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 & 그너머 <363> 안강 무릉산

 
  무릉산 정상은 다른 산과 달리 정상이 꽤 넓은 억새밭이다. 산 정상에서의 예상치 못한 억새밭은 이번 산행의 백미였다.
산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애를 먹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묘지가 가장 빈번한 사례다. 산 속 깊숙이 있을 경우엔 이따금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산기슭, 특히 산행 초입에서 만날 땐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어쩌면 산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들머리 찾기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덤까지 반듯하게 난 길을 아무 생각없이 섣불리 따라가다간 결국 산행 코스를 잃고 낭패를 보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 산행로가 잘 정비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의 경우 이같은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국제신문 산행팀이 시도하는 개척산행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철조망도 마찬가지. 순조롭게 능선까지 다다랐다 예상치 못한 키 높은 철조망에 가로 막혀 발길을 돌려야 할 때의 허탈감이란….

 무릉도원(武陵挑源)과 이름이 같아 산행 도중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를 품게 했던 무릉산 산행은 초입부터 무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여기에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찾았다 싶은 산행로가 주능선에 거의 도달했을 땐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철조망에 가로막혀 결국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산행팀이 이번 주 찾은 경주 안강읍의 무릉산(武陵山)은 묘지와 철조망으로 인해 들머리 찾는데 유의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전 10시40분께 시작한 산행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제대로 된 산길에 접어들 수 있었다.

안강은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회재 이언적 선생을 봉향하는 옥산서원을 중심으로 자옥산(남서) 어래산(북동) 도덕산(서북) 무릉산(남) 등 4개의 명산이 에워싸고 있다.

안강의 이들 4개 산 가운데 자옥산만 회재 선생 낙향 전부터 이름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회재 선생이 명명했다 한다. 당시엔 무릉산이 무학산으로, 어래산이 화개산으로 불렸지만 이후 명칭의 변경과정은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다.

자옥산 어래산 도덕산은 옥산서원과 비교적 가깝지만 남쪽의 무릉산은 나머지 3개 산과의 거리가 제법돼 정상에서 서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행은 안강읍 근계리 가마실~경주 김씨묘~주능선~무릉산 정상(산불초소, 무릉산 중계소)~은진 송씨묘~검단리 달성곡 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버스종점인 가마실에서 내리면 Y자 두 갈래길. 산죽이 반겨주는 왼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소 축사와 수확이 끝난 들녘, 그리고 감나무 배나무 대추나무가 보이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름은 가마실. 정면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오를 무릉산. 파란 물탱크를 지나 무릉농원 팻말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은 후 도랑 다리를 지난다. 첫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 한쪽 편엔 한국전쟁때 이 곳 안강이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짐작케 해주는 순국군경위령비가 쓸쓸히 서 있고 그 앞으로 양봉함들이 보인다.

지난 추석 무렵 태풍 ‘매미’때 쓰러진 듯한 큰 소나무가 길을 막고 있어 그 밑으로 통과한다. 경주 김씨묘가 보이면 오른쪽 산길을 버리고 묘를 지나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계단모양의 작은 계곡이 나오면 계곡을 건너 산길로 오른다. 들머리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보송보송한 낙엽이 융단길을 깔아 놓아 포근하다.
 

파평 윤씨묘 2기를 지나면서 지그재그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전체적인 전망은 좋지 않지만 묘지 덕에 확 트인 전망을 가끔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

40분쯤 뒤 주능선에 닿는다. 능선 위로 초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다. 이어 네갈래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135도 정도로 크게 돌아 오른다. 가시가 많은 두릅나무와 산딸기나무가 길을 막는다.

싸리나무도 가세해 마치 겨울 속 정글을 걷는 기분이 들 정도다. 뚜렷한 길이 안보여 거의 만들다시피 전진한다. 체력소모가 심하다.

늦가을 찬 바람에 아랑곳 않고 아직 춤을 추는 억새군을 지나면 곧 무릉산 정상(459m). 정상석은 오간데 없고 산불초소와 그 옆에 홍수예보시설물이 서 있다.

제법 너른 정상이지만 조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진행방향 오른쪽엔 안강읍내와 그 뒤로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이 잇따라 보이고 반대편인 왼쪽엔 경주시와 운주산 시루봉 토함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불초소와 홍수예보시설물에 노란리본을 묶고 직진하면서 하산길을 잡는다. 갈참나무 등 참나무가 곳곳에 쓰러져 있다. 널브러진 잔가지와 수북이 쌓인 낙엽 밟는 소리가 각각 ‘뿌지직’ ‘사그락’하며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이렇게 1시간20분 정도 걸으면 은진 송씨묘. 여기서 왼쪽으로 난 능선으로 본격 하산한다. 길은 비교적 잘 나 있다. 산행 시작부터 보이던 무덤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줄곧 이어진다. 산을 완전히 벗어날 지점에선 온통 무덤 천지다. 이 곳을 벗어나면 거대 축사가 나오고 이 마을이 검단리 달성골이다.

산행시간이 좀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은진 송씨묘를 지나 30분 정도 직진하면 덕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길을 택해 덕곡지와 덕고개 마을을 지나 50여분 걸으면 검단1리 마을회관에서 결국 만난다.



