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438> 부산 천마산~암남공원

3시간 30분 소요, 가족 산행 적격
보석같은 산길은 삼림욕장 방불
천마산 조각공원·기암절벽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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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파도와 조화를 이루는 암남공원의 그림같은 기암절벽은 태종대나 이기대의 그것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낚시터로 더 잘 알려진 송도 암남공원을 산행한 산꾼들의 반응.
“낚시꾼들의 천국 또는 동네 뒷산 산책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그림같은 해안절벽과 도심의 산에서 보기 드문 원시림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가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암남공원으로 가는 해안도로도 의외로 괜찮은 데다 때묻지 않은 보석같은 청정 산길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그랬다. 아기자기한 산책로겠지 하고 떠난 암남공원 산길은 한마디로 의외였다. 시종일관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울창한 신록 그리고 환상적인 조망은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산행로가 짧다는 것. 물좋고 정자좋은 곳이 없듯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고사성어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을 수밖에. 그래서 산행팀은 고민끝에 암남공원과 산줄기가 이어지는 천마산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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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 중턱 체육공원과 조각공원(왼쪽). 천마산에서 본 부산남항과 북항. 남항과 북항을 보통 영도대교를 기준으로 나뉘어진다. 저멀리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도 보인다.



대표적 도심의 산인 천마산은 부산의 명소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영도대교와 부산대교 북항 신선대터미널 감천항 영도 태종대 용두산공원 민주공원 남포동 자갈치시장 공동어시장 송도해수욕장 몰운대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내로라하는 명소의 대부분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천마산엔 또 40여 점의 조각품이 숲 속에 전시된 조각공원과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체육공원이 있다. 산 속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다.
하여, 이번 산행의 테마는 ‘공원같은 산길'. 그 만큼 부담이 없어 가족산행지로 제격이다.
산행은 감천고개~감정초등학교 정문 지나~산불초소~천마산 산행안내도~석성봉수대(천마산 정상·324m)~체육공원~천마산 조각공원(운동장)~해광사 입구~마리아수녀회 유치원~구호병원 앞 신호등 건너~용정탕~중·서구 예비군훈련장·장군산 진정산 일주 등산로 이정표~감천배수지~산불초소~헬기장(장군산 정상)~예비군 대대 입구 주차장(장군산 체육공원)~서구청 양궁훈련장~모지포마을 갈림길~송도순환도로~암남공원 입구~동섬앞~구름다리~샘터입구 갈림길~산불초소~두도체육공원~암남공원 후문 갈림길~산책로 삼거리~다목적 광장~동섬앞~암남공원 입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안팎. 길찾기는 아주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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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고개에서 하차, 신호등을 건너 감정초등학교 쪽 왼쪽길로 간다. 학교정문과 아미배수지 차단기, 산불초소를 잇따라 지나면 천마산 등산로 안내판. 들머리다.
5분만 오르면 바로 시야가 트인다. 정면 엄광산을 기준으로 좌측 시약산 승학산, 우측 민주공원과 구봉산이 보인다. 철탑을 지나면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조금 더 가면 우측 감천항까지 보인다.
수차례 갈림길을 만나지만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다. 가급적 안내 리본이 걸린 산길로 오르자. 천마산 정상인 석성봉수대는 들머리에서 30분. 최고의 전망대다. 황령산, 간비오산 봉수대와 함께 이미 조선 세종 때부터 있었으며 날씨가 좋을 땐 대마도까지 보인단다. 하나, 봉수대는 오간 데 없고 대신 천마산악회에서 세운 대형 돌탑이 서 있다.
봉수대에서 내려와 산죽길을 잠시 걸으면 체육공원. 직진한다. 제법 긴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천마산 조각공원과 운동장. 초행자들은 산 속에 이런 멋진 곳이 있냐고 한마디씩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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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남공원의 명물인 구름다리(왼쪽). 중심을 잃을 정도로 흔들린다. 암남공원 입구의 동섬.


산불초소를 지나 시멘트길 끝 지점에 열린 우측 돌계단으로 내려선다. 곧 조그만 암자인 해광사를 지나 내려오면 천마럭키슈퍼. 우측 큰 길을 따라 간다. 마리아수녀회 유치원을 지나 구호병원 앞 신호등을 건너 우측으로 간다. ‘6339부대'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왼쪽 다리를 건너 올라가면 ‘예비군 훈련장' ‘장군산 진정산 일주 등산로' 이정표가 서 있다.
감천배수지를 끼고 우측으로 오르면 산불초소. 5분 뒤 능선 안부. ‘암남공원 2.25㎞'라 적힌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왼쪽으로 50m쯤 더 가면 헬기장. 장군산(114m) 정상이다. 이 산은 임진왜란 때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녹도만호 정운을 기려 붙여진 이름이다. 헬기장에서 예비군 훈련장을 지나면 예비군 주차장. 우측 서구청 양궁훈련장 옆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이제부터 진정산. 정상(156m)은 군부대에서 산허리를 돌아간다. 의외로 숲이 울창하다. 20분 뒤 모지포마을 갈림길. 이 길로 토박이들은 송도와 감천을 오갔다고 한다. 40분이면 송도순환도로와 만난다. 암남공원 입구로, 수의과학검역원서 불과 150m 거리이다.
이제 암남공원. 동편 해안 쪽 산길을 따라 남쪽 끄트머리 두도체육공원까지 갔다가, 나올 땐 서쪽으로 돌아온다. 5분 뒤 동섬 앞 갈림길. 왼쪽 해안길로 간다. 우측 산책로는 하산길. 동섬은 육지와 불과 10m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이후 등로는 보석같은 산길. 바다와 함께 걷는 이 기분. 다도해를 벗삼아 걷는 백도의 등산로가 전혀 부럽지 않다. 10분 뒤 출렁이는 구름다리를 건너 왼쪽 철계단으로 내려서면 낚시터. 이기대나 태종대를 연상케 하는 기암절벽 아래 갯바위에선 낚시꾼들이 대물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다시 올라와 우측 계단으로 간다. 산불초소를 지나 왼쪽 통나무길로 이어진다. 구름다리에서 15분 뒤 샘터입구 사거리. 원시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사거리에서 15분이면 암남공원 남단 두도전망대에 선다. 발밑엔 두도와 감천동·서방파제. 가히 낚시꾼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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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남공원 맨 남단 쉼터에서 본 감천동긿서방파제(왼쪽)와 암남공원 낚시터.


막으로 간다. 곧 갈림길. 방금 지나왔던 초소를 지나 100m 뒤 갈림길. 방금 온 우측길 대신 좌측으로 간다. 10여 분 뒤 임도 수준의 갈래길. 왼쪽으로 가면 암남공원 후문이라 우측 오르막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5분 뒤 산책로 삼거리. 이때부터 스피커에서 클래식음악이 들린다. 잠시 우측 전망대 정자를 다녀오자. 이후 조각품이 전시된 다목적 광장을 지나면 동섬 앞. 여기서 5분이면 암남공원 버스정류장에 닿는다.(05. 6)

 #교통편

지하철 1호선 토성동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와 부산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주차장 인근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2번을 타고 감천고개에서 하차한다. 암남공원 버스정류장에선 7, 9, 71번 버스가 남포동에 정차한다.

#떠나기전에

송도는 작은 바위의 거북섬을 말한다. 1913년 일제강점기 때 많은 일본인들이 송도 부근에 거주했다. 소나무가 무성한 작은 섬 송도에 '수정'이란 휴게소를 설치한 후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암남공원은 모지포(毛知浦) 또는 혈청소로도 불린다. 모지포는 '몰치포'라 불리며 '모짓개'의 개(浦)에서 마을 이름이 생겼다 한다. 혈청소는 일제 강점기 때 가축 혈청을 검사한 곳으로 지금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공원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옛 이름인 모지포로 불러야 하는 것이 마땅할 듯 싶다.
 암남공원은 온·난대수림이 주종을 이룬다. 곰솔 오리나무 굴피나무와 난대식물인 후박나무 천선과나무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건의사항 하나. 올 봄 암남공원에서 복수초와 노루귀 반디지치 등 많은 야생화를 발견하고 놀랐다. 부산 도심에 이처럼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는 곳이 있어 내심 기뻤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녀왔다. 이들 야생화 자생지 일부가 훼손돼 있었다. 최근 서구청에서 해안로를 정비한답시고 무분별하게 훼손한 것이었다. 세심한 배려와 복원이 시급하다. (2005.6)

#맛집-애경이네집

 암남공원 입구 다시말해 수의과학검역원 부산지원(옛 혈청소) 주변에는 닭백숙집이 30여개나 있다. '애경이네 집'(051-253-4464)이 가장 유명하다.
 우선 가장 오래된 원조집이다. 주인 최평자(64)씨가 시어머니의 가업을 이었다.
 "암남공원 입구에 왜 이렇게 많은 닭백숙집이 있느냐"고 궁금한 점부터 물었다.
 "옛날에도 데이트족들이 이곳엔 많았지. 그들이 한적에 이곳에 와서 촌닭 한마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을 했지. 그게 소문이 나면서 이렇게 한 집 한 집 는거지"
 '애경이네 집'은 직접 키운 닭을 잡아 준다. 그래서 고기가 쫀득쫀득하다. 화학조미료나 수입양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밑반찬도 매일 아침 직접 장을 보고 만들어 신선하다. 닯백숙을 거의 다 먹을 무렵 찹쌀을 넣고 푹 끓인 닭죽도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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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맛집이 늘 그렇듯 그래서 관내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최근 '애경이네 집'은 도로 확장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위치를 옮겼다. 송도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모지포 마을 쪽으로 옮겼다. 단골들은 이를 아쉽게 생각한다.
 '애경이네 집'은 또 아들이 부산서 알아주는 프로낚시꾼 여영웅 씨라 전국의 내로라하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들도 부산을 찾아 낚시를 하거나 닭백숙을 먹을 땐 반드시 이 집에만 온다.
 닭백숙 3만200원, 오리백숙 및 불고기 3만5000원. 추어탕도 별미다. 6000원.

흔히 토함산 하면 불국사 석굴암을 품은 산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산행팀은 관점을 달리했다. 알고 보니, 솔직히 말해 지형도만 보고 간 이번 토함산의 등로에는 온갖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지천인 자연 그대로의 보고였다.
 그렇다. 사람들이 유명산이라도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산길로 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동반할 때가 왕왕있다. 일종의 횡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토함산이 그랬다..




