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27> 창원 비음산~김해 용지봉

사뿐히 즈려 밟기엔 너무 고운 자태
비음산 상봉 진달래 군락 '한폭의 그림'
20일께 만개…탁트인 바다 등 조망 탁월
봄날 진달래 산행
4km 산성 진달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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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고산고개에서 비음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비탈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 두 갈래 길 중 왼쪽이 등산로, 오른쪽은 진례산성이 허물어진 너덜길. 창원시청 제공 >
 
봄소식을 전하는 꽃은 많다. 매화를 필두로 벚꽃 산수유 목련 등등. 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은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다. 선비의 꽃 매화는 광양 등 남도에서 주로 볼 수 있고 화려한 벚꽃의 군무는 익히 알려진 명소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물론 한 두 그루야 어디든 볼 수 있긴 하지만.

산수유와 엇비슷한 노란 생강나무꽃도 있지만 깊은 산중이 아니면 장삼이사는 구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꽃은 없을까. 참꽃 진달래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봄은 온통 진달래 산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불처럼 온 산을 연분홍빛으로 덮는 진달래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꽃으로 불린다. 오죽 했으면 소설가 이태준이 나라꽃을 무궁화 대신 진달래로 바꿔야 한다고 했을까.

이번 주 산행은 진달래 산행.

그리 높지 않으면서 양지바른 야산에 주로 자라는 진달래는 산꾼들을 산으로 유혹한다. 영취산 비슬산 화왕산 민주지산 대금산 무학산 천주산 천관산 등 진달래가 산상화원을 이루는 명산이 적지 않지만 산행팀은 이중 부산서 가장 근접한 비음산을 택했다.

진달래 산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다가 확 트이는 조망과 암릉길 산행도 양념으로 넣었다. 비음산(519m)~대암산(669m)~신정산(707m)~용지봉(723m) 코스. 약간 길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주의할 점 하나. 올해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용심을 많이 부려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늦다. 실제로 산행팀도 꽃망울을 터뜨린 진달래를 약간 봤을 뿐 만족스런 진달래 산행을 못했다.

창원에서 출발해 김해 장유면으로 내려왔다.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산불초소~주능선(삼거리봉)~고산고개(첫 이정표)~비음산 정상~대암산 정병(봉림)산 갈림길~비음산 청라봉~남산재 사거리~암릉길~대암산 정상~신정산 정상(큰 돌탑)~철탑~용지봉 정상~장유사 갈림길~(장유)폭포 휴게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 정도로 만만찮다. 능선에만 오르면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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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용추저수지 밑 주차장. 너른 주차장 가장자리에 정병산 안내도가 서있는 길로 간다. 왼쪽 저멀리 정병산이 보인다. 정병산과 비음산은 능선으로 이어져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들머리로 애용한다. 또 다른 등산 안내판과 용추농원을 지나면 산불초소. 500m 뒤 갈림길. 직진하면 정병산, 우측 산길로 오르면 비음산. 비음산으로 향한다.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서 본격 오르막. 애기 손톱만한 새순이 돋고 새소리와 길상사 목탁소리가 어울려 활기차다. 완연한 봄을 느낀다.

하지만 약간 고달프다. 거의 코를 땅에 박고 가야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기 때문. 50분쯤 뒤 한숨 돌릴 무렵 우측에 시야가 확 트여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선다. 도청에서 올라오는 길이 열려 있어 삼거리봉이라 명명했다. 주능선에 오른 셈. 왼쪽 제일 끝에 금정산이 확인된다. 10분 뒤 예비군 참호 앞에서 갈림길. 왼쪽 희미한 산길은 용추계곡, 산행팀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간다. 이때부터 비음산 상봉으로 하는 진달래길이 한눈에 시야에 들어온다. 10분 뒤 첫 이정표. 고산고개다. 우측에 진례산성 안내판이 서있다. 성벽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너덜이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옛 성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완경사 오르막으로 향한다. 진례산성과 나란히 달린다. 곧 침목계단. 비음산 상봉까지 진달래가 도열해 있다. 아직 활짝 피진 않았지만 만개하면 전국의 어느 진달래산에 못잖은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상봉은 고산고개에서 25분 거리. 조망이 빼어나다. 창원시가지는 물론 진해 장복산, 마산 무학산과 마산항, 그 오른쪽 팔용산 천주산 용지봉 작대산 무룡산 구룡산 정병산 백월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진례산성' '대암산' 방향으로 간다. 왼쪽 진례저수지와 그 뒤로 천문대가 위치한 분성산 신어산 금정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10분 뒤 진례산성 안내판을 만난다. 왼쪽으로 크게 돌면 정병산 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때부터 용지봉 정상까지는 낙남정맥길이다. 참고하길.

5분 뒤 비음산 청라봉을 내려서면 헬기장. 3분 뒤 남산재 사거리. 왼쪽 진례 평리마을, 오른쪽 창원 사파정동. 직진한다. 오르막길. 이때부터 대암산까지는 사실상 암릉길. 밧줄에 의지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길 좌우에 진달래가 도열해 있고 '좌 김해, 우 창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진해와 거제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땐 통쾌하기까지 하다. 대암산 상봉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둥그런 구조물 위에 정상석이 서있기 때문이다. 남산재에서 50분 거리. 정면 화산을 정점으로 오른쪽 불모산, 저 멀리 왼쪽이 용지봉이다.

움푹 파인 너른터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창원 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 방향, 산행팀은 조난위치 표지판이 서있는 왼쪽으로 간다. 소나무터널과 능선 삼각점고개를 지나 오르막인 억새와 진달래길을 통과하면 돌탑 6기. 여기서 5분만 더 가면 큰 돌탑이 기다린다. 정상석은 없지만 신정산 상봉. 우측 거제 앞바다가 시원하게 땀을 씻어준다. 이제 용지봉까지는 1.4㎞.

철탑을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로 향한다. 암릉길이 만만찮다. 이렇게 10여분 고행길을 넘으면 용지봉에 선다. 저 멀리 주남저수지와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발밑에는 장유신도시가 보인다. 부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금정산과 화명신시가지, 백양산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엄광산 다대포 몰운대 등등.

하산은 가야국의 전설이 서린 장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역시 진달래길. 왼쪽은 낙남정맥길로 냉정고개를 지나 신어산으로 이어진다. 10분 뒤 장유사 갈림길. 방법은 두 가지. 왼쪽 장유사를 거쳐 장유폭포를 지나 대청계곡 입구로 내려올 수도 있고, 능선을 따라 곧바로 직진해서 장유계곡 입구로 하산해도 된다. 어쨌거나 두 길은 결국 만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했다.

산행 날머리인 (장유)폭포휴게소는 용지봉에서 1시간20분쯤 걸린다. 비교적 길어 힘겹다.

# 떠나기 전에

창원시와 김해시 진례면을 동서로 가르는 낙남정맥의 산길인 정병(봉림)산과 용지봉. 그 중간에 용추계곡을 끼고 비음산이 솟구쳐 있다. 높지는 않지만 가야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성(城)이 장장 4㎞로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선분홍의 진달래가 봄을 알린다. 창원시는 매년 4월 10일께 비음산과 천주산에서 진달래 축제를 열지만 올해는 꽃샘추위로 20일께로 연기된 상태.

진달래 산행 코스는 용추저수지에서 고산고개~비음산 정상~정병(봉림)산 대암산 갈림길에서 왼쪽 정병산 방향~용지벌거숭이공원~용추고개~용추저수지로 내려서는 3시간 정도의 원점회귀 코스와 비음산~청라봉~남산재~대암산~대방동 푸르지오아파트로 내려서는 중거리 코스를 가족산행지로 권한다. 대암산에서 신정산을 거쳐 용지봉으로 이어지는 풀코스는 걷는 재미는 물론 암릉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산행의 참맛을 알려준다.


# 교통편
경남도청·창원대 앞 하차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창원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를 시작으로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3100원. 40분 소요.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경남도청 또는 창원대 앞에서 내린다. 들머리인 용추저수지 앞 주차장에서 걸어서 각각 10분 걸린다. 23번(도청), 61 71(도청 경유 창원대), 71-1(창원대). 900원.


좌석버스는 312(도청), 316(창원대). 1400원. 창원대 앞에선 교내로 들어가 용추저수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날머리 폭포휴게소 앞에서 대청계곡 입구 큰 도로까지는 걸어서 35분 걸린다. 우측으로 가 건널목을 지나면 대청계곡 입구 버스정류장. 여기서 장유 순환버스를 타고 장유농협 앞에서 내린다. 800원. 다시 길을 건너 정학프라자 앞에서 김해여객 버스를 타면 부산 서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차간격 30분, 1300원.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글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5.03.31 15:10 / 수정: 2007.02.28 오후 7: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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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24> 고성 학남산~무량산

들판 가운데 우뚝…홀로 봄을 맞네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낙남정맥 한축
융단처럼 푹신한 낙엽 능선길, 4시간 소요
정상 오르면 당항만·고성읍내 한눈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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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학남산 정상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정상 바닥에는 '학선대(鶴仙臺)'라고 새겨져 있다.>
 
흔히 고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산은 거류산 구절산 철마산.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모두 바다와 인접한 동해면과 거류면에 위치해 있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인 일명 '속싯개'로 불리는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그림같은 쪽빛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보석같은 능선길이 일품이라 사시사철 많은 산꾼들이 찾는다.

가지산과 함께 경남에서 유이(唯二)한 도립공원인 연화산도 빼놓을 수 없다. 3만여그루의 홍송과 닥나무, 천년고찰 옥천사와 백련암 청련암 등 암자들을 품고 있지만 연꽃 모양의 아담한 산세로 등산로가 짧아 같은 도립공원인 가지산에 비해 산꾼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다.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고성의 산은 군민들의 진산으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형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무량산. 견줄 상대가 없어 등급조차 매길 수 없다는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처럼 무량산(無量山·581m)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멀리서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

앉은 터는 소가야인의 기상이 깃든 고성의 광활한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다. 600m가 채 안되는 고성의 고만고만한 산들 중 그래도 간발의 차이로 가장 높다.

산줄기의 관점에서 보면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한 구간. 상봉의 일부분만 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을 뿐 대부분의 능선은 낙남정맥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동강 남쪽을 가로지르며 하동 사천 고성 마산 창원을 거쳐 김해 동신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지리산 산줄기를 제외하면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그렇듯 험난한 구간은 거의 없다.

무량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수수하고 편안하다. 여기에 고성의 산이란 산은 대부분 확인할 수 있고, 당항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도심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을 만큼 시원하고 통쾌하다.

산행은 대가면 갈천리 봉산(어실)마을~함안 이씨묘~지능선~학남산 정상~헬기장~철탑~낙남정맥 능선길~큰재~임도~무량산 주능선~무량산 갈림길~무량산 정상~도로~너덜~임도~도로~봉산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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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천둑길을 건너 만나는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이 들머리. 길 건너편엔 엄청난 저수량의 갈천저수지. 무량산을 보고 산행을 하려면 진행방향으로 큰 커브길을 돌면 곧 작은 마을을 또 만난다. 이곳도 역시 봉산마을. 여기서 건너편 안테나가 서있는 산이 바로 무량산이다.