# 교통편 - 노포동~경주행 버스 15분 간격 배차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천6백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옆 버스정류장에서 근계행 212번 시내버스는 오전 9시, 11시10분에 있다. 1천원. 날머리인 검단리에서 경주행 216번 시내버스는 오후 2시20분, 4시30분, 6시20분에 출발하고 요금은 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까지 시외버스는 15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경주IC~포항 방면~갈림길서 왼쪽길인 안강 현곡 방면으로 가지말고 오른쪽 포항 방면~포항 안강 방면(이상 이정표 기준)~안강으로 가는 고가도로~철길 지나~근계교 지나 좌회전 2번~근계1교~우회전~강변타운 지나 직진~근계리 버스종점 순으로 간다.



# 떠나기전에 - 검단 '탄산 약수터' 둘러볼만


무릉산은 작은 산이다. 안강읍과 경주시를 품에 안은 알려지지 않은 전형적인 근교산이다. 조용한 산, 한적한 산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산행 시간이 다소 짧은 것이 흠이지만 장거리 산행을 원하는 꾼은 덕고개에서 능선을 이어타고 현곡면의 남사리나 안태봉으로 산길을 잡으면 된다.

들머리인 근계는 마을 앞을 흐르는 칠평천의 근원이며 가마실은 마을의 위치가 가마와 같이 산으로 둘러 싸여 붙여진 이름이다. 날머리인 검단리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가마솥과 같다하여 금당으로 불리다가 검단으로 바뀌었다. 검단에는 탄산성분의 약수탕이 있다. 100여년전 가뭄이 심해 우물을 팠더니 청석에서 거품이 섞인 물이 솟는 것을 발견했다 한다. 떫은 맛이 나며 위장병에 좋다 하여 주변 백숙집 등이 덩달아 유명해졌다. 산행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덕고개마을에는 경주 ‘단고사 강단’이 있다. 문화재자료 329호로 병자호란때 의병을 일으켜 경기도 이천 쌍령(雙嶺)전투에서 순절한 낙선당 손종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입력: 2003.11.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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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1> 부산 백양산
 
  백양산 정상을 넘어 금정산으로 향하는 능선길 좌우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내고장 부산의 도심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사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을 한 눈에 조망해본 사람들은 예상 외로 적다. 가까운 도심의 산에 오르면 되는 데도 그런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산에 오르면 부산의 도심을 가장 잘 볼 수 있을까. 산꾼들은 다양한 이유를 대며 백양산 황령산 금정산 승학산 등을 내세우지만 대체로 백양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도상으로 백양산은 부산진구와 북구, 사상구의 경계를 이루는 부산의 심장부.

혹자들은 북쪽 끄트머리인 금정구 일부와 엄광산에 가려 중·서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백양산이 차고 앉은 터를 고려한다면 이를 벌충하고도 남는다.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백양산은 북으로 금정산과 이어져 있고, 남으로는 실낱같은 능선이 주례에서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으로 맥을 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한 걸음에 모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산행팀은 부산서 조망이 뛰어나다는 백양산을 찾았다. 그동안 산꾼들에게 백양산은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등한시 돼왔다. 그러나 부산진구 북구 사상구 어느 곳에서라도 쉽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고 코스도 다양해 한나절만 투자한다면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특히 백양산 줄기를 지나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밟아 본 사람이라면 그리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멋진 산길을 감상할 수 있어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코스는 부산진구 당감동 선암사~임도~애진봉~백양산 정상~불태령(낙타봉)~만남의 숲~안부~금정봉(金頂峰) 갈림길~자연학습쉼터~만덕고개~샘터~케이블카 타는 곳~금강공원 순.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도심의 산이라 군데군데 하산길이 많아 힘에 부치면 언제 어디서건 하산해도 상관없다.

들머리인 선암사는 신라 문무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창건 당시엔 낙동강이 보여 견강사(見江寺)로 불렸지만 경내에 화랑들이 수도를 했던 바위인 신선암이 널리 알려지면서 선암사(仙庵寺)로 명명됐다 한다. 대웅전 왼쪽으로 범종각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공양간과 찻집인 휴휴정이 나온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면 솔밭길. 정면에 ‘산불조심’ 팻말이 보이면 본격 산길로 올라선다.

20여분 오르면 첫번째 임도. 길 양쪽에 산불진화용 파란색 저수조가 서있다. 정면 가파른 돌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좌우로 부산시내 전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10여분 뒤 또 다른 임도가 나오면 역시 길을 가로 질러 오른다. 오른쪽 1시 방향에 돌탑 위 백양산 정상석이 조그맣게 보인다.

7, 8분 뒤에 애진봉(愛鎭峰)에 닿는다. 부산진구청이 지난 98년 세운 향토 사랑비가 세워져 있다. 바로 옆에 헬기장도 있고 벤치와 꽃을 심어 놓아 소풍장소로 많이 애용된다. 왼쪽으로 가면 삼각봉을 지나 주례 방향.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애진봉에서 백양산(白楊山) 정상까지는 10여분. 장쾌한 조망에 일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 이토록 보석같은 장소를 왜 몰랐지 하는 아쉬움과 뒤늦게나마 알게 된 고마움이 교차된다.

왼쪽엔 낙동강 물줄기와 황금빛 김해평야가, 오른쪽엔 서면시가지와 북항 등 부산전경이 한 눈에 잡힌다. 오른쪽 발밑엔 성지곡수원지와 하얀 사직주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시선이 자꾸 도심보다 낙동강과 김해평야 쪽으로 쏠리는 것은 기자만의 편견일까.