근교산&그너머 <436> 경주 토함산

신라인 숨결 오간데 없고 발밑엔 산나물 야생화가 지천이네


황룡휴게소서 출발 상범마을 하산
발아래 그림같은 동해바다·보문호
3시간여 소요 가족산행지로 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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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나이드신 어르신 세 분이 들머리 입구 조그만 가게에서 소주 한 병을 사들고 나왔다.
"젊은이도 토함산 왔나. 길은 알고 있째. 요기 다리 밑으로 내려가 개울건너 논두렁을 따라 가면 곧바로 산길이 나오지. 찾기 쉽지. 그럼 우린 먼저 간다네."

묻지도 않았는데 애써 친절하게 설명한 그들은 급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 종종걸음으로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30분쯤 뒤 어르신들과 다시 조우했다. 딴사람이었다. 흰 목장갑을 낀 손에는, 그들 표현대로 '등산용 곡괭이'가, 또 다른 손에는 방금 채취한 산나물이 한 움큼씩 쥐어져 있었다.


관심을 갖고 따라 붙는 기자에게 그들은 "요건 미역취, 이건 비비추, 요건 참나물…"하며 활짝 웃는 것이   
더덕과 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  
 
아닌가. 더덕 잎도 처음 봤다. 사실 산행팀은 웬만한 야생화는 대충 알지만 더덕이나 산삼 잎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작은 성과였다. 한 어르신이 파낸 더덕을 기자에게 건네며 잎의 향을 맡아보라고 했다. 그 어떤 값비싼 향수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상큼했다. 알고보니 더덕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덜 자란 더덕은 원상복구해두는 마음 씀씀이도 보기 좋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전진 한 걸음에, 좌우 두 세 보. 산행은 아예 뒷전이었다.
"여긴 산나물이 생각보다 많아. 특히 이 길은 더욱 그래. 참,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작년 요맘땐 여기서 멧돼지 새끼도 봤어.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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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을 한움큼 쥐고 활짝 웃는 한 산꾼과 더덕.

 
그랬다. 그 유명한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고 신라땐 하늘에 제를 지낸 5대 영산 중 하나였던 토함산(745m). 해맞이의 명소이자 단석산 남산과 함께 경주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바로 그 산이 산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오랜 친구와도 같은 산이었다.

야생화의 보고이기도 했다. 노루귀 칼퀴나물 쥐오줌풀 천남성 왕제비꽃 쪽도리풀 미나리아제비 은방울꽃 선씀바귀 작약 민백미꽃 솜방망이 흰민들레 쥐오줌풀 등의 해맑은 미소는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한다. 양지 바른 무덤에는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지금까지 부산·경남의 대표적 산나물 산행지로는 거창 양각산과 생식마을로 유명한 경주와 영천의 경계에 위치한 사룡산 정도. 토함산도 오늘부로 그 반열에 감히 올린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상큼한 산나물을 캐는 기분, 한 잎 한 잎 정성껏 딴 산나물을 비닐봉지에 하나 가득 담아오는 기분,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하다.

   
산행은 황룡휴게소(황용으로 표기돼 있음)~경주이씨묘~묘지 앞 등산안내도~우물식수 등산안내도~토함산 정상~추령재 갈림길~상범마을 갈림길~상범마을 순. 걷는 시간만 3시간 정도 걸려 가족산행지로 적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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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황룡휴게소로 가는 길은 우선 눈이 즐겁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극찬한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를 따라 굽이굽이 돌고 돌아 고갯길을 오르내린다. 이 길은 감포를 거쳐 구룡포로 이어지는 멋진 드라이브길로 유명하니 참조하자.

황룡휴게소 앞에서 하차한 후 휴게소 우측 포장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간다. 두 개의 다리 아래를 통과한 뒤 개울을 건너면 막 모내기를 끝낸 논.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한 왼쪽 논두렁을 따라 산길로 접근한다. 월성손씨묘를 지나 안동권씨묘 직전 왼쪽 산길로 오른다. 이 길만 찾으면 사실상 길찾기는 끝. 초록빛이 물씬 묻어나는 활엽교목 일색이다.

제법 만만찮은 오르막길.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대신 발밑에는 산나물과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힘든 줄 모른다.

독자들은 온라인 상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 앞서 기술한 산나물과 야생화를 한 번 찾아보고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 뒤 묘지 앞 첫 등산안내도. 정상까지 1.2㎞ 정도 남았다. 6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왼쪽으로 동해바다가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 주변은 억새밭. 여기서 50m 채 못가면 갈림길. 오른쪽 그림같은 잣나무 숲길은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오는 길. 늦가을 이 길로 오르면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직진한다. 10분 뒤 또 갈림길. 등산안내도에는 우물식수라고 표기돼 있지만 찾을 길이 없다. 우로 가면 코오롱호텔 주차장. 역시 직진한다. 정상은 여기서 10분이면 닿는다. 주의할 점 하나. 정상 입구 '추령재'와 '코오롱호텔 뒷길'이라 적힌 두 개의 이정표가 서 있지만 방향이 잘못됐음을 일러둔다.

  
  토함산 정상 입구에서 바라본 경주시가지. 저멀리 남산 마석산 오봉산 단석산 등이 보인다. 발아래는 불국사 집단시설지구.
 
잠시 조망을 살펴보자. 왼쪽 제일 뒤 능선이 영축 신불 간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정면 제일 뒤 오봉산 단석산, 그 오른쪽 앞으로 벽도산 선도산 형제봉 구미산, 제일 앞 능선이 남산 고위봉 마석산 치술령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히 산의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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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정상에 서면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는 오랫동안 터줏대감이던 큰 돌탑 대신 높이 3m쯤 되는 정상석이 새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북쪽 정면으로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과 그 왼쪽 동대봉산, 그리고 그 사이에 작은 봉우리가 몇 개가 보이는 산이 포항 운제산이다. 저 멀리 동해바다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석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추령재 대신 오른쪽 석굴암 방향으로 간다. 헬기장을 지나면 곧 이정표. 왼쪽 '포수우물, 추령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참고로 직진하면 석굴암 입구. 20분 걸린다.

5분 뒤 포수우물 갈림길. 180m 거리에 있어 잠시 들렀다 가자.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직진하면 추령재. 산행팀은 우측 상범마을로 내려선다. 참고로 이때부터 묵은 길이 시작되니 유의하자.

10분 뒤 가파른 절개지로 내려서면 계곡. 유량은 적지만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이후 계곡따라 내려가다 우측 길로 올라서 주황색 굵은 호스를 따라 간다. 260년 된 보호수인 느티나무를 지나 3분 뒤 범곡리 상범마을회관에 닿는다. 이어지는 포장로를 따라 30분(1.6㎞) 정도 가면 추령재에서 넘어오는 감포가는 옛길을 만난다. 길을 가로질러 오르막길로 가면 추령터널에서 오는 4번 국도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장항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 - 야생화 자생지 무분별한 채취 삼가

토함산은 이미 두 차례 소개됐다. 코오롱호텔 뒤 탑골~토함산~추령재를 거쳐 기림사를 품고 있는 함월산 코스가 하나요, 또 하나는 보문단지를 지나 문화엑스포공원 근처에서 올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하는 코스다. 동해바다의 장쾌함과 그림같은 덕동호, 보문호를 감상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산행이 가능해 만추나 초겨울에 제격이다.

이번 산행은 산나물과 야생화가 가득한 황룡휴게소 입구에서 출발했다. 세 코스 공히 정상 입구에서 만나며 하산길은 모두 달리했다. 이번에는 정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바로 왼쪽 상범마을로 하산했다. 초행이라면 석굴암 입구로 하산해 석굴암과 불국사를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상범마을에는 '석굴암 가는 길'이라고 표기돼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석굴암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참고하길.

당부 한가지. 야생화 마니아들에게 덕동호 주변의 토함산 동대봉산은 중부 이북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의 자생지가 여럿 발견돼 청정지역으로 여겨진다. 이번 산길도 여기에 포함돼 사실 산행팀은 소개를 망설였다. 무분별한 채취 때문이다.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 교통편-경주서 감포행 버스 황룡휴게소 하차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400)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행 버스를 타고 황룡휴게소 앞에서 내린다. 오전 6시20분 첫 차, 이후 20분 간격 출발. 1400원. 날머리 장항리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100번. 18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에서 부산행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있다.

만일 석굴암 입구로 하산했을 경우 석굴암 주차장에서 불국사 가는 12번 버스는 매 시간마다 있으며 막차만 오후 6시20분에 출발한다. 1300원. 불국사 주차장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행 시내버스(10, 11번)의 막차시간은 밤 10시5분. 1300원. 참고로 석굴암 입구에서 불국사까지 걸으면 약 50분 걸린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245-7005 www.yahoe.co.kr
 

 경주 산내면에는 예부터 불고기단지가 아주 유명하다. 두 곳이다.

 부산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경주 봉계 35번~밀양 상북 24번~밀양 석남사~밀양 상북~창녕 밀양 24번~경주 청도 궁근정리~경주 청도~궁근정 삼거리서 경주 청도~경주~경북 경주시 산내면 안내판~경주 산내 921번 지방도를 따라 가면 잇따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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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복산가든 내 야외수영장.

첫 번째 만나는 곳이 산내면 대현리 불고기단지. 대현고개라 불리며 시골치고는 상대적으로 꽤 번화가(?)다. 이곳은 문복산 고헌산 불송골봉의 시종점으로 주로 산꾼들이 많이 알고 찾는 곳이다.
 문복산가든(054-751-7043~5)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대현리 불고기 단지에서 산내면소재지인 의곡, 다시말해 북쪽으로 1㎞쯤 떨어져 있다. 간판이 크게 서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집은 가족 외식은 기본이고 산꾼들을 위한 집이기도 하다. 단체 10명 이상일 경우 부산 양산 울산 대구 경주 포항까지 차량을 보내 손님을 태워 들머리에 내려준 후 날머리까지 가서 직접 식당까지 태워준다. 즉 식사만 하면 차량 편의를 해주는 집이다.
 이곳은 고기맛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암소를 마리째 구입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고기는 얼리지 않고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시설도 아주 넓어 야외 수영장과 계곡 수영장이 있어 여름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또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는 모든 손님들에게 직접 재배한 배추 5포기와 무를 선물로 증정한다. 뼈나 국거리도 판매한다. 소금구이 양념구이 1만6000원.