봉산마을 입구에는 장독을 거꾸로 나란히 세워 장식한 집이 있다. 붕어찜 전문 식당이다. 이 집 옆으로 난 길로 오른다. 여느 산과 다름없다. 함안 이씨묘가 양지바른 터에 있고, 실개천과 대숲도 지난다. 흑염소를 방목하고, 그 옆에는 행여나 도둑이 들까봐 초병 역할을 맡은 개 두 마리가 연신 짖어댄다.

10분 뒤 호화로운 성산 이씨묘 7기를 지나면서 길다운 산길이 이어진다. 융단처럼 편안한 낙엽길은 잠시. 함안 이씨묘 2기를 지나면서 산길이 희미해진다. 지금까진 후손들이 산소를 다니면서 낸 길이라 뚜렷했지만 이후엔 인적이 드물어 길이 사라진 것.

고민끝에 산행팀은 일단 능선에 닿기 위해 곧바로 치고 올랐다. 중간에 짐승이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횡단길을 두 번 만나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리본을 촘촘히 묶어놓았다. 참고하길.  
 
15분쯤 뒤 마침내 지능선. 우측으로 간다. 편안한 낙엽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달린다. 간혹 오르내림이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못된다. 20분 뒤 길 우측에 첫 전망대. 방금 올라온 봉산마을과 대숲 갈촌저수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이 이어진다. 15분 뒤 정면에 암봉. 학남산 상봉(549m)이다. 에돌아 올라서면 너른 터에 무덤 1기가 기다린다. 암봉엔 볼거리가 있다. 무덤 상석에 적힐 내용이 바위에 음각돼 있고, 정상석 대신 조그만 돌 세개에 '학·남·산'이라고 적혀있다. 마지막 끄트머리 암봉에는 '학선대'라고 역시 새겨져 있다.

하산은 무덤을 지나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5분 뒤 헬기장. 가로질러 간다. 경주 최씨묘를 지나면서 길이 희미하다. 역시 리본을 촘촘하게 달았다. 15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철탑. 이때부터 편안한 오솔길.

5분 뒤 그간 안보이던 리본이 갑자기 대거 달려있다. 우측으로 90도 크게 꺾는다. 이때부터 낙남정맥길.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10여분 뒤 큰재. 도로를 건너 곧바로 산길로 향한다. 15분 뒤 다시 임도. 역시 길을 건너 산으로 오른다. 경사가 상당히 심하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다.

25분 뒤 무량산 주능선에 닿는다. 578m봉으로 학남산 암봉과 닮았다. 왼쪽에 구절 거류 철마 벽방산과 당항만, 그리고 고성읍이 시야에 들어온다. 몇 걸음 못가 전망대 바위를 또 만난다. 앞서 확인한 바다쪽의 봉우리에다 북쪽의 어산 혼돈산 시루봉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운산 기슭의 절은 천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천비룡사다.

이어지는 능선길. 정맥 종주자들이 많이 다녀 길은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렇게 35분. 무량산 갈림길을 만난다.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은 종생재(화리치)를 거쳐 낙남정맥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대곡산, 오른쪽은 무량산 상봉으로 가는 길이다. 딱 4분 걸린다. 사방이 수목에 가려 전망은 좋지 못하지만 정상석 하나는 일품이다. 뒷면엔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고 적혀 있다. 고성의 진산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하산은 정상석 오른쪽 뒤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6분 뒤 임도. 곧바로 임도를 건너 산으로 향한다. 길이 안보였지만 만들어 내려갔다. 사실상 개척산행. 나무 사이의 간격이 제법 있는데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생기처인듯 이름모를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의외로 운치있다. 가을에 온다면 무주의 적상산 숲을 연상시킬 듯하다. 너덜과 철탑을 지나 잇단 임도를 따라 가면 도로를 만난다. 무량산 정상에서 1시간 거리. 여기서 갈천저수지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산행 들머리에 닿는다.

# 교통편
# 들머리 봉산마을까지 승용차가 편리

고성터미널에서 연계되는 종생행 버스가 낮 12시30분에 한번 있는데다, 하산 후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오후 6시30분에 한번 있다. 이마저도 운행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마산 방향~서마산IC~통영 시청 5번국도~진동~14번 국도~당항포 관광지 지나~연화산 도립공원 방향 우회전~월촌 곤기 두호 방면 우회전~월촌 방향 직진~대가면 월촌마을 2㎞ 우회전~금곡 영현 1009번 지방도 우회전~갈천삼거리 좌회전~갈천 서원~갈촌저수지 뚝길 건너 좌회전 후 첫번째 마을인 봉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귀가길은 봉산마을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다 사천 문산 1009 지방도 직진~금곡 1009번 지방도~(오서삼거리에서)사천 문산 직진~금산 문산 1009 지방도 우회전~남해고속도로 문산IC 순으로 가길 권한다.


# 떠나기전에
# 갈천서원·장전마을 독수리 서식지 가볼 만

고성 학남산과 무량산은 고성의 3대 산인 거류 구절 벽방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진 고향의 뒷산같은 수더분한 산이다. 주위의 낮은 산과 더불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처지다. 산세 상으로 낙남정맥길이 어깨를 통과하고 있다.

학남산 자락에는 갈천서원이 있다. 고려 공민왕때 회화면에 있던 금봉서원을 조선 숙종(1712년) 때 갈천에 중수하여 문정공 행촌 이암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문화재 자료 36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한창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장전마을의 독수리 서식지. 산행 중 날개를 활짝 펼쳐든 독수리를 자주 봤다면 장전마을의 서식지에 살고 있는 독수리임을 미리 생각하자.

고성의 산! 봄소식을 먼저 전해주는 남쪽의 산을 이번주에 한번쯤 찾아보자. 산행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길이라 적극 추천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3.10 16:50 / 수정: 2007.02.28 오후 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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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19> 거제도 국사봉~옥녀봉

산세 평범하지만 조망 끝내줘요
거제지맥 2박3일 종주코스중 한가운데 위치
옥포서 시작, 군소 암봉·10대 명산 파노라마
정상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 다도해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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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국사봉 정상에 오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 계룡산 선자산 가라산 옥녀봉 등 거제도 10대 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뒤로 쌍봉인 독봉산, 그 뒤 계룡산이 보이고 우측 신현 앞바다에 삼성중공업이, 그 뒤로 고성 쪽의 구절산 거류산 벽방산도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온다.>
 
 

최근 거제도에 산행로와 관련, 대역사(大役事)가 이뤄졌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른바 거제지맥 종주구간이 뚫렸기 때문이다. 섬의 맨 남단인 망산에서 출발해 북으로 가라산~노자산~북병산~옥녀봉~국사봉을 거쳐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총 52㎞ 구간이 그것으로, 보통 2박3일 정도 걸린다. 거제지맥은 대우조선해양(주)의 산행서클인 우정알파인클럽(회장 김상철) 회원들이 3개월여에 걸쳐 다리 품을 팔아 개척한 땀의 결실.

김 회장은 "좁게는 주 5일제 근무시대를 맞아 3만여 회사 직원들의 여가생활 방편으로 개척했지만, 넓게는 우리 섬의 주옥같은 산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섬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 산방산에서 계룡산~선자산을 거쳐 거제지맥의 북병산과 연결되는 동서 횡단로가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같은 방대한 대역사가 올해 말 완성될 경우 아름다운 섬 거제도를 승용차 대신 수 백리 능선길을 따라 일주가 가능해져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도의 10대 명산에서는 한결같이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을 조망할 수 있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국사봉(國士峰·462m)과 옥녀봉(玉女峰·554.7m)은 거제지맥의 한 구간으로 거제의 10대 명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산세는 평범하다. 월출산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영남알프스나 지리산의 능선 마냥 웅장한 맛도 없지만 그저 소리 소문없이 섬에서 뭍을 그리워하며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움에 사무쳤는지 찾는 이에게는 부드럽고 넉넉한 산길을 내어준다. 그래서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왠지 품안에 안겨 기대야 할 산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산행은 옥포아파트~애드미럴호텔~골프연습장~국사봉 등산안내도~약수암~수월재(주능선)~체육시설(큰골재)~잇단 전망대~국사봉 정상~작은 국사봉~옛 수월농장~임도~명재~명재쉼터(문동폭포 갈림길)~옥녀봉 삼거리~능선안부(옛 헬기장)~옥녀봉 정상~능선 끝 전망대~예비군 훈련사격장~14번 국도 대우조선해양(주) 정문 순. 순수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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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의 사원주택인 옥포아파트 단지 내 애드미럴호텔 오른쪽 옆길로 향한다.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왼쪽에 등산로가 열려있다. 아파트 뒷산이라 많은 주민들이 눈에 띈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늘푸른 수목이 시원스레 뻗어 있다. 슬레이트 지붕의 약수암을 지나면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주능선인 수월재까지는 대략 30분.

여기서부턴 솔가리가 널부러진 오솔길. 10분후 체육시설. 큰골재다. 옥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는 쉼터가 조성돼 있다. 저 멀리 가덕도 연대봉과 다대포 몰운대, 그리고 영도 봉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길은 갈림길. 평행봉 앞에서 우측으로 간다. 등산로는 좁고 경사지면서 잇단 전망대를 지난다. 비로소 저 멀리 건너편에 철탑이 서 있는 옥녀봉이 보인다. 상봉은 전망대에서 15분 뒤 닿는다. 신선대 바위라 불리는 이곳 상봉에선 거제도의 산이란 산과 섬의 경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인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정상석을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잡고 있다.

정상석 정면의 계룡산과 그 뒤 산방산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선자산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이, 오른쪽으로 앵산 대금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석 발밑 낮은 암봉이 작은 국사봉, 그 왼쪽 옆 2개의 봉우리가 독봉산이다.

하산은 심한 내리막 바윗길. 집채만한 바윗덩어리의 집합체와 유난스레 시원한 소나무를 지난다. 대신 안부에서 작은 국사봉까지는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 국사봉에서 작은 국사봉까지는 25분 정도.

발길은 이제 옥녀봉으로 향한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우측 열린 길로 향한다. 무심코 가다가는 지나치기 쉬우므로 길찾기에 유의하자. 오랫동안 인적이 드물어 묵은 길이다. 5분 후 옛 수월농장. 폐 축사쪽 대신 우측 억새군락지 사이 큰 길로 향한다. 뒤돌아보면 '우 국사봉, 좌 작은 국사봉'. 비로소 국사봉이 두 개의 봉우리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곧 임도와 만난다. 7분쯤 뒤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사거리. 왼쪽길은 국사봉에서 작은 국사봉을 거치지 않고 내려오는 길. 우측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거제지맥길. 길을 개척한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이라고 적힌 빨간색 리본이 걸려있다. 이곳에서 옥녀봉 정상 밑 삼거리까지는 1시간40분 정도의 능선길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내달려도 좋고 쉬엄쉬엄 가도 상관없다. 간혹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곤 하지만 솔가리와 낙엽이 쌓인 나목 숲에서 '푸드덕'하며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투리, 그리고 누른 점박이 노루는 겨울산행의 진면모를 맛보게 해준다.