부산 도심과 주변의 산들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북쪽 금정산 고당봉을 정점으로 왼쪽에 평평한 봉우리인 신불산과 영축산이 겹쳐져 보이고 그 왼쪽으로 토곡산과 오봉산이, 낙동강 건너엔 신어산 무척산이 눈 앞에 다가온다.
 

서쪽으론 김해 용지봉과 불모산 팔판산 보배산 봉화산이, 북동쪽으론 천성산 계명봉 대운산 철마산 함박산 달음산 일광산이, 정동에 장산이 보인다. 우측 도심쪽으로 황령산과 금련산이, 남쪽으론 엄광산 구덕산 승학산, 그리고 영도의 봉래산이 자리잡고 있다.

하산은 본격 능선길. 조망이 워낙 좋아 곳곳에 땀을 식히며 상념에 잠긴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길 양편에 억새가 눈에 띄지만 공익요원들이 산불방지를 위해 억새를 베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면 돌탑이 서있다. 일명 낙타봉. 초읍에서 구포로 넘어가는 곳으로 이곳 사람들은 불태령(佛態領·611m)이라 부른다. 구만덕 뒤 저 멀리 상계봉이 보인다.

하산길은 아주 가파르다. 20여분 뒤면 만남의 숲(광장). 직진하면 만덕고개 혹은 남문방향이고 왼쪽은 만덕, 오른쪽은 어린이대공원과 당감동 방향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족산행이라면 여기서 대공원쪽으로 내려가도 무난하다.

만덕고개 쪽으로 향한다. 20분 뒤 금정산 주능선을 오르기 위한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금정봉 방향. 자연학습쉼터 또는 구민의 숲을 지나면 무선기지국과 철탑이 있는 전망대. 백양산에서 안보이던 동래 금정지역이 훤히 보인다. 5분 후엔 만덕고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금정산과 백양산의 줄기가 끊어져 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 산길로 오르면 금정산 남문 방향. 주의할 것 한 가지. 20분 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 갈림길에서 반드시 오른쪽 쓰러진 나무쪽으로 길을 택한다. 이후 오르막 산길. 왼쪽 한 편에 샘터가 있다. 다시 억새가 양옆에 펼쳐져 있는 산길을 올라 20분 정도 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 가족과 함께라면 케이블카로 내려가도 좋고, 걸어서 가려면 케이블카 타는 곳을 정점으로 오른쪽 길로 하산한다. 40분 뒤 금강공원 입구가 나온다.

## 떠나기 전에

백양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조선시대에는 선암산으로 불렸다. 남쪽은 당감동 뒷산의 천년고찰 선암사에 의해 선암산으로 불렸고, 그 반대편 서쪽에서는 모라 운수사의 이름을 본따 운수산(雲水山)으로 명명됐다. 조선시대 좌수영지(左水營誌) ‘병고조’(兵庫條)에는 운수산을 봉산(封山)으로 정해 놓고 수군의 병선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나무를 반출하였다. 그 만큼 당시 백양산은 울창했다 한다.

지금의 백양산은 초읍쪽에 신라시대 백양사란 사찰에 의해 불려진 이름이 지금까지 남게 됐다.

백양산은 구포의 주산인 주지봉(蛛蜘峰)과 이어진다. 산 정상에 마치 거미가 웅크린 모습의 암봉이 연이어 솟아 있어 낙타봉으로도 불리며 이 길은 백양산에서는 가장 옹골찬 산길로 시랑골과 음정골이 흘러 내린다. 시랑골 골짜기에는 차디찬 금샘터가 있어 찾는 이가 많이 있다.

초읍의 성지곡 수원지에는 어린이 대공원이 있으며 이는 1909년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 수원지이다. 주변에는 일제시대때부터 조림한 편백나무가 장관으로 삼림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백양산에서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인 철학로와 만덕고개를 지나 케이블카 종점까지 올라서는 산길을 이 가을에 찾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다양한 산행 들머리 장점

부산의 심장부에 위치한 백양산은 부산진·북·사상·동래구 등지에서 올라가는 길이 많아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을 산행 들머리로 잡으면 된다.

우선 북구 구포 삼경장미아파트와 덕천동 영천초등학교, 만덕주공아파트에서 불태령으로 올라 백양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사상구에선 모라 운수사에서 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모라 용문사에서 삼각봉~애진봉~백양산 정상으로, 지하철 2호선 구남역 근처의 용운암에선 510m봉을 거쳐 백양산 정상으로 향할 수 있다.

또 신라대와 보훈병원에선 갓봉~삼각봉~애진봉을 거쳐 백양산으로 오를 수 있다.

부산진구에선 어린이대공원~사명대사 동상~삼림욕장~만남의 숲으로, 초읍 시립도서관 뒷길에선 대진아파트~금정봉~만남의 광장 순으로, 금용산~금용암~금정봉~만남의 숲으로도 등산이 가능하다. 사직동 한신아파트 뒷길로도 오를 수 있다.

