상에 제법 넓은 광장에 다다른다. 왼쪽으로 가면 금륜사 은동굴 방향.
 계속 직진한다. 오른쪽엔 양산내륙컨처리장과 물금 들녘이 펼쳐져 있고 낙동강과 양산천이 합류하는 모습도 보인다. 김해와 양산을 이어주는 다리와 신어산 백두산 돛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정면 철탑 뒤에 비로소 고당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장군봉(734.5m)은 삼각점이 있는 726.7m을 지나야 고당봉 원효봉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장군봉을 지나면 억새평원. 이 구간은 금정산의 산세와 달리 양탄자처럼 흙길이 이어진다. 불과 한달전의 화려했던 금빛물결은 오간데 없고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억새평원이 끝날 때쯤 길은 갈라진다. 왼쪽으로 가면 계명봉 방향이니 우측 안부쪽 길을 택한다. 이때부터 낙동정맥 구간.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왼쪽에 옹달샘과 가산리마애여래입상 팻말이 잇따라 나온다. 마애불 혹은 미륵불로 불리는 입상은 산길 우측 기암괴석 위에서 발아래 낭떠러지로 내려다보면 멀리 보인다. 호포지하철기지창에서 올라오는 계곡길도 선명하게 보인다.
 고당봉은 북벽 암벽을 타고 오른다. 가파르지만 밧줄을 잡고 5, 6분이면 오른다. 정상에 서면 왼쪽 계명봉과 오른쪽에 남산봉이, 남쪽으로 북문 원효봉 의상봉이 내려다 보인다. 너럭바위가 여럿 있어 쉼터로 일품이지만 날파리가 너무 많이 잠시도 지체하기 힘들다.
 고모당을 지나 10분이면 북문에 닿는다. 갑자기 시끌벅적, 유원지에 온 느낌이다. 산꾼들은 금정산은 양산 다방동에서 고당봉까지 구간이 산으로의 역할을 할 뿐 북문에서부터 동문 남문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은 산행지로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흔히 말한다.
 지금부터는 일사천리로 내달린다. 흙산인 원효봉과 돌산인 의상봉, 제4망루까지. 원효봉에선 동쪽의 대운산 철마산 달음산 아홉산 등 동쪽의 봉우리들과 남쪽의 금련산 황령산 봉래산 등을 확인해보자. 제4망루에선 방금까지 달려왔던 봉우리가 한 눈에 모두 들어온다. 최북단에서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고당봉 부부바위 금샘, 원효봉 의상봉 무명암까지. 주능선길 우측에는 장군봉 억새평원과 달리 아직 억새가 볼만하다.
 무명안부를 지나 왼쪽엔 부채바위 팻말이 나온다. 성벽을 넘어 우측 능선을 타고 오르면 동자바위 부채바위 제3망루 나비암을 볼 수 있다. 다시 주능선으로 나오면 우측엔 산성마을과 그 뒤로 파류봉 상계봉이 보인다.
 동문까지는 20분 정도. 동문 장승백이를 지나면 산성고개와 만나고, 여기서 쉬엄쉬엄 40분 정도 산길로 오르면 제2망루. 이곳에서 다시 40분 정도 걸으면 금정산과 백양산의 사실상 경계인 만덕고개. 다시 건너편 산길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백양산 줄기. 이후 자연학습장~만남의 쉼터~불태령~백양산~애진봉~삼각산~각산을 거치면 주례 보훈병원쪽으로 하산할 수 있다. 금정산~백양산 종주는 12~13시간 정도 걸리므로 해가 짧은 요즘은 두 번에 걸쳐 나눠야 가능하다. /  글 사진=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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