50분쯤 뒤 갈림길. 명재다. 산세로 봐서 국사봉과 옥녀봉의 경계지점인 듯하다. 왼쪽길을 택하면 이내 명재쉼터. 지도상의 문동폭포 갈림길. 직진한다.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점차 옥녀봉 가까이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 무렵 삼거리에 닿는다. 소위 옥녀봉 삼거리다. 명재에서 55분 거리. 거제지맥은 여기까지. 마른 억새가 보이는 왼쪽으로 간다. 나목 사이로 저 멀리 옥녀봉이 보인다. 20분 뒤 능선안부. 정상까지 0.6㎞로 대략 15분 걸린다.  
 
정상에는 이동통신 중계탑 등 3~4개의 뾰죡 철탑과 과거 군인들이 근무했던 막사가 방치돼 있지만 한려수도 쪽빛바다 위에 뜬 지심도와 외도 그리고 해금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금방 표정을 밝게 해준다. 이날따라 지심도 뒤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하산은 계속 직진. 능선 끝 전망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우측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40분 뒤 대우조선 예비군 사격훈련장. 거기서 3분 걸어 내려가면 14번 국도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대우조선 정문이고 바로 그옆이 버스 정류장이다.                                                                     

# 떠나기전에 - 거제지맥·동서횡단로에 앵산 빠져

산행 후 대우조선해양(주) 우정알파인클럽 김상철 회장에게 물어봤다.

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제지맥과 현재 계획 중인 산방산~계룡산~선자산~북방산으로 이어지는 동서횡단 등산로가 뚫릴 경우 아쉽게도 거제 1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앵산만 빠진다고. 앵산은 섬의 북서쪽에 홀로 치우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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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랫동안 클럽 회원들과 함께 앵산과 비교적 가까운 대금산을 연결하는 등로를 개척하기 위해 수 차례 탐방을 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설명:옥녀봉 정상에 서면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사진 왼쪽 뒤 두 개의 섬이 내도와 외도, 오른쪽 맨 끝 섬이 해금강이다.>  
 

김 회장은 "현재로선 인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며 산길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우선 동서횡단 등산로를 완성한 뒤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사봉과 옥녀봉 정상에 서면 향후 거제도의 미래를 한 단계 올려줄 도로망을 엿볼 수 있다.

통영과 거제를 이어주는 새 도로망과 부산~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에서 내려오는 연계도로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현재 도로공사 중인 곳도 직접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하여튼 단 한 번의 짧은 산행으로 거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사봉과 옥녀봉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교통편 - 부산서 여객선·시외버스 등 다양

배 시외버스 승용차 등 교통편이 다양하다.

중앙동 여객선터미널(051-660-0117)에서 옥포행 여객선은 오전 7, 9, 11시에 있다. 45분 걸리고 1만7500원. 옥포여객선터미널(055-687-6767)에서 부산행 여객선은 오후 3, 5시에 출발한다.

부산 서부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제 고현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30, 9시49분에 있다. 2시간30분 걸리고 1만1300원. 고현에서 산행 들머리인 옥포까지 가기 위해선 터미널 앞에서 장승포행 시내버스를 탄다. 5분 마다 있으며 800원. 날머리 대우조선 정문 수위실 앞에서 고현행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055-632-1920)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 5시22, 5시58,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마산 창원 방향~서마산IC~시청 통영 방향~진동~고성~통영~거제도~신거제대교~14번 국도~고현~연초~옥포소방서 지나 '애드미럴호텔, 옥포쇼핑센터,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국사봉 정상 1.8㎞' 이정표 보고 우회전, 애드미럴호텔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1.27 14:39 / 수정: 2007.02.28 오후 7: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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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18> 안동 학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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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늘푸른 소나무가 인상적인 학가산 정상은 거대 암봉으로 조망이 빼어나다. 흠이라면 능선상에 이동통신 중계탑과 방송사 송신탑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산행의 묘미를 반감시켜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릇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연관이 돼 왔다. 배고플 땐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수단으로 허기를 면케 해주었고 긴긴 겨울밤에는 아랫목을 덥히는 땔감으로 이용됐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농기구와 식생활 용구도 그랬고 초가삼간이든 솟을대문 세도가의 대저택이든, 심지어 구중심처 궁궐도 모두 소나무의 차지였다. 거북선 등 왜적을 방어하던 크고 작은 선박재도 모두 소나무여서 어쩌면 국가 존립의 한 틀을 형성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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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 천년 동안 한국인의 삶과 더불어 함께 해 온 소나무가 시나브로 '우리의' 나무로 인식된 것은 당연지사.

이런 소나무가 근래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50년 전 우리 산의 60%를 덮고 있던 소나무 숲이 25년 전에는 40%, 현재는 25% 정도로 급속히 줄었다. 이 추세라면 50년 뒤에는 남한에서, 100년 뒤에는 한반도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유는 뜻밖에도 이농(離農)현상 때문이란다.                                                                      기암괴석과 소나무와의 조화가 눈길을 끈다.

                                                                             
소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맨땅에 떨어져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겨울에 떨어진 활엽수의 낙엽이 땅 위에 쌓여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낙엽을 농민들이 긁어내 땔감이나 퇴비로 사용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이농 현상으로 인간이 포함되는 대자연의 섭리가 끊겨 낙엽은 쌓여만 가고, 이로 인해 소나무가 점차 우리 산하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안동과 예천의 경계에 위치한 학가산(鶴14山·882m)은 소나무가 일품이다. 하지만 품안으로 들어가보면 이 산 또한 오래지 않아 아름드리 소나무가 활엽수로 대체될 듯하다. 아무도 밟지 않아 수북이 쌓인 낙엽이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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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안동 서후면 천주마을 입구 산행 들머리.>
 
멀리서 바라보는 학가산은 너른 벌판 위에 우뚝 서 있어 위엄이 있다. 그래서 조망 또한 기가 막히다. 한 일(一)자 모양으로 동서로 길게 뻗은 능선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동양화를 연이어 펼쳐놓은 병풍을 연상케 한다.

산행은 천주마을~마당바위~석축~무덤~철조망 통과~KT중계소~KBS 송신소~MBC 송신소~(안동)학가산 정상~산불보호용 무선중계 시설물~(예천)학가산 정상~암벽바위~너덜~마을 정자~느르치~타조농장~천주마을 순. 걷는 시간만 4시간 정도 걸린다. 길 찾기가 제법 까다로워 산행팀의 노란색 리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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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천주마을 입구. '등산로'라고 적힌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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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날머리 예천 보문면 느르치마을.>
 
한 눈에 봐도 하늘을 향해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10여 그루가 객을 맞는다. 150m 정도 시멘트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산길이 열려 있다. 조금 올라와 마을을 바라보니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폐가가 여러 채 보인다.

무덤을 지나면서 낙엽길 오르막이 시작된다. 미끄럽기까지 하다. 좌우의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면 우측에 30명이 앉아도 남음직한 반석이 기다린다. 마당바위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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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산행 중 만나는 일명 마당바위.>
 
 
길을 못찾을 정도로 낙엽이 점점 많아진다. 고로쇠 채취 흔적이 남은 지점을 지나면 석축. 들머리에서 30분. 석축 위로 올라서면 너른 터에 나무가 심겨져 있다. 왼쪽 건너편 지능선 위 기암괴석 주변의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니 놓치지 말자. 너른 터에서 오른쪽 송림으로 향한다. 곧 갈림길. 왼쪽길로 가면 취수펌프가 있는 시멘트 건물. 여기서 오른쪽 능선 방향으로 간다. 소나무가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빼어나다. 산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V자 모양의 소나무가 눈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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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느르치 인근 타조농장.>
 
직진한다. 약간 내리막으로 시작되는 길은 점차 급해진다. 무덤을 지나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지만 구멍이 뻥 뚫려있어 통과가 가능하다. 시멘트길로 이동통신 및 방송사 송신소를 잇따라 5분 정도 지나면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두 차례 밧줄을 잡고 바윗길을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산이 기다린다. 이번엔 기암괴석 전시장이다. 늘 그렇듯 소나무가 걸려있는 기암괴석은 시선을 한동안 머물게 한다.

상봉은 이중 가장 높고 험한 암봉. 물론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정상석 앞에는 이곳이 오는 5월 안동서 열리는 경북도민체육대회 성화 채화지임을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정상석 뒤 예천 너머에는 장엄한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달리고 있다. 방금 지나온 능선상의 송신탑은 옥에 티로 간주될 만큼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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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옆에서 본 학가산 정상 암봉.>
 

이제부터 수월한 능선길. 산불보호용 무선중계시설을 지나면 뜻밖에 학가산 정상석. 예천군에서 세운 것이다. 상봉이 안동쪽에 있다보니 예천군에서 행정구역상 예천군 관내에 정상석을 세운 것 같다.

곧 이정표. 암벽바위 방향으로 간다. 잇단 무덤을 지나면 또 이정표. 왼쪽 느리티(느르치)로 간다. 거대 암벽과 낙엽이 쌓여 이때부터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기단 위로 돌을 쌓은 작은 돌탑이 보이면 그 왼쪽 옆 열린 길로 내려선다. 산 밑에서 안보이던 엄청난 바위가 곳곳에서 소나무와 조화를 이뤄 기다린다. 워낙 암봉이 많아 길이 이따금 헷갈린다. 길을 찾다보면 학가산성으로 추정되는 산성의 일부도 만난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뾰족바위를 지나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쓰러진 나무와 밤송이 껍질이 널부러진 곳을 지나 너덜을 통과하면 예천 보문면 느르치 마을. 여기서 들머리 안동 천주마을은 왼쪽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도중에 타조농장도 구경할 수 있다.



#교통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또는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대구 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청송 영덕 방향~34번 안동 우회전(도산서원 봉정사)~영덕 안동 직진~서후(명리) 안동과학대학 오른쪽으로 빠져 좌회전~자품 이개 서후 우회전~광흥사 직진 8㎞, 석천사~광흥사 좌회전~광흥사 자품리 방향~천주 창풍 광흥사 2.2㎞(학가산 천주 창풍 애련사 광흥사)~창풍 버스종점~천주마을 순.

대중교통편은 이어지는 버스시간이 맞지 않아 부산서 당일치기로 불가능하다.


#떠나기전에

학이 유유자적 자태를 뽐내며 노는 모습과 닮았다는 안동의 학가산은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안동의 진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일품인 학가산 하산길에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蒙塵)하였을 때에 쌓은 것이라고 전해 오는 학가산성을 볼 수 있다.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유의하자.

이번 산행기에는 산행 시간을 4시간 정도로 기입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걸렸다.

지능선상 사거리 안부에서 무작정 능선 방향으로 올랐다가 철조망에 막혀 되돌아 오기도 하는 등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온 것만 수 차례에 달했다. 보기보다 길 찾기가 어려웠다.

학가산 산행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천주마을에서 5분쯤 뒤 만나는 애련암 갈림길로 올라가거나, 예천군 북후면에서 차를 타고 방송국 송신소까지 간 다음 학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이럴 경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산행팀은 최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사실상 개척산행을 택했다. 그 만큼 산길은 깨끗하며 수북이 쌓인 낙엽이 운치있는 소나무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최근 내린 폭설로 겨울장비와 보온의류는 반드시 챙겨 떠나자.