역으로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금정산에 오른 뒤 백양산으로 향할 수 있고, 고당봉 쪽에서 백양산 방향으로 종주산행도 좋은 방법. 가족과 함께라면 짧은 코스를, 산꾼들과 같이 오를 경우엔 능선을 따라 종주산행을 권하고 싶다.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0.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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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60> 한라산

 
  한라산 정상에서 북쪽인 관음사 방 향으로 하산하다 만나는 왕관릉. 암 봉이 이름처럼 왕관을 쏙 빼닮았다.
한라산(漢拏山·1,950m)이란 이름은 ‘은하수를 잡아 끌어당길 수 있다’(雲漢可拏引也)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 그만큼 산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한라산은 그 높이에 비해 오르내리는 일이 의외로 수월하다. 산행 기점이 대부분 해발 620~1,280m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같이 쾌적한 날씨에는 산책하듯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실제로 한라산 등반 길에 나서다 보면 평상복에 운동화를 신은 산꾼 아닌 산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사실 산꾼들에게 한라산은 겨울 산행지.

국립공원한라산관리사무소는 그동안 겨울철 적설기간(통상 11월부터 다음해 2월)만 한시적으로 백록담 정상을 개방해왔고 나머지 기간에는 7, 8부 능선까지로 산행을 제한해 산꾼들은 겨울에만 한라산을 찾았다. 이른바 눈꽃산행이란 이름으로.

하지만 오랜 기간 실시해온 자연휴식년제와 등산로 복구작업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올 3월부터 성판악 및 관음사 코스에 한해 정상까지 개방, 이젠 한라산의 사계절을 볼 수 있게 됐다.

동행한 한 산꾼은 “눈덮인 한라산만 두 번 올라 산세를 정확히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산행으로 그 궁금증이 해소됐다”며 “용진각대피소 주변 산세와 울긋불긋한 단풍, 이끼 낀 탐라계곡의 수려함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팀은 길이 평탄한 성판악으로 올라 한라산 북면의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는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현재로선 두 코스를 연계해 백록담에 오르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산행은 성판악매표소~사라악약수터~사라대피소~진달래밭대피소~한라산 동능 정상~왕관릉~용진각대피소~삼각봉~개미등~탐라계곡대피소~숯가마터~구린굴~관음사주차장 순. 흔히 9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까지 잡는데 이는 눈꽃산행 때 아이젠을 찬 경우가 고려된 것 같다. 보통 산꾼이라면 빨리 걷지 않더라도 8시간대면 가능하다.
 

산행은 해발 750m인 성판악휴게소에서 시작된다. 매표소를 지나면 한 눈에 숲이 깊음을 알 수 있다.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아 마치 밀림지대를 걷는 기분이다.

처음엔 한라산이라는 상징성과 꽝꽝나무 노가리나무 등 평소 못보던 수종이 눈에 띄어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가지만 길의 단조로움과 같은 수종의 반복, 그리고 꽉 막힌 조망 등으로 이내 지루함을 느낀다.

1시간30분 정도 뒤면 사라악약수터. 물이 나오는 파이프를 쓰러진 고목 안으로 넣어 제법 운치있게 만들어 놨다.

1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앞이 확 트인다. 바로 진달래밭대피소다. 해발 1,500m. 과거 산행통제땐 여기까지가 허용구간이었다. 건물 옆에 매점이 있어 대부분의 산꾼들이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컵라면과 음료수, 커피 등이 다른 국립공원보다 엄청 싸다.

이제 정상까지는 2.3㎞. 시간상으로 1시간 안팎. 해발 고도가 높아 키 큰 관목은 점차 줄어들고 구상나무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살아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죽어서는 오히려 신비스런 자태로 산꾼들을 맞는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제주도 동쪽의 조망이 훤히 트이면서 동시에 섬 특유의 매서운 바람도 거세진다. 서귀포시가 저 멀리 보이고, 성산 일출봉과 중산간지대 사이의 수많은 오름들이 실루엣으로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마침내 정상. 정확히 말하면 한라산 동능 정상.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그토록 고대하던 백록담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신령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영주산(瀛州山)이란 별칭이 붙었던가.

바람이 너무 거세 이내 입이 얼고 손이 소매 속으로 들어간다. 구름걷힌 백록담은 보고 싶은데 도무지 가을바람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차고 세다. 일순간 ‘와아’소리가 들린다. 백록담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내 구름이 시야를 가로 막는다. 물은 조금 뿐이었고 구름 사이로 까마귀 여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진 바람 때문에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북쪽인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재촉한다.
 

조금 내려서니 주목과 구상나무 고사목이 많이 서 있다. 장관이다. 30분쯤 뒤엔 왕관릉 이정표가 서 있지만 실제론 볼 수가 없다. 좀 더 내려가야 한다.

곧 용진각대피소. 주변 봉우리 전체가 울긋불긋한데다 기암괴석마저 돌출돼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대피소 뒤편 봉우리는 젊은 산악인들의 설상훈련 장소로도 유명하다.

솥뚜껑처럼 생긴 붕괴위험건물을 지나 탐라계곡 최상부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제서야 왕관릉이 보인다. 이름처럼 암봉이 마치 왕관을 쏙 빼닮았다. 평소 건천인 탐라계곡은 국내 3대 계곡에 들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비가 오면 순식간에 폭포수처럼 계류가 쏟아지는 탐라계곡의 이끼 낀 초록의 자태는 과히 인상적이다.