또 다른 불고기단지는 산내면소재지인 의곡리 주변. '원조 일광식육식당(054-751-5757)'이 가장 유명한 원조집이다. 산내버스터미널에서 두어 집 떨어져 있다. 35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집은 겉은 허름하지만 맛으로 승부한다. 10여 곳의 이곳 식당 중 유일하게 소를 직접 키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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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황숙자(62)씨는 "맛의 비결은 거름 등을 섞은 먹이"라고 밝힌 뒤 "한 번 온 사람은 반드시 단골이 된
다"고 말했다. 양도 많다. 1인분에 200g 정도를 내놔 장정 2사람이 와서 3인분을 시키면 배가 부를 정도. 파절임도 돌복숭을 삭힌 액과 포도주 액, 감식초를 양념장에 섞어 맛은 물론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직접 키운 곰달피와 상추 파 마늘이 곁들여지고 된장 또한 직접 담궈 일품이다. 200g 1인분 1만7000원. 워낙 맛이 있어 부산 대구 등지의 단골들도 아주 많다. 지금은 아들인 박병환 씨가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손주도 보고 밭일도 하며 뒤에서 돕고 있다고 한다.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팁>
직접 소를 키워 잡거나 마리째 들여오는 집은 미리 전화로 금일의 고기 상태를 물어보고 가면 보다 신선한 고기맛을 볼 수 있다. 대개 소를 잡아 대략 4~5일 숙성한 때가 최고의 맛을 내기 때문이다.



근교산&그너머 <428> 경주 정족산

푹신한 낙엽 능선따라 진달래 터널 미답의 산행
장육·사룡산과 마주보며 우뚝 선 봉우리 요충지
무명봉으로 남을 산, 산행대장이 이름찾고 개척
송림속 운문호 한눈에…국제신문 리본 '꼭' 참조
 


 독자들로부터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45) 대장의 고향을 묻는 전화를 왕왕 받는다. 그러면서 혹 밀양이 아니냐고 덧붙인다.
다소 생뚱맞은 듯한 질문 같지만 한편으로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짐작은 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근교산 시리즈는 밀양의 거의 모든 산을 손금보듯 샅샅이 훑어왔기 때문이다.
가지 운문 신불 영축 등 내로라하는 영남알프스의 명산은 물론이고 밀양과 이웃한 청도 양산 창녕 울주 김해 등 행정구역 경계선을 넘나들며 듣도 보도 못한 산까지 우직스럽게 소개했다.
오죽했으면 일면식도 없는 경기도의 한 산꾼이 밀양의 한 골짜기에서 길을 잃었다가 국제신문 리본을 우연히 발견하곤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며 고마움의 전화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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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뒤로 보이는 산내면 내칠1리 교동마을(왼쪽)과 정족산 정상. 정상석 대신 작은 돌탑이 서 있다.


이 대장의 고향은 경주다. 그간 근교산 기사를 꼼꼼히 탐독한 독자라면 경주의 산도 밀양의 그것에 못잖게 많이 소개된 사실을 알 것이다. 문화재가 우선인 경주의 산들이 속속들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순전히 고향이 경주인 이 대장의 노고라도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산과 토함산을 비롯 사룡 소금강 옹강 구미 용림 마석 단석 오봉 인내 금곡 입암 장육 조래 봉서 동대봉 만봉 석두 도덕 자옥 어래산 등이 품고 있는 보석같은 산길은 산꾼들에게 적잖은 즐거움을 안겨줬다.
경주 정족산을 이참에 추가한다. 역시 이 대장이 발굴하고 개척했다. 그가 없었다면 정족산이란 이름은 영원히 무명봉으로 남아 있을 뻔했다. 그야말로 `수렁에서 건진 정족산'이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평소 석두 장육 사룡 만봉산 산행을 위해 오가다 우뚝 선 하나의 봉우리를 보고 2만5000분의 1지형도를 찾아보니 높이만 표시돼 있었다는 것.
언젠가 이곳을 지나다 우연히 이 산이름이 `절뒷산'이란 말을 들었다. 화엄정사 뒷산이라는 뜻이었다. 산행 당일 도착 즉시 한번 더 이름 확인을 위해 조그만 암자인 `원적암'의 이경순(69) 할머니를 만나 물었다. 뜻밖에 정족산(鼎足山)이란 `대어'를 낚았다. 양산 정족산처럼 마주보는 장육산에서 보면 가마솥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마을사람들은 예부터 ‘솥발산’ 또는 ‘정족산’이라 불렀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양산과 경주의 정족산 모두 한자이름에 해발고도(700m)까지 같다.
정족산은 장육산과 사룡 구룡산, 낙동정맥길인 석두봉, 만봉 단석산 등 경주의 내로라하는 봉우리와 능선으로 연결돼 산행운용의 폭이 아주 넓다.
산행은 경주 산내면 내칠1리 교동(다리꼴)~볼록거울~청도 백씨묘~사거리 안부~정상 밑 삼거리~정족산 정상~정상 밑 삼거리~갈림길 안부~장육·사룡산 능선~평지말 갈림길~조래봉 정상~잇단 사거리~530봉~임도~장육산 정상 밑 오거리~계곡따라 하산~하산저(내칠2리)~내칠1리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30분 안팎. 번잡한 산길을 싫어하는 산꾼들에겐 보석같은 곳이다. 눈에 띄는 지형지물과 이정표가 전혀 없으니 국제신문 리본을 꼭 참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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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는 그야말로 미답의 산길. 지난 가을 낙엽이 고스란히 쌓여 있어 길마저 푹신푹신해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진달래 군락은 터널을 만들어 놓았고 산사면에는 숫제 지천으로 널렸다.
내칠1리 산저교를 건너 왼쪽 표고버섯 재배지로 난 포장로로 오른다. 곡각지점의 볼록거울을 지나 이내 만나는 오른쪽 돌계단으로 오른다. 심한 오르막길이다.
청도 백씨묘를 지나 또 다른 묘 앞에서 능선으로 곧바로 치고 오르기 위해 오른쪽으로 향한다. 미답의 길이라 가시나무 등 장애물을 만나면 크게 보아 왼쪽으로 길을 찾으며 오른다. 뚜렷한 길이 없어 개척해 올라간다.
이렇게 15분. 숨은 길이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동시에 여유도 생긴다. 노란 생강나무꽃과 발밑의 제비꽃도 눈에 띈다. 나무 밑둥지엔 흰구름버섯과 두릅나무도 이따금씩 보인다. 다시 15분 뒤 큰 바위가 보일 무렵 왼쪽 장육산, 오른쪽 암봉인 만봉산과 단석산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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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세계는 4월, 이미 봄이 왔건만 산속에는 아직 겨울이다.


무명봉을 하나 넘으면 예상치 못한 진달래 천지다. 산비탈에도 길섶에도 온통 진달래다. 10분쯤 뒤 길찾기 유의할 곳 하나. 낙엽길 사이 조그만 바위가 여럿 산재한 지점으로, 주변보다 약간 높아 봉우리인 듯하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발목까지 낙엽이 빠지고 진달래가 아예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이쯤되면 진달래산으로 새로이 등록해도 괜찮을 듯하다.
대형풍선이 터져 나무에 걸린 지점을 지나 25분쯤 가면 고개마루 안부. 나무가 여럿 쓰러져 있다. 여기서 25분 뒤 정상 아래 삼거리로 주능선이다. 상봉은 오른쪽. 10분 거리다. 정상석은 없고 작은 바위 위에 돌탑이 서 있다. 돌탑을 마주 보고 정면엔 숙재고개, 그 왼쪽에 사룡산 구룡산이, 오른쪽엔 만봉산 석두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주능선으로 되돌아가 계속 직진한다. 신라 장수들의 훈련장소였다는 장육산과 사룡산 가는 길이다. 정면 발백산과 왼쪽의 반룡산이 보인다. 급경사 내리막 낙엽길이 이어진다. 20분 뒤 안부.
여기서 잠시 산세를 살펴보자. 저 멀리 정면 한 일 자로 내달리는 능선이 둘 있다. 크게 보면 앞의 낮은 능선을 타고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 그 뒤 능선을 탄다. 장육산과 사룡산이 이어지는 능선이다.
송림을 지나 낙엽길을 가볍게 내달리면 오른쪽으로 열린 산길을 만난다. 청도 운문면 평지말 가는 길이다. 계속 직진한다. 7분 뒤 조래봉(570m) 정상. 직진한다. 이 길 왼쪽은 경주 산내면, 오른쪽은 청도 운문면이다.
이제 장육산 방향으로 간다. 잇단 사거리와 530봉을 지나면 오른쪽 저 멀리 운문댐의 금빛물결이 반짝인다. 왼쪽에는 산행팀이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이 뚜렷하다. 결국 산행팀은 산저골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돈 셈이다.
25분쯤 가면 임도. 직진하면 또 다시 임도와 만난다. 왼쪽으로 5분쯤 가면 장육산 정상 밑 오거리.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정상에 올라 내려가도 되고, 바로 하산해도 된다. 정상까지는 멀지 않아 건각들은 4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정상에서 바로 하산하려면 오른쪽 20번 지방도(장육산 상회)로 내려선다(근교산 장육산~조래봉 기사 참조). 바로 하산하려면 왼쪽으로 내려선다. 표고버섯 재배단지를 지나 웅덩이 둘을 우로 끼고 계곡을 따라 내려선다. 수목들이 계곡쪽으로 쓰러져 있다. 이내 빨간 노끈이 매어져 있는 오른쪽 계곡길로 내려가 하산한다. 이제서야 산길이 뚜렷하다. 10분 뒤 계곡을 건너 포장로로 5분 정도 걸으면 내칠2리 하산저마을. 여기서 들머리까지는 15분 걸린다. (2005. 4)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 차를 시작으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내면 산내터미널 가는 버스는 금아교통 350번이 있다. 오전 6시, 6시27분, 7시18분, 7시42분에 있으며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출발한다. 2050원. 산내터미널에서 내칠1리로 가는 351번 버스는 오전 8시20분에 한 번 있다. 1300원. 날머리 내칠1리에서 산내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7시5분(막차)에 있다. 산내면 개인택시(054-751-4140)를 이용하면 9500원. 산내터미널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5시30분, 6시15분, 6시45분, 7시35분, 8시30분에 있다.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청도 운문 20번 국도 우회전~땅고개(휴게소)~산내면 이정석~청도 운문 20번 국도 우회전(산내면소재지)~제2의곡교 건너~서면 우라 방면 우회전(구지사 장육산 해송암 방향)~제2내칠교 건너~오옥사 이정표에서 왼쪽~산저교 건너~내칠1리 동회관에 주차한다.