 
  입력: 2005.01.20 16:23 / 수정: 2007.02.28 오후 7: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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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416〉 경주 사룡산~구룡산

새해 첫 산행길 '설레는 눈꽃자태'
낙동정맥 살짝 벗어난 육산…6시간30분 코스
푹신하게 펼쳐진 긴 낙엽능선 겨울 산꾼 유혹
촘촘한 솔잎 새 눈 머금은 소나무 상고대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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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산행팀은 올 첫 산행에서 예기치 않게 눈을 만났다. 비록 펑펑 내리는 함박눈은 아니어서 산길은 낙엽길 그대로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활짝 펴 은빛 세상을 맛보기에는 충분했다.>
 
어둠을 가르고 집을 나설 땐 추위와의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들머리에 도착하자 부슬비도 내렸다. 잿빛 하늘을 보니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올 첫 산행인데 여기서 발길을 돌릴 수는 없잖아."

모처럼 동행한 용감무쌍한 전문 여성 산꾼의 단오한 한마디에 주저없이 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래도 내심 우려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어깻죽지에 땀이 흥건히 배일 무렵 보슬비는 시나브로 싸락눈으로 변했다. 우려가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일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비록 함박눈은 아니었지만 올 첫 산행에서 첫눈을 만나다니. 예기치 못한 행운이었다.

점심 무렵 잠시 그친 눈발은 해발이 높아질수록 점차 굵어졌다. 분분히 날리는 황홀한 낙화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이끼가 수북한 바위 위에 눈꽃이 어느새 돋기 시작했고 삭풍에 몸을 움츠리던 나목(裸木)은 뜻밖에 하얀 정장을 선물받고 춤을 추는 듯했다. 촘촘한 솔잎에 눈을 가득 머금은 소나무의 고개 숙인 모습은 선비의 절개에 겸손함까지 갖췄다.

능선길은 예상보다 길어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걸었다. 쌓여가는 흰눈은 호롱불을 밝혀놓은 듯 어둠을 밝혔고, 흩날리는 눈발은 한여름밤 반딧불이 마냥 산길을 운치있게 해주었다. 낙엽 밟히는 소리만 없었다면 설야(雪夜)에 '머언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렇게 올 첫 산행은 시작됐다.

산행팀이 찾은 산은 경주 영천 청도를 넘나드는 사룡산~구룡산. 정확히 말하자면 경주와 영천의 경계가 사룡산 능선길이고, 상봉은 영천과 청도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웃한 구룡산은 영천과 청도를 가로지르다 정상은 영천으로 약간 올라 서 있다.

낙동정맥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사룡산(四龍山·685m)과 구룡산(九龍山·675m) 산행은 이 겨울 원없이 낙엽깔린 능선길을 내달릴 수 있는 코스다. 전형적인 육산인 이 산들은 적당한 오르내림과 고요함으로 겨울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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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구룡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미륵바위. 돌부처바위라고도 한다.>
 
산행은 경주시 서면 아화리~형제농장~잇단 철탑~첫 전망대~삼각점 봉우리~낙동정맥 갈림길(삼면봉)~작은 철탑 및 전봇대~산불초소~생식촌 갈림길~헬기장~사룡산 정상~도로(오재)~구룡산 등산로 입구~수암재~미륵바위~무지터 갈림길~구룡산 정상~무지터~무지터 갈림길~구룡산 등산로 입구~민가~상리버스정류장 순.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아화버스정류소에서 하차해 직진, 아화농협을 끼고 왼쪽으로 접어든다. 정면의 높은 산인 사룡산을 중심으로 오른쪽 뒤가 구룡산, 왼쪽이 오봉산이다. 오른쪽의 낮은 능선이 낙동정맥.

이후 경부고속도로 밑 굴다리~갈림길서 '산내' '천촌' '우라리' 방향~금정사 이정표~서면 서오·천촌리 경노당~상부교 순으로 40분 정도 걷는다. 상부교를 건너 포도밭을 따라 100m쯤 가다 오른쪽 시멘트길로 가면 형제농장 뒤로 산길이 이어진다. 곧 갈림길. 왼쪽으로 오른다. 오른쪽 길은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길. 지금부터 사룡산 정상 턱밑까지 100분 정도는 낙동정맥 구간.

잇단 철탑을 지나면 소나무 터널.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인데다 이따금 고개를 숙이고 가야할 정도로 나뭇가지가 삐죽 나왔다. 오르막길은 갈 지(之)자가 아니라 거의 직선형이어서 체력소모는 배 가량 더 든다. 30분 정도 이렇게 오르면 어느새 낙엽길. 삭풍은 얼굴을 할퀴고 산짐승은 오간데없어 적막하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통과하면 첫 전망대. 짙은 안개 탓으로 왼쪽 저 멀리 구룡산만 희미하게 보일 뿐 뚜렷한 형체는 볼 수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비록 싸락눈이지만 오랫동안 내리다보니 눈꽃세계가 조금씩 펼쳐진다. 비로소 대원들의 표정이 밝아온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거대한 바위절벽을 에돌면 갈림길. 왼쪽은 낙동정맥길로, 여기서 숙재~부산성~당고개를 거쳐 영남알프스 고헌산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간다. 삼각점 봉우리서 10분 거리.

곧 낮은 무명봉. 작은 철탑과 전봇대 그리고 우측 길 옆 산불초소가 모여있다. 이곳은 경주의 서면 산내면, 영천 북안면 등 3개 면(面)이 만나는 지점으로 산행팀은 삼면봉(三面峯)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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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구룡산 전설을 간직한 무지터.>
 

 
삼면봉을 지나면 갑자기 길이 넓어진다. 길 왼쪽, 다시말해 사룡산 정상 인근 평원지대에 위치한 생식촌과 연결되는 길이다. 곧 만나는 첫 이정표도 왼쪽이 생식촌임을 알려준다. 오재 소공원과 구룡산(무지터)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 억새군락지 우측으로 가면 정상. 신기하게도 정상 너른 터에 무덤이 있다. 과거 낙동정맥 종주자들은 갈림길에서 400m 정도 떨어진 사룡산을 그냥 지나쳤지만 최근에는 20분 거리의 이곳을 들르는 것이 추세.

하산은 정상 갈림길서 우측으로 간다. 이른바 비슬기맥길이다. 기맥은 정맥에서 갈려져나온 지맥으로, 비슬기맥은 대구·창녕 방향으로 향하는 산길. 즉 사룡산에서 출발, 구룡산~발백산~비슬산~열왕산을 거쳐 창녕 종암산으로 이어져 낙동강에서 끝을 맺는다.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길 곳곳에는 최근 나무를 베어 산길을 낸 흔적이 역력하다. 길 좌측에는 청도 운문댐 가는 길이 보인다. 집채만한 바위인 시루봉을 에돌아 급경사길로 내려서면 도로. 오재다. 영천 북안면과 청도 운문면의 경계. 도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재 소공원, 왼쪽으로 30m 정도 가면 구룡산 등산로.

역시 소나무터널로 시작되며 낙엽길이 반복된다. 두세 개의 무명봉을 50분 정도 오르내리면 다시 도로. 수암재다. 여기서 길건너 '구룡산' '무지터'라고 적힌 방향으로 150m 시멘트길로 오르면 산길 입구를 만난다.

15분쯤 뒤 돌부처를 닮은 미륵바위를 지나면 곧 무지터 갈림길. 왼쪽 정상으로 갔다가 오른쪽 무지터를 거쳐 내려온다.

정상은 갈림길에서 5분 뒤. 사룡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역시 억새밭이다. 하산은 삼각점을 보고 북동쪽인 우측으로 내려온다. 5분 후 사거리. 왼쪽은 구룡마을, 우측으로 가면 무지터. 연중 마르지 않는 조그만 샘이 있다.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한 곳. 옛날에는 무지터 바로 옆 너럭바위에서 마을사람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너럭바위에서 무지터 갈림길까지는 12분, 여기서 구룡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17분이 소요된다. 다시 여기서 안산휴게소 앞 상리 버스정류장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교통편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가 멀리 떨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들머리는 경주 서면 아화리, 날머리는 영천 북안면 상리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 이후 8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아화행 시내버스는 시외버스터미널과 이웃한 고속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탄다. 한일교통 300번, 20분마다 출발한다. 1400원. 25분 걸린다.

하산 후 부산행 버스는 영천시외버스터미널보다 영천 북안면 임포공용버스터미널(054-333-6816)에서 경주를 거쳐 부산으로 오는 것이 버스편도 훨씬 많고 시간도 절약된다.

안산휴게소 앞 상리 버스정류장에서 임포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50분, 7시20분(막차)에 있다. 1150원. 임포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10분. 2000원. 경주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0분.


#떠나기전에

영천과 경주를 가로지르는 사룡산은 이웃한 경주 오봉산의 부산성과 연결되는 군사적 요충지. 신라시대 병사들이 이 산을 거점으로 삼아 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때문에 영천 사람들은 사룡산을 전방산(쫜防山)이라고도 부른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사룡산을 가리켜 '전배이'라고 부르는 것도 전방산에서 연유한 것이다.

군사적 요충지가 사룡산이라면 구룡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또한 그럴싸하다.

열마리의 용이 구룡산 무지터에서 승천, 그 중 아홉마리만 승천하고 막내인 한마리는 떨어져 구룡산 일대에서 방황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경산과 청도의 경계에 위치한 반룡산이다. 그후 용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병들어 죽었는데 그 장소가 이웃한 경산의 용산이라는 것이다.

영천 사람들은 연중 마르지 않는 무지터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무덤을 쓰지 않는 등 산 자체를 신성시했다. 무지터는 또한 영천 북안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무지터 근처에서는 신기하게도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포획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룡산 아랫마을인 윗수암마을 인근에는 과거 엄청난 규모의 옛 절터도 발견돼 과거 구룡산의 위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사룡산 정상 인근 생식촌 갈림길에서 구룡산까지는 등산로가 말끔히 정비돼 있다. 지난해 영천 북안면 상리 청·장년회(054-337-9158) 소속 10여명의 자발적인 노력 덕택이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5.01.06 15:15 / 수정: 2007.02.28 오후 7: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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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15> 해남 두륜산

한반도 땅끝 명산올라
새로운 시작을 告하다

가련봉 등 8개봉 천년고찰 대흥사 병풍처럼 감싸
일지암 샘물은 초의선사 다도 비법 그대로 녹아
가파른 암릉길 아래 펼쳐진 다도해는 한폭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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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대흥사 경내에서 본 두륜산 암봉. 오른쪽부터 두륜봉 만일재 가련봉 노승봉(능허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본다면 부처님이 누운듯한 와상(臥像)의 형상을 하고 있다.> 
 
올 마지막 산행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산행지는 평상시와 달리 약간은 의미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모두 다 조국산천의 산이건만 이처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마음 씀씀이 탓이리라.

산행팀은 국토의 최남단, 땅끝이 있는 전라도 해남 땅의 두륜산을 택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가 어쩌면 이 시점에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두륜산이란 이름은 백두산(白頭山)의 '두'자와 중국 곤륜(崑崙)산맥의 '륜'자의 조합. 이 속에는 중국 곤륜산맥의 줄기가 동으로 흘러 백두산을 이루고, 그 맥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거쳐 이곳까지 이어졌음을 짐작케 해준다.

지난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703m의 두륜산은 제법 만만찮은 암봉이다. 영암의 월출산이 남성적이라면 두륜산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여성적이다.