산사면을 비스듬히 트래버스하면 이번엔 개미등. 생긴 모습이 비슷해 붙여진 이름. 길이 좁은데다 길 왼쪽에 바위절벽으로 철조망을 쳐놓았다. 폭설이 내리면 산사태가 가장 빈발하는 곳이다.

조금만 더 가면 이번엔 등뒤로 삼각봉. 봉우리를 인위적으로 깎은 듯 삼각형처럼 생겨 신기할 정도다. 잘록한 개미목을 지나면 발밑 등산로에는 나무를 깔아 놓아 관광탐방로를 걷는 기분이다.

이후 탐라계곡을 두차례 정도 가로지르면 숯가마터와 구린굴 낭떠러지를 차례로 만난다. 여기서 날머리인 관음사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이흥곤기자



## 떠나기 전에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한라산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제주도에서 차지하는 한라산의 비중이 크다.

금강산 지리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는 한라산은 제주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안개가 낀 백록담에 꽃사슴이 내려와 물을 먹고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동화같은 산으로 여겨지는 한라산은 신비감이 감도는 산이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 영실 코스, 어리목 코스 등 네가닥으로 단촐하게 이어진다. 이 중 현재로선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만 정상 등정이 허용되고 있다.

어리목 코스는 1100번 도로에서 윗세오름 대피소로 올라 서북벽을 구경하고 영실로 하산하는 것이 좋으며 오백나한의 기암과 건폭이 장관을 연출한다.

한라산은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봄의 한라산은 각종 야생화와 철쭉으로 산상의 화원을 연출하고 여름엔 푸른 신록으로, 속살까지 볼 수 있는 가을엔 붉게 물든 단풍과 억새가, 겨울엔 흰눈을 이고 있는 매력 넘치는 산이다.

당일치기로 한라산만 오르는 것은 너무 아쉽다. 1박2일로 느긋하게 산행후 제주도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기분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한라산은 산행시간이 길어 출발시간을 계절에 따라 세가지로 나눠 제한한다.

△춘추절기(3~4, 9~10월) 오전 9시30분 △동절기(11~12월, 이듬해 1~2월) 오전 9시 △춘하절기(5~8월) 오전 10시. 이달에는 오전 9시30분까지는 매표소를 통과해야 한다. 국립공원한라산관리사무소 (064)713-9950.

부산서 한라산 등반을 하루만에 하려면 첫 비행기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대한항공(1588-2001) 부산발 제주행 오전 7시10분 비행기를 타면 된다. 월~목 5만9천4백원, 금~일요일 6만3천원(이상 공항세 포함).

돌아올 땐 아시아나(1588-8000) 비행기도 가능하다. 제주발 부산행 마지막 비행기는 오후 8시10분. 그 앞은 오후 7시20분, 6시20분에 있다. 월~수 5만8천8백원, 금~일요일 6만2천9백원(〃). 대한항공의 부산행 마지막 비행기는 목~토 오후 7시30분, 월~수 오후 8시40분, 일요일 오후 8시5분.

공항에서 들머리인 성판악휴게소까지 택시요금은 1만5천원, 날머리인 관음사에서 공항까지는 1만2천원 정도 나온다. 유의할 점 한 가지. 공항에서 등산용 스틱과 맥가이버칼은 위험물로 취급돼 수하물로 맡겨야 한다.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hung@kookje.co.kr  입력: 2003.10.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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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 그너머 <358> 승학산 억새 능선
 
  승학산 억새평원은 부산시민의 자랑이다. 정상을 앞두고 평원의 억새꽃이 산들바람에 휘날린다.
도심을 벗어나지 않고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의 화려한 장관의 물결을 원없이 볼 수 있는 부산의 산은 없을까.

그럼 두 말 말고 승학산(乘鶴山)으로 떠나보자.

사실 억새라면 해운대 장산이나 백양산 등지에서도 못보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나 장쾌한 조망면에서 승학산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상 인근 사면의 화려하면서도 광활하게 불꽃을 태우는 억새밭이 주메뉴라면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도심의 풍경과 영남의 젖줄인 칠백리 낙동강물의 도도한 흐름은 전채요리나 후식에 비견될 만하다.



사하구 당리동과 사상구 엄궁동에 걸쳐있는 승학산은 해발 496m로 그리 높지 않아 가족등반 코스로 제격이다. 인근 주민들에겐 기껏해야 ‘마을 뒷산’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 봉우리와 이어지는 능선 산행을 하다보면 전혀 새로운 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번 산행은 지하철 1호선 괴정역~괴정성당 옆 동산빌라 입구~한샘약수터~헬기장~부산기상레이더관측소(시약산)~시약정~부산항공무선표지소(구덕산)~산불감시초소~잇단 헬기장~승학산 정상~동아대 하단캠퍼스 순으로 이어진다. 3시간 정도 걸린다. 주말 모처럼 늦잠을 잔 뒤 ‘아점’을 먹고 여유있게 가을억새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코스다.

지하철 괴정역 1번 출구로 나와 곧바로 보이는 나산부인과를 끼고 오른쪽길을 택한다. 150m쯤 걸으면 한우아파트. 여기서 왼쪽 괴정성당으로 가는 일방통행길로 가다보면 정면에 동산빌라가 보인다. 길을 건너 왼쪽으로 가면 ‘어린이보호’ 파란색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난 계단으로 오른다. 괴정성당이 담너머 보이고 이내 임도와 만난다. 오른쪽 철문옆으로 난 산길로 오른다. 태풍 매미 탓인지 나뭇잎이 이미 바래 올해는 제대로 된 단풍을 보기 힘들 것 같다.