#맛집-원조 일광식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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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산내면은 예부터 불고기단지로 유명한 곳. '원조 일광식육식당(054-751-5757)'이 가장 유명한 원조집이다. 산내면소재지인 의곡리에 위치한 산내터미널에서 두어 집 떨어져 있다. 35년 전통을 자랑한다. 집은 허름하지만 맛으로 승부한다. 10여 곳의 이곳 식당 중 유일하게 소를 직접 키워 판매한다.
 안주인 황숙자(62)씨는 "맛의 비결은 거름 등을 섞은 먹이"라고 밝힌 뒤 "한 번 온 사람은 반드시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양도 많다. 1인분에 200g 정도를 내놔 장정 2사람이 와서 3인분을 시키면 배가 부를 정도. 파절임도 돌복숭을 삭힌 액과 포도주 액, 감식초를 양념장에 섞어 맛은 물론 건강에도 효과가 있다. 직접 키운 곰달피와 상추 파 마늘이 곁들여지고 된장 또한 직접 담궈 일품이다. 200g 1인분 1만7000원. 워낙 맛이 있어 부산 대구 등지의 단골들도 아주 많다. 지금은 아들인 박병환 씨가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손주도 보고 밭일도 하며 뒤에서 돕고 있다고 한다.



고향의 맛 간직한 화포 메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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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사람들이 예부터 즐겨 먹던 메기국 전문점인 '화포 메기국'(055-342-6266).
봉하마을이 속한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 안하리 화포천변에 위치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고향 봉하마을에 온 이후 네 번이나 다녀갔을 정도로 고향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 김해사람들이 이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메기를 삶아 뼈와 살을 분리시킨 후 뼈로 끓인 육수에 살코기를 넣어 2~3시간 고아 숙주 부추 마늘 파 그리고 갖은 양념을 곁들인 김해 고유의 맛이다. 노 전 대통령은 "메거지(메기의 김해 사투리) 맛이 옛날 그대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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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포메기국 식당의 안주인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주방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3대째 내려오는 80년 전통의 '화포 메기국'집은 봉하마을에서 차로 정확히 8㎞ 떨어져 있다. 한림면 소재지를 지나 굴다리를 통과한 후 '부산 명동'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두 번째 좌회전 하면 간판이 바로 보인다.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허럼한 집이다. 마늘을 듬뿍 넣어 간장 구이 방식으로 구운 장어구이도 일품이다. 메기국 5000원, 장어구이 1만3000원.
 차로 이동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구체적인 경로를 설명하자면 봉하마을에서 본산리(진영 진례IC) 방향으로 가다 첫 삼거리에서 한림 대현 봉화산 방향 우회전~진말 정류장 지나~갈림길에서 우회전((주)청운 지나)~갈림길(좌측 4차선 도로 대신 2차선(구 도로) 방향 직진하면 성심카센터 지나)~명진빌라 앞에서(한림초등) 좌회전~삼거리서 우회전~한림면소재지 지나~굴다리 통과~부산 명동 방향 우회전 후 두 번째 좌회전하면 화포 메기국 간판이 바로 보인다.

근교산&그너머 <435> 영덕 팔각산

한발짝 한발짝 仙界를 향해…변화무쌍한 기암괴봉들

동해 바다·금빛 호수의 장관

파노라마 펼쳐진 산의 미학
산행 만족도 100% 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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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여덟 봉우리에는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위험하지 않다.


경북 영덕 팔각산(八角山·628m)과 전남 고흥 팔영산(八角山·628m), 전북 진안 구봉산(九峯山·1002m)의 공통점은.
산 이름 앞의 숫자만큼 기암괴봉이 한 줄기 능선 위에 병풍처럼 우뚝 솟아 비경을 선사한다. 하나같이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암봉이 연출하는 풍광이 기가 막히다. 해서 산깨나 탄다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산꾼들의 산행 목록에 반드시 들어있다.
조망의 시원함도 갖췄다. 험난한 날등 위를 걷노라면 파도치는 바다를 원없이 볼 수 있다. 팔영산이 다도해 국립공원, 구봉산이 바다에 버금가는 용담호의 금빛 물결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팔각산은 망망대해 동해바다의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본다.
산행 만족도 면에선 거의 100%. 거친 암봉을 오르내리다 보면 무척 고되지만 힘든 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영덕 팔각산은 여기에 숨은 보석이 두 어개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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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들머리인 108계단(왼쪽)과 안전시설물.

바위산이 대개 다리품을 팔며 암릉을 오르내리다 그냥 하산하는 반면 팔각산은 산행 도중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침수정을 비롯, 옥계37경을 보듬고 있는 옥계계곡은 들머리로 가는 도중이나 산행 중에 볼 수 있고, 하산길의 산성골은 엷은 그린색의 특이한 반석 사이로 수정같이 맑은 계류가 흘러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또 있다. 숲이 일품이고 길섶엔 야생화 천국이다. 여덟 개의 암봉을 넘으면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는 길이 2.9㎞ 구간의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소중한 수목으로 대접받는 운치있는 홍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때론 발목까지 덮는 카키색 낙엽길도 덤으로 남아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발에 차이는 게 야생화라 할 만큼 가지 수와 수량이 풍부한 데다 오동나무꽃과 쪽동백꽃 등 평소 보기 힘든 꽃들도 감상할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결국 팔각산은 암봉과 조망 계곡 숲 그리고 야생화로 이어지는 흔치 않은 산행지로 이맘 때 꼭 한번 등반하길 강력 추천한다.
산행은 영덕 달산면 도전리 옥계유원지 팔각산장 주차장~108계단~1봉-8봉(팔각산 정상·628m)~팔각산장 갈림길~독가촌~산성골 시작~개선문(독립문)~제2목교~제1목교~팔각산 출렁다리~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 순. 걷는 시간만 5시간30분~6시간 걸리며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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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팔봉’이라고도 불리는 팔각산은 원래 옥계계곡의 유명세를 타고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오지였던 산성골이 최근 하산로로 반듯하게 정비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이름으로 명산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행은 첫 걸음부터 숨가쁘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물길을 따라 50m쯤 가다 개울을 살짝 건너면 암벽에 설치된 108개의 철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헉'하고 숨이 턱 막히지만 동시에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든다.
철계단을 올라서자 설상가상. 가파른 된비알이 15분 정도 이어진다. 무덤을 지나면서 왼쪽 산허리를 도는 오솔길을 만난다. 5분 뒤 사거리이자 ‘팔각산 1.9㎞'라 적힌 첫 이정표. 우측길은 도전리에서 올라오는 길.
이제 팔각산의 험난한 8봉으로 향한다. 거친 암봉이지만 애기 손목 굵기의 밧줄과 안전시설물이 적절하게 설치돼 못오를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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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만나는 독가촌(왼쪽). 최근에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했다. 하산길인 산성골의 비경.


1봉에는 뜻밖에 이를 알려주는 이정석이 서 있다. 2, 3, 4, 5봉은 왼쪽 반시계 방향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우측 저 멀리 바데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후 산행은 줄곧 밧줄에 의지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사실상 암벽등반이다. 심한 경우엔 70도 정도의 암벽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 산악인들만의 그런 코스는 결코 아니다.
안테나가 옆에 있는 2봉까지는 그런대로 올랐지만 3봉은 월악산 정상인 영봉이 생각날 정도로 한참 내려섰다 다시 밧줄에 의지해 올라선다. 이건 2년전 이야기. 하지만 지금은 위험구간으로 출입을 통제해 우회해야 한다.
귀띔 한 가지. 산행팀은 8봉인 정상까지 오르면서 4봉과 6봉을 알려주는 이정석을 보지 못했다. 가로 20, 세로 15, 높이 5㎝ 정도의 잇단 이정석은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박힌 위치마저 어정쩡해 사실 100% 믿을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7봉에선 동해바다가 출렁이는 가운데 내연산 삼지봉 향로봉 괘령산 동대산과 그 우측 낙동정맥의 능선이 확인된다. 정상인 8봉은 암봉이 아니라 밋밋한 둔덕을 이룬 육산의 형태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산은 정상석을 보고 왼쪽으로 열린 길로 내려선다. 1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으로 가는 길. 팔각산의 새로운 진면모 산성골로 가려면 직진한다. 이때부턴 울창한 숲과 야생화 천국.
산성골이 시작되는 독가촌까지 1시간10분 소요되는 이 구간에는 홍송과 신갈 굴참 등 낙엽교목 그리고 둥굴레꽃 은방울꽃 천남성 족도리풀 갯완두 미나리냉이 쥐오줌풀 각시붓꽃 등 각종 야생화가 시종일관 눈길을 끈다.
민가인 독가촌은 짚으로 엮은 전형적인 초가집. 과거 한창 땐 10여 호가 살았다지만 지금은 50대 부부 한 가구만 홀로 산다. 농사도 지었을 만큼 평탄한 분지 주변에는 광대수염 벌깨덩굴 풀솜대 등 야생초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어 산죽군락이 펼쳐지고 그 옆으로 오동나무꽃 쪽동백꽃 당조팝나무 연잎 꿩의다리 등이 만개해 있다. 평화롭지만 한편으론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다.
독가촌을 지나면서 산성골의 비경이 시작된다. 넓게 펼쳐지던 계류가 갑자기 좁다란 협곡으로 변하는가 하면 와폭에 이은 조그만 소(沼)가 탄성을 자아낸다.
계곡 좌우엔 부처손이 가득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도열한 가운데 엷은 그린색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에선 한결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무주 구천동계곡의 나제통문을 연상케 하는 개선문 바위에 이어 국내에서 가장 긴 팔각산 출렁다리(길이 70m, 너비 1m, 높이 20m)를 건너면 사실상 산행은 끝. 독가촌에서 1시간40분. 도로변의 옥계유원지 관리사무소에서 팔각산장 주차장까지는 3.4㎞로 35분 정도 걸린다.(05. 5)

#떠나기전

팔각산의 들머리격인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조선시대 선비 손성을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계곡미에 반해 침수정(枕漱亭)이란 정자를 세우고 일생을 보냈다. 그는 경관이 뛰어난 37곳을 찾아 각각 진주암 병풍암 촛대암 강선대 등으로 명명해 후세에 '옥계37경'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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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손성을이 세웠다는 침수정(왼쪽)과 하산길에 만나는 국내에서 가장 긴 70미터의 출렁다리.