산 밑에서 바라보는 스카이라인도 멋있고 산 위에 올라 걷는 맛도 괜찮다. 암릉길에서 펼쳐지는 다도해의 황홀한 풍경은 한 장면도 놓치기 싫은 한 폭의 그림같다.

뭐니뭐니해도 두륜산의 자랑은 신라 천년고찰 대흥사를 품안에 안고 있다는 점. 대흥사는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청도 운문사 등과 함께 관광객이 많기로 유명한 아름다운 절. 명산에 명찰, 이 이상의 궁합도 없는 듯하다.

두륜산은 대흥사를 중심으로 주봉인 가련봉을 비롯, 노승봉(능허대) 두륜봉 고계봉 도솔봉 혈망봉 등 8개의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종주코스보다는 대흥사에서 출발하는 원점회귀 코스가 인기. 대흥사~표충사~동국선원(대광명전)~일지암~만일재(헬기장)~구름다리~두륜봉~만일재~가련봉~노승봉(능허대)~헬기장~오심재(헬기장)~북암~대흥사.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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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절까지 들어가지만 매표소를 지나면 만나는 옛 주차장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자. 핏빛 동백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 아름다운 숲길을 조금이나마 만끽하기 위해서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대흥사 경내. 정면에 암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오른쪽에서부터 두륜봉 가련봉 노승대.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경내의 연못인 무염지 앞 등산로 팻말을 따라 간다. 서산대사를 기리기 위한 유교식 사당인 표충사와 동국선원을 지나면 첫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북암, 오른쪽은 일지암 가는 길. 300m 거리인 일지암은 예상외로 급경사길. 이곳은 다성(茶聖) 초의 선사가 40여년간 머물며 다도를 중흥시킨 우리나라 다도의 요람. 일지암 편액이 걸린 초가 뒤편에는 초의 선사 때부터 써 온 샘이 있다. 물맛을 꼭 보자.

일지암을 지나 동백숲을 3분 정도 걸으면 두륜봉 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30분에 걸쳐 세 번의 갈림길을 만난다. 셋 다 두륜봉 방향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만일재까지는 10여분. 헬기장인 만일재에 서면 정면에 해남 벌판과 바다 건너 완도땅이 다가온다. 만일재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두륜봉, 왼쪽은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진다. 산행팀은 두륜봉에 다녀온 후 가련봉 노승봉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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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두륜봉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구름다리. 자연석인 구름다리는 얼핏 코끼리 코를 닮았다.>  
 
두륜봉 가는 길은 만만찮다. 암봉 우측으로 빙돌아 뒤쪽으로 오른다.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져 쇠난간 길과 돌계단의 오르내림, 그리고 철계단과 밧줄에 의지해야 한다. 명물인 구름다리도 만난다. 자연석이 이뤄놓은 이 다리는 무지개형이라 일명 홍교(虹橋)라 불리지만 얼핏 보면 코끼리 코를 닮았다.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두륜봉(630m)까지는 대략 20분. 제법 너른 암반인 정상에 서면 남해안의 섬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날이 맑은 경우 완도의 숙승봉 너머 제주의 한라산이 보인다고 한다.

만일재에서 가련봉 노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암봉들의 등줄기를 밟으며 다도해의 절경과 해남땅의 산줄기를 감상하는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바위와 바위를 연결하는 쇠밧줄과 쇠손잡이 쇠발받침대를 이용하지 않으면 전진이 안되는 꽤 위험한 코스다. 손잡이와 발받침대는 꼭 필요한 곳에 설치돼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첫 암봉을 힘겹게 올랐지만 정상은 바로 옆 암봉이란다. 가련봉까지는 만일재에서 30분 정도. 눈 앞의 노승봉 뒤로 암봉인 주작산과 덕룡산, 그 뒤로 백련사가 있는 강진의 만덕산, 그 우측으로 장흥의 천관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흥사는 왼쪽 저 멀리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아슬아슬한 암릉의 연속. 능허대라 불리는 노승봉(685m)까지는 15분. 40명이 너끈히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반석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헬기장이 오심재, 우측 숲 사이 도로 부분이 오소재. 오소재를 기준으로 왼쪽은 해남읍, 오른쪽이 완도 방향. 흔히 오소재를 산행기점으로 삼기도 한다.

하산은 능허대 뒤 절벽을 돌아 내려간다. 바위가 만든 좁은 터널을 지나면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는 내려갈 수 없는 난코스를 힘겹게 통과한다.

이제부터 오솔길. 너무 힘든 코스를 지나온 탓인지 콧노래가 절로 난다. 헬기장을 지나면 오심재. 역시 헬기장이다. 산행은 거의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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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북암의 마애여래좌상.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땀을 흘린다고 한다.>
 
왼쪽으로 10분 정도 오솔길을 걸으면 북암. 예부터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심하게 땀을 흘린다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을 빠뜨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와 대웅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어른 키보다 훨씬 큰 산죽 길과 너덜길을 지나면 일지암과 북암 갈림길. 산행 중 만난 첫 갈림길이다. 여기서 대흥사 경내까지는 10분, 경내에서 옛 주차장까지도 역시 10분 걸린다.


# 교통편
- 목포~해남~대흥사 이동…버스 당일치기 불가능

부산에서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여수 벌교 17번 국도~지하도~2번·17번 국도 벌교 여수~2번 국도 벌교 낙안민속마을~순천 청암대학에서 좌회전~벌교~보성~장흥~완도 해남 강진~진도 해남(호산삼거리) 직진~두륜산 대흥사~경찰서 진도 완도~대흥사 827번 좌회전~대흥사 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목포공용터미널~해남터미널~대흥사 순으로 이동해야 한다. 당일치기는 불가능하다.

# 떠나기전에
- 고계봉~오심재 산길 폐쇄, 인근까지 케이블카

애초 산행팀은 대흥사에서 출발, 일지암~북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을 거쳐 진불암 쪽으로 하산하는 5시간 코스를 타려고 했었다. 이 코스는 가장 널리 애용되는 산길. 문제는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아침 일찍 출발, 부지런히 달렸지만 대흥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30분. 간단한 아침 요기를 포함, 무려 4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산행팀은 첫 갈림길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초의선사의 일지암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후 북암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참 가서야 북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이미 시간은 제법 흐른 상태. 다시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는 짧아 오후 5시쯤이면 어두워지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산행팀은 두륜봉으로 올라 만일재로 되돌아온 후 가련봉 노승봉 오심재 북암으로 내려오는 역순을 택했다. 결과론이지만 시간은 제법 남았다. 초행자의 기우였던 셈.

두륜산에는 지난 2003년부터 운행되는 케이블카가 있다.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인 유스호스텔 입구에서 출발, 1.6㎞를 오른다. 고계봉 인근에 닿는다. 고계봉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엔 전망대 건물이 서 있다. 산행중 능선상에 나란히 보이던 2개의 건물이 바로 전망대와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던 셈. 왕복 6800원. 편도요금을 물어보니 왕복뿐이란다. 고계봉에서 오심재로 이어지는 산길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영원히 폐쇄되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2.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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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09> 김천 삼도봉~대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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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덕산 정상에서 본 삼도봉. 아직도 능선길에 끝물 억새
                                      가 바람에 휘날린다.  
   
 
삼도봉(三道峯). 이름 그대로 3개 도에 걸쳐 있는 봉우리다.
그렇다면 남한에 삼도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몇 개나 될까. 정답은 3개다. 모두 백두대간 줄기다.

부산경남의 산꾼들에게 우선 떠오르는 봉우리는 지리산 삼도봉일 터. 지리산의 서부능선에 위치한 삼도봉(1550m)은 경남(하동)과 전남(구례) 전북(남원)의 경계지점에 우뚝 솟아 있다.

반야봉(1732m) 바로 아래 위치한 삼도봉의 원래 이름은 낫의 날을 닮아 낫날봉. 발음이 쉽지 않아 '날라리봉' '늴리리봉'으로 불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의해 삼도봉으로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의 경계점에 위치한 삼도봉(1177m)도 있다. 경계를 가르는 도(道)가 완전히 달라 봉우리 앞에 '오리지널' 혹은 '혼또'라는 수식어가 흔히 붙는다. 정상엔 3개 도 주민들이 세운 대화합기념탑이 있다. 국립공원 소백산과 속리산을 거쳐 추풍령에서 잠시 숨을 고른 백두대간이 덕유산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이다가 3개 도의 경계지점에 이르러 우뚝 솟구쳐 오른 봉우리다.

또 다른 삼도봉(1249m)은 경북(김천) 전북(무주) 경남(거창)을 구분짓는 봉우리. 대화합기념탑이 위치한 삼도봉의 남쪽에 바로 이웃한 대덕산을 지나면 곧바로 만난다.

삼도봉 아랫마을인 김천시 대덕면 덕산마을 촌로에게 대덕산과 이웃한 삼도봉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대덕산에 속하는 하나의 봉우리라고 말할 뿐 금시초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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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백두대간길인 삼도봉~대덕산 코스는 억새와 산죽이 일품이지만 삼도봉 초입에 만나는 노란 낙엽송도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정리해보면 백두대간의 산줄기는 남으로 흘러 흘러 대화합기념탑이 있는 '오리지널' 삼도봉에서 대덕산~삼도봉을 거쳐 덕유산 백운산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이번 주 산행팀은 초점산이라고도 불리는 삼도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헌걸찬 능선길을 내달렸다. 1000m가 넘는 고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고 사각사각 즈려 밟히는 낙엽은 초겨울 산행의 진면모를 체험케 해준다.

산행은 덕산마을~낙엽송길~숯가마터~긴 너덜길~능선~작은 암봉(전망대)~포갠바위~삼도봉~안부~헬기장~대덕산~얼음골 약수터~덕산재 갈림길~덕산마을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들머리 덕산마을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과 경북 김천시 대덕면의 경계인 덕산재에서 김천쪽으로 가장 가까운 마을. 덕산재에서 차로 2분 정도 걸리고 1㎞ 거리.



마을 앞 길가에 '미끄럼주의 빙판길 전방 300m'라고 적힌 조그만 팻말이 세워져 있다. 길 건너 밭 사이 시멘트길로 간다. 정면에 두 개의 큰 봉우리가 보인다. 왼쪽이 삼도봉, 오른쪽이 대덕산.

곧 사거리. 직진한다. 우측길은 대덕산을 거쳐 하산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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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색이 바랜 낙엽송 군락지를 따라 걷는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낙엽송은 힘이 넘친다. 푹신푹신한 길과 계곡의 물소리, 여기에 산죽과 억새가 곁들여져 적어도 이 순간만은 안성맞춤 길이다.

하지만 올라갈수록 묵은 길이 이어진다. 나무 넝쿨이 길을 막고 있는데다 돌마다 이끼가 덮고 있다. 이렇게 35분 정도 오르면 계곡(큰골)과 만난다. 과거 폭우로 쓰러진 듯한 나무 밑을 통과, 계곡을 건너 올라선다. 뱀 사냥용으로 추정되는 파란그물을 지나면 길은 더더욱 희미해진다. 일단 능선쪽으로 치고 오르기 위해 길이 보일 듯한 10시 방향으로 무작정 오른다. 옛 길 흔적이 보였다가 이내 사라지기가 수 차례. 과거 숯가마터로 추정되는 곳을 지나면 이번엔 너덜길. 주변엔 길이 없어 선택의 여지없이 무작정 오른다. 여기서 능선까지 40여분 동안은 정답이 없다. 때문에 리본도 달지 않았다. 참고하길. 마침내 능선. 능선에 올라도 아직 뾰족한 길이 없다. 우측 나무숲을 헤치고 전진한다. 그야말로 악전고투.