평일 오전인데도 마을 뒷산이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부분 아줌마들이다.


목장승이 서있는 한샘돌탑을 지나면 곧 한샘약수터. 목을 축인 뒤 계속 오르면 첫 헬기장. 쑥부쟁이와 억새가 가을이 이미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곳에서 앞으로 우리가 오를 세 개의 봉우리가 차례대로 보인다. 정면 오른쪽부터 시약산 정상인 기상레이더관측소,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 저멀리 왼쪽 봉우리가 승학산이다. 송도 앞바다와 영도다리 오륙도 등 부산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대티고개~천마산~봉화산~아미산~몰운대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젓한 송림길을 지나 산불진화용 저수조쪽으로 직진해 35분 쯤 가면 또 다른 헬기장. 승학산 오른쪽 뒤로 보배산과 불모산 화산 장유봉이 보이고, 김해시가지와 그 뒤로 신어산 토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 및 근교를 이처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헬기장을 지나면 곧 시약산 정상인 기상레이더관측소. 일반인 출입금지구역이다. 이 곳을 지나면 오른쪽에 정자인 시약정이 바위 위에 서있다. 태풍 매미 때문에 지붕이 약간 날아갔지만 신기하리만큼 멀쩡하다. 정자 옆 절벽 바위 위에 서면 왼쪽에 백양산, 그 뒤로 금정산 상계봉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엄광산 황령산 장산 철마산이 차례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발밑에는 꽃마을과 내원정사가 누워있다.
 


시약정에서 나와 구덕산 정상인 항공무선표지소를 거쳐 승학산 정상으로 가는 안부까지는 시멘트길. 하지만 정면에 낙동강과 가을색 짙은 김해평야가 보여 지루하지 않다.

서대신동 꽃마을에서 승학산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이 곳에서 만난다. 여기서 승학산 정상까지는 2.35㎞. 숲길로 들어선다. 헬기장을 지나 무명봉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안부. 산불초소가 있고 승학산 억새보호안내 팻말이 서있다. 이 때부터 억새밭이 본격 펼쳐진다는 의미다. 정상까지 1.45㎞. 억새군락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며 물결치는 아름다운 장관은 가던 걸음을 수차례나 멈추게 만든다. 하얗게 핀 억새를 만져보니 솜털처럼 부드럽다.

억새밭 옆에 그늘을 드리운 소나무 밑은 어김없이 등산객들의 차지. 이곳저곳 한 두군데가 아니다.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치기가 안타까웠던지 빙 둘러앉아 점심이나 간식을 들며 웃음꽃을 피운다. 화왕산이나 재약산 사자평에 비해 방대하지는 않지만 이 가을, 억새산행지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낙동강과 김해평야가 점점 다가온다. 온통 가을색이다.

마침내 정상. ‘학이 하늘에서 우니 온 세상에 다 퍼진다’라고 새겨진 비석과 돌탑 정상석이 차례로 서있다. 가덕도 연대봉과 영남알프스인 영축산, 가지산, 백양산, 금정산 고당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조망이다. 하산은 서쪽인 동아대 하단캠퍼스쪽으로 내려선다. 가파르지만 40~50분 정도면 캠퍼스 입구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가을철 부산 사람들이 억새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반드시 회자되는 산이 승학산이다.

승학산은 고려말 무학대사가 산천을 두루 살피며 전국을 유랑할 때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학이 하늘을 나는 듯하다 하여 승학산으로 불렀다 한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승학산 자락에는 삼한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많다. 괴정동의 패총, 각종 무문토기, 고분 그리고 대티고개에서 당리동 뒷산으로 이어지는 석성은 목마성으로, 군마를 양성했던 장소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산행 들머리의 지하철 1호선 괴정역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316호인 괴정동의 회화나무가 있다. 괴목(槐木)이라고도 불리는 이 회화나무는 지금의 괴정동명과 무관하지 않다.



승학산은 사방팔방으로 산길이 뚫려 있다. 이에 비례하여 그 산길로 오가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 특히 지금은 억새의 은빛 물결로 치장을 해 온 산이 화려한 장관을 이뤄 뭇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억새뿐만 아니라 승학산은 쑥부쟁이 여뀌 이질풀 등 온갖 야생화가 계절을 바꿔가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이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산행기점 어디서나 선택 장점

도심에 위치한 승학산은 무엇보다 산행 기점을 어디서나 쉽게 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하구에선 동아대 하단캠퍼스나, 하단오거리의 사파이어호텔 뒤, 엄궁 등지에서 올라 승학산 정상~억새평원으로 갈 수 있고 서구에선 서대신동 꽃마을이나 대티고개 정상부에서 올라 시약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 정상을 거쳐 동아대 하단캠퍼스로 하산이 가능하다.



중구에선 대청공원에서 출발 구봉산~엄광산(고원견산)~꽃마을~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갈 수 있고 동구에선 안창마을, 부산진구에선 통일교 범내골성지에서 올라 수정산~엄광산~구덕산~억새평원~승학산으로 이른바 종주 산행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멀리 산행을 하고 싶으면 부산진구 가야1동 현대아파트 건너편으로 올라 가야봉에서 출발해 하단까지 산행을 할 수 있다. 사상구 학장동에서 출발하면 본격 억새평원이 시작되는 산불초소와 만난다.