침수정은 가히 절경이다. 손성을이란 선비가 그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기와집인 침수정은 아쉽게도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 거의 흉가와 진배없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산행팀은 이날 침수정에서 너구리 한마리를 발견했다. 침수정을 맴돌다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바로 계곡을 건너 도망갔지만 야생동물에서 볼 수 있는 기민성은 무뎌져 있었다.

사실 산행팀이 침수정에 갔을 때 마을사람 몇몇이 너구리 사냥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들은 산행팀이 다가가자 곧 뒷걸음질 치고 사라졌다.

기자는 산행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기도했다. 위장에 좋다는 너구리이지만 침수정을 놀이터 삼아 계속 삶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교통편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영덕행 버스는 오전 7시5분, 7시52분에 출발한다. 3시간10분 걸리고 요금은 1만1600원. 이 버스는 포항 영덕 진보를 거쳐 안동이 종점이다.

들머리인 팔각산장 주차장은 영덕에서 옥계행 버스를 타고 간다. 오전 8시10, 9시50분. 3110원. 30분 걸린다. 영덕으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 4시30, 6시30, 7시40분(막차)에 있다. 영덕터미널(054-732-7374)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 5시30, 6시, 7시5, 7시20분(막차)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경주IC~울진 포항 7번 국도~울진 영덕 28번 국도~울진 영덕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삼사해상공원을 지나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달산 방면 좌회전~옥계 주왕산 얼음골 부남 방향 좌회전~팔각산장 주차장 순. 침수정은 팔각산장 못가 커브길인 옥계 덕성식당 맞은 편에 있다.

#맛집-영덕대게협동조합

영덕에선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게를 잡을 수 있고 나머지 기간은 금어기다. 이 기간 동안에는 수입산이 유통된다. 하지만 드넓은 동해바다에서 일본배나 러시아배 또는 북한배가 잡으면 수입산이고, 우리 배가 잡으면 국산이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이 때문에 미식가가 아니고는 크게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최근에는 영덕 강구항의 경우 영덕 배가 잡은 대게에는 국산임을 입증하는 초록색 라벨을 붙여주지만 인근 구룡포 등 외지배들이 잡은 대게에는 라벨이 없어 간혹 수입산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그 만큼 유통 및 판매 체계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100%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싸고 믿을 만한 대게집을 한 곳 추천한다. 영덕대게협동조합직매장(054-734-0691)이다. 경보화석박물관을 지나 삼사해상공원에서 300m 정도 못미친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맞은편엔 오션뷰CC여서 찾기도 쉽다. 전국을 대상으로 대게 택배를 전문으로 하며 유통단계를 줄여 생산자로부터 곧바로 들여오기 때문에 강구항 내 대게집보다 가격이 최고 30%쯤 싸다. 주인 노부부의 후덕한 마음 씀씀이에 반해 한번 이곳을 찾으면 단골이 돼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번잡하지 않아 주인 노부부는 손님들을 위해 직접 가위로 대게을 먹기 좋게 잘라주며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게장살 비빔밥도 직접 만들어주며 다른 식당과 달리 젓갈 등 대여섯 가지의 밑반찬과 함께 나온다. 밑반찬은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유기농이며 봄이면 산에서 직접 캔 냉이나 달래 등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문할 때 호주머니 사정에 맞게 국내산과 수입산을 적절히 배분하라고 알려주며 서비스 음식도 부담스럽게 많이 나온다. 적극 추천한다.









근교산&그너머 <434> 부산 달음산~아홉산

지척에 名山이 숨어있었구나!

울창한 숲…살아있는 생태계
보석같은 산길…탁트인 조망
초보 · 전문 산꾼 누구나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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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1경으로 손꼽히는 달음산의 근육질의 암릉(왼쪽)과 달음산 정상.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올초 설연휴 가족산행지로 회동수원지를 끼고 있는 아홉산을 소개한 후 예상치 못한 독자들의 호응에 적잖이 놀랐다. 문의전화는 기본이고 최근까지 국제신문 근교산 홈페이지에 이에 대한 의견개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산이다", “금정산 등 도심의 산 대신에 이참에 기장 지역의 산을 집중적으로 소개했으면 좋겠다", “웅천 아홉산과 회동 아홉산의 이름이 같아 헷갈리니 둘 중 하나를 이참에 구봉산으로 불렀으면 한다" 등등. 한 애독자는 아예 “치마산(함박산) 천마산 아홉산을 잇는 종주코스를 한 번 다뤄 줬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취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우선 멀지 않으면서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고, 무엇보다 능선을 내달리며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웬만한 산에선 보기 힘든 명장면이라 어쩌면 당연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산행팀은 일전에 소개한 거문산~철마산 코스에서 약간 더 바닷가 쪽으로 옮겨봤다. 바로 ‘기장 1경'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새벽빛을 받는다는 달음산에서 출발, 천마 치마산을 거쳐 ‘회동 아홉산’과 이름이 같은 ‘웅천 아홉산’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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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에서 보면 솔개 축 자를 서 축봉산 원효대라고 적힌 암자(왼쪽)와 아홉산 아래 위치한 연합목장.


부산에도 숲이 울창하면서 보석 같은 호젓한 산길이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을 불식시켜줄 정도로 깔끔한 데다 조망마저 환상적이다. 산행 내내 들리는 새소리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숲이 좀 깊다 싶으면 으레 꿩이 푸드덕 날갯짓을 한다.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무당개구리가 길섶으로 나와 춤을 춘다.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그렇다고 험하지도 않다. 누구나 만족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산행은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원효대~원효사~도선사 입구~소각장~달음산 이정표~달음산 정상 이정표~달음산·천마산 갈림길~달음산(587m)~달음산·천마산 갈림길~체육공원~삼각점봉(383m)~천마산(417m)~전망대~치마산(삼각점·458m)~임도~차단기~임도 갈림길~아홉산 등산로 입구~아홉산(360m)~차단기~테마임도(웅천 방향)~철마 이곡 방향~황이농장~철마면 이곡리 이곡회관 버스정류장 순. 걷는 시간만 5시간이고 길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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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곡마을 영천이씨 땅 소유 알림판이 서 있는 공터에서 버스를 내린 뒤 시멘트길을 따라 오른다. 마을은 전체적으로 농가라기 보다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어 깔끔한 인상이다. 정면에 달음산이 보이며, 지도 상으론 천마 치마 아홉산이 왼쪽으로 이어진다. 결국 마을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마을 뒤 산 기슭엔 이곳이 명당인지 온통 사찰이다. ‘대도사'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간다. 7분 뒤 축봉산 원효대 입구. 다리를 건너지 말고 우측 원효사 방면으로 향한다. 축봉산은 달음산의 또 다른 이름. 이곳에서 만난 한 스님은 “달음산 정상부 암봉을 산 아래에서 보면 솔개를 빼닮아 ‘솔개 축(鷲)'자를 썼다"고 말했다.
도선사와 대도사 갈림길에서 비로소 ‘달음산 정상 1.1㎞'라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도선사 입구와 조그만 소각장을 잇따라 지나면 이내 달음산 등산로가 열려 있다. 마을 입구에서 30분.

10분 뒤 실계곡을 지나면서 된비알이 시작된다. 밧줄에 의지해 힘겹게 오르면 주능선 갈림길. 들머리에서 25분. 이정표 말뚝만 있을 뿐 정작 필요한 팻말은 없다. 왼쪽은 천마산 치마산, 오른쪽은 달음산 방향이다. 산행팀은 달음산에 오른 뒤 이곳으로 돌아와 천마산 방향으로 향한다. 운치있는 송림과 체육공원을 지나면 갈림길. 왼쪽 철탑 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간다. 정상은 밧줄을 잡고 조심스레 오른다. 주능선 갈림길에서 15분.
취봉 또는 무제바위라 불리는 거대한 암봉인 이곳은 예상과 달리 아주 넓다. 일광 임랑 송정 등 탁 트인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주변 봉우리가 생생하게 확인된다. 북으로 석은덤 대운산 시명산, 남서쪽으로 장산, 북서쪽으로 천성산과 영남알프스 산군, 서쪽엔 천마산 치마산 문래봉 철마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능선 갈림길로 돌아와 이번엔 천마산으로 향한다. 외길이라 길 찾기는 문제없다. 10분 뒤 우측에 전망대. 공사중인 정관면 뒤로 백운산 망월산 철마산 용천산 석은덤이 확인된다. 침목 내리막길로 15분쯤 걸으면 숲을 벗어나며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은 청소년수련원 가는 길, 산행팀은 돌길로 직진한다. 달음산 줄기가 종지부를 찢고 천마산자락으로 진입한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20분 뒤 너른터를 만난다. 천마산(417m)으로 추정되며 정상석은 없다.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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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음산은 시원한 조망 이외에도 숲 또한 울창해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얼마 안가 우측 전망대를 지나면 고개. 우측은 정관읍 달산리, 좌측은 일광면 대리이다. 여기서부터 치마산 줄기가 이어진다. 길섶엔 둥굴레 옥녀꽃대 큰으아리꽃 족도리풀이 눈에 띈다.
두 번의 갈림길에선 모두 우측으로 간다. 제법 고된 된비알을 오르면 또 갈림길. 우측 삼각점 봉우리가 치마산 정상(458m)이다. 이 길로 직진하면 곰내재를 거쳐 문래봉 철마산 거문산 종주가 가능하다. 산행팀은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로 아홉산으로 향한다. 발 아랜 하얀 은방울꽃이 웃고 있다. 치마산 갈림길에서 10분이면 또 갈림길. 쭉쭉 뻗은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직진하면 곰내재, 산행팀은 왼쪽 아홉산 가는 내리막길로 향한다. 10분 뒤 임도. 왼쪽으로 20분 정도 가면 또 갈림길. 오른쪽으로 8분쯤 가면 마침내 아홉산 등산로 입구 이정표. 나무계단으로 오른다. 압도당할 정도로 송림이 아름답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안타까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시나브로 숲이 망가지고 있다. 정상(360m)까지는 27분. 북쪽을 제외하곤 조망권이 확보됐으나 불행히도 안개가 짙어 도무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하산은 테마임도 방향. 7, 8분이면 내려온다. 이곳은 재선충 피해가 극심해 숲이 온통 죽은 소나무 일색이다. 곳곳에는 나무를 베어내 훈증처리 중이다.
우측 차단기 쪽 테마임도로 가서 다시 우측 웅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5분 뒤 왼쪽의 철마 이곡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황이농장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12분 뒤 이곡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전에-아홉산 숲 '소나무 에이즈'로 신음

달음산은 흔히 동해남부선을 타고 좌천역에서 내려 광산마을과 옥정사를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코스의 들머리는 달음산을 기준으로 옥천사 반대편이어서 산행팀은 달음산 외에 천마 치마 아홉산을 연결하는 또 다른 원점회귀 코스를 계획했다.