10분 뒤 작은 암봉을 지나 2분 정도 다시 고생하면 상당히 묵은 좁은 오솔길을 만난다. 15분 뒤 포갠바위를 지나면서 비로소 길다운 길을 만난다. 이제 고생 끝. 다시 한 굽이를 넘으면 눈앞에 억새군락지가 펼쳐진다. 끝물이지만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삼도봉까지는 10분 거리.

조그만 정상석엔 삼도봉, 그 옆 작은 글씨로 초점산이라 적혀있다. 정상석을 기준으로 서쪽 무주땅, 남쪽 거창땅, 동쪽은 김천땅이다. 서쪽으로 덕유산 삼봉산 향적봉 중봉 백암봉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이, 남쪽 거창쪽으론 뾰족봉인 금귀봉 보해산 흰대미산 양각산 수도산 월매산 단지봉 가야산 독용산 등이 산의 물결을 이룬다.

산행팀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봉우리인 대덕산은 코 앞에 있다. 김천시 대덕면에 위치한 대덕산(大德山)은    
   
예부터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모두 많은 재산을 모아 은혜를 입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

삼도봉에선 백두대간 능선길이라 35분 정도 그냥 내달리면 된다. 산길도 선명한데다 능선길 주변이 온통 끝물 억새군락지다. 신불평원이나 화엄벌이 전혀 부럽지 않다.

정상은 헬기장. 북으로 민주지산 석기봉과 백두대간 산줄기인 삼도봉 막기항산이 잇따라 펼쳐진다.

하산은 정상석 뒤로 내려선다. 제법 급경사 길이지만 낙엽과 산죽길이 아주 인상적이다. 25분 정도 뒤 얼음골 약수터. 잠시 목을 축이자. 이후부터 완연한 낙엽길. 지그재그 산길인데다 발목까지 덮여 여간 즐겁지 않다. 약수터에서 25분쯤 뒤 덕산재 갈림길. 좌측은 덕산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이어서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간다. 대간길을 버리니 갑자기      
길이 사라진다. 할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서니 우측에 산길이 보인다. 10분 뒤 산행 초입 만나는 첫 사거리에 닿고, 다시 10분 뒤 덕산마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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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기전에
- 파커 등 겨울장비 챙겨야
- 오를때 너덜길 만만찮아  
 
백두대간 산줄기인 대덕산~삼도봉(초점산) 코스는 경북 김천시 대덕면과 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경계인 덕산재에서 출발, 두 봉우리를 넘은 다음 거창의 소사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덕산재 정상에는 폐업을 한 주유소가 지금은 '대덕산 산삼 감정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고 길 건너편에는 대형 대덕산 등산로 안내판과 그 뒤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산행팀은 이 길을 이용하지 않았다. 우선 대중교통인 버스가 덕산재까지 오지 않는데다, 덕산재에서            대덕산 하산길에 만나는 얼음골 약수터.
출발하면 원점회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행팀은 덕산마을에서 출발, 원점회귀 산행을 위해 5만분의 1 지형도에 답사할 코스의 선을 그어 산행코스를 정했다. 큰골에 닿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산행이 순조롭다. 하지만 이후 산행은 능선을 차고 오르는 그야말로 개척산행이다. 특히 너들겅에선 바위들이 제멋대로 얹혀 있어 넘어지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다. 지금부턴 파카 등 겨울장비가 필요할 때다.


# 교통편
- 성주댐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 일품

부산서 열차를 이용, 김천역에서 내린 다음 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덕면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외버스터미널은 김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부산역에서 경부선 김천행 새마을호(1만5700원) 열차는 오전 6시5분, 8시35분에, 무궁화호(1만500원)는 오전 5시30분, 6시30분, 6시50분, 7시35분, 8시5분, 9시5분에 출발한다. 각각 2시간, 2시간20분 걸린다.

김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무주행 직행버스를 이용, 대덕면 덕산마을에서 하차한다. 오전 10시에 있다. 3700원.

무주에서 출발, 덕산마을을 거쳐 김천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6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김천역에서 부산행 새마을호는 오후 6시1분, 7시54분, 밤 10시1분에, 무궁화호는 오후 5시16분, 6시25분, 7시23분, 8시21분, 밤 10시29분에 있다.

승용차는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화원IC~성서IC~성주 방면 30번 국도 좌회전~계명대 지나~성주 선남~무주 성주~무주 고령~무주 성주 방면 33번 국도 우회전~무주 김천 왜관 좌회전~무주 대덕 30번 좌회전~무주 거창 방면 좌회전~관기삼거리서 무주 방면 우회전~덕산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들머리인 덕산마을로 갈 땐 성주댐을 끼고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기다리지만, 귀가땐 밤이라 김천시내로 이동해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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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1.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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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후난성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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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산의 수려한 경관. 고생대에 바다였던 이 곳은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솟아오른 후 차별침식으로 지금과 같은 기이한 봉우리가 만들어졌다.
 
# 최근 선호도 1위 장가계

중국 옛말에 ‘인생불도장가계(人生不到張家界) 백세기능칭노옹(百歲豈能稱老翁)’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張家界·장지아지에)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장가계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잘 표현해 주는 말로, 이 속엔 중국인들조차도 꼭 가보기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최근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장가계는 현재 여행업계에서도 최고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장가계는 중국 후난성 서북부의 관광도시. 인구가 1백50만여명에 불과한 도시이지만 도시 전체가 중국 제일의 국가삼림공원 및 여행특구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원시상태의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에 본격 알려지지 시작했다. 지금도 국가 차원에서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조심스럽게 진행중이다.

수려한 봉우리와 기이한 동굴 그리고 청량한 공기와 계곡물은 중국인들조차도 이태백과 도연명 등 옛 선인들이 칭송했던 천하절경 무릉도원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추정할 정도. 실제로 장가계시는 무릉원구 영정구 상직현 지리현 등 크게 4개 행정구역으로 구성돼 있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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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시황 사후 그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6천개의
                         병마토용(흙으로 빚은 인형 )
 

장가계의 관광은 크게 △천자산 자연보호구 △장가계 국가삼림공원 △삭계곡 자연보호구로 나뉜다.

천자산 자연보호구와 장가계 국가삼림공원은 ‘무릉원’이란 관광지정구를 통해 입장하며, 삭계곡 자연보호구는 무릉원 동쪽에 위치해 있다.

무릉원 정문을 통과, 20분 정도 버스를 탄 후 케이블카로 천자산 정상에 오르면서 관광은 시작된다. 평균 해발이 1,264m인 천자산은 장가계시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토가족의 성산(聖山)으로, 수백개의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바위산.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천자산의 자태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깎아낸 듯한 기암괴석들과 그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몇 그루의 노송, 그리고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계곡 사이를 빽빽이 채운 수목들의 신령스러운 기운에 마치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이다.

고생대인 3억8천만년 전 이 곳은 바다였다. 이후 지각운동으로 해저가 육지로 솟아오른 후 지층의 차별침식 등으로 지금과 같은 깊은 협곡과 기이한 봉우리가 만들어졌다.

이중 어필봉(御筆峰)은 단연 돋보이는 봉우리. 기암괴석 위에 서 있는 노송 때문에 마치 거꾸로 꽂아놓은 붓과 같다 하여 ‘황제의 붓’으로 이름지어졌다. 반대편엔 ‘선녀산화(散花)’라고 적힌 봉우리가 보인다. 측면으로 눈 코 입이 보이는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도 이 보다는 못하리라.

걷다보면 곳곳이 전망대다. 서해(西海)는 대표적인 곳. 산과 구름이 어우러져 마치 바다와 섬을 연상케 한다. 관광객들의 단골 촬영장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 곳에서 30여분 거리의 비경 원가계 풍경구가 개방됐다. 혼을 빼놓는다. 미혼대와 기적중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천하제일교가 기다린다. 높이 300m의 커다란 두 개의 바위를 이은 천연석교로, 다리 위를 거닐다보면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천자산 자연보호구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코스라면 장가계 국가삼림공원은 6㎞ 정도의 금편계곡을 따라 거닐며 머리 위로 솟은 봉우리를 감상하는 산책코스이자 삼림욕장. 2시간 정도 걸린다. 지난 82년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느낌이 들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그런 첫 느낌을 받는다.

금편암 부부암 문성암 등 3천여개에 달하는 기봉과 2천여종의 식물과 28종의 희귀 야생동물이 서식, 거대한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물은 2인1조의 가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가마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삭계곡 자연보호구는 기봉이 빽빽이 들어선 비경과는 달리 인공호와 석회암 동굴 등 물이 흘러 비교적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다. 산 속에 댐을 쌓고 물을 막아 만든 인공호인 보봉호는 유람선을 타고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오갈 때 호수 한쪽의 자그마한 꽃배에서 토가족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 남녀가 관광객을 위해 전통노래를 들려주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광경이다. 입구의 웅장한 인공폭포 또한 볼거리.

무릉원구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황룡동굴은 세계 최고의 석회암 동굴. 굴 안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재미가 그만이다. 높이가 160m로 4층까지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7㎞ 정도 개방돼 있으며 앞으로 개발이 더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종유석 석순의 길이를 합한 것이 14㎞이며, 가장 높은 석순은 19.2m. 직경이 10m인 석순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독특한 형상의 석순, 종유석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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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산 정상을 향해 케이블카로 오른다. 빼어난 경관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 역사박물관 시안      
                                     
시안을 빼고는 3천년의 중국 역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적 고도이자 실크로드의 시발점. 명나라 전까지 장안으로 불린 시안은 주 진 전한 수 당 등 수많은 왕조의 수도로서 1천1백여년간 한족문화의 중심지였다. 전성기인 당 현종 때는 로마와 함께 세계문화의 본산이었다. 지금은 산시성의 성도이자 서북지방 최대의 상공업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시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적은 진시황제 관련 유적 및 유물. 38년간 74만명이 동원돼 만든 진시황릉은 무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야산. 둘레가 2㎞ 높이가 110m에 달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포함돼 있다.

진시황 사후 그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6천개의 병마토용(흙으로 빚은 인형)과 병마용개박물관의 각종 유물들을 보면 그 장엄함에 탄복할 정도.

당 현종과 양귀비가 로맨스를 펼쳤던 온천 휴양지인 화청지와 삼장법사로 더 잘 알려진 당 고승 현장법사가 인도를 다녀온 후 갖고 온 경전을 보존하기 위해 세웠다는 대안탑도 꼭 둘러볼 명소이다.


#중국의 관광정책

 중국의 관광정책은 환경 보호와 문화재 보존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무분별한 오염원 방치로 인해 이웃 국가에게 무책임하게 오염된 황사를 날려 보내는 머릿 속의 중국을 감안하면 전혀 뜻밖이었다.

장가계의 중심지인 영정구에서 40여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천자산 자연보호구 등이 펼쳐지는 무릉원 입구. 하지만 이곳부터는 버스를 바꿔 타야만 했다. 장가계시가 대기보존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공해 천연가스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중국인들의 상술이 얼른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이 섣부른 생각이 예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얼마가지 않았다.