산행코스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 혹은 그날의 개인 몸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택할 수 있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10.09 18:57 / 수정: 2008.03.13 오후 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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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357> 전남 영암 월출산

영암벌에 홀로 솟아 달맞이 가자네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높이가 120곒로 국내 최고인 구름다리를 걷노라면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흔들림이 심하다.
전라도 영암에 가면 이구동성으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로 ‘달뜨는 산’ 월출산(月出山)이 한 순간 병풍처럼 눈 앞에 불쑥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수석 덩어리같다고나 할까.

전남 유일의 국립공원인 월출산은 사방 100리에 높은 산이 없어 누런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돌봉우리들, 하늘로 솟구쳐오른 기암괴석 때문에 예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왔다.

매월당 김시습은 “남쪽에 제일 가는 그림같은 산 있으니 청천에 솟아 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라고 읊었고, 고산 윤선도도 산중신곡(山中新曲)에서 월출산의 신령스러움을 노래했다.

산꾼들이 봐도 월출산은 그야말로 완벽한 산행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고도(812.7m)에 정상에서의 장쾌한 조망, 계절이나 날씨 그리고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과 아름다움이 확연히 달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또 명물 구름다리와 천황봉 구정봉 마애여래좌상 베틀굴 통천문 도갑사 등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전설이요 문화재다.

특히 미왕재의 광활한 억새밭의 황홀한 장관은 가을 산행의 덤이다.

파른 오르막인 천황사쪽으로 올라 비교적 완만하게 내려서는 도갑사쪽으로 하산하는 가장 일반적인 종주코스를 택했다. 월출산 주차장~천황사~구름다리~통천문~정상(천황봉)~바람재~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미왕재(억새밭)~도갑사 순으로 6시간 정도 걸린다. 바위길이 많아 무릎 보호 밴드 착용을 권하고 싶다.

주차장에서 산길로 오르면 곧 갈림길. 왼쪽은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으로, 오른쪽은 바람폭포~광암터를 거쳐 천황봉으로 가는 길이다. 초행이면 열에 열 모두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마 못가 작은 암자에 닿는다. 천황사(天皇寺)다. 오래전부터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작은 전각이 하나 있었지만 2년전 초파일을 얼마 앞두고 불이나 지금은 천막을 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이 곳에서 식수를 준비하자.

산죽터널과 가파른 철계단을 지나 40분 정도 오르면 구름다리. 천길 낭떠러지에 쇠줄로 엮어 놓은 다리가 절묘하다. 길이 52m, 높이 120m의 현수교로 거센 바람이 불 땐 흔들림이 심하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다가도 아래로 힐끗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다. 뒤따라 오던 한 부부는 부인이 아예 남편 허리를 끌어 안고 걷는다. 다리에서 2시 방향 저멀리 바람폭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내려서면 이제부터 월출산 특유의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린다. 산을 오른다기 보다 철계단 혹은 철사다리를 기어 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른다. 이내 거친 숨을 토해내고 팔뚝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아직 단풍이 들기에 이르지만 구절초 쑥부쟁이 등 가을 야생화와 만개한 억새꽃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산들거린다.

구름다리에서 천황봉까지는 대략 2시간. 이번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절벽에 가까운 돌길을 지나면 바위틈인 통천문(通天門). 천황봉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 곳을 통하면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여수 돌산도 향일암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바위틈인 해탈문과 흡사하다.

5분 후 드디어 천황봉. 호흡이 절로 멎는다. 어른 100여명이 앉아도 될만큼 펑퍼짐한 바위 봉우리에서의 장쾌한 조망을 그 어디에 비길까.

서쪽 건너편에 향로봉 구정봉 주지봉이 마주보고 서 있고, 그 양 옆으로 저 멀리 영산강 물줄기와 이어지는 서해안 목포 앞바다와 강진만의 아름다운 남도경관이 보인다. 북으로는 누런 영암벌판 뒤로 무등산과 저 멀리 지리산 능선이 아련하다. 연신 탄성이 터지는 것은 당연지사.

산은 서쪽으로 내려선다. 꼬불꼬불 급경사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바람재에 이르고 여기서 10여분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길은 억새밭으로 곧장 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베틀굴~구정봉~마애여래좌상을 거쳐 억새밭으로 간다. 후자를 택한다.
 

베틀굴은 옛날 전쟁을 피해 여성들이 베틀을 짰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나 그 모습이 여성의 국부와 흡사해 음굴(陰窟) 혹은 음혈(陰穴)로도 불린다. 굴속에는 항상 물(음수·陰水)이 고여 있고 천황봉 쪽의 남근석을 향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베틀굴에서 100m 정도를 오르면 구정봉.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9개의 웅덩이가 주변에 패어 있는 구정봉은 천황봉 못지 않게 전망이 빼어나다. 여기서 20분 가량 급경사길로 내려가면 국보 144호 마애여래좌상. 높이 8m의 거불로 고려의 석불양식을 보여주는 당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애여래좌상을 둘러본 후 다시 되돌아와 억새밭인 미왕재 방향으로 향한다. 이 길은 앞이 탁 트인 능선길로, 은빛 물결이 춤추는 억새밭까지 대략 35분 걸린다. 역광에 반사되어 찬란히 빛나는 억새는 가을철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이제 미왕재는 구름다리, 바위봉과 함께 월출산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잡았다.