하지만 하산길에 예기치 못한 많은 비가 내린데다, 목장으로 인한 개설된 인위적 임도 때문에 초행길이라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여서 어쩔 수 없이 테마임도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산길에 만난 아홉산 숲을 보면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더이상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 산꾼들은 현재 훈증처리중인 것을 절대 손대지 말자.

일광산에서 이어지는 아홉산 능선은 테마임도와 목장 조성 때문에 산행의 운치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있는 그대로의 산길을 갈망하는 근교산 동호인에게는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달음산~아홉산 종주코스는 아직은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어서 독자들에겐 흡족한 산행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교통편-버스 이용 가장 권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기장읍 기장시장 아람마트 앞에서 일광면 용천리 상곡마을 가는 '기장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7시10, 8시20, 10시30분, 낮 12시50분에 출발한다. 700원. 20분 정도 걸린다.

기장시장 가는 방법은 두 가지. 해운대 송정을 거쳐 가는 길과 석대 반송을 경유하는 길이다.

좌석버스 142번(서면~양정~시청~수영~해운대역~송정) 239번(부산역~진시장~수영~〃), 183번(부산대~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동래역~안락로터리~석대~반송) 좌석버스가 있다. 1400원.

날머리 이곡에선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입구 팔송(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앞)행 버스가 낮 12시30분, 오후 4시50, 5시35, 6시20분(막차)에 있다. 노포동지하철역에도 선다.






근교산&그너머 <432> 산청 석대산

분재같은 홍송·기암괴석 산꾼 화가 영감에 빠지다


본지 근교산 애독자인 진주 조규한 화백 동행
하늘 찌르는 상투바위·가파른 암릉, 숨은 명산
상봉 내려오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 살짝 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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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바위에 오른 산꾼화가 조규한씨. 발밑에는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번 산행에는 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꾼화가 조규한(54) 씨가 동행했다. 근교산 시리즈의 애독자이자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산행팀과 꼭 한 번 산행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30여 년 동안 산에서 작품을 구상해온 ‘지독한’ 산꾼화가였다. 지리산 종주 23회, 천왕봉 등정 120여 회 등 그가 섭렵한 봉우리만 500여 곳. 지금도 한달에 대여섯 번은 산에 올라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산행은 그의 생활의 일부분이다.
“평생 산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가로서의 고된 작업에서 오는 고독감과 쓸쓸함을 산을 오르면서 털어버립니다. 산이 제 그림의 원천이자 고향인 셈이죠."
그는 지난해 합천 황매산 산골에 위치한 `바람흔적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주제도 산을 통한 자신의 삶의 궤적을 그린 `나의 삶·나의 산=산울림'. 산꾼화가다운 발상이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괜찮은 반응에 한층 고무된 그는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산 속 전시회가 바로 그것. 시기는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철쭉이 들불처럼 타오르는 내년 이맘때쯤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열 계획이다.
그날 그는 스케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서 끊임없이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었다. 그의 그림은 반추상이다. 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 받은 심성과 느낌을 체화해 화폭에 담는다.
선배 산꾼답게 그는 오랜 세월 산행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이렇게 요약했다.
“자주 산행을 하다보니까 산의 높낮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 자신이 지금 산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미협회원인 조 화백과 함께 오른 산은 산청의 석대산(石岱山·534m). 이웃한 진주에서 작업하고 있는 베테랑 산꾼 조 화백도 금시초문이란다.
웅석봉 가는 길목, 다시말해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으로 가는 길과 나란히 달리는 나즈막한 산이다. 도심에 있었다면 적당히 대접받았을 법한 괜찮은 산인데 지리산 자락에서, 그것도 한 귀퉁이에 숨어 있으니 웬만한 산꾼도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한마디로 작지만 위엄있는 산이다.
`돌 석(石), 태산 대(岱)' 자에서 알 수 있듯 능선 상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상투바위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조 화백도 한마디 거들었다. “기암괴석과 홍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암릉길의 풍광은 이른바 명산에 필적할 만큼 아름다운데요."
산행은 윗진자마을 경로당~개울 건너 낮은 절개지 올라~40여분 암릉길~헬기장~석대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밤나무밭~철탑~권씨가족묘~석대산 남가람봉~삼각점~상투바위~도로~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정도이며 들머리 부분만 잘 찾으면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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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한씨가 산행후 그린 산행팀에 보내온 '석대산=산울림'. (10호).


윗진자마을 경로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계단식 논밭을 따라 산으로 향한다. 7분 뒤 갈림길. 우측 계곡물이 열목어가 보일 만큼 맑다.
좌측 너른 밤나무길로 간다. 10분 뒤 실계곡을 건너 낮은 절개지로 오른다. 길이 묵어 희미하지만 그런 대로 갈 만하다. 묘지를 지나면 사거리 안부. 석대산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치고 오른다. 150m쯤 뒤 `석대산 가는 길'이라 적힌 빨간 리본이 보이면서 점차 경사가 심해진다. 이내 암릉길. 기암괴석과 어울리는 홍송 서너 그루가 인위적으로 만든 분재처럼 독특한 자태로 눈길을 붙잡는다. 고개를 돌리면 옥산 백운산 금오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점차 경사가 심해져 두 세 차례 밧줄을 잡고 오른다. 15분 뒤 우측 전망대에 서면 좌측으로 진양호와 집현산, 그 뒤로 의령 자굴산 한우산 산성산이, 정면엔 경호강과 월아산 방어산이 확인된다. 명당인 진양 강씨묘를 지나면 사실상 암릉길은 끝. 숲길로 들어선다. 곧 길 왼편에 작은 전망대. 지리산 남부능선과 중봉이 보인다. 오른쪽 임도가 보이는 산은 웅석봉. 그 앞 낮은 봉우리가 석대산 정상이다.
헬기장을 지나 10분 뒤 다시 암릉길. 여기서 5분 뒤면 석대산 상봉.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 돌탑을 쌓아놨다. 곧 길 왼쪽에 전망대. 지리산 천왕봉이 초승달만큼 보이고, 그 우측에 중봉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삼각점 봉우리.
하산길은 억새길. 꿩과 노루 두 마리가 연이어 정적을 깬다. 20여 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청계저수지와 웅석봉이 가까이 와 있다. 주변은 밤나무밭. 왼쪽 발밑에는 고산습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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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경호강과 대전통영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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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조규한 씨와 이창우 산행대장(오른쪽).

이 즈음 길이 보이지 않아 능선을 타기 위해 위로 치고 오른다. 사실상 개척산행이다. 일순간 시야가 다시 트이며 근처 암봉에 선다. 둔철산과 철탑 뒤로 정수산, 대성산이 펼쳐지고 우측에는 경호강 물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송림을 헤치고 암봉 넘기를 수 차례.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난다. 계속 직진하면 철탑과 권씨가족묘를 지난다. 왼쪽 숲길로 가지만 뚜렷한 길은 없다.
100m 정도 치고 오르면 다시 마을에서 올라오는 좁은 길과 만난다. 직진하면 곧 남가람봉. 정상석 뒤에는 해발 700m라 적혀 있지만 산행팀이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568m임을 밝혀둔다. 정상석 옆 삼각점 봉우리에 서면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3번 국도, 그리고 경호강이 나란히 달린다.
다시 암릉길. 경호강을 중심으로 저 멀리 `좌 웅석봉, 우 둔철산'이, 왼쪽 발아래는 청계저수지가 펼쳐진다.
곧 눈앞에 아슬아슬한 암봉이 나타난다. 이번 산행에서 전망이 가장 빼어나고 스릴있는 지점으로 반드시 이를 통과해야 한다. 산행 후 만난 어르신은 상투바위라고 했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봐왔던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상투바위를 넘어서면 지리산 주변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히어리꽃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후 암릉을 벗어나 산길로 20여 분 가면 갈림길. 왼쪽으로 내려선다. 하산길이다. 10분 뒤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5분 뒤 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청계리휴게소 앞 버스정류장까지는 15분 걸린다. (2005. 5)


# 떠나기전에 - 산행 내내 진달래가 방긋. 단속사지·겁외사 등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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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산은 진달래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산행 내내 진달래가 도열해 산꾼들을 반겨준다.


무명의 석대산은 정보가 거의 없어 산행팀은 무작정 떠났다. 전형적인 진달래산이었다. 비슬산이나 비음산마냥 능선 전체가 진홍빛으로 물드는 그런 산이 아니라 4시간 이상 걸리는 산행 내내 진달래가 산꾼들을 줄곧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온라인 상에 자료가 없었기에 산행팀만 예상치 못한 호사를 누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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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산 능선을 배경으로 한 단속사지 동·서 3층 석탑.


승용차를 갖고 온 경우 단성IC로 가기 전에 짧은 코스지만 문화유산답사를 할 수 있다.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는 청계약수가 사시사철 솟는다. 부근에선 꽤 이름이 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가면 길 우측, 다시말해 석대산 서쪽에 보물 제72, 73호인 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을 볼 수 있다. 절은 간데 없고 두 탑만이 남아 절터를 지키고 있다. 높이가 5.3m인 이 두 석탑은 신라계 양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소의 생략을 보이는 9세기 석탑의 전형을 보여준다. 균형미가 빼어나고 아름답다. 석탑에서 30~40m 떨어진 지점에는 당간지주가 동강난 채 서 있다.

남사고가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밀양 박씨, 성주 이씨, 진양 하씨 등의 수 백년에 걸쳐 내려온 전통가옥들을 구경할 수 있다.

목화시배유지 못가 우측으로 2㎞ 정도 떨어진 곳에선 한국 근대불교의 대표 선승인 성철 스님 생가터에 위치한 기념관과 겁외사를 만난다. 스님의 유품전시관인 포영당에선 스님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단성IC 입구의 문익점 선생이 최초로 면화를 재배한 목화시배유지도 놓치지 말자.