버스로 목적지인 케이블카 타는 장소까지 가는 도중에는 터널 3개가 차례로 나온다. 하지만 말이 터널이지 거의 ‘자연산’ 굴 수준이었다. 벽과 천정에는 울퉁불퉁한 돌이 튀어나와 있고 전등 조차 없었다. 폭과 높이는 소형버스 한대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터널 양쪽 입구에 신호등을 별도로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는 “관광지를 개발하더라도 친환경적인 원칙에 입각해서 접근하는 것이 최근 중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도시 전체가 역사박물관인 시안도 마찬가지였다.

버스로 이동하다 보면 진시황릉 주변은 아직도 측량 등 유물발굴에 여념이 없다. 진시황릉 주변의 농민들은 그 농지에 유물이 출토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허가가 나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시황릉 주변의 농민들은 정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농사를 짓지 않고도 정부로부터 생계를 보장받는다.

최근 시안은 해외자본을 대거 유치해 중국 IT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우주연구센터 등 핵심 산업체와 20여개 대학 및 연구소를 갖춘 교육도시로 서부지역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연히 지하철 건설도 논의됐지만 유물파괴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경부고속철 건설로 파괴될 지경에 처해있는 우리의 생태계의 보고인 천성산과 금정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여행 팁


요즘 중국의 현지 가이드들은 중국관광을 우스갯소리로 잘 묘사하고 있다.

수도인 베이징은 자금성 등 걷는 코스가 많아 ‘두 다리 아픈 관광’, 백두산을 둘러보는 옌볜은 차 타는 시간이 너무 길어 ‘허리 엉덩이 아픈 관광’, 경치가 아름다운 구이린(계림)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눈이 아픈 관광’, 중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 시안은 가이드의 설명을 많이 들어야 하므로 ‘귀가 아픈 관광’이고 지난해부터 본격 알려지지 시작한 장가계는 ‘와와관광’이라고. 산수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움직이는 곳마다 감탄사 ‘와’가 절로 나온다고 붙여진 말이다.

실제로 요즘 여행사의 중국 상품에는 장가계행이 제일 잘 팔린다. 베이징 상하이 계림 등 주요 상품은 대부분 장가계와 함께 끼워 넣을 정도다. 속된 말로 장가계가 떴다.

최근 괴질로 중국 동남아 관광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장가계와 시안은 괴질 발생지역인 광둥성과는 거리가 꽤 돼 별다른 영향이 없다. 하지만 최근 건강이 안좋은 사람들은 여행을 자제하자.

지난해 4월부터 장가계가 알려진 뒤 하반기엔 천자산 자연보호구 내의 절경인 원가계가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서는 지난 1월부터 부산~서안 직항노선이 개통돼 ‘서안 장가계’ 상품이 최고 인기다.

여행사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3박4일(매주 월 출발) 4박5일(매주 목 출발) 상품이 나와 있다. 3박4일 상품의 경우 오전 출발, 오후 도착 등 다소 빡빡하지만 4박5일 상품과 큰 차이는 없다.

/ 취재협조= 뉴부산해외여행사 (051)806-8811~20
/중국 시안 장가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입력: 2003.04.0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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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407> 정읍 내장산

걸출한 산세 금상, 황홀한 단풍 첨화
하늘 가린 3㎞ 단풍터널 아쉬운 만추 만끽
서래봉 올라서면 내장산 9봉 비경 '한눈에'
서래약수~불출봉 암릉·암봉길 오르내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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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내장산의 애기단풍이 유난히 붉게
                                     보인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내장산은 구례 지리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부안의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이다. 또 내장산 단풍은 예부터 금산사의 봄 벚꽃, 변산반도의 여름 녹음, 백암산의 겨울 설경과 함께 호남4경으로 꼽힌다.

아담하지만 걸출한 산세가 금상(錦上)이라면,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단풍은 첨화(添花)일 터. 가을 내장산은 단풍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악이나 지리산의 단풍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지만 단풍만으로 견주자면 내장산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진입로부터 산 정상까지 눈길 가는 곳은 온통 단풍천지다.

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에 이르는 3㎞의 단풍길은 하늘을 가릴 듯 숫제 단풍터널을 이룬다. 내장사 일대의 수백년생 단풍나무는 만추의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나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사방팔방에서 "이 정도인 줄 정말 몰랐다"는 감탄사가 연신 터진다.

산행 중에도 마찬가지. 산 속 곳곳에는 한 눈에도 다른 산과 다름을 느낄 수 있는 단풍나무 군락지가 있는 데다 느티나무 굴참나무 등 노랑 및 갈색을 띠는 수종이 한데 어울려 색의 현란함도 보여준다.
                                                                                                                                                                                                       

내장산은 내장사를 중심으로 월영봉에서 서래봉과 주봉인 신선봉을 지나 장군봉에 이르기까지 9개의 봉우리가 동쪽으로 입을 벌린 주머니 모양을 하며, 그 속 에 무궁무진한 절경을 숨겨놓았다. 내장산(內藏山)이란 이름도 바로 이런 연유로 붙여졌다.  
 
내장9봉을 종주하는 데는 10시간 정도 걸린다. 부산서 출발, 당일치기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산행팀은 기암절벽과 1㎞ 정도의 암릉이 이어져 내장9봉 중 가장 기가 막히다는 서래봉 코스를 택했다.

산행은 매표소~우화정~내장사 일주문~백년약수~벽련암~철문~석란정지~서래봉~잇단 철계단~서래약수~불출봉~철계단 갈림길~불출암지~원적암 갈림길~비자나무 군락지~휴게소~내장사~일주문~매표소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내장사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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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내장사 일주문까지는 걸어서 30분. 하지만 단풍터널과 이따금 눈에 띄는 노란 은행나무, 그리고 핏빛 단풍과 주변 봉우리가 투영되는 우화정(羽化亭) 호숫가의 절경을 구경하노라면 시간은 배 이상 지체된다.

우화정 앞에서 갈림길. 왼쪽은 케이블카 타는 곳, 오른쪽으로 간다. 탐방안내소를 지나면 내장사 일주문. 절집은 하산 후 구경하기로 하고 우측 벽련암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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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뒤 길 오른쪽에 백년약수(우측 사진).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하니 한 잔 들이키자.

뽕짝 소리가 시끄러운 매점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벽련암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 오른쪽 서래봉으로 오른다. 벽련암에선 서래봉의 장관을 감상하자. 벽련선원이라고 적힌 누각 아래에서 폐쇄적 시각기법으로 액자를 만들어 대웅전 및 주변 대나무숲과 단풍 그리고 서래봉의 암봉을 모두 담아보자. 한 폭의 동양화다.

이제 서래봉을 향해 출발. 돌계단을 올라 철문을 통과하면 왼쪽에 대나무숲. 울긋불긋 단풍과 대나무, 의외로 조화롭다.

길은 비교적 가파르다. 암벽 앞에 '석란정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서있다. 조선말 명성황후를 추모하며 제사를 지냈다는 서보단이 있던 곳으로 석란이 많이 있었다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자나 석란은 없고 석란정이란 글씨만 암벽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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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추의 내장산은 온 산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내장산에서도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서래봉 일대. 사찰은 벽련암.
 
25분쯤 천천히 단풍을 감상하고 오르면 좁은 철계단. 이 철계단만 오르면 1㎞나 되는 긴 서래봉 암릉이 시작된다. 뾰족한 암봉은 우측길로 에돌아가고 완만한 암봉은 넘고 지나간다. 짤막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서래봉은 그래서 멀리서 보면 장관이고 걷는 이들도 재밌어 한다. 써레봉으로도 불리는 서래봉은 논밭을 고르는 농기구인 써레의 이(齒)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서래봉 안내판을 지나 5분 뒤 갈림길. 왼쪽 오르막 나무계단으로 오르면 다시 암릉. 발아래 우화정과 벽련암 내장사, 그리고 케이블카가 보인다. 단풍터널의 존재와 내장사 주변에 특히 단풍나무가 밀집돼 있다는 사실이 한 눈에 포착된다. 암릉에서 5분 뒤 마침내 정상. 정상석은 없지만 안내판으로 현 위치를 알 수 있다. 서래봉에 서면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 등 내장산 8봉이 한 눈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산의 바다요, 단풍의 물결이다.

이제 불출봉으로 향한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모처럼 만나는 소나무 그늘에서부터 가파른 철계단이 시작된다. 이렇게 내려갔다가 얼마나 다시 올라가야 하는 건가 하고 걱정될 정도로 하염없이 내려간다. 폭포로 비유하자면 5~6단쯤 될 것 같다. 2차선 도로처럼 두 줄로 설치된 철계단은 가파른 데다 발딛기에 너무 좁아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철계단은 10분 이상 계속된다.

이어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은 서래매표소로 하산하는 길, 좌측으로 간다. 다행히 철계단이 아니라 산길이다. 곧 서래약수. 물맛이 좋지만 한 방울씩 졸졸 떨어진다. 서래약수를 지나면 재미난 암릉길. 암벽과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미니어처를 닮은 뾰족한 암봉을 또 넘고, 철계단을 지나면 마침내 불출봉. '불출운하(拂出雲河)'라 불릴 정도로 조망이 빼어나다.  

하산은 철계단으로 내려선다. 곧 철계단 갈림길. 우측은 종주코스인 망해봉 가는 길, 좌측 원적암 방향으로 간다. 이내 불출암지. 고려때 하월선사가 천연동굴을 이용, 암자를 세웠던 터로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이제는 나무계단. 폭도 넓어 철계단과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계단이 너무 길어 반대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등산로가 아니라 유격장'이라고 푸념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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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뒤 원적암 갈림길. 세 갈래 길이지만 모두 내장사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우측 원적사 가기 전 '비자나무 군락지·내장사'라고 적힌 길로 내려간다. 300~500년생 30여 그루의 늘푸른 비자나무 숲은 운치가 그만이다.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와 300년된 모과나무도 눈길을 끈다.

길은 자연스레 낙엽이 쌓인 오솔길로 이어진다. 방금 생명을 다해서인지 아직도 고유의 색이 남아있는 천연색 낙엽이다. 화려한 단풍에서 다가오는 느낌과 전혀 다른 만추의 서정,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 휴게소를 지나면 곧 내장사를 만난다. 비자림 군락지에서       내장사 주변의 단풍.
내장사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春 백암 秋 내장'
- 백암산 애기단풍·입암산 계곡단풍 유명

내장산 국립공원은 내장산(763m)과 고불총림 백양사를 품안에 안고 있는 백암산(741m), 입암산성으로 유명한 입암산(687m) 등 모양과 이름이 서로 다른 3개 산이 합쳐져 지난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야산과 매화산이 가야산 국립공원으로, 북한산과 도봉산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야산과 매화산, 북한산과 도봉산이 암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은 단풍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재밌는 점은 제각각 독특한 단풍경관으로 무장한 이들 3개 산은 불행히도(?) 소속된 행정구역이 달라 단풍철이면 지자체 간에 탐승객 끌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맏형 격인 정읍시의 내장산은 '두 말하면 잔소리'라 할 정도로 설명이 필요없는 데다 가만히 있어도 구름같이 인파가 몰려와 비교적 느긋하다.