억새밭에서 직진하면 무위사로 향하지만 올해부터 자연휴식년제로 폐쇄됐다. 도갑사는 오른쪽 방향인 홍계골로 하산한다. 오를 때와는 달리 하산길은 전형적인 산길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도갑사에 다다르면 이 곳이 산간습지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도갑사 절집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 산행문의 =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 떠나기전에

월출산은 강진군과 영암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강진 월출산보다는 영암의 종산으로 영암 월출산이라고 불린다. 일본에 문물을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학의 대가 도선국사가 태어난 곳이 바로 월출산 아래 구림이다.

월출산은 삼국사기에는 월나악(月奈岳)이라 불렸고 고려초에는 월생산(月生山)으로 바뀌었으며 이후에는 월산(月山) 보월산(寶月山) 화개산(華蓋山) 소금강산 등으로 각각 지칭되다 현재는 월출산으로 불린다. 월출산은 능선과 골짜기마다 기암과 문화재 그리고 전설이 가득한 산이다. 여유를 가지고 월출산을 음미해보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교통편

대중교통편을 이용할 땐 광주를 거쳐 영암으로 가야 한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광주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부터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만2천7백원. 서부터미널에서 광주행 직행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 그 이후는 매시 40분 간격. 1만4천2백원. 광주터미널에서 영암터미널까지는 매시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천4백원. 영암터미널에서 월출산국립공원(천황사)까지는 오전 6시40분, 9시10분, 10시10분에 있다. 730원. 택시를 이용하면 5천원 안팎. 날머리인 도갑사에서 영암터미널행 막차는 오후 4시25분. 900원.

승용차를 이용하면 남해고속도로~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벌교 낙안읍성 민속마을 2번 국도~보성~장흥~강진~광주 영암방향~풀치터널~월출산 천황사쪽으로 빠진다. 날머리 도갑사에서 들머리 천황사 입구까지 택시(011-608-1733, 018-364-6666)를 타면 1만3천여원.


 
  통일신라때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 경내.

## 주변볼거리

전설에 의하면 영암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가 세개나 있었다. 그 바위의 기운으로 산 아래 고을에서 큰 인물이 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을 들은 중국인들이 몰래 이 곳으로 와 바위들을 밀어 떨어뜨렸는데 그 중 하나가 다시 기어올라갔다고 한다. 스스로 옛 자리로 올라간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고을이 바로 영암(靈巖) 땅이다. 신령스런 바위 때문이었을까. 월출산 주변에선 큰 인물이 많이 났다. 풍수지리설의 시조인 도선국사와 백제 최고의 유학자 왕인이 바로 그들. 월출산 주변에는 이들과 관련된 유적지가 있다.

월출산 종주 날머리에 위치한 도갑사는 통일신라때 도선국사가 창건했고 조선 세조때 왕사였던 수미대사가 중창했다. 경내에는 독특한 건축양식의 국보 50호인 해탈문과 성보박물관이 유명하다. 대웅전 뒤 1천여평의 빈터에 박혀 있는 주춧돌과 승려들의 마실 물을 담아 두는 앞뜰의 대형 석조는 과거 도갑사가 대사찰이었음을 말해준다.

일본에 논어 등을 전수해 아스카문화의 원조가 된 왕인박사 유적지도 한번 둘러보자. 박사가 마셨다는 성천과 그 옆에 유허비가 있다.

월출산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무위사. 신라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국보 13호인 극락보전과 그 내부의 벽화도 반드시 감상하자. 극락보전은 단아함과 장엄함이 두드러지는 건물로 배흘림 기둥을 가진 주심포 양식의 맞배집이다.

월출산파크관광호텔(옛 월출산온천관광호텔) 온천욕도 빠뜨리지 말자. 도갑사에서 차로 20여분 걸린다.


## 맛집

영암의 대표적 먹을거리는 짱뚱어탕과 갈낙탕.

짱뚱어는 갯벌에만 서식하는 특이한 물고기로 현재까지 양식이 불가능하다. 이 바닷물고기는 고단백 영양식으로 고소하고 담백해 이 곳 영암사람들은 민물장어보다 한 수 위로 분류한다.

소금물로 깨끗이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삶아 뼈를 추려낸 후 체로 걸러낸다. 양념으로는 고춧가루 된장 들깨 마늘 생강과 부추 시래기 쑥갓 미나리 등 그때그때 나오는 싱싱한 야채를 곁들인다. 얼큰하고 텁텁한 맛이 일품이며 비리지 않고 구수하다. 탕 7천원, 전골(1인분) 1만2천원.

갈낙탕은 갈비와 이 곳 명물인 세발낙지와의 만남. 한우갈비를 우려낸 국물을 뚝배기에 넣고 세발낙지 밤 대추 등을 끓여낸 것으로 짱뚱어탕에 버금가는 건강식이다. 1만2천원. 영암군청 근처 중원회관(061-473-6700) 동락식당(061-472-2892)이 특히 유명하다. 두 식당 모두 반찬으로 남도 특유의 전어창젓과 토하젓을 내놓아 입맛을 돋운다.

hung@kookje.co.kr  입력: 2003.10.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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