# 교통편 - 진주서 청계행 버스 윗진자마을 하차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진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8~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700원. 1시간30분 소요.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청계행 버스를 타고 윗진자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11시. 날머리 청계리휴게소 앞에서 진주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6시10분에 있다. 진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서부터미널행 버스의 막차는 밤 9시10분. 6700원. 노포동종합터미널행은 막차 오후 8시. 7700원. 이 버스는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앞에서 한번 정차한다. 69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단성IC서 지리산 방향 우회전~목화시배유지 지나~소남리 버리고 지리산 방향~남사고가마을 지나~청계 입석 1001번 지방도 우회전(단속사지 동·서 3층석탑)~호암교 다리 건너~산청 청계 3번 직진~윗진자마을(경로당) 순으로 가면 된다.



 



낮다고 비웃지 마세요 조망은 고봉준령급

넓은 들판에 나홀로 해발 140m 살짝 솟아
산중턱 사자바위 정기는 큰 인물 배출하고
정상 관음개발성상 미소는 자비를 베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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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봉화산 사자바위에서 본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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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같은 장소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전경.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껴보자.


 김해의 내로라하는 산을 꼽으라면 대개 은하사를 병풍처럼 감싼 신어산과 낙동강을 양쪽으로 굽어보는 무척산, 그리고 장유대청계곡을 품고 있는 용지봉이 별 고민없이 선택된다.
 근자에 와서 세인의 관심을 부쩍 끄는 산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뒷산인 봉화산이다. 겉모습으론 산이라 불리기엔 약간 쑥스런 야트막한 야산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등(不如一登)'이라 했던가. 겉모습으로 보면 봉화산은 하고 많은 산 중의 하나일지 모르나 주변 지형과의 어울림이나 그 속내는 여러모로 특이하다.
 너른 들판에 불쑥 홀로 솟아 겨우 해발 140m밖에 안되는 산이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고봉준령에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망이 기가 막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솟아오른 곳은 이곳 봉화산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한반도에 이처럼 낮은 산이면서도 조망이 확 트인 산은 아마 봉화산 뿐 일 것"이라고 말한다.
뭐니뭐니해도 봉화산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사자바위. 대통령 생가 앞 주차장에서 봉화산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바위군을 볼 수 있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우측 바위가 사자머리이고, 이 바위 좌측 커다란 바위가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로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옛날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봉하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사자바위는 고대인들이 고등종교가 들어오기 전 제사를 올린 터로 알려져 있다. 오랜 정성이 축적된 곳이기에 정기가 배어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이다. 바위 곳곳에는 움푹 팬 곳이 몇 곳 있어 이곳이 재물을 담은 감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간 다녀간 많은 지관들의 설명을 종합해 "봉화산이 앉은 터, 사자바위의 정기, 명당인 대통령 선친의 묘와 함께 마을 정중앙에 골이 패이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대나무를 심은 주민들의 비보(裨補) 노력 등이 큰 인물 탄생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산행은 진영읍과 이웃한 한림면에서 시작했다. 산행 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여유있게 둘러보기 위해서다.
 한림면사무소~한림초등학교 후문~단감나무 과수원~체육공원~쉼터(벤치)~영강사 갈림길~잇단 물탱크~정상(호미든 관음개발성상)~사색의 숲~봉화대~사자바위~봉화산~마애불~부엉이바위(토굴)~대통령 생가~봉하마을 주차장 순.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그야말로 '마실'이다. 산길은 반듯하지만 마사토라 미끄러우니 등산화는 꼭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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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면사무소에 주차했다면 면사무소를 나와 좌측으로 약간 간 후 다시 면사무소를 끼고 좌측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면에 '삼각당'이라 적힌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다시 3m 뒤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다. 한림초등교 후문을 지나면 오름길이 시작되며 이내 갈림길. 우측 아름드리 소나무 쪽 대신 좌측으로 간다. 길 옆에는 마늘밭과 머구가 자라고 있다. 100m쯤 오르면 갈림길, 오르막인 우측으로 향한다. 곧 등산로 입구. '호미든 관음성상 2.2㎞'.라 적힌 이정표가 들머리임을 알려준다. 하얀 꽃이 만개한 탱자나무길로 산행이 시작된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면 단감나무 과수원.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았다. 산에서 만난 한림면 한 주민은 "근자에 단감 시세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핸 절반 이상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농부의 무거운 맘에 아랑곳 않고 길 옆에는 애기똥풀 벼룩나물 별꽃 제비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침목을 댄 수많은 계단이 기다린다.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서면 잠시 쉬어가라고 6~7개의 벤치가 기다린다.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솔밭길이다. 도중 좌우로 열린 길을 만난다. 우측은 장방 본부락 진말, 좌측은 영강사나 이 절 근처 한림낚시터로 가는 길이다. 약수암 자광사 영강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예부터 도둑이 많아 도둑골이라 불린다. 오래 전 김해에서 이 도둑골을 거쳐 창녕의 영산과 대구를 거쳐 서울로 갔다고 전해온다.
이후 물탱크를 만난다. 주변이 모두 단감나무밭이라 물을 대기 위한 것이리라.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정면에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곧 갈림길.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우연히 만난 동네 할머니와 아주머니은 이 봉화산에는 특히 고사리와 뱀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산행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이정표 기준으로 '호미든 관음개발상' 방향, 이정표가 없으면 그냥 직전하면 정상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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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탱크를 또 지나 왼쪽 너른 길을 만난다. 봉하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곧 갈림길. 왼쪽은 우회하는 길, 오른쪽은 지름길. 정상 입구에서 결국 만난다. 5분 뒤 정상. 뜻밖에도 왼손은 연꽃, 오른손은 호미를 든 관음개발성상(우측 사진)이다. 비로소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주변 사방의 조망을 살펴보자. 관음상 뒤 동쪽의 높은 산 무척산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금동산 석용산 신어산 분성산 경운산 팔판산 불모산 장유봉 신정산 대암산 정병산 천주산 용지봉 농바위 구월산 작대산 무령산 백월산 천마산 마금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영취산 화왕산 산성산 청룡산 만어산 구천산 금오산 등 김해 창원 창녕 밀양 등지의 웬만한 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하산은 봉화산 정토원(옛 봉화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곧 사색의 숲. 왼쪽 봉화대 방향으로 간다. 산죽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봉화대이고 그 바로 밑이 전망이 빼어난 사자바위. 바위 곳곳에는 세수대야 크기의 구멍이 여럿 뚫려 있다. 봉하마을이 발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노 전 대통령 사저와 생가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어지는 동선은 왔던 길 대신 사자바위 아래로 열린 곳으로 내려선다. 사명대사 상(像)과 봉화산 정토
                                                                           
원을 지나면 곧 봉화산 마애불. 이정표가 있어 찾기 쉽다. 안내판 왼쪽 끝 바위틈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암벽이 떨어져나가 누워있지만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높이 2.48m. 조금 더 내려가면 등로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이 하나 보인다. 진입하면 너른 터로, 이 터 우측 바위 사이로 굴이 하나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깊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이 토굴이 모 방송에 방영되면서 한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굴의 기(氣)를 받기 위해 몰려든 곳이기도 하다.
 토굴 옆에는 물줄기는 가늘지만 3단쯤 돼 보이는 실폭포가 있다. 이 정도 높이의 산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 또한 흔한 광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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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사저가 지어지기 전 봉하마을에서 본 사자바위(오른쪽)과 부엉이바위. 왼쪽 봉우리가 봉화산 정상이며, 자세히 보면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이 확인된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하산을 해도 되지만 잠시 왔던 길로 조금 올라 실폭포 상류 물길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목교를 건너자. 부엉이바위를 보기 위해서다. 2분 정도면 도달한다. 사자바위 못지 않은 멋진 전망대다. 봉하마을에서 보면 우측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령하는 듯한 큰 바위가 사자바위이고, 이 바위 좌측 바위가 바로 이곳 부엉이바위(표기는 부흥이)이다. 예부터 부엉이가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이다. 즉, 마을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사자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으로 사자바위가 사자 머리, 부엉이바위가 사자 다리에 해당된다.
 부엉이바위에서 버섯재배장을 거쳐 마을 주차장까지는 대략 6분 정도 걸린다.


# 떠나기전에

너른 들판에 불쑥 솟은 봉화산(熢火山)에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봉화대가 있다. 기록만 남아있을 뿐 봉화대는 복원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가덕도 연대봉의 천성봉수대나 부산 녹산의 봉화산 봉수대에서 받은 봉홧불을 밀양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김해읍지에 따르면 가락국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 원찰(願刹)이 있었다. 무척산 모은암(母恩庵), 삼랑진 천태산 부은암(父恩庵)과 함께 자암(子庵)이 그것으로, 봉화산에 있었다는 것. 봉화산의 옛 이름이 자암산이었던 것은 이를 입증한다. 지금은 그 터에 이 고장 출신인 선진규(75) 법사가 지난 1950년대 중반부터 봉화산 정토원을 세워 불심을 전하고 있다.
 봉화산 정상의 호미든 관음개발성상도 선 법사가 세웠고, 마애불 위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바위를 제거해 마애불이 자유로운 몸이 되도록 한 것도 역시 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초창기 봉하마을에는 평일 100명, 주말 500명 정도 찾았고, 당선 후 맞은 첫 새해 일출 땐 전국에서 1000여 명이 봉화산을 찾았다.
 5년이 지나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후 101일째인 지난 6월 4일까지 총 방문객은 무려 41만3400명에 달한다. 평일 평균 4100명, 주말이면 2만 명을 상회한다. 탐방객이 깨 많다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연 탐방객이 50~6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아마 국내 관광지 중 49가구에 거주 인구가 130여 명에 불과한 김해 봉하마을이 가장 인기가 높다가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3년 1월부터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하기 직전까지 혼자서 근무하던 문화관광해설사는 이후 3명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이곳 터줏대감 격인 김민정 문화관광해설사는 "주말이면 밀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김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20분부터 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500원.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선 동부교통(055-325-3530) 56, 58-1번 버스를 타면 된다. 56번은 오전 6시30, 8시10, 9시10, 11시, 낮 12시, 오후 1시50분, 58-1번은 오전 6시, 8시30, 10시40, 오후 1시에 있다. 900원.
 날머리 봉하마을에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20분, 오후 2시40, 4시40, 7시(막차)에 출발한다. 김해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2시30, 4시, 5시, 5시30, 6시40, 7시20, 8시40분(막차)에 있다. 1500원.
 기차도 있다. 부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김해 한림정역에서 내리면 된다. 부전역 기준 오전 5시, 6시57분, 오후 1시10분. 3000원. 사상 구포 화명역에서도 탈 수 있다. 한림정역에서 한림면사무소까지는 걸어서 5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진례IC~진영 방향 우회전~신용삼거리서 김해 부산 방향 우회전~고개 넘어 빙그레 공장 지나~명동삼거리서 좌회전(명동주유소)~한림면사무소 순으로 가면 된다. 봉하마을에서 한림면까지는 택시(055-342-7878, 6929)를 이용하면 된다. 8000원 내외. 남포동에서 출발하는 좌석버스 309번도 김해터미널 앞에 정차한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근교산&그너머 <429> 경주 삼성산~도덕산

가파른 상봉 오르면 동해바다 '넘실'

융단같은 낙엽길따라 진달래·생강나무꽃 만발
경주·영천 경계…"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
하산은 완만한 능선, 영남알프스 등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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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산 정상으로 오르기 직전 만나는 급경사 된비알을 오른 후 무덤 앞 낮은 바위에 서서 주위를 관망하는 부산지역 산꾼들.