하지만 내장사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장성군의 백암산은 지명도에 밀린다는 판단 아래 군청이 직접 나서 단풍철이면 컬러 사진을 포함한 거의 완벽한 보도자료를 매년 전국 언론사에 배포하고 있다.

장성군청 관계자는 "예부터 '춘(春) 백양(白羊), 추(秋) 내장(內藏)'이란 말이 너무 통용돼 백암산의 진가가 가려져 있다"며 "그러나 색깔이 유난히 고운 백암산의 애기단풍이야말로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입암산은 두 산에 비해 객관적으로 뒤지지만 두 산이 보유하지 못한 계곡단풍만은 알아준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면적은 76㎢. 국립공원 중 월출산(42㎢) 계룡산(61㎢)에 이어 꼴찌에서 세번째. 지리산(440㎢)의 6분의 1 정도.

하지만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모여 그 면적이 76㎢이므로 하나의 산은 대략 25㎢ 정도. 참고로 금정산이 23.2㎢이다. 그 좁은 면적에 거의 단풍나무만 있으니 사실 단풍산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게다.

내장산에 오면 내장사 일주문 근처에 위치한 '내장산 탐방안내소'에 꼭 들르자.  
   
지난 1996년 12억원을 들여 만든 탐방안내소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모형과 내장산 생태계 디오라마, 그리고 내장산 인근 민가 재현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내장산을 간략하게 잘 보여주는 영상실도 있다. 현재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중 시설이 가장 훌륭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풍철이면 케이블카는 인산인해. 융단같이 펼쳐진 단풍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와 함께 탐승용으로 유명하다.

길이는 800m, 소요시간은 5분 정도. 대신 단풍철이면 1시간쯤 기다리는 것은 기본임을 잊지 말자. 대인 4500원, 소인 2000원(이상 왕복).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내장산IC~내장산. 이정표가 아주 친절하게 잘 돼 있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1.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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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406〉 무주 적상산

붉은치마 두른 晩秋 '수줍은 유혹'
치마바위 단풍과 낙엽길 '일품'
연중 등산객 80% 가을에 집중
안국사 · 적상산 사고도 볼거리
안렴대 서면 덕유산 연봉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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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렴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산줄기. 왼쪽 주봉 향적봉을
                                      비롯 오른쪽으로 중봉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주봉인 향적봉 앞에는
                                      케이블카 종착지인 설천봉과 스키장 슬로프도 보인다.
 
덕유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무주 적상산(1,038m). 덕유산 주봉 향적봉에서 북서쪽으로 12㎞쯤 떨어져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정상 일대는 흙으로 덮인 육산이지만 산허리부터 곧추선 암벽이 병풍처럼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이름하여 치마바위.

매년 이 맘때 치마바위 주변에 단풍이 물들면 다소곳한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온 산이 활활 타오른다. 마치 산 전체에 각양각색의 물감을 흩뿌려놓은 것 같다. 그래서 붉을 적(赤), 치마 상(裳)자를 조합해 적상산이라 불린다.

하여튼 만추의 적상산은 '치마바위에 활짝 핀 단풍꽃'으로 요약된다. 그 자태는 한국백경 중 하나로 손꼽혀 가을이면 전국의 산꾼들이 꼬리를 물고 모여든다.

통계도 적상산이 가을산임을 뒷받침해준다. 국립공원 덕유산 관리사무소 적상분소 서영수 계장은 "연중 등산객의 80% 정도가 단풍 절정기인 10월말에서 11월초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산행 중 역사적 볼거리도 제법 있다. 적상산성과 안국사, 그리고 조선 5대 사고(史庫)인 적상산 사고 등은 눈여겨 볼 만하다.

산행은 서창 매표소~철문~샘터~전망대~장도바위~적상산성 서문지~주능선(삼거리)~향로봉(왼쪽)~주능선(삼거리)~사거리~적상산 정상(기봉·KBS 송신소)~안렴대~안국사~일주문~적상산 사고~안국사 부도군~전망대~송대~치목마을 순. 4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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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는 서창 매표소. 정면에 울긋불긋 단풍으로 치장한 치마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포장로를 따라 100m쯤 오르면 오른편에 등산로 이정표. 돌계단부터 시작된다. 탐방로 안내판을 지나 철문으로 들어선다.

계속되는 돌계단. 형형색색으로 물든 숲터널이 하늘을 가린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속으로 들어간다.

25분쯤 지나면 약간은 지겹기도 했던 돌계단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흙길을 만난다. 하지만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급경사길이 늘 그렇듯 갈 지(之)자로 이어진다.

5분 뒤 탐방로 안내판에 표시된 샘터. 이곳에서 한 굽이 올라서자 산허리를 돌아가는 오솔길이 기다린다. 오솔길 주변에는 이제 단풍이 완연히 물들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어지는 오르막길 우측에 전망대. 정면에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고, 좌측 능선쪽의 단풍은 마치 봉홧불이 번지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 집채 만한 바위를 에돌면 역시 큰 바위가 기다린다. 길은 두 갈래. 등산로는 왼쪽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지만, 오른쪽에도 하늘을 찌를 듯한 바위 사이로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틈이 열려있다. 장도(將刀)바위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이 길을 오르다 길이 막히자 장도를 내리쳐 길을 내고 올랐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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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 모퉁이를 돌면 아담한 돌담이 앞을 막는다. 적상산성 서문지(西門址)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산세가 요새로서 적지임을 알고 왕에게 축성을 건의했다는 적상산성은 둘레가 8.1㎞로 주변 단풍과 어울려 한층 운치를 더해준다. 서문지를 통과하면 곧 이정표. 장도바위를 통과해 올라가면 이 이정표 앞에서 만난다.

지금부터 평탄한 길. 이곳부터 산은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숲이지만 앞뒤좌우가 확 트인 황홀한 공간이며, 신기하리만치 소나무 한그루 없는 활엽수림이다.

낙엽이 온 사방에 깔려있고 고개들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듯 현란하다. 부는 바람에 단풍잎들이 흩날리면 감탄은 극에 달한다. 화려한 외양의 붉은 치마 속도 알고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장도 바위를 오르는 이창우
                                                                                                                산행대장.

야생화 군락지임을 알리는 푯말을 지나면 이내 주능선. 왼쪽 향로봉, 오른쪽이 주봉인 적상산 기봉. 기봉은 현재 모 방송국 송신소 철탑이 세워진 접근 금지구역.

기봉보다 4m 낮으면서 주봉 역할을 하는 향로봉으로 간다. 낙엽과 단풍으로 발걸음이 아주 가벼운데다 우측엔 양수발전소 상부댐 저수지가 보여 분위기를 더해준다. 20분이면 닿는다. 정면 구봉산이, 북쪽인 우측엔 금산의 서대산이, 남쪽인 좌측엔 봉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25분 정도 환상적인 능선길을 걸으면 사거리. 직진하면 안렴대, 왼쪽은 안국사, 135도쯤 크게 왼쪽으로 돌면 적상산 정상인 기봉이다.

안렴대로 간다. 고려때 거란의 침입으로 삼도 안렴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와 난을 피한 곳이라 붙여진 이름. 바위절벽으로 난간이 설치돼 있는 멋진 전망대다. 왼쪽으로 덕유산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전개된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왼쪽에 칠봉, 오른쪽에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무주리조트 슬로프도 확인된다. 과히 덕유산 전망대라 부를 만하다.
  
산불방지 무인감지시설 밑으로 난 길로 내려서면 안국사(安國寺). 무학대사가 삼재가 들지 않고, 나라를 편안케 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 원래는 산 밑에 있었지만 적상산 양수발전소댐 축조로 물에 잠기게 되면서 과거 적상산 사고사(史庫寺)가 있던 이곳으로 옮겨왔다. 안국사에선 티베트 미얀마 등 세계 각국 불상과 도자기 300여점이 전시돼 있는 성보박물관은 꼭 들르자.

발길은 일주문을 지나 아스팔트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상부댐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왼편에 적상산 사고 건물이 보인다. 조선 광해군때 설치된 이곳에는 한때 승가청 군기고 등 40칸의 건물이 있어지만 지금은 텅 비어 썰렁하기만하다. 다시 아스팔트길로 나오면 '치목 2.7㎞'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있는 하산길이 열려있다.

이제 본격 하산길로 들어선다. 안국사 부도탑을 지난다. 숲은 인적이 드문 원시림인데다 단풍마저 화려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절벽 위 아래로 화려한 단풍색이 아름다운 전망대와 울창한 송림 사이의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송대를 지나 치목마을까지는 1시간정도 걸린다. 의외로 길이 괜찮다.



#교통편-경부선 열차타고 영동역 하차 시외 터미널서 무주행 버스를

열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야 된다. 부산역(1544-7788)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린다. 무궁화호는 오전 5시30분, 6시30분, 7시35분, 8시5분에 있다. 1만2900원. 새마을호는 새벽 4시45분(토 일 월), 6시5분에 출발한다. 1만9200원. 영동시외버스터미널(043-744-1700)에서 무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8시25분, 9시30분, 10시5분, 11시20분, 11시40분에 있다. 2400원. 영동역에서 영동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무주시외버스터미널(063-322-2245)에서 들머리 서창행 완행버스는 오전 10시20분, 10시40분, 11시20분, 11시50분, 낮 12시20분, 12시5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한다. 750원.

날머리 치목마을에서 무주행 버스는 오후 4시30분, 6시30분에 있다. 1000원. 무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동행 버스는 오후 4시50분, 5시30분, 6시50분, 8시20분에 있다. 영동역에서 부산행 경부선 새마을호는 오후 5시34분, 9시34분에 있으며 무궁화호는 오후 5시57분, 6시52분, 7시49분, 밤 10시1분, 11시54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서진주 분기점~대진고속도로~무주IC~진안 무주리조트 무주구천동 방면~3~4㎞후 서창마을. 유의할 점 하나. 적상산 안내 이정표는 반대편 도로에서 와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삼성자동차공업사'라고 적힌 큰 간판이 보일 때 좌회전해야 한다.

날머리인 치목마을에서 들머리 서창까지 거리는 10㎞. 버스는 오후 6시30분에 있기에 적상모범택시(063-324-5526, 011-464-5527)를 불러야 한다. 1만원.

#떠나기 전에 - 단풍산행 지금이 최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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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누구나 훌쩍 떠나고 싶어 한다. 산과 들로 단풍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단풍하면 우선 떠오르는 산이 무주의 적상산. 얼마나 곱고 아름다우면 여인네의 붉은 치마와 비교하겠는가. 지금의 적상산은 붉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최영 장군의 전설과 산성, 안국사, 적상산 사고(사진), 적상호에 비치는 붉은 단풍 등은 탐방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안겨준다.

적상호로 올라오는 도로 이외 두 코스만 열려 있고 나머지는 모두 입산 통제로 묶여 있어 취재팀은 산길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치목마을로 하산길을 잡았다.

하산길에 만나는 송대계곡은 협곡으로 붉은 단풍에 젖어 내내 여운에 남는다.

날머리인 삼베짜는 마을인 치목은 한가하다 못해 가을 빛에 졸고 있다. 가을날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산꾼들에게 가족과 함께 떠나길 권한다.



/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입력: 2004.10.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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