 
이따금 사석에서 산꾼들을 만나면 서로 약속이나 한듯 첫 인사로 "매주 전국의 산을 찾아 오르니 산타는 수준이 거의 전문 산악인급에 도달했겠네요"라고 묻는다.

정말 부담스런 질문임에 틀림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기자는 매주 산에 다니지만 그것은 업무의 일부인 '취재산행'이다.

다시말해 산에 오르면서 기사작성을 위해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산세도 꼼꼼히 챙기고 불쑥 내민 야생화를 만나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산길에서 조우하는 산꾼들과의 대화도 잊지 않는다. 혹 길을 찾지 못할 경우 산행대장은 기자를 대기시켜 놓고 길을 찾으러 다녀 본의아니게 휴식시간(?)도 갖는다.

장쾌한 조망을 자랑하는 전망대를 만나면 잠시 짐보따리를 풀고 쉬어간다. 모처럼 동행한 아줌마 산꾼이 간식을 많이 내놓을 땐 지체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다. 단체행동을 해야만 하는 가이드 산악회의 시각을 다투는 산행도 아니고, 정상까지 단시간 내 주파를 목적으로 하는 건각들의 빠른 발걸음은 더욱 더 아니다.

그래서 간혹 이렇게 자문해 본다. "산행 담당기자인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산을 잘 타는 축에 속할까."

기실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 예로 간혹 가이드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설 경우 후미에 겨우 따라붙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산행 후 다음날 활동하는데 있어 다리에 아무 이상이 없을 만큼 적응해 있다는 것. 물론 눈 속을 헤쳐나가는 러셀산행이나 폭우 속 산행은 예외이긴 하지만.

이번 주 산행팀이 찾은 경주의 삼성산~도덕산은 체력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렇다고 해서 산행 내내 '악!'소리가 나는 그런 산은 결코 아니다.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가 꽃대궐을 이루고, 양지바른 중턱에는 소리소문없이 적잖은 야생화가 고개를 쏙 내밀고 있다. 낙엽깔린 융단길에선 감동하고, 동해바다가 넘실대는 모습을 확인할 땐 기쁨이 배로 다가오다.

문제는 두 산 모두 상봉으로 가는 30분 정도의 된비알이 가히 살인적이라 불릴 만큼 경사가 심하다는 것. 둘러가는 길도 없는 이 구간은 겨우내 움추렸던 산꾼들의 체력을 테스트하기에 그야말로 제격이다. 참고로 기자는 이번 산행 후 러셀산행을 다녀왔을 때 나타나는 징후를 느꼈다.

산행은 안강읍 하곡버스정류장~고개삼거리~서산 유씨묘~'악! 30분 된비알'~바위군(群)~무덤1기~삼성산 정상~삼각점 봉우리~낙동정맥길과 만남~삼각점 봉우리~미룡고개 도로(미룡마을)~산불초소~월성 최씨묘~'악! 30분 된비알'~배티재~삼각점 봉우리~도덕산 정상~안부사거리(자옥산 갈림길)~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앞 주차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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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시리즈 애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1시간30분 정도 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걷는 안성맞춤 산행이다.

하곡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진행방향과 반대로 200m쯤 간다. 하곡낚시터 간판이 보이면 왼쪽길로 40m쯤 간다. 곡각지점의 왼쪽에 산길이 열려있다. 들머리다. 농업용수 수로인 시멘트 교각을 지난다. 의외로 산길이 반듯해 길찾기는 문제없다. 잊을라치면 진달래가 한 그루씩 객을 맞는다. 길 왼쪽 능선은 낙동정맥.

30분쯤 뒤 무덤 2기를 조금 못가 오른쪽길로 향한다. 곧 고개삼거리. 직진하지 않고 길이 희미한 우측으로 가면 능선. 정면 2개의 봉우리가 삼성산. 우측으로 3m쯤 가다 좌측 내리막길 유씨묘를 지나간다. 10분 뒤 사거리. 직진한다. 이때부터 완만한 산길. 10분 뒤 다시 사거리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치고 오른다.

곧 갈림길. 우측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길을 택한다. 처음엔 길이 보이다 이내 사라지고 '악!' 소리나는 급경사 오르막이 나타난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지만 곳곳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만발해 그나마 위안을 준다.

30분쯤 뒤 바위군이 보이면 오르막길은 사실상 끝. 바위군 바로 위가 무덤이니 여기서 쉬어가자. 이후로 호젓한 능선길. 우측에 도덕산과 자옥산, 발밑에 미룡마을이 보인다. 10여분 뒤 삼성산(591m) 상봉. 바위 위에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석 반대편 쪽에 영천 고경면청년회에서 '삼성산'이라 적힌 나무팻말이 꽂혀있다. 그러고보니 이곳이 경주와 영천의 경계인 듯.

하산길은 호젓한 산길. 8분뒤 삼각점 봉우리. 주변의 나무를 베 조망이 뛰어나다. 정면 천장산, 그 왼쪽 뒤 운주산, 우측으로 방향을 돌리면 도덕산 자옥산, 그 사이 어래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팀은 도덕산과 자옥산이 만나는 푹 꺼진 V자 모양의 안부에서 뒤로 넘어간다.

10여분 뒤 안강휴게소가 위치한 시티재에서 올라오는 낙동정맥길과 만나면 우측 미룡마을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턴 정맥종주 리본이 많아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삼각점 봉우리를 지나 미룡마을이 위치한 도로까지는 40분. 도로를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 산길로 간다. 산불초소를 끼고 우측으로 간다. 묘지와 밭, 그리고 마른 억새길을 지나 10분 뒤 산길로 접어든다.

삼성산 능선으로 향하는 급경사 된비알과 마찬가지로 코가 땅에 닿일 만큼 살인적이다. 차이라면 도덕산 된비알은 길이 선명하다는 점. 30분 뒤 능선에 오른다. 도덕산은 오른쪽 방향. 왼쪽은 낙동정맥길. 이 길은 봉좌 운주산으로 이어지며, 여기서 한 갈래가 나와 천장산으로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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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산을 배경으로 우뚝 선 정혜사지 13층석탑.

 
이제부터 콧노래를 부르면 완만한 능선길을 내달린다. 이렇게 10분, 이내 도덕산(702m) 상봉이다. 정상석 맞은편인 동쪽엔 너른 전망대가 경주와 포항을 굽어본다. 우측 발밑 안강읍, 왼쪽 포항쪽엔 비학산 천령산 향로봉이, 그 우측으로 어래 운주 동대봉 무릉 금곡 어림 인내 구미 단석 오봉 사룡 구룡산과 영남알프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기서 20여분 후 안부사거리. 직진하면 자옥산(0.7㎞), 산행팀은 왼쪽 정혜사지 13층석탑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딸기밭과 야생화가 만발한 산길을 내려서면 갈림길. 왼쪽 임도길로 10분쯤 가면 우측 자옥사 방향 산길인 지름길. 여기서 탑까지는 6분 거리. 회재 이언적 선생이 머무른 사랑채인 독락당 주차장까지는 8분 걸린다.


#교통편-경주서 안강 하곡행 205번 버스 타야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051-508-9966)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054-743-5599) 앞에서 들머리인 안강읍 하곡 종점 가는 버스는 제일교통 205번으로 오전 8시20분, 10시45분에 있다. 2400원.

독락당 앞 버스정류장에서 경주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5시35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1300원. 경주터미널에서 노포동터미널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막차는 오후 9시5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포항 위덕대(울진) 7번 국도~포항 안강~7번 포항~영천 안강 28번 국도~28번 안강 방면 우회전~대구 영천 28번 국도~안강읍~(안강 방면 왼쪽길 버리고)대구 영천 28번 우회전~하곡버스 종점(솔밭 오리진흙구이 빨간색 큰 간판 또는 통나무 종합학교 한울 직전) 순. 날머리 독락당에서 들머리 하곡종점까지 택시(054-761-6200, 3405) 요금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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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쪽에서 바라본 독락당 사랑채.


 
#떠나기전에-정혜사지 13층석탑·독락당 유적답사도

이번 산행은 오가는 길에 문화유적답사도 가능하다.

우선 정혜사지 13층석탑(국보 제40호).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5.9m 높이로 13층의 몸돌을 올린 모습은 불국사 다보탑과 화엄사 사(四)사자삼층석탑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만큼 조형미가 빼어나다. 도덕산을 배경으로 한 모습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독락당(獨樂堂·보물 제413호)은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사랑채. 이곳의 진가는 작은 돌담길을 지나 계곡에서 감상해야 알 수 있다. 사랑대청에서 집 옆을 흐르는 계곡물을 볼 수 있도록 담에 살창을 뚫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세상의 욕심을 모두 버리고 건너 오라는 뜻에서 외나무다리를 통해 들어가는 옥산서원(사적 154호)은 이언적 선생을 제향하기 위해 세운 서원. 대원군의 서원철폐때도 무사히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의 하나로 서원 옆을 흐르는 계곡은 이름난 계곡 못지 않게 경관이 빼어나다.

독락당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양동마을은 신라권역인데도 조선시대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국내 최대규모의 양반마을. 관가정 향단 무첨당 서백당 등 보물과 민속자료가 즐비해 지난 1984년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든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이창우 산행대장

 
  입력: 2005.04.14 14:43 / 수정: 2007.02.28 오후 7